조용히 사세 키우는 빌라
여기에 새 정부 출범 후 정비 사업에 대한 기대감까지 맞물려 당분간 빌라에 대한 선호도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고 주택 경기 침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빌라의 특성상 실거주가 아닌 투자 목적의 매입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3월 서울의 빌라(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거래는 총 3303건으로 전체 주택 매매(5098건)의 64.79%를 차지했다. 아파트 매매(1236건)보다도 2.67배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1년 전인 2021년 초만 해도 전체 주택 매매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30~40%대에 그쳤다. 지난해 4월엔 전체 주택 매매에서 빌라가 차지하는 비중이 39.94%, 아파트가 51.9%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중을 확대하다 지난해 말부터 확대 폭이 가팔라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아파트보다 빌라 거래량이 많은 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통상 실수요자들의 선호도가 높고 주택 경기가 위축됐을 때도 가격 하락 폭이 적은 아파트 거래량이 빌라보다 많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아파트 값이 오르면서 가격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빌라를 찾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서울 영등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총부채상환비율(DSR) 도입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된 데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돌입하면서 금융비용에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빌라를 활용해 내 집 마련에 나서려는 모습"이라며 "아파트의 절대적인 가격 수준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에 관심을 갖는 실수요자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주택 공급 확대를 내세운 새 정부 출범을 전후해 재개발 등 정비 사업에 대한 기대가 커진 것도 빌라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이렇다 보니 빌라 가격도 오름세를 띠고 있다. 지난달 서울 빌라의 평균 매매 가격은 3억5298만원이다. 1년 전인 지난해 4월(2억6862만원)에 비해 31.47%(8436만8000원) 뛰었다. 같은 기간 아파트의 평균 매매 가격은 9억1160만원에서 11억5041만원으로 26.19%(2억3881만원) 올랐다.
당분간 빌라 선호도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오는 7월 이후 임대차 3법(전월세 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신고제)에 따른 갱신 계약이 끝나는 실수요자들이 급등한 전세 값을 견디지 못해 일부 빌라로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올 들어 서울 아파트 시장에선 거래 절벽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데 빌라 시장엔 꾸준히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면서도 "개발 이익을 염두에 두고 빌라에 투자할 땐, 일정 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시점(권리산정일)을 미리 파악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