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현금부자만 집 산다"…못 버티는 영끌족 결국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금리인상이 부른 '거래절벽'
전문가들 "부동산 안정화 신호 아냐"
전문가들 "부동산 안정화 신호 아냐"
"한국인이 배 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거든요."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강력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를 보이자 한 건설업계 관계자가 내놓은 반응입니다. 친척 혹은 지인이 청약이나 부동산 매입으로 자산을 불리는 걸 보면 없던 부동산 투자 의지까지 생긴다는 농반진반의 얘기였습니다. 부동산에 대한 한국인들의 애착과 애정을 에둘러 표현한 겁니다.
당장은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도 언젠간 다시 오른다는 몇번의 경험을 한 학습효과 때문일까요. 정부가 아무리 집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도 부동산에 대한 수요자들의 매입 의지를 꺾긴 녹록지 않아 않아 보입니다.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유주택자들은 좀 더 좋은 지역 혹은 넓은 평수에 대한 의지를 접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큰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금리 인상이죠.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던 저금리 상황이 저물고 있습니다. 각 국 중앙은행은 막대하게 풀었던 유동성을 회수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속속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두 달 연속 기준금리가 오른 건 2007년 7, 8월 이후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이었죠.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대의 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은행 역시 빅스텝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 연말엔 금리가 연 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주택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조짐이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조치로 수도권 지역 매물이 늘고 있지만 이른바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569건입니다. 지난해 4월(3655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셋째 주 이후 27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습니다.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사겠다는 사람보다 많은 상황이 반년 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죠.
물론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 기대에 대한 관망 심리도 있지만 무엇보다 치솟고 있는 금리에 금융비용 부담이 불어난 탓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통상 3월은 부동산 시장에서 성수기로 여겨집니다. 그런데도 이런 금리 상황으로 인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등 얼어붙고 있는 겁니다.
올 3월 국내 은행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연 3.84%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올 초엔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가 연 4.020∼6.590% 수준으로 올랐죠.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장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진 않겠지만 매수 심리만큼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불어난 이자 부담에 오는 7월부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돼 매수 자금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죠. 이 때문에 ‘빚투(빚내서 투자)·영끌(빚내서 주택 구입)’한 일부 아파트는 경매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소득에 비해 불어난 부채 부담에 금리 인상 기조에선 경매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닙니다. 미국도 금리 인상의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자 주택 거래량이 크게 줄고 있답니다. 올 4월 미국 내 기존 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2.4% 줄었는데, 3개월 연속 감소세였답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이후 거의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미국도 집을 사려는 수요보다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지난해 집 값이 꽤 올랐거든요. 그런데 올 들어 금리가 뛰면서 수요자들이 선뜻 매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침체와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금리 인상기라 오히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이 효과를 낼 순 있겠어요. 일단 집 값이 확 뛰고 과열되는 상황이 형성되긴 어렵거든요."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좀 다른 해석을 내놓더라고요. 올 들어 집 값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거래량이 줄어든 것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보면 안된다는 겁니다. 오히려 주택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줄고 이면을 따져보면, 양극화만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현금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실수요자들만 높아진 금리 부담에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고, 일부 '현금 부자'들만 주택을 구입해 고급 아파트 가격만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그간 쌓여 있던 집 값 거품을 없애는 게 진정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며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한 고민과 함께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등을 적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당장은 아파트 가격이 떨어져도 언젠간 다시 오른다는 몇번의 경험을 한 학습효과 때문일까요. 정부가 아무리 집은 투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도 부동산에 대한 수요자들의 매입 의지를 꺾긴 녹록지 않아 않아 보입니다.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에 대한 꿈을, 유주택자들은 좀 더 좋은 지역 혹은 넓은 평수에 대한 의지를 접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큰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금리 인상이죠.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던 저금리 상황이 저물고 있습니다. 각 국 중앙은행은 막대하게 풀었던 유동성을 회수하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속속 나서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금리 인상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한 달 만에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두 달 연속 기준금리가 오른 건 2007년 7, 8월 이후 14년 9개월 만에 처음이었죠.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5%대의 높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으로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은행 역시 빅스텝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 연말엔 금리가 연 2.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한국은행의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주택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조짐이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조치로 수도권 지역 매물이 늘고 있지만 이른바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집계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569건입니다. 지난해 4월(3655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해 11월 셋째 주 이후 27주 연속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습니다. 집을 팔겠다는 사람이 사겠다는 사람보다 많은 상황이 반년 째 지속되고 있는 것이죠.
물론 정부의 부동산 정책 변화 기대에 대한 관망 심리도 있지만 무엇보다 치솟고 있는 금리에 금융비용 부담이 불어난 탓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통상 3월은 부동산 시장에서 성수기로 여겨집니다. 그런데도 이런 금리 상황으로 인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가 낮은 수준에 머무르는 등 얼어붙고 있는 겁니다.
올 3월 국내 은행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연 3.84%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올 초엔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가 연 4.020∼6.590% 수준으로 올랐죠.
부동산 전문가들은 당장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진 않겠지만 매수 심리만큼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불어난 이자 부담에 오는 7월부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강화돼 매수 자금 마련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말이죠. 이 때문에 ‘빚투(빚내서 투자)·영끌(빚내서 주택 구입)’한 일부 아파트는 경매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소득에 비해 불어난 부채 부담에 금리 인상 기조에선 경매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죠.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닙니다. 미국도 금리 인상의 여파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치솟자 주택 거래량이 크게 줄고 있답니다. 올 4월 미국 내 기존 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2.4% 줄었는데, 3개월 연속 감소세였답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이후 거의 최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미국도 집을 사려는 수요보다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지난해 집 값이 꽤 올랐거든요. 그런데 올 들어 금리가 뛰면서 수요자들이 선뜻 매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 부동산 침체와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금리 인상기라 오히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이 효과를 낼 순 있겠어요. 일단 집 값이 확 뛰고 과열되는 상황이 형성되긴 어렵거든요."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좀 다른 해석을 내놓더라고요. 올 들어 집 값 상승세가 주춤해지고, 거래량이 줄어든 것을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보면 안된다는 겁니다. 오히려 주택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줄고 이면을 따져보면, 양극화만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현금 유동성이 충분하지 않은 실수요자들만 높아진 금리 부담에 주택을 구입하지 못하고, 일부 '현금 부자'들만 주택을 구입해 고급 아파트 가격만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면서 그간 쌓여 있던 집 값 거품을 없애는 게 진정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며 "주택 공급 정책에 대한 고민과 함께 실수요자들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등을 적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