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초환법 개정, 8월 시행
상가 가치 높아져
소유주 부담금 줄어
상가 소유주 불평등 해소
8월부터 시행되는 재초환법 개정안은 재건축 분담금 산정 시 주택 가격뿐 아니라 상가 등 부대·복리시설 가격도 합산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2006년 도입된 재초환법은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을 공적으로 환수하기 위한 제도다.지금까지의 재건축 분담금은 ‘재건축 종료 시점의 주택 가격’에서 ‘개시 시점의 주택 가격’과 ‘개발비용’ 등을 제한 뒤 부과율을 곱해 결정한다. 그런데 상가 조합원은 원래 보유한 주택이 없어 개시 시점의 주택 가격을 0원으로 넣어 계산한다. 이렇게 되면 상가 소유주들의 분담금이 크게 올라간다. 개정된 재초환법은 상가 가치도 감정평가를 통해 인정하도록 해 상가 소유주의 분담금을 낮추도록 했다. 새 법령은 올 8월 이후 재건축 분담금을 부과받는 단지부터 적용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상가 조합원들의 반발이 재건축 사업의 발목을 잡았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고 분양권으로서 상가의 가치도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상가 가치 새 아파트보다 높아야
상가 소유주가 재건축 후 상가 대신 아파트를 받으려는 이유는 상가보다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훨씬 가파르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현재 시공 중인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가 완공되면 3.3㎡당 시세가 1억5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 반면 상가는 3.3㎡당 가격이 8000만원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대신 상가 소유자가 아파트를 받으려면 상가 가치가 새 아파트보다 높아야 한다. 재건축은 조합 정관에 상가 소유주가 아파트를 받을 수 있도록 명시돼 있어야 한다. 또 상가 권리가액이 ‘새 아파트의 최소분양가에서 조합이 정한 비율을 곱한 값’보다 커야 하는데 대개 이 비율은 1이다. 상가 가치가 새 아파트 분양가보다 낮으면 아파트를 받을 수 없는 구조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의 A아파트 단지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B씨의 권리가액이 10억원이라고 하자. A단지가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게 되면 가장 작은 면적인 59㎡의 분양가는 15억원이다. 분양가에 곱하는 산정비율이 1이므로 B씨는 새 아파트 가치(15억원)보다 상가 가치(10억원)가 더 작은 것으로 평가받아 분양권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 이례적인 상황도 있다. 서울 신반포2차 재건축조합은 조합 정관을 통해 새 아파트에 곱할 비율을 1이 아닌 0.1로 변경했다. 인근의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신반포4지구(메이플자이) 등도 비율을 0.1로 변경한 바 있다. 위 A단지 사례로 다시 돌아가보면, 산정비율을 0.1로 바꿨을 경우 새 아파트 가치는 15억원이 아니라 1억5000만원이 되고 B씨의 상가 권리가액이 더 높게 돼 입주권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사실상 대부분 상가 소유주들이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이렇다보니 아파트를 소유한 조합원들과의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 신반포2차에선 최근 일부 조합원들이 “상가 소유주들에게 아파트를 줘서는 안 된다”며 조합 집행부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반포동 T공인 관계자는 “일반분양을 줄이고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안 받는 상인들에게 먼저 기회를 주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조합들이 속속 정관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한 조합장은 “몇 년 전부터 강남지역에 상가 투기 광풍이 불고 있다”며 “래미안 원베일리도 90여 명의 상인이 아파트를 받겠다고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너무 저렴한 상가 의심해야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진행 중인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상가도 최근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단지의 상가 매물은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전용면적 9.9㎡가 6억~1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투자자들은 강남권 주변 단지들과 마찬가지로 산정비율이 0.1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전문가들은 장밋빛 전망에 취해 무턱대고 상가에 투자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3.3㎡ 정도 되는 칸막이 상가를 구매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며 “투자금이 적게 든다고 해서 뛰어들었다가 막상 상가 권리가액이 너무 낮게 나와서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고, 조합 정관도 총회 결과에 따라 수시로 바뀌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