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러다 '전세' 사라질라"…일본 정부는 연구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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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토교통성, 국내 기관에 전세 제도 분석 의뢰
"주거비 경감 효과 따져보려는 의도" 풀이
국내에선 전세의 월세화 현상 가속…
국토부 "임대차 3법 때문"
"주거비 경감 효과 따져보려는 의도" 풀이
국내에선 전세의 월세화 현상 가속…
국토부 "임대차 3법 때문"
국내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전세 제도'에 옆나라 일본이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서민 주거안정 효과에 주목해 전세 제도에 대한 연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국토교통성이 국내 한 부동산 정책 연구기관에 전세 제도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한국 고유의 전세 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명목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국내 부동산 정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 국내 정책에 관심을 갖지 않아온 만큼, 단순 이해 증진이 아닌 서민 주거비 경감 효과에 주목해 연구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 제도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는 자체로 이례적인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예전부터 존재했던 전세 제도에 대한 이해를 이제와서 높일 이유도 마땅치 않다. 주거비 경감 효과를 분석하고 현지 활용 가능성을 따져보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전세는 과세나 월세 부담이 전혀 없어 임차인에게 유리한 제도다. 계약 종료와 함께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기에 100% 월세로 운영되는 미국, 일본 등의 주택 임대 시장과 비교해도 임차인의 부담도 적다. '후진국형 사금융시스템'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장점이 더 크다는 게 보편적인 평가다. 실제 일본 도쿄의 경우 주거비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최대 부동산 업체 스모(SUUMO)에 따르면 도쿄 23구의 평균 월세는 8만1001엔(약 78만4000원)이다. 다만 이는 원룸을 포함한 가격이고 거실과 주방, 화장실, 방 3개를 보유한 '3LDK'의 경우 28만엔(약 270만원) 수준으로 높아진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가구 소득의 3분의 1을 월세로 쓴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에 비하면 국내 주거비 부담은 적은 편이다.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7569만원이었다. 5년 전인 2017년 4억2439만원에 비해 약 59% 폭등했지만, 월 주거비로 따지면 일본보다 저렴하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단은 연 3.53%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을 전액 대출받더라도 1년 이자는 약 2360만원, 매달 약 197만원에 그친다. 자신의 돈으로 보증금을 충당해 대출액을 낮추면 이자 부담은 더 줄어든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자가주택 거주비용을 100으로 봤을 때 전세는 50 내외, 월세는 110 내외로 나타난다"며 "월세는 보증금이 싸지만 매달 부담이 큰 탓에 사회초년생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을 낮추고 경제 위기 시 충격 흡수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세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상향 이동 사다리"라고 강조했다.
월세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적은 전세 제도지만,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국에서 체결된 전·월세 거래는 총 25만8318건이었다. 이 가운데 월세가 13만295건으로 전체의 50.4%를 차지했다. 전세 비중은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낮은 49.6%(12만823건)까지 줄었다.
국토부는 전세 비중이 줄어든 이유로 2020년 7월 도입된 '임대차 3법'을 지목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하는 세입자가 늘어 전세 매물이 잠겼고, 집주인들이 4년 치 보증금 인상분을 한 번에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됐다는 지적이다. 전세 제도는 임대차 3법 도입 당시에도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당시 윤희숙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임대차 3법 반대 연설을 통해 "전세 제도로 임대인은 목돈과 이자를 활용하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 집 마련으로 활용했다.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이 법(임대차 3법) 때문에 너무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게 나쁜 현상이냐"며 "전세는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을 지닌 제도다. 서민들의 입장에선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임차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소병훈 의원도 "전세 제도가 왜 우리나라와 몇몇 나라에만 있어서 서민들이 고통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거들었다.
윤석열 정부는 임대차 3법에 대한 손질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말로 끝날 예정이던 전·월세 임대차 신고제 계도기간을 1년 더 연장했다. 임대인에게 보유세를 감면해주는 등의 인센티브(혜택) 부여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수급 불균형이 우려돼 선제적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당면한 단기 대책을 나눠서 접근하려 한다"고 임대차 3법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일본 국토교통성이 국내 전세 제도 분석에 나선 이유에 대해 주한일본대사관을 통해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국토교통성이 국내 한 부동산 정책 연구기관에 전세 제도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 한국 고유의 전세 제도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는 명목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국내 부동산 정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 국내 정책에 관심을 갖지 않아온 만큼, 단순 이해 증진이 아닌 서민 주거비 경감 효과에 주목해 연구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국내 부동산 시장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 제도에 대한 분석을 의뢰했다는 자체로 이례적인 일"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예전부터 존재했던 전세 제도에 대한 이해를 이제와서 높일 이유도 마땅치 않다. 주거비 경감 효과를 분석하고 현지 활용 가능성을 따져보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전세는 과세나 월세 부담이 전혀 없어 임차인에게 유리한 제도다. 계약 종료와 함께 보증금을 전액 돌려받기에 100% 월세로 운영되는 미국, 일본 등의 주택 임대 시장과 비교해도 임차인의 부담도 적다. '후진국형 사금융시스템'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장점이 더 크다는 게 보편적인 평가다. 실제 일본 도쿄의 경우 주거비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최대 부동산 업체 스모(SUUMO)에 따르면 도쿄 23구의 평균 월세는 8만1001엔(약 78만4000원)이다. 다만 이는 원룸을 포함한 가격이고 거실과 주방, 화장실, 방 3개를 보유한 '3LDK'의 경우 28만엔(약 270만원) 수준으로 높아진다. 때문에 현지에서는 '가구 소득의 3분의 1을 월세로 쓴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에 비하면 국내 주거비 부담은 적은 편이다. 지난 4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7569만원이었다. 5년 전인 2017년 4억2439만원에 비해 약 59% 폭등했지만, 월 주거비로 따지면 일본보다 저렴하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금리 하단은 연 3.53%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을 전액 대출받더라도 1년 이자는 약 2360만원, 매달 약 197만원에 그친다. 자신의 돈으로 보증금을 충당해 대출액을 낮추면 이자 부담은 더 줄어든다.
서종대 주택산업연구원 대표는 "아파트를 기준으로 자가주택 거주비용을 100으로 봤을 때 전세는 50 내외, 월세는 110 내외로 나타난다"며 "월세는 보증금이 싸지만 매달 부담이 큰 탓에 사회초년생의 내 집 마련 가능성을 낮추고 경제 위기 시 충격 흡수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세는 무주택 서민의 주거 상향 이동 사다리"라고 강조했다.
월세에 비해 주거비 부담이 적은 전세 제도지만, 국내에서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전국에서 체결된 전·월세 거래는 총 25만8318건이었다. 이 가운데 월세가 13만295건으로 전체의 50.4%를 차지했다. 전세 비중은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가장 낮은 49.6%(12만823건)까지 줄었다.
국토부는 전세 비중이 줄어든 이유로 2020년 7월 도입된 '임대차 3법'을 지목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주택에 계속 거주하는 세입자가 늘어 전세 매물이 잠겼고, 집주인들이 4년 치 보증금 인상분을 한 번에 올려 받으려 하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라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됐다는 지적이다. 전세 제도는 임대차 3법 도입 당시에도 논란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당시 윤희숙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임대차 3법 반대 연설을 통해 "전세 제도로 임대인은 목돈과 이자를 활용하고 임차인은 저축과 내 집 마련으로 활용했다. 그 균형이 지금까지 오고 있지만, 이 법(임대차 3법) 때문에 너무 빠르게 소멸되는 길로 들어설 수 밖에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에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게 나쁜 현상이냐"며 "전세는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운명을 지닌 제도다. 서민들의 입장에선 월세가 전세보다 손쉬운 임차 방법"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소병훈 의원도 "전세 제도가 왜 우리나라와 몇몇 나라에만 있어서 서민들이 고통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거들었다.
윤석열 정부는 임대차 3법에 대한 손질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지난달 말로 끝날 예정이던 전·월세 임대차 신고제 계도기간을 1년 더 연장했다. 임대인에게 보유세를 감면해주는 등의 인센티브(혜택) 부여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수급 불균형이 우려돼 선제적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당면한 단기 대책을 나눠서 접근하려 한다"고 임대차 3법 개편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일본 국토교통성이 국내 전세 제도 분석에 나선 이유에 대해 주한일본대사관을 통해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