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 영향…완전한 회복 시간 더 필요"
홍대 상권이 오랜만에 북적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급격하게 무너졌던 상권은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분위기가 반전하고 있다. 현장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들은 최근 공실률도 많이 낮아진 데다 가게가 떠나면서 사라졌던 권리금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홍대 상권은 서울 대형 상권 가운데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층에 인기가 좋았던 곳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밤 9시·5인 이상 영업 제한 등의 조치가 장기간 이어졌다. 2년 전만 해도 손님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던 식당·카페·술집 등 대부분은 하나둘 홍대를 떠났다. 메인 상권엔 '임대 문의' 현수막을 붙인 건물도 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거리두기가 풀린 지 한 달 보름이 지난 홍대 상권에는 활기가 돌고 있다.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활보하는 대학생들과 닫혀있던 빗장이 열리면서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까지 홍대 상권을 거닐었다. 문을 닫다시피했던 가게들은 다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고, 새로 가게를 차린 임차인들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얼어붙었던 상권이 요즘 들어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대학교 대면 수업 등이 다시 시작되면서 대학생들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들도 종종 보인다"고 했다.
거리가 활성화되면서 임대료, 권리금 등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인근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임대료를 내리지 않은 점포들까지 계약이 맺어지고 있다"며 "상권이 무너지면서 '무권리' 점포들이 많았지만, 최근엔 권리금도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말까지만해도 무권리였지만 최근들어 작은 점포들은 1000만~2000만원, 메인 상권에 있는 점포들은 억대 권리금이 형성돼 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만 홍대 상권이 전체적으로 살아난 것은 아니다. 홍익대학교 정문에서 홍대입구역으로 이어지는 소위 '홍대 메인상권'은 북적이고 있지만 메인 상권을 중심으로 한 블록 안쪽에 있는 이면 상권들은 여전히 위축됐다.
서교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메인 상권은 많이 회복됐지만, 여전히 골목 구석구석 있는 가게들은 임대인을 구하지 못한 곳이 많다"며 "홍대 상권 자체가 MZ세대들이 예전만큼 찾지는 않다보니 외곽일수록 회복이 더딘 편"이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홍대 상권이 살아난 것이 일시적일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2년 동안 억눌렸던 소비가 갑자기 풀리면서 상권이 살아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단 얘기다. 금리 인상 등 대외 환경 변화가 상권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단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위축됐던 소비 심리가 풀리면서 상권 회복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다만 금리 인상, 소비자 물가 상승 등으로 소비자들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상권들 역시 평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소규모 상업시설(2층 이하, 연면적 330㎡ 이하) 기준 공실률이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홍대·합정으로 16.7%를 기록했다. 전분기 28.1%에서 11.4%포인트 내린 수준이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홍대 상권 임대료는 작년 4분기 기준 3.3㎡당(1층) 15만6993원으로 전년 동기 14만5872원 대비 7.1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자치구 평균 임대료인 13만8519원, 서울시 평균 임대료 12만8814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