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경쟁률에 청약 문턱을 넘지 못했던 실수요자들이 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기대를 걸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에 억눌려 있던 분양가가 인상되면 ‘로또 청약’을 노리던 수요가 줄면서 청약 경쟁률이 대폭 낮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청약 당첨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단지의 교통 환경, 주변 인프라 등 입지를 충분히 고려하는 ‘옥석 가리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몇 년간 청약 시장에는 ‘선당후곰(먼저 당첨된 뒤 고민하라)’이라는 말이 격언으로 통했다. 주변 시세에 비해 턱없이 낮은 분양가에 공급받을 수 있어 ‘로또 청약’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지난 3년간 큰 폭으로 올랐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18년 30.6 대 1, 2019년 31.7 대 1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2020년(88.0 대 1) 큰 폭으로 뛰었고, 지난해에는 164.1 대 1의 세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 역시 영등포구 영등포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의 1순위 경쟁률이 199 대 1에 달하는 등 낮은 분양가는 청약 시장을 뜨겁게 달궈왔다.

그러나 지난달 출범한 새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개편에 나서기로 하면서 이 같은 선당후곰 전략은 더 이상 실현하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신규 주택을 분양할 때 택지비와 건축비, 건설회사 이윤을 반영해 책정하기 때문에 주변 시세보다 20~30%가량 낮다. 정부는 분양가를 구성하는 택지비, 공사비, 가산비 가운데 가산비에 조합원 이주비, 조합 사업비 금융이자, 영업 보상, 명도소송비용을 포함하는 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산비가 오른다면 분양가 또한 오를 수밖에 없다.

분상제 개편 임박…기회 넓어져도 자금부담 커진다
전문가들은 충분한 자금 여력을 확보한 뒤 청약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올 하반기에는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까지 예고돼 있어 청약에 앞서 자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며 “특히 서울의 경우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청약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면 10년 동안 재당첨이 제한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