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21일 임대차 시장 안정화 대책과 분양가 개편안을 골자로한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 및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방침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도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다.

우선 정부가 발표한 임대차 시장 안정화 대책은 임차인 부담 경감과 임대주택 공급 확대로 요약된다. 정부는 임대료를 직전 계약에 비해 5% 이내로 인상하는 상생 임대인에게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조정대상지역 주택을 양도하면서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실거주 2년을 채워야 하는데, 상생 임대인에게는 실거주 요건을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상생 임대인 범위도 확대된다. 현재는 기준시가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만 상생 임대인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1주택자가 될 계획이 있는 다주택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건설 등록임대 활성화, 미분양주택 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 등을 통한 단기 주택공급 촉진,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 실거주 의무 합리화를 통한 임대 매물 유통 물량 확대를 골자로 한 임대주택 공급 확대책도 함께 내놨다.

임차인 부담도 줄어든다. 정부는 총급여액 5500만원 이하, 5500만∼7000만원인 무주택 세대주의 월세 세액공제율을 기존의 각각 12%, 10%에서 올해부터 15%, 12%로 올리기로 했다. 예를 들어 총급여 5500만원인 임차인이 보증금 3억원, 월세 30만원 반전세 계약을 체결하면 연간 월세 부담액 360만원 중 54만원은 월세 세액 공제로 절감할 수 있다.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 시내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부동산 매물정보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임대차 대책 "8월 전셋값 급등 우려 피해…다주택자 혜택은 부족"

향후 1년간 갱신계약이 만료되는 임차인을 대상으로 버팀목 전세대출의 보증금 및 대출한도도 확대한다. 수도권은 보증금 3억원에서 4억5000만원으로, 지방은 2억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늘어나고 대출한도는 수도권 1억2000만원에서 1억8000만원, 지방은 8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전문가들은 일단 임대차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이번 대책은 갱신과 신규 임차인을 모두 배려한 방안"이라며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 완화와 임대 주택 공급을 통해 공급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공급이 빠르게 늘어나면 8월 전셋값이 급등할 우려는 적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움직일 수 있는 가용 정책 카드를 총동원한 것은 긍정적"이라며 "월세 세액공제 비율을 확대하고 전세대출 지원을 강화해 세입자 부담을 낮추려는 전략은 단기임대차 지원정책으로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함 빅데이터랩장은 "상생 임대인 양도세 특례를 다주택자에게 확대하더라도 세제 혜택이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2년 거주요건 면제 등으로 한정돼 다주택자가 실질적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며 "다주택자를 임대인으로 변환시키기 위해서는 아파트 매입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유인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날 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고분양가 심사제도'도 손보겠다고 했다. 우선 분양가 상한제는 일반분양가 산정에 △세입자 주거 이전비 △영업손실 보상비 △명도 소송비 △이주 금융비 등 정비사업에 필수적인 비용을 반영한다. 기본형 건축비도 자잿값이 크게 변동할 경우 수시 고시를 통해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했다.

HUG의 고분양가 심사제도는 심사 기준으로 삼는 인근 단지 시세에서 준공 10년 초과 노후 단지를 제외하고 '자재비 가산제도'를 신설해 자잿값이 급등한 경우 급등분의 일부를 분양가에 반영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러한 개선을 통해 분양가가 1.5∼4%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분상제 개선에는 "합리적 운용이 중요"…민간·공공 간극 심화 우려도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 합리화로 이주 금융비나 자잿값 변동 등이 분양가 반영이 가능해졌다"며 "각 사업장이 향후 여건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가 상한제 민간택지 감정평가 검증과 고분양가 심사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점도 긍정적"이라며 "분양가가 과도하게 낮은 이른바 '로또 아파트' 문제가 개선될 여지도 커졌다"고 평가했다.

분양가 상승 폭이 최대 4%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당장의 정비사업 활성화에 큰 추진동력이 될 정도는 아니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향후 합리적인 제도 운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함 빅데이터랩장은 "이번 대책으로 공공 택지지구와 도심 민간 정비 사업지 간 분양가 간극이 심화할 수 있다"며 "청약가점이 높거나 청약저축,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액이 높은 무주택자는 수도권 공공택지 청약에 몰리고 상대적으로 분양대금 마련에 자신감이 있는 청약 대기자는 도심의 민간 알짜 정비 사업지로 몰리는 이원화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이번 발표에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161곳에 대한 조정을 본격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국토부는 주택시장 상황과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이달 말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어 일부 지역의 해제를 검토할 계획이다.

규제지역으로 묶이면 대출·세제·청약 등 광범위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문재인 정부에서 지정된 규제지역은 투기과열지구 49개, 조정대상지역 112곳이었다. 그러나작년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 인상 등으로 주택 거래가 급감하고 미분양이 나오면서 해당 규제지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대구시를 비롯해 울산 남구, 경기도 양주·파주·김포시, 충북 청주시, 전북 전주시 등이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오세성/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