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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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달 30일 제2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 지역을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미분양이 쌓인 대구 등 지방에서 이번 정책을 반기고 있습니다. 지방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지 주목됩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는 지역은 대구 수성구와 대전 동·중·서·유성구, 경남 창원 의창구 등 총 6곳입니다. 이들 지역은 오는 5일부터 투기과열지구에서 벗어납니다. 지방은 세종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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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는 11곳은 대구 동·서·남·북·중·달서구·달성군, 대구와 인접한 경북 경산시, 전남 여수·순천·광양시 등입니다. 대구는 수성구만 조정대상지역으로 남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규제가 풀리는 셈입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동·대부남동·대부북동·선감동·풍도동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에서 동시에 해제됐고, 화성시 서신면(제부도)에 대한 조정대상지역 규제도 풀립니다. 이에 따라 투기과열지구는 49곳에서 43곳으로, 조정대상지역은 112곳에서 101곳으로 각각 축소됩니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면 대출 세제 청약 등 광범위한 규제를 적용받습니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 구간은 50%, 9억원 초과분은 30%로 각각 제한됩니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50%가 적용되고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세금 부담도 커집니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지방 주요 지역의 규제 지역 완화를 두고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공급 및 입주 물량 증가와 미분양 누적, 매물 증가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 양상을 보였습니다. 아파트 가격도 내렸고 수요도 사라졌습니다. 이번에 규제지역에서 해제되지 않았다면 더 큰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었을 겁니다.

다만 수도권인 경기도 양주·파주·김포시, 지방인 울산 남구, 충북 청주시, 전북 전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국토부에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운 대목입니다.

또 이번 규제 완화가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경기 침체 등 부동산 외적인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때문입니다. 그래도 실수요자들이 2~3년 뒤를 바라보고 청약에 나설 수 있고, 급매물은 소화할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마련된 셈입니다. 한 건설사 마케팅 임원은 "글로벌 공급망 둔화와 인플레이션 여파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라면서도 "정부가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방에서 규제지역을 해제한 건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최소한의 시그널을 보낸 셈"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지방 신규 분양시장도 기지개를 켤 조짐입니다. 대구에서 분양을 앞둔 한 시행사 관계자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나 청약이나 대출 규제에서도 자유롭게 됐다"며 "분양가뿐 아니라 품질 수준과 대출 조건을 세밀하게 조정해 실수요자가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부담을 줄이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