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개사무소 앞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중개사무소 앞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매수세가 사라지자 대통령실 이전으로 주목받은 용산에서 억 단위 하락 거래가 발생했고 곳곳에서 저가 직거래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은 7월 둘째 주(11일)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전주 대비 0.03% 하락했다고 14일 밝혔다. 수도권은 0.05% 내리며 전주 대비 하락 폭이 0.01%포인트(p) 커졌고 지방은 0.02%의 하락 폭을 유지했다.

서울 집값은 0.04% 내리면서 하락 폭이 0.01%p 커졌다. 노원·도봉구가 0.10% 내리면서 강북 14개 구 집값은 평균 0.06% 하락했다. 특히 대통령실 이전으로 강세를 보이다 3주 연속 보합을 유지해온 용산구가 0.01% 하락으로 돌아섰다.

억대 하락 거래도 발생했다. 용산구 동자동 '센트레빌아스테리움서울' 전용 128㎡(48평)는 지난 5일 16억8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직전 거래가 18억3000만원에 비해 1억5000만원 하락했다.

강남 11개 구 역시 서초구가 서울에서 유일하게 0.03% 상승했지만, 매수세 감소와 매물 적체 여파로 평균 0.02% 내렸다. 일부 하락 거래도 이어졌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우성1차' 전용 84㎡는 지난 10일 최고가 대비 8500만원 낮은 31억원에 팔렸다. 하루 전인 9일에는 관악구 신림동 '관악산휴먼시아2단지' 전용 84㎡가 최고가 대비 7000만원 낮은 7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한국부동산원은 "기준금리 빅스텝 인상이 우려됨에 따라 매물 적체가 지속되고 매수심리 위축되며 서울 전체 하락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매수심리 위축에 거래량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간 서울에서 등록된 거래는 총 33건으로, 자치구 당 1.3건 수준이다. 중랑·종로·중·양천·송파·성북·노원·구로·광진 등 9개 자치구에서 거래가 없었고 은평·용산·영등포·서초·서대문·동작·강북 등 7개 자치구 거래도 1건에 그쳤다.

그나마 체결된 거래도 직거래 비중이 40%를 넘었다. 33건의 거래 중 중개 거래는 57.5%에 해당하는 19건이었고 42.5%에 해당하는 14건은 중개사무소를 거치지 않은 직거래였다. 공공기관이 임대 사업을 위해 사들인 직거래를 제외해도 10건(30.3%)에 달했다.

동작구 노량진동 '신동아리버파크' 전용 114㎡는 지난 8일 직전 거래가보다 3억원 낮은 9억원에 손바뀜됐다. 강동구 천호동 '천호우성' 전용 84㎡도 지난 5일 직전 거래보다 1억8500만원 저렴한 9억원에 팔렸다. 도봉구 창동 '도봉한신' 창동주공2단지 전용 41㎡ 또한 직전 거래가보다 1억3800만원 낮은 4억9000만원에 직거래 됐다.

중개사무소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는 친족과 같은 특수관계인 간 거래일 가능성이 높다. 통상 거래가격이 시세의 30% 또는 최대 3억원이 낮아도 정상 매매로 인정되기에 양도세나 증여세 등의 세 부담을 줄이려는 거래로 평가된다.

서울 아파트 직거래 비율은 지난 3월 7.7%에서 5월 13.5%로 두 달 연속 상승했다. 강동구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직거래는 대부분 특수관계인 간 증여성 거래"라며 "매수자가 없어 헐값에 파느니 증여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세금 낼 것을 다 내면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