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중개수수료 절감 효과
시세 30%이하 3억원 낮아도
'편법증여' 아닌 정상거래 인정
15억 아파트 3억 낮춰 거래땐
세부담 3억5000만원 줄어
거래절벽 속 하락 부추기는 직거래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직거래 건수는 64건으로 전체 거래 건수(478건)의 13.4%를 차지했다. 아직 신고 기한(8월 31일)이 3주가량 남아 있어 직거래 건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일(6월 1일) 직전인 지난 5월 20.2%까지 올랐던 서울 아파트 매매 직거래 비중은 6월 8.1%까지 떨어졌다가 7월 큰 폭으로 반등했다.일부 아파트에서는 시세 대비 수억원 낮은 가격에 팔리는 거래가 나오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 전용면적 178㎡는 지난달 18일 42억원에 직거래로 팔렸다. 올 1월 최고가(47억3000만원)보다 5억3000만원 떨어졌다. 현재 나와 있는 매물 호가(48억~51억원)보다도 많게는 9억원 낮은 금액이다. 잠실동 A공인 관계자는 “누가 봐도 ‘증여성 거래’지만, 집값이 꺾이는 추세다 보니 ‘혹시 시세가 더 떨어진 것 아니냐’는 문의 전화가 여러 건 있었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성북구 장위동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 전용 84㎡도 이전 최고가(13억3000만원)보다 5억원 낮은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입주 초기인 2019년 10월 매매가(8억2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아파트 전용 84㎡ 시세는 이달 10억5000만원 선이다.
개발 호재로 최근 수년간 집값이 큰 폭으로 뛰었던 경기 일부 지역에서도 이전 최고가 대비 억 단위로 내린 직거래 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상록우성 전용 69㎡는 지난달 이전 최고가(15억4500만원)보다 3억원 넘게 떨어진 11억8500만원에 직거래로 팔렸다.
수원시 영통구 이의동 광교푸르지오월드마크 전용 106㎡도 지난달 10억1000만원에 직거래돼 이전 최고가(15억4500만원)보다 5억원 넘게 떨어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낙폭이 과도한 직거래가가 시세에 100%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하락장에서의 불안 심리를 더욱 확산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 떨어질수록 증여성 직거래 늘 듯
부동산업계에서는 직거래 중 상당수가 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가족 간 거래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주택자가 소유한 주택을 증여하지 않고 시세보다 싼 값에 가족에게 팔면 많게는 수억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 따르면 다주택자 A씨가 5년간 보유한 15억원짜리 주택(매입가 10억원)을 증여할 때 부과되는 증여세는 단순 계산으로 약 4억740만원이다. 하지만 이 집을 시세보다 3억원 싼 12억원에 가족에게 매각하면 5300만원가량의 양도세만 내면 돼 3억5000만원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현행 증여세법은 시가보다 30% 이하 또는 3억원 이하로 싸게 팔았다면 ‘편법 증여’가 아닌 ‘정상 거래’로 간주한다. ‘30%’와 ‘3억원’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A씨의 경우 직거래 상한액은 12억원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집값 하락세가 가팔라질수록 증여성 직거래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특히 증여세율이 40%에 달하는 10억원 초과 주택 소유자가 증여보단 직거래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