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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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아파트값이 조정을 받고 있습니다. 얼마나 떨어질지, 언제가 바닥일지 전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아파트 가격 급락도 문제이지만 거래가 사실상 끊긴 게 더 큰 문제로 여기고 있습니다. 거래절벽이 부동산 산업 생태계의 기반을 위태롭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신문 건설부동산부에서 추석 연휴를 맞아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묻는 설문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전문가 1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다수의 전문가가 앞으로 집값이 10% 이상 떨어지고 저점은 내년 2분기 이후로 내다 봤습니다.

정부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부동산 가격 하락 안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하향 안정화 기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냐'는 질의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하향안정화가 상당 기간 지속돼 안착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원 장관은 또 "소득 대비 집값(PIR)이 너무 높다. 서울은 18배까지 나와 금융위기 전 8배, 또는 금융위기 이후의 10배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집값 목표에 대해 "조금씩 하향시키며 안정화 추세로 가야 한다. 서민의 주거 안정 도모가 정책 목표"라고 밝혔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급등한 상태지만 하루 아침에 되돌리려면 교란이 일어난다며 점진적인 하락이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10% 하락을 언급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나 KB부동산이 매주 밝히는 주간 시세와 체감하는 동네 아파트값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급매가 매매됐을 때 체감으로 느끼는 하락은 주간 시황보다 훨씬 클 수 있습니다. 아파트값 10% 하락이라는 것도 실제 상황과 괴리가 클 수 있습니다.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는 최근 6억5000만원 폭락해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최고 27억원에 거래됐던 게 최근 20억5000만원에 손바뀜했기 때문입니다. 약 25% 하락한 셈입니다. 잠실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이라는 규제로 아파트 매매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지난 5년간 아파트값이 급등한 데 따른 피로감과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이 맞물려 올들어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우리도 기준 금리 인상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파트 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빠질 수 있어 관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지난해까지 월별로 1만건을 웃돌았지만 올들어서는 1000건 아래까지 떨어졌습니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 각종 부작용이 켜켜이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장 동네 중개업소가 폐업 위기에 내몰립니다. 분양받았거나 직장 때문에 이사를 해야 하는 사람도 집이 팔리지 않으면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 아파트 입주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매매시장이 돌아가지 않으면서 분양시장도 찬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주택 시장이 가격 급락발 충격으로 혼란스럽습니다. 정책 당국이 가격 하락을 용인하더라도 거래 절벽만은 막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