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환경 악화·입지 및 가격 리스크에 '마피'"
16일 서울시 송파구 오금동 일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오금동에 지어지는 '송파더플래티넘' 분양권 가격이 분양가보다 더 낮게 책정됐다. 이 단지 전용 65㎡ 분양권은 최근 14억2260만원에 매물로 등록됐다. 초급매물이다. 분양가 14억7260만원보다 5000만원 내린 가격이다.
이 단지는 분양 당시 서울에서 공급된 아파트 가운데 분양가가 두 번째로 비싸다는 평가가 있었다. 분양가는 3.3㎡당 5200만원으로, 지난해 6월 공급된 서초구 반포동 ‘반포 래미안 원베일리’(5273만원)보다 수십만원 낮았다.
이번 매물은 집주인이 급한 사정에 의해 내놓은 물건으로 알려졌다. 송파구 오금동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집주인이 사업자금이 급해 분양가보다도 더 낮은 가격에 내놓았다"며 "이 매물뿐만 아니라 다른 매물들 역시 분양 당시 붙었던 웃돈(프리미엄)이 많이 빠진 상황"이라고 했다. 수도권에서도 마피 매물이 거래됐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에 들어서는 '주안파크자이더플래티넘' 전용 59㎡ 분양권은 최근 분양가보다 수천만원 내린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미추홀구 주안동 '주안파크자이 더 플래티넘' 전용 59㎡ 분양권은 지난 7일 4억1301만원(8층)에 거래됐다. 이 단지 모집공고에 따르면 해당 면적대 6~9층 분양가는 4억2350만원이다. 분양가보다 약 1000만원 낮은 가격에 거래가 됐다.
주안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해당 거래건 말고도 분양가보다 2000만원가량 더 낮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진 매물이 있는 것으로 안다.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며 "특히 전용 59㎡에서 웃돈이 200만~500만원으로 형성된 매물이 많은데, 이런 매물은 집주인과 조정하면 '마피'로 살 수 있는 것들"이라고 귀띔했다.
마피는 아니더라도 수도권 전반적으로 분양권 가격은 하락하고 있다. 경기도 여주시 교동에 들어서는 ‘여주역 금호어울림 베르티스’ 전용 84㎡ 분양권은 이달 들어 11건 거래됐는데, 3억5000만~3억9000만원대로 손바뀜했다. 지난해 4억원 중반대까지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가격이 크게 내린 것이다.
교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하면 웃돈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무피까진 아니더라도 1000만~2000만원 웃돈 수준에 거래되는 물건들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집값 하락, 금리 인상 등 영향과 단지가 가진 입지나 가격 측면의 요인이 분양권 가격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진단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마피 등이 형성된 곳을 보면 분양 당시 분양가 높거나 혹은 입지가 조금 부진한 곳들이 대부분"이라며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 등이 부동산 시장 전반에 확산한 상황에서 단지별 위험이 부각되면서 마피가 형성된 것"이라고 봤다.
분양권 가격 하락으로 무주택자 입장에선 '내 집 마련' 기회가 더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무주택자 입장에선 공급 측면의 시장 참여자들이 경쟁하는 구도가 '내 집 마련'에 있어서는 가장 좋은 시기"라며 "분양권 가격이 내린다면 청약과 비교해 어떤 선택지가 나은지 판단해보고 더 이득이 되는 쪽을 선택하면 그만"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수도권 분양권 거래량은 크게 줄었다. 먼저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역대 최저 수준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과 이달 서울에서 이뤄진 분양권 거래 건수는 0건이다. 하반기(7월 이후) 들어서는 총 3건에 불과하다. 경기도에서도 비슷하다. 경기도 부동산포털에 따르면 하반기 경기도 내에서 거래된 분양권은 총 129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48건을 밑돌고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