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위험이 불거지면서 금융회사들은 앞다퉈 건설사의 사업 위험도 재평가 작업에 나서고 있다. 미분양이 집중되고 있는 이른바 위험 지역을 추리고, 건설사별 위험 지역 사업장 비중을 분석하는 등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신용평가사들은 올 하반기 들어 미분양 추이, 주택 거래량,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 등을 중심으로 지역별 위험도를 분석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미분양 가구가 빠르게 늘고 청약 미달률이 높아지고 있는 대구·울산·경북·전남을 경기 저하 지역으로 분류해 위험 지역으로 판단하고 있다. 대전·부산·경기는 경기 저하 유의 지역, 인천·충북·충남·전북·경남은 모니터링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지역별 위험도를 바탕으로 신세계건설·한신공영·금호건설·대보건설 등을 지역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큰 건설사로 분류하고 있다. 위험 지역이 전체 사업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는 건설사들이다. 현대건설·DL이앤씨·롯데건설·포스코건설·태영건설·KCC건설·한화건설·호반산업·DL건설·동부건설·서희건설 등은 위험 지역과 유의 지역의 합이 30%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사들은 이들 중 특히 PF 보증 규모가 큰 태영건설·호반건설·한신공영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활황을 이루던 2020년 이후 건설사의 PF 보증 규모는 급격히 늘었다. 2010년대 이후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참여가 늘면서 건설사들이 PF 신용보강에 나서는 일이 줄었다. 위험이 공사비로 한정되는 책임준공 조건부 신용보강과 달리 직접 PF에 참여하면 공사비 이외에도 토지비, 금융비, 기타 사업비로 익스포저가 크게 확대된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 호조를 계기로 전반적인 PF 규모가 늘어난 데다 단순 시공이 아니라 개발에까지 참여하는 건설사가 많아지면서 절대적인 PF 보증 규모가 커졌다”며 “PF 보증 규모가 큰 건설사는 부동산 경기에 실적이나 재무안정성이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정 사업장은 향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말 11조8000억원 수준이던 건설사의 PF 보증 규모는 올 상반기 말엔 18조1000억원으로 치솟아 2년 반 새 53.38% 급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건설사 대출이 많은 상황에서 건설사의 신용 위험이 커지고 유동성 이슈가 불거지면 여신 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출 증가액을 조정하는 여신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현재 ‘중립’인 건설산업의 신용 전망을 ‘비우호적’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