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C 노선을 포함해 정부가 2016년 발표한 ‘3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 사업의 90%가량(사업비 기준)이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첫 삽도 뜨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성 점검 없이 선거를 의식해 무리하게 끼워 넣은 선심성 철도 건설 약속이 공수표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경제신문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국가 철도망 계획 진행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차 국가 철도망 계획에 포함된 신규 사업 36개 중 29개가 착공조차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비(2016년 발표 당시 기준)로 따지면 총 50조8464억원 중 87%인 44조3943억원에 해당하는 사업이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거나 집행하지 않은 상황이다. 전체 사업 중 13%(6조4910억원)는 사업 첫 단계인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가 5년마다 발표하는 국가 철도망 계획은 향후 10년간(3차는 2016~2025년)의 신규 철도 노선 계획을 담은 청사진이다. 이 계획에 포함되지 않으면 사업을 추진할 수 없다. 정부는 작년 7월 GTX-D 노선 등이 들어간 4차 국가 철도망 계획을 발표했다.

3차 철도망 계획 중 주요 미착공 노선은 수도권 교통 혼잡을 해소하기 위해 계획한 GTX-B·C와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 원종홍대선(현 대장홍대선), 일산선 연장, 위례과천선 등이다. 이들 노선은 철도망 계획 발표 이후 ‘교통 호재’가 부각돼 해당 지역 집값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국토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속도전’을 지시한 GTX-B·C 노선의 조기 개통을 공언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GTX-E·F 노선 조기 신설을 위해 2026년 내놓을 예정이던 5차 국가 철도망 계획을 2년 앞당겨 2024년에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목표”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는 “수조원이 투입되는 철도망 계획의 이행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