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세가 사라지다 보니 불가피하게 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집 주인들이 하나 둘 씩 '급매' 혹은 '급급매'를 내놓기 시작했고, 불과 몇 개월 새 집 값이 수 억원씩 하락한 사례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까지 집 값 상승세가 크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은 최고점에 비해 20~30%씩 하락하면서 서울 집 값 하락세를 이끌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여파로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셋값은 역대급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0월 셋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28%, 전셋값은 0.31% 떨어졌습니다. 둘 다 2012년 5월 한국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큰 낙폭입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추가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경기 하락이 심화할 것이라는 시장 우려가 매수 관망세로 이어지고 있다”며 “전세 시장도 신규 수요가 감소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매매 가격과 전셋값 동반 하락은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보다 0.35%, 전셋값은 0.41% 하락했습니다. 지방 아파트 매매 가격과 전셋값 변동률은 각각 -0.21%, -0.22%를 나타냈습니다.
20~30대 젊은 수요자들이 금융권 대출을 통해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노도강 지역엔 고점보다 수 억원씩 가격이 내려 거래된 아파트들이 줄 잇고 있습니다. 노원구 상계동에 있는 상계우방유쉘(전용면적 84㎡ 기준·18층)은 지난달 13일 5억9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8월 중순에 나온 최고가(16층·8억5000만원)보다 2억6000만원 떨어진 가격입니다.
같은 지역에 있는 상계주공12단지(전용면적 66㎡·15층)도 지난달 중순에 5억98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5월 8억4000만원(11층)보다 2억4200만원 내렸습니다. 도봉구 창동에 있는 주공19단지(전용면적 60㎡ 기준·5층)는 이달 4일 6억6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올 3월 최고가였던 9억9800만원(10층)에 비해 3억3800만원 떨어졌습니다.
서울 강북권의 인기 지역인 마포 아파트 가격은 최근 주택 시장의 가장 큰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마포구 염리동에 있는 염리삼성래미안(전용면적 84㎡·16층)이 지난달 말 8억원에 거래된 게 알려지면서입니다. 지난해 9월 15억4500만원(8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반 토막이 난 셈입니다.
입지도 좋고 인기가 많은 마포 지역 아파트 단지가 반 토막 나니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들과 입주민들, 각종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사이엔 각종 추측이 난무했습니다. 특수 거래이거나 비정상적인 거래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럼 언제까지 이같은 주택 시장 냉각기가 이어질까요. 당분간 미국 중앙은행(Fed)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집 값 하락세도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해외 주요 국가들도 예상보다 가파른 금리 인상 탓에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띠고 있습니다.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의 '도미노 침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국토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이 평균 50% 올랐다가 6%가량 내렸다"며 "50% 오른 가격이 6% 내린 게 폭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원 장관은 "현재 매도인들의 호가도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고, 시장의 가격 조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라면서 "특정 국면으로 단정 짓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원 장관은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는 "(주택) 가격이 너무 높아 상당 기간 하향 안정세가 유지될 필요가 있으며, 정부는 경착륙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만 관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의 생각도 원 장관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듯 합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DNA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동산 정책 관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집값이 적정하다'는 응답은 12.0%에 그쳤습니다. '너무 내렸다'는 9.1%, '아직도 거품이 끼어 있어 비싸다'는 응답이 76.1%에 달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