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2조원에 4000가구 규모의 울산 재개발사업 시공사 선정에 건설회사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입찰이 유찰됐다. 심각한 자금 경색을 겪고 있는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주택정비업계에 따르면 울산 교동 B04구역 재개발조합의 시공사 선정 2차 입찰 마감일인 이날까지 보증금 300억원을 납부한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울산 중구 교동 190의 4 일대를 재개발해 총 4080가구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조합원 물량(1035가구)과 임대 가구(206가구)를 뺀 일반분양이 2839가구에 달해 상대적으로 안정적 사업장으로 꼽힌다. 최고 지상 29층 아파트 55개 동과 부대시설 공사비 1조2000억원 등 총 사업비가 2조원이 넘는 대형사업이다.

몇 달 전까지 국내 시공능력평가 1, 2위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현수막을 내걸고 수주전을 벌였으나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PF 시장이 마비에 빠지는 등 대외적 여건을 고려해 수주전 참여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들어서도 시장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가운데 주택 경기가 악화되고 미분양 주택이 쌓이는 상황 역시 건설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최근 들어 사업 리스크가 높아져 사업 조건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재건축·재개발 수주 기피는 올해 초부터 계속되고 있다. 올 초반엔 건설 인건비·원자재 등 치솟은 원가로 공사 단가가 맞지 않아 수주전에서 발을 뺐으나 최근엔 시장 침체와 금융여건 악화 등으로 정비사업 수주에 신중한 모습이다.

한남2구역 등 극소수 사업장을 제외한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시공사를 선정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방배역 바로 옆 방배신동아 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시공사 선정을 시도했으나 경쟁 입찰이 불발돼 다음달 다시 입찰을 진행한다.

경기 성남시의 4183가구 규모 대형 재개발 사업지인 신흥1구역도 공사비 문제 등으로 세 차례나 시공사 선정에 실패한 뒤 지난달 GS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아직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핵심 재개발사업에도 대형 건설사의 참여가 저조하다”며 “단독 수의 계약할 수 있는 사업 중심으로 수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