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공포' 지방 단지…위약금 물고 입주자 모집 취소
미분양과 낮은 계약률에 입주자 모집을 취소한 뒤 위약금을 물고 계약을 해지하는 건설사까지 나오고 있다. ‘미분양 마케팅’에 자금을 쏟아붓기보다 완공 후 시장 상황이 개선되면 재분양하겠다는 계획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전남 광양시 ‘더샵 라크포엠’(투시도)의 시행사는 계약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입주자 모집 취소 및 분양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알렸다. 분양시장 침체에 따라 계약률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9층, 9개 동, 총 920가구(전용면적 84~159㎡) 규모다.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3억5440만~4억5290만원이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 단지는 지난 10월 청약을 접수했지만, 일반공급 총 898가구 모집에 530명이 신청해 미달됐다. 이어진 실계약률마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금리와 지역 내 신규 아파트 공급 과잉이 분양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광양시의 미분양 물량은 10월 기준 1244가구에 달한다. 지난 6월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미분양 물량이 소진되지 않고 있다.

더샵 라크포엠의 시행사인 한국자산개발은 조만간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광양시에 입주자 모집 승인 취소 신청을 할 예정이다. 취소 결정이 내려질 경우 계약자들이 이미 납부한 계약금 1000만원을 환불하고 위약금 1000만원을 추가로 지급할 방침이다. 입주자 모집이 취소되면 이미 청약통장을 사용한 계약자도 통장을 다시 이용할 수 있다.

한국자산개발 관계자는 “미분양이 많이 발생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계약을 유도하기 위한 마케팅을 지속하기에는 인력, 광고 등에 쓰이는 비용 부담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는 시점에 다시 공급하면 분양 성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자산개발은 당초 계획대로 2025년 11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