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뉴스1
서울 아파트값이 30주 연속 하락하며 낙폭을 키우는 가운데 증여성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2월 셋째 주(19일) 전국 아파트값은 0.73% 하락했다. 서울은 0.72% 내리며 30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고 인천과 경기도 각각 1.12%, 0.96% 떨어졌다.

하락 거래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15일 서울 노원구 월계동 '삼호3차' 전용 59㎡는 5억1000만원(9층)에 매매됐다. 지난해 9월 9억8000만원에 비해 4억7000만원 내렸는데, 지난 11월에 체결된 7억원(8층)과 비교해도 한 달 만에 2억원 가까이 급락했다.

이 아파트 같은 면적의 호가는 6억9000만원부터 시작된다. 직전 달 실거래가는 물론 호가보다도 1억9000만원 낮은 가격에 중개거래가 이뤄지면서 화제가 됐다. 다만 일선 중개사무소들에서는 증여 등 특수거래 성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계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지인 간에 이뤄진 거래"라며 "직거래해야 하는데, 중개업소가 대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어느 곳에서 대서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중개업소가 직접 중개하지 않은 매물의 거래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변호사법과 행정사법 위반으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집값이 하락을 거듭하면서 증여로 추정되는 직거래도 증가하는 추세다. 조사기간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체결된 43건의 거래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건은 직거래로 나타났다. 성북구의 경우 한 주 동안 체결된 4건의 거래 가운데 3건이 직거래였다.

세법에 따르면 시세와 거래가의 차액이 최대 3억원, 또는 30%까지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에 집값 하락기에 증여하면 과세기준금액이 낮아져 상승기 때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직거래가 아닌 중개거래도 하락 거래가 이어졌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84㎡는 지난 14일 19억8000만원(4층)에 매매되며 지난달 19억7500만원(15층) 이후 20억원대로 반등한 지 한 달 만에 20억원 아래로 내려왔다.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1단지' 전용 41㎡도 지난 13일 4억원(9층)에 팔려 2년 반 전인 2020년 6월 가격으로 돌아갔다.

자치구별로는 노원구가 1.34%, 도봉구가 1.26%, 성북구가 1.03% 하락하며 1% 넘는 낙폭을 기록했다. 강북구(-0.96%), 동대문구(-0.93%), 중구(-0.88%), 서대문구(-0.86%), 중랑구(-0.82%) 등이 뒤따랐다. 인천은 연수구(-1.4%), 남동구(-1.35%) 등의 낙폭이 컸고 경기에서는 양주시(-1.92%), 의정부시(-1.76%) 등에서 매물 적체와 입주물량 영향에 하락했다.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9% 내리며 전주 대비 하락 폭이 확대됐다. 서울은 전세매물 적체가 지속되면서 1.13% 하락했고 인천과 경기도 각각 1.26%, 1.22%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추가 하락 우려에 따라 매수 문의가 급감하고 급매 물건만 간헐적으로 거래되면서 매매가 하락폭이 확대됐다"며 "전세의 경우 겨울방학 이주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적체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입주물량 영향이 있는 지역과 대단지 위주로 매물가격이 거듭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