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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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민영아파트 신규 분양 물량이 27만2800여 가구로 지난해보다 14.6% 줄어들 전망이다.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부담과 미분양 누적 등을 우려한 건설사가 공급 물량을 줄이거나 사업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증가와 공급 물량 감소로 분양시장에 한파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신문이 부동산 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와 시공능력평가 300위 내 건설사를 대상으로 올해 분양 계획을 조사한 결과, 53개 업체가 352개 단지에서 총 27만2867가구(민간 임대 포함, 오피스텔 제외)를 공급할 예정이다. 신규 물량이 30만 가구를 밑도는 건 2019년(29만900여 가구) 이후 4년 만이다. 조사 대상자의 83%인 247개 건설사는 미정이라고 답해 올해 분양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다만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지난해 분양하려다 일정이 미뤄진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연내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커져 서울 분양시장에 대한 관심이 몰릴 것으로 보인다.

4년여 만에 가장 적은 27만 가구 공급

건설사들은 통상 새해 사업 계획을 공격적으로 잡는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1년 전인 2022년 초 조사 때 연간 공급 계획이 49만6500가구에 달했다. 이 중 실제 공급된 주택 수는 31만8355가구였다. 하지만 올해는 새해 계획부터 27만여 가구로 4년 만에 가장 적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올해 주택시장에 대한 건설사의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올해 27만여 가구 분양…"시장 한파에 공급 감소"
권역별로 보면 수도권이 13만5088가구로 가장 많다. 지방의 경우 광역시와 중소도시에서 각각 5만7380가구, 6만9356가구가 나온다. 지난해에 비해 올해 계획 물량이 크게 줄어드는 곳은 지방 중소도시다. 지난해(11만7150가구)에 비해 41% 줄어들 것으로 집계됐다.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는 각각 5.6%, 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폭탄’으로 미분양이 속출했던 대구와 수도권에서 집값 낙폭이 가장 거셌던 인천은 올해 주택 공급량을 크게 조절하는 분위기다. 올해 대구 물량은 9005가구로, 1만 가구에 못 미친다. 지난해 공급 실적(1만4947가구)과 비교하면 39.7%나 감소한 셈이다. 권 팀장은 “대구는 미분양에 입주 리스크까지 불거져 당분간 청약 시장의 부진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인천은 지난해(3만5782가구)보다 43% 줄어든 2만393가구가 나올 예정이다.

정비사업 10대 건설사 물량은 증가

올해 27만여 가구 분양…"시장 한파에 공급 감소"
17개 시·도 중 지난해 공급 실적보다 올해 분양물량이 더 늘어나는 곳은 서울·부산·광주다. 서울은 올해 3만3835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전년 공급 실적(2만6347가구)에 비해 28.4% 증가한 수준이다. 부산은 전년 공급 실적(1만5483가구)보다 67.4% 불어난 2만5921가구가 쏟아진다. 서울과 부산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비중이 높은 편이다. 서울은 전체 물량의 75.5%인 2만5541가구(31개 단지), 부산은 47.8%인 1만2402가구(11개 단지)가 재건축·재개발지에서 나온다. 신축 아파트 공급이 적었던 광주도 전년(3866가구)보다 89.3% 급증한 7321가구가 공급된다.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대형 건설사 물량이 늘어나는 점도 관심이다. 지난해 10대 건설사가 국내에 공급한 주택 수는 12만1708가구였다. 올해는 16만9289가구로 16.9% 증가할 전망이다. 10대 건설사가 최근 몇 년간 재건축·재개발로 수주한 단지의 분양 시기가 속속 도래하고 있어서다. 권 팀장은 “새해에는 정부가 서울, 경기 일부에 남아있던 규제지역을 풀 것으로 예상돼 청약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면서도 “치솟는 금리 부담에 예비 청약자들이 적극적으로 분양에 나설지는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특급 입지 유망단지 관심 가져볼 만

지난해 분양가상한제 완화 기대를 걸고 공급 시기를 뒤로 늦췄다가 해를 넘긴 정비 사업지가 적지 않다. 하지만 올해는 조합(혹은 시행사)이 가파르게 오르는 사업비 조달 금리 부담에 서둘러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서울 강남권 핵심 입지뿐 아니라 교통과 학군 등 정주 여건을 잘 갖춘 곳이 속속 분양 대열에 합류한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강남구 대치구마을 3지구에 들어서는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현대건설)과 청담동 청담삼익 재건축(롯데건설), 서초구 방배동 방배삼익 재건축(DL이앤씨)과 방배6구역(삼성물산),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삼성물산),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올해 분양을 앞두고 있다.

강북에서는 동대문구 이문1구역(삼성물산), 이문3구역(HDC현대산업개발·GS건설), 휘경동 휘경3구역 휘경자이디센시아(GS건설),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디그니티(GS건설) 등이 관심 단지로 꼽힌다.
올해 27만여 가구 분양…"시장 한파에 공급 감소"
경기권에서는 단지 규모와 입지 등을 고려할 때 광명시 광명동 베르몬트로 광명(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 의왕시 내손동 의왕내손라구역(대우건설·GS건설·롯데건설). 구리시 수택동 구리수택E구역(DL이앤씨·GS건설·SK에코플랜트) 등을 주목해 볼 만하다.

10대 건설사의 프리미엄 브랜드는 서울 강남권에서 부산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SK에코플랜트가 부산 수영구 광안동 광안2구역에서 프리미엄 주택 브랜드 ‘드파인’을 선보인다. 지방에서 드파인 브랜드로 짓는 첫 단지다. 부산 남구 대연동 대연4구역은 대우건설의 ‘더비치푸르지오써밋’이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인접한 대연3구역은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새 주택 브랜드 ‘디아이엘’로 분양시장에 도전장을 낸다. 광주 북구 운암동 그랑자이포레나(GS건설·한화건설), 대전 서구 관저동 계백지구(대우건설) 등도 지역 내 실수요자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