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 전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경기도 시흥시 배곧신도시 전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전국 집값 상승률 2위를 기록했던 시흥 집값이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집값이 최고점의 반토막으로 내려오면서 신도시나 택지지구의 새 아파트를 중심으로 급증했던 '10억 클럽'도 대부분 사라졌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배곧신도시가 자리한 시흥 배곧동의 '시흥배곧C1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 84㎡가 지난 16일 5억원(17층)에 팔렸다.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집값 상승기이던 2021년 7월 10억원(19층)에 거래된 바 있다. 2년 반 만에 집값이 최고가의 절반으로 내려왔다.

인근의 '호반센트로하임' 전용 84㎡도 지난 6일 4억5000만원에 매매됐다. 2021년 7월 기록한 최고가 8억6500만원(29층)에 비해 47% 하락한 가격이다. '시흥배곧중흥S클래스' 전용 84㎡도 지난달 4억5000만원(5층)에 손바뀜되며 최고가 대비 48% 하락했고 '시흥배곧신도시호반베르디움센트럴파크' 전용 84㎡도 최고가 대비 46% 내린 4억8000만원(4층)에 지난달 거래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시흥 집값은 2021년 37% 상승했지만, 지난해에는 12.67% 하락했다. 경기도 평균인 9.63% 하락을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배곧 신도시와 시흥시청이 있는 장현지구 등 주요 지역에 하락세가 집중돼 개별 아파트에서는 40%대에 달하는 낙폭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집값 상승기 랠리 펼쳤던 시흥…하락기엔 '반토막' 증가

장현지구 장곡동의 '숲속마을 2단지' 전용 59㎡는 지난달 최고가 대비 49.3% 하락한 2억원(13층)에 거래됐다. 인근 능곡동 '시흥능곡신안인스빌' 전용 84㎡도 지난 11일 최고가 대비 43% 내린 3억8000만원(1층)에 팔렸다.

시흥의 또 다른 주요 지역인 은계지구 집값도 최고가에 비해 40% 하락했다. 은행동 '시흥은계우미린더퍼스트' 전용 115㎡는 지난달 최고가 대비 40% 하락한 6억원(1층)에 매매됐다. '시흥은계한양수자인' 전용 84㎡도 40% 하락한 4억9500만원(4층)에 지난 12일 팔렸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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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이 절반 수준까지 낮아지며 10억 클럽도 줄줄이 탈락했다. 집값 상승기에는 시흥 아파트 단지 9곳이 실거래가 10억원을 넘었다. 이 가운데 시흥배곧C1호반써밋플레이스를 비롯한 배곧신도시 아파트가 5곳을 차지했다. 현재는 대부분 아파트 단지가 10억 클럽 타이틀을 반납했다. 단지 내 가구 수가 10가구도 되지 않아 거래가 발생하기 어려운 펜트하우스 2곳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역 내에서는 코로나19로 높아진 유동성이 몰려들며 형성됐던 거품이 대부분 걷혔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곧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코로나19가 국내에 퍼지기 시작한 게 2020년 2월인데, 시흥배곧C1호반써밋플레이스의 경우 당시 매매가가 5억6000만원(13층)으로 지금보다 높다"며 "규제지역도 풀렸으니 악재가 더해지지 않는 한 추가 하락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이전보다 저렴해져…지역선 "거품 걷혔다"

배곧의 경우 악재가 더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 한국전력공사가 시행 중인 시흥-인천 전력구 공사가 그것이다. 한전은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전력을 추가 공급하기 위해 시흥변전소부터 신송도변전소까지 7.2㎞를 연결하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초고압 송전선로가 배곧동 중심부를 관통하게 된다. 이 중개사는 "갑자기 발밑에 초고압 송전선을 매립한다는데 누가 반기겠느냐"며 "집값에 영향을 줄 이슈는 이것 정도"라고 말했다.
시흥 배곧신도시 아파트 전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시흥 배곧신도시 아파트 전경.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장현지구 개업중개사도 "이 일대 대장 아파트는 능곡동 '우남퍼스트빌1차'와 '제일풍경채센텀'"이라며 "이들 아파트 낙폭은 최고가 대비 20~30%에 그쳤다. 시장에 공포가 걷히면 일대 아파트들이 대장 아파트를 기준으로 키 맞추기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통 호재를 기다리는 지역도 있다. 목감지구 개업중개사는 "일대 집값이 30%대 하락했는데, 지금이 낮은 수준"이라며 "2025년이면 목감을 거쳐 여의도로 가는 신안산선이 개통한다. 지선이 아닌 본선이고 여의도까지 20분이면 가기에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거래량은 다시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시흥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9월 159건에서 10월 166건, 11월 166건, 12월 199건으로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는 85건이 등록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엔 이르다고 평가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가 계속되는 가운데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지금은 금리가 중요하고, 규제 완화나 교통 호재 등의 기대효과는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