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이 매달 돈 준다는데 눌러 살까요?"…역월세 '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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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못 돌려주는 집주인 "월세로 드릴게요"
전문가들 "세입자, 역월세 제안 안 받는 게 유리"
전문가들 "세입자, 역월세 제안 안 받는 게 유리"
#. 서울시 강서구에 사는 박모씨(42)는 최근 다른 곳으로 이사를 계획하던 중 집주인으로부터 역월세를 준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2년 전 현재 사는 A 아파트에 전세보증금 6억원에 2년간의 전세 계약을 체결했지만, 최근 전셋값이 수천만원 하락했다.
박씨는 "집주인이 당장 내줄 돈이 없다면서 되려 월세를 주겠다고 했다"며 "부동산 중개업소에 물어보니 최근 이런 사례가 꽤 많다고 하더라. 월세를 받으며 살지 더 낮은 전세보증금이 있는 집을 찾을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전셋값도 동반 약세를 보인 가운데 시장에 역(逆)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심지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되레 돈을 준다는 역(逆)월세도 심심찮게 보인다.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고점에 계약을 맺은 집주인이 차액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나면서 세입자들이 기존 집에 머무를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할지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8일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서울 25개구 가운데 최근 3개월 동안 역전세가 가장 많이 거래된 곳은 송파구로 502건이었다.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개별 단지로 보면 더욱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최근 8억7000만~10억원에 전세 계약이 맺어졌다. 인근 부동산 공인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현재 이 단지 전셋값은 8억원 중후반에 형성돼 있다. 2년 전 10억~12억원에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4억원가량 하락한 셈이다. 이사를 해야겠다는 세입자에게 집주인들이 당장 전셋값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집주인들은 낮아진 전셋값만큼 이자를 계산해 세입자들에게 월세를 주는 '역월세'를 제안하고 있다. 세입자를 붙잡기 위해서다.
재계약이 끝나면 세입자는 원래의 보증금을 받고 나가야 하는 만큼 계약서를 다시 쓸 때 종전의 전세보증금은 유지한다. 대신 해당 지역 시세를 반영해 월에 일정 금액을 집주인이 세입자한테 지급한다는 특약을 넣는다.
가락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역월세까지도 꽤 많이 보인다"며 "'헬리오시티' 내에서도 이런 역월세 계약이 맺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단지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학생, 사회초년생들이 거주하는 빌라(연립·다가구)와 오피스텔 등도 전셋값 하락을 피하지 못해 역월세를 제안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별다른 의심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화곡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일부 집주인들은 당장 보증금을 빼주기 어려우니 역으로 월세를 준다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년생들이 당장 현금이 들어온다고 생각해 별 의심 없이 집주인 제안을 수락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세입자가 제때 보증금을 못 받는 상황이 잦아지자 최근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나서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들라고 권고하기도 한다. 동작구 흑석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세 계약이 만료되기 1년 전까지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연 200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계약 만기 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은 없기 때문에 가입을 권하고 있다. 꽤 많은 세입자가 보험에 가입한다"고 귀띔했다.
세입자는 집주인들이 제안하는 '역월세'를 받아들이는 게 유리할까.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역월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낫다고 입을 모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내 집 마련' 관점에서 본다면 큰 돈을 집에 묶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보증금이 적은 월세 혹은 더 가격이 낮은 전셋집으로 옮기고 급매나 급급매 성격의 매물에 눈을 돌려 집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세입자 본인 자금으로 전셋값을 충당했다면 더 가격이 낮은 집에 들어가 남은 전셋값은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굴리는 게 낫다. 은행에서 대부분 빌렸더라도 더 낮은 가격의 전셋집으로 들어가는 게 이자 측면에서도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전셋값은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30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96% 하락했다. 전주(-1.01%)에 이어 2주 연속 내렸지만, 낙폭은 완화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대부분이 하락 폭이 줄어들었고 강남구, 동작구 등 공급 물량이 집중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뛰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박씨는 "집주인이 당장 내줄 돈이 없다면서 되려 월세를 주겠다고 했다"며 "부동산 중개업소에 물어보니 최근 이런 사례가 꽤 많다고 하더라. 월세를 받으며 살지 더 낮은 전세보증금이 있는 집을 찾을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집값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전셋값도 동반 약세를 보인 가운데 시장에 역(逆)전세난이 심화하고 있다. 심지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되레 돈을 준다는 역(逆)월세도 심심찮게 보인다.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지만 고점에 계약을 맺은 집주인이 차액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나면서 세입자들이 기존 집에 머무를지,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할지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8일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프로그램) 호갱노노에 따르면 서울 25개구 가운데 최근 3개월 동안 역전세가 가장 많이 거래된 곳은 송파구로 502건이었다. 전셋값이 하락한 것은 개별 단지로 보면 더욱 뚜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최근 8억7000만~10억원에 전세 계약이 맺어졌다. 인근 부동산 공인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현재 이 단지 전셋값은 8억원 중후반에 형성돼 있다. 2년 전 10억~12억원에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적게는 2억원에서 많게는 4억원가량 하락한 셈이다. 이사를 해야겠다는 세입자에게 집주인들이 당장 전셋값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집주인들은 낮아진 전셋값만큼 이자를 계산해 세입자들에게 월세를 주는 '역월세'를 제안하고 있다. 세입자를 붙잡기 위해서다.
재계약이 끝나면 세입자는 원래의 보증금을 받고 나가야 하는 만큼 계약서를 다시 쓸 때 종전의 전세보증금은 유지한다. 대신 해당 지역 시세를 반영해 월에 일정 금액을 집주인이 세입자한테 지급한다는 특약을 넣는다.
가락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역월세까지도 꽤 많이 보인다"며 "'헬리오시티' 내에서도 이런 역월세 계약이 맺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단지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학생, 사회초년생들이 거주하는 빌라(연립·다가구)와 오피스텔 등도 전셋값 하락을 피하지 못해 역월세를 제안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별다른 의심 없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화곡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일부 집주인들은 당장 보증금을 빼주기 어려우니 역으로 월세를 준다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년생들이 당장 현금이 들어온다고 생각해 별 의심 없이 집주인 제안을 수락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세입자가 제때 보증금을 못 받는 상황이 잦아지자 최근엔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나서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들라고 권고하기도 한다. 동작구 흑석동 D 공인 중개 관계자는 "전세 계약이 만료되기 1년 전까지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며 "연 200만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지만 계약 만기 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은 없기 때문에 가입을 권하고 있다. 꽤 많은 세입자가 보험에 가입한다"고 귀띔했다.
세입자는 집주인들이 제안하는 '역월세'를 받아들이는 게 유리할까.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역월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낫다고 입을 모은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내 집 마련' 관점에서 본다면 큰 돈을 집에 묶어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보증금이 적은 월세 혹은 더 가격이 낮은 전셋집으로 옮기고 급매나 급급매 성격의 매물에 눈을 돌려 집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세입자 본인 자금으로 전셋값을 충당했다면 더 가격이 낮은 집에 들어가 남은 전셋값은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굴리는 게 낫다. 은행에서 대부분 빌렸더라도 더 낮은 가격의 전셋집으로 들어가는 게 이자 측면에서도 부담이 덜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 전셋값은 낙폭을 줄여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마지막 주(30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96% 하락했다. 전주(-1.01%)에 이어 2주 연속 내렸지만, 낙폭은 완화했다. 서울 25개 자치구 대부분이 하락 폭이 줄어들었고 강남구, 동작구 등 공급 물량이 집중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뛰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