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넘던 아파트가 1년 만에…" 양천구 집주인들 '발칵'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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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 다 풀어도 5억4000만원 '뚝'
거래 회복이냐, 둔화 장기화냐 의견 분분
목동 집값 심리적 저항선 10억원 무너지기도
“금리 향방, 정책 효과 좀 더 두고봐야”
거래 회복이냐, 둔화 장기화냐 의견 분분
목동 집값 심리적 저항선 10억원 무너지기도
“금리 향방, 정책 효과 좀 더 두고봐야”
“집값 낙폭이 줄어드는 것 같다가 다시 저가 급매물이 나오기도 하고 좀체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공인중개사 관계자)
최근 주택 시장을 두고 실수요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집값 바닥이 어디인지, 부동산 회복 시점은 언제인지, 금리 여파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등을 두고 의견들이 제 각각으로 나뉘고 있어서 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조차도 각기 다른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연내 금리 인상 국면이 마무리되고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로 거래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과 경기 둔화 우려와 집값 하락 가능성이 쉽게 사라지기 어려워 당분간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 등입니다.
일각에선 주택 거래량이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7개월 만에 1000건을 돌파한 게 대표적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1000건을 넘겼습니다.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사들은 "직전 거래 가격보다 수 억원씩 가격이 떨어져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올 들어서 쌓였던 급매물이 조금씩 소화되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영향이라고 보는 해석이 많습니다. 정부는 지난달 3일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4개 구만 남겨 놓고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과 규제 지역을 전면 해제했습니다.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를 분양 받을 때 최대 5년간 거주해야 하는 실거주 의무도 폐지하고, 분양가 12억원까지만 가능했던 중도금 대출도 분양가와 관계없이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분양 아파트 전매 제한 기간도 대폭 줄였습니다.
지난달 30일엔 9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5억원까지 대출해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되면서 이달 주택 거래량이 더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1·3 부동산 대책’이 벌써 약발이 끝났다는 말도 있습니다. 올 들어 둔화하던 전국 아파트값 낙폭이 6주 만에 다시 커졌기 때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2월 첫째 주(지난 6일 기준) 전국 아파트값은 0.49% 하락해 전주(-0.38%)보다 낙폭이 커졌습니다.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도 전주 -0.25%에서 -0.31%로 6주 만에 내림세가 가팔라졌습니다. 노원구는 전주 -0.19%에서 -0.23%로, 도봉구는 -0.25%에서 -0.34%로 낙폭이 확대됐습니다. 서초구(-0.15%→-0.23%), 강남구(-0.18%→-0.19%)도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대거 풀고 대출금리가 소폭 완화되는 기조가 나타나면서 매수 문의와 거래량이 증가하는 모습"이라면서도 "매도인과 매수인 간 희망하는 가격 격차가 아직 큰 데다 급매물 위주의 하락 거래가 많아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교육 인프라가 좋은 것으로 잘 알려진 '목동 학군'의 가격 흐름에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금리 인상 국면에서 서울 양천구 신월동 아파트의 가격 하락 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직방은 전국 아파트 신저가 하락액 1위로 2021년 준공된 서울 양천구 신정동 래미안목동아델리체를 꼽았습니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84㎡기준이 지난달 17일 12억4000만원(22층)에 실거래 됐습니다. 이 단지는 2021년 11월 20일(22층)엔 17억8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금리 인상 국면에 진입하면서 집값이 5억4000만원(30.34%) 하락한 셈입니다.
2020년 준공된 서울 양천구 신월동 목동센트아이파크위브도 가격 하락 폭이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달 24일 9억500만원(전용면적 84㎡기준, 18층)에 실거래 돼 1년 전인 지난해 1월 12일 13억4000만원(11층)에 비해 4억3500만원(32.46%) 떨어졌습니다.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14단지(전용면적 55㎡기준, 12층)는 지난 4일 9억2900만원에 실거래 됐습니다. 이른바 심리적 저항선으로 불리는 10억원이 붕괴됐습니다. 이 단지가 10억원 밑으로 떨어진 건 2020년 6월 이후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불과 2개월 전인 지난해 말 12일(1층)에 10억3000만원에 실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 비춰보면 가격 하락 폭이 가파르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진 지역에선 집값 하락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금리 인상 국면 마무리 가능성,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서울 지역 규제 해제 효과 등 거시 변수와 정책 변수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집값 방향성은 당분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 거래 저해 요인이 여전해 정책 변화와 금리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당장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가격 반등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