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붉은벽돌집 지으세요"…서울 성동구가 장려하는 까닭
붉은 벽돌집이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인 서울 성수동에서 명물로 떠오르자 지방자치단체가 보존과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1980~1990년대 주택가에 많이 들어서 기성세대엔 익숙한 붉은 벽돌집은 최근 뉴트로(새로운 복고) 열풍을 타고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성수동 지하철 2호선 뚝섬역 남측 일대를 붉은 벽돌 건물 지원구역으로 신규 지정하고, 붉은 벽돌 건물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할 때 최대 2000만원을 지원한다고 15일 발표했다. 새로 지정된 곳은 왕십리로4길 일대 2만7970㎡ 구역으로 건축물 131동 가운데 71.7%인 94동이 1980년대 전후 지어진 붉은 벽돌 건물이다. 성동구는 2026년까지 총 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건물 증축 및 대수선 비용의 50% 이내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공사비를 지원한다. 디자인·건축 분야 전문가를 마을 건축가로 선정해 주민에게 붉은벽돌 건축물 컨설팅도 해줄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붉은 벽돌 건축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준수하고 건축위원회 심의에서 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건물이다. 적색, 황갈색 등 색상 점토·고령토 벽돌 외장재를 50% 이상 사용해야 하며, 붉은 벽돌과 조화를 이루는 청·회색 저채도 페인트, 자연산 목재, 석재 사용을 권장한다.

성수동에서 붉은 벽돌집이 재조명받은 것은 서울숲 일대 개발이 활성화되면서다. 붉은 벽돌집이 밀집된 서울숲 공원 북쪽편 주택가 골목이 공방과 갤러리, 카페 등으로 변신해 ‘아틀리에길’로 인기를 끌었다. 2014년엔 배우 원빈이 이곳의 건물을 매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자 성동구는 붉은 벽돌 건물을 근대 건축자산으로 보전하기로 하고 2017년 서울숲길 일대를 시범 사업지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도 지원했다.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붉은 벽돌 건물에 용적률 인센티브도 적용했다. 지원 사업은 건축주들의 큰 호응을 얻어 성수동1가의 회색과 갈색 벽돌이 섞인 3층 주택이 지상 5층 붉은 벽돌 상업건물(사진)로 신축되는 등 새롭게 단장한 붉은 벽돌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