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금리 공사비 '3대악재'…"숨만 쉬면서 버틴다" 속타는 개발업계 [김진수의 부동산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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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브릿지론 재연장 앞두고 떨고 있는 시행사
최근 부동산 개발사업자인 디벨로퍼(시행사) 모임에서 한 참가자가 "다들 숨을 잘 쉬고 계셔야 합니다"라는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안부를 물었지만, 개발업계의 현 상황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었습니다. 개발업계에 '숨만 쉬고 있다' '올해를 버텨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옵니다. 특히 개발사업 초기 브릿지론(토지비와 초기 사업비 대출) 연장을 앞둔 디벨로퍼의 심정이 타들어 가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금리 인상 속에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하반기 들어 20% 가까이 빠진 단지가 속출했습니다. 공사비 급등은 불가항력에 가까울 정도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이 국가 봉쇄 조치에 준하는 정책을 펼쳐 글로벌 공급망이 망가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연탄 등 일부 원자재가격이 급등해 시멘트 등 건설자재 가격도 뛰었습니다. 인건비 상승에 중대재해법 시행과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공사비는 30%가량 상승했습니다.
금융시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중반기쯤 은행권 및 금융기관에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옥죄기 시작했고 9월 말 레고랜드 사태로 여의도 자금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습니다. 브릿지론과 본PF 등 PF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신규 PF 조달이 막히다시피 했고, 만기가 도래한 사업장도 연장이 일시 중단됐습니다. 금융당국이 채안펀드(20조원),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프로그램(16조원), 증권금융의 증권사 유동성 지원(3조원) 등으로 급한 불을 껐습니다. 동시에 브릿지론은 시행사들이 연체 이자 등을 내면서 대부분 6개월 연장됐습니다. 브릿지론 재연장 이슈가 4월부터 다시 점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입니다. 6개월의 연장 종료시기가 도래하기 때문입니다. 한번 연장한 브릿지론을 다시 연장하거나 본PF로 전환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달라진 게 없습니다. 오히려 사업성이 더 악화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요건 완화로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외곽이나 지방은 여전히 청약 경쟁률이 낮아 건설사들이 공급을 미루는 분위기입니다. 기존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여서 분양가 책정도 쉽지 않습니다. 공사비와 금리 인상, 주변 시세 하락분을 반영하면 수익을 내는 프로젝트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추정입니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등 주거용 개발사업에 대한 신규 수주를 사실상 중단한 이유입니다.
시행사가 브릿지론 재연장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 이자 등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금력이 달리는 시행사가 태반입니다.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이 대주단으로 참여하는 본PF와 달리 브릿지론의 경우 선순위 대주단은 저축은행 캐피탈 새마을금고 신협 등 제2금융권이 많습니다. 이들 금융기관은 시행사가 연체 이자를 내지 못할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 처리해 공매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PF 금리는 여전히 높습니다. 건설사는 기존 수주 현장 정리에도 힘이 달립니다. 금융기관이 채무 재조정이나 이자 유예 조처를 해준다면 시행사가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딱한 시행사의 사정을 봐줄 리 만무합니다. 명분 없는 이자 감면 등의 조치가 업무상 배임이나 투자자 이익에 반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잇따라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 프로젝트들이 기한이익상실(EOD)이 현실화하면 시행사의 연쇄 부도가 불가피합니다. 증권사 등 후순위 금융기관과 사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한 건설사도 피해를 입습니다. 당연히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실업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크 문제는 3~4년 뒤 벌어집니다. 초기 개발 프로젝트들이 대거 부실화되면 착공과 분양 물량이 급감합니다. 주택공급 원재료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그 때는 '공급 공백'으로 다시금 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침체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금리 인상 속에 아파트 실거래가격이 하반기 들어 20% 가까이 빠진 단지가 속출했습니다. 공사비 급등은 불가항력에 가까울 정도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이 국가 봉쇄 조치에 준하는 정책을 펼쳐 글로벌 공급망이 망가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연탄 등 일부 원자재가격이 급등해 시멘트 등 건설자재 가격도 뛰었습니다. 인건비 상승에 중대재해법 시행과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공사비는 30%가량 상승했습니다.
금융시장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중반기쯤 은행권 및 금융기관에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옥죄기 시작했고 9월 말 레고랜드 사태로 여의도 자금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습니다. 브릿지론과 본PF 등 PF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신규 PF 조달이 막히다시피 했고, 만기가 도래한 사업장도 연장이 일시 중단됐습니다. 금융당국이 채안펀드(20조원),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프로그램(16조원), 증권금융의 증권사 유동성 지원(3조원) 등으로 급한 불을 껐습니다. 동시에 브릿지론은 시행사들이 연체 이자 등을 내면서 대부분 6개월 연장됐습니다. 브릿지론 재연장 이슈가 4월부터 다시 점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입니다. 6개월의 연장 종료시기가 도래하기 때문입니다. 한번 연장한 브릿지론을 다시 연장하거나 본PF로 전환해야 합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달라진 게 없습니다. 오히려 사업성이 더 악화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 요건 완화로 분양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기도 외곽이나 지방은 여전히 청약 경쟁률이 낮아 건설사들이 공급을 미루는 분위기입니다. 기존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여서 분양가 책정도 쉽지 않습니다. 공사비와 금리 인상, 주변 시세 하락분을 반영하면 수익을 내는 프로젝트가 거의 없다는 게 업계의 추정입니다. 건설사들이 아파트 등 주거용 개발사업에 대한 신규 수주를 사실상 중단한 이유입니다.
시행사가 브릿지론 재연장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 이자 등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하지만 자금력이 달리는 시행사가 태반입니다.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이 대주단으로 참여하는 본PF와 달리 브릿지론의 경우 선순위 대주단은 저축은행 캐피탈 새마을금고 신협 등 제2금융권이 많습니다. 이들 금융기관은 시행사가 연체 이자를 내지 못할 경우 디폴트(채무불이행) 처리해 공매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PF 금리는 여전히 높습니다. 건설사는 기존 수주 현장 정리에도 힘이 달립니다. 금융기관이 채무 재조정이나 이자 유예 조처를 해준다면 시행사가 그나마 한숨 돌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 딱한 시행사의 사정을 봐줄 리 만무합니다. 명분 없는 이자 감면 등의 조치가 업무상 배임이나 투자자 이익에 반하는 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잇따라 만기가 도래하는 브릿지론 프로젝트들이 기한이익상실(EOD)이 현실화하면 시행사의 연쇄 부도가 불가피합니다. 증권사 등 후순위 금융기관과 사업을 간접적으로 지원한 건설사도 피해를 입습니다. 당연히 이들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실업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크 문제는 3~4년 뒤 벌어집니다. 초기 개발 프로젝트들이 대거 부실화되면 착공과 분양 물량이 급감합니다. 주택공급 원재료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그 때는 '공급 공백'으로 다시금 시장의 불안이 가중될 수 있습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