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센터피스 전경. 사진=한경DB
래미안 센터피스 전경. 사진=한경DB
지난 1년간 서울 지하철 4호선이 지나는 성북구 일대의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차역으로 좁혀보면 '길음역'과 '미아사거리역' 인근이다. 현지 공인 중개 관계자는 "고금리 충격에 공급 쇼크까지 겹치면서 가격 하락이 가팔랐다"며 "그나마 최근엔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바닥은 빠져나온 상태"라고 했다.

23일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월 기준 수도권 지하철 주요 노선 가운데 4호선 역세권 아파트 가격이 전년 대비 19.7% 내리면서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있는 역들만 살펴보면 길음역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8% 하락했고, 미아사거리역이 17.91%로 뒤를 이었다. △노원역(13.88%) △상계역(13.34%) △창동역(12.5%) 등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수도권 전철 노선별 역세권 아파트 가격 동향 사진=직방
수도권 전철 노선별 역세권 아파트 가격 동향 사진=직방
단지 별로 집값을 살펴보면 더욱 두드러졌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6단지(래미안)' 전용 84㎡는 지난 1월 9억25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1월엔 같은 면적대가 14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보다 4억7500만원 급락한 수준이다.

인근 '길음뉴타운9단지(래미안)' 전용 84㎡도 지난달 9억4000만원에 매매 계약이 맺어졌는데 이 면적대는 작년 1월 12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약 1년 사이 3억1000만원이 내렸다.

미아사거리역 역세권 단지들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19년 입주한 길음동 대장 아파트인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는 지난달 12억9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지난해 3월 이 면적대는 14억8000만원에 거래됐는데 1년 새 1억9000만원 내렸다. 같은 단지 전용 59㎡도 지난 1일 9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는데 지난해 4월엔 11억원을 기록했던 곳으로 약 1년 만에 1억5000만원 하락했다.

길음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래미안길음센터피스'는 2021년 말 입주 2년차를 맞이하면서 보유 2년, 실거주 2년을 채운 매물이 쏟아졌다"며 "작년 초 인근에 '롯데캐슬 클라시아' 입주장이 겹치면서 가격이 더 출렁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집값에 악영향을 줬다"고 했다.

길음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길음뉴타운 단지들은 상대적으로 2000년대 초반에서 중후반에 지어져 오래된 게 사실"이라면서 "아무래도 (구축이다보니) 더 내린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길음뉴타운 전경. 사진=한경DB
길음뉴타운 전경. 사진=한경DB
그나마 최근에는 침체한 시장 분위기가 다소 누그러졌다는 의견도 있다. 길음동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단지별로 급매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가격이 낮다고 생각되는 급매물들은 대부분 소진된 상황"이라면서 "가끔 나오는 급매물은 저층 혹은 위치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열층이나 로열동, 일대에서 살기 좋다고 소문난 단지들 중에는 급매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가격이 오르면서 급매물을 노렸던 실수요자들의 문의는 다시 줄어들었다고 한다. 인근 공인 중개 관계자는 "여전히 가격이 낮은 매물을 노리려는 실수요자들이 있기는 있다"면서도 "집값이 바닥을 치고 오르니 집주인들도 더 이상은 낮은 가격에 물건을 내놓으려하지 않고,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도 비싼 가격에 사려 하지 않으니 거래는 다시 소강 상태"라고 귀띔했다.

한편 직방이 조사한 역세권 아파트 기준은 역을 중심으로 반경 500m 안에 있는 단지를 말한다. 정확한 집계를 위해 1000가구 미만인 곳은 포함시키지 않았고, 거래가 없는 경우엔 외부 데이터를 조합, 분석해 학습하는 기술인 딥러닝을 통해 가격을 추정했다. 가격 산정 예측 오차율은 서울의 경우 5% 이내라는 게 직방 측 설명이다.

직방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경우 역세권에 있는 아파트가 적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도 "여러 단지가 모여 있는 경우엔 신뢰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