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1100만원대 분양가 상한가 …청주 1순위 통장 몰려
"실거주든 시세차익이든 다 좋다"…전매제한 1년에도 '북적'
지방 부동산 시장이 미분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곳이 있다. 충북 청주시다. 연초부터 내놓는 아파트마다 청약경쟁률이 높은데다 계약도 속속 완료되고 있다. 송절동 일대에 조성되는 테크노폴리스에서 공급되는 아파트는 열기가 더하다.
청주 아파트, 1순위 청약 줄줄이 마감
1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은 1순위 일반공급 473가구 모집에 3만4886명이 신청해 평균 73.75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전용면적 84㎡A에서는 49가구 정원에 1만2984명이 몰려, 최고 경쟁률인 264.98대 1을 기록했다.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은 지하 2층~지상 최고 49층으로, 아파트 전용면적 84~130㎡의 총 1034가구와 오피스텔 전용면적 108㎡ 총 234실로 조성된다. 분양가는 분양가 상한제의 적용으로 3.3㎡당 평균 1160만원대로 공급됐다. 전용 84㎡의 경우 4억1000만원대인 셈이다.
하지만 조건을 보면 크게 유리해 보이지는 않는다.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인 '청주테크노폴리스 지웰푸르지오'가 최근에 실거래된 가격(4억39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매제한이 1년인데다 고층 주상복합단지다보니 준공시기가 2026년 8월이다. 그럼에도 청주에서는 '묵혔던 1순위 통장이 다 나왔다'고 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복대동의 A공인중개사는 "전매제한도 있는데, 웃돈만 생각했다면 청주 당해지역에서 1순위 마감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청주 내에 신도시가 조성된다고 보고 신혼부부나 젊은층 중심으로 청약을 많이들 넣었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뿐만 아니다. 테크노폴리스에서 최근 공급됐던 '해링턴 플레이스 테크노폴리스'는 1순위 청약에서 184가구 모집에 1만597명이 몰려 57.6대 1의 경쟁률을, '청주 테크노폴리스 A9블록 힐데스하임'도 1순위 청약에서 89가구 모집에 4296개의 청약통장이 몰려 48.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개신동에 공급된 '청주 동일하이빌 파크레인'과 복대동 '복대자이 더 스카이' 또한 높은 경쟁률 끝에 계약을 마무리했다. 올해 청주에서 공급된 아파트는 줄줄이 선방한 셈이 됐다.
현지에서는 이러한 청주의 열기에 대해 테크노폴리스에 대한 기대감과 '더 이상 떨어질 수가 없다'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청주시는 2010년대 들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를 유지하던 중 반짝 호재들이 나오면서 외지인 수요와 함께 집값이 상승했던 곳이다. 그렇게 집값이 일찌감치 요동쳤고, 집값 하락기도 호되게 겪었기에 '바닥심리'가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반토막 난 집값…"너무 떨어졌다"
청주는 도시의 기본적인 인프라가 '사람'으로 꼽힐 정도로 '교육도시'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잘 키운 사람들은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 청주시는 '일자리가 풍부한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흥덕구 일대에 도심형 첨단복합산업단지 ‘청주테크노폴리스'를 조성하고 있다.약 2조원 이상이 투여되는 청주 테크노폴리스는 380만4096.6㎡ 부지, 여의도의 약 1.3배 규모로 만들어진다. 친환경 산업시설 용지와 함께 대규모 상업유통단지, 고급 주거단지, 쇼핑·문화시설, 학교, 6개 테마의 녹지공원 등이 갖춰질 예정이다. 무엇보다 SK하이닉스, LG생활건강 등 11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신도시 규모에 달하는 1만1317가구의 주거단지가 예정돼 직주근접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청주는 2016년 10월 정부가 미분양관리지역 선정제도 도입한 후 미분양관리지역이 됐다가, 2020년 3월에 해제됐다. 묶였던 공급이 풀렸고 다목적 방사광가속기 유치 확정까지 더해지면서 부동산 열기는 달아올랐다. 외지인까지 투자에 가세하면서 청주 집값은 2021년 들어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투기수요가 빠지고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급격히 빠지기 시작했다. 서울 및 수도권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집값이 하락세를 탔지만, 청주는 이보다 1년 앞서 집값이 내려갔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역 대장 아파트인 흥덕구 복대동 '두산위브지웰시티 2차'의 경우 전용 84㎡가 2021년 10월 7억77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찍었지만 이후 하락세를 나타냈다. 그러다가 2023년 2월들어 4억5000만원에 실거래돼 최고가 대비 3억2700만원이 빠졌다. 하락률로는 70%를 넘었다.
방사광가속기 호재로 들썩였던 청원구 오창읍에서의 대장 아파트인 '서청주 한신더휴센트럴파크'는 반토막이 났다. 전용 84㎡의 실거래가는 2021년 10월 7억원에 달했지만, 지난달 직거래로 3억4000만원까지 매매됐다. 직거래를 제외하더라도 지난달 최저 실거래가는 3억9300만원으로 3억원 이상이 하락했다.
집값 하락에 갭투자 늘어…"투기수요 올 것" 우려도
집값이 떨어지다 보니 갭투자도 늘어났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택자금 조달계획서(2020년~2022년 8월)를 보면 주택 가격 대비 세입자 임대보증금 비중(전세가율)이 80%를 넘는 갭투기 거래는 모두 12만1553건 체결됐는데, 청주시는 5390건으로 강서구(5910건)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최근 청주에서 청약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과 관련 지역 내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대부분 '외지 수요'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분양가가 절댓값으로 낮은 편이다 보니 전매제한이 풀리게 되면 또다시 외지 수요에 의한 집값 거품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해서다.
복대동의 B공인중개사는 "청주에서 40여km 떨어져 있는 음성군은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아파트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음성 아파트 분양가와 청주의 분양가가 얼마 차이도 나지 않는다. 청주에 낮은 분양가를 보고 언제든 투기수요들이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다"라며 "과거부터 최근까지 청주 집값을 움직이는 건 서울 사람들"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3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2104가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월 말 7만5438가구에 비해 4.4%(3334가구)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지난해 4월 2만7180가구였던 미분양 주택은 10개월간 꾸준히 늘어 7만 가구를 웃돌고 있다.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은 85%로 6만170가구에 달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