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 빈 골목이 웃돈만 7억…주민들 "지금이라도 팔아야하나"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강북 지역 대규모 재개발 사업지 북아현동 가보니
부동산 침체 장기화에도 조합원 매물 거래 회복세
‘프리미엄’만 7억원…집주인들은 이미 가격 올리기 경쟁
실제로 상가 건물 중 상당수가 빈 채 ‘임대 문의’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이주가 언제 될지 모르니 상가 임대 문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골목마다 자리 잡은 공인중개사무소 벽에도 상가 매물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상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길 건너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강북 지역 대규모 재개발 사업지 중 하나인 북아현동은 이주를 앞두고 매물을 보려는 매수 희망자가 늘고 있다. 좁은 골목길 언덕을 오르면서 이 지역 ‘터줏대감’이라는 한 공인중개사는 특정 빌라 건물을 소개했다. 최근 거래됐다는 ‘재개발 조합원 매물’이었다. 건물 감정가격은 2억원 선이었는데, 이른바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웃돈이 6억원을 넘겼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재개발 물건은 감정가와 프리미엄, 초기 투자금을 확인해야 한다”며 “재개발하면 전용면적 기준 59㎡ 아파트를 배정받는 물건인데, 초기 투자금이 7억2000만원이다. 투자금의 대부분이 프리미엄인 셈”이라고 했다. 골목을 더 올라가니 매물로 올라온 다른 다가구주택이 보였다. 주차 공간조차 없는 곳이지만, 가격은 8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전용면적 기준 84㎡를 받을 수 있는 매물의 감정가격은 3억원대인데 프리미엄이 7억원을 넘는다. 기존 세입자가 낸 보증금 등을 고려하면 초기 투자금은 8억원 중반대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2332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하게 될 2구역은 전용면적 기준 84㎡의 조합원 분양가가 7억4000만원 수준이다.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대다. 이 때문에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사업성이 높다는 이유로 프리미엄이 오르고 있다. 3구역의 한 다가구 건물은 전용면적 기준 109㎡를 받을 수 있게 되자 프리미엄이 최근 7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3구역은 촉진 계획에 따라 최고 29층, 48개 동, 4776가구의 대단지로 바뀔 예정이다. 용적률은 258%를 적용받는다. 건축계획이 변경되며 기존 618가구였던 임대 물량이 812가구로 늘었지만,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으며 오히려 사업성은 더 높아졌다. 사업성이 좋아졌다는 소식에 집주인들은 최근 매물 가격을 더 높였다.
마침 공인중개사무실을 찾은 한 북아현 3구역 집주인은 “지난해부터 프리미엄이 크게 내려 걱정했다”고 말을 꺼냈다. 부동산 침체와 고금리에 더해 재건축 사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소식에 거래가 끊겼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매수 희망자의 문의가 늘며 한 달에 3~4건씩 재개발 매물이 거래돼 집주인들도 프리미엄을 조금씩 더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시 확인해보니 북아현2구역 입구의 한 건물에는 대형 플래카드가 붙었다.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해임 총회를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한 2구역 조합원은 “조합이 사업 속도는 높이지 않고 특정 업체에 용역 일감 몰아주기만 하고 있다”며 “200여 명 조합원이 이미 해임 총회에 동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아현2구역은 2009년 3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14년 동안 관리처분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사업을 위한 대출 이자와 금융비용은 늘었고, 공사비까지 오르면서 사업성은 악화하고 있다. 바로 옆 3구역 역시 서대문구가 조합장을 고발하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조합장이 경쟁 입찰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임의로 수의계약을 체결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사이 조합이 신청한 건축심의도 반려됐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까지 서울시와 건축심의와 관련해 협의했다”며 “6월에 다시 심의를 진행해 사업 속도를 만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3구역 조합원은 “조합으로부터 최대 4개월 정도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1구역은 이미 입주까지 마쳤는데, 분담금만 계속 늘어나는 것 같아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한 재개발 전문 부동산 투자사 관계자는 “북아현 2·3구역은 2011년 재개발을 위한 감정평가 당시 감정평가액이 과소 계산됐다는 단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감정평가액이 낮으면 나중에 재개발이 끝나며 비례율이 오르더라도 혜택을 적게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감정평가액이 1억원인 경우엔 비례율이 30% 이상 오르더라도 분담금이 3000만원밖에 내려가지 않는다”며 “매수를 고려한다면 감정가격이 3억원에 가까운 매물을 위주로 살펴보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분양수익 등을 고려했을 때 프리미엄이 7억원을 넘기면 사업 지연에 따라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다시 공사비 급등 이슈 등이 불거지면 예상했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용 84㎡를 배정받고 싶다면 이미 가배정을 받은 프리미엄 6억원 이하의 급매물을 고려하면 좋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부동산 침체 장기화에도 조합원 매물 거래 회복세
‘프리미엄’만 7억원…집주인들은 이미 가격 올리기 경쟁
곧 재개발 이주를 한다니까 상가가 점점 비어가는 게 눈에 보여요. 2층을 보면 건물이 진짜 옛날 양식이거든요. 이제 다 없애고 고급 아파트로 바뀌는 거죠. 돈 있으면 아직 살 순 있어요.(북아현동 A 공인 관계자)최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입구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사는 “아직 기회가 남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재개발 물건을 사면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골목길 입구에서 그는 빈 상가를 가리키며 “빈 상가가 많아질수록 이주가 임박했다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상가 건물 중 상당수가 빈 채 ‘임대 문의’라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이주가 언제 될지 모르니 상가 임대 문의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골목마다 자리 잡은 공인중개사무소 벽에도 상가 매물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상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길 건너편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강북 지역 대규모 재개발 사업지 중 하나인 북아현동은 이주를 앞두고 매물을 보려는 매수 희망자가 늘고 있다. 좁은 골목길 언덕을 오르면서 이 지역 ‘터줏대감’이라는 한 공인중개사는 특정 빌라 건물을 소개했다. 최근 거래됐다는 ‘재개발 조합원 매물’이었다. 건물 감정가격은 2억원 선이었는데, 이른바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웃돈이 6억원을 넘겼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재개발 물건은 감정가와 프리미엄, 초기 투자금을 확인해야 한다”며 “재개발하면 전용면적 기준 59㎡ 아파트를 배정받는 물건인데, 초기 투자금이 7억2000만원이다. 투자금의 대부분이 프리미엄인 셈”이라고 했다. 골목을 더 올라가니 매물로 올라온 다른 다가구주택이 보였다. 주차 공간조차 없는 곳이지만, 가격은 8억원이 넘는다고 했다. 전용면적 기준 84㎡를 받을 수 있는 매물의 감정가격은 3억원대인데 프리미엄이 7억원을 넘는다. 기존 세입자가 낸 보증금 등을 고려하면 초기 투자금은 8억원 중반대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2332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하게 될 2구역은 전용면적 기준 84㎡의 조합원 분양가가 7억4000만원 수준이다. 주변 시세의 절반 가격대다. 이 때문에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사업성이 높다는 이유로 프리미엄이 오르고 있다. 3구역의 한 다가구 건물은 전용면적 기준 109㎡를 받을 수 있게 되자 프리미엄이 최근 7억4000만원까지 올랐다.
3구역도 “프리미엄 6억원” 상승세
언덕을 넘어 북아현 2구역과 3구역 사이에 들어서자 이 공인중개사는 “3구역은 프리미엄이 조금 낮다”며 매물을 소개했다. 다가구주택의 감정가격은 2억원인데 프리미엄이 6억원이라며 “그래도 2구역보다는 싸다”고 소개했다. 초기 투자금 5억원이면 재개발 아파트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3구역은 촉진 계획에 따라 최고 29층, 48개 동, 4776가구의 대단지로 바뀔 예정이다. 용적률은 258%를 적용받는다. 건축계획이 변경되며 기존 618가구였던 임대 물량이 812가구로 늘었지만,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으며 오히려 사업성은 더 높아졌다. 사업성이 좋아졌다는 소식에 집주인들은 최근 매물 가격을 더 높였다.
마침 공인중개사무실을 찾은 한 북아현 3구역 집주인은 “지난해부터 프리미엄이 크게 내려 걱정했다”고 말을 꺼냈다. 부동산 침체와 고금리에 더해 재건축 사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소식에 거래가 끊겼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매수 희망자의 문의가 늘며 한 달에 3~4건씩 재개발 매물이 거래돼 집주인들도 프리미엄을 조금씩 더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합 내부 갈등 심화…사업 악재 여전
이튿날 북아현동을 다시 찾았다. “이주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공인중개사의 설명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날 만난 조합원의 사업 전망은 예상보다 어두웠다. 사업이 지지부진한 탓에 최근 주민 사이 갈등이 크게 늘어났다는 얘기다.다시 확인해보니 북아현2구역 입구의 한 건물에는 대형 플래카드가 붙었다. 일부 조합원이 조합장의 해임을 요구하며 해임 총회를 준비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한 2구역 조합원은 “조합이 사업 속도는 높이지 않고 특정 업체에 용역 일감 몰아주기만 하고 있다”며 “200여 명 조합원이 이미 해임 총회에 동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북아현2구역은 2009년 3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고 재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14년 동안 관리처분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사업을 위한 대출 이자와 금융비용은 늘었고, 공사비까지 오르면서 사업성은 악화하고 있다. 바로 옆 3구역 역시 서대문구가 조합장을 고발하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조합장이 경쟁 입찰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임의로 수의계약을 체결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그사이 조합이 신청한 건축심의도 반려됐다. 조합 관계자는 “최근까지 서울시와 건축심의와 관련해 협의했다”며 “6월에 다시 심의를 진행해 사업 속도를 만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 3구역 조합원은 “조합으로부터 최대 4개월 정도 사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1구역은 이미 입주까지 마쳤는데, 분담금만 계속 늘어나는 것 같아 지금이라도 팔아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감정가·프리미엄 고려해 급매 매수해야
전문가들은 더딘 사업 속도에도 프리미엄이 낮은 급매물을 찾는다면 수익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인근 단지 가격과 비교하면 저렴한 매물이 많다는 것이다. 다만, 재개발 매물의 감정평가액과 프리미엄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한 재개발 전문 부동산 투자사 관계자는 “북아현 2·3구역은 2011년 재개발을 위한 감정평가 당시 감정평가액이 과소 계산됐다는 단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감정평가액이 낮으면 나중에 재개발이 끝나며 비례율이 오르더라도 혜택을 적게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는 “감정평가액이 1억원인 경우엔 비례율이 30% 이상 오르더라도 분담금이 3000만원밖에 내려가지 않는다”며 “매수를 고려한다면 감정가격이 3억원에 가까운 매물을 위주로 살펴보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분양수익 등을 고려했을 때 프리미엄이 7억원을 넘기면 사업 지연에 따라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 다시 공사비 급등 이슈 등이 불거지면 예상했던 수익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전용 84㎡를 배정받고 싶다면 이미 가배정을 받은 프리미엄 6억원 이하의 급매물을 고려하면 좋다”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