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의 인기가 뜨겁다. 수도권 주요 지역에선 무순위 물량이 나왔다 하면 기본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당첨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지만, 일반 청약에 비해 분양대금 납부 기간이 짧은 데 유의해야 한다.

11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진행된 ‘평택지제역자이’ 무순위 청약에서 총 4가구 모집에 5만7434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이 1만4358.5 대 1에 달했다. 지난달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금강펜테리움 6차 센트럴파크’도 무순위 청약 7가구 모집에 4529명이 신청해 64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 동대문구 ‘래미안 엘리니티’ 계약취소주택 2가구 무순위 청약에는 2900명이 청약했다. 평균 경쟁률은 1450 대 1이었다.

무순위 청약은 일반 청약에 비해 허들이 낮다. 청약통장이 없어도 신청할 수 있고, 다주택자나 타지역 거주자도 가능하다. 100% 추첨제로 진행돼 가점이 낮은 청년층한테 유리할 수 있다. 수년 전 본청약 당시 분양가로 공급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평택지제역자이의 경우 전용면적 97㎡가 5억5880만원에 나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면적대의 분양권은 지난 4월 7억5944만원에 거래됐다. 최대 2억원 가까운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무순위 청약 공고는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달 경기 부천과 대전에서 무순위 청약이 예정돼 있다. 부천 소사구 소사본동에 들어서는 ‘현대 프라힐스 소사역 더프라임’(160가구)이 12~13일 7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을 받는다. 모두 전용 74㎡ 물건으로 공급가액은 6억544만~6억6090만원이다. 대전 유성구 ‘갑천1 트리풀시티 힐스테이트’(1116가구)도 12일 2가구의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다. 4억3000만원대인 전용 84㎡ 물건이다.

다시 '줍줍'의 시대…수도권 무순위 청약 수백 대 1
일반 청약은 보통 10%의 계약금만 들고 있으면 자금 마련에 비교적 부담이 없는 편이다. 보통 60%의 중도금을 4개월 주기로 6회에 나눠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30%)은 입주할 때 내면 되기 때문이다. 무순위 청약은 분양 시작일로부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진행되기 때문에 자금 마련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서울 래미안 엘리니티의 무순위 청약 모집공고를 보면 계약 시 전체 금액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나머지 잔금 90%도 계약일 이후 60일 이내에 치르도록 했다. 전문가들이 무순위 청약에 나서기 전에 자금 마련 계획을 잘 세워놔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