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특권…"34평 아파트 월세 1만원" [집코노미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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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코노미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된 라이브 영상을 옮긴 글입니다.
▶전형진 기자
지방소멸을 맞닥뜨린 중소 도시들이 청년인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급기야 집을 사실상 공짜로 제공하겠다는 지자체들도 늘고 있습니다. 전남 화순군은 월세 1만원짜리 임대아파트 52가구에 대한 입주자 추가모집에 나섰습니다. 지난 5월 선보였을 때 10 대 1의 경쟁률을 넘겼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죠. 화순군이 민간아파트를 임대한 뒤 이를 재임대하는 주거복지 사업입니다.
소득기준을 맞춘 18~49세의 화순군 거주자라면 이 주택에 지원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보증금 4800만원은 군이 대신 냅니다. 입주자는 예치금 88만원과 1년치 월세 12만원까지 총 100만원을 내면 전용면적 50㎡짜리 아파트를 빌릴 수 있죠. 계약기간은 2년이지만 2회 갱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대 6년 동안 거주할 수 있습니다.
화순군의 임대아파트 사업이 좋은 반응을 얻자 주변 지자체들도 유사한 복지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신안군 또한 1만원짜리 아파트 공급을 시작했습니다. 자녀가 있는 가족이나 신혼부부에게 보증금 300만원, 월 1만원에 연립주택을 빌려줍니다. 입주민의 나이에 비례해 임대료가 올라가는 구조라는 점이 화순군과는 살짝 다르지만 집은 조금 더 넓은 편입니다. 방 세 칸에 화장실 두 개가 딸린 전용 85㎡ 주택이니까 3~4인 가구가 거주하기에도 넉넉하죠.
나주시는 취업청년임대주택을 선보였습니다. 18~45세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전용 66㎡의 임대아파트를 공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보증금 전액은 시에서 지원하고 입주자는 관리비만 내면 되는 개념이죠. 지자체에서 이 같은 고육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심각한 인구감소에 직면했기 때문인데요. 올해 인구주택총조사 기준으로 한국은 2년 연속 인구 순감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사례로 든 전남은 전국에서 빈집이 가장 많고 인구 이탈도 큰 곳이죠. 오른쪽의 그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고령인구 비율도 다른 광역지자체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와 85세 이상 초고령 인구 비율 모두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청년인구 유치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것이죠. 경북과 전북도 남 얘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집만 마련해준다고 청년들이 이사를 가진 않습니다. 지방소멸 문제는 결국 일자리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죠. 전국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은 서울에선 조금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공공주택의 인기는 높지만 사업성이 떨어지다 보니 지을 사람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죠. 서울시의 주거복지사업인 청년안심주택 얘기인데요. 역세권청년주택이란 옛 이름으로 기억하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청년안심주택은 19~39세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주변 임대료보다 저렴하게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입니다. 지금도 빈집이 거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역세권 등 요지에 자리를 잡은 데다 시세보다 저렴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죠. 서울시는 민간에서 이 같은 주택을 많이 지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용적률 상향 등의 당근을 제시합니다. 그런데 정작 사업자들 입장에선 그닥 구미가 당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선 정책 취지상 임대료가 제한되다 보니 임대수익이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운영 및 관리비도 나가니까요. 그래서 10년 간의 의무임대가 끝난 뒤 분양전환하거나 매각해 차익을 보는 게 그동안의 수익구조였습니다.
하지만 금리와 공사비가 치솟으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당장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일으키는 것도 어려운데 10년 뒤의 상황을 예상하고 계산기를 두드릴 수 없기 때문이죠. 인·허가와 착공실적이 감소한다는 그래프가 이 같은 상황을 요약해서 보여줍니다. 일부에선 사업을 아예 취소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두 건의 기사에서 보듯이 주거복지사업은 수요자와 공급자 양쪽의 이득을 정교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최근 한경에선 해외의 주거복지사업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짚어보고 있는데요. 주거정책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는 일독을 권합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문규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