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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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전셋방도 구하는 시대인가요?"

50대 박모씨는 대학생 딸이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으로 전셋집을 구하려고 한다며 하소연했습니다. 박씨는 "전세사기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이게 바로 세대 차이냐"면서 "낯선 사람을 믿고 집을 거래한다는 말에 혼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중고거래 앱(애플리케이션) 이용자라면 한 번쯤 '부동산 직거래' 카테고리를 보신 적 있을 겁니다. 초기에는 원룸·고시원 등 적은 금액의 매물을 네이버 카페 '피터팬의 좋은방 구하기' 등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직거래하곤 했지만, 최근엔 중고거래 앱에서도 부동산 직거래가 성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20~30대의 1인 가구들은 부동산 직거래에 대한 거리낌이 거의 없습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취소 거래 제외) 중 직거래는 1385건, 지난해 상반기(1090건) 대비 약 300건 늘어난 수준입니다.

대표적인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의 부동산 직거래는 2015년 11월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당시 부동산 매물 거래 수요가 늘면서 '내 근처' 카테고리를 통해 부동산 서비스를 운영하다가 이후, 2021년 3월 개인 간 직거래라는 특성에 따라 '부동산 직거래'로 서비스명을 변경했습니다. 당근마켓에는 매일 수십건의 매물이 올라올 정도로 직거래에 대한 진입장벽은 낮아졌습니다.

부동산 직거래의 최대 장점으로 '비용 절감'이 있습니다. 많게는 수백만~수천만원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당근마켓 '부동산 직거래'를 보면 전세 1억8000만원 단독주택의 경우 59만4000원(0.3%)의 중개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고, 전세 4억5000만원의 연립·다세대 매물의 경우 148만5000원(0.3%)의 중개수수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집값이 비쌀수록 더 많은 중개수수료율이 절감됩니다. 일례로, 15억원 아파트를 직거래할 경우 최대 1050만원(0.7%)의 중개수수료가 절약됩니다.
당근마켓 '부동산 직거래' 카테고리에 나와있는 매물과 거래 후기들. / 사진=당근마켓 캡처
당근마켓 '부동산 직거래' 카테고리에 나와있는 매물과 거래 후기들. / 사진=당근마켓 캡처
중개인을 거치지 않는 만큼 빠른 거래도 장점입니다. 당근마켓 상단에는 '3일 만에 거래 완료', '5일 만에 거래 완료' 등 빠른 거래가 이뤄진 현황도 보여줍니다. 집을 내놓는 입장에서는 부동산에 집을 내놓고 마음을 졸이거나, 시간이 안 맞아서 집을 못 보여주는 경우도 줄일 수 있습니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직접 살아본 거주자에게 이것저것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매물 소개란에는 주변 입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집의 방향, 관리비, 전용면적 등 세세한 내용이 자세하게 기재돼 있습니다.

'지역 거래'를 기반으로 운영돼 지역 내 커뮤니티가 형성되다 보니 가까운 지역의 매물을 찾을 때에도 유용하다고 합니다. 특히 학교 근처에서 집을 구해야 하는 대학생들의 경우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학교 사람들과 거래하는 경우가 잦다보니 더욱 직거래를 선호하기도 합니다.

공인중개사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점도 직거래 수요층 유입 증가에 한몫했습니다. 최근 전세사기·깡통전세 등 부동산 사고 과정에서 공인중개사들이 사기범들과 합세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22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전국 공인중개사 4090명을 대상으로 특별 점검을 벌였고, 이 가운데 19%(785명)의 위법 행위 824건을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박모씨의 걱정처럼 각종 피해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주요 수요층은 2030세대이다 보니 부동산 거래 경험이 많지 않은 점을 노리는 겁니다. 전세보증 사기, 깡통전세, 허위매물, 찔러보기 등과 같은 피해가 대표적입니다. 직거래는 실제 집에 거주하고 있는 개인이 내놓는 경우가 많지만, 온라인을 통해 매물을 내놓기 쉬운 만큼 허위매물도 많습니다. 맘에 드는 집을 발견해도 조금 전 팔렸다거나 갑작스레 다른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민원 신고가 들어와도 즉각적인 대처는 힘든 상황입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매물을 내놓은 사람들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보니 위험이 더 크다고 합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부동산 직거래를 하려다 여러 차례 헛걸음했다는 30대 A씨는 "적혀있는 번호로 연락 해도 안 받는 경우는 태반이다"라며 "부동산 직거래 매물을 직접 보러 간 뒤 계약하려고 하자 다음날 돌연 '다른 분께서 거래를 넘긴다. 죄송하다'더라며 황당했다"고 말했습니다.

물건을 내놓는 집주인의 경우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올 초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에 집을 내놨다는 B씨는 "일주일 만에 10건 이상의 문의를 받았고 그중에서 이사 날짜가 맞는 세입자에게 집도 보여줬다"며 "계약하겠다는 말에 다음 집 이사 날짜도 잡아놨는데 돌연 '더 좋은 집을 구했다'며 잠적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집주인의 신원이 불분명하기에 정확한 확인 절차가 빠진다면 보증금 반환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전화나 앱상으로 계약을 진행할 때 편향된 특약사항을 넣은 계약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수법을 악용하는 사례 등입니다.

이러한 폐해를 둘째치고서라도 번거롭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부동산 거래시 구청에 30일 이내에 실거래가 신고를 해야 합니다. 공인중개사를 통해 거래했다면 중개사들이 알아서 해주지만, 직접 거래했을 경우 구청에 직접 방문해 신고해야 합니다. 미신고나 지연신고시에는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전문가들은 직거래 계약 전 유의해야 할 사항 준수와 계약서 내용 등을 검토한 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전세 사기 등으로 중개업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면서 온라인 직거래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매수자는 계약 전 부동산 물건 확인과 관련 서류 검토 등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안전한 부동산 거래를 위해 게시글 검수, 실시간 모니터링, 이용자 신고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집주인 신원은 앱 내 '집주인 인증'이라는 기능을 통해 등기부상 소유자와 일치하는 지 확인할 수 있다"며 "부동산 사기와 같은 범죄 시도는 발견 즉시 서비스 이용 제한, 게시글 미노출, 영구 탈퇴 등의 강력한 제재가 가해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