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는 18일 기준으로 8413명, 사망자는 91명이다. 독일과 스위스 등 확진자가 최근 급증한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사망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감염자를 더 찾아내려는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검사 덕분이다.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감염병을 잘 막고 있다’고 해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갈비찜 한식을 실은 밥차를 이끌고 충북 청주 질병관리본부를 찾아갔다. 그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증상자를 찾아내 적절한 치료로 사망률을 낮췄다”며 “입국 금지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고도 바이러스를 막아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자화자찬하는 게 아니라 세계가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평소라면 ‘국민에게 잘 보이려고 저러는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이날은 세계보건기구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하고, 미국은 유럽 방문자 입국 금지를 발표한 날이다. 우리의 방역 시스템에 대해 세계가 칭찬하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청와대의 인식이 ‘우리는 잘하고 있다’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한국은행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 3일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에 ‘호들갑’으로 비칠 만한 행동을 할 리가 없다. Fed가 15일 1%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하고 나서야 뒤따라갔다.금융위원회는 공매도를 금지하는 조치만 취했다. 최근의 주가 폭락을 ‘투기세력의 준동’으로 본 것이다. 경제 부처들은 마스크 문제에 매달렸다. 대통령이 밀어붙이니 장관들까지 마스크 생산공장을 직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글 한 개와 반대하는 글 세 개가 올라와 있다. 탄핵을 촉구하는 글은 논리가 단순하다. “국민이 마스크를 구입하기도 어려운데 대통령은 300만 개의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했고, 중국의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입국금지를 하지 않아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주장이다.탄핵에 반대하는 글들은 선과 악의 대결 구도가 뚜렷하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라는 사이비 종교가 무분별하게 바이러스를 확산시켰고, 문 대통령은 이에 맞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과거 정부들은 국민을 속이고 시민들을 방치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모든 수치를 공정하게 공개하고 있어 국가로부터 방치당한다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는 논지도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선’이고, 신천지와 과거 정부들은 ‘악’이라는 프레임이다.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새로 생긴 변종 바이러스다. 치명적이진 않지만 전염력이 매우 강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낮게 봤다. 서울 대형 종합병원에서 방어하는 수준으로 끝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 그랬으니까. 하지만 이번 바이러스는 정부의 방어선을 비웃듯 서울 대형 종합병원들을 우회해 지역사회로 침투해 들어왔다.역사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사건으로 물줄기가 종종 바뀐다. 그게 이번엔 대구 신천지였다. 밀집 대형으로 예배를 길게 하고 비밀조직처럼 신분 노출을 꺼리는 집단이다. 바이러스엔 ‘최고의 숙주’였다.정부와 여당은 과거 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주 고용노동부 업무보고에서 “고용 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 다음날 청와대는 “2020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이라며 주워담았지만 파장은 컸다. 청와대 게시판 등에서 젊은이들의 원성이 자자했다.청년 취업난이 심각하다. 많은 젊은이가 구직 활동을 아예 포기할 정도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노동자들의 퇴직 연령을 늦추는 것은 정책균형 상실이다.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이미 고령층 위주로 짜여 있다. 노인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49만6000개에서 2019년 68만4000개로 늘었다. 쓰레기 줍기나 교통 안내 등 공익형 노인 일자리가 대부분이다. 공산품 제조, 카페 운영, 택배 등 민간형 노인 일자리도 10만 개가 넘는다.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고령층 위주로 된 까닭은 무엇일까. 청년층 일자리와 고령층 일자리의 의미가 다르다는 사실을 정부가 모르거나, 의도적으로 그 차이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청년에게 일자리는 자신의 삶을 시작하는 공간이다. 사회인으로서 자립하고, 결혼을 하고, 자녀도 키우고, 자신의 존재감도 키워가는 원천이다. 소득 이상의 의미가 있다.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청년은 일할 능력뿐만 아니라 사회성도 잃어간다. 밖에 나가는 것도 기피하게 된다. 결국 자유를 잃는다. 그래서 청년 실업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령층은 다르다. 이미 사회를 충분히 경험한 사람들이다. 자녀도 다 키웠다. 공원에서 산책을 하거나 봉사활동, 문화생활을 즐기더라도 거리낄 게 없다. 직장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젊은이들처럼 절실하지는 않
‘무오년 역병’으로 불린 스페인독감이 한반도에 들이닥친 때는 1918년 말이었다.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유럽에서 만주를 거쳐 한반도에 유입됐다고 한다. 1600여만 명의 인구 중 740여만 명이 감염됐고, 14만여 명이 사망했다.그로부터 101년이 지난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전염병이 발생했다. 진원지로 추정되는 전통시장은 올해 1월 1일 폐쇄됐다. 하지만 전염병은 중국을 넘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1918년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암담한 시대였다. 독감의 발병 원인은 물론 유입 경로도 몰랐다. 지금은 다르다. 한국은 어엿한 주권 국가다. 그것도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문재인 정부다. 발병 지역과 유입 경로도 알고 있다.국가의 기본 역할은 국민의 안전 보장이다. 적뿐만 아니라 전염병으로부터도 국민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요즘 정부 모습을 보면 국민 안전에 대한 의식이 확고한지 의심스럽다. 신임장을 받지도 않은 싱하이밍(邢海明) 신임 주한 중국대사가 언론 인터뷰와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방역정책에 간섭하는 내용의 발언을 잇따라 했는데도 아무 반발이 없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얼마 전 “북한 개별관광 허용은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말했을 때 청와대와 여당이 격하게 반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2008년 광우병 사태 때는 어땠을까. 20년 전인 1988년 광우병이 사람에게도 감염된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1990년대 들어 원인 규명도 끝났다. 판매 금지 및 대대적인 살처분이 이뤄졌다. 세계보건기구(WHO)뿐만 아니라 의학계 전반이 ‘소고기를 먹어도 안전하다’고 이미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당시 야당은
“역사는 되풀이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그다음에는 웃음거리로.” 종종 인용되는 이 말은 공산주의 창시자인 독일의 카를 마르크스가 나폴레옹 3세(샤를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를 조롱하면서 썼던 글의 한 구절이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탄생한 공화정을 무너뜨리고 제정(帝政)을 출범시킨 나폴레옹 황제(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등장이 역사의 흐름을 거슬렀던 비극이라면, 40여 년 뒤 나폴레옹 3세의 황제 등극은 ‘코미디’라는 얘기다.나폴레옹 3세가 ‘엉터리’는 아니었고, 역사가 그런 식으로 반복되는 것도 물론 아니다. 하지만 요즘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이보다 적절한 표현을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 시장의 흐름에 맞섰던 노무현 정부가 ‘실패’했는데도 문재인 정부는 시장을 거스르는 정책들에 여전히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20일 시행된 고가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금지가 대표적이다.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전세자금을 은행에서 빌릴 수 없게 됐다. 여윳돈이 없으면 기존 집을 팔고 ‘강남’에 가라는 얘기다. 서울 강남 전세 수요는 자녀 교육, 직장 문제로 인한 게 대부분이다. 이들에게 전세대출을 막고 강남에서 집을 사라고 강요하는 게 정상적인 정책인가.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의원 총선거 후보자들에게 ‘2년 안에 부동산 규제지역에 있는 비거주 주택을 팔겠다’는 부동산 매각 서약서를 쓰도록 했다. 비거주 주택은 빈집이 아니다. 누군가가 살고 있는 집이다. 매물로 나온다고 해서 공급 효과가 생기지 않는다. 보여주기용 홍보 정책이다.주택은 주식과 비교하면 가격 변동
정부는 올해 국채 발행으로 70조9000억원(순증액 기준)을 조달한다. 지난해 44조5000억원보다 59.3% 늘어난 규모다.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큰 폭 증가다.출발은 순조로웠다. 월요일인 지난 6일 입찰에서 국채 3년물 2조2000억원, 7일 30년물 2조7000억원어치를 다 팔았다. 지난해 12월 한 달 발행액(4조890억원)보다 많은 돈을 이틀 만에 끌어모았다.지금은 돈을 끌어다 쓰기에 좋은 환경이다. 시중에 돈이 넘쳐난다. 경기가 나쁘다 보니 회사채 발행도 많지 않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위기로 안전자산인 국채에 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건들은 어느 순간 바뀔 수 있다. 나쁜 것들도 함께 다니는 것이 금융시장의 속성이다.문제의 근원은 올해부터 국가 재정이 대규모 적자로 바뀐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확정된 올해 정부예산은 71조5000억원 적자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에서 적립하는 돈을 다 끌어모아도 30조5000억원 적자(통합재정수지 기준)다. 경제위기가 아닌 평상시에 대규모 재정적자를 내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내년에도 통합재정수지 기준으로 41조3000억원, 2022년 46조1000억원, 2023년 49조6000억원의 적자를 내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정부는 작년 37.2%였던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중반 수준까지 끌어올린 뒤 거기서 멈추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한번 늘려놓은 재정 지출은 줄이기 어렵다.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 때문이다. 2010년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 정부가 복지 지출을 줄이자 대규모 유혈시위 사태가 벌어졌다. 재정 지출은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인구 구조도 바뀐다. 6·25전쟁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접어든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장관이 지난주 한국에 왔다. 2016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중 갈등이 불거진 뒤 4년여 만의 방문이었다.왕 장관은 미국을 비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괴롭히는 것에 반대하고, 자신의 힘만 믿고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에 반대하며, 남에게 강요하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한국을 포함한 모든 책임있는 나라와 함께 다자주의 이념을 견지하고, 국제법을 기초로 하는 국제질서를 지키며, 세계무역기구(WTO)를 초석으로 하는 다자무역 체제를 굳건히 수호하겠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중국은 정작 다른 나라를 ‘동등’하게 대우해본 적이 없다. 대국(大國)의식이 뼛속 깊이 각인돼 있는 나라다. 19세기 아편전쟁 때 가장 신랄한 비판을 받은 것은 홍콩을 빼앗긴 게 아니었다. 중국이 다른 나라(영국)와 ‘동등한 자격’으로 조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이었다. 난징조약에 ‘중국과 영국 관리들이 완벽하게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교환한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이 문제였다.미국과 중국의 국교 정상화를 이끌어낸 외교관 헨리 키신저는 저서 《중국 이야기》에서 “야만인들이 천자(天子)와 정치적으로 동등하다는 원칙이 확립된다면 중국의 세계관 전체가 뿌리째 흔들릴 터였다”며 “(중국) 왕조는 천명(天命)을 상실할 수도 있는 위험을 안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얼마 뒤 청 왕조는 ‘천명’을 잃었다.중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이 휘청거리자 옛 중화질서를 부활시킬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고 생각했다. 남중국해에서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가 막판에 ‘조건부 연장’으로 돌아섰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지소미아 종료를 철회하라는 압력을 전방위로 받았다. 이웃 일본으로부터는 노골적인 무시를 당했다.애초부터 잘못된 출발이었다. 한·일 지소미아는 일본이 요청한 게 아니었다.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노골적인 패권 도전에 직면한 미국이 요청한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말 발효됐다.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8월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지소미아는 2년 남짓 했던 것”이라며 “그 이전에도 한·미 동맹이나 안보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청와대 안보라인도 비슷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의 생각은 그 기간 동안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이 주도했던 동아시아 안보 질서를 ‘한·미·일 협력체제’ 중심으로 재편하는 중이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소미아 연장 바로 다음날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노골적인 무례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국은 일본 안보에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수출제한 조치 해제를 요구했을 때도 일본은 일절 반응하지 않았다.한국은 왜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고, 일본으로부터는 무시를 당했을까. 뻔히 읽히는 수(手)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 2년 반 동안 나라마다 미리 정해진 듯한 대응을 보여왔다. 북한에 대해서는 감싸안기, 중국엔 자극 안 하기, 미국에는 눈
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공정한 사회’를 기치로 내걸었다. 정권의 도덕성에 타격을 준 ‘조국 사태’를 반전의 계기로 삼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공정을 뿌리뽑겠다는 것이다.첫걸음은 ‘교육’에서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을 마련하겠다”며 “학생부종합전형의 전면 실태조사를 엄정하게 추진하고,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사흘 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서울 소재 대학의 정시전형 비율을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달 7일에는 자율형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 등을 2025년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정시 비중 확대는 ‘특권층의 통로’로 비판받아온 학생부종합전형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자사고 외고 폐지는 고교 서열화를 없애는 평준화 조치다.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학생들이 평준화 교육을 받고, 단일한 선발 기준으로 대학에 들어가면 한국 사회가 공정해질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사람들은 저마다 능력이 다르다. 취향과 지향점도 제각각이다. 단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자체가 불공정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플라톤은 “서로 다른 사람들에게 평등은 불평등이 된다”고 말했다.세상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함께 살고 있다. 예컨대 폐로 숨을 쉬는 사람은 땅 위에서, 아가미로 숨을 쉬는 물고기는 물속에서 산다. 이들에게 동일한 가치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인간 사회에도 포유류와 어류, 양서류 같은 사람들
수출이 최근 10개월 연속 마이너스(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했다. 올 들어 9월까지 누적 수출은 4061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8%나 줄었다. 내일 발표되는 10월 수출 실적도 이보다 나을 게 없어 보인다. 해외 시장이 줄어들고 있다는 신호다.경제는 얼마나 넓은 시장을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가장 잘 이해한 대통령 가운데 한 분이 고(故) 김대중 대통령이다. 그는 1990년대 들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출범 등 지역주의 무역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자 재빨리 자유무역협정(FTA) 대열에 뛰어들었다. 외환위기 이듬해인 1998년 11월 열린 대외경제조정위원회 회의가 전환점이었다. 김대중 정부는 이 회의에서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칠레 터키 등 4개국과 FTA를 체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 가운데 산업이 서로 보완적이고 농산물 피해가 적은 칠레와 먼저 협상을 진행했다. 2002년 타결한 칠레와의 FTA는 한국의 첫 FTA였다.김대중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가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장사뿐”이라며 “장사를 하려면 시장을 확보해야 하고 시장 속에 파고들어 가려면 FTA뿐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강대국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는 우리나라를 흔히 ‘샌드위치 신세’라고 표현하는데, 나는 오래전부터 양쪽에 거대한 시장을 두고 있는 ‘도랑 속의 소’가 한민족이라고 생각했다”며 “도랑 양쪽을 아무런 간섭 없이 자유롭게 들락거릴 수 있는 권리가 이를테면 FTA”라고 설명했다.이후 정부는 ‘경제 영토’를 넓히는 전략을 꾸준히 밀어붙였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2007년), 이명박 정부는 유럽연합(2010년), 박근혜 정부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달 말 동(洞) 단위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핀셋 규제를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간택지에 도입하는 분양가 상한제를 동네 또는 아파트 단지별로 세밀하게 적용하겠다는 것이다.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김 장관은 이달 초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설명하면서 “(부동산 투기)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핀셋 규제를 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눈길을 끄는 것은 ‘핀셋’이라는 단어 선택이다. 김 실장과 김 장관 모두 부동산 대책을 ‘핀셋 규제’로 설명했다. 핀셋은 손으로 집기 어려운 작은 물건을 집을 수 있는 도구다. 어울리는 조합은 ‘손톱 밑 가시’ 같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손톱 밑 가시 같은 규제를 문제삼았을 때 핀셋 정책을 제시했다면 사람들은 무릎을 쳤을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핀셋이라는 단어를 약간 다른 의미로 썼다. 극소수 특정 계층을 대다수 국민으로부터 분리하는 데 핀셋을 사용했다. 집권 첫해인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은 “초(超)고소득층과 초(超)대기업을 대상으로 증세하겠다”며 일반적인 ‘부자 증세’보다 과세 대상을 확 좁혔다. 정부와 여당은 이 정책을 홍보하면서 ‘핀셋 과세’라는 말을 꺼냈다. 중산층은 물론 고소득층까지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1 대 99’의 정치공학이다.핀셋 과세가 성공작이라면 박근혜 정부 때 ‘거위털 뽑기’는 대표적인 실패작이다. 2013년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소득공제 제도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세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의 세 축이다. 이 중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에 ‘성장’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다. ‘성장을 중시하는 정부’라고 평가할 만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성장 앞에 놓인 수식어들 때문이다. ‘소득주도’는 직장이 있는 노동자들의 임금 증가를, ‘혁신’은 벤처기업들의 성장을 뜻한다. 이 단어들이 성장을 제한된 틀 안에 가둬버렸다.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선순환을 일으켜 견실한 경제 성장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2년 반가량 지난 지금은 이런 주장을 거의 하지 않는다. 성과가 나빴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2017년 9월 경기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발표했다. 집권 4개월 만에 경기가 꺾인 것이다. 이후 경기 하락 속도는 가팔랐다. 앞으로 얼마나 더 떨어질지 모른다.이런 분위기 탓에 정부와 여당이 하는 말과 태도가 최근 확 달라졌다. 경제 해법보다 ‘희망사항’을 말하는 사례가 늘었다. 단골 소재는 ‘북한’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0일 “현재로 봐서는 2% 성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많은 분이 남북한 경제 관계가 잘 풀어지면 경제가 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를 구축하겠다”고 했다.전문가와 연구기관, 국제기구의 의견을 외면하는 일도 많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포인트 떨어뜨린 2.1%로 최근 수정 발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
기획재정부가 최근 국가재정 운용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내용이 황당하다. 우선 재정적자 규모가 터무니없이 크다. 마지막 3년은 작위적으로 짜맞추듯 매년 똑같이 국내총생산(GDP)의 3.9%를 재정적자로 쓰겠다고 했다.국가재정 운용계획은 당해연도(올해)를 포함해 향후 5년간 정부가 재정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자료다. GDP의 1.9%로 추정되는 올해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를 내년에는 3.6%로 늘리고, 이후 3년 동안은 매년 3.9%로 확대하겠다는 게 골자다.한국에서 재정적자를 집계하기 시작한 때는 1990년이다. 이후 적자 규모가 GDP의 3%를 넘어선 것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4.7%)과 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3.6%) 세 번뿐이다.‘재정적자 GDP의 3% 룰’의 원조는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안정·성장 협약을 통해 회원국들의 연간 예산적자를 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2년 연속 위반하면 벌금 부과 등 제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한국에서는 2016년 국무회의를 통과한 재정건전화법안에 ‘3% 룰’이 명기됐다. 경기침체나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변수가 있을 때는 3%를 초과할 수 있다. 이 법안은 그러나 대통령 탄핵 등 정치권 격변으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정부는 왜 내년부터 연속으로 GDP의 3%를 넘는 대규모 재정적자를 내려는 걸까. “적정 국가채무비율 40%의 근거가 뭐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5월 발언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예산에 구애받지 말고 빈곤층 지원 등 ‘재정의 사회적 역할’을 다하라는 뜻이다. 기재부는 액면 그대로 국가채무비율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작년엔 “국가채무비율을 40%대 초반
일본 정부는 지난달 4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핵심소재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한 달 뒤인 지난 2일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도 뺐다. 일본의 이런 ‘도발’은 경제보복인가, 아니면 안보보복인가.이런 의문이 든 것은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한 발언에서였다. 그는 “일본은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한·미 연합훈련 연기를 반대했으며,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제재·압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 국민의 전시대피 연습을 주장하는 등 긴장을 조성했다”며 “초계기 사건에서 보듯이 일본은 한·일 간 협력을 저해하는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한국과 일본 사이에 심각한 안보 갈등이 이어졌다는 얘기다.한국과 일본의 안보 핵심고리는 오키나와 반환 협상에서 주요 이슈였던 ‘한국조항’이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귀속되더라도 미국은 일본 정부와 ‘사전협의 없이’ 미군기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이다. 한국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주한미군이 자동 개입하고, 주일미군도 후방에서 자동 개입하는 사실상 ‘인계철선(引繼鐵線·tripwire)’이다.한국 정부는 1960년대 말 오키나와 반환 협상에 나선 미국과 일본에 ‘한국조항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결국 1969년 미·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안보가 일본 자체의 안보에 긴요하다’는 합의를 이끌어냈다.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저서 <적대적 제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로 한국과 일본의 ‘틈새’가 크게 벌어졌다. 외교로 풀 수 있는 사안이 경제 전쟁으로 비화됐고,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이런 와중에 중국과 러시아의 연합 군사훈련이 지난주 동해 상공에서 이뤄졌다. 양국 전투기들이 떼지어 출몰했다. 러시아 조기경보기는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독도는 한·일 양국의 틈새를 더 벌릴 수 있는 급소다.그 틈새로 분출시키려는 에너지는 뭘까.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10여 년간 축적된 힘의 불균형이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위기는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충격을 줬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 반면 중국 러시아 등 브릭스(BRICS)로 대표되는 개발도상국들은 선방했다. 그 결과 경제력에 큰 지각변동이 생겼다. 세계 안보질서를 흔들 수 있는 거대한 에너지다.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 경제대국(국내총생산 기준)으로 떠오른 중국은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주변국들을 거세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미국에는 ‘신형 대국관계’를 요구했다. “서로의 핵심이익을 존중하는 대등한 두 강대국 관계로 바꾸자”는 내용이다. 미국은 사실상 거절했다. 대만으로의 무기 판매,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 지속 등 중국의 ‘핵심이익’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아시아 외환위기 직후 국가부도에 빠졌던 러시아는 원유 등 원자재값 급등에 힘입어 부활했다. 그 힘으로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2014년 점령했다. 이제는 중국과 우호관계를 돈독히 다지면서 태평양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중국과 러시아에 맞서는 동북아시아 대척점은 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주 전체회의를 열고 추가경정예산안 논의를 시작했다. 추경안 이름은 ‘미세먼지·민생 추경’이다. 장마철에 미세먼지 추경이라니 엉뚱하다. ‘싸움판 국회’에서 늦어진 것이니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당혹스러웠던 것은 그다음이다. 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로 어려움이 예상되는 국내 산업계를 돕기 위해 3000억원을 추가 편성해달라는 더불어민주당 요구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각 부처로부터 1차로 요청받은 액수는 1200여억원”이라며 “금액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정부가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 4월 말이다. 그 뒤 미·중 무역전쟁,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등 핵폭탄급 악재들이 터졌다. 수출은 지난 상반기 8.5% 감소(전년 동기 대비)했다. 이 가운데 중국으로의 수출이 16.9%나 줄었다. 미국 정부가 지난해 7월 34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그 불똥이 한국으로 튀었다. 여기에다 미국은 추가로 20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올 6월부터 25% 관세를 매기기 시작했다. 하반기 수출이 정말로 위태로워졌다.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한국 핵심산업에 대한 일본의 공세도 시작됐다.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 등 과거사까지 얽혔다. 일본이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까지 취하면 양국은 전면전으로 갈 공산이 크다.이런 상황인데도 기재부는 정치권에서 요구한 위기대응 예산 3000억원조차 채워넣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회가 지난달 28일 정상화됐기 때문에 추경 논의 시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충분한 물량으로 선제적 대응을 해
청와대는 2주 전인 지난달 19일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세계시장에서 활약하는 일류기업을 지금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려 ‘세계 제조 4대 강국’으로 부상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정책은 문재인 정부 통틀어 ‘시대의 흐름을 가장 잘못 읽은 정책’으로 뽑힐 가능성이 크다. 아마도 5년 전쯤 나왔다면 환영받았을 것이다. 지금은 한국과 같은 수출주도형 경제개발 국가들이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자유무역 질서의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여기에 일본마저 가세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핵심소재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내놨다. 다음달부터는 전략물자 수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 추가로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조업 세계 4강’이 가능할까.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제조업은 잘 잡은 키워드다. 세계 무역전쟁의 본질이 제조업 쟁탈전이기 때문이다. 그다음 단어인 르네상스가 문제다. ‘부흥’이라는 뜻이 담긴 르네상스를 제조업에 붙이는 게 적절한가. 혹시 우리의 과거를 ‘암흑기’로 단정하려는 의도는 아닌가.맥킨지글로벌연구소에 따르면 한국 제조업 세계 순위는 1985년 15위, 1995년 9위, 2005년 8위, 2015년 5위다. 우리 앞에 있는 국가는 이제 중국 미국 일본 독일뿐이다. 대단한 성과다.제조업 세계 4강이 되려면 독일을 제쳐야 한다. 2017년 기준 독일 제조업의 부가가치 생산액은 7599억달러, 한국은 4220억달러다. 뒤집기에는 격차가 크다.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의무화, 법인세 인상 등으로 제조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중국은 어떤 나라인가. 지난주 홍콩 시위가 던진 화두다. 시위 자체는 큰 사고 없이 끝났다. 사람들이 놀란 것은 시위를 벌이게 된 이유였다.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도 범죄인을 넘겨줄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이 문제였다.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법 개정안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격렬하게 저항했다. 왜 그랬을까.홍콩 시위는 강대국 뒤에 숨어 있는 실체를 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퉁러완 서점 관계자 5명 실종사건’은 무엇이고, 홍콩에 있던 사람이 왜 갑자기 사라졌다는 말인가. 이런 사건들을 날카롭게 파헤쳐 실체를 알아내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과 기술패권 다툼에 시선을 빼앗겼다. 결과적으로 중국의 민주주의와 인권이 퇴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지 않았다.중국은 공산당 독재국가다. 인민해방군은 공산당에 충성하는 조직이다. 1980년대 초 덩샤오핑 주석은 공산당이 아니라 정부에 충성하는 조직으로 인민해방군을 바꾸려는 체제 개혁을 시도했다. 하지만 군부와 당 원로들의 반발에 부딪쳐 어정쩡한 타협을 했다. 1989년 베이징 톈안먼 시위 이후 이마저도 취소됐다. 군에 진압과 발포 명령을 내린 곳은 정부가 아니라 당 소속 군사위원회였다.시진핑 국가주석 시대로 접어들면서 군의 무조건적인 충성은 더 강조됐다. 미·중 패권전쟁 가능성을 분석한 《예정된 전쟁》의 저자 그레이엄 앨리슨에 따르면 시 주석은 사익을 추구하는 장군 수백 명의 권력을 박탈한 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자신의 편에 설 충성스러운 장교들’을 조심스레 골랐다. 최고지도자의 신뢰성은 군인들이 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말 일본을 방문했다. 진주만 공습을 주도했던 항공모함 이름과 같은 호위함 ‘가가호’에 오른 그는 “일본은 미군의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며 “여러 지역의 분쟁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연설했다.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집권한 이후 군사력을 강화해왔다. 가가호와 이즈모호를 항공모함으로 개조해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미국의 최첨단 전투기 F-35B 42대를 탑재할 예정이다. 이와는 별개로 F-35A 전투기 105대를 들여와 공군력도 증강한다. 미국을 제외하면 F-35 전투기를 가장 많이 보유하는 국가가 된다.이런 일본의 급부상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 기억 속에는 두 개의 일본이 있다. ‘1945년 이전’과 ‘그 이후’다. 1945년 이전의 일본은 주권을 빼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우리말도 쓰지 못하게 했다. 심지어 사람들의 성(姓)과 이름까지 바꿔버렸다.1945년 이후는 평화와 번영의 시기다. 한·일 국교정상화(1965년) 이후 양국 관계는 급속히 발전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많은 기업이 일본 기업들로부터 기술을 배웠다. 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도 좋은 추억이다.하지만 우리를 지배하는 것은 ‘1945년 이전의 나쁜 기억’이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문재인 정부 들어 위안부 합의 사실상 파기,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이 나왔다. 뼈아픈 과거사들이 외교 현안으로 되살아났다. 우리는 지금 ‘1945년 이전의 일본’과 싸우는 중이다.일본의 현재 모습은 어떤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령 사회다. 1990년대 이후 장기 침체로 사회 전반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 지금의 국제질서를 바꿔야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심상치 않다. 시간이 갈수록 싸움판이 커지고 있다. 무역수지의 ‘숫자’를 밀고 당기는 수준은 이미 넘어섰다. 세계 무역질서를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는 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생각이다. 중국에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하고, 그렇게 하지 못하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아예 탈퇴하겠다는 각오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중국에 관대한 시각을 보여왔다. 개혁·개방과 시장경제 도입으로 중국인의 삶이 좋아지면 자연스레 자유민주 시장경제체제에 편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2001년 중국을 WTO에 가입시킨 것도 이런 기대의 표출이었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WTO에 가입하면 세계 최대 시장을 개방하게 된다”며 “사상 처음으로 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을 중국에 판매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미국은 ‘그 당시 결정이 최악의 판단이었다’며 후회하고 있다. 무역 흑자는커녕 막대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엄청난 돈이 중국에 빨려 들어갔다. 이 돈이 중국인의 생활 개선에 쓰였다면 그나마 위안으로라도 삼을 텐데, 사회주의 국가 건설 재원으로 대거 투입돼 공산당 독재가 되레 강화됐다는 게 미국의 요즘 생각이다.중국은 시진핑이 국가주석으로 확정된 2012년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100년이 되는 2049년 미국을 넘어서는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국이 되겠다’는 중국몽(中國夢)을 선언했다. 2014년에는 중국의 옛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신(新)실크로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시행했다. 미국 주도 세계 금융질서에 맞서는 아시아인프라투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7년이다. 체육관에서 치러지던 대통령 선거가 그해 국민이 직접 뽑는 직선제로 바뀌었다. 이후 1998년, 2008년, 2017년 세 차례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이쯤 됐으면 민주주의가 정착될 만도 하다.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여야 정치권은 상대방을 향한 분노와 적대감을 더 강력하고 거칠게 뿜어내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더니 상호 고발 등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가고 있다.한국 정치권이 왜 이렇게 됐을까. 첫 번째 이유로 ‘정권 교체의 역설’을 꼽고 싶다. 많은 국민은 정권 교체를 경험하면서 ‘별 것 아니다’는 사실을 점차 깨닫는다. 정치인들은 반대다. 정권을 잃자마자 실업자가 되고 온갖 특권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정치 보복도 심해진다. 정권 교체를 체험할수록 정권에 더 집착하게 된다.환경부의 한 산하기관 상임감사 면접에서 청와대 추천 인사가 떨어지자 당시 청와대 한 비서관이 “자유한국당 출신보다 못하다는 거냐”고 호되게 질책했다고 한다. 자기네 편이 아닌 사람은 능력을 따질 것도 없다는 얘기다. 정권이 바뀌면 주요 공직은 물론 산하기관 인사까지 물갈이 대상이다. 정권을 내놓고 싶겠는가.두 번째 문제는 ‘선거공영제의 부작용’이다. 대통령은 물론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교육감 선거에서 유효 득표의 15% 이상 얻으면 선거 비용을 전액 국고에서 보전받는 제도가 선거공영제다. 출마자들은 정치자금을 모으지 않아도 되지만, 지지자들의 외연을 적극 넓힐 필요성도 사라진다.
구석기 시대에도 ‘세대 차이’라는 말이 있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주 옛날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이라는 짐작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고만고만하다. 하지만 과거를 의도적으로 무시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차별화 전략이다. 그러면서 역사를 단순화한다. 심지어 왜곡한다.터무니없이 왜곡당하는 대표적인 시대가 ‘한강의 기적’을 일군 1960년대와 1970년대다. 수출 일변도의 경제개발, 정경유착 시대로 ‘프레임’당한다. 극심했던 민생고 해결, 적절한 분배에 대한 고민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여겨진다. 지금보다 훨씬 더 깊은 고민을 했는데도 말이다.‘수출주도성장’을 밀어붙였다는 평가를 받는 박정희 정부 초기를 들여다보자. 당시 정부는 수출주도형 경제개발로 출발한 게 아니었다. 1962년 시작된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핵심은 수입대체형 공업화였다. 정부는 공장을 짓는 데 필요한 돈을 구하기 위해 화폐개혁까지 단행했다. 기대와 달리 금융시장의 혼란만 커졌고 외환보유액은 계속 줄었다. 1963년 9월에는 1억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초의 외환위기였다.그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쪽에서 물꼬가 터졌다. 의류 신발 핸드백 등이 해외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일본이 중화학공업으로 옮겨타면서 경공업 부문에서 생긴 틈새시장이었다. 때마침 국내 기업인과 재일 동포 기업인들이 수출 위주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당시는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이다. ‘찢어지게’는 춘궁기(春窮期)인 보릿고개 때 풀뿌리와 나무껍질까지 먹다 보니 뱃속 대변이 딱딱해져 용변을 볼 때 항문이 찢어졌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가 도입된 지 올해로 20년이다. 김대중 정부 때인 2000년 시행됐다. 의식주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문화생활까지 국가가 보장했으니 ‘복지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 불릴 만했다. 당시 주무부처였던 보건복지부 최선정 장관은 “복지를 하는 사람이라면 꿈의 제도라 할 만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제도”라고 했다.하지만 요즘 이 제도를 의미 있게 생각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정치권에서 특히 그렇다. 제대로 집행되는지 들여다보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정치권의 관심은 국민의 눈길을 확 끄는 새 복지제도 도입이다. 노인들의 삶이 고단하니까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청년들이 실업의 고통을 겪고 있으니까 청년수당을 신설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동수당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이런 돈들은 그러나 빈곤층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초연금이나 청년수당처럼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원금을 받으면 최저생계비 지원액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고교 무상교육도 마찬가지다. 극빈층과 차상위계층은 이미 교육비 지원을 받고 있다.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문제다. 불법 체류자 신분이어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 학교에 가더라도 기초 학습이 안 돼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탈북 청소년, 가족과 떨어져 사는 홀몸노인들은 계속 방치되고 있다. 정작 혜택을 받는 쪽은 중산층과 고소득층이다. 직원들에게 자녀 교육비를 지원하는 기업도 수혜자다.정부는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서 2020년 예산안 편성지침을 확정했다. ‘확장적 재정지출’을 하겠다고 방침을 정했다. 내년 국가예산은 올해보다 30조원
미국 중앙은행(Fed)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뒤 통화량을 네 배 이상으로 늘렸다.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터지기 직전 8476억달러(2008년 8월)였던 미국 본원통화량이 올해 7월 3조9611억달러로 늘었다. 본원통화는 시중에 유통되는 돈과 은행에 맡겨둔 돈을 합친 것이다.이 돈의 대부분은 금융시장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서 맴돌고 있다. 경기 침체와 저물가 탓이다. 하지만 경기가 좋아지기 시작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쪽으로 바뀌면 얘기가 달라진다. 심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그 전에 정책금리를 조금이라도 올려놓자는 게 ‘9월 금리 인상론’의 배경이다.세계 경제는 이런 미국의 금리 인상설에 ‘발작’을 일으켰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주 한때 3000선이 깨졌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도 이틀 연속 500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유럽과 아시아 등에서도 주가가 급락했다.주식시장이 반등한 것은 중국이 지난 2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고, 미국에서 금리 인상 시기를 연말께로 늦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 뒤였다.끝나가는 초저금리 파티지난주 주가 폭락을 유발한 것도, 이를 진정시킨 것도 ‘금리’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7년 가까이 지났는데도 세계 경제는 ‘초저금리 중독증’에 걸린 환자처럼 여전히 저금리에 매달리고 있다.미국은 이자를 전혀 받지 않고 은행에 돈을 공급하는 ‘제로금리 정책’을 지난 7년간 펴왔다. 시중에 유통되는 채권을 중앙은행이 직접 사들이는 ‘양적 완화 정책’도 썼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조치였다.덕분에 세계 각국은 넘쳐나는
지난주 여야 대표들이 국회 연설을 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법인세 인상”을 거론했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부자 감세(減稅) 때문에 저소득층의 실질소득이 줄었다”고 주장했다.이들의 연설을 들으면서 가슴이 꽉 막히는 답답함을 느꼈다. 한국의 대표 정치인들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되는 것인지, 국민의 지적 수준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결론부터 말하면 법인세는 ‘부자 증세’하고는 거리가 먼 세금이다. 법인세율 인상으로 세금이 늘어나는 만큼 기업주(오너)는 배당소득세를 덜 낸다. 이중과세방지 원칙이다. 예컨대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사람은 ‘개인사업자’로 하든 ‘법인(기업)’으로 하든 세금 부담이 같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기업을 설립하겠는가.(구체적인 내용은 인터넷에서 ‘그로스업’이나 ‘배당소득 이중과세 조정’을 검색하면 알 수 있다)법인세 ‘부자증세’와 관계 없다법인세가 늘면 정작 손해를 보는 계층은 소액주주들이다. 대주주와 달리 이들에게는 ‘분리과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다.법인세는 조세저항이 없어 걷기가 쉬운 세금인데도 많은 국가들이 세율을 계속 낮춰왔다. 경제활성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한국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법인세를 계속 낮춰왔다. 김대중 정부 때 법인세 최고세율이 28%에서 27%로 낮아졌다. 노무현 정부 때 25%로 다시 인하됐다.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율을 22%로 낮춘 것만 갖고 ‘부자 감세’ 공세를 펴는 것은 옳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문 대표는 “2000년
새해 벽두부터 의료계가 또 싸우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금지’ 규제를 없애겠다고 발표한 것이 계기다.한의사협회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의사협회는 반대집회를 각각 열고 정면 충돌했다. 의사들은 “서양의학을 토대로 현대 의료기기를 만들었고, 사용하는 방법을 한의사들이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금지시켜야 한다”며 정부 결정에 강력 반발했다. 반면 한의사들은 “엑스레이 등 영상진단장비는 서양 의학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정부 결정을 적극 옹호했다.진료 영역 뺏기 ‘의료분쟁’의료계 내부의 싸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2000년 의약분업 파동이 대표적이다. 약 조제권을 누가 갖느냐를 놓고 의사들과 약사들이 큰 싸움을 벌였다. 세 차례 파업 끝에 ‘의사가 제약사의 약 이름(상품명)까지 적는 처방전을 쓰고, 약 제조는 처방전에 따라 약사가 하는 것’으로 타협이 이뤄졌다.의사와 약사들 간에는 적대감이 여전히 팽배하다. 만성질환의 경우 처방전을 다시 사용하자는 ‘처방전 리필제’를 놓고 의사들은 수입 감소 등을 우려해 반대했지만 약사들은 찬성했다.사후 피임약도 의사 처방을 받도록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의사들과 일반약으로 전환해 약사들이 바로 판매하자는 약사회 주장이 맞섰다.한의사와 약사 간 싸움도 잦았다. 이른바 한·약 분쟁이다. ‘약사가 한약 조제를 해도 되느냐’가 쟁점이었다. 1993년과 1995년 두 차례에 걸쳐 한의사·한의대생들의 파업과 수업 거부가 이어졌다. 양측은 한약사 제도를 따로 두는 쪽으로 타협했다. 하지만 한약사 시험을 ‘사슴의 뿔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6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 참가한 기업들은 ‘가정에서 이뤄지는 혁신(home-grown innovation)’을 새 흐름으로 제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헬스케어’다. 집 밖에서 이뤄지던 의료 서비스가 집 안으로 들어오고, 개인과 가정이 의료 소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미국의 헬스케어 벤처기업 모바일헬프는 5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호텔에서 열린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고혈압 당뇨 등 여러 질병이나 건강 상태를 집에서 쉽게 진단할 수 있는 기기’인 모바일 바이털스(mobile vitals)를 선보였다. 로버트 필포 모바일헬프 대표는 “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의료 서비스가 이제는 소비자인 환자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환자가 의료 서비스의 수준이나 내용을 결정하는 주체가 됐다”고 말했다.제어기기와 항공우주 분야 등에서 강자로 꼽히는 미국 하니웰의 건강 관련 자회사 하니웰라이프케어솔루션은 병원이 갖고 있는 정보를 환자가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의료정보 플랫폼(seymour)을 내놓았다. 존 보자노스키 대표는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알게 되면 공포로부터의 자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자유를 얻게 된다”며 “환자들이 질병과 관련된 데이터를 잘 이해하고 의사와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의학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이 자신의 건강이나 질병 상태에 대해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정보기술(IT)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예컨대 애플이 내놓은 헬스케어 플랫폼 ‘헬스키트’나 구글의 ‘
지난 17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다산홀에서는 다산경영상 시상식이 열렸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창업경영인 부문에서, 최양하 한샘 회장이 전문경영인 부문에서 각각 상을 받았다.시상식에서 만난 두 사람의 환한 얼굴이 엊그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그룹 공채 기사()를 읽으면서였다. 15만명가량이 입사 원서를 냈다고 했다. 직장을 구하려는 젊은이들을 생각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중소기업으로 간 윤동한, 최양하 두 회장은 무슨 배짱으로 그런 결정을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꿈 찾아 중소기업에 갔다”윤 회장은 농협중앙회에 다니다 1970년대 중반 중소기업이었던 대웅제약으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던 직장이었다. 사표를 쓴 윤 회장에게 주변 사람들은 “바보”라고 말했다. 그런 때마다 윤 회장은 “내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한 케이스 스터디(사례분석)를 하려고 간다”고 답했다. 윤 회장은 대웅제약 부사장이 됐을 때까지 사업을 배우다 한국콜마를 창업했다.대우중공업에 다니던 최 회장은 20㎡ 크기의 목공소(한샘)로 갔다. 그도 윤 회장처럼 “바보” 소리를 들었다. 최 회장은 “사장이 되려고 간다”고 되레 큰 소리를 쳤다. 15년 만에 실제로 한샘 대표이사가 됐고, 이후 20여년간 최고경영자(CEO)로 한샘을 국내 1위 가구기업으로 키워냈다.윤동한 최양하 두 회장이 중소기업에 간 것은 ‘꿈’을 찾아서다. 윤 회장은 “대웅제약 부사장일 때 사장을 하라는 제안을 회사에서 받았는데, 그걸 받아들이면 내 사업을 갖겠다는 꿈을 영원히 실현할 수 없겠구나 싶어 회사를 그만뒀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환율을 국민행복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지난 13일 부총리로 내정된 직후다. 그는 “환율정책이 국민행복과 동떨어지지 않았나 싶다”며 “국민 입장에서는 원화가치가 오르면(환율이 떨어지면) 구매력이 좋아져 소득이 오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원·달러 환율(지난 20일 1020원60전)은 최근 3개월 새 50원 넘게 떨어졌다. 올 하반기 1000원 선이 깨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최 후보자의 발언이 나왔다. ‘환율 추가하락을 용인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시장에서 나온다.환율하락 버틸 수 있나지금의 환율정책은 1960년대 경제개발 이후 생긴 것이다. 그 이전에는 저(低)환율 정책을 썼다. 6·25전쟁으로 한국에 주둔하게 된 유엔군이 한국에서 쓰는 돈이 외화의 주 수입원이었기 때문이다. 유엔군에 돈을 적게 주려고 구매력가치의 절반 수준으로 ‘공정환율’을 정했다.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10~15% 정도를 이런 인위적인 저환율 정책으로 벌어들였다.박정희 정부는 1964년 5월 달러당 130원이던 환율을 250원으로 2배가량 올렸다. 이때를 기점으로 수출 중시 환율정책이 자리 잡았다.최 후보자의 최근 발언은 이런 수출 중시 환율정책이 ‘더 이상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듯하다. 그는 “지금껏 한국은 수출해서 일자리를 만드니까 국민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고환율을 강조했는데, 이제 경제성장을 하는데도 국민에게 돌아오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고 비판했다.올해 무역수지가 800억달러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될 만큼 수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개혁점검회의는 ‘고강도 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욕을 잘 보여준 자리였다. ‘일자리 창출을 막는 규제를 반드시 없애겠다’는 열의와 의지가 박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읽혀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규제 개혁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경제 규제 ‘건수’를 줄이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과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사업조차 제동 경제 행위는 언제나 ‘대가’와 ‘희생’을 전제로 해서 이뤄진다. 예컨대 투자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재원을 고갈시키는 의사결정이기도 하다. 공장을 지으면 농경지나 산림이 그만큼 파괴된다. 대형마트나 큰 병원이 생기면 중소 가게들이나 개인병원이 타격을 입는다. 이런 경제 행위를 원천봉쇄하는 게 바로 규제다. 전체적으로 아무리 수익이 크고 국민 편익이 개선되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미리 정해진 ‘허들’을 뛰어넘지 못하면 일을 진행할 수 없도록 막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국토 균형발전이나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규제 한두 개에 걸리면 사업 전체가 제동이 걸린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공장 건설은 토지 용도규제에 막히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7성급 호텔 건립도 학교환경 규제에 제동이 걸린다. 건축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없는지, 환경오염 규제는 준수하는지, 수도권 집중억제 규제에는 걸리는 게 없는지, 교통유발 문제는 없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지는 것이 지금의 규제 시스템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경제 규제의 20%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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