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사선 피폭량’을 관리하겠다는 정책을 지난달 말 내놨다. 엑스레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 병원에서 쓰이는 영상진단 기기에서 발생하는 방사선 피폭량을 개인별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전국 의료기관에 이달부터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방사선 검사 남용은 심각한 수준이다. 방사선 검사 건수는 2007년 1억6000만건에서 2011년 2억2000만건으로 늘었다. 한 사람이 연평균 4.6회의 방사선 검사를 받는 셈이다. 방사선 피폭량은 2007년 0.93밀리시버트(mSv)에서 2011년 1.4mSv로 50% 이상 증가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기준으로 제시한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1mSv)를 이미 넘어섰다. CT 촬영에도 건강보험 적용 세계보건기구(WHO)는 ‘방사선 피폭’을 담배와 함께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방사선은 몸을 통과하기 때문에 체내에 축적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번 노출되고 강도가 세면 유전자 손상이나 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 CT는 방사선 피폭량이 일반 엑스레이의 200~300배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CT 촬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CT 촬영 건수는 2011년 600여만건에 달했다. CT는 1996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전신 암검사 등에 쓰이는 CT의 일종인 양전자단층촬영(PET)은 2006년 6월부터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병원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CT를 자꾸 권한다. 다른 병원에서 찍은 CT는 잘 인정하지 않는다. 건강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 CT를 찍은 411만명 가운데 8만8000여명이 한 달 내 같은 부위를 다시 촬영했다. 머리, 가슴, 복부 CT를 한 번에 다 찍는 사람도 있다. 세르지 사르키샨 아르메니아 대통령이 지난달 서울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프리미엄 건강검진을 받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시행(2011년 9월)한 지 2년여가 지났다. 서울장수(막걸리) 무궁화(세탁비누) 대호산업(재생타이어) 등 일부 ‘잘나가는’ 중소기업은 매출이 늘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은 긍정적인 변화가 거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막걸리 시장은 올 들어 7%가량 줄었다. 두부도 4~5% 정도 감소했다. 하나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1+1’ 마케팅을 하던 대기업들이 ‘사업 철수’나 ‘확장 자제’ 등 각종 제재를 받다 보니 시장 자체가 위축됐다. 대기업 참여가 제한된 공공기관 급식시장에서는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그쳤다. 나머지는 외국계 기업과 국내 중견기업에 돌아갔다. 대기업이 물러나면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땅’이 그만큼 커질 것이라는 계산은 틀렸다. '대기업 규제'는 잘못된 출발 중소기업 적합업종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잘못은 ‘대기업을 규제해야 한다’는 시각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가 분기에 5조원 이익을 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기보다는 ‘대기업 이익을 나눠 가져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춘 게 이명박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이었다.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먹는 입’을 더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잡은 것도 문제였다. 대기업을 시장에서 빼면 중소기업이 먹을 파이가 커지는 게 아니었다. 소비자 외면으로 파이 자체가 줄었다. ‘시장에서 선택권은 소비자가 갖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한 결과다. 파이 크기를 결정하는 주체는 대기업도 중소기
라디오나 전화기, TV 한 대만 갖고 있어도 “우리 집은 부자”라고 말했던 때가 있었다. 경제개발이 시작된 1960년대와 70년대 얘기다. 동네 사람들은 홍수환 선수가 나오는 권투를 보기 위해 TV가 있는 집으로 몰려갔다. 열심히 일하고 절약해 TV 하나 장만해야겠다는 의욕이 불탔다. 1980년대 들어서는 그 대상이 자동차와 아파트로 바뀌었다. ‘중산층 의식’은 이런 과정에서 생겼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은 가난을 이겨낼 수 있다는 자긍심을 북돋웠다. 한국 국민의 70%가량이 “나는 중산층”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한때 일본 국민의 90% 이상이 중산층이라고 자부했던 것처럼…. 무너진 중산층 의식 하지만 이 공식은 깨졌다. 벽걸이 TV나 대형 냉장고는 물론 승용차나 아파트조차 중산층을 상징하는 물건이 아니다. 콩나물 값까지 아끼며 주택대출 이자를 갚아가는 사람들을 우리 사회는 ‘하우스푸어’라 부르기 시작했다. 월급을 받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중산층이라고 자부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쥐꼬리 연봉’을 받고 있다고 자학한다. “회사에서 받은 월급으로 애들 교육 다 시키고, 자동차 할부금 갚고, 주택대출 이자까지 내고 있다”며 행복해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사교육비 내고, 할부금 갚고, 주택대출 이자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며 죽는 소리를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외환위기 이후 ‘나도 잘릴 수 있구나’하는 불안 심리, 고속성장한 대기업이나 금융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과 비교해 초라해진 연봉, 주택가격 하락으로 애써 쌓아 놓은 부(富)가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노후생활 준비 부족 등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런 불안심
국회 정무위원회가 최근 통과시킨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새 조항이 신설됐다. 통행세 규제다. ‘다른 사업자와 거래하면 상당히 유리’한데도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는 대기업 특수관계인 등과 거래해 이득을 챙기면 과징금을 부과(공정거래법 개정안 23조1항7호)하겠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소 협력업체와 거래하면 싼 가격에 계약할 수 있는데도 대기업 총수나 친인척이 관련된 계열사를 중간에 끼어 넣어 ‘수수료’를 챙기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이 돈(수수료)은 정당한 대가가 아니라 조직폭력배들이 강압적으로 걷는 통행세와 비슷하다고 해서 정치권과 공정거래위원회는 ‘통행세 규제’라 부른다. 국회 정무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대기업 계열사들이 별다른 역할 없이 이익만 챙기고 △폐쇄적인 (대기업) 내부거래 시장을 만들고 △결과적으로는 내부거래 물량에 안주하는 대기업 계열사들의 경쟁력 약화마저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잘못된 현실 인식 국회가 통행세 규제를 만든 데에는 공정위가 지난해 발표한 실태조사도 한몫을 했다. 대기업 소속 20개 광고·시스템통합(SI)·물류업체 매출의 71%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였고, 계열사 간 거래의 대부분(88%)이 ‘수의계약’이었다는 내용이었다. 대기업들이 내부거래와 수의계약을 많이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 회사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회사가 커지면 처리해야 할 일과 거래처가 늘어난다. 사업 부문을 쪼갤 필요성이 생긴다. 광고나 전산 물류 등 회사 내에서 하던 일을 떼어내 별도법인으로 만들면 모회사에서 하던 일 말고도 밖에서 새로운 일감을 따올 수 있다. 자연스럽게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최근 통과된 하도급법 개정안은 ‘고발’과 ‘소송’을 제도화한 것이 특징이다. 납품가격을 인하하거나, 반품을 하거나, 발주를 취소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사법당국에 고발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신청할 수 있게 했다. 이 법안이 ‘경제민주화법’으로 불리는 것은 거래 당사자인 갑(甲)과 을(乙) 사이의 ‘불균형한 역학 관계’를 고치겠다는 취지 때문이다. 대기업(갑)이 우월적인 지위를 악용해 중소기업(을)을 착취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대기업은 갑이고, 중소기업은 을’이라는 대립 구도가 진실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는 논외로 치자. 하도급법 개정안이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까. 부자연스럽고 불편 새로운 법이 기대하는 효과를 내려면 우리 사회의 질서나 도덕심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인간의 본능과 본성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자연법적 사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자연스러움’은 갖춰야 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사회 통념과 어울리지 않고, 경제적인 손해까지 끼쳐서는 그 법이 오래 갈 수 없다. 이런 점에서 하도급법 개정안은 ‘빵점’이다. 매일 만나 거래하는 상대방을 ‘고발’하라는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부자연스럽고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납품단가 조정신청권’이라는 제도가 2011년 생겼는데도 이를 신청한 기업은 딱 한 곳에 그쳤다. 이것조차 대기업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었다. 거래 상대방에게 불만을 품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데도 신고하거나 고발하는 사례가 거의 없는 것은, 우리 사회의 정서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정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들을 종합해보면 박근혜 정부는 미래와 창의, 과학기술을 중시하는 경제를 ‘창조경제’로 보고 있다. 선진국의 발전전략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창조적인 경제를 일궈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보여줄 창조경제가 이런 취지를 제대로 담아낼지는 의문이다. 중소기업 위주로 짜야 하고, 일자리도 늘려야 하고, 사람 중심의 질적 성장을 해야 한다는 등 전제조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인의 관심이 지대한 창조경제를 전담하는 부처는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다. 본부 공무원 수만 1000명에 가까운 ‘공룡 부처’다. 4대강 사업처럼 창조경제 성과도 대통령 임기 내에 내놓아야 한다. ‘공룡부처’ 미래창조과학부손쉬운 방법은 돈 냄새를 풍기는 것이다. 기술력이나 아이디어만 있어도 증권시장에 상장할 수 있고, 정책자금이나 은행 대출도 투자로 바꿔주는 식으로 제도를 바꾸면 된다. 부족한 재원은 공기업이나 민간 대기업 손목을 비틀어 해결한다. 2000년대 초 벤처붐과 같은 머니게임이다. 하지만 창조경제는 이런 게 아니다. 기존 질서가 무너지는 고통과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는 피해를 처음에는 안겨준다. 독일의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15세기에 발명한 금속활자 인쇄기는 서구 문명의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지만, 수많은 필경사들을 실업자로 전락시켰다. 영국에서 19세기 초 벌어진 기계파괴(러다이트) 운동도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겼기 때문에 벌어졌다.스마트폰도 다를 게 없다. MP3플레이어와 PDA, 콤팩트카메라 등을 만들던 기업들은 물론 서점과 무가지 등 전혀 무관해보이던 업
판을 뒤흔들어 시장의 흐름을 바꿔놓는 사람을 경영학계에서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라고 부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애플의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이 대표적이다.이런 사람들이 기업을 초일류로 일구기까지의 과정은 널리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들이 일선에서 물러났을 때다. 게임체인저가 떠난 기업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우리는 그 실례를 ‘현재 진행형’으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이다. 빌 게이츠는 2008년 6월 은퇴했다. 그의 뒤는 2000년부터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스티브 발머다. 빌 게이츠가 떠난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단적인 사례가 스티븐 시놉스키 사장의 지난달 전격 퇴진이다. 그는 PC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에서도 쉽게 쓸 수 있는 컴퓨터 운영체제(OS) ‘윈도8’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윈도8, 당초 기대에 못미쳐 윈도8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절대적인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윈도의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은 채 혁신하겠다는 발상이 깔려 있다. PC와 모바일을 아우르는 ‘통합형’에 매달리다보니 어정쩡한 물건이 나왔다는 비판이 많다. 윈도8이 회사가 기대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자 시놉스키 사장이 그만둔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시장에서 선도자(first mover)이기는커녕 발빠른 추종자(fast follower)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경영관리와 판매지원 쪽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던 스티브 발머는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밑에 있는 사람들을 다그치는 스타일이다. 발머 CEO는 시놉스키 사장이 떠난다는 사실을 직원들에게 알리는 e메일에서 “
“세계에서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보다 숫자가 적다는 사실을 아십니까.” 얼마 전 만난 지인이 한 말이다. 기계적으로 훨씬 복잡하고 부품도 많이 들어가는 자동차 회사 수가 스마트폰 메이커들보다 적어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회사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및 팬택, 미국의 애플과 모토로라, 캐나다 RIM(블랙베리), 유럽 노키아, 중국 화웨이와 ZTE, 대만 HTC 정도다. IT 세계 시장은 하나 자동차는 소비자 취향이 제각각이어서 여러가지 모양이나 기능을 가진 제품이 시장에서 선택받을 수 있다. 하지만 통신기기는 사람들과 소통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표준화된 방식을 따라야 한다. 스마트폰 메이커가 자동차회사보다 적은 이유다.컴퓨터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등에서도 이런 특성이 나타난다. 각종 문서와 프로그램을 공유해야 하는 컴퓨터 운영체제(OS)는 마이크로소프트(윈도)가 전 세계에서 수십년간 독점해왔다. 인터넷 검색 시장은 구글이 휘어잡고, 스마트폰 운영체제는 애플(iOS)과 구글(안드로이드)이 양분하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은 엄청난 보상을 받는다. 애플과 구글의 시가총액은 전통적인 대기업들을 이미 앞질렀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사업에서만 지난 3분기 5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것은 놀랄 만한 일이다. 통합된 세계시장에서 선택받은 덕분이다.이런 사실을 무시한 채 국내의 시각으로만 들여다보면 필연적으로 오류에 빠진다.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에서 벌어진 스마트폰 가격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다. 고가폰 위주로 팔리는 국내 시장과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들이 팔리는 해외 시장을 단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한 대기업의 대주주 지분이 적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외국의 대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고 인수·합병(M&A)을 하다보면 대주주 지분율은 떨어진다. 이런 대기업들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순환출자’했던 것에 대해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과 민주통합당이 문제를 삼기 시작했다. ‘가공의결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기업들을 몰아붙이고 있다.경영권 무너진 노키아와 소니대주주의 경영권은 기업 규모가 클수록, 사업분야가 다양할수록 중요해진다. 이를 무시했다가 추락한 대표적인 기업이 노키아와 소니다.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였던 핀란드 노키아는 애플보다 10년가량 앞서 스마트폰을 개발했다. 문제는 스마트폰 사업부와 일반휴대폰 사업부 간 갈등이었다. 양쪽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의사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내 정치에 매달렸다.폴 제이콥스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노키아와 함께 일하면서 놀랐던 사실은 전략 수립에 다른 회사들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회가 될 만한 기술을 노키아에 보여주면 6~9개월 동안 평가만 했다”고 비판할 정도였다.삼성전자 같은 국내 대기업에서도 회사 내부 갈등은 늘 생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격렬히 싸우는 것이 ‘반도체를 애플에 공급하는 사업부문’에는 전혀 달갑지 않다. 부문장들 간 경쟁이 회사 발전을 저해할 정도로 심각해졌다고 판단되는 순간, 대주주는 어느 한쪽이나 양쪽 모두 내친다. 삼성의 CEO 인사는 내부 경쟁이 부정적으로 흐를 때 단행되는 사례가 많았다.노키아에는 불행하게도 대주주의 확고한
창의나 혁신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직접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문제가 있다. ‘하나의 직선을 사용해 5+5+5=550이라는 식이 성립하도록 하라’는 문제다. ‘=’에 짝대기를 그어 ‘≠’로 해서는 안 된다. (이 문제에 도전하고 싶으면 글 읽기를 잠시 중단하고 매달려보세요)필자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봤다. 하루 이틀 간간이 시도해봤지만 결국 풀지 못했다.정답은 엉뚱한 곳에해답은 첫번째 ‘+’의 왼쪽 위에 작은 직선을 그어 ‘4’로 만드는 것이다. ‘545+5=550’이다. 엉뚱하지만 알고 보면 너무 쉬운 문제다. 난센스 퀴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창의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의식하면서 문제를 들여다봤다. 하지만 실제로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많은 기업들이 창의와 혁신으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한다. 그래도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뒤집히는 사례가 더 많다. 핀란드의 노키아가 그랬다. 세계 1위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일반 휴대폰(피처폰)에 안주했던 것은 아니다. 심비안이 만든 스마트폰 운영체계를 가장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2008년에는 이 회사를 인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노키아의 노력은 애플의 아이폰 한 방에 무너졌다.시장은 노키아의 혁신을 ‘정답’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와 애플에 밀려났고, 지난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까지 냈다. 코닥은 카메라 필름의 품질을 끊임없이 혁신해왔는데, 디지털카메라와 반도체메모리가 등장하더니 필름 시장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해답은 엉뚱한 곳에서 튀어나올 때가 있다. 누가 경쟁자인지 당시에는 알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지하철 무가지
대통령 선거에 나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7% 성장을 얘기했을 때도, 이명박 대통령이 747(7% 경제성장, 4만달러 국민소득, 7대강국 진입)을 얘기했을 때도 기자는 비판적인 시각으로만 바라봤다. 잠재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목표치를 무슨 수로 달성하겠다는 것인지. 표를 얻기 위한 사탕발림은 아닌지. ‘달성 가능성’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요즘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백태를 보면서 당시 기자의 생각이 짧았다는 것을 알았다. 선거 정국에서 ‘성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진 뒤에야 그 말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경제 성장은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허망한 단어다. 성장률이 높아졌다는 게 내 삶이 나아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돈을 더 번다는 뜻도 아니다.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더더욱 관련이 없다. 공약에서 사라진 ‘성장’ 우리가 목이 터져라고 외쳤던 성장은 우리 사회 전체의, 국가의 가치를 담고 있다. 세계로 시야를 넓혀야 들어오는 개념이다. 왜 우리가 일본에 뒤져야 하는지, 한국인은 미국인보다 잘살 수 없는지, 동아시아의 주변국으로만 계속 머물러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단어다.탈(脫)권위와 분배, 강남집값 잡기에 심혈을 기울였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짓고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나선 것은 ‘집단’으로서의 한국사회 발전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었다. 개방은 세계시장에서 스스로를 경쟁에 더 많이 노출시키는 행위다. 자신의 것을 밖에 내주면서 바깥세계 전체를 껴안는 성장 전략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경제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국가의 번영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복지 정책을 얘기할 때마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단어가 있었다. ‘차상위계층’이다. 생계조차 꾸리지 못하는 ‘기초생활보장 대상자’보다는 생활 형편이 낫지만, 소득액이 ‘최저생계비의 120% 이내’로 적어 매우 가난하게 살고 있는 서민들이다.차상위계층은 김대중 정부가 ‘전 국민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법을 1999년 제정한 이후 줄곧 문제가 돼 왔다. 정부로부터 생계비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사각지대에 놓인 서민층 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되면 4인가구 기준으로 올해 최저생계비 149만5000원(현물지원액 포함)을 매달 지원받는다. 하지만 차상위계층은 최저생계비를 웃도는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이 같은 지원을 받지 못한다. 이로 인한 불평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과 정부는 차상위계층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꾸준히 개선해왔다.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차상위계층이라는 단어가 정치권에서 실종됐다. 국회가 복지 논쟁을 한창 벌이면서부터였다. 각 당이 복지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냈지만, 차상위계층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었다. 정부도 다를 게 없다. 만 3세 미만 아동 한 명당 월 10만~20만원의 양육수당을 지급하기로 2010년 결정한 것이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 조치의 마지막이었다. 이후 일부 미세조정을 제외하면 차상위계층은 정부 정책의 고려 대상에서 빠졌다. 최근 복지 쟁점으로 부상한 보육·양육비 지원 문제도 차상위계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보육비는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에 영유아를 보내는 데 들어가는 돈이다.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와 차상위계층은 이미 지원받고 있다. 보육·양육비 추가혜택 없어 아이를 보
‘일자리 창출’이 한국 사회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일자리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가릴 것 없이 경쟁적으로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주자’고 외치고 있다. 기업들도, 노동계도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데 모두 공감한다.하지만 수면 아래를 들여다보면 전혀 딴판이다. 일자리를 만들려면 공장을 더 지어야 하는데 상당수 정치인들은 ‘수도권은 안 된다’고 고집한다.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구 이해관계가 더 관심이다. 경기가 좋을 때 사람을 더 뽑으려면 경기가 나빠질 때 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는 것에 반대한다. 일자리를 이미 갖고 있는 사람들의 고용 안정성을 해친다는 이유다. 기업들도 신규 고용에 소극적이다. 사람을 새로 뽑기보다는 이미 채용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일을 시킨다. 초과 근로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올인하겠다’는 말만 한다.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는 의료와 교육, 환경 규제를 풀어 서비스 일자리를 더 만들자고 외치지만 환경부 보건복지부 교육과학기술부는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지난 10여년간 정부가 외친 서비스산업 육성은 ‘말의 성찬’이었다. 10% 안팎의 고성장 시대에는 ‘성장 엔진’ 하나만으로도 우리 사회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한국 사회는 잠재성장률이 4% 안팎으로 떨어졌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산업생산 10억원당 늘어나는 취업자 수는 1995년 24.4명에서 2000년 18.1명, 2005년 14.7명
5년 전 일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6년 6월30일 당·정 회의를 열었다. 재산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당시 내린 결정은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은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재산세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고, 공시가격 3억~6억원은 10% 이내로 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50%로 돼 있는 재산세 상한선을 대폭 낮춘 것이다. 반면 50%였던 종합부동산세 인상률 상한선은 그해 200%로 올렸다. 6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세부담이 전년도의 세 배로 늘어나도록 물꼬를 텄다. '편가르기 원조' 종부세 추억싼 집이든 비싼 집이든 가격상승 이득은 모두 불로소득이다. 그런데도 당시 정부는 이분법으로 접근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집값의 1%를 주택보유세로 내고 있다는 논리를 앞세워 ‘고가주택 보유자’에게만 새로운 세목인 종부세를 만들어 세금을 중과했다.종부세는 최고세율(3%)이 재산세 최저세율(0.15%)의 20배로 설계됐다.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들의 주택보유세는 가격에 관계없이 동일한 세율이 적용된다는 기초적인 사실은 철저히 외면했다. 당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해있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많이 올라 서민들의 박탈감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서민들의 감정을 달래기 위해 국가 운영의 근간인 세제를 동원해 국민을 분할 통치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때로부터 5년이 흐른 지금 논의되고 있는 소득세 개정 논란도 다를 게 없다.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은 ‘상위 1% 계층’에 대해서만 적용하자고 한다. 부유세 도입도 최상층 부자들만 겨냥하고 있다. 근로소득자의 40% 정도는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애써 외면한다. 고소득층이나 자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떨어뜨리면 어떤 일이 생길까. 수수료율만 낮아지고 종전에 받던 서비스 수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어떤 형태로든 서비스의 질도 덩달아 떨어진다.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가고,약자일수록 그 부담이 커진다.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는 '우리가 봉이냐'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반발에서 시작됐다. 돈 많은 대형마트에는 매출액의 1.5%를 가맹점 수수료로 징수하면서 불쌍한 음식점에는 왜 2%가 넘는 수수료를 매기냐는 것이다. 수수료율이 낮아지면 카드회사들은 그 비용을 다른 곳에 전가하려 들 것이다. 가맹점 카드단말기를 관리하는 밴(VAN)사업자에게 주는 수수료(건당 100원가량)를 낮추는 방안을 생각해보자.밴사업자는 실비에 약간의 이익을 얹어 장사하는 영세 사업자다. 부담을 전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 카드사들은 마케팅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카드포인트 혜택을 줄이려 들 것이다. 예컨대 1만원 미만의 소액 결제에는 포인트를 주지 않거나,소액 결제를 자주 하는 계층에 카드 발급을 줄이거나,연회비를 올리는 등의 조치를 취할 공산이 크다. 부실률도 낮춰야 한다.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의 카드발급이 어려워질 것이다. 백화점들은 '입점 수수료를 차별하지 말라'는 공정거래위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해외 명품에 적용하는 수수료율과 동일하거나 근접하는 수준으로 국내 업체들의 수수료율을 낮추라는 것이다. 낮은 수수료율은 백화점이 해당 업체를 유치하려고 난리를 쳤고,높은 수수료율은 해당 업체가 백화점에 들어가려고 난리를 쳤다는 증거일 뿐이다. 수수료율 폭을 줄인다 해서 그 본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모
정부가 요즘 하는 일을 보면 시장경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신라면 블랙'가격이 비싸다고 뭇매를 퍼부어 생산중단을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품 가격은 마케팅 차원에서 결정되는 것인데도 공정위는 투입재료 원가를 분석해 '폭리를 취한다'는 식의 압박을 가했다.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신제품 마진이 기존 제품과 같아야 한다면,기업들은 막대한 개발비를 투입하는 모험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 기존 신라면 가격을 올리는 손쉬운 선택을 할 것이다. 값싼 주유소를 찾아가라고 정부가 종주먹을 들이대는 것도 웃긴 일이다. 가격은 상품을 선택하는 여러 기준의 하나일 뿐이다. 가격이 낮은 곳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시장경제의 근간인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 싼 주유소에서 기름을 받아다 배급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정부에서 조만간 나올지 모르겠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상생 협약을 맺으면 납품가 인하 압박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착각을 심어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경쟁을 피할 수 있는 별천지 생태계는 시장에 없다. 더 나은 거래선을 선택하거나,기존 거래업체와 흥정하는 것은 기업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정부는 거래업체들을 다 끌고가는 것이 '생태계 경쟁력'이고 '공생발전'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시장은 이해관계자들 간 협약이나 정치적인 타협이 작동하는 곳이 아니다. 예컨대 10여년 전만 해도 사진을 찍으려면 동그랗게 말린 필름을 카메라에 집어넣어야 했다. 지금은 반도체 메모리칩을 끼워넣는다. 이런 변화는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 없이 일어났다. 코닥 후지필름 코니카 등 카메라 필름을 생산하는 회사에도 경영자와 노동자들,부
한국은 2008년 몰아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를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성공적으로 극복해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에도 플러스 성장률(0.3%)을 지켜냈고,이듬해에는 6.2%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지금 새롭게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도 우리는 큰 어려움 없이 극복할 수 있을까.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는 은행 등 민간부문이 문제였다. 지금은 미국 유럽 등 각국의 정부가 골칫거리다. 민간의 빚더미 거품을 제거하는 수술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새 환자가 수술대에 오른 셈이다. 문제는 '쓸 수 있는 정책수단'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일본의 정책금리는 0% 수준이다. 재정도 매우 취약하다. 세계 경제는 지금 인플레이션(물가상승) 함정에 빠져 있다. 실질금리를 더 낮추려면 돈을 더 찍어내는 인플레이션 유발정책밖에 없다. 실제로 그렇게 갈 가능성이 크다. 돈 가치를 떨어뜨려서라도 국가부채와 가계빚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실물자산이 거의 없는 노동자들과 이자수입에 의존하는 퇴직자들의 고통이 커지면서 실물경제가 극도로 침체되고,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내에서는 대기업에 대한 적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기업의 눈부신 성장이 '나의 생활과는 관계가 없고 오히려 박탈감만 키운다'는 식의 여론몰이가 정치권과 정부,일부 언론에서 횡행한다. 국내 대기업들이 굴지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한 것에 대한 '안티 테제'로 반(反)기업 정서가 확산되는 것 자체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다. 한국 경제사를 돌이켜보면 눈부신 성장을 이룬 직후
독일과 프랑스를 제치고 2018 동계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한국에 세계인들의 찬탄이 쏟아지고 있다. 두 번이나 좌절했던 평창이 도전장을 다시 내밀어 완벽한 승리를 이끌어낸 끈기와 치밀함,정파와 지역 갈등을 뛰어넘어 한마음으로 뜻을 모은 한국인의 열정에 놀라고 있다. 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7일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1차 투표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했다.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30년 전 독일 바덴바덴의 감격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기업과 정부 등 각계가 하나가 돼 일궈냈던 '주식회사 코리아'의 힘을 재가동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주식회사 코리아란 별칭을 얻었던 한국 정부와 기업 간 탄탄한 파트너십이 이번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재현됐다"며 "한국의 주요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단합해 리더십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은 "세 차례나 동계올림픽 개최 경쟁에 나선 한국인들의 집요함에 감탄했다"고 전했다. 꼴찌로 탈락한 프랑스의 주간지 누벨옵세르바퇴르가 "평창에 역부족이었다"고 인정할 만큼 한국의 승리는 완벽했다. 서울올림픽이 '한강의 기적'을 전 세계에 알린 행사였다면,7년 뒤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한국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를 모은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국가에 어울리는 고급 스포츠 축제다. 한국의 제조업은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 반도체 자동차 전자 기계 조선 중공업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들은 세계를 휩쓸고 있다. 30여년 전 미국 팝송을 즐겨 듣던 한국 젊은이들은 이제 유럽으로 K팝을 전하고 있다. 서양의 독무대였던 클래식
한나라당이 지난달 '소득세율 인하'를 철회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법인세율 인하'마저 포기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예산지출 쪽에 쏟아졌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세금 쪽으로까지 번졌다. 한나라당이 법에 명시된 법인세율 인하를 스스로 무산시킨 것은 '합리적인 이성'을 상실했다는 징표다. 법인세 인하는 '부자 감세'와 별 관련이 없다. 법인세가 낮아지면 기업의 대주주는 더 많은 배당을 받을 수 있지만,그만큼 세액공제가 줄고 종합소득세(세율 35%)를 납부하는 단계에서 세금을 더 내야 해 실제 소득은 늘지 않는다. 반면 소액주주는 상대적으로 낮은 14%의 배당소득세율이 분리 과세돼 법인세 인하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는다. 1년 이상 주식을 보유하면 소액주주는 배당소득세를 아예 내지 않는다. 진보정당을 자처했던 민주당도 '집권 여당'이 되자 법인세를 인하(2005년 27→25%)했다. 법인세 인하로 생긴 이득은 단기적으로 주주 몫이지만,장기적으로는 노동자의 임금 상승과 소비자 판매가격 하락 등으로 배분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보수정당을 표방하는 한나라당은 '법인세 인하=대기업 이득'이라는 반(反)기업 정서에 기대어 법인세 인하를 스스로 철회했다. 내년 선거에서 한 표라도 더 얻겠다는 심산에서다. 지난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법인세 인하 문제는 날선 주장만 있었을 뿐 토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의 포퓰리즘은 이미 중증 단계로 접어들었다. 설령 표를 잃더라도 국정의 기본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책임있는 집권 여당'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세마저 지키지 않고 있다. 국내 기업들을 '기름을 계속 쏟아내는 유전'쯤으로 보는
다른 나라들보다 적은 돈을 복지에 쓰면서도 빈부격차가 적은 사회를 만들어 냈다면 자랑할 일이다. 국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적어도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그런 사회였다. 복지 예산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적었지만 전체 가구의 70% 이상이 중산층이었다. 우리나라처럼 빠른 경제 성장과 두터운 중산층을 동시에 일궈낸 나라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자조와 자립,근검과 협동정신을 끊임없이 북돋운 결과다. 1970년대 우리 농촌을 바꿔놓은 새마을운동 노래의 마지막 후렴구는 '우리 힘으로 만드세'다. '살기 좋은 내 마을'은 국가가 만들어준 것이 아니었다. 정부는 1970년 새마을운동 시범사업으로 전국의 3만5000여 농촌에 각각 300부대의 시멘트를 나눠줬다. 이 가운데 1만6000여 농촌에서만 마을길을 포장했고 보를 만들었다. 다른 곳은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정부는 이듬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1만6000여 마을에만 철근 1t과 시멘트 500부대를 줬다. 이런 식으로 전국의 농촌들을 경쟁시켰다. 정부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며 뒤에서 '하늘' 역할만 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업보국을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달려든 기업만 지원했다. 한정된 자원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정경유착과 부패도 생겼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있었기에 개도국으로는 유일하게 반도체와 자동차,철강과 석유화학,선박과 각종 전자제품들을 만드는 나라가 됐다. '해 보겠다'는 자립 의지와 '해 보니까 되더라'는 자신감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핵심 가치다. 보존하고 지켜야 한다. 하지만 보수(保守)를 자처하는 집권 여당
양극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예컨대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더 잘해 생길 수도 있고,공부 못하는 학생의 성적이 떨어져 발생할 수도 있다. 다행히 우리 사회의 양극화는 전자다.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대기업들이 내놓은 성적표가 경이롭다. 올해 1분기에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대기업이 한두 곳이 아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2조9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1년 전보다 33% 줄긴 했지만 미국 애플의 독주로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낸 실적치고는 놀랍다. 현대자동차도 1분기에 1조827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들였다. 정유회사인 SK에너지와 SK종합화학을 자회사로 둔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1조1933억원이다. 한 분기에 1조원 이상 이익을 내는 기업들이 올해 더 생길 것이라는 게 증권가 안팎의 전망이다. 선두의 질주로 생긴 양극화는 그 성과가 아래로 흘러가도록 해서 좁혀야 한다. 대기업의 성장 과실이 중소기업과 국민 전체에게 돌아가는 트리클 다운(trickle down)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청와대 직속 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오는 8월께 선정한다. 대기업 참여를 금지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면 대기업이 갖고 있는 돈도 흘러들어가지 않는다. 수도권에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면 지방으로 돈이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시장과 인력,교육과 문화 시설을 잘 갖춘 수도권을 여전히 선호한다. 수도권이 아니라면 차라리 해외로 가겠다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일부 정치인들은 수도권에서 첨단업종 공장 설립을 완화하는 조치(산업집적활
물가는 격심한 혼란을 겪은 뒤에야 안정되는 습성이 있다. 1980년대 초 한국이 그랬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쥔 전두환 정부가 물가잡기에 올인한 것은 오일쇼크로 물가가 급등하는 폐해를 겪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리는 미국의 폴 볼커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맡으면서 두 자릿수 금리 정책을 편 것도 당시 물가불안이 극에 달했던 탓이다. 정치적인 위기로까지 번지지 않는다면 정부는 물가가 적당하게 오르는 것을 좋아한다. 돈을 찍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화폐발행액은 2000년 21조원에서 2010년 43조원으로 늘었다. 시중은행이 무이자로 한국은행에 맡겨야 하는 돈(지급준비예치금)까지 합친 본원통화는 이 기간 중 28조원에서 74조원으로 불어났다. 증가율이 164%에 달한다. 반면 국내총생산(GDP)은 이 기간 중 5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실물에 비해 돈이 더 많이 풀리다보니 물가는 매년 2.2~4.7%씩 올랐다. 물가가 오르면 정부빚(지난해 말 407조원)의 실질가치가 줄어들고,화폐가액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세금은 늘어나게 된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각종 세금공제 등 선심을 썼는데도 2000년(93조원)의 두 배인 178조원을 지난해 국세로 거둬들인 것도 '물가의 마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부가 물가의 달콤함에 취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북아프리카의 튀니지 정권이 '반(反)독재 재스민 혁명'의 물결에 휩쓸려 몰락한 데는 고물가에서 비롯된 국민생활고 탓이 컸다. 이명박 대통령이 "성장보다 물가가 우선"이라고 선언한 것도 민심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구제역과 한파,고유가가 한꺼번에 몰려와 서민 생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사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신년 연설에서 복지분야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중산층에까지 복지 혜택을 늘리고,100세 장수 시대를 대비해 맞춤형 종합 플랜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야당인 민주당은 한 술 더 떴다. '무상의료'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 무상급식으로 본 재미를 내년 선거까지 이어갈 심산이다. 한국의 정치권은 지금 복지전쟁 중이다. 청와대와 여 · 야 가릴 곳이 없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경제적 번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며 나눠먹기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한 순간에 어려움에 빠져 세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걱정하는 정치인은 없다. 그래서인지 정치인들은 복지를 외치면서도 정작 이를 뒷받침하는 기업들을 키우는 데는 무관심하다. 이 대통령은 3년 전 취임 당시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전봇대'를 과감히 뽑아냈다. 하지만 달라졌다. 신년 연설에서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무엇인지,우리 사회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1등 제품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 시장의 법칙이다. 이 대통령이 '세계 1위'라고 자랑스럽게 꼽은 디스플레이 메모리반도체 조선이 올해에도 그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 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했다. 지난해 6%가 넘는 경제 성장을 이뤄냈고 수출 7대 강국으로 부상했다. 세계가 깜짝 놀랄 정도로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를 잘 치렀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세계 질서를 만들어가는 나라가 됐다고 선언했다. 그런 자신감이 중산층까지 포
세계 자본주의 경제는 지금까지 세 차례 격변을 겪었다. 처음은 1930년대 세계 대공황이었다. 시장의 자율 조정 메커니즘으로 불황을 치유하자는 자유방임 철학이 무너졌다. 대신 정부의 역할을 중시하는 케인스주의가 등장했다. 두 번째 변화는 1970년대 오일 쇼크와 함께 찾아왔다. 불황을 막기 위해 돈을 풀었지만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불황)만 심해졌다. 방만한 정부를 대신해 시장이 부활했다. 미국에서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영국에서는 마거릿 대처 총리가 변화를 주도했다. 세 번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세계 경제는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침체에 빠졌다. 선진국들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과 신흥시장국의 경기 호조로 불황의 터널에서는 빠져 나왔다. 하지만 '글로벌 스탠더드'를 대신할 새로운 표준인 '뉴 노멀(New Normal)'은 완성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세 번째 격변은 현재진행형이다. 금융의 방종을 어떻게 규제할지,자본 유출입은 어떻게 통제할지에 대한 규범이 논의되고 있다. 신뢰가 무너진 달러를 대신하는 기축통화를 만들어야 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일자리를 내세운 보호무역주의 경향과 싸우는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미국과 중국의 환율전쟁,주요국의 통화 팽창에 따른 인플레이션 문제도 향후 10년 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다행히 한국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새로운 10년을 좌우할 '프레임 워크'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가 출발점이었다. 올해 프랑스 G20 회의에서도 한국은 공동의장국 자격으로 논의에 참여한다. 세계 경제의 새로운 규칙인 뉴 노멀을 만드는 데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은 글
정운찬 전 총리가 이끄는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위원회가 지난주 출범했다. 같은 날 롯데마트는 '통큰치킨'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두 사건의 인과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이 동반성장위 회의에 참석한 뒤 판매 중단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최소한 의견교환 정도는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추측만 있다. 통큰치킨 판매 중단에는 '대기업과 중소상인들이 동반 성장하는 꿈'을 담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에선 우리 사회의 명백한 퇴보다. 영세상인의 생존권을 그런 식으로 지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선택권만 빼앗겼다. 자영업자들의 일자리를 거대 자본이 빼앗아갈 것이라는 공포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선진국 개발도상국 가릴 것 없이 대형 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특정 품목으로 전문화한 카테고리 킬러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중소상인들이 쫓겨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토대로 한 대자본의 생산성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본은 늘 비효율적인 곳을 찾아가 헤집어놓는다. 부당 염매 논란이 있긴 했지만 어쨌든 롯데마트가 팔았던 '통큰치킨'은 동네 가게에서 파는 것의 반값 이하였다. 통큰치킨 판매를 중단하라는 요구는 두 배,세 배의 가격으로 치킨을 사먹으라는 강요다. 프랜차이즈 업자들은 원가를 공개하며 '이익이 거의 없다'고 항변하지만,생산성이 낮다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인터넷에서는 통큰치킨을 계속 판매하라는 서명 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시장의 자율조절 기능을 믿기보다는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했다는 것도 문제다. 값이 싸고 품질마저 좋다면 시장은 초과수요를 양산해 대가를 치르게 만
기축통화국의 필요조건은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다. 상품과 돈은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결제 통화를 세계 시장에 꾸준히 공급하려면 세계 시장에 내다파는 물건보다 사들이는 물건이 꾸준히 더 많아야 한다. 기축통화량은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것에 맞춰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기축통화국은 구조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야 한다. 그 역할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60여년간 미국이 해왔다. 금을 대신하는 기축통화로 달러를 공급했고,신흥국에 소비시장을 제공했다. 덕분에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큰 어려움 없이 세계 경제에 편입돼 성장했다. 그랬던 미국이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소비가 미덕'이라던 미국은 이제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국정연설에서 "5년 안에 수출을 두 배로 늘려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유발시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양적 완화'는 예전에는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엄청난 변화다. 종이 쪽지에 불과한 달러를 전 세계가 믿고 거래한 것은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에 대한 신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중앙은행이 직접 나서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700조원에 가까운 돈(6000억달러)을 내년 상반기까지 풀기로 했다. 미국은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가치를 지키기보다는 실업 등 자국 내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통화 팽창을 선택했다. 그러면서 중국 등 신흥국에 통화가치 절상을 요구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줄여야 한다고 압박했다. 지난 11일과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정상
중도실용을 기치로 내건 이명박 정부에서도 이념의 과잉은 여전하다. 사회주의냐 자본주의냐,경제개발이냐 민주주의냐,성장이냐 분배냐를 따졌던 예전의 이념 논쟁과는 차원이 다르긴 하다. 하지만 친서민이나 상생,공정 등 최근에 떠오른 화두들 역시 '개념을 제시하고 이를 잣대로 세상을 들여다보려는 경향성'은 과거와 다를 게 없다. 세세한 부분까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오히려 더하다. 가치를 앞세우는 접근법은 근본적으로 한쪽의 진실만 대변한다. 예컨대 상생을 과도하게 추구하면 '자유'가 훼손된다. 10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은 영화 아바타와 시장에서 외면받는 영화들의 상생 문제를 생각해보자.영화관을 찾은 관객 10명 중 두세 명에게 인기없는 영화표를 사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있겠지만,보고 싶은 영화를 찾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근본적으로 침해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소비자들은 G마켓이나 인터파크와 같은 오픈 마켓을 통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 파는 물건들을 비교하고,정보를 교류하면서 상품을 고를 수 있게 됐다. 제품의 미세한 차이를 부각시키는 고객들의 예리한 품평에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애플이나 모토로라 등 내로라하는 국내외 대기업들조차 혼쭐이 난다. 경쟁력이 없는 동네 가게들이야 말할 나위가 없다. 시장참가자들의 선택이 예리해질수록 승자의 과실이 커지는 반면 패배자들이 많아져 사회는 양극화된다. 양극화 해소와 상생을 위해 인터넷 검색 범위를 '동네'로 제한하는 등의 행위는 소비자들의 선택권과 필연적으로 충돌한다. 좋은 부품을 값싸게 공급하는 업체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납품단가를 낮추는 것은 대기업 구매담당자들의
무상급식은 1989년 시작됐다. 밥을 굶는 아이들에게 최소한 학교에서만큼은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였다. 결식 아동의 생존권 문제였던 셈이다. 이런 철학이 바뀐 것은 10년 뒤인 1999년이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로 확대됐다. 1997년 1만2000명이었던 무상급식 수혜자는 1999년 15만1000명으로 늘었다. 여러 선거를 치르면서 무상급식은 계속 진화했다. 지난해 혜택을 받은 사람은 73만명에 달한다. 웬만한 저소득층 가정은 모두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학교에서 굶는 아이들이 없는데도 무상급식 아이디어가 6 · 2 지방선거를 뒤흔든 이유는 무엇일까. 아이들이 '눈칫밥'을 먹지 않게 하자는 호소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든 탓이다. 무상급식을 받는다는 사실이 급우들에게 알려지면 창피하기 때문에 아예 모든 학생들에게 무상급식하자는 주장이다. 이 논리가 통하면 그 다음엔 부녀자와 노인들이 느끼는 창피함이 현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건장한 청년과 중장년층이 느끼는 창피함 역시 없애야 한다. 복지 혜택을 받는 국민은 이를 당연하게 느끼게 되고,자신의 삶과 가정을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의식은 갈수록 희미해진다. 복지는 늘 이런 식으로 스스로를 확대재생산한다. 전면 무상급식 실시의 가장 큰 병폐는 개인의 책임의식과 자활의지를 갉아먹고 모든 것을 국가에 의존하도록 만드는 경향성이다. 복지는 시혜(施惠)가 아니라 시민이 당당하게 누리는 권리라는 주장이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거에서 표를 얻는 데 급급한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복지 확대 주장에 편승한다. 이 때문에 복지와 관련된 예산은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의 관심은 '양극화 문제'에만 쏠려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서울과 지방,강남과 비(非)강남,부자와 서민 등 온갖 대립적인 구도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회의 양극화 현상이 '우리가 선택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교육 양극화는 1970년대 직장인들이 신도시인 서울 강남에 몰려 들었고,공부 잘 하는 학생들이 강남으로 이사를 갔고,시장성을 확인한 사설 학원들이 새로운 사업지로 강남을 선택한 결과물이다. 영화 아바타에 10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린 반면 순수 예술영화는 상영관조차 잡기 어려운 양극화 역시 선택의 결과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관람객의 30~40%를 순수 예술영화 상영관에 강제 배정할 수는 없다. 1등 제품이 시장을 싹쓸이하는 '승자독식'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자마자 사용 후기를 즉각 인터넷에 올리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급속히 늘어난 탓이다. 흠이 있는 2,3류 제품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고 승자가 독식하게 만든 주체는 예전보다 더 똑똑해진 네티즌들이다. 경제 발전의 논리도 다를 게 없다. 1인당 국민소득 1000달러를 넘어선 1970년대 후반에 저임금 근로자들의 파업과 도시빈민 철거문제가 터져 나왔다. YH무역 노동자들의 신민당사 농성사건이 대표적이다. 도시 철거민의 비애를 그린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1978년)이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3저(低)호황의 물결을 타 1인당 국민소득 5000달러 능선을 힘차게 넘어선 1989년엔 노동자 대파업이 사회를 뒤덮었다.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선두그룹의 질주는 사회의 간극을 벌려 놓았고,그 간극을 좁히려는 에너지가 역류했다. 선두그룹이 과감히
최근 주택시장에 불어닥친 찬바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겨울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인지,봄이 오기 전 반짝 들이닥친 꽃샘 추위인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부동산 시장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고용 부진으로 가계의 주택 구매력이 취약해졌고 양도세 감면 혜택 폐지로 투자 수요도 급격히 줄었습니다. 보금자리주택 청약을 기다리느라 구매 시기를 늦추는 경우도 많습니다. 금리 인상 가능성도 주택 수요를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많은 미분양 물량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부동산 시장이 어두운 것만은 아닙니다. 몇 가지 호재가 눈에 띕니다. 첫째,정부의 재정 확대와 저금리 정책으로 시중유동성이 어느 때보다 풍부합니다.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퍼지고 임금 등이 오르면 부동산 가격이 급반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둘째,정부의 대출 규제가 장기적으로 주택 공급 부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 대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규제를 강화하면 시행사들의 땅 매입 작업이 사실상 중단돼 2~3년 뒤 주택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주택시장에 대한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장기적으로 공급을 위축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셋째,금융위기가 마무리되면 실물경제가 상당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실질소득이 늘어나면 주택시장이 활기를 띨 것입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은 경제원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집값이 큰 영향을 받습니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고령화와 출산 감소,1인 가구 등 가족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현승윤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