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2·3 비상계엄 선포’에 일언반구 언급이 없는 게 불안하다.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아직은 대통령 취임 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캐나다에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고 하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미국의 주지사라고 칭한 트럼프 아닌가. 트럼프는 막말과 거짓말을 밥먹듯 해 온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1기 재임 기간에 거짓 또는 잘못된 주장을 펼친 게 총 3만573건이며 하루 평균 21건에 달했다고 집계한 바 있다.트럼프는 막말이든 거짓말이든 협박이든 일단 질러 놓은 다음, 말을 바꿔가며 협상하는 스타일이다. 얻어낼 게 없으면 아예 입을 닫는다. 8년 전 한국이 딱 그랬다. 2016년 말 탄핵당한 박근혜 정부가 당시 트럼프 당선인 측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돌아온 것은 “죽은 정부는 상대하지 않는다”는 답이었다.반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선 집권 초반부터 ‘미치광이’ ‘꼬마 로켓맨’ ‘병든 강아지’라며 때리고 나섰다. 이유가 있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북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가장 시급한 미국의 안보 현안으로 인계받았고 이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최대 압박’을 대북 전략으로 채택했다.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도발을 이어가자 트럼프는 2017년 10월 항공모함을 한반도에 배치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에게 소개령을 내리려고 했다. 한국은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전쟁이 터지지 않기를 매일 기도했다고 할 정도로 긴박했다. 이 같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024 한국 부자(富者)보고서’를 어제 내놨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에서 부자는 46만1000명, 전체 인구의 0.9% 정도다. KB가 부자로 꼽은 기준은 ‘금융자산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이다. 세부적으론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은 자산가,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은 고자산가, 300억원 이상은 초고자산가로 분류했다. 금융계는 대체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부자로 본다.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은행은 금융자산 100억원 이상 또는 총자산 300억원 이상을 슈퍼리치로 칭한다. 은행과 증권사는 10억원 이상 고객에겐 세무 상담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외국에서도 대개 미화 100만달러가 부자 기준이다. 백만장자라는 말이 아직 통하는 셈이다. 다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처럼 100만달러 이상 자산을 잣대로 삼는 곳과 시장조사업체 캡제미니처럼 100만달러 이상 투자 가능 금융자산을 기준으로 삼는 곳도 있다. 블룸버그는 미화 10억달러(약 1조4514억원) 이상 자산가들의 보유 주식 가치를 실시간 추적해 억만장자 지수를 내놓기도 한다.조세 제도에선 부자 기준이 전혀 다르게 적용된다. 현재 부유세 개념이 적용되는 세제는 금융소득종합과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세 등이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배당과 이자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웃도는 사람이다. 단순히 은행 예금만 있고 금리가 연 3%라고 치면, 6억6700만원의 예금이 있으면 대상이다. 종합부동산세는 12억원이 넘는 주택을 한 채 가지면 대상이다.상속세는 자녀와 배우자가 있는 경우 상속재산이 10억원을 넘으면 대상
은행은 오랫동안 대면(對面)산업의 대명사였다. 14세기 이탈리아에서 은행업이 시작된 이후 은행원을 만나지 않고 서비스를 받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후반이 돼서다.은행원은 예나 지금이나 선망의 직업이다. 은행이 면허사업이어서 대체로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높은 급여를 지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대졸과 고졸 직군을 나눠 뽑을 때 특히 고졸 직군에선 성적 우수 학생이 주로 입행했다. 대졸이라 하더라도 고졸이 맡는 영업점 창구를 거치는 것은 필수였다. 출납, 예·적금, 카드, 가계대출, 종합상담 등의 업무를 익혔다. 고졸 창구 여직원도 실적이 뛰어나면 승진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선 창구 직원이든 본점 간부든 은행에 종사하면 모두 은행원이라고 부른다. 미국에서 창구 직원을 텔러(teller)로 칭하며 뱅커(banker)와 구분하는 것과는 다르다.은행원을 만나지 않고 업무 처리가 가능해진 것은 출금과 입금 순이었다. 1975년 현금자동지급기(CD·cash dispenser)가 도입됐고 1980년대 중반엔 현금자동입출금기(ATM·automated teller machine)가 널리 퍼졌다. 1990년대 중반 콜센터가 구축됐고 1999년부터는 인터넷뱅킹이 시작돼 굳이 창구에 가지 않더라도 상당수 업무를 처리하는 게 가능해졌다. 국내에서 아예 은행을 가지 않아도 되는 금융서비스는 2017년 카카오뱅크가 설립되고 나서다.이제는 은행원 업무를 인공지능(AI)이 대체하는 흐름이다. 어제 금융위원회가 생성형 AI 기반의 AI 은행원 허용을 발표했다. 지난 8월 금융사 내부 전산망과 외부망 분리를 강제하는 규제를 완화한 뒤 후속 조치다. 외부 클라우드 서버를 활용해 보다 정교한 상담과 정보 제공이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한다.예
2020년 총선에서 절반을 훌쩍 넘긴 더불어민주당이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데는 부동산 실정(失政) 영향이 컸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2배 오르는 등 집값이 뛰자 곳곳에서 불만이 쏟아졌다. 집 없는 사람은 내 집 마련이 힘들어서, 집 가진 사람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급증했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종부세 부담을 낮추는 개정안이 윤석열 정부 첫해 여야 합의로 바로 통과된 것은 이 때문이다.집값 급등의 여파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을 뿐인데 상속세를 물게 되자 울화통을 터트리는 중산층이 늘기 시작했다. 현행 상속세는 일괄공제(5억원)와 배우자공제(5억~30억원)를 제한 후 부과되는데,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12억4000만원(9월 기준)에 이르러 아파트를 소유한 두 집 중 한 집이 상속세 대상이 됐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공제 한도는 1997년 이후, 과표와 세율은 1999년 이후 그대로인 여파다.정부와 여당은 올 들어 중산층 부담을 낮추고 대주주의 경우 할증 포함 세율이 60%에 이르는 가혹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지난 7월 세법 개정안을 내놓았고 민주당도 곧이어 나름의 안을 제시했다. 정부안의 골자는 자녀 1인당 공제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최고 세율 50%에서 40%로 인하, 대주주 20% 할증 폐지 등이다. 민주당의 임광현 의원안은 일괄공제 8억원·배우자공제 10억원 상향, 최고 세율 및 할증 과세 유지가 핵심이다.정부안이나 야당안이나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쪽이어서 반갑지만 상속세 철학이나 원칙을 깊이 고민했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배우자에게 상속세를 물리는 게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 제기에 답이 없다. 외국을 보자. 미국 상속제도엔 ‘
영국의 세 번째 여성 총리 리즈 트러스는 ‘제2의 마거릿 대처’를 꿈꿨다. 두 번째 여성 총리 테리사 메이가 집권 기간(2016년 7월~2019년 7월) 내내 브렉시트 문제로 허둥지둥하다가 끝난 것을 봤다. 트러스는 취임 17일 만인 2022년 9월 23일 450억파운드(당시 환율 기준 68조원) 규모의 감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코로나19 와중에 영국 정부가 감당도 못 할 정책을 내놨다는 평가를 내렸다. 국채 투매가 이어지며 파운드화 가치가 급락했다. 그 여파로 트러스는 50일 만에 물러나 최단명 영국 총리로 기록됐다.국가 지도자의 정책 방향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친 일은 최근 일본에서도 있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총리로 선출된 후 첫 거래일이던 지난 1일 닛케이225지수가 4.8% 폭락하고 엔화 가치는 2% 이상 뛰었다. 재정 정상화를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고 금융소득세와 법인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실행에 옮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에서다. 이시바 총리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다음날 이전 발언을 모두 주워 담았다.요즘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트럼프 트레이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접지 않은 지난 7월 하순까지는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 방위산업, 건설, 원자력 등의 종목과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급등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던 8~9월엔 신재생, 바이오산업 등이 주목받으며 ‘해리스 트레이드’란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이달 들어 트럼프 트레이드는 금융시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물가가 뛸 것을 예측해 미 국채 금리가 치솟고 있는 것이다. 미
음식점의 배달앱 수수료 논란은 여러모로 신용카드 수수료 논란과 닮았다. 내수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 자영업자들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정치권과 정부가 나선 점 등이 판박이다. 영세 업체일수록 우대 혜택을 부여해 수수료를 더 낮게 하는 방식의 해법이 모색되고 있다는 점 역시 같다.카드 수수료가 비싸다는 불만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쌓이기 시작해 2011년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꽃집, 빵집,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이 성토 대열에 합류하자 2012년 들어 정치 이슈가 됐다. 4월 치러지는 19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겠다며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나섰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법으로 가격을 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대했지만 결국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후 네 차례 개편으로 지금의 체계에 이르렀다.현재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0.5~2.06%다.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 가맹점이 0.5%다. 연매출이 30억원을 넘는 이른바 일반 가맹점은 2.06%다. 그 사이가 중소 가맹점이다. 중소 가맹점은 연매출 구간별로 3억~5억원 1.1%, 5억~10억원 1.25%, 10억~30억원은 1.5%가 적용된다.2011년까지만 하더라도 카드 수수료율은 1.5~4.5%였다. 대형 가맹점이 1.5%, 소형 가맹점은 4.5%였다. 지금과는 정반대였다. 거래 규모가 크면 단위금액별 처리비용이 줄기 때문에 대형 가맹점에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 대부분 국가에서 지금도 이런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창업 초기 미용실이나 식당에는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지만, 사업이 잘돼 매출이 뛰면 수수료율을 낮춰준다. 그게 시장의 규칙이었다.음식점의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논란이 된 건 2022년께
19세기 중반 미국에서 황금을 찾아 서부로 떠난 사람들의 최종 목적지 캘리포니아는 무법천지나 다를 바 없었다. 1846~1848년 멕시코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미군이 점령하고 있었는데, 소유권 제도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았다. 금광은 먼저 도착해 채굴을 시작한 사람이 임자였다. 소유권과 이익을 놓고 다툼이 많았고 총격전도 자주 벌어졌다. 이런 문제는 1872년 광산법이 제정되면서 해결됐다. 광산법은 개발이익의 분배 방식도 정했는데, 광산을 빌려서 금 석탄 철광석 등을 캐면 소유권자에게 일정한 로열티를 지급하도록 했다. 현재 미국의 광물개발 로열티는 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생산액의 2~8%다.서구의 이 같은 로열티 개념은 일제강점기 조광료(租鑛料)로 한국에 들어왔다. 1950~1960년대 강원도 태백, 영월 등지에서 석탄 개발 붐이 불었을 땐 20~30%까지 치솟았다. 난개발이 잇따르자 정부가 1973년과 1981년 광업법 및 시행령 개정을 통해 석탄에 대해선 5%를 넘을 수 없도록 제한했다. 산유국을 대비한 조광료 규정도 만들었다. 현재 석유의 조광료는 하루 생산량 기준 2000~5000배럴은 3%, 5000~1만 배럴 6%, 1만~3만 배럴 9%, 3만 배럴 이상 12%로 정해져 있다. 천연가스의 조광료율도 하루 생산량 기준으로 3~12%다.개발업체가 최소 세전 88% 이상을 가져가는 이 같은 구조에 대해 지난 6월부터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동해 석유·가스전에 최대 140억 배럴 규모의 원유와 천연가스 매장 가능성이 발표되면서 향후 개발을 맡을 외국 업체가 이익을 지나치게 많이 가져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정부는 그제 ‘대왕고래’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선 특별조광료를 받을 방침이라고 밝혔다.하지만 개발업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분석 대상 기업은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관계여야 한다. 너무 가까우면 지나치게 우호적인 보고서를 내고, 너무 멀면 분석에 필수 정보를 제때 받지 못해 엉뚱한 얘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적극 매수, 매수(비중 확대), 보유(중립), 매도(비중 축소), 적극 매도 등 5단계 투자의견 중 매수 정도의 투자의견을 내고 목표주가를 높이거나 낮추는 증권사가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미국 증권사 모건스탠리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런 통상의 관계가 아니다. 오히려 악연에 가깝다. 모건스탠리가 최근 몇 년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갑자기 낮춰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2017년 11월엔 삼성전자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도 떨어뜨렸다. 메모리산업 사이클이 곧 정점을 찍을 것이란 관측에서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2017년과 2018년 연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려 모건스탠리 전망이 잘못됐음을 입증했다.2021년 8월엔 ‘메모리, 겨울이 오고 있다(Memory, winter is coming)’는 제목의 보고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일본 미쓰비시UFJ가 20% 지분을 갖고 있어 한국 기업 견제 차원에서 부정적 보고서를 냈다는 얘기와 선명한 투자의견 제시 차원이라는 분석이 함께 나왔다.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악화하자 모건스탠리 관측이 맞았다는 평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모건스탠리가 지난 15일 발간한 ‘겨울이 어른거린다(Winter looms)’ 보고서에선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낮추고, SK하이닉스는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반토막 이하로
인텔은 세계 반도체산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 내려온 기업이다. 1950~1960년대 반도체산업을 개척하고 실리콘밸리 시대를 연 쇼클리반도체연구소와 페어차일드반도체가 인텔의 출발점이다. 두 회사를 차례로 함께 뛰쳐나온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앤디 그로브와 손잡고 1968년 세운 회사가 인텔이다. 세 사람은 차례로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맡았다.인텔(Intel)이라는 사명의 뜻은 ‘집적 전자공학(Integrated Electronics)’이다. 반도체 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향상된다는 무어의 법칙이 탄생할 수 있었던 토대다. 1972년 세계 최초로 D램을 내놨으며 일본 반도체업체의 도전이 거세지자 중앙처리장치(CPU)에 집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윈텔(윈도+인텔) 동맹을 맺고 ‘인텔 인사이드’라는 슬로건으로 반도체 시장을 지배했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세계 반도체기업 매출 1위를 지켰다.그런 인텔이 체면을 단단히 구기고 있다. 지난해엔 간신히 적자를 면했지만 올 들어선 영업손실이 1분기 11억달러, 2분기 16억달러로 늘었다. 특히 파운드리 부문의 영업손실은 1분기 25억달러, 2분기 28억달러로 ‘밑 빠진 독’이 됐다. 올 들어 주가가 60%가량 떨어졌으며 시가총액은 1000억달러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전체 직원의 15%인 1만5000명을 감원하기로 한 것도 모자라 파운드리 부문 매각 얘기까지 나온다.인텔의 추락은 과거에 안주해 스마트폰과 인공지능(AI) 부상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영업, 마케팅, 재무 출신에게 지휘봉을 맡기고 기술 개발을 등한시한 것도 한몫했다. 기술 전문가인 팻 겔싱어가 2021년 CEO에 올라 첨단 반도체 공정인 파운드리 사업
25년간 전국 방방곡곡에 현수막을 붙이고 실종된 딸을 찾아 나섰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사망한 아버지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실종된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는 현수막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듯하다. 서울만 하더라도 광화문 종로 을지로 강남 서울역 인근 등 도심뿐 아니라 한남대교 북단과 양재나들목 등 경부고속도로 진출입부에도 걸렸다. 부산, 대구, 강릉, 해남에도 현수막이 설치됐다. 아버지 송길용 씨(71)가 25년간 전국에 건 현수막은 1만 개에 이르고 돌린 전단은 1000만 장에 달한다고 한다.만 17세로 평택 송탄여고 2학년이던 딸이 사라진 것은 1999년 2월 13일이었다. 친구들을 만나고 밤 10시께 버스에 올라 마을 정거장에 내린 게 마지막이었다. 술 냄새를 풍기는 30대 남자가 같이 내렸다고 하는데 경찰 수사는 전혀 진척이 없었다. 이에 부부는 직접 전단을 만들어 돌리고 본 사람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송씨는 1t짜리 트럭에 전단과 현수막을 싣고 25년간 전국을 다녔다. 전 재산을 다 쓴 그는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했는데 월 60만원 중 40만원을 전단과 현수막 제작에 썼다고 한다. 하지만 끝내 딸은 돌아오지 않았다. 비관한 아내는 2006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으며 송씨는 지난 26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하필이면 길에서 죽다니…. 한 가족의 운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한스럽고 비극적이다. “저승에선 그토록 보고 싶었던 딸을 만나 행복하게 영면하라”는 인터넷 댓글에 절로 고개가 숙어진다.18세 이하 아동 실종 신고는 연간 2만 건 안팎이 경찰에 접수된다. 대부분 1시간 안에 부모 품으로 돌아간다. 골든타임은 미취학아동의 경우 6시간, 청소년은 48시간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82)는 일본에서 존경받는 정치인 중 한 명이다. 2001년 집권하자마자 성역 없는 개혁으로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자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1호 개혁 대상으로 우정공사를 꼽아 민영화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정경관 유착의 고리를 끊고자 애썼다. 가장 큰 업적은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의 후생연금(국민연금) 개혁으로 고갈 시점을 100년 늦춘 것으로 평가받는다.하지만 한국인에겐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일본 정부가 방위백서에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처음 명시한 것과 시마네현이 다케시마의 날을 일방 선포한 것 모두 2005년으로 고이즈미 재임 때였다. 교과서 갈등이 커졌는데도 재임 5년 내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비난을 샀다.고이즈미 전 총리는 자신의 지역구인 가나가와현 11구를 둘째 아들 신지로(43)에게 물려줬다. 아들 고이즈미는 28세에 하원 격인 중의원에 처음 당선됐으며 이후 내리 5선에 성공했다. 30대에 환경상과 내각부 특명담당 장관을 지냈다.그는 환경상 재임 시절 한 국제회의에 참석해 “기후변화는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연설한 후, 기자들이 설명을 요청하자 “설명하는 것 자체가 섹시하지 않다”고 답해 ‘동문서답의 대가’ ‘펀쿨섹좌’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또 독도가 해양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다케시마를 절대 사수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아들 고이즈미가 요즘 총리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다음달 27일 사실상 차기 총리인 자민당 총재 선출이 예정돼 있는데 여론조사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어서다. 정치 파벌의 비자금 이슈가 스캔들로 번지고
2020년대 들어 기업의 채용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즉시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 수시채용이 주가 됐고 업무를 배우는 인턴 중에서 정직원을 채용하는 곳도 늘어났다. 10대 그룹 중 공채 제도를 유지하는 곳은 이제 삼성뿐이다. 과거 공채 방식으로 직원을 뽑은 기업들은 대부분 수습 제도를 운용했다. 대체로 석 달 정도 업무교육을 했다. 공무원 조직은 여전히 수습 제도를 두고 있다. 행정직은 수습, 기술직은 견습이란 말을 쓰지만 공식 용어는 시보(試補)다. 시보 공무원의 기간은 6급 이하가 6개월, 5급이 1년이다.수습 제도는 법조계에도 남아 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법연수원 2년 교육 의무화는 사라졌지만 시험에 막 합격한 변호사는 6개월간 수임이 제한된다. 이 기간 법률사무기관에 종사하거나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연수를 받아야 한다.의사는 현재 이 같은 의무 수습제도가 없다.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면 바로 개원하거나 진료를 볼 수 있다.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는 각자가 선택해서 하는 것이다. 의사 면허를 받은 해에 별도 수련 없이 바로 일반의로 진료를 시작한 비율은 2013년 12%에서 2021년 16%로 높아졌다. 이로 인해 환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선진국은 진료 전 수련이 의무다. 영국과 일본은 의사 면허를 딴 뒤 2년간 임상 수련을 거쳐야 진료 면허를 부여한다. 미국은 임상 수련 기간이 3년이다.정부는 그제 의사 진료면허제 도입을 본격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정해진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병원을 차리거나 ‘페이닥터’를 할 수 없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가 바로 반발 브리핑을 열었다. 직업 수행의 자유를 침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1.7%로 결정 난 것에 노동계가 볼멘소리를 내는 것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5~2.6%로 전망되는 만큼 명목임금이 1.7%만 오른다면 실질임금은 1.8~1.9% 감소하기 때문이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 2.5%도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3.6%에 못 미쳤다.하지만 기간을 1~2년에서 10년으로 늘려놓고 보면 노동계는 불만을 제기하기보다 표정 관리를 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2015년 5580원에서 내년엔 1만30원으로 뛰니 10년간 인상률은 79.7%다. 비슷한 시기인 2014년 6월 말부터 올해 6월 말까지 10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8%로, 최저임금 인상폭이 물가 상승폭보다 4배 가까이 크다. 이로 인해 한국의 최저임금은 중위임금의 60%를 넘어 이 기준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 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 초반 폭풍처럼 몰아친 비상식적 인상에서 기인한다. 2018년도와 2019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와 10.9%에 달했다. 2017년과 2018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2.8%, 1.4%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최근 2년간 ‘상대적 과소 인상’은 뜨거운 물을 식히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인상률이 정권에 따라 이렇게 심한 편차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샤워실의 바보’는 물론 최저임금위원회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 각 9명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결정은 공익위원들이 내린다. 하지만 공익위원들이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면 실제 바보짓은 정부가 했다고 결론 낼 수밖에 없다.최저임금 널뛰기는 어떻게 완화할 수 있을까. ‘샤워실의
19세기 미국 경제 발전의 기폭제는 남북전쟁(1861~1865년)이었다. 전쟁을 치르기 위해 각종 군수품의 대량생산이 이뤄졌고 철도와 선박 등 운송, 통신기술이 발달했다. 전쟁 후엔 전국 단위 시장이 출현했고 커진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수직 또는 수평으로 통합하는 기업들이 생겨났다. 이렇게 탄생한 거대 기업은 트러스트(기업연합)라고 불렸으며 석유왕 록펠러, 철강왕 카네기, 철도왕 밴더빌트 등이 트러스트를 지배한 기업인들이다.트러스트는 가격 담합, 리베이트 수수, 우월적 지위 남용 등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곳곳에서 피해가 발생하자 존 셔먼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이 반트러스트법을 발의, 1890년 시행됐다. 셔먼법이라고 불리는 최초의 반독점법에 따라 1911년 스탠더드오일이 34개 회사로 분할됐고 같은 해 아메리칸타바코는 16개 회사로 쪼개졌다. 이후 셔먼법을 보완하는 클레이튼법과 연방거래위원회(FTC)법이 만들어졌으며 법무부와 FTC를 양대축으로 하는 미국 공정거래 체계가 완성됐다.공정 경쟁과 소비자를 우선하는 미국 정부와 법원의 의지는 강했다. 미국 방송산업을 장악한 NBC가 1942년 2개로 나뉘었고 통신시장을 지배한 AT&T는 지역사업자 7개로 분할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 운영체제 윈도에 익스플로러를 끼워 판 것이 셔먼법 위반 판정을 받아 1998년 1심에서 2개 회사로 분할 명령을 받았으나 이후 끼워팔기를 하지 않고 빌 게이츠가 물러나기로 하는 등 협상으로 분할을 면했다.어제 구글이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독점 금지 조항인 셔먼법 2조를 위반했다는 판결을 받았다. 구글이 스마트폰에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애플 등에 260억달러를 지급한 것이 독점
역사상 최고의 축구선수를 꼽으라면 밤새워 논쟁을 벌여도 일치된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후보엔 네 명이 반드시 낀다. 펠레, 마라도나, 호날두, 메시다. 지난해 영국 축구 전문잡지 포포투가 1위 메시, 2위 펠레, 3위 마라도나, 4위 호날두로 선정했다가 브라질 축구팬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고 한다. 한국 최고 선수론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이 각축을 벌인다.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수놓은 이들은 대단한 기량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모두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냈다는 점이다. 이들뿐이 아니다. 베켄바워, 호나우두, 베컴, 레반도프스키, 홍명보, 안정환, 이영표 등 이름 날린 축구선수들도 하나같이 자서전을 펴냈다. 25세인 음바페는 근 3년 전 만화 자서전을 내놓기도 했다. 히딩크, 퍼거슨, 벵거, 클롭, 과르디올라 등 유명 축구 감독들도 자서전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다.축구계에서 자서전이 보편화한 것은 출판사들의 끈질긴 제의와 스타 감독·선수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응원이 합쳐졌기 때문이다. 감동적인 인간 승리 스토리를 담은 일부 자서전은 서점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축구 행정가 중에서도 자서전을 펴낸 이들이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지낸 주앙 아벨란제와 제프 블라터가 대표적이다. 특히 스위스 국적의 블라터는 2015년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로 물러난 뒤 펴낸 자서전에서 스위스 정부로부터 비밀 업무를 받고 부룬디 대통령을 축출하려 했다고 폭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최근 자서전 <축구의 시대>를 내놨다. 경영인과 축구인으로서의 고민과 결정 등을 담았다지만 SNS에선 협회장 자리를 지키기 위한 목
한국에서 인구 재앙이 시작된 것은 40년 전이다. 1983년 출산율이 인구를 유지하는 2.1명 아래로 떨어졌다. 초(超)저출산의 분기점으로 여겨지는 1.3명은 2002년 붕괴했으며 지난해엔 0.72명으로 쪼그라들었다. 40년이 지나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지목(일론 머스크)됐다.‘잃어버린 40년’은 다시 3개의 기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1983년부터 산아제한정책이 폐기된 1996년까지가 첫 번째로, 무지(無知)의 시기였다. 출산율 하락이 가져올 사회·경제적 충격파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다음은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만들어진 2005년 전까지인데, 무사안일(無事安逸)의 기간이었다. 당장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니 나중에 대응하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마지막은 최근까지로 무책임(無責任)의 시기였다. 어렵사리 2005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장관 직속으로 격하시켰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시 격상시켰지만 이 위원회 회의를 두 번 주재하는 데 그쳤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그나마 단 한 번도 직접 회의를 연 적이 없다.그간의 ‘3무(無)’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어느 정도 극복했다. 국가 존립 자체가 우려된다는 진단은 예전엔 볼 수 없던 상황 인식이다. 부총리급 부처인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고 별도 돈주머니인 인구위기대응특별회계를 편성하기로 해 적극 대응을 예고했다.하지만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는 것만으로 정부가 어느 정도 했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정부는 끊임없이 청년과 신혼부부들에게 의견을 청취하고 기
일본 엔화 가치가 곤두박질치면서 일본인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당장 수입 물가가 뛰어 고통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미야기현 도미야시에서 초·중·고교생 5800명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한 급식센터는 최근 식단에서 소고기를 제외했다. 미국산 소고기 값이 1991년 수입 자유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 한 끼 300~360엔(약 2600~3100원) 정도의 예산으론 도저히 맞출 수 없어서다. 아사히신문은 미국 워싱턴DC의 한 연구기관에 파견 간 40대 남성의 가슴 찡한 사연을 전했다. 이 연구원은 신고 있던 아식스 운동화에 구멍이 생겨 새로 사려고 했더니 한 켤레에 60달러로 세금을 포함하면 1만엔에 이르는 것을 보고 구매를 포기했다. 일본에서 한 켤레에 5000엔에 산 기억 때문이다.엔화 가치가 최근 달러당 160엔을 돌파하면서 1986년 말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엔화는 1985년 플라자 합의 당시 달러당 250엔에서 1988년 120엔으로 뛰었으며, 2011년 75엔 이후론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올 들어 하락폭은 15%에 이른다. ‘슈퍼 엔저’는 정부에도 주름살을 드리우고 있다. 일본 정부는 스텔스 전투기 F-35A 구입 가격이 116억엔에서 140억엔으로 뛰어 스텔스 전투기 도입 대수를 줄여야 할 판이다.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이 늘어야 하지만 제조 수출기업 상당수가 외국으로 생산거점을 이전한 여파로 일본은 최근 5년간 무역·서비스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부작용은 아베노믹스 때문이란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양적 완화, 재정지출 확대, 구조 개혁이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제시한 세 개의 화살인데 경제는 못 살리고 엔화 가치만 추락시켰다는 지적이다.한국도 옆 동네 불구경만
요즘 한국과 일본의 경제 수장이 똑같이 통화가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이 그제 회동 후 공동보도문에 ‘양국 통화의 급격한 가치 하락에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란 문구를 넣을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원화는 달러당 1400원, 엔화는 달러당 160엔 수준까지 곤두박질쳤다. 한국은 위기 때나 볼 수 있는 수준이며 일본은 버블 붕괴 전인 1990년 4월 이후 최저다.원화와 엔화 가치의 동반 하락은 글로벌 강달러 여파다. 올 들어 미국과 다른 경제권의 상황은 천양지차다. 미국은 세계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9%포인트나 높은 2.5%로 제시할 만큼 호황인 데다 물가와 고용 등의 지표가 예상보다 더디게 둔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이르면 9월 등으로 늦춰지고 있다. 이에 반해 경기가 좋지 않은 유럽연합(EU)은 이미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한국도 이르면 8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다른 경제권과의 금리차는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여기에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면 인플레이션이 심화해 강달러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마저 나온다. 이른바 트럼플레이션(Trumpflation)에 대한 우려다. 트럼플레이션이란 용어는 트럼프가 첫 대선 후보 때였던 2016년 11월 처음 나왔다. 다만 집권 기간인 2017~2020년 실제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2% 수준에 그쳤다.어제 조지프 스티글리츠 등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16명이 공동으로 트럼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를 다시 내놨다. 트럼프가 소득세 폐지를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 보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감독을 존경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엄격한 훈육으로 손흥민을 빼어난 선수로 키워냈고, 한국 축구 미래를 위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으며, 겸손과 절제를 항상 주문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지난 4월 한 인터뷰에서 ‘손흥민한테서 용돈 안 받느냐’는 질문에 “자식 돈은 자식 돈이고 내 돈은 내 돈”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자식 잘 됐을 때 숟가락 얹으려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골프스타 박세리의 불행을 예견이나 한 것일까. 박세리는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으며 아버지 빚을 더 이상 갚을 수 없으며 박세리희망재단의 도장을 위조한 혐의로 아버지를 부득이하게 고소한다고 했다. 여론은 박세리가 여러 건의 빚을 대신 갚아준 만큼 할 만큼 했다는 쪽이다. 그런데 사안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고 있다. 박세리가 빚을 대신 갚아줬기 때문에 폭탄 수준의 증여세가 매겨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현재 증여세율은 공제를 제외한 뒤 30억원까지는 10~40%, 그 이상은 50%다. 공제 한도는 직계존비속 간 증여 때 10년간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이다. 배우자는 6억원, 시부모나 장인·장모 등 기타 친족은 1000만원이다. 다만 올해부터는 혼인이나 출산 때 1억원이 추가돼 양가로부터 최대 3억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받을 수 있다. 이는 저출생 극복 대책의 하나지만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비과세 범위’를 어느 정도 제도화한 측면도 있다. 국세청 관계자들은 ‘큰돈이 아닌데도 전세자금 일부까지 일일이 증여세를 매기는 것은 사회 통념상 과하다’는 내부 분위기가 있다고 전한다. 다만 자녀가
미국 주요 은행엔 노동조합이 없다. 2010년대 200만 개의 유령 계좌로 물의를 빚은 4대 은행 웰스파고에서만 노조 결성 움직임이 있을 뿐이다. 이마저도 별 진척이 없다. 노조는 블루칼라들의 조직이며 은행원들은 전형적인 화이트칼라인 만큼 노조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유럽은 사정이 조금 다르다. 독일과 프랑스에선 은행에 노조가 있으며 파업을 벌이기도 한다. 2019년 독일 1, 2위 은행인 도이체방크와 코메르츠방크의 합병이 무산된 원인 중 하나가 양 노조의 반대 때문이었다.한국 은행들은 유럽 모델을 따라갔다. 미국식 경제모델을 추구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한 직후인 1960년 6월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 등의 은행에서 노조가 만들어졌고 다음달 전국은행노조연합회가 설립됐다. 현재 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전금노)의 전신이다. 보험 증권 카드 등 2금융권의 산별 노조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로 민주노총 산하다.은행 노조는 외환위기 후 국민·주택은행 합병 저지, 조흥은행 매각 저지, 한미은행 상장폐지 반대, SC제일은행 영업점 폐쇄 반대 등을 명분으로 파업을 벌였다. 이때 세(勢)를 확인한 금융노조 간부들의 정치 지향 움직임이 뚜렷해졌다. 상업은행 출신인 이용득 초대 전금노 위원장은 한국노총 위원장을 거쳐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20대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서울신탁은행 출신 김영주 전금노 상임부위원장은 민주당에서 4선 국회의원 및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냈다. 22대 국회엔 국민은행 출신 박홍배 전금노 위원장, 비씨카드 출신인 김현정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으로 입성했다.전금노가 요즘 위원장 선출 문제로 시끄럽다.
2018년 7월 중국의 20대 여성 유튜버 둥야오칭은 상하이 시내에 걸린 ‘시진핑 포스터’에 먹물을 뿌렸다. 그리고 “시진핑의 독재와 폭정에 반대한다”고 외쳤다. 이 모습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후 둥씨는 중국 공안에 끌려갔으며 정신병원에 감금됐다. 한동안 자취를 감춘 그는 2020년 11월 말 “지난여름 병원에서 퇴원했다. 하지만 자유와 인간관계가 박탈됐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영상을 블로그에 올렸다.중국은 통제 국가다. 그중에서도 온라인 통제는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심하다. 중국에선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세상에 접속할 수 없다. 네이버와 카카오톡도 수시로 접속을 차단당한다. 외국인들은 가상 사설망(VPN)을 통해 우회 접속하기도 하지만 중국인들은 당국이 허용하는 바이두나 위챗을 주로 쓴다. 지난 4일이 천안문사태 35주년 되는 날이었지만 중국 현지 인터넷 포털과 SNS에선 천안문사태나 1989년 6월 4일 사건 등을 찾을 수 없다.중국이 온라인 통제를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중국에 퍼질 때부터다. 하지만 지금처럼 정부가 고강도 통제에 들어간 것은 2013년 시진핑 집권 이후부터다. 그해 말 경쟁자였던 저우융캉과 보시라이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총격전이 벌어지자 시진핑이 1인 체제를 굳건히 하기 위해 통제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2017년 인터넷 검열을 정당화한 네트워크안전법,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지난해 반간첩법 시행으로 빅브러더 국가를 완성했다. 뉴욕타임스는 그 여파로 중국의 웹사이트 수가 2017년 530만 개에서 지난해 390만 개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에 대한 검색 결과는 3개에 불과하다고 전했다.이
국내 첫 증권 파동은 1962년에 일어났다. 주식회사 육성이 포함된 첫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나오면서 주가가 폭등했다. 시골에서 논밭을 판 돈이 대거 유입됐다. 하지만 거물급 투기세력이 결제를 이행하지 못하면서 난리가 났다. 6개월 만에 80배 오른 주식이 1년 뒤 거의 휴지조각이 됐다. 전 재산을 날린 개인투자자 여럿이 자살하면서 증권시장 불신의 씨앗이 잉태됐다. 1980년대 말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1000포인트를 돌파했을 때도 뒤늦게 상투를 잡은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했다. 상승 욕구가 강했던 탓일까. 한국 시장의 쏠림은 유난했다. 1980년대 전후로는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렸다. 1969년 12월 제3한강교(한남대교)가 완공된 이후 강남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부동산으로 떼돈을 번 사람들이 나왔다. 목 좋은 곳을 거머쥔 이른바 ‘복부인’들이 활개를 치고 다녔다. 외환위기 이후엔 선물·옵션의 시간이었다. 쌈짓돈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에 개인들이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시장이 노름판으로 변해가고 파국도 예견돼 있었지만 증권거래소는 2002년 5월 거래량 세계 1위 달성을 축하하는 기념행사를 열기도 했다. 코스피200 옵션의 거래량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전체 거래량을 웃돌 때도 있었다. 그 비슷한 상황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전 세계 시장에서 원화 거래량이 달러화 거래량을 처음으로 추월한 것이다. 그런데 암호화폐 시장은 세계적으로 연결돼 있어 파생시장처럼 우리만 규제할 수도 없다. 몇 년 전 금융당국이 청년들의 코인 투자를 규제하려다가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질타를 받은 적도 있다.주식 대신 상장지수펀드(ETF), 국내보다는
한국 라면은 원조 국가인 일본보다 5년 늦은 1963년 도입됐다. 작고한 전중윤 삼양식품 회장이 일본에서 제조 기술을 들여와 내놓은 10원짜리 치킨탕면(삼양라면)이 K라면의 효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분식 장려 정책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자리 잡았다. 그러자 2년 뒤 고 신춘호 농심 회장이 뛰어들었다. 1970년대까지는 삼양라면이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으나 1980년대 초반부터 농심의 추격이 본격화했다. 너구리, 안성탕면, 신라면 등이 인기를 얻으며 1980년대 중반 이후엔 1위 업체로 올라섰다. 삼양식품은 1989년 터진 우지 파동으로 결정타를 맞았다. 공업용 쇠기름으로 면을 튀겼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으로 최종적으로 무해 판정을 받긴 했지만 시장 주도권은 완전히 농심으로 넘어간 뒤였다.삼양식품을 다시 일으켜 세운 이는 전 회장의 며느리 김정수 부회장이다. 결혼 후 집안 살림만 했지만 시아버지가 재능을 알아보고 사업을 맡겼다. 그 재능은 불닭볶음면에서 만개했다. 불닭볶음면은 김 부회장이 2010년 명동에서 매운 음식을 먹기 위해 길게 선 줄을 보고 개발을 결심했다. 콘셉트를 ‘극도로 매운 볶음면’으로 잡고 1년여간 연구했다. 2011년 시범 판매를 거친 뒤 2012년 정식 출시하자 공전의 히트작이 됐다.삼양식품은 지난해 매출 1조1929억원, 영업이익 1475억원을 기록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4배, 영업이익은 14배 늘었다. 매출에서 불닭볶음면 비중은 3분의 2이며, 수출이 80%를 차지한다. 한류 열풍에 세계적으로 매운맛 선호도가 더해진 결과다. 여기에 삼양식품의 지역별 맞춤 공략이 통했다. 미국에선 카르보나라, 중국에선 마라, 태국에선 똠얌 등의 소스를 추가하는 방식이
영국 국민들이 2016년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한 데엔 이민자 문제도 적잖게 영향을 미쳤다. 2000년대 들어 동유럽 국가들이 EU에 대거 가입하면서 영국에도 동유럽 출신 이민자가 크게 늘었다. 보수주의자들은 이들이 경제활동에 기여하는 것 없이 사회보장 혜택을 지나치게 누린다고 공격했다. 여기에 프랑스와 독일 등이 겪고 있는 난민 문제가 영국에도 들이닥칠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하지만 브렉시트 이후 국경을 닫았는데도 영국행 불법 이민자는 2018년 299명에서 2022년 4만5000명으로 급증했다. 주로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서유럽까지 온 다음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바다를 건넌 사람들이었다.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가 2022년 4월 불법 이주민 강제 이송 구상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구상에 연결된 국가가 아프리카의 르완다다. 1994년 종족 간 내전으로 80만 명이 학살당하는 비극이 발생한 나라다. 이후 집권한 폴 카가메 대통령은 대학살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한때 지배국이던 프랑스를 멀리하고 친영 노선을 펼쳤다. 2009년엔 영연방에도 가입했다.르완다는 불법 이민자를 받아주고 영국은 경제개발을 위한 자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난민이 거래 대상이 된 첫 사례인 듯싶다. 영국 정부는 착수금으로 3억7000만파운드를 주고 이후 이주민 1인당 2만파운드를 지급하기로 했다. 이 돈을 모두 합하면 르완다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른다. 영국 인권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이르면 7월 150명 정도의 이민자가 르완다로 보내질 전망이다.이탈리아도 제3국에 난민센터를 두고 난민들을 바로 보내기로 했다. 장소는 아드리아해 건너편 알바니아다. 이탈리아는 대가로 1650만유로(
‘광주형 일자리’의 벤치마킹 대상은 독일 자동차회사 폭스바겐의 ‘아우토 5000 프로젝트’였다. 2001년 경기 침체기에 새 생산회사를 세워 라인을 가동하되 임금은 낮추는 것이 폭스바겐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광주광역시의 첫 제안은 2014년 나왔지만 본격화한 것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였다. 2017년 국정과제로 선정된 데다 이용섭 전 장관(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이 2018년 광주시장에 당선되면서 속도가 붙었다.참여 제안을 받은 현대자동차는 원래 내켜 하지 않았다. 국내엔 이미 생산망이 완비돼 있고 경차 라인의 채산성이 낮았기 때문이다. 일자리 위협을 느낀 현대차 노조는 파업까지 벌이며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현대차가 끝까지 정부의 의중을 거스르기는 힘들었다. 그렇다고 무작정 돈을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밀고 당기는 협상이 이뤄졌다. 누적 생산 35만 대까지 무노조·무파업, 상대적 저임금 등을 골자로 하는 노사민정 협약은 이렇게 맺어졌고 그 결과 2019년 탄생한 회사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다.GGM은 지난해까지 캐스퍼를 11만 대 생산했다. 지난해엔 매출 1065억원, 영업이익 236억원을 올리면서 선전했다. 하지만 올 들어 무노조 협약이 무너졌다. 지난 2월 상급단체 없이 기업별 노조를 지향하는 1노조가 생겼다. 이어 지난달엔 2노조가 결성됐으며 2노조는 최근 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근로자들이 노조를 만든 것은 평균 연봉이 3500만원대로 현대차와 차이가 큰 데서 나온 불만 때문이다. 사측이 약속 위반이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우려스러운 대목은 민노총이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민노총은 전체 근로자가 600여 명인 GGM에서 조합원 모집을 본격 시작했
지금까지 46명의 미국 대통령 중 탄핵 위기에 몰렸던 인물은 모두 4명이다. 남북전쟁 직후의 앤드루 존슨, 워터게이트 사건의 리처드 닉슨, 혼외관계가 문제가 된 빌 클린턴, 그리고 내란 선동 혐의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다. 이 가운데 존슨, 클린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원에서 탄핵안이 기각됐고 닉슨 전 대통령은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되자 사임했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기에 새로운 기록을 하나 추가했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형사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그것도 한두 건이 아니라 네 건의 혐의 때문이다. 돈으로 성추문 입막음 시도, 대선 결과 뒤집기, 의사당 난입사태 선동, 기밀문서 유출 등이다. 이 가운데 성추문 관련 재판이 가장 먼저 시작돼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지방법원 법정에 섰다.미국 대선이 머잖은 시점인 데다 미국 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6~8주 동안 매주 4회 법정에 세운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재판은 수요일을 제외한 월, 화, 목, 금요일에 진행하며 형사 피고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전 9시반부터 오후 4시반까지 꼬박 법정에 있어야 한다. 그는 5월에 있을 막내아들 졸업식 참석을 위해 불출석을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앞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꼼짝없이 재판에 출석하는 것은 그만큼 재판 관련 법규가 엄격하기 때문이다. 재판에 나오지 않으면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할 수 있으며 막대한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재판에 출석하지 않는 것 자체가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한다.한국은 이와는 천양지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장동 특혜 의혹 재판에 툭
테슬라가 소비자들에게 본격적으로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중반 무렵부터다. 회사가 세워진 지 9년이 흐른 뒤였다. 그간 상당한 개발비를 투입해 로드스터라는 전기 스포츠카를 내놨지만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전기차에 대한 회의론이 짙어지는 가운데 2012년 출시한 고급 세단 모델S가 흐름을 바꿔놓았다. 한 번 충전으로 4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혁신적 기술을 선보여 “전기차는 사기 아니냐”는 세간의 의심을 날려버렸다.주식시장도 뜨겁게 반응했다. 2010년 나스닥시장 상장 이후 1~2달러(5 대 1 액면분할 이후 기준)에 머물던 주가는 2012년 중반부터 뛰기 시작해 2014년 중반 20달러 근처까지 올랐다. 이때가 1차 상승기다. 2차 상승기는 2019년 하반기부터 2021년 하반기까지다. 주가는 20달러 안팎에서 414달러까지 치솟았다. 모델X, 모델3, 모델Y 등 차종을 다양화해 판매가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2019년 흑자로 돌아선 덕이 컸다. 시가총액은 1조2000억달러에 달했다. 테슬라의 질주는 ‘괴짜’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차체와 배터리를 한 곳에서 생산하는 기가팩토리로 효율을 높였다. 스페이스X를 통해 재활용이 가능한 로켓을 쏘아 올렸으며 화성으로 인류를 이주시키는 도전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잠재성에도 일찍 눈을 떠 오픈AI를 공동 창업하기도 했다.요즘은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이 많다. 주가는 고점 대비 60% 떨어졌으며 시총은 5580억달러로 줄었다. 전 세계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는 가운데 값싼 중국산 전기차마저 쏟아지고 있는 여파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후)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
한국 사회의 고민은 자녀 관련 표어 변천사에도 그대로 담겨 있다. 6·25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하자 정부는 ‘3남2녀로 5명은 낳아야죠’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인구가 가파르게 늘자 이 슬로건은 10년도 채 안 돼 사라졌다. 1961년 가족계획이 등장한 이후엔 ‘3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 이전에 단산하자’는 표어가 나왔다. 1971년부터는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가 대세가 됐고, 1980년대엔 ‘둘도 많다’는 포스터가 붙었다.시대마다 적정 자녀 수에 대한 사회적 관념도 바뀌었다. 1950년대엔 5명, 1960년대엔 3명, 1970년대엔 2명, 1980년대 이후엔 1명이었다. 2000년대 이후엔 다시 2명으로 늘었다. 다자녀 가구라는 말은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잘 쓰이지 않았다. 2003년과 2004년 출산율이 연속 1.1명대로 떨어지자 2005년 부랴부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구성됐고 그 무렵부터 다자녀 가구에 대한 지원책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세법상으론 다자녀 가구 소득 추가공제가 2007년부터 시작됐고 이때 다자녀 가구는 자녀 수가 3명 이상인 가구로 정의됐다. 이후 여러 영역에서 자녀 수 3명 이상 가구에 대한 지원책이 도입됐다.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2021년 다자녀 가구 지원 대상을 자녀 수 2인 이상 가구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제도 변경은 영역별로 제각각이어서 올해는 출산, 의료, 교육 등에서 다자녀 기준이 바뀌었다. 어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다자녀 혜택의 기준을 자녀 수 3명에서 2명으로 일괄 변경하는 안을 공약으로 추가 제시했다. 대상 분야를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비, 대중교통, 농산물 구입 등으로 확대한다고 했다
국내 첫 항공사는 전북 고창의 갑부 신용욱이 1936년 세운 조선항공사업사로 서울과 이리, 서울과 광주 구간을 비행했다. 해방 후 대한국민항공사로 이름이 바뀌고 국영화와 민영화 등 우여곡절을 거쳐 1969년 지금의 대한항공이 됐다. 대한항공은 1988년 아시아나항공이 설립되기 전까지 국내 유일한 항공사였다. 대한항공을 국적(國籍) 항공사라고 칭하는 것은 당연했다. 국적 항공사는 엄밀히 말하면 한국에 국적을 둔 항공사 전부를 가리키지만, 아직까지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만 국적 항공사로 치는 사람이 적잖다. 대한항공처럼 한 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를 외국에선 플래그 캐리어(flag carrier)라고 한다.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항공산업과 해운사업의 대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과정에서 단 1마일의 마일리지 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2020년 11월 발표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은 이제 미국의 승인만 남겨놓고 있다. 합병이 최종 성사되면 산업적으론 대형화와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겠지만 소비자 편익이 감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정부가 이를 잘 감시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론 항공산업을 잘 키우는 게 국민에게도 이득이다.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유일한 국적 해운사(선사)로 여겨지는 HMM의 향방도 주목된다. 2위 현대상선을 주축으로 1위 한진해운 일부가 합쳐진 회사가 HMM이다. 하림이 인수를 포기했지만 향후 제3자 매각은 다시 추진될 것이다. 세계 10대 무역강국에 에너지를 전량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항공과 해운을 사실상 단일 국적 기업으로 꾸려가는 것은 불안한 일이다.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해
일본 아이치현의 나고야시 인근에는 도요타시가 있다. 예전 이름은 고로모시였는데 1959년 이름을 도요타시로 바꿨다. 도요타자동차가 1937년 이곳에 첫 공장을 지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 시민들이 개명을 결정했다. 도요타도 호응해 같은 해 본사를 나고야시 니시구에서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현대 사회에선 도시의 성장이 기업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도요타시도 도요타가 세계 1위 자동차회사로 성장하며 인구가 5만 명에서 40만 명으로 늘었다. 도요타시처럼 시 이름 자체를 바꾸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도로명에 기업 이름을 붙인 사례는 많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에 있는 ‘삼성로’는 외국에서 한국 기업 이름이 들어간 첫 번째 도로다. 1996년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해 13억달러 투자를 결정하자 오스틴시가 공장 인근의 도로명을 ‘삼성로(Samsung Boulevard)’로 바꿨다. 텍사스주의 테일러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투자를 기념해 공장과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도로명을 ‘삼성 하이웨이’로 붙였다.미국엔 현대, LG, SK 이름이 붙은 도로도 있다.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의 ‘현대 불러바드’, 테네시주 클락스빌의 ‘LG 하이웨이’, 조지아주 커머스시의 ‘SK 불러바드’ 등이다. 국내에선 파주시의 ‘엘지로’가 대표적이다. LG디스플레이의 공장 설립을 기념해 경기 파주시가 이름 붙인 도로다.지하철역 이름에 기업명을 붙인 사례도 있다. 서울 을지로3가(신한카드)역, 명동(우리금융센터)역 등이다. 을지로입구역엔 IBK기업은행 이름이 붙었다가 이제는 하나은행으로 바뀌었다. 최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지하철엔 ‘T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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