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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준동 기자
    박준동 기자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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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프리즘] 마이크로 매니저가 되지 않는 법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인사 이후 크고 작은 조직에서 많은 리더가 새로 탄생했다. 김 회장님, 이 사장님, 박 상무님, 최 부장님, 정 팀장님…. 기업과 금융회사뿐 아니라 관공서, 학교, 각종 기관과 단체 등을 다 따지면 새로 올라선 리더가 전국에 수만 명은 될 듯하다.대체로 지금까지는 큰 사고 없이 맡은 조직을 그럭저럭 이끌고 있을 것이다. 전임자의 잘못을 봐 온 게 있고 스스로 결심한 것도 있고 해서 대부분 친절하고 성실한 상사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하지만 어떤 조직에서나 3월이 분수령이다. 이제 슬슬 성과를 내볼까 하는 의욕과 조바심이 동시에 생긴다. 연초 결심한 행동 수칙도 이제 잊혀지고 있다. 회의를 소집하는 일이 조금씩 늘기 시작한다. 후배 직원을 불러서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생긴다. 내가 더 잘 알고 경험상 이렇게 하는 게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성에 차지 않는다. 잔소리도 부쩍 는다. 속으로 생각한다. ‘머리가 나쁜 거야, 아니면 반항하는 거야.’급기야 처음부터 끝까지 챙기기 시작한다. 단체 카톡방에 깨알같이 업무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퇴근 시간이 지난 뒤엔 책상에 올라온 보고서를 읽기 시작한다. 그런데 터무니없다. 우선 오탈자가 있다. 그것부터 카톡방에 수정 지시를 내린다. 오탈자보다 더 큰 것은 요구한 게 빠져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저렇게 카톡방에 남겨놓은 글만 10개 가까이 된다.이른바 ‘마이크로 매니징’이라고 불리는 이런 방식으로 조직을 관리하는 사람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예전엔 윗사람에게만 좋은 평가를 받으면 됐지만, 요즘은 상사도 부하 직원에게 평가받는 시대여서 그렇다. 조직

    2023.03.02 17:49
  • [이슈프리즘] 反시장 편향과 헤어질 결심

    지난달 30일부터 마스크를 반드시 써야 하는 의무가 줄어들고 안 써도 되는 자유가 늘었다. 하지만 길거리엔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적지 않게 보인다.왜 그럴까. 추워서? 그 이유도 있을 것이다.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곳과 안 써도 되는 곳을 구분하기 복잡해서? 추위보다는 이 이유가 훨씬 더 클 것 같다. 사무실이나 학교, 대형마트 등에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병원이나 약국에선 여전히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 대형마트라고 하더라도 대형마트 안에 있는 약국이라면 써야 한다. 길거리에선 벗고 다녀도 버스 지하철 택시에선 다시 써야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선 써야 하는지 벗어도 되는지 잘 모르겠다. 이 순간 ‘아 따지기 귀찮다. 그냥 쓰고 다니자’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사람은 복잡한 상황에 놓이면 일일이 사안을 구분하기보다 과거의 관습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행동경제학에선 이를 ‘현상 유지 편향’이라고 한다. 애덤 스미스가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완벽한 인간을 가정했지만, 인간은 사실 여러 편향에 빠져 있고 주의력이 부족한 존재로 보는 것이 행동경제학이다. 다음의 퀴즈를 풀어보자.퀴즈 1.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을 합친 가격은 1달러 10센트다. 야구방망이의 가격이 야구공 가격보다 1달러 비싸다. 야구공의 가격은 얼마일까?퀴즈 2. 메리의 어머니에겐 자녀가 4명 있다. 어린 3명의 이름은 봄, 여름, 가을이다. 나이가 가장 많은 아이의 이름은 무엇인가?퀴즈 1에선 적잖은 사람이 10센트라고 답한다. 야구공 10센트, 야구방망이 1달러, 합쳐서 1달러 10센트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주어진 1달러와 10센트를 뇌에서 붙잡고 있어서다. 하지만

    2023.02.02 18:00
  • [이슈프리즘] CES서 마주친 美 소프트파워

    한국경제신문은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를 보도하기 위해 대규모 취재단을 파견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CES에서 한 해의 IT(정보기술)·가전 쪽 흐름을 파악할 수 있고, 향후 몇 년을 좌우할 혁신이 어떤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한국경제TV와 한경닷컴을 포함해 27명의 기자가 현장을 누볐다.CES 2023에선 한국 기업의 약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참가 기업이 550개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10% 이상 늘었고 5년 전에 비해선 160%가량 증가했다. 특히 올해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빠진 틈을 한국의 스타트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이 상당수 메웠다. CES 혁신상도 많이 받았다. 499건의 혁신상 제품과 기술 중 28.3%인 141건이 한국 기업 몫이었다.하지만 한국이 양에 비해 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글로벌 혁신지수가 세계 26위에 그친 것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올해 CES는 여전히 미국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글로벌 혁신지수 1위는 미국과 핀란드가 공동으로 차지했다. ‘핀란드가 왜’라는 질문이 생긴다. 미국이 단독 1위를 차지하면 가뜩이나 거세게 불고 있는 자국 중심주의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라는 명성을 깎아내릴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국 외 기업에 혁신상을 많이 주는 것도 글로벌 행사라는 것을 부각하기 위한 판단일 수 있다.행사장에선 삼성, LG, SK, 파나소닉, 보쉬 등 미국 외 기업에도 관심이 쏠렸지만,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빅테크에 관심이 모아졌다. 미국 빅테크들은 하나같이 자율주

    2023.01.12 18:03
  • [이슈프리즘] 금융판 중대재해법 걱정된다

    최근 들어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 제도개선 TF(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개선 방안을 모색해 왔으며 지난달 29일 중간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국회에서도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5일 한국경제신문사 후원으로 관련 토론회를 열었다.금융회사 내부통제가 이슈가 된 것은 크고 작은 금융사고 때문이다. 3년여 전 라임 사태로 펀드 환매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고,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에서도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졌다. 우리은행 직원이 700억원이 넘는 돈을 횡령하는 일도 터졌다.현재까지 금융위 중심으로 나온 개선 방안을 보면 금융회사 대표이사에게 총괄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인 듯하다. ‘중대 금융사고’ 때는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다만 대표이사가 중대 금융사고를 예방·적발할 수 있는 규정이나 시스템을 갖추고 관리 의무를 다했다면 책임을 경감·면책하겠다는 것이 금융위 방침이다.금융위도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 이 같은 방침을 만들었겠지만, 논란을 빚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을 벤치마킹한 것 같아 아쉽다. 금융위 방안의 골격은 중대재해법과 너무나 유사하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자가 한 명 이상 발생하는 등의 중대재해에 대해선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경영책임자란 최고경영자(CEO)를 가리킨다. 다만 CEO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등 법상 의무를 다했다면 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올해 1월 27일 시행에 들어간 이 법은 1년 내내 논란을 낳았다. 중대산업재해에 대한 규정, 의무 노력 등이 너무

    2022.12.22 17:18
  • [이슈프리즘] 출산축하금 1억원 지급해보자

    인구 감소라는 재앙을 되돌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본지는 올해 하반기부터 ‘줄어드는 인구, 소멸하는 한국’이라는 제목의 장기 기획 시리즈를 통해 현황과 원인,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외국과의 비교를 통해 정책적 해법을 찾아보는 데 주력하고 있다.하지만 기자는 지금까지 절망에 가까운 결론에 도달할 것이란 느낌을 받고 있다. 한국이 빠져든 저출산 늪이 너무 깊어서다. 늪의 뻘도 억세고 질기다. 외국에선 유례를 찾아보기조차 힘들 정도다.우선 저출산의 정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는 자녀를 가리키는 합계출산율은 한국이 지난 2분기 0.75명이다. 아기가 세 부부 중 두 명꼴로만 태어난다는 의미다. 인구가 5000만 명이 넘는 국가 중 그나마 비교 가능한 나라가 일본이다. 그런데 ‘인구 재앙의 원조국가’인 일본의 출산율은 1.3명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 먼저 도달하고 저출산 현상도 먼저 생겨난 국가들의 출산율은 1.5~1.8명이다.미국 유럽 일본 등은 출산율이 몇 해 전부터는 더 하락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추락 수준이다. 2015년 1.24명에서 2017년 1.05명, 2019년 0.92명으로 하락했다.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처럼 이민으로 저출산을 보완하기도 힘들다. 삼면이 바다로 위로는 북한에 막혀 있는 사실상 섬나라여서 고립된 나라가 한국이다. 단일민족이란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호의적이지도 않다. 설문조사를 하면 이민 확대는 시기상조라는 답이 더 많은 이유다. 외국인에 그리고 이민에 좀 더 개방적인 태도를 기대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니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사라질 나라로 꼽히는 것도 당연하다.당장은 출산율을 높이는

    2022.12.01 17:57
  • [이슈 프리즘] 한전 민영화 다시 토론할 때다

    한국전력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고마운 존재였다. 조선전업, 경성전기, 남선전기 등 3개 회사가 통합해 한전으로 출범한 1961년 이후 싼 값에 끊김없이 전기를 공급해 왔다. 2011년 9월 15일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때를 제외하곤 밤을 밝혀주고 겨울철 난방, 여름철 냉방을 책임져 왔다. 낮은 전기료를 유지한 것은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준 밑바탕 중 하나였다.그런데 이런 한전이 요즘은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 한전이 매일같이 자금을 끌어가다 보니 민간 기업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다. 한전 때문에 회사채 발행을 못하겠다는 것이다. 제발 은행에서 대출받으라는 말까지 나온다. 자금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라느니, 블랙홀이라느니 손가락질당하고 있는 게 요즘 한전이다.한전이 이런 처지에 내몰린 것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다. 한전은 발전 자회사와 민간 회사에서 전력을 사와 소비자에게 전력을 판매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다. 전력 구입비와 전력 판매액이 비용과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비용이 매출보다 크면 적자가 불가피하다. 그 차이가 지난해엔 5조8000억원이었으며 올해는 30조~40조원으로 예상된다.올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한전이 전력을 사오는 데 필요한 돈이 대략 84조원이고 인건비 시설투자비 등을 감안하면 10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하지만 매출은 68조원 수준으로 추산되고 있다. 써야 하는 돈은 있는데 들어오는 돈이 적으면 그 차이만큼 빌릴 수밖에 없다. 한전이 대규모로 채권을 발행하는 이유다. 한전이 돈을 빌리지 않으면 한국은 언제 블랙아웃 상태에 빠지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한전의 적자는 정부가 전기료를 올리지 못하도

    2022.11.03 17:13
  • [이슈프리즘] 인구 정책, 전두환 때부터 잘못됐다

    지금과 같은 초(超)저출산이 이어진다면 한국은 언제쯤 소멸할까. 물론 외국인 유입이 현재처럼 거의 이뤄지지 않고 기대수명도 크게 높아지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서다. 한국 소멸 시점은 현재 인구에서 매년 증감을 따져보면 나올 것이다. 변수는 증가 쪽에선 매년 출생아와 성비,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 등이다. 감소 쪽에선 매년 사망자와 기대수명 정도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600~2700년 정도쯤 마지막 한국인이 태어나 사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인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과 숫자는 합계 출산율 2.1명이다. 장기적으로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출산율이 2.1명이다. 이론적으론 인구의 절반인 여성 1명이 평생 2명의 자녀를 낳는다면(출산율 2.0명) 현재 인구가 유지된다. 다만 자연 성비, 예상치 못한 사망 등을 감안했을 때 통상 출산율 2.1명이 인구 유지의 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한국의 출산율은 지난해 0.81명이었으며 올해 2분기는 0.75명으로 떨어졌다. 2.1명과는 너무도 거리가 먼 숫자다. 한국보다 고령화와 저출산이 먼저 닥친 서유럽 국가와 미국의 출산율이 1.5~1.8명이다. 일본도 1.3명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적으로 찾아볼 수 없는 출산율이다.한국이 인구정책을 편 것은 1960년대부터다. 물론 정책의 기준은 출산율 2.1명이었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엔 출산율이 너무 높아 산아를 제한하기 위한 정책(가족계획)을 썼다. 통계청의 공식 통계가 시작된 1970년의 출산율은 4.5명이었다.출산율이 2.1명을 밑돈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1983년이다. 출산율은 1982년 2.4명에서 1983년 2.1명으로 떨어졌으며 1986년엔 이미 1.5명대로 낮아졌다.문제는 출

    2022.10.06 17:43
  • [이슈 프리즘] 중앙은행은 신뢰할 수 있나

    최근 2년 반 동안 각국 중앙은행은 놀라운 기록들을 새로 만들었다. 우선 한국은행. 2020년 5월 기준금리를 연 0.5%로 인하했다. 사실상 제로 금리 수준이다.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새 기준금리를 2%포인트 올렸다. 단기간 이만큼의 폭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도 처음이다. 올 들어선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네 차례 연속 인상했으며, 7월엔 처음으로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미국 중앙은행(Fed)도 한은 못지않은 기록 제조기다. 2020년 3월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회사채를 매입한 것도 처음이다. 시중에 푼 5조달러는 사상 최대 규모다. 올 6월엔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 28년 만이라고 한다. 2회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은 것은 처음이다. 올 2월까지도 제로 수준이던 금리를 7월 연 2.5%까지, 단기간에 이렇게 가파르게 끌어올린 것은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오일쇼크 이후 처음이다.이런 기록들은 두 시점으로 나눠 역사책에 새겨질 것이다. 코로나19 초반과 인플레이션 국면이다. 코로나19 초반엔 기준금리를 바로 제로 수준으로 떨어뜨렸고 상상하기 힘든 돈을 시중에 풀었다.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대공황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했다. 그다음은 반대 방향으로 테이프를 감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인플레이션에 총력 대응한다는 설명과 그 속도다.자연스레 이런 의문이 든다. 애초 코로나19에 대응할 때 금리를 낮추고 돈을 푼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규모가 크지 않았을까. 물론 상상할 수 없는 충격이 우려됐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는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오미크론

    2022.09.08 16:41
  • [이슈 프리즘] 음의 소득세 실험도 해 보자

    서울시가 이달 들어 시작한 ‘안심소득’ 시범사업은 정치적 목적에서 출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보궐선거와 올해 지방선거에서 내건 주요 경제공약이 안심소득이었다. 안심소득을 객관적으로 표현하면 저소득층에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중위소득의 85%에 모자라면 모자라는 소득의 50%를 주는 것이다. ‘안심’이란 말은 주관적 표현이며 정치 구호로 볼 수밖에 없다.하지만 오 시장이 표를 좀 더 얻기 위해 내걸었다고 해서 이 시범사업을 평가절하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정책실험이란 측면에서다. 5년간 실험해 보고 그 결과를 충분히 분석한 다음 정책으로 도입할지 말지 결정하겠다는 얘기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대선 후보 시절 실험도 없이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주겠다고 나선 것과는 차이가 크다. 정책실험의 모양새도 그럭저럭 잘 갖췄다. 총 800가구의 표본집단과 1600가구의 비교집단이 구성된다. 실험을 주도하고 결과를 연구하는 자문위원단엔 국내외 학자 31명이 참여한다. 실험에 엄청난 돈도 들지 않는다. 5년간 총사업비는 224억6400만원이다. 1년으로 따지면 45억원이 채 들지 않는다.다음으로 실험 대상 가구엔 기존 복지제도를 일부 배제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대표적인 것이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다. 기초연금 청년수당 등도 일부 차감한다. 이 때문에 ‘퍼주기’라는 비판은 곤란한 측면이 있다. 다만 국민연금 실업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아동수당 등은 유지된다.서울시의 이번 사업은 ‘제한적인 음(陰)의 소득세’ 실험으로 볼 수 있다.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는 밀턴 프리드먼이 1962년 주

    2022.07.14 17:29
  • [이슈 프리즘] 금감원장은 뭘 하는 자리인가

    1999년 초 출범한 금융감독원의 영문명은 FSS다. Financial Supervisory Service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 이를 우리말로 바꾸면 금융감독서비스(원) 정도가 된다. 감독기관인데 왜 서비스라는 단어가 들어갔을까. 외환위기 당시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금융감독기관 통합을 논의하면서 미국과 영국 등 금융 선진국을 벤치마킹하자는 차원이었다고 한다.외환위기 당시까지 선진국과 한국의 금융감독은 뭐가 달랐을까. 한국의 감독기관들이 금융권에서 각종 사고나 불법 행위가 발생하면 이를 조사해 처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선진국 감독기관들은 위기와 사고 예방에 주력하는 것으로 이미 목표를 바꿨다. 감독당국은 위기나 사고 가능성을 스크린하고 있다가 징후가 보이면 금융회사들에 알려줬는데 한국도 이를 해보자는 차원에서 ‘서비스’라는 단어를 넣었다. 1998년까지 존재한 은행감독원의 영문이름은 Office of Bank Supervision이었다.금융이 어느 정도 발달한 국가에서 감독기관들이 하나같이 내세우는 목표는 건전성 관리다. 건전성은 크게 거시 건전성과 미시 건전성으로 나뉜다. 거시 건전성 감독이란 금융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관리하는 것을 가리킨다.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금융시장이나 산업 전체가 마비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미시 건전성 감독은 각 금융회사가 파산이나 지급 불능 등의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거시 건전성 감독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금융시스템의 위기는 경제 위기와 동의어이기 때문이다.미국의 감독당국은 이런 기능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을까. 대형 은행을 감독하는 미국

    2022.06.16 17:22
  • [이슈 프리즘] 尹정부에도 포퓰리즘 씨앗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식에서 자유를 35번이나 외친 것은 일관성 측면에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지난해 3월 검찰총장을 관두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했고, 지난해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도 무너진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누가 물어봐도 인생의 책으로 항상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꼽는다. 오늘은 이 말 했다가 내일은 저 말 하는 많은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프리드먼은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과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의 뒤를 잇는 자유주의 학자다. 프리드먼에게 더 직접적 영향을 미친 이는 하이에크다. 프리드먼은 하이에크의 책 《노예의 길》 출간 50주년 기념판 서문(1994년)에서 “지식인이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자유와 풍요를 가져다주는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가 어떻게 더 파고들었는지 미스터리를 푼 위대한 저술”이라고 했다. 프리드먼은 자신의 저서 《선택할 자유》에선 존 메이너드 케인스로부터 유래한 큰 정부, 규제 자본주의가 얼마나 허구이고 폐해를 가져다주는지 조목조목 짚었다.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이긴 것은 상당히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부동산 실정(失政)에 대한 심판이었고, 공정을 빙자한 내로남불에 대한 경종이었다. 경제학자들, 특히 정통 경제학자들은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 주장을 무산시켰다는 점이다. 기본소득은 포퓰리즘의 결정판이다. 모든 국민에게 매달 또는 일정 기간마다 돈을 나눠주겠다는 것이니 말이다.기본소득은 실험 자체가 불가능한 무모한 주장이다. 공공정책 실험은 통제 집단과 실험 집단을 나누고 실험 집단에만 통제 변

    2022.05.19 17:38
  • [이슈 프리즘] 조세당국, 인플레이션 즐기나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에 본격 주목한 경제학자는 존 베이츠 클라크였다. 40세 이하 젊은 경제학자 중 탁월한 성과를 낸 사람에게 주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명칭으로 길이 남은 바로 그 학자다.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였던 그는 1895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금리 개념을 소개하는 논문을 썼다. 조지 애컬로프와 로버트 실러는 공저 《야성적 충동》에서 클라크의 논문 이후 경제이론의 세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했다.금리는 명목금리와 실질금리로 구분된다. 은행에 3%의 이자를 받기로 하고 1년간 돈을 맡겼다면 연 3%는 명목금리다. 올해 물가상승률이 4%라면 실질금리는 연 -1%가 된다. 통상 시장금리는 물가상승률과 실질성장률의 합으로 계산된다. 만약 올해 인플레이션율이 4%이고 실질성장률이 2.5%라면 연 6.5% 안팎에서 시장금리가 형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이론상이다.그런데 이처럼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플레이션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한국 조세당국이다. 물가가 오르건 말건 수십년간 과세표준과 세율이 그대로인 세목이 수두룩하다.상속세가 대표적이다. 상속세는 과표를 기준으로 30억원까지 10~40%의 세율을 적용하고 30억원을 초과하면 50%를 매긴다. 공제는 일괄공제 5억원과 기초공제 및 그 밖의 인적공제 중 큰 금액을 적용한다. 문제는 이 과표와 세율, 공제가 2000년부터 그대로라는 점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7.3%다. 올해는 4% 안팎 더 오를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여파로 상속재산 금액이 커진 만큼 조세당국은 세금을 더 가져간다. 조세당국이 사실상 인플레이션을 즐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2022.04.21 17:25
  • [이슈 프리즘] 대통령의 불운과 착각

    한국의 대통령들에겐 이상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취임할 무렵 크고 작은 위기가 닥쳤다는 점이다. 의욕적인 정책 공약을 실천하기엔 취임 초반 상황이 나빴다. 불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김대중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경제정책 측면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현대 한국 역사에서 획기적 변화를 예고한 인물이었다. 분배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의 경제정책은 DJ노믹스로 불렸다. 하지만 1997년 12월 18일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한국은 외환위기로 나라 전체가 휘청거렸다. DJ노믹스를 펼 기회조차 없었다.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할 무렵엔 신용카드 사태가 발생했다. 여기에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란 악재도 겹쳤다.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상이나 했겠는가. 언론인 출신 이장규 에어로케이홀딩스 대표는 《대통령의 경제학》에서 MB의 747정책은 이륙도 못하고 추락했다고 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경기 침체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경기부양이 급선무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 및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는 와중에 집권했다. 미·중 충돌이 시작됐고 북한의 핵위협이 고조됐다.한국의 대통령 중 상당수는 착각 속에서 임기를 마쳤다. 국민들이 자신의 공약에 높은 점수를 줘서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하는 착각이다. 기존 집권 정부의 무능과 부패에 따른 반대급부 성격이 더 컸지만 이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았다.이 대통령은 노 대통령의 경제 실패 덕에 집권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핵심이다. 이 대통령은 하지만 ‘경제 대통령’을 표방한 것이 국민들에게 먹혀들었다고 생각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바탕

    2022.03.24 17:33
  • 대한민국을 다시 뛰게 하라

    20대 대통령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 모두 승리를 예상하고 있지만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앞선다는 예측이 있지만 역풍이 만만찮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돼도 이변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박빙 양상이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앞에 놓인 길은 꽃길이 아니고 가시밭길이다. 정치적 성향별·세대별·성별 분열, 코로나19 위기,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우크라이나발(發) 위기, 북한 핵 위협 등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이런 역경은 대통령 혼자 힘으로 헤쳐나가기 힘들다. 몇 안 되는 캠프 사람들의 경험과 지혜만으로도 안 된다. 편향의 위험을 자초할 뿐이다. 새 대통령은 현 정부가 주변 사람들만 발탁했다가 국민에게 외면받은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특히 참여연대 출신인 장하성, 김상조 교수 등에게 정책을 맡겼지만, 세계적 흐름에 어긋난 소득주도 성장과 탈원전 정책으로 산업계의 원성을 사고 자영업 생태계를 무너뜨렸다. 무엇보다 부자를 백안시하는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과 징벌적 세금에 집착하다가 많은 국민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새 대통령은 진영 논리에 밝은 정치인보다 미래에 대한 식견과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써야 한다. 정치이념이 다르더라도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가뜩이나 “찍을 사람이 없다”는 말이 무성한 선거였다.새 대통령의 우선 과제는 경제 살리기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년 전 5%대 초반에서 10년 전 3%대 초반으로 낮아진 뒤 지금은 2%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더 낮아질 수밖에

    2022.03.07 17:28
  • [이슈 프리즘] 사회심리학으로 본 세수오차 참사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대규모 세수오차를 냈다. 실제 거둬들인 국세보다 터무니없게 적게 예상한 것이다. 국세 수입은 기재부가 2021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2020년 말 내놓은 예상치가 282조7000억원이었으나 실제론 344조원을 웃돌았다.이것이 ‘참사’로 불리는 것은 규모 때문이다. 지난해 오차 규모는 61조원을 웃돌아 사상 최대였다. 오차의 절대액도 그렇지만 오차 비율은 21.7%에 이른다. 종전 최대 오차 규모와 비율은 2018년의 25조5000억원과 9.5%였다. 지난해 기재부의 잘못은 올림픽 신기록 감으로 당분간 깨지기 힘들 것 같다.기재부, 특히 세제실의 잘못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을까를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 보인다. 기재부 담당자들의 ‘실력이나 노력이 부족해서’ 같은 인신공격성 분석은 제외한다. 대신 사회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해 본다.우선 쏠림현상(herd behavior)이다. 어떤 무리나 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군집행동(群集行動)이다. 통상 주식시장에서 많이 거론되지만 경제 전망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코로나19 첫해였던 2020년엔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2020년 하반기까지 코로나19가 상당히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때문에 2021년 세수 전망치를 보수적으로 잡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2020년의 국세 수입 규모가 285조5000억원이었는데 2021년 예상치가 282조7000억원으로 나온 이유다.쏠림현상은 상황이 나쁠 때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한국은행은 2009년 하반기에 2010년 성장률 전망치를 4.6%로 내다봤다. 하지만 실제 성장률은 6.8%였다. 한은의 2009년 상반기 전망치는 겨우 3.5%였다. 글로벌

    2022.02.24 17:19
  • [이슈 프리즘] 복권의 정치경제학

    요즘 복권 하면 온라인 복권인 로또를 떠올리지만 예전에 주택복권이 대세였다. 한국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복권의 효시는 주택복권이었다.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이 복권을 발행하고 판매했지만 사실상 정부 업무를 대행한 것이다. 처음으로 주택복권이 나온 때는 1969년 9월 15일이었다. 복권 한 장의 값은 100원이었고 1등 당첨금은 300만원이었다. 당시 서울에서 괜찮은 주택의 가격이 200만원 정도였으니 꽤 큰 금액이었다.주택복권도 애초 매주 나온 것은 아니었다. 한 달에 한 번 판매됐는데 사는 사람이 크게 늘자 주택은행은 한 달에 세 번으로 늘리더니 나중엔 1주일에 한 번 발행하는 것으로 바꿨다.주택복권의 당첨번호를 정하는 이벤트는 TV에서 중계했다. “준비하고 ~ 쏘세요”라는 사회자의 멘트는 영화, 라디오, 신문 등에서 차용할 정도였다. 사회자가 외치면 정말로 화살을 쏴서 과녁을 맞히고, 과녁에 적힌 번호로 당첨자를 가렸다.복권은 하지만 이처럼 애틋한 추억으로만 기억하기엔 감춰진 것들이 너무 많다. 우선 승률(기대수익률). 가장 최근 자료를 보면 복권의 기대수익률은 51.6%였다. 지난해 상반기 복권은 2조9392억원어치가 판매됐으며 당첨금은 1조5152억원이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자료다. 정부는 평균 50%에서 당첨확률을 맞춘다. 그나마 1등 당첨 확률은 번개에 맞을 확률보다 낮다. 2만원씩 매주 산다면 1년에 52만원을 잃는다는 얘기다.50%인 복권의 승률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카지노와 비교해보자. 파라다이스와 강원랜드가 상장했던 2002~2003년의 일화다. 파라다이스 관계자에게 물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장의 승률은 어느 정도인지. 답은 90% 약간 넘는 수준에서 맞춘다고

    2022.01.27 17:20
  • 문성혁 "해운 갈 길 멀어…HMM 팔 때 아냐"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사진)은 “국내 해운업이 이제 한진해운 파산 이전으로 회복한 수준이기 때문에 갈 길이 멀다”고 28일 말했다. 그는 “정부는 해운산업 리더국가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 목표를 이루기 전에 HMM을 매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문 장관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에서 HMM을 사려고 하는 기업이 나온다고 한다면 제값을 받고 파는 것이 목표”라며 “하지만 HMM의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에 해당하는 BB를 막 벗어난 수준인 만큼 아직 정상 궤도에 올라왔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 장관을 박준동 한경 정책·국제부문장 겸 경제부장이 서울 도화동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서울지원에서 만났다.▷내년에도 해운 운임이 고공행진할 것으로 보나.“변수가 많아 정확한 예측은 어렵다. 상하이운임지수는 최근 1년 반 사이 5배 뛰었다. 해외에선 이 같은 상황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2023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장기계약을 맺지 않는 일부 중소 화주들은 고운임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수출입 물류난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어떤 선사건 간에 지금 놀리는 배는 없다고 봐야 한다. 정부는 고운임의 영향을 받는 중소 화주 지원을 위해 일부 선박의 기존 항로를 조절해 임시선박을 띄우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90척의 임시선박을 투입했다. 해수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대응 태스크포스(TF)도 가동하고 있다. HMM이 국민 세금으로 살아났으니 돈을 더 벌 수 있어도 화주를 생각해야 한다. HMM

    2021.12.28 17:06
  • [이슈 프리즘] 한국은행 BSI는 엉터리다

    사람들의 심리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 대해 본격 주목한 경제학자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였다. 그는 저서 《고용, 이자 그리고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에서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이란 말을 썼다. 기업가들이 철도나 대서양 횡단 여객선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정교한 계산을 통해 10년 뒤 얼마나 돈을 벌지 계산해서가 아니라 실제론 즉흥적인 욕구에 바탕을 둔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진단했다. 두려움이나 우유부단함을 나타내는 것 역시 야성적 충동의 다른 면이라고 봤다. 케인스는 이 때문에 자본주의 경제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고 주장하며, 고전파 경제학자들과 결별했다.소비자들이 경제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처음으로 조사한 곳은 미국 미시간대학이다. 1946년 소비자동향조사(CSI)를 내놨다. 지금은 웬만한 나라치고 CSI를 발표하지 않는 곳이 없다. 행동주의 경제학자들은 CSI가 높은 수준을 나타낼수록 미래 국내총생산(GDP)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실험 결과도 내놨다.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1990년부터 1991년까지 미국에서 나타난 단기 경기침체가 유가 상승보다는 소비자들의 심리 저하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미시간대 CSI가 전쟁 발발 전부터 크게 하락했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심리지표는 크게 두 가지다. CSI와 함께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한 축을 이룬다. CSI가 소비자들의 심리라면 BSI는 기업 관계자들의 심리를 보는 것이다. 한국에선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 두 가지를 매달 발표한다.그런데 연구기관 종사자들이나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한은의 CSI는 높게 평가

    2021.12.16 17:33
  • [이슈 프리즘] 종부세는 지속가능한 세금인가

    종합부동산세는 노무현 정부 초반에 만들어졌다. 2004년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총대를 멨다. 애초부터 부유세의 개념으로 출발했다. 서울 강남의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징벌적 과세를 때리면 집값이 안정되겠거니 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주문을 했다. 이헌재 부총리는 지나치게 과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납세자들의 부담도 생각했고 조세 저항도 따져봤다.그래서 나온 것이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인별 과세’다. 당시 공시가격 기준 9억원을 넘는 주택은 많지 않았다. 첫해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3만6000여 명, 세액은 391억여원이었다.종부세가 시행됐지만 2005년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 당시 청와대를 쥐락펴락했던 386 실세들은 이 부총리를 경기도 광주 땅투기꾼으로 몰아 사퇴하게 했다. 이어서 나온 것이 ‘8·31대책’이다. 종부세를 대폭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종부세 대상은 6억원 초과 주택으로, 납세 의무는 세대별 합산으로 바뀌었다. 2006년 종부세 대상자는 23만5000여 명, 세액은 5200억여원으로 급격히 불었다.종부세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는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데다 제도를 바꿔 부담을 완화해 줬기 때문이다. 다시 문제가 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다. 지난해 1조8000억원으로 2007년 이후 다시 1조원을 넘어섰다. 올해는 5조7000억원으로 뛰었다. 대상자도 94만7000여 명에 이른다.종부세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세금인가. 경제학자들 중 상당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우선 실현되지 않은 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부유세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금

    2021.11.25 17:48
  • [이슈 프리즘] 생색만 내고 책임 미루는 문재인 정부

    동서양에서 지도자의 덕목으로 많이 꼽히는 것 중 하나가 책임감이다. 공자는 “군자는 자신에게 책임을 추궁하고 소인배는 남에게 책임을 추궁한다”고 했다. 현대사회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막스 베버는 정치 지도자가 갖춰야 할 세 가지 자질로 정열, 통찰력, 그리고 책임감을 꼽았다. 미국의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은 “The bucks stop here(모든 책임은 나에게로)”가 적힌 패를 책상에 놓고 대통령직을 수행한 것으로 유명하다.문재인 정부는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운 정부다. 특히 경제정책 분야에선 더하다. 출범 초기부터 임기 6개월을 남겨둔 지금까지 그렇다. 의도와 달리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잘못을 시인하고 정책을 수정하는 게 정상인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동산 정책. 문 정부는 4년 반 내내 부동산 시장 불안 원인을 투기세력에게 돌렸고 세금 인상과 대출 제한 등의 수단을 동원해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을 썼다. 공급을 늘리지 않고선 가격 안정을 꾀하기 힘들다는 전문가들의 얘기는 외면했다. 그 결과가 서울 아파트값이 문 정부 기간 중 2배 뛰고 서울 아파트값 평균이 12억원을 넘어선 것이다.부동산 실정으로 인한 고통은 집이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집 없는 사람은 치솟은 집값이나 전·월셋값 때문에 잠을 못 이루고, 집 있는 사람은 세금 때문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투기와는 관련 없는 일반인들도 은행 돈 빌려쓰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부동산 문제는 여전히 최고의 민생문제이면서 개혁과제”라고만 했다. 다른 언

    2021.11.04 17:22
  • [이슈 프리즘] 탄소중립과 원전 폐쇄 과속

    국내 최초 원자력발전소는 고리 1호기다. 부산시 기장군 고리면에 세워졌다. 1971년 착공돼 1977년 완공됐다. 30년의 설계수명이 다한 2007년 10년의 수명이 연장됐으며 2017년 영구 정지됐다.보통 1호보다 더 유명한 2호는 없지만, 국내 원전 역사에선 2호가 더 유명하다. 월성 원전 1호기다. 월성 1호기는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있다. 월성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경주 역사 때문이다. 경주군은 1955년 경주시와 월성군으로 행정구역이 정비되고, 월성군은 1989년엔 경주군으로 이름이 바뀐 뒤 1995년 경주시로 통합됐다. 1975년 착공 및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할 당시만 해도 월성군이었기 때문에 월성 1호기가 된 것이다.월성 1호기도 고리 1호기와 마찬가지로 가동 연장이 결정됐다. 2015년의 일이다. 가동 연장 신청은 2009년 말 이뤄졌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여파 등으로 실제 결정은 2015년에 나왔다. 기간은 2022년까지였다.월성 1호기를 국내외 ‘화제의 원전’으로 만든 것은 문재인 정부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선언했다. 연한을 다한 세월호와 같다는 비유를 쓰면서다. 이후 ‘과속 스캔들’이 벌어졌다. 실무진이 가동을 조기중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고하자 백운규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너 죽을래”라며 조기 폐쇄의 논리를 만들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되나”라는 댓글을 단 이후엔 일사천리로 진행됐으며, 2018년 6월 조기 폐쇄가 확정됐다. 과속의 결과로 나온 경제성 조작과 배임 등 법 위반 혐의는 현재 사법부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문 정부 후반부 시작된 탄소중립 속도전은 월성 1호기 과속과 꽤나

    2021.10.14 17:25
  • [이슈 프리즘] 주택 관련 세법 개편안은 惡法이다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독배를 들이켰다는 일화는 사실이 아닌 쪽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가장 먼저 이를 주창한 국내 학자는 지난해 작고한 권창은 전 고려대 철학과 교수와 강정인 서강대 정치학과 명예교수다. 이들은 오랜 연구 결과 소크라테스가 애초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결론내고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또 2005년엔 《소크라테스는 악법도 법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는 책을 발간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2002년 초등학교 6학년 도덕 교과서의 관련 대목 수정을 권고했고 교육부는 교과서를 수정했다. 요즘엔 로스쿨에서도 ‘악법도 법’은 잘못된 것이라고 가르친다고 한다.국내 학계에선 서양 학문이 일본을 거쳐 들어오면서 와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본 법철학자 오다카 도모오가 1930년대 펴낸 《법철학》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는데 검증 없이 오랫동안 한국 교과서에 실렸다는 얘기다. 오다카가 이런 책을 쓴 시대가 제국주의 시절이란 점을 염두에 두면 쉽게 수긍이 간다.세법 중에선 어떤 법이 악법으로 평가받을까. 대다수 경제학자는 단순해서 납세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법을 좋은 법률로 꼽는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경제학과 교수인 조너선 그루버는 재정학 교과서 《재정학과 공공정책》에서 세법 개혁의 방향 중 하나로 ‘간소하게 할 것’을 제시했다. 공공재정이론의 선구자 중 한 명인 리처드 머스그레이브는 납세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조세제도를 좋은 제도로 꼽았다. 단순하면 대체로 명확한 편이기 때문에 두 원칙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밀턴

    2021.08.12 17:35
  • [이슈 프리즘] 중앙은행이 항상 잘한 건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역대 가장 행복한 한은 총재일 듯하다. 외부에서 보기에 그렇다는 얘기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우선 71년 한은 역사상 사실상 첫 연임 총재다. 과거에도 연임 사례가 있었지만 당시엔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겸임하지 않아 지금과는 위상이 달랐다. 이 총재가 능력과 안정감을 인정받은 덕이다.통화정책을 함께 이끌어가는 금통위원들도 역대 어느 금통위와 비교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이승헌 부총재는 이미 한은에서 검증받았다. 고승범 임지원 조윤제 서영경 주상영 위원 모두 각 분야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는 경제학 박사들이다. 이 가운데 서영경 금통위원은 한은 출신으로, 이 총재가 외부 출신 금통위원 중 한 명만 잘 설득하면 본인 뜻대로 통화정책을 펼 수 있어 보인다.이주열 총재가 행복할 것 같은 가장 큰 이유는 외부의 간섭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최근엔 한은의 통화정책에 큰소리로 왈가왈부하는 정치인이나 관료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 총재는 이 대목에선 이성태 전 총재에게 감사해야 할 듯하다. 작고한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상고 4년 선배인 이성태 총재를 발탁하며 한은은 이성태 총재에게 맡기자고 한 것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이어지는 것 같다.훌륭한 중앙은행 총재가 뛰어난 금통위 멤버들과 함께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짜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을까. 그간 미국이나 한국의 역사를 보면 꼭 그렇다고만 하기는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대체로 무난하게 통화정책을 폈지만 엄청난 실수도 저지른 게 중앙은행이다.대표적인 게 대공황 시기였던 1931년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이다. 1929년 시작된 대공황이 약간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자 Fed는 금

    2021.07.22 17:26
  • [이슈 프리즘] 홍 부총리, 정치 불참 선언해야

    경제학계에서 정부는 꽤나 오랫동안 없는 존재이거나 이타적 주체로 간주됐다. 애덤 스미스나 데이비드 리카도 이론에선 정부가 나오지 않는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정부를 위기 때 기업과 가계를 대신해 수요를 창출해 줄 수 있는 주체로 여겼다. 정부는 선의의 경제 주체이며 정부를 운영하는 정치인이나 정부 관리는 ‘합리적 인간’으로 간주됐다.이 같은 생각에 반기를 든 이가 제임스 뷰캐넌이다. 뷰캐넌은 연구 결과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을 얻었다. 정치인이나 관료 역시 일반인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익을 좇는 사람이라고 봤다. 정치인의 경우 권력을 위해, 정부 관리는 권한과 지위를 위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 때문에 공무원이 계속 늘어나고 정부가 필요 이상으로 세금을 쓴다고 봤다. 정부 지출이 늘고 계속해서 적자가 불어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는 과정을 뷰캐넌의 시각으로 살펴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 될 수 있다. 우선 이렇게 빨리 2차 추경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1차 추경이 확정된 게 3월이고 지원금 지급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더군다나 올해는 코로나19 피해에서 벗어나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는 국면에 있다. 추경 33조원을 포함해 36조원의 지출 규모가 적정한지도 논란이다. 무차별적으로 뿌려지는 카드 캐시백이 1조원이고, 사실상 소급으로 중복 지급되는 소상공인 지원금이 3조9000억원이다. 여기에 학생수가 줄어 돈이 넘치는 지방 교육청에 내려가는 돈이 6조원을 웃돈다.뭐가 그리 급하고 또 왜 이리 많이 써야 할까.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여당이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2차 추경을 서둘렀고

    2021.07.01 17:17
  • [이슈 프리즘] 부(負)의 소득세조차 쉽지 않다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핵심 이슈 중 하나는 기본소득이 될 것 같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거나 다투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기본소득 지급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의 다른 대선 후보나 야당의 대선 주자도 이에 대한 철학 없이는 대선 레이스를 치르기 힘든 상황이 됐다.기본소득이란 전 국민에게 매달 혹은 일정 기간마다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이 지사는 최대 월 50만원을 거론했다. 최소한의 인간 존엄을 지키기 위해, 일자리를 로봇에 빼앗기는 시대이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한다. 김낙회 전 관세청장, 변양호 전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온건한 보수 정도로 분류할 수 있는 전직 재무관료는 ‘부(負)의 소득세’(마이너스 소득세)를 대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부의 소득세는 저소득층에 세금으로 지원하는 보조금이다. 다만 기존의 복지 혜택은 없애거나 대폭 줄인다.기자는 기본소득은 물론 부의 소득세조차도 실현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0)라고 본다. 첫 번째 이유는 빈곤층에 대한 지원금이 줄기 때문이다. 예를 살펴보자. 경기도의 한 군 지역에 사는 70세 할머니 A씨는 소득이 거의 없다. 대신 매달 30만원의 기초노령연금을 받는다. 국민연금으론 20만원가량을 매달 수령한다. 또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일자리사업에 꼬박 참여해 매달 27만원을 받는다. 서울에 사는 아들의 직장건강보험 덕에 병원비는 한 달에 10만원 정도 아낄 수 있다.그런데 김 전 청장 등이 제안한 부의 소득세로는 월 최대 수령금액이 50만원에 그친다. 부의 소득세 체계에선 각종 복지 혜택과 사회보험이 통폐합돼 사라지거나 축소된다. 위의 사례에서 기초노령연금, 노인일자리사업, 건강보험이 없어진다

    2021.06.10 17:13
  • [이슈 프리즘] 이건희 회장이 남긴 세 가지 질문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한 지난해 10월 이후 상속세는 우리 사회의 빅이슈로 떠올랐다. 학계와 언론,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도 논쟁이 벌어졌다. 특히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이 회장의 유족들이 유산 처리 방침을 발표하자 외신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회장이 평생 수집한 국보급 미술품을 기부키로 하면서 한국의 기부문화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2021년 우리 사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토론의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2021.05.20 17:26
  • [이슈프리즘] 주택세금 부과 체계 문제 있다

    경제정책은 대체로 국민의 상식에 맞아야 효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기가 나쁘면 통화당국은 기준금리를 내리고 재정당국은 돈을 푸는 게 상식이다. 경기가 회복되면 점차 금리를 올리고 푼 돈을 회수해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정책이 얼마나 받아들여지는지를 가리키는 용어가 ‘정책 수용성’인데 수용성은 상식과 기대에 부합할수록 높다. 어쩌다 경제정책이 상식과 따로 노는 경우가 있다. 정부나 중앙은행이 헛다리를 짚을...

    2021.04.29 17:52
  • [이슈 프리즘] 우물 안 개구리들만 고른 잘못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의 실체를 정확히 깨닫는 데 4년 정도 걸린 것 같다. 4년 전 대통령선거를 치를 때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지금과 크게 달랐다. 많은 사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에게 휘둘려 내팽개친 국정을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바로잡을 것으로 여겼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41.1%의 득표율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24.0%),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21.4%)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문 정부는 허겁지겁 출범했지만 자신감으로...

    2021.04.08 18:09
  • [데스크 칼럼] LH로 들끓는 민심, 안일한 정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에 국민이 분노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신도시 개발 정보를 미리 알고 땅을 사들인 것, 보상을 더 받기 위해 나무를 빼곡히 심어 놓은 것, LH 일부 직원이 국민을 조롱한 것, 일부 국회의원과 시의원까지도 연루됐다는 의혹들…. 여기에 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안일한 시각도 한몫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변 장관은 LH 사태가 터진 뒤 국회에서 “LH 직원들이 ...

    2021.03.14 18:37
  • [데스크 칼럼] 홍남기, 옳은 얘기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같이 일해 본 공무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를 부드러운 사람으로 평가한다. 갈등보다는 대화와 타협으로 정책을 만드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이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잘 들어준다고 한다. 이헌재 전 부총리나 윤증현 전 장관 같은 카리스마는 없는 게 사실이다. 홍 부총리는 이런 이유로 ‘예스맨’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을 지낸 그가 문재...

    2021.01.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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