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는 영혼이 없다’는 말은 영혼 있는 관료라는 평가를 받았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해 관가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회에서 “전 정부에선 감세안에 반대하더니 이 정부에서 찬성하는 이유가 뭐냐”는 질의에 노회하게 넘어가며 던진 말이다. 요즘 장관들이라면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쩔쩔맸겠지만, 그는 ‘따거(큰형님)’라는 별명답게 “그래서 ...
‘희대의 펀드 사기극’으로 드러난 라임·옵티머스 사태의 책임 우선순위를 따진다면? 사기극을 벌인 장본인들일까, 아니면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판매한 금융사들일까. 도긴개긴이지만, 이들보다 더 큰 책임은 금융당국, 그중에서도 금융감독원에 있다. 금융시장 종사자들에게 아무리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선관의무)를 강조해도 돈을 좇는 그들의 생리상 도덕의식이란 게 평균적으로 높지는 않...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제5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권명준 강릉농협 상무(사진)가 포용금융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권 상무는 농협대학을 졸업하고 1990년부터 30년 동안 농협에 근무하면서 금융과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2004년에는 농업인을 위한 부채경감대책 추진 과정에서 업무자동화를 통해 농업인의 부채관리에 큰 도움을 준 공로를 인정받아 ‘농림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국제공인 재무설계사(CFP)를 취득한 권 상무는 1주일 이상 걸리던 과중한 업무를 자동화와 표준화로 단 5분에 해결하는 업무프로세스를 개발해 전국 농협직원들과 공유하면서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1980년 6월 어느날. 뉴욕의 월도프아스토리아호텔에 기업인들과 로널드 레이건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모였다. 공화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재계에서 요청한 자리였다. 제너럴일렉트릭(GE) 모건스탠리 화이자 등 내로라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레이건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자유시장 경제를 지키기 위해 어떤 실행안을 갖고 있는가?” 레이건은 작은 정부-큰 시장, 감세 등의 플랜을 꺼내면서 자유시장 ...
아무리 문제를 지적해도 이 정부한테는 ‘쇠귀에 경 읽기’ 같은 게 있다. 탈원전이 대표적이다. 케케묵은 이슈를 지금 와서 다시 꺼내려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감사 결과 발표를 눈앞에 두고 여권 등 집권세력이 보이는 행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서다. 국가채무도 그렇지만 탈원전도 결국 ‘속도의 문제’다. 재정 과속처럼 탈원전도 ‘속도전’으로 밀어붙여 수...
홍남기 부총리는 요즘 정책 홍보에 열중이다. 거의 하루건너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다. 지난달 대통령이 “경제사령탑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칭찬한 이후론 의욕이 더 샘솟는 것 같다. 자화자찬성 글이 다수인데, 지난달 19일 올린 국가채무에 대한 글은 재정당국 수장의 인식 수준을 의심케 했다. 홍 부총리는 “우리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①국가채무 증가를 염려해 재정이 통상의 역할에만 그치...
이 정부는 세금도 교묘히 정치적 수단으로 쓸 줄 아는 치밀함이 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고강도 증세를 하면서도 이렇다 할 조세저항이 없다. 비결이 뭘까. 이 정부 출범 이후 세율이 오르지 않은 세목은 찾기 힘들다. 법인세 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등 국세는 물론 재산세 취득세 등 지방세도 모조리 올랐다. 정권을 잡은 2017년 첫해 곧바로 법인세 최고구간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리고, 근로소득세 세율도 3억원 초과구간을 별도로 쪼개...
‘스타일리스트’ 기질이 다분한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마음 상태를 휴대폰 컬러링(통화 연결음)으로 표현하곤 한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이 되고 나서도 컬러링을 바꾼 게 화제가 됐다. 영국 가수 알 스튜어트의 ‘베르사유 궁전(The Palace of Versailles)’이란 노래로, 1789년 프랑스혁명을 주도한 급진파 당수이자 공포정치의 상징이 된 로베스피에르가 등장한다. 당시 ...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하면 떠오르는 장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기자가 청와대를 출입하던 2013년 9월.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 있던 그의 부탁으로 몇몇 청와대 기자들과 오찬 자리를 주선한 적이 있다. 식사가 끝날 무렵 그는 난데없이 서류 봉투를 하나씩 돌렸다. 뭔가 했더니 본인이 언론에 기고한 칼럼들과 잡지에 실린 ‘인간 김동연의 스토리’를 모은 파일이었다. 참석한 기자들은 다소 당혹스럽고 어색한 표정이었다. 보통의 관...
결국 증세라는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계파인 더좋은미래가 증세론에 불을 지피자 너도나도 가세하는 형국이다. 말인즉슨 맞다. 국민의 조세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낮다거나, 봉급생활자 절반 가까이가 사실상 세금 한 푼 안 낸다거나, 부가가치세율이 40년간 10%로 고정돼 있다거나…. 이래저래 증세에 나서야 할 근거는 차고 넘친다. 복지 늘리자고 적자국...
한 달 전 집으로 안내장이 날아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생활지원금.’ ‘공짜점심’은 없다지만 솔깃해 들여다봤다. 지원금이 무려 다섯 가지나 됐다. 중앙정부에서 주는 긴급재난지원금, 경기도가 지급하는 재난기본소득, 성남시의 재난연대안정자금, 아동양육돌봄지원금,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지원금 다섯 가지를 다 받으면 320만원의 공돈이 생긴다. 3인가족 기준 월 중위소득에 해...
울산시가 효성그룹, 린데〃코리아와 손잡고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생산공장을 짓는다. 울산시는 29일 (주)효성 및 린데코리아와 액화수소 생산공장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투자협약에 따라 (주)효성과 린데코리아는 울산시 남구 처용로 일대에 보유하고 있는 3만㎡의 부지에 3000억원을 합작 투자해 액화수소 생산공장을 건설한다. 연산 1만3000톤(t) 규모로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다. 이를 위해 연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내년 1분기에 공장 착공에 들어가 2022년 완공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서에 따라 (주)효성과 린데코리아는 앞으로 공장가동에 필요한 인력을 채용할 때 울산시민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울산시는 시설투자와 관련한 각종 인·허가와 인센티브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주)효성과 린데코리아의 울산 액화수소 생산공장 투자를 환영하며 앞으로 공장설립 과정에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울산시는 수소산업을 울산경제를 도약시키기 위한 ‘7브리지’ 중의 하나로 선정하고 과감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5월 23일. 정권인수위원회(국정기획자문위)를 맡은 김진표 위원장은 부처 업무보고를 앞두고 이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사회 정책을 경제 정책의 부수물로 보지 않겠다.” 경제부처가 예산권을 틀어쥐고 사회부처 위에 군림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엄포로 해석됐다. 기획재정부 예산라인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였다. “기재부는 재정준칙에 따라 예산을 통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테마주가 급등락을 거듭하고 근거없는 루머가 극성을 부리자 금융감독당국이 합동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진단, 백신, 마스크 등 관련주로 분류된 32개 종목이 주요 타깃이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는 11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주식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공정 거래를 집중 감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테마주로 언급되는 종목에 대해 대규모 고가 매수를 반복하...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9일 첫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모범사례로 KB금융지주의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선정했다. 일반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공정한 기업거버넌스 사례라는 판단에서다. KB금융은 지난달 6일 보유 자사주 중 8.1%인 약 230만주에 대해 소각을 결정했다. 소각 금액은 약 1000억원 규모다.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건 국내 금융지주 중 처음이다. 자사주 소각은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고 기업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 중 ...
‘갑질 논란’을 일으킨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21일 공식 사과하고 거취를 업계 뜻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회장은 주변에 잘못을 인정하고 즉각 사임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투자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내고 “저의 부덕함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10월. 노무라증권의 한 보고서가 시장을 뒤흔들었다. ‘대우에 비상벨이 울린다.’ 이 보고서로 금융권은 대우그룹에 대한 자금회수를 본격화했고, 결국 대우는 해체의 길로 치달았다. 당시 이 보고서를 쓴 애널리스트 K씨는 국내 중형 증권사 사장이 돼 있다. 얼마 전 만난 K사장은 대뜸 “한국 주식은 머릿속에서 지웠다”고 했다. 자산의 10%만 어쩔 수 없이 한국 주식에 넣고,...
정부와 시장 간 인식의 간극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최근 환율을 둘러싼 인식이 특히 그렇다. 원·달러 환율은 석 달 새 7% 가까이 올랐다. 달러당 1110원대이던 것이 12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원화가치는 그만큼 떨어졌다.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며칠 전 한 고위관료 A씨와 사석에서 대화를 하다 물었다. 시장에서 환율 걱정이 큰데 괜찮냐고. 그러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환율이 오르면 좋은...
최정호 국토교통부,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낙마했다. 최 후보자는 국민 정서에 가장 민감한 부동산 투기 의혹에 걸려 하차했다. 3월 29일 물러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역시 고가 건물 매입 논란 끝에 사퇴했다. 최 후보자와 김 전 대변인 모두 억울할지 모른다. 최 후보자는 집 세 채로 23억원의 평가차익을 냈다는 이유로 투기 의혹을 받았지만, 청와대 사전 검증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만큼 투자와 투기의 경계가 모호한...
소득 양극화가 역대 최악으로 벌어진 통계청 발표가 지난달 나왔을 때 청와대 핵심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소득주도성장이란 정책을 펴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아찔하다.” 더 참담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는데, 그나마 소득주도성장이 이를 막았다는 얘기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역효과로 빈곤층이 더 가난해지고 있다는 세간의 분석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진단이다. 더구나 이 말이 ‘어공(어쩌다 공무원)...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경남 창원을 찾았다. 경남도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보고회를 마친 뒤 가정용 전자기기 제조업체인 삼천산업을 방문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충남 아산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서진캠을 방문해 애로사항을 들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창원의 자동차 주물 부품업체인 한황산업을,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경남 거제 고현시장을 찾아 현장 목소리를 청취했다. 2기 경제팀이 움직이기 시...
지난해 7월 이용섭 당시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현 광주시장)이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나와 ‘J커브 효과’를 언급한 적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J노믹스’를 설명하면서 △문 대통령 이름인 재인(Jaein)의 J △일자리(job)의 J △J커브 효과의 J 등 세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다. 당시엔 그런가보다 하고 무심코 흘려들었다. 그러다 최근 한 전직 관료에게 세 번째의 J커브 효과 의미를 듣고 귀...
모두가 지금 우리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 규정했다. 과거와는 다른 ‘구조적 위기’라는 판단도 비슷했다. “장기 침체로 이미 접어들었다”(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단기적인 대응책으로는 어떤 것도 방향을 틀기엔 역부족이다”(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암울한 진단이 넘쳤다. 결론은 정책의 근본적인 방향 전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데 모아졌다. 한국경제신문이 창간 54주년을 맞아 국...
고군분투하고 있는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의지할 데가 필요했던 모양이다. 그는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선배 원로들을 찾아 조언을 듣고 있다고 한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이 얘기를 듣고 언젠가 사석에서 이 전 부총리한테 물었다. “김 부총리가 소득주도성장 정책 방향을 놓고 청와대 정책 참모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데, 뭐라고 조언하시나요?” 이 전 부총리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가급적 대들지 말...
2012년 2월의 일이다. 4·13 국회의원 총선거와 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 할 것 없이 복지공약을 쏟아냈다. 그러자 기획재정부가 일을 냈다. 공약에 들어가는 모든 재원을 따져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정치권 요구를 다 실행에 옮긴다면 5년간 220조~340조원이 든다. 세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며, 국채도 발행해야 한다. 국가 재정이 재앙에 빠질 것이다.” 한마디로 복지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감...
두렵기까지 하다.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7’에서 중국 굴기(起)의 현장을 확인하고 나서다. 전시장 곳곳은 중국 기업들의 독무대나 다름없다. 스마트폰 기업인 화웨이와 샤오미, 가전업체인 TCL 하이얼 창훙 하이센스, 인터넷 기업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중국계 전기차업체인 패러데이퓨처, 드론의 DJI 등…. 몇 년 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기업들이다. 하지만 지금은...
병신년(丙申年) 한 해가 가고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아온다. 2017년은 격변의 해다.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미·중·러 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강한 리더십의 충돌이다. 일본 아베 신조 정부는 미·러 사이에서 숨 가쁜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질서에 급변이 불가피하다. 과거 위기 국면마다 힘을 발휘하던 국가 간 공조체제에는 균열이 생기고 있다. &ls...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수석을 지낸 조원동은 엘리트 관료로서 극과 극을 오갔다. 그의 인생 부침은 드라마틱하다. 옛 재정경제부 시절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5년 내내 한직을 전전했다. 실세 장관 강만수의 눈밖에 난 게 컸다. 절치부심하던 그는 2013년 2월 삼청동 안가(安家·대통령 안전가옥)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면접을 거쳐 초대 경제수석으로 발탁된다. 언젠가 사석에서 “대통령과 두 시간 독대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정치인 장관’으로 부르는 건 좀 그렇다. 재선 의원 출신이지만 20년간 학자, 연구원으로 보냈다. 성품도 학자풍에 가깝다. 하지만 그가 박근혜 정부 임기 후반 ‘마무리 투수’로 기용된 건 정치인 장관으로서의 역할이 더 크게 요구됐기 때문이다. 올초 3기 경제팀 수장을 맡았을 때 그의 어깨는 무거웠다.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부문 구조개혁은 물론 기업 구조조정 등 과...
작명 때문에 정책이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리병원’이 그런 케이스다. 이명박 정부 시절 서비스산업선진화 명분을 내걸고 추진된 ‘영리병원’ 정책은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병원을 영리사업으로 내몬다는 단순한 반대논리에 부딪혀 중도 하차했다. 정부도 ‘아차’ 실수를 깨닫고 뒤늦게 ‘투자개방형 병원’으로 명패를 바꿔 달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당시 총대를 멨던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영리병원을 반대한 ‘전재희(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뜻을 접어야 했다.영리병원 데자뷔 ‘양적 완화’한국형 양적 완화 논쟁은 영리병원의 데자뷔다. 처음 이 얘기를 꺼낸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의 속내는 딴 데 있었다.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해결에 통화당국(한국은행)도 역할을 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양적 완화보다는 정책금융에 더 가깝다. 이걸 있는 그대로 표현하자니 선거 공약으로 주목받기 어려울 것 같아 만든 이름이 ‘한국형 양적 완화’였다. ‘꾀돌이’ 별명을 가진 강봉균다운 발상이었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요란스럽게 포장해 대중의 이목을 끌어내려는 기법)이었던 셈이다.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이 너무 주효했기 때문일까. 세간의 이목은 온통 한국형 양적 완화라는 포장에만 쏠렸다. 같이 공약을 만든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표현대로라면 “강 전 장관의 손가락은 달(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해결)을 가리켰는데, 모두가 달은 쳐다보지 않고 손가락(한국형 양적 완화)만 보더라”는 것이다.아니나 다를까, 논쟁은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강 전 장관의 본래 의도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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