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9월 30일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독일 뮌헨에서 히틀러를 만났다. 오스트리아를 강탈한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란트 할양을 요구했다. 화해 무드를 깨고 싶지 않았던 영국과 프랑스는 굴욕적인 요구를 수용했다. 당시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평화”라고 자신했지만 역사는 정반대로 흘렀다. 히틀러는 이듬해 3월 체코를 통째로 병합했고 9월엔 폴란드를 침공해 2차대전을 일으켰다.윈스턴 처칠은 한때 ‘전쟁광’으로 불렸다. 뮌헨협정을 비난하고 히틀러와의 타협을 거부해서다. 결국엔 그가 맞았다. 체임벌린이 실각한 뒤 처칠이 전시내각 수반에 올랐다. 처칠은 유럽에서 히틀러에게 맞서 홀로 분투하며 미국과 함께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전후 처칠의 인기는 미국에서도 하늘을 찔렀다. 미국은 1963년 처칠에게 처음으로 명예시민권을 부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런 처칠을 존경한다고 한다. 2017년 집권 1기 첫날 백악관에 처칠의 흉상을 들여놨고, 올해 1월 백악관에 재입성하면서도 다시 흉상을 집무실에 가져다 놨다. 2019년 영국 국빈 방문 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트럼프에게 처칠의 <2차 세계대전> 초판 축약본을 선물했다. 트럼프가 책을 숙독한 것 같지는 않다. 처칠은 “유화정책은 독재자들의 침략 행위를 조장하고 그들의 자국민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고 썼는데,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는 걸 보면 말이다. 트럼프는 오히려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를 몰아붙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빼앗긴 영토를 포기하고 당장 싸움을 멈추라고 다그쳤다. 젤렌스키가 고분고분
미국은 대체 언제 위대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수도 없이 외치지만 똑 부러지게 언제라고 말한 적이 별로 없다. 어쩌면 서부 개척과 영토 확장 시대인 1800년대를 ‘위대한 미국의 시대’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백악관 재입성 첫날부터 집무실에 엘리트 정치인과 반목한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1829~1837년 재임) 초상화를 걸고, 취임사에서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1897~1901년 재임)을 거명하며 “관세와 재능을 통해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칭송한 걸 보면 말이다. 매킨리는 하와이를 병합하고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괌, 푸에르토리코, 필리핀을 식민지로 만든 대통령이다. 취임사에서 주목받은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도 미국의 팽창주의를 정당화하며 19세기에 유행한 단어다. 그때 미국은 노골적으로 팽창을 시도했지만 유럽 열강에 뒤진 2류 국가였다.미국이 진짜 위대해진 건 누구나 아는 것처럼 2차대전 이후다.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에서 파시즘을 물리치고 자유세계를 지켰다. 전후 세계 질서 틀을 짜기 위해 세계 각국 대표단이 뉴햄프셔주 산골짜기 브레턴우즈의 호텔에 모였을 때 미국은 얼마든지 영토를 늘리고 식민지를 만들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거대한 미국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 선박뿐 아니라 다른 나라 선박도 무제한으로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3차 대전을 막고 미국에도 이익이란 대전략에 따른 것이었지만, 미국은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통해 냉전에서 승리해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며 동맹의 번영을 뒷받침했다. 동맹과 윈윈했
한국에선 대학이 등록금을 마음대로 못 올린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연간 등록금 인상 한도가 묶여 있다. 직전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이내가 법정 상한이다. 그나마 이만큼 올리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정부가 매년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이 정부 말을 따르지 않고 법정 상한까지 등록금을 올릴 순 있지만 이 경우 각종 정부 지원금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 그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금을 동결하는 대학이 많다. 이런 일이 올해로 벌써 17년째 계속되고 있다. 대학등록금을 이렇게 통제하는 게 맞는 걸까. [찬성] "마구잡이 인상 땐 학부모 부담"…"교육 불평등도 함께 커질 것"대학이 등록금을 마구잡이로 올리면 학부모와 학생이 감당하기 어렵다. 1989년 대학등록금 자율화 조치로 등록금 결정권이 대학에 넘어간 적이 있다. 당시 상당수 사립대가 등록금을 대폭 올리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됐다. 대학가에선 ‘반값 등록금’ 구호가 쏟아졌다. 정부가 대학등록금 자율화를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 폭을 법에 못 박은 배경이다. 대학등록금 통제가 사라지고 등록금 자율화로 복귀하면 과거와 같은 등록금 폭등이 재연될 수 있다. 등록금 억제 고삐가 사라지면 교육 불평등이 커질 수도 있다. 과거에 비해 낮아지긴 했지만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여전히 70%대에 달한다. 높은 교육열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는 핵심 통로도 교육이었다. 등록금이 대폭 인상되면 저소득층에선 값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꾸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교육 기회가
한국인의 미국 이주는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이민이 시작이었다. 그해 1월 13일 이민 1진이 캘릭호를 타고 호놀룰루 항에 도착한 뒤 2년간 7291명이 하와이에 내렸다. 이들 다수는 농장에서 하루 16시간 이상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이후 간간이 이어지던 미국 이민이 급물살을 탄 것은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으로 가족 초청과 유학생·전문직 영주권 취득이 허용되면서다. 1980년대 중반 많을 땐 한 해 3만5000명 이상이 미국으로 건너갔다.재미 한인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언더독’(약자)이었다. 유대인처럼 소수지만 사회 지도층에 포진하지도 못했고 흑인처럼 인종차별에 맞서 똘똘 뭉쳐 있지도 않았다. 1992년 4월 29일 터진 LA 흑인 폭동은 한인들이 ‘한국계’로서 정치적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걸 자각하게 한 기폭제였다. 원래 흑·백 갈등에서 시작된 폭동이 한·흑 갈등으로 번졌는데 미국 경찰이 한인 보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다.지금은 한인사회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재미동포만 260만 명에 달해 정치권이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현재 한국계 연방의회 의원만 5명이다. 지난해 11월 연방의회 선거에서 앤디 김이 사상 처음 상원의원이 됐고 4명은 하원에 입성했다. 이 중 미셸 스틸 박 의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거론된다.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한 미국대사 성 김, 형제지간으로 각각 보건부 차관보와 국무부 법률자문을 지낸 하워드 고(고경주)와 해럴드 고(고홍주)도 한국계다. 경제계에선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뉴욕증시 상장사 쿠팡의 김범석 의장, 피스컬노트 창업자 팀 황이 유명하다. 연예계에
‘기부 천사, 바른 생활 사나이, 미라클 션….’ 가수 션의 별명이다. 션은 ‘착한 러닝’으로 유명하다. 독립 유공자 후손에게 집을 지어주기 위해 광복절에 81.5㎞를 달리는 ‘815런’이 대표적이다. 2020년부터 시작했는데 작년엔 1만6300명이 참가해 13억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그동안 16채 이상이 완공됐고 100채 이상 짓는 게 목표라고 한다. 션은 이 행사에서 실제 81.5㎞를 뛴다. 몸을 만들기 위해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최소 20㎞를 달리고 점심엔 웨이트 트레이닝, 저녁엔 자전거 타기를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고 한다.국내 최초 루게릭 환자 전문 요양병원을 짓기 위해 2015년부터 시작한 ‘미라클 365런’도 션이 심혈을 기울이는 캠페인 중 하나다. 2011년 루게릭병을 앓던 전 프로농구 선수로 지난해 9월 작고한 박승일 씨를 알게 되면서다. 션은 달리기,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각종 모금 활동을 통해 2023년 말 경기 용인에 병원을 짓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몰래 숨겨왔던 239억짜리 건물’이라며 병원 완공 사실을 알렸다. 병원 건립비는 션과 아내 정혜영 씨가 6억원을 내고 나머지는 35만 명 이상이 낸 후원금으로 조달했다.연예인 중에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지탄받는 이도 적지 않다. TV에선 화목해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쇼윈도 부부’도 많다. 션·정혜영 부부는 한 번도 그런 구설에 오르지 않았다. 션 부부가 지금까지 강연, 홍보대사 활동 등을 통해 낸 기부금만 6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션이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4년 10월 아내와 결혼하면서다. 처음엔 ‘사랑하는 여자와 가정을 이뤄 감사하다’는 생각에 매일 1
2024년 한국 증시는 우울했다.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비중은 중국, 대만, 인도에 이어 4위로 밀렸다. 2019년 대만에 2위를 내주고 3위로 내려선 지 5년 만에 한 계단 더 강등됐다. 선진국지수 편입은커녕 신흥시장 내 존재감마저 약해진 것이다.증시 성적표는 바닥이다. 코스피지수는 9.6%, 코스닥지수는 21.7% 하락해 세계 93개 주요 지수 중 수익률 순위가 각각 88위와 92위였다. 주가 급락으로 허공에 날아간 돈만 두 시장 합쳐 255조원에 달한다.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란 자조가 증시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국내 증시가 ‘김빠진 콜라’처럼 맥을 못 춘 것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처럼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는 기업이 드문 게 1차적 원인이다. 삼성전자의 초격차 경쟁력이 흔들리고 자동차, 가전,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은 중국에 쫓기거나 추월당했는데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산업에선 눈에 띄는 기업이 안 보인다. 주가가 장기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그래도 주가가 기업이 가진 내재가치 수준을 유지할 순 있는데 그렇지 못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심지어 주가가 청산가치를 밑도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성장 동력 정체 또는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같은 주주환원책 부족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투자자 불신을 부추기는 일부 상장사 행태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툭하면 벌어지는 ‘쪼개기 상장’을 비롯해 두산그룹 사업재편 과정에서 불거진 계열사 간 합병 비율의 적정성 공방,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의 비상식적인 유상증자 시도 등 일반 주주 이익과 상충 논란을 빚는 사례가 속출해 이런 불신이 증폭됐다.
마피아 가문 이야기를 통해 미국적 성공 신화의 어두운 면을 그린 ‘대부2’는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영화계 통설을 깬 걸작이다. 1974년 개봉 당시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속편의 새로운 기준” “현대 영화의 교과서”란 극찬을 받았다. 속편으론 처음 아카데미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작품·감독·각색·남우조연·음악·미술상을 휩쓸며 작품·남우주연·각색상에 그친 전편을 뛰어넘었다.‘터미네이터2’도 역사상 최고의 속편 중 하나로 꼽힌다. 액체금속 로봇 T-1000을 표현한 CG(컴퓨터그래픽)는 영화계에 CG 붐을 일으켰고 터미네이터가 스스로를 파괴하기 위해 용광로에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하지만 속편이 망작이 되는 사례가 여전히 더 많다. 2019년 ‘조커’의 예상 밖 히트에 힘입어 올해 개봉한 ‘조커: 폴리 아 되’가 대표적. 제작비 3억달러를 투입했지만 본전도 못 건졌다. 관객과 평단의 점수도 100점 만점에 32점(로튼토마토)에 그쳤다. 전작은 소시민 아서가 개인적 고통과 사회적 요인으로 악당 조커가 돼가는 모습을 그려 “빌런 영화의 새 기준”이란 호평에 큰 흥행을 거뒀지만 속편은 처참한 실패작으로 끝났다.올해 개봉한 ‘글래디에이터2’도 24년 전 개봉한 전편보다 주연배우의 카리스마와 극적 긴장감이 훨씬 처진다는 평가가 많았다.속편은 1편의 성공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그만큼 관객의 눈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뻔한 줄거리와 연출로는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넷플릭스 최고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속편 ‘오징어
SBS 주가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쳤다. 내년부터 6년간 넷플릭스에 드라마와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통째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게 호재가 됐다. 아티스트스튜디오 주가는 최근 10거래일간 2배 넘게 뛰었다.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주연배우 이정재가 주요 주주라는 사실이 부각됐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자사 쇼핑 플랫폼 ‘네이버플러스’에 가입하면 월 5500원짜리 넷플릭스 멤버십을 공짜로 주고 있다.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다. 구독자가 2억8000만 명으로 2, 3위인 아마존프라임과 디즈니플러스를 압도한다. 국내에서도 월간활성이용자(MAU)가 1100만 명 이상으로 각각 700만 명대에 그친 쿠팡플레이와 티빙보다 월등히 많다.사회적 영향력도 크다. 지난해 JMS 교주 정명석의 성폭력 범죄 등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넷플릭스에서 방송되자 당시 검찰총장이 정씨 공판 상황을 직접 챙기며 ‘엄정 대응’을 지시했을 정도다. ‘우물안 개구리’인 K콘텐츠가 세계화한 것도 넷플릭스의 공이 컸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은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 1위를 기록했고 학폭 희생자의 복수극 ‘더 글로리’도 세계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는 비판도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 1’ 제작비는 250억원에 불과했지만 넷플릭스가 번 돈은 1조원에 달했다. 넷플릭스 때문에 스타급 주연배우 출연료는 과거 회당 1억원에서 요즘은 3억~4억원은 기본이고 8억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토종 OTT는 드라마 제작에 엄두를 내기도 어려
호주 의회가 지난달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세계 최초이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SNS 금지법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 등이 금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행 시기는 내년 11월 말이다. 법 위반 플랫폼엔 최대 4950만호주달러(약 4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의 몇몇 주와 프랑스, 영국에서도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했거나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게 바람직할까. [찬성] "SNS 중독, 술·담배처럼 위험"…온라인 왕따·괴롭힘 피해 속출청소년의 SNS 중독이 심각하다. 한창 공부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려야 할 시기에 SNS에 빠져 몇 시간씩 헤어나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다. 스스로 절제해서 사용 시간을 조절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나이에 SNS 중독은 독이 될 수 있다. 미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SNS를 매일 3시간 이상 사용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우울증과 불안을 경험할 확률이 2배나 높다고 한다. 청소년은 SNS에서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거나 사이버 괴롭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선 술이나 담배에 경고문을 붙이듯 SNS에도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호주 의회가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호주에선 SNS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아동과 청소년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면서 청소년의 SNS 사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졌다.부모는 자녀가 SNS에서 왕따를
빌라(villa)는 고대 로마 상류층의 교외 주택을 뜻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티볼리에 지은 하드리안 빌라가 유명하다. 한국에서 빌라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일컫는다. 도심 주택난이 심각하던 1984년 건축법 개정으로 다세대주택이 허용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도로나 녹지, 주차장 확충 없이 가구 수만 늘리다 보니 주거 환경이 열악했다. 그래서인지 빌라는 아파트보다 서민주택 이미지가 강하다.요즘 빌라는 찬밥 신세다. 올 들어 10월까지 빌라 등 비아파트 거래량은 12만6000건, 착공 물량은 2만9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 대비 각각 50%와 25%에 그친다. 2022년 수백 채 넘는 깡통 전세를 굴리다가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 보증금을 펑크낸 ‘빌라 왕’ 사건이 결정타였다. 때마침 닥친 역전세난은 세입자의 빌라 기피증을 부추겼다. 그 결과 전세든, 매매든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18일부터 청약 때 무주택자로 간주하는 빌라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전용면적이 85㎡ 이하이면서 공시가격이 수도권 5억원 이하(시세 약 7억~8억원 이하), 지방 3억원 이하인 빌라 등 비아파트 한 채 보유자도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엔 전용면적이 60㎡ 이하이면서 공시가격은 수도권 1억6000만원 이하, 지방 1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었다. 청약 때 빌라 소유자의 불이익을 줄여 침체한 빌라 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전세 사기를 근절하고 아파트에 비해 낙후한 기반 시설을 확충하지 않으면 빌라에서 멀어진 주택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긴 어렵다.‘빌라 구하기’에만 매달릴 일도 아니다. 올해 아
살아 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은 1988년 브라질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됐지만 결과는 조기 사망이었다. 이 수술은 나중에 일본에서 꽃을 피웠다. 미국과 유럽에선 뇌사자 장기 기증이 활성화돼 있었지만 일본에선 그렇지 않아 생체 간 이식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생체 간 이식 권위자인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울산의대 간이식·간담도외과)도 일본에서 수술법을 배웠다. 이를 토대로 1994년 12월 8일 국내 최초의 생체 간 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선천성 담도 폐쇄증으로 간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9개월 여아에게 아버지의 간 4분의 1을 이식했다. 당시 생사의 기로에 섰던 아이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한국은 생체 간 이식 최강국이다. 서울아산병원이 그동안 성공한 생체 간 이식 수술은 7392건으로 세계 최다다. 이 교수가 개발한 간 이식 수술법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생체 간 이식은 뇌사자의 간 기증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뇌사 과정에서 생길지 모를 간 손상 위험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건강한 사람은 간의 50~70%를 떼어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거의 100% 재생된다. 간 이식을 받은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이식받은 간이 자란다. 간 이식은 혈액형이 다른 사람끼리도 가능하다. 한국 의사들의 수술 성공률은 무척 높다. 서울아산병원은 수술 후 1년 생존율이 98%, 3년 생존율은 90%, 10년 생존율은 89%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간 이식 역사가 깊은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와 UC샌프란시스코 메디컬센터의 1년 생존율은 92%다. 한국엔 간염·간암 환자가 많아 의사들의 지식이 많이 축적돼 있다. 의사들의 손기
가수 임영웅이 졸지에 ‘탄핵 정국’의 불똥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표결에 부쳐진 지난 7일 SNS에 반려견 사진을 올린 게 발단이었다. “이 시국에 뭐하냐”는 네티즌 지적에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한 게 논란을 일으켰다. 한 문화평론가가 ‘진보 성향’ 유튜브 방송에 나와 “시민적 기초 소양 부족”이라며 “한국인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자 방송 진행자는 “임영웅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고 싫다”고 맞장구까지 쳤다.가수 겸 배우 차은우는 SNS에 화보 사진을 올렸다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배우 한소희, 뉴진스 해린, 전 피겨 선수 김연아 등은 명품 브랜드 포토 행사에 참석했다가 악플에 시달렸다.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BTS), 축구 선수 손흥민,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 ‘택시운전사’의 송강호, ‘서울의 봄’의 황정민과 정우성 등도 ‘왜 가만히 있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스타도 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문소리, 김고은 등 영화인 2518명은 “내란죄 현행범 윤석열을 파면, 구속하라”는 성명을 냈다.셀럽(유명인)의 정치 발언은 미국에서도 흔하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1차 TV토론에서 참패한 뒤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바이든이 이길 수 없는 전투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민주당 후보직을 넘겨받은 카멀라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고 영화 ‘록키’의 주연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제2의 조지 워
“적들로 가득찬 큰 묘지가 있다. (누군가를) 더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X에 올린 글이 재소환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와 일해 본 사람들 말을 빌려 “그는 적이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낸다”고 전했다.머스크의 최대 앙숙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머스크는 과거 올트먼을 “사기꾼 샘”, 오픈AI를 “시장을 마비시키는 괴물”이라고 공격했다. 머스크는 오픈AI 초기 투자자였지만 오픈AI가 비영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이사진에서 물러났고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냈다. 오픈AI에 맞서 xAI를 설립하기도 했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머스크와 악연이 있다. 게이츠가 2022년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해 5억달러를 공매도한 게 화근이었다. 머스크는 X에 배 나온 게이츠 사진과 ‘임신한 남자’ 이모지를 나란히 올리며 게이츠를 조롱했다.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머스크와 온라인 설전을 벌이며 격투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저커버그가 X를 꺾기 위해 ‘스레드’를 출시한 게 계기였다. 제프 베이조스는 우주 사업을 놓고 머스크와 다퉜다.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이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따낸 초대형 계약에 소송을 걸고, 환경 문제로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를 제한해달라고 정부에 청원을 넣자 머스크는 ‘소송(Sue) 오리진’이라고 비아냥댔다.요즘 머스크의 라이벌들이 트럼프 측에 선을 대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했다. 트럼프는 벌써부터 관세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제재 컨설팅 업체인 생크션랩의 조의준 대표(CEO)는 겉으로 드러난 관세보다 기업에 더 무서운 건 미국 정부의 제재와 수출통제라고 지적한다. 조 대표는 2016년 12월~2021년 2월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트럼프 집권 1기 4년간을 온전히 지켜봤다. 그때부터 7년간 모은 제재 관련 자료를 정리해 최근 <제재 전쟁-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 온다>를 펴냈다.조 대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의 본질적 변화를 상징한다. 미국은 세계 대전 후 계속되는 전쟁에 지쳤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부르짖으면서도 “세계의 경찰이 되지 않겠다”는 트럼프에게 미국민이 열광하는 배경이다. 미국이 피 흘리지 않으면서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택한 전략이 바로 제재 전쟁이다.제재 전쟁은 트럼프 1기 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저자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글로벌 제재 전쟁의 전선은 더 다양해지고 양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한다. 자동차, 인공지능(AI), 바이오, 암호화폐, 핀테크, 패션, 수산물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규제가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다.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2024년 초에도 한국의 중소기업이 미 상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한국에 200만원짜리 헬기 부품을 허가 없이 보낸 미국 기업이 제재받기도 했다.주용석 논설위원
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된 것은 2020년부터다. 취지는 좋지만 처음부터 말이 많았다. 우선 시행 시점. 고교 무상교육이 결정된 것은 전년도 9월 국회에서 지방교육교부금법이 개정되면서다. 21대 총선을 앞둔 때였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 ‘헌법에 규정된 교육받을 권리 보장’ 등 여러 이유를 내세웠지만 학부모 표심을 잡으려는 계산도 없진 않았다.더 큰 문제는 돈이었다. 고교 무상교육엔 한 해 2조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임기 내내 공격적으로 재정을 늘린 문재인 정부도 이 돈을 전부 내는 것은 부담스러웠는지 정부가 47.5%, 교육청이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분담하는 방안을 짰다.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특이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기간을 2020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5년간으로 정했다는 점이다. 그럼 2025년 이후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논란이 됐다. 문 정부는 일단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한 뒤 대안을 찾겠다고 했다. 학생 감소와 세수 변화, 교육청 재원으로 쓰이는 내국세 교부율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검토해 2021년까지 안정적인 재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안 했다. 직무 유기였다. 문 정부 이후 들어선 윤석열 정부도 손을 놨다.2024년이 저물어가는 요즘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내년분 고교 무상교육 지원액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으면서다. 정부는 국비 지원을 규정한 법 조항이 올해 말 종료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법대로’ 교육청이 고교 무상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교육청 예산인 교
내년부터 대학생 대상 국가장학금이 확대된다. 올해는 대학생이 있는 가구의 월 소득인정액(소득+아파트, 차량 등 재산의 소득 환산액)을 1~10구간으로 나눴을 때 8구간 이하 학생에게 연 350만~570만원을 지원했는데, 내년엔 9구간 학생까지 지원한다. 9구간 지원액은 연 100만~200만원이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이를 반영했다. 내년도 9구간의 월 소득인정액은 4인 가구 기준 약 1220만~1829만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를 통계청 소득 10분위(2023년 3분기 기준)로 환산해보니 6~8분위(월 606만~806만원)에 속했다. 아파트나 차량의 소득 환산액이 월 1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월급이 800만원인 가구도 국가장학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찬성] 지금은 중산층 체감도 낮아…정부 교육비 부담, 선진국 못 미쳐정부가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건 중산층 가정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고물가, 고금리로 내수 경기가 좋지 않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부담도 적지 않다. 국가장학금을 확대하면 이런 고충을 완화할 수 있다. 현재 국가장학금 지원제도는 중산층의 체감도가 낮다. 전체 대학생 203만 명 중 올해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약 100만 명으로, 대학생의 절반 정도다. 뒤집어 말하면 절반은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지 못한다. 대학생 자녀를 둔 집에선 “평범한 중산층 가정인데 아무 지원도 못 받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소득층까지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긴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내년에 국가장학금이 확대되면 장학금 수혜 대
“관세요? 아니요. 핵심은 제재와 수출통제예요. 벌써부터 워싱턴 로펌에서 가장 큰 일거리는 수출통제인걸요.”(워싱턴DC 소재 로펌의 한 변호사)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했다. 트럼프는 벌써부터 관세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엔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제재 컨설팅 업체인 생크션랩의 조의준 대표(CEO)는 겉으로 드러난 관세보다 기업들에게 더 무서운건 미국 정부의 제재와 수출통제라고 지적한다. 트럼프가 대외적으론 관세를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 중국, 러시아 등 미국에 도전하는 국가의 발을 묶는 핵심 수단은 제재와 수출 통제이며 우방국이라도 이들과 잘못 거래하면 제재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2016년 12월~2021년 2월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트럼프 집권 1기 4년간을 온전히 지켜봤다. 그 때부터 7년간 모은 제재 관련 자료를 정리해 최근 <제재 전쟁: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 온다>를 펴냈다. 조 대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의 본질적 변화를 상징한다. 미국은 세계 대전 후
올해 1~10월 문을 닫은 음식점이 서울에서만 1만9573곳에 달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약 1만3000곳)보다 많다. 지난해 국내에서 폐업 신고를 한 개인사업자는 91만 명으로 전년보다 11만 명 늘었다. 내수 부진이 길어져 자영업자들은 울상이다. 고금리, 고물가 여파로 소비자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유독 해외만 나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우리 국민의 해외 카드 사용액은 57억600만달러(약 8조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20% 가까이 늘며 작년 4분기에 기록한 종전 최고치 51억85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해외여행 증가가 주요인이다. 올 3분기 해외로 나간 국민은 717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5%가량 늘었다. 이 기간 국내 항공편 이용객이 793만 명에서 789만 명으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엔저 여파로 일본 여행이 특히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 10월에만 331만2000명의 외국인이 일본을 다녀갔는데 이 중 한국인이 73만2100명으로 가장 많았다. 2위인 중국인 관광객(58만2800명)보다 훨씬 많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해도 국내 관광은 늘지 않고 해외여행만 늘어나는 게 요즘 상황이다. 무료 환전 등을 내세워 해외여행객을 공략한 ‘트래블 카드’가 최근 카드업계 최고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을 정도다.소비자들이 국내에선 지갑을 닫고 해외에서만 돈을 펑펑 쓰면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자영업 경기 회복도 어려워진다. 사회적 위화감과 양극화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다.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릴 필요가 있다.물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 볼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경제 호황을 이끌며 미국 최고 재무장관 중 한 명으로 꼽힌 로버트 루빈은 월가 출신이다. 그는 골드만삭스 회장 시절 ‘아칸소 촌뜨기’였던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경제 교사 역할을 했다. 그 인연으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을 거쳐 4년 넘게 재무부를 이끌었다. ‘아들 부시’ 대통령 때 재무장관을 지낸 헨리 폴슨도 직전까지 골드만삭스 회장이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티머시 가이트너는 재무부 관료 출신으로 전형적인 월가 출신은 아니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 뉴욕연방은행 총재를 지내며 월가와 불가분의 관계였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2016년 대선 때 월가에 비판적이었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향해 “월가의 대변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하자마자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재무장관에 골드만삭스에서 잔뼈가 굵은 스티븐 므누신을 임명해 4년 임기를 함께했을 뿐 아니라 재무부 부장관에도 골드만삭스 출신을 앉혔다.트럼프의 ‘월가 사랑’이 이번엔 달라지나 했지만 아니었다. 트럼프는 집권 2기 초대 재무장관으로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최고경영자(CEO) 스콧 베센트를 지명했다. 골드만삭스 출신은 아니지만 이번에도 월가맨을 낙점했다. 베센트는 트럼프의 관세 인상에 찬성하지만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서서히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인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가 공격적인 관세 인상을 지지하는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재무장관으로 베센트를 지명한 것은 관세 인상을 원하는 지지층과
‘바이든만 아니면 누구나(Anyone But Biden).’ 지난 6월 미국 대선후보 1차 TV토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참패한 뒤 민주당에선 후보 교체론이 들끓었다. ‘바이든으론 안 된다’는 여론이 팽배했다. 민주당 의원 40여 명이 후보 사퇴를 요구했고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마저 등을 돌렸다. 바이든은 꽤나 섭섭해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대선후보 자리를 넘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은 눈물을 훔쳤다. 한 달쯤 뒤 ABC 방송에선 “속상하지 않다”고 했지만 “(후보 사퇴를 안 했다면) 트럼프를 이길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아쉬움을 감추지도 않았다.요즘 바이든의 심경은 복잡할 듯하다. 트럼프는 벌써부터 바이든 정책을 180도 뒤집겠다고 벼르고 있다. 취임 첫날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펴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종식하겠다고 했다. 바이든이 심혈을 기울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뭐든지 바이든과 반대로(Anything But Biden)’ 할 기세다. 상·하원까지 공화당이 장악해 트럼프는 거칠 게 없다.바이든의 조바심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미군이 제공한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승인하고 IRA 보조금 조기 집행도 서두르고 있다. 트럼프 취임 전까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겠다는 생각이지만,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 그의 임기는 내년 1월 20일 낮 12시까지다. 바이든은 최근 페루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10분가량 정상회담을 하면서 살짝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자신이 재선됐다면 한·미·일 협력을 더 공고히 했을 것이라
인플레이션 조짐이 역력하던 1970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고문이던 아서 번스를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임명했다. 번스는 닉슨의 뜻에 따라 당시 연 8%인 기준금리를 1년도 안 돼 연 3%로 떨어뜨렸다. 이후 물가가 급등해 번스는 Fed 사상 최악의 의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9년 10월 6일. Fed 의장이던 폴 볼커는 기준금리를 연 15.5%로 한꺼번에 4%포인트나 올렸다. 이른바 ‘토요일밤의 학살’이었다. 초고금리 탓에 재선에 실패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볼커 임명을 “최악의 실수”라고 했지만 볼커는 역대 최고의 Fed 의장으로 꼽힌다.Fed 의장은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지만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는 불편한 적이 많았다. 제롬 파월 현 의장도 예외가 아니다. 애초 2018년 Fed 의장에 파월을 임명한 건 트럼프였다. 파월이 경기 부양 방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파월은 임기 첫해 기준금리를 네 차례나 올렸다. 트럼프는 “Fed가 미쳤다” “파월은 멍청하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Fed는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하면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까지 준비했다.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트럼프와 파월의 갈등이 재점화했다. 트럼프는 대선 전엔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금리 인하가 민주당을 돕는 일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파월은 “선거 결과를 염두에 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금리를 인하했다. 최근엔 트럼프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나섰다. 최근 X(옛 트위터)에 ‘누가 금리 결정을 더 잘할까’라는 질문을 올리며 선택지로 ‘Fed’와 ‘매직 8
고교 무상교육이 이슈로 떠올랐다. 정확히는 고교 무상교육에 드는 돈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논란이다. 지금은 정부가 47.5%, 교육청이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낸다. 2019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특례 규정이 신설되면서다. 올해 고교 무상교육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9439억원이었다. 이 돈은 학생들의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 운영지원비, 교과서비 등으로 쓰인다. 문제는 정부에 예산 지원 의무를 지운 특례 규정이 올해 12월 31일 일몰(법률 효력 상실)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내년도 고교 무상교육비를 따로 편성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도교육청은 물론 야당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비를 기존처럼 정부가 지원해야 할까. [찬성] 교육청 힘만으론 감당 못 해…국가도 무상교육 책임져야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비를 국비로 지원하도록 한 특례 조항을 3년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국회 절차를 밟고 있고 조만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추가 지원해야 한다. 민주당은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비에 대한 예산 지원을 끊는 건 국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청 힘만으로는 고교 무상교육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교육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협의회에 따르면 교육청 예산 중 80%가량은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시설비 등 경직성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반면 지출 측면에선 방과 후 학생들을 돌보는 늘봄학교, 인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딱 100명뿐이다. 미국 50개 주가 2명씩 뽑는다. 연방제 국가라는 특성을 반영해 각 주에 똑같은 수의 상원의원을 배정한 것이다. 연방 하원이 주별 인구에 비례해 435명의 의원을 뽑는 것과 대비된다. 상원의원은 임기도 6년으로 2년짜리 하원의원은 물론 대통령(4년)보다 길다.상원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Senate이다. 로마 원로원 세나투스(Senatus)에서 유래했다. 로마 공화정 시대 행정 수반인 집정관을 견제하며 국정 최고기관으로 군림한 원로원처럼 미국 상원의 권한은 막강하다. 모든 연방법은 하원과 함께 상원을 통과해야 한다.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 인준과 대통령이 외국과 체결한 조약 비준은 상원의 고유 권한이다. 대통령 탄핵 땐 상원이 한국의 헌법재판소 역할을 한다. 하원이 탄핵안을 발의해 가결하면 상원이 탄핵 재판을 연다.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확정된다. 상원의원은 대권 후보군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주에서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출신이다.미국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에서 한국계가 처음 당선됐다. 뉴저지주 3선 하원의원 앤디 김(42)이 주인공이다. 김 의원은 당선 확정 뒤 “역사상 미국인으로 불린 약 6억 명 중 2000명가량만 이 일을 맡을 영광을 얻었고, 재미동포 역사 120여 년 만에 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의원은 재미동포 2세로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고아원에서 소아마비를 앓으며 자라다가 국비 장학생으로 미국에 건너가 암과 알츠하이머 치료법을 연구하는 유전공학자가 됐다. 어머니는 뉴저지병원
4년 전 미국 대선 결과를 가장 빨리 예측해 화제가 됐던 폭스뉴스가 올해 대선 결과는 투표일 나흘쯤 뒤에야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초박빙 접전이 펼쳐지면서다.미국 대선은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대부분 주는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주)와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우세주)로 확연히 갈린다. 현재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226명,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219명의 선거인단 확보가 확실시된다. 승패는 93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7개 경합주에 달렸다. 이 중 최대 격전지가 펜실베이니아다. 경합주 중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해리스에게 가장 손쉬운 백악관 입성 길은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선거인단 15명), 위스콘신(10명)을 이겨 ‘블루월’(파란 장벽)을 복원하는 것이다. 이들 3개 주는 1992년 대선 이후 2016년 트럼프를 지지한 걸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을 선택했다. 트럼프에게도 펜실베이니아는 절실하다. 노스캐롤라이나(16명),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등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주) 4개 주를 모두 이겨도 선거인단이 268명에 그친다. 블루월 중 가장 취약한 펜실베이니아 공략이 필수다.펜실베이니아 판세는 예측불가다. 이 때문에 두 후보 모두 펜실베이니아에 자금과 시간을 집중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4일에는 해리스는 온종일 펜실베이니아를 누볐다. 트럼프도 미시간에서 대장정을 마치기 전 펜실베이니아에 들렀다. 트럼프는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 중 총격을 받기도 했다. 러스트벨트(쇠락
더불어민주당의 지역화폐 사랑은 유별나다. 틈만 나면 약방의 감초처럼 지역화폐를 꺼내 든다. 지역화폐는 광역시·도와 시·군·구가 발행하는 지역 상품권이다. 발행 지역에서만 쓸 수 있다. 민주당이 13조원의 예산을 들여 국민 1인당 25만원씩 나눠주자고 할 때 지급 수단이 바로 지역화폐다. 지난 9월엔 지역화폐 발행에 드는 재정 부담을 국가가 지도록 한 지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지방자치단체는 통상 액면가보다 5~10% 싸게 지역화폐를 발행하는데 할인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한다. 정부가 예산으로 보조금을 줄 순 있지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이를 국비 지원으로 의무화하자는 게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이다.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무시한,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법안이다. 결국 대통령 거부권에 막혔다.민주당은 내년 예산안 심사를 앞둔 요즘 정부 예산 2조원을 들여 지역화폐 10조원어치를 발행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지역화폐 할인 비용 20%를 국비로 지원하라는 요구다. 이재명 대표는 지역화폐 사용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30%에서 80%로 올리고 최대 100만원까지 공제하자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민주당이 지역화폐를 미는 명분은 민생 살리기다. 내수 진작을 위해선 지역화폐로 소비를 끌어내야 한다는 논리다. 지역화폐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선 쓸 수 없어 골목상권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민주당이 내세우는 이유다.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해답이 꼭 지역화폐일 필요는 없다.지역화폐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 무엇보다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길 수 있다.
2차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2월 얄타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폴란드였다. 미국과 영국은 런던에 있던 자유 망명정부를 승인했지만 소련은 자신들이 폴란드 동부 루블린에 세운 정권을 지지했다. 종전 후 자유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했지만 소련 손아귀에 있던 폴란드는 결국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했다. 폴란드에 러시아(옛 소련)는 ‘재앙’이었다. 1795년 러시아와 프로이센·오스트리아가 폴란드를 분할 점령해 123년간 지도에서 지워버린 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1939년엔 스탈린이 히틀러와 독·소불가침 조약을 맺고 폴란드를 쪼개기로 합의했다. 소련은 폴란드 점령 뒤 장교, 경찰, 지식인 2만2000명가량을 끌고 가 카틴 숲에서 학살했다. 폴란드 독립의 씨앗까지 말리려고 한 것이다.하지만 폴란드는 독립의 열망을 잊지 않았고 1990년 자유노조 운동을 이끈 레흐 바웬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러시아 지배에서 벗어났다. 이후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서방의 병참 기지 역할을 하며 ‘NATO의 창끝’으로 거듭났다.폴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자신을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산 무기 수입에 적극적인 이유다. 이미 다연장로켓 천무,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를 수입하며 한국의 최대 방산 고객이 됐다. 한국도 최근 폴란드산 자폭 드론(무인기) 200대가량을 146억원에 들여오기로 했다. 북한이 자폭형 드론 개발에 속도를 내자 가성비 좋은 폴란드 드론에 눈을 돌린 것이다.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해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이 수교한 건 1989년
배달앱을 이용해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게 주인들도 배달앱 없이는 장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배달앱을 마냥 반기는 건 아니다. 수수료 부담 때문이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3사가 장악하고 있다. 이들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가게 주인은 9.7~9.8%의 중개수수료를 내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부담이 크다”며 중개수수료율을 5% 이하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배달앱 수수료율 상한제를 검토하고 나섰다. 일단 배달앱과 자영업자 단체가 자율적으로 상생안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자율 합의에 실패하면 법으로 수수료율늘 낮추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봐야 할까.[찬성] "시장 지배력 믿고 일방적 인상", "배달비 음식값의 30%…남는 게 없다"자영업자들은 배달앱으로 팔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하소연한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에서 2만원짜리 치킨을 주문한다고 치자. 치킨집 사장은 중개수수료 1960원(9.8%), 카드 결제 수수료 600원(3%), 가게 부담 배달비 2900원(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와는 별도), 부가세 546원(10%) 등 총 6006원을 내야 한다. 음식값의 약 30%에 달한다. 여기에 가게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 등을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배달앱에 10% 가까운 중개수수료를 무는 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자영업자들은 배달앱들이 시장지배력을 믿고 일방적으로 중개수수료를 올린다고 본다. 배달의민족은 원래 월 8만8000원(부가세 포함)짜리 정액제로 시작했지만 2022년 주문 금액의 6.8%를 떼는 정률제로 바꾼 데 이어 올해 8월부터는
테슬라가 운전석과 페달이 없는 로보택시 시제품을 선보였지만 분위기는 싸늘하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이빨 빠진 택시(toothless taxi)”라고 혹평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까지 대당 3만달러(약 4000만원) 미만에 로보택시를 양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월가에선 못 믿겠다는 분위기다. 머스크는 2019년에도 “2020년에 100만 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도로에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가 약속을 못 지켰다. 로보택시 공개 후 테슬라 주가는 8% 넘게 빠진 반면 택시 호출 서비스를 하는 우버와 리프트는 10%가량 급등했다.그렇다고 테슬라 기술을 가볍게 폄하할 순 없다. 테슬라는 전 세계 테슬라 차량을 통해 수집한 주행 데이터를 활용한 완전자율주행 기술에서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카메라와 센서만으로 이뤄져 경제성에서 앞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부분 경쟁사는 레이저로 사물을 인식하는 고가의 센서(라이다)를 지붕에 달고 주행하는 방식을 쓴다.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자동차산업은 물론 사람들의 생활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뀐다. 운전이 필요 없기 때문에 차량 이동 중 잠을 자거나 일을 하거나 영화를 볼 수 있다. 원할 때 불러 이동하고 차를 쓰지 않을 땐 돈을 받고 차량을 로보택시 회사에 빌려줄 수도 있다. 빅테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와 LA 등에서, 중국 바이두는 베이징 선전 우한 등 10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은 서울시와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지난달 26일부터 심야시간대에 서울 강남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아직 갈 길은 멀다. 자율주행은 완
선진국 국민연금은 대개 우리보다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구조다. 일본, 독일, 스웨덴은 보험료율이 18%대에 달하지만 40년 가입자 기준 소득대체율은 40%가 채 안 된다. 경제 상황이나 출산율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줄일 수 있는 자동조절장치를 도입한 나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4개국이나 된다. 이렇게 안 하면 연금 재정이 파탄 나기 때문이다.한국은 딴판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로 설계돼 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문제는 폰지 사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저출생·고령화로 보험료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 받을 사람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현재 1000조원을 넘지만 이대로 가면 2056년 완전 고갈된다는 정부 계산이 나와 있다. 정부가 2007년 노무현 정부 이후 17년 만에 연금개혁에 나선 이유다.정부안이 완벽한 건 아니다. 원래 소득대체율 40% 유지에 필요한 보험료율은 19.7%다. 소득대체율을 42%로 높이면 보험료율은 20.7%까지 올려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2%, 즉 13-42% 안을 내놨다. 지난 21대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 조사 때 더 내고 더 받는 13-50% 안이 더 내고 그대로 받는 12-40% 안보다 높은 지지를 받은 걸 감안한 고육책이다. 13-42% 안은 연금 고갈 시기를 16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온전한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이걸 보완하는 게 자동조정장치다. 지금은 매년 물가 상승률만큼 연금액이 올라간다. 가령 국민연금 예상 수급액이 월 100만원인데 소비자물가가 3% 올랐다면 실제 연금액은 103만원이 된다. 정부가 제안한 자동조정장치는 여기에 가입자 수와 기대
정부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달리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되 50대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포인트, 20대 이하는 0.25%포인트씩 인상하자고 했다.중장년층은 빨리, 젊은 층은 서서히 보험료율을 올리자는 것이다. 내년부터 보험료율을 인상한다고 가정해보자. 보험료율이 13%에 도달하는 시점은 50대는 2028년, 40대는 2032년, 30대는 2036년, 20대 이하는 2040년이다.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인데,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방식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찬성] 연금에 대한 청년층 불신 해소 도움…40~50대에서도 찬성 많아현재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보험료율 9%로 소득대체율 40%(40년 납입 기준)를 보장한다.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이 적어도 19.8%는 돼야 하는데 이보다 훨씬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보험료율을 인상해도 생애 전체로 보면 큰 손해는 없다. 반면 청년층은 혜택 기간은 짧고 인상된 보험료율로 납부하는 기간은 길다. 그런 만큼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달리하는 것이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실제 정부안대로 보험료율을 차등 인상한다고 가정해도 50대의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9.6%로 여전히 20대의 12.9%보다 낮다. 50대는 보험료율이 빨리 오르더라도 보험료 잔여 납입 기간이 10년 이하지만 20대는 40년가량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의무 납입 기간은 현재 59세까지다.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은 현재 50세인 1975년생은 50.6%로 20세인 2005년생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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