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조짐이 역력하던 1970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고문이던 아서 번스를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임명했다. 번스는 닉슨의 뜻에 따라 당시 연 8%인 기준금리를 1년도 안 돼 연 3%로 떨어뜨렸다. 이후 물가가 급등해 번스는 Fed 사상 최악의 의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오일쇼크가 한창이던 1979년 10월 6일. Fed 의장이던 폴 볼커는 기준금리를 연 15.5%로 한꺼번에 4%포인트나 올렸다. 이른바 ‘토요일밤의 학살’이었다. 초고금리 탓에 재선에 실패한 지미 카터 대통령은 볼커 임명을 “최악의 실수”라고 했지만 볼커는 역대 최고의 Fed 의장으로 꼽힌다.Fed 의장은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지만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는 불편한 적이 많았다. 제롬 파월 현 의장도 예외가 아니다. 애초 2018년 Fed 의장에 파월을 임명한 건 트럼프였다. 파월이 경기 부양 방침에 적극적으로 호응할 것이란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파월은 임기 첫해 기준금리를 네 차례나 올렸다. 트럼프는 “Fed가 미쳤다” “파월은 멍청하다”고 비난을 퍼부었다. Fed는 트럼프가 파월을 해임하면 대통령을 상대로 소송을 거는 것까지 준비했다.이번 대선 국면에서도 트럼프와 파월의 갈등이 재점화했다. 트럼프는 대선 전엔 금리 인하에 반대했다. 금리 인하가 민주당을 돕는 일이란 이유에서다. 하지만 파월은 “선거 결과를 염두에 두고 통화정책을 결정하지 않는다”며 금리를 인하했다. 최근엔 트럼프 최측근으로 부상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나섰다. 최근 X(옛 트위터)에 ‘누가 금리 결정을 더 잘할까’라는 질문을 올리며 선택지로 ‘Fed’와 ‘매직 8
고교 무상교육이 이슈로 떠올랐다. 정확히는 고교 무상교육에 드는 돈을 누가 부담하느냐가 논란이다. 지금은 정부가 47.5%, 교육청이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낸다. 2019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특례 규정이 신설되면서다. 올해 고교 무상교육에 투입된 정부 예산은 9439억원이었다. 이 돈은 학생들의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 운영지원비, 교과서비 등으로 쓰인다. 문제는 정부에 예산 지원 의무를 지운 특례 규정이 올해 12월 31일 일몰(법률 효력 상실)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기획재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내년도 고교 무상교육비를 따로 편성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도교육청은 물론 야당이 반발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비를 기존처럼 정부가 지원해야 할까. [찬성] 교육청 힘만으론 감당 못 해…국가도 무상교육 책임져야더불어민주당은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비를 국비로 지원하도록 한 특례 조항을 3년 연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국회 절차를 밟고 있고 조만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추가 지원해야 한다. 민주당은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비에 대한 예산 지원을 끊는 건 국가 책임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도 국비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청 힘만으로는 고교 무상교육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교육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협의회에 따르면 교육청 예산 중 80%가량은 교직원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시설비 등 경직성 비용으로 빠져나간다. 반면 지출 측면에선 방과 후 학생들을 돌보는 늘봄학교, 인
미국 연방 상원의원은 딱 100명뿐이다. 미국 50개 주가 2명씩 뽑는다. 연방제 국가라는 특성을 반영해 각 주에 똑같은 수의 상원의원을 배정한 것이다. 연방 하원이 주별 인구에 비례해 435명의 의원을 뽑는 것과 대비된다. 상원의원은 임기도 6년으로 2년짜리 하원의원은 물론 대통령(4년)보다 길다.상원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Senate이다. 로마 원로원 세나투스(Senatus)에서 유래했다. 로마 공화정 시대 행정 수반인 집정관을 견제하며 국정 최고기관으로 군림한 원로원처럼 미국 상원의 권한은 막강하다. 모든 연방법은 하원과 함께 상원을 통과해야 한다. 대통령이 임명한 고위 공직자 인준과 대통령이 외국과 체결한 조약 비준은 상원의 고유 권한이다. 대통령 탄핵 땐 상원이 한국의 헌법재판소 역할을 한다. 하원이 탄핵안을 발의해 가결하면 상원이 탄핵 재판을 연다.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탄핵이 확정된다. 상원의원은 대권 후보군이기도 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델라웨어주에서 36년간 상원의원을 지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출신이다.미국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상원의원 선거에서 한국계가 처음 당선됐다. 뉴저지주 3선 하원의원 앤디 김(42)이 주인공이다. 김 의원은 당선 확정 뒤 “역사상 미국인으로 불린 약 6억 명 중 2000명가량만 이 일을 맡을 영광을 얻었고, 재미동포 역사 120여 년 만에 이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의원은 재미동포 2세로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고아원에서 소아마비를 앓으며 자라다가 국비 장학생으로 미국에 건너가 암과 알츠하이머 치료법을 연구하는 유전공학자가 됐다. 어머니는 뉴저지병원
4년 전 미국 대선 결과를 가장 빨리 예측해 화제가 됐던 폭스뉴스가 올해 대선 결과는 투표일 나흘쯤 뒤에야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 우열을 가리기 힘든 초박빙 접전이 펼쳐지면서다.미국 대선은 538명의 선거인단 중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대부분 주는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우세주)와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우세주)로 확연히 갈린다. 현재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가 226명,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219명의 선거인단 확보가 확실시된다. 승패는 93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7개 경합주에 달렸다. 이 중 최대 격전지가 펜실베이니아다. 경합주 중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해리스에게 가장 손쉬운 백악관 입성 길은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선거인단 15명), 위스콘신(10명)을 이겨 ‘블루월’(파란 장벽)을 복원하는 것이다. 이들 3개 주는 1992년 대선 이후 2016년 트럼프를 지지한 걸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을 선택했다. 트럼프에게도 펜실베이니아는 절실하다. 노스캐롤라이나(16명),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 네바다(6명) 등 ‘선벨트’(일조량이 많은 남부 주) 4개 주를 모두 이겨도 선거인단이 268명에 그친다. 블루월 중 가장 취약한 펜실베이니아 공략이 필수다.펜실베이니아 판세는 예측불가다. 이 때문에 두 후보 모두 펜실베이니아에 자금과 시간을 집중했다.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4일에는 해리스는 온종일 펜실베이니아를 누볐다. 트럼프도 미시간에서 대장정을 마치기 전 펜실베이니아에 들렀다. 트럼프는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 버틀러 유세 중 총격을 받기도 했다. 러스트벨트(쇠락
더불어민주당의 지역화폐 사랑은 유별나다. 틈만 나면 약방의 감초처럼 지역화폐를 꺼내 든다. 지역화폐는 광역시·도와 시·군·구가 발행하는 지역 상품권이다. 발행 지역에서만 쓸 수 있다. 민주당이 13조원의 예산을 들여 국민 1인당 25만원씩 나눠주자고 할 때 지급 수단이 바로 지역화폐다. 지난 9월엔 지역화폐 발행에 드는 재정 부담을 국가가 지도록 한 지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지방자치단체는 통상 액면가보다 5~10% 싸게 지역화폐를 발행하는데 할인 비용은 지자체가 부담한다. 정부가 예산으로 보조금을 줄 순 있지만 꼭 그래야 하는 건 아니다. 이를 국비 지원으로 의무화하자는 게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법안이다.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무시한, 위헌적 요소가 다분한 법안이다. 결국 대통령 거부권에 막혔다.민주당은 내년 예산안 심사를 앞둔 요즘 정부 예산 2조원을 들여 지역화폐 10조원어치를 발행하자는 제안을 내놨다. 지역화폐 할인 비용 20%를 국비로 지원하라는 요구다. 이재명 대표는 지역화폐 사용 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30%에서 80%로 올리고 최대 100만원까지 공제하자는 조세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민주당이 지역화폐를 미는 명분은 민생 살리기다. 내수 진작을 위해선 지역화폐로 소비를 끌어내야 한다는 논리다. 지역화폐는 온라인 쇼핑몰이나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선 쓸 수 없어 골목상권에 도움이 된다는 점도 민주당이 내세우는 이유다. 허무맹랑한 얘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해답이 꼭 지역화폐일 필요는 없다.지역화폐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오히려 부작용이 많다. 무엇보다 부익부 빈익빈을 부추길 수 있다.
2차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5년 2월 얄타회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폴란드였다. 미국과 영국은 런던에 있던 자유 망명정부를 승인했지만 소련은 자신들이 폴란드 동부 루블린에 세운 정권을 지지했다. 종전 후 자유선거를 치르기로 합의했지만 소련 손아귀에 있던 폴란드는 결국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했다. 폴란드에 러시아(옛 소련)는 ‘재앙’이었다. 1795년 러시아와 프로이센·오스트리아가 폴란드를 분할 점령해 123년간 지도에서 지워버린 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1939년엔 스탈린이 히틀러와 독·소불가침 조약을 맺고 폴란드를 쪼개기로 합의했다. 소련은 폴란드 점령 뒤 장교, 경찰, 지식인 2만2000명가량을 끌고 가 카틴 숲에서 학살했다. 폴란드 독립의 씨앗까지 말리려고 한 것이다.하지만 폴란드는 독립의 열망을 잊지 않았고 1990년 자유노조 운동을 이끈 레흐 바웬사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러시아 지배에서 벗어났다. 이후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서방의 병참 기지 역할을 하며 ‘NATO의 창끝’으로 거듭났다.폴란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자신을 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산 무기 수입에 적극적인 이유다. 이미 다연장로켓 천무, K-2 흑표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를 수입하며 한국의 최대 방산 고객이 됐다. 한국도 최근 폴란드산 자폭 드론(무인기) 200대가량을 146억원에 들여오기로 했다. 북한이 자폭형 드론 개발에 속도를 내자 가성비 좋은 폴란드 드론에 눈을 돌린 것이다.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한국을 국빈 방문해 지난 24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이 수교한 건 1989년
배달앱을 이용해 집에서 음식을 시켜 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가게 주인들도 배달앱 없이는 장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다고 이들이 배달앱을 마냥 반기는 건 아니다. 수수료 부담 때문이다. 국내 배달앱 시장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3사가 장악하고 있다. 이들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가게 주인은 9.7~9.8%의 중개수수료를 내야 한다. 자영업자들은 “부담이 크다”며 중개수수료율을 5% 이하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배달앱 수수료율 상한제를 검토하고 나섰다. 일단 배달앱과 자영업자 단체가 자율적으로 상생안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지만 자율 합의에 실패하면 법으로 수수료율늘 낮추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봐야 할까.[찬성] "시장 지배력 믿고 일방적 인상", "배달비 음식값의 30%…남는 게 없다"자영업자들은 배달앱으로 팔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하소연한다. 업계 1위 배달의민족에서 2만원짜리 치킨을 주문한다고 치자. 치킨집 사장은 중개수수료 1960원(9.8%), 카드 결제 수수료 600원(3%), 가게 부담 배달비 2900원(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와는 별도), 부가세 546원(10%) 등 총 6006원을 내야 한다. 음식값의 약 30%에 달한다. 여기에 가게 임대료와 인건비, 재료비 등을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배달앱에 10% 가까운 중개수수료를 무는 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자영업자들은 배달앱들이 시장지배력을 믿고 일방적으로 중개수수료를 올린다고 본다. 배달의민족은 원래 월 8만8000원(부가세 포함)짜리 정액제로 시작했지만 2022년 주문 금액의 6.8%를 떼는 정률제로 바꾼 데 이어 올해 8월부터는
테슬라가 운전석과 페달이 없는 로보택시 시제품을 선보였지만 분위기는 싸늘하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이빨 빠진 택시(toothless taxi)”라고 혹평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까지 대당 3만달러(약 4000만원) 미만에 로보택시를 양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월가에선 못 믿겠다는 분위기다. 머스크는 2019년에도 “2020년에 100만 대 이상의 로보택시를 도로에 배치할 것”이라고 했다가 약속을 못 지켰다. 로보택시 공개 후 테슬라 주가는 8% 넘게 빠진 반면 택시 호출 서비스를 하는 우버와 리프트는 10%가량 급등했다.그렇다고 테슬라 기술을 가볍게 폄하할 순 없다. 테슬라는 전 세계 테슬라 차량을 통해 수집한 주행 데이터를 활용한 완전자율주행 기술에서 경쟁우위를 갖고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은 카메라와 센서만으로 이뤄져 경제성에서 앞선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부분 경쟁사는 레이저로 사물을 인식하는 고가의 센서(라이다)를 지붕에 달고 주행하는 방식을 쓴다.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자동차산업은 물론 사람들의 생활 방식도 근본적으로 바뀐다. 운전이 필요 없기 때문에 차량 이동 중 잠을 자거나 일을 하거나 영화를 볼 수 있다. 원할 때 불러 이동하고 차를 쓰지 않을 땐 돈을 받고 차량을 로보택시 회사에 빌려줄 수도 있다. 빅테크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구글 웨이모는 샌프란시스코와 LA 등에서, 중국 바이두는 베이징 선전 우한 등 10개 도시에서 로보택시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은 서울시와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지난달 26일부터 심야시간대에 서울 강남지역에서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아직 갈 길은 멀다. 자율주행은 완
선진국 국민연금은 대개 우리보다 많이 내고 적게 받는 구조다. 일본, 독일, 스웨덴은 보험료율이 18%대에 달하지만 40년 가입자 기준 소득대체율은 40%가 채 안 된다. 경제 상황이나 출산율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줄일 수 있는 자동조절장치를 도입한 나라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4개국이나 된다. 이렇게 안 하면 연금 재정이 파탄 나기 때문이다.한국은 딴판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9%, 소득대체율 40%로 설계돼 있다.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문제는 폰지 사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저출생·고령화로 보험료 낼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 받을 사람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적립금이 현재 1000조원을 넘지만 이대로 가면 2056년 완전 고갈된다는 정부 계산이 나와 있다. 정부가 2007년 노무현 정부 이후 17년 만에 연금개혁에 나선 이유다.정부안이 완벽한 건 아니다. 원래 소득대체율 40% 유지에 필요한 보험료율은 19.7%다. 소득대체율을 42%로 높이면 보험료율은 20.7%까지 올려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2%, 즉 13-42% 안을 내놨다. 지난 21대 국회 연금특위 공론화 조사 때 더 내고 더 받는 13-50% 안이 더 내고 그대로 받는 12-40% 안보다 높은 지지를 받은 걸 감안한 고육책이다. 13-42% 안은 연금 고갈 시기를 16년 늦출 수 있을 뿐이다. 온전한 개혁이라고 할 수 없다.이걸 보완하는 게 자동조정장치다. 지금은 매년 물가 상승률만큼 연금액이 올라간다. 가령 국민연금 예상 수급액이 월 100만원인데 소비자물가가 3% 올랐다면 실제 연금액은 103만원이 된다. 정부가 제안한 자동조정장치는 여기에 가입자 수와 기대
정부가 최근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면서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세대별로 달리하는 방안을 내놨다.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13%까지 올리되 50대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포인트, 20대 이하는 0.25%포인트씩 인상하자고 했다.중장년층은 빨리, 젊은 층은 서서히 보험료율을 올리자는 것이다. 내년부터 보험료율을 인상한다고 가정해보자. 보험료율이 13%에 도달하는 시점은 50대는 2028년, 40대는 2032년, 30대는 2036년, 20대 이하는 2040년이다.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인데,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방식이라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찬성] 연금에 대한 청년층 불신 해소 도움…40~50대에서도 찬성 많아현재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보험료율 9%로 소득대체율 40%(40년 납입 기준)를 보장한다.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려면 보험료율이 적어도 19.8%는 돼야 하는데 이보다 훨씬 낮은 보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보험료율을 인상해도 생애 전체로 보면 큰 손해는 없다. 반면 청년층은 혜택 기간은 짧고 인상된 보험료율로 납부하는 기간은 길다. 그런 만큼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달리하는 것이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실제 정부안대로 보험료율을 차등 인상한다고 가정해도 50대의 생애 평균 보험료율은 9.6%로 여전히 20대의 12.9%보다 낮다. 50대는 보험료율이 빨리 오르더라도 보험료 잔여 납입 기간이 10년 이하지만 20대는 40년가량에 달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의무 납입 기간은 현재 59세까지다.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은 현재 50세인 1975년생은 50.6%로 20세인 2005년생의
1920년대 대공황을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고전적 해석은 당시 경제학계를 장악한 케인스학파의 수요 부족론이다. 그래서 나온 처방이 ‘뉴딜’로 대변되는 재정지출 확대였다. ‘킨들버거 함정’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기존 패권국 영국이 힘을 잃은 반면 신흥 강국인 미국이 리더로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힘의 공백기에 세계 경제가 무너졌다는 이론이다.현재는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과 안나 슈워츠의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들은 1963년 <미국 화폐사>에서 “통화량 긴축이 대공황을 촉발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정책 실패가 평범하게 끝났을 수도 있었던 경기 침체를 전례 없는 파국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대공황 연구의 권위자인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이들의 분석을 차용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헬리콥터 벤’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돈을 풀었고 ‘제2의 대공황’을 막는 데 성공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로 위기에 대처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하지만 ‘버냉키식 통화정책’은 40여 년 만에 인플레이션이 닥치면서 도마에 올랐다.이런 상황에서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세계 경제가 1920년대 대공황 때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고 경고해 이목을 끌고 있다. 지금을 ‘대공황 때와 닮았다’고 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세계 무역의 퇴조와 경제 민족주의의 부상. 둘째는 기술 혁신과 증시 버블론이다. 1920년대엔 내연기관, 컨베이어벨트식 조립라인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증시에 거품이 끼었다면 지금은 인공지능(AI) 열풍과 빅테크의 시장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온누리상품권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일부 판매점에서 ‘오픈런’이 벌어지는가 하면 온라인 판매처에선 접속량 폭주로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한다. 정부가 평소 5~10%인 할인율을 이달 들어 한시적으로 10~15%로 높이자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나온 1차 할인 판매 물량은 당초 정부가 예상한 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4061억원어치가 팔리며 3일 만에 소진됐다. 정부는 9일부터 2차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이번에 준비한 물량은 1조원어치로 알려졌다.온누리상품권이 인기를 끄는 건 할인폭이 커진 데다 사용처도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전통시장과 상점에서 쓸 수 있는데 그동안 업종 제한이 많았다. 하지만 이달 10일 법이 개정돼 전통시장과 상점가에 있는 음악·미술·태권도학원, 병·의원, 치과, 동물병원, 법무·세무사무소 등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선 사용할 수 없다. 개인별 구매 한도는 월 200만원이다.온누리상품권과 종종 비교되는 게 지역상품권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1인당 25만원씩 주자고 할 때 거론되는 ‘지역화폐’가 바로 지역상품권이다. 시·군·구가 발행하며 해당 지역에서만 쓸 수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쓸 수 없는 건 온누리상품권과 마찬가지다. 원래 지역 내 대형마트에선 쓸 수 있었는데 소상공인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제외됐다. 할인율은 10%이며 1인당 구매 한도는 월 70만원이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보고서에서 지역상품권보다 온누리상품권의 효과가 낫다고 평가했다. 지역상품권은 특정 지역에서만 쓸
지난 6월 26일 미국 일리노이주 올턴의 한 공원 축구장 한가운데가 푹 꺼지며 순식간에 의자와 조명탑을 삼켰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싱크홀은 폭 30m, 깊이 9m로 마치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파인 듯했다. 중국 쓰촨성 다저우시에선 2018년 10월 갑자기 인도가 꺼져 길 가던 남녀 4명이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로마에선 2021년 주택가 도로가 쩍 갈라져 깊이 6m, 길이 12m나 되는 흉터 같은 싱크홀이 생겼다. 수백 개의 고대 지하 터널이 땅속에 깔린 로마는 언제 땅이 꺼질지 모르는 ‘유럽 최대 싱크홀 도시’로 악명이 높다. 매년 100여 건의 크고 작은 땅꺼짐 사고가 난다고 한다.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29일 서울 연희동에서 멀쩡하게 도로를 달리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갑자기 ‘뒤뚱’ 하는 듯하더니 왼쪽으로 90도 가까이 기울며 땅속에 처박혔다. 80대 운전자는 갈비뼈를 다쳤고 동승한 부인은 10분간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에 옮겨졌다. 작년 10월엔 여의도 한복판에서 땅이 2m 넘게 꺼지는 바람에 지나가던 30대 남성이 다쳤다. 서울에서만 최근 10년간 218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한국에서 싱크홀은 낡은 하수도관이 원인일 때가 많다고 한다. 빗물이 하수도관을 타고 흘러가는데 하수도관에 결함이 있으면 빗물뿐 아니라 주변 흙까지 쓸려가 약해진 지반이 어느 순간 꺼질 수 있다. 낡은 상수도관이 주저앉는 게 원인일 때도 있다. 소방당국은 연희동 싱크홀 원인으로 이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서울시는 매년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등을 통해 땅속에 빈 구멍이 있는지 조사한다. 올해도 8월까지 도로 5787
명문대 총장을 지낸 분이 사석에서 “대학 등록금이 영어 유치원비보다 싸다. 대학 교육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탄식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서울에서 웬만한 영어 유치원에 다니려면 월 150만원 이상, 1년에 2000만원 안팎이 드는데 대학 등록금은 비싸야 1년에 1000만원 남짓인 게 과연 정상이냐는 것이다. 그는 “미국 대학 교수가 ‘뉴욕 1년 주차요금보다 등록금이 싼데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느냐’고 해 말문이 막혔다”고도 했다.정부가 내년에 국가장학금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떠오른 얘기다. 국가장학금은 소득 수준을 1~10구간으로 나눠 8구간 이하 가구 학생들에게 연 350만~570만원을 지급한다. 현재 전체 대학생 203만 명 중 100만 명가량이 대상이다. 내년엔 소득 9구간, 전체 대학생의 75%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9구간 지원금은 연 100만~200만원이다.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가구 기준을 중위소득의 200%에서 30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소득과 재산을 합쳐 환산한 월소득 인정액으로 보면 4인 가구 기준 1146만원에서 1719만원으로 높아진다. 연간으로 따지면 소득인정액 2억원이 넘어도 국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차량 등 재산을 제외하고 소득만 보면 이보다 적겠지만 그래도 고소득층까지 국가장학금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총선 직전 대통령 주재 민생 토론회에서 교육부가 꺼낸 방안인데,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이를 그대로 반영했다.정부는 “더 많은 학생이 학자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따져볼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공정성 논란. 대학에 안 가는
“높은 정도가 아니라 살인적이죠.”‘지금 집값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공급 외에는 아무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상속세에 대해선 “없애는 게 맞지만 국민 정서상 어렵다면, 적어도 (상속세율을) 소득세율 이상으로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통령실이 “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 고유 권한”이라고 한 데 대해선 “금리는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회고록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을 펴낸 강 전 장관을 지난 2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원(기재부 전신) 차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재부 장관으로 위기에 맞섰다.▷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했습니다.“딱히 잘했다, 잘못했다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경기가 위축돼 금리를 내리자니 물가 얘기가 나오고, 집값도 불안한 거죠. 한은이 굉장히 딜레마에 빠진 겁니다.”▷대통령실에선 “아쉽다”고 했습니다.“동결이 맞냐, 틀리냐와 별개로 대통령실이 ‘금리는 금통위 고유 권한’이라고 한 건 망발입니다. 금리는 정부의 고유 권한입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해 한은법을 개정할 때 금리 운용의 효율성을 위해 금통위에 권한을 위임했지만 한은법 92조2항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규정했어요.”▷지금은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요.“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한은이 (미국만큼) 금리를 못 올렸어요. 그때 가계부채가 1000조원가량이었는데 지금은 거
2002년 5월 어느 금요일 오후.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퇴근하면서 회사 게시판에 “이런 광고는 너절해!”라는 메모를 붙였다. 일본제 가와사키H1B 오토바이를 검색했더니 미국 H-1B 비자(취업비자) 얻는 방법을 조언해준다는 변호사 광고 등 원치 않는 광고가 줄줄이 뜬다는 불만이었다. 몇몇 검색 엔지니어가 메모를 본 뒤 주말 동안 낮밤으로 일해 해결책을 담은 이메일을 월요일 새벽 5시5분에 보냈다.구글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에릭 슈밋이 2017년에 쓴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소개한 일화다. 슈밋은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엔지니어들이 스스로 일하는 ‘구글 문화’를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그런 슈밋이 최근 공개된 스탠퍼드대 학생들과의 대담에서 좀 다른 말을 했다. ‘구글이 왜 인공지능(AI) 선두 자리를 오픈AI 같은 스타트업에 뺏겼는가’라는 질문에 “이기는 것보다 워라밸과 조기 퇴근, 재택근무가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한 것. 그러면서 “스타트업이 잘 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지옥처럼 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구글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유연한 근무 방식이 아니라 인력 부족과 지속적인 해고, 임금 정체, 프로젝트에 대한 경영진의 마무리 부족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논란이 되자 슈밋은 “실수”라고 발언을 철회했다.하지만 그가 정말 실언했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메타(페이스북)와 구글에서 모두 일해 본 한 메타 직원이 지난 5월 블로그에 올린 글이 실리콘밸리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감수하고 빠른 성장을 원하는 이들에겐 메타가 좋은 직장이지만 일과 삶의 균
강만수 전 장관(사진)만큼 욕 많이 먹은 관료도 드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한 그는 고환율 정책을 펴다가 민생과 물가를 외면한다는 이유로 야당과 언론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십자포화를 맞았다.그의 감세 정책은 ‘부자 감세’로 몰렸다. 낡은 정책을 펴는 ‘올드 보이’라는 비난과 함께 경질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쫓겨나다시피 물러나야 했다. 앞서 1997년 외환위기 땐 재정경제원(기재부 전신) 차관으로 있다가 ‘국가 부도’ 책임을 지고 사표를 썼다. 두 번의 ‘불명예’ 퇴진은 그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그가 재평가받은 것은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오면서다.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충격에서 허우적대고 있던 2009년부터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전환과 V자 회복에 성공하며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났다.한국이 세계 7대 수출 대국에 오르고 국가신용등급에서 일본을 제치고 주요 20개국(G20) 일원으로 국제무대에서 ‘룰 메이커(규칙 제정국)’로 도약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빠르고 단호한 재정금융정책을 거론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교과서적 사례”라고 극찬했다.그럼에도 그에 대한 비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가 경상수지 방어와 성장에만 매달리다가 민생과 물가를 소홀히 했다는 시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그런 점에서 그가 최근 펴낸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은 맥 빠지는 회고록이 아니라 논쟁적 측면이 다분한 책이다. 금융위기 대응에 대한 그의 회고만 봐도 그렇다. “위기와 싸우는 것보다 한국은행, 미국 경
1998년 9월, 캘리포니아 먼로파크에 신혼집을 차린 수전 워치츠키 부부가 두 명의 스탠퍼드 대학원생에게 방 두 개와 차고를 월 1700달러에 임대했다. 집 사느라 빌린 은행 빚을 갚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소박한 생각에서였는데 결과적으로 ‘세기의 임대차 계약’이 됐다.차고를 빌린 대학원생은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다. 이들은 수전의 차고에서 빠르게 회사를 키웠고 6개월도 안 돼 더 넓은 사무실로 옮겼다. 그러면서 수전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당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인텔의 마케팅 담당자였던 수전은 “미쳤냐”는 지인들의 만류에도 벤처기업 구글의 16번째 직원이 됐다. 구글의 잠재력에 베팅한 것이다.수전은 2006년 구글의 유튜브 인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수전은 구글의 무료 동영상 사이트 ‘구글 비디오’ 책임자였는데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유튜브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구글 비디오를 키우는 것보다 유튜브를 인수하는 게 더 낫다고 보고 창업자들을 설득, 구글은 16억5000만달러에 유튜브 인수를 결정했다. 시장에선 “오직 바보만이 유튜브를 인수할 것”이란 비아냥도 있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유튜브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성장했고 기업 가치가 4000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전은 2014년부터 9년간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수전은 구글에서 일하면서 다섯 명의 아이를 키운 ‘슈퍼 우먼’이었다. 장난감 회사 마텔이 지난해 성공한 여성들을 바비 인형으로 제작할 때 수전은 여동생 두 명과 함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수전의 바로 아래 여동생 재닛은 캘리포니아 의
강만수 전 장관(사진)만큼 욕 많이 먹은 관료도 드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한 그는 고환율 정책을 펴다가 민생과 물가를 외면한다는 이유로 야당과 언론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의 감세 정책은 ‘부자 감세’로 몰렸다. 낡은 정책을 펴는 ‘올드 보이’라는 비난과 함께 경질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쫓겨나다시피 물러나야 했다. 앞서 1997년 외환위기 땐 재정경제원(기재부 전신) 차관으로 있다가 ‘국가 부도’ 책임을 지고 사표를 썼다. 두 번의 ‘불명예’ 퇴진은 그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그가 재평가받은 것은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오면서다.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충격에서 허우적대고 있던 2009년부터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전환과 V자 회복에 성공하며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한국이 세계 7대 수출 대국에 오르고 국가신용등급에서 일본을 제치고 주요 20개국(G20) 일원으로 국제무대에서 ‘룰 메이커(규칙 제정국)’로 도약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빠르고 단호한 재정금융정책을 거론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교과서적 사례”라고 극찬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비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가 경상수지 방어와 성장에만 매달리다가 민생과 물가를 소홀히 했다는 시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그런 점에서 그가 최근 펴낸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은 맥 빠지는 회고록이 아니라 논쟁적 측면이 다분한 책이다. 금융위기 대응에 대한 그의 회고만 봐도 그렇다. “위기와 싸우는 것보다 한국은행, 미국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축물”로 규정했다. “당선되면 정부가 보유하고 있거나 미래에 획득할 비트코인을 100% 유지할 것”이라며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고도 했다. 27일(현지시간) 테네시주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한 발언이다.미국 정부는 범죄자들에게서 압수한 비트코인 약 21만 개를 보유 중이다.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 최대 2100만 개의 약 1%에 해당한다. 트럼프는 콘퍼런스에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기대한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만들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에 이어 연단에 오른 공화당 소속 신시아 루미스 와이오밍주 상원의원이 연방정부가 5년 내 비트코인 100만 개를 비축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준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준비자산은 중앙은행이 국제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비축하는 대외자산이다. 기축통화, 유가증권, 금, 특별인출권(SDR), 국제통화기금(IMF) 포지션(IMF 회원국의 출자금 일부) 등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비트코인이 포함되면 비트코인의 위상은 투기 자산이 아니라 금이나 기축통화 수준으로 격상된다. 이런 기대 덕분에 이날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만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세를 탔다.비트코인이 준비자산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당장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비판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암호화폐 규제를 추진해왔다. 비트코인 채굴자가 쓰는 전기에 30%의 소비세를 물리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2016년 미국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자들을 “개탄스러운 집단”이라고 폄하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외국인 혐오, 이슬람 혐오, 동성애 혐오 성향을 띤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정치 평론가들은 힐러리가 백인 저소득층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트럼프가 예상 밖 승리를 거둔 뒤 미국에선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란 책이 화제가 됐다.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역) 미국인들의 절망과 상실감을 솔직하게 그려낸 JD 밴스의 회고록이다. ‘힐빌리’는 애팔래치아산맥 외딴곳에 사는 가난한 백인 노동자를 낮춰 부르는 말이다. 밴스 자신도 오하이오주 촌동네에서 태어난 힐빌리였다. 부모는 이혼했고 모친은 마약중독자였다. 할머니 손에서 자라며 어렵게 공부한 그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해병대에 자원입대했고 이라크전에도 참전했다. 이후 오하이오 주립대를 거쳐 명문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그의 삶은 전환점을 맞았다. 그의 회고록은 론 하워드 감독의 동명 영화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그런 그가 어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됐다. 현재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인 밴스는 39세로, 1952년 이후 최연소 부통령 후보라고 한다. 트럼프가 그를 부통령 후보로 낙점한 건 러스트벨트 공략을 위해서다. 러스트벨트는 미국 대선의 최대 승부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지만 미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경합처로 바뀌었다.이들 지역 백인 노동자 계층은 워싱턴 기성 정치인에
1960년 미국 최초의 대선 TV토론 때 정치 신인 존 F 케네디와 현직 부통령 리처드 닉슨이 맞붙었다. 경륜으로 보면 닉슨의 우세가 분명했지만 닉슨은 늙고 초조한 인상을 준 반면 케네디는 젊고 잘생긴 외모와 자신감 있는 말투로 유권자를 사로잡았다. TV토론으로 판세를 바꾼 케네디는 그해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미국에서 TV토론은 대선 승패를 가를 최고의 승부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여론을 움직인다. 1984년 대선 TV토론 때 73세 나이로 재선에 나선 로널드 레이건은 열일곱 살 어린 월터 먼데일이 고령을 문제 삼자 “당신의 젊고 경험 없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받아쳐 점수를 땄다.어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토론은 바이든에겐 ‘악몽’이 될 듯하다. 바이든은 국가부채 질문을 받고 부유층 증세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억만장자를 조만장자로, 5000억달러를 5억달러로 잘못 말했다가 정정하는가 하면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얘기를 하다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거나 횡설수설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이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까먹은 듯했다”고 전했다.민주당 지지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트럼프 측이 공격하고 민주당도 우려해온 바이든의 ‘노쇠’ 문제가 그대로 노출돼서다. 토론 직후 ‘누가 이겼다고 보느냐’는 CNN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67%, 바이든 33%로 나왔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조사에선 트럼프의 대선 승리 확률이 토론 전 51.7%에서 54.8%로 뛰었지만 바이든 승리 확률은 35.7%에서 22.2%로 곤두박질쳤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타월 던져라”며 후보 교체 요구까지 나온다.바이든
연금개혁 논의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제1 야당 대표는 연금개혁을 하자고 하는데 정부·여당은 수세에 몰린 채 똑 부러진 대안을 못 내고 있다. 야당안은 개혁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인데 여권은 받을지 말지를 두고 적전분열 양상을 보였다. 그나마 21대 국회 막바지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처리하는 건 피했지만 정부·여당이 연금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오리무중이다. 연금개혁은 한시가 급한데 이러다 미궁에 빠질까 걱정이다.현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소득의 9%만 보험료로 내고 40%(40년 가입 기준)를 받아 가도록 돼 있다. 이대로면 2055년 고갈되기 때문에 젊은 층은 ‘폰지 사기’라며 불신한다. 파국을 피하고 미래세대에 빚을 넘기지 않으려면 기성세대가 더 내고 적게 받거나, 적어도 더 내고 그대로 받는 고통 분담을 감수해야 한다. 스웨덴처럼 아예 낸 만큼 받도록 연금 구조를 고치고 기초연금을 저소득층에 두텁게 몰아주도록 바꾸는 것도 대안이다.야당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안(13%-44%안)은 그런 점에서 제대로 된 개혁이라고 보기 어렵다. 야당안대로면 연금 고갈 시점은 9년 미뤄지는 데 그치고 현재도 1825조원(GDP의 80.1%)에 달하는 미적립 부채는 2050년 6366조원(123.2%), 2093년 4경250조원(313.3%)으로 불어난다(전영준 한양대 교수). 연금 지급을 위해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이 급증하는 것이다. 13%-44%안은 기성세대의 고통 분담과도 거리가 멀다. 직장인은 보험료의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한다. 보험료 인상분의 절반인 2%만 더 내면 받는 돈은 4% 늘어난다. 그래서 야당이 13%-44%안을 미는 건 표 계산이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끝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설마설마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교수들이 응급·중증환자 진료는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환자단체는 벌써부터 “환자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불안해하고 의료산업노조연맹은 “환자들에게 ‘사망 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환자를 살리는 인술로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야 할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환자에게도, 간호사 등 병원 동료들에게도 원성을 사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이들은 어제 ‘전문가 집단의 죽음’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고 하는데, 환자를 버리고 집단 휴진하는 행태야말로 ‘전문가 집단의 죽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되지 않을까.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집단 휴진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전공의 행정처분 완전 취소와 내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등을 내걸었지만 과연 국민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들릴지 모르겠다. 정부는 이미 수련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사직을 허용하고 복귀 시 행정처분 철회 방침을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그런데도 미복귀 전공의까지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건 국민들 눈에 ‘법 위에 서겠다’는 발상으로 비치지 않을까. 아무리 제자를 위하는 마음에서라고 하지만 4개월 넘게 진료 현장을 이탈한 제자들의 복귀를 설득하기는커녕 환자들을 외면한 채 집단행동에 나선 건 ‘삐뚤어진 제자 사랑’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내년도 의대 증원은 이미 대입 모집요강까지 발표된 터라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그보다는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증원 규모와 전공의 처우 개선, 필수·
“한국의 고속열차 개발은 불가능할 것이다.” 현대로템이 고속철 국산화에 나선 2000년대 초, 프랑스 기술진은 실패를 점쳤다. 고속철은 시속 300㎞ 이상에서 끄떡없이 버텨야하는데 한국 기술력으론 무리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고속철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한 나라는 독일, 프랑스, 일본뿐이었다.한국은 경부고속철 건설 착수 직후인 1994년 프랑스 알스톰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지만 핵심 기술은 빠졌다. 고속철 핵심 기술은 ‘국가기밀급’으로 분류된다. 국산화 과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맨땅에 헤딩’이었다. 자료도, 부품도 구하기 어려웠다. 막상 부품을 구해도 고속철에 적용할 때 문제가 없는지 일일이 시험을 거쳐야 했다. 개발진의 고생도 컸다. 좁은 객차 공간에서 일하느라 허리 디스크를 앓거나 고압 전기에 감전된 직원도 나왔다. 이렇게 탄생한 첫 국산 고속철이 2008년 나온 KTX-산천이다.하지만 KTX-산천은 수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세계 고속철 시장이 맨 앞뒤 차에만 동력이 있는 ‘동력집중식’에서 모든 차량에 동력이 있는 ‘동력분산식’으로 넘어가는데, KTX-산천은 동력집중식이었다. 현대로템은 다시 동력분산식 차량 국산화에 나섰고 2019년에야 개발을 마쳤다. 바로 KTX-이음이다.현대로템이 어제 우즈베키스탄에 고속철 차량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KTX-이음 같은 동력분산식 열차 42량을 공급하고 유지보수까지 하기로 했다. 총 2700억원 규모다. KTX 운행 20년 만이자, 프랑스 기술을 이전받은 지 30년 만에 이뤄낸 첫 수출이다. 현대로템은 그동안 브라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고속철 수출을 노렸지만 가시적 성과를 못 내다 이번에 우즈베키스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행 입막음 돈’ 의혹 사건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트럼프 측은 “조작된 재판”이라며 항소 방침을 밝혔지만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미국 사법 시스템의 엄정함을 보여준 판결이란 평가가 더 많다.재판 속도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사건으로 기소된 건 지난해 3월 30일.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영화 배우에게 과거 성관계 의혹에 침묵하는 대가로 회삿돈 13만달러를 주고 이 돈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였다. 그로부터 1년2개월 만에 유죄 판결이 나왔다. 트럼프 측은 ‘정치 보복’ 프레임을 내세우며 오는 11월 대선 이후로 재판을 지연하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먹히지 않았다.트럼프 캠프엔 빨간불이 켜졌다. 내란죄나 헌법 위협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지만 트럼프 측은 초방빅 판세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처하게 됐다.과거 한국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후 21일 만에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그로부터 1년 만에 1심 선고가 나왔다. 그런데 요즘은 유력 정치인 재판이 신속하게 처리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간단해 보이는 사건조차 법원이 차일피일 재판을 미루며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핵심 실무자를 몰랐다고 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담당 판사가 16개월간 재판을 미루다가 올초 느닷없이 사표를 던지더니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정치인이 재판에 불참해도 법원이 강제 구인
영부인 외교는 전선에서 시작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여사가 1942년 히틀러에 맞서 고군분투하던 영국을 단독 방문하면서다. 엘리너는 미군 지프를 타고 곳곳을 살피며 영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여사도 2022년 5월 동유럽을 돌던 중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지역을 찾았다. 그곳에서 우크라이나 영부인을 만나 “잔인한 전쟁은 중단돼야 한다”며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논란이 된 영부인 외교도 있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은 30대 초반이던 1962년 인도 친선 방문 9일간 22벌의 옷을 갈아입어 “외교 방문이 아니라 패션쇼”란 혹평을 들었다.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홀로 찍은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요즘 전직 대통령 부인의 6년 전 행보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재등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김정숙 여사의 2018년 3박4일 인도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평가하면서다. 곧바로 여권에선 “단독 외교가 아니라 단독 외유”라는 비판이 나왔다. 인도 정부가 김 여사를 먼저 초청했는지, 아니면 문 정부가 김 여사 초청을 인도에 요청했는지를 두고도 공방이 오간다. 논란의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도 소환된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기 위한 물타기”라고 반격하고 여당은 “특검한다면 김정숙 여사부터 하자”고 날을 세운다.영부인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불린다.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 영부인을 뽑은 건 아니다. 하지만 영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국민의 이목을 끈다. 잘하면 관심과 찬사를 받지만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비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잊지 말아야 할 사실 하나가 있다. 의석수에선 절반을 훌쩍 넘는 171석을 휩쓸었지만 정당 지지율(위성정당 기준)에선 26.7%에 그쳐 국민의힘의 36.7%에 뒤졌다는 점이다. 물론 조국혁신당의 24.3%를 더하면 야권의 우세가 분명하다. 하지만 총선 결과는 정권 심판론 못지않게 ‘이재명의 민주당’에 거부감을 가진 국민도 적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총선 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해봐야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0% 안팎으로 국민의힘과 비슷하다.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에 뒤지는 여론조사도 적지 않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0%대 중반~30%대 초반으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국민의힘도 총선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하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정체돼 있다. 민주당이 잘해서 총선을 이긴 게 아니라는 증거다.민주당 앞에는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협치와 정치 복원을 통해 책임 있는 수권정당이 될 수 있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만 맞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길이다. 중도층 민심을 잡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선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자명하다.불행히도 지금 민주당은 두 번째 길로 들어섰다. ‘운동권 셀프 특혜법’, ‘남는 쌀 의무수매법’,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를 노동자로 보는 법’, 채상병 특검법 등 위헌 소지가 있거나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법안들을 힘자랑하듯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면서 고준위방폐장특별법이나 대형마트 의무휴일 규제를 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등 국가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법안은
‘경제학자는 자신이 어제 예측한 일이 오늘 왜 일어나지 않았는지를 내일 알게 되는 전문가다.’ 경제 전망이 빗나갈 때마다 회자되는 말인데, 요즘 한국은행이 딱 이런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1분기 깜짝 성장 이유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겸허한 마음으로 살펴야 할 것 같다”고 했다.한은은 지난 1분기에 전분기 대비 0.5% 성장할 것으로 봤는데 실제는 1.3%였다. 연율 기준으로 어림잡아 2% 성장을 예상했는데 5.2%로 나온 셈이니, 틀려도 보통 틀린 게 아니다. 한은 내에선 “멘붕 수준”이란 말이 나온다.미국에선 전망치가 틀릴 때가 많다. 게다가 실제 성장률 수치도 속보치(1차), 잠정치(2차), 확정치(3차)가 모두 다를 때도 비일비재하다. 속보치, 잠정치가 마이너스(-)였다가 확정치는 플러스(+)로 바뀌는 등 방향 자체가 180도 달라질 때도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을 더해 산출하는데, 나라가 크고 지역별 편차가 크다 보니 통계 집계가 쉽지 않아 생기는 일이다.반면 한국의 GDP 통계는 빠르고 정확한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번에 명성에 금이 갔다. 1분기 GDP 서프라이즈는 기대 이상의 내수 덕분이다. 한은은 수출은 좋지만 내수는 별로라고 봤는데, 실제로는 수출과 내수 모두 좋았다. 그런데 왜 내수가 예상보다 좋았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삼성의 갤럭시 S24 출시 효과’, ‘평년보다 온화한 겨울 날씨’ 등을 이유로 꼽았지만 충분히 납득할 만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정부도, 시장도 1분기 경기가 이렇게 좋을 줄 몰랐으니 한은만 탓할 건 아니지만 한은
쿠팡의 간판 사업은 로켓배송이다. 소비자가 밤 12시 전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날까지 받을 수 있다. 배송비는 비회원의 경우 건당 3000원이지만 월 4990원을 내는 유료회원(와우회원)은 무료다. 한 달에 두세 번만 로켓배송을 이용해도 남는 장사다. 여기에 유료 회원은 반품비 공짜, 쿠팡이츠 이용 시 음식 배달료 무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 무제한 시청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쿠팡이 국내 온라인 시장 최강자로 등극한 건 이런 서비스를 내세워 소비자를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 덕분이었다.문제는 소비자가 언제까지나 저렴한 서비스를 누리긴 어렵다는 점이다. 처음에 낮은 가격을 미끼로 고객을 늘린 뒤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 이를 무기로 가격을 올리는 게 플랫폼 업체의 일반적인 전략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그랬다.쿠팡이 와우회원 구독료를 올린 건 그래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쿠팡이 한 번에 구독료를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나 올린 건 논란이 되고 있다. 쿠팡은 여전히 고객이 누리는 이득이 크다는 입장이다. 와우 회원은 비회원에 비해 연평균 97만원 상당의 비용 절감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구독료를 감안하면 연간 87만원가량 이익이라는 것이다.하지만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워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쿠팡은 2021년에도 와우회원 구독료를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렸지만 가입자 수는 900만 명에서 1400만 명으로 오히려 더 늘었다. 쿠팡이 이번에도 고객 이탈이 없을 것이라 믿고 가격을 대폭 올렸을 것이다.쿠팡의 가격 인상은 네이버쇼핑 등 다른 플랫폼 업체로까지 파급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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