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주용석
    주용석 국제부
  • 구독
  • 국제부장
    전 논설위원
    전 경제부장
    전 워싱턴 특파원

  • [다산칼럼] 견제와 균형의 중요성 보여준 美 대법

    미국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지만 동시에 놀랍기도 했다. 이미 1, 2심 법원은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했다. 1심은 만장일치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상호관세를 부과했는데, 이는 대통령 권한 밖의 조치이며 의회의 과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였다. 대법 판결도 그 연장선이었다.그럼에도 실제 대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진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웠다. 미 대법은 현재 보수 우위다.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3명이 진보다. 보수 측 3명은 트럼프 집권 1기 때 임명됐고 대법원장도 보수 성향이다. 게다가 상호관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간판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판결 전 관세가 무효화되면 “미국이 망할 수 있다”거나 “1929년 대공황급 충격이 올 수 있다”며 대법을 압박했다.이뿐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IEEPA에 따라 지난해 1330억달러의 관세를 걷었고 10년간 예상 관세만 3조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세 수입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최대 2000달러를 나눠주겠다고 했다. 트럼프 관세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높이기 위해 현금 살포까지 꺼낸 것이다. 상호관세가 효력을 잃으면 그만큼 국고가 줄어들고 트럼프가 나눠주겠다고 약속한 돈도 그림의 떡이 된다.상호관세 환급을 둘러싼 혼란도 문제다. 이미 상호관세를 돌려달라는 기업 소송만 수백 건 넘게 쌓여 있다. 대법으로선 판결 후 있을지 모를 소송 대란까지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었다.이런저런 이유를 따져보면 대법이 트럼프 손을 들어줄 이유도 적지 않았지만 결과는 익히 아는 대로다. 대법이 상호관

    2026.02.23 17:25
  • [다산칼럼] 고환율이 보내는 경고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할 때다. 2018년 여름 미국에 갔는데 당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초반이었다. 이후 환율이 1200원대로 뛰자 환전 때마다 스트레스가 컸다. 월세로 3000달러 가까이 냈는데, 환율이 100원 이상 오르는 바람에 앉은 자리에서 집세가 30만원 넘게 늘었다. 다른 생활비도 마찬가지였다. 원화를 달러로 바꿀 때마다 환율의 무서움을 실감해야 했다.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지금은 두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소리 없는 월급 도둑’이라고 했는데, ‘월급 루팡’은 인플레이션뿐만이 아니다. 원화 가치가 떨어져도 월급이 소리 없이 사라지는 건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서 2000~2025년 평균환율을 계산해 보니 1162원이었다. 지금 환율이 1473원이니 원화 가치는 장기 평균보다 27%나 낮다. 그만큼 원화의 구매력이 줄었다. 원화를 달러 등으로 바꿔야 하는 해외 주재원이나 유학생 자녀를 둔 집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비단 이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거의 모든 원자재를 수입하는 한국에서 고환율은 다른 어느 나라 못지않게 물가에 치명적이다. 국제 유가가 안정됐는데도 수입 물가가 작년 하반기 내내 상승한 게 단적인 예다.이뿐 아니다. 한은은 고환율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를 사실상 접었다. 그동안 집값 때문에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려웠는데 이젠 환율까지 통화정책의 발목을 잡았다. 시장금리는 벌써 꿈틀대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약 2년 만에 연 6% 선을 넘었다. 중산층과 서민의 이자 부담이 커졌다.지금처럼 1400원대 환율이 굳어진 건 굉장히 낯선 풍경이다. ‘국가 부도’로 한때 환율이

    2026.01.18 16:57
  • [다산칼럼] 독선과 독주가 부른 트럼프 레임덕

    거침없이 질주하는 듯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년도 안 돼 리더십 위기에 빠졌다. 워싱턴 정가에선 벌써 레임덕이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작년 11월 대선 승리 때만 해도 트럼프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트럼프는 선거인단 수에서 압승했을 뿐 아니라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도 공화당 출신으로선 20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공화당 지지층은 물론 중도층까지 흡수한 것이다.요즘은 분위기가 바뀌었다. 취임 초 50%를 넘었던 국정 수행 지지율은 NBC 조사에서 42%로 낮아졌다. PBS 방송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집권 1, 2기를 통틀어 최저인 36%에 그쳤다.지지율만 맥을 못 추는 게 아니다. 최근 치러진 선거 결과도 트럼프에겐 좋지 않은 소식뿐이다. 안방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시장 선거에선 트럼프가 지지한 후보가 참패했다. 버지니아와 뉴저지주지사 선거도 민주당이 싹쓸이했고, 뉴욕시장 선거에선 트럼프가 대놓고 반대한 조란 맘다니가 여유 있게 당선됐다. 지금 추세라면 최대 승부처인 내년 11월 중간선거는 트럼프의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유는 복합적이다. 첫째, 물가 대응 실패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배경 중 하나가 인플레이션이었다. 코로나19 때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때 9%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결정적 원인이 됐다. 미국민은 트럼프에게 경제 해결사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아직까지 이런 기대는 충족되지 못했다. 트럼프 집권 후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3%

    2025.12.21 17:22
  • [다산칼럼] 28년 전 위기 뒤엔 'NATO'

    1997년 11월 21일 한국은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를 맞았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려야 했다. 대가는 혹독했다. 수많은 기업이 쓰러졌고 직장엔 정리 해고 칼바람이 불었다. 정부도 허리띠를 졸라매며 긴축 예산을 짜야 했다. 사회 전체가 강제 구조조정에 휩싸였다.IMF 구제금융 전, 위기를 알리는 신호는 차고 넘쳤다. 무리한 외화 차입, 중복 투자, 기업과 은행의 부실, 산업 경쟁력 저하, 고비용 저효율 구조 등 병폐가 쌓였다는 경고가 오래전부터 쏟아졌다. 게다가 한보, 삼미, 진로, 기아 등 대기업이 연쇄 도산했고 태국 밧화 폭락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외환위기가 번지고 있었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뚜렷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펀더멘털은 이상 없다”며 안이한 모습을 보였다.당시 한국은 ‘NATO’라는 조롱을 들었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소리가 오래전부터 나왔는데 ‘말만 있고 행동은 없다’(No Action Talk Only)는 지적이었다. 컨설팅회사 부즈앨런해밀턴은 한국에 부족한 건 달러보다 리더십이라고 했다.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을 이끈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IMF 사태를 ‘신뢰의 위기’라고 했다. 문제가 있는데 아무것도 안 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위기의 본질이라는 것이다.IMF 위기로 한국은 벼랑 끝에 몰렸다. S&P는 두 달 만에 한국 신용등급을 10단계나 떨어뜨렸다. 외국인은 앞다퉈 돈을 빼가고 있었다. IMF 지원을 받으려면 좋든 싫든 IMF가 내민 개혁 청구서를 받아들여야 했다. 스스로 개혁하지 못한 결과 외부 힘에 등 떠밀려 가혹한 개혁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IMF 구조조정 처방이 옳았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그나마 그때 이뤄진 기업, 금융

    2025.11.16 18:21
  • "일자리 60%가 AI 영향권…韓, 노동시장 유연하게 개혁해야"

    “향후 몇 년 내 선진국 일자리의 60%가 인공지능(AI)의 영향권에 듭니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한국은 노동시장을 보다 유연하게 개혁해야 합니다.”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한국에 노동개혁을 주문했다.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노동시장에 쓰나미가 덮치는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를 거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달 31일 2박3일 일정으로 경북 경주를 찾았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1일 숙소인 경주 라한셀렉트호텔에서 게오르기에바 총재를 단독 인터뷰했다.▷한국 방문은 어땠나요.“훌륭했습니다. 정상회의 자체는 물론 K팝, K테크, K자가 들어간 모든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아세안·APEC 정상회의에서 주목해야 할 핵심은 뭡니까.“세계경제가 불확실하고 힘든 시기에 전 세계인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는 길은 국가 간 협력이라는 인식입니다.”▷구체적으로 설명하면.“첫째, 개방경제 국가들이 성장 엔진으로 무역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느꼈습니다. 다극화한 세계에서도 이 엔진이 계속 작동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둘째, APEC 지역 내 국가들은 지난 수십 년간 강력한 거시경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우리가 겪은 위기는 건전한 통화·재정정책의 중요성을 일깨워줬습니다. 셋째, 협력을 통해 함께 일하고 차이점을 조정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세계가 불확실하다’고 했는데 현재 세계를 한마디로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2025.11.02 18:12
  • [다산칼럼] 집값 대책, 英美선 '임비'가 대세

    미국에서 이달 초 새 주택 법안이 상원을 넘었다. 상임위원회는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정쟁이 심한 워싱턴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법안 명칭은 ‘아메리칸 드림 기회 갱신을 위한 주택법’. 법안의 주요 목표는 주택 공급 확대다. 이를 위해 주택 인허가와 환경평가 절차 단축, 규제 완화, 공급 확대 지역을 위한 기금 신설, 노후 주택 수리에 보조금과 대출 탕감 등 다양한 방안이 망라됐다. 법안이 나온 배경엔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집값과 임대료 급등이 있다. 한국처럼 미국도 요즘 집 때문에 난리다. 집값은 중위가격 기준으로 10년 새 80% 넘게 뛰었다. 대도시 집값은 더 올랐다. 임대료 부담도 커졌다. 주택 공급은 수요에 못 미친다. 코로나19 이후 막대한 돈 풀기와 공급망 쇼크에 따른 자재값 상승, 인건비 인상 등이 겹친 탓이다.한국과 닮은 점이 많지만 해법엔 차이가 있다. 미국은 철저히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다. 의회만 그런 게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국가주택비상사태 선포를 검토 중인데 여기에도 주택 공급 확대, 건축 규제 완화, 건설비 절감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트럼프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민주당도 기조는 다르지 않다. 민주당 대권 주자로 꼽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최근 버스와 지하철 환승역 근처에 더 많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법안에 서명했다.좌파 성향의 영국 노동당도 공급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야당 대표 때부터 “나는 임비(Yes In My Backyard)”라며 대규모 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주택 건설을 가로막는 규제를 불도저로 밀어 버리겠다고도 했다. 집값과 임대료 안정을 위해선 집을 더 지어야 한다는

    2025.10.27 17:41
  • [다산칼럼] 독일도 지금의 복지국가는 감당 안 된다는데

    한국에선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미국과 유럽 언론이 꽤 비중 있게 다룬 뉴스가 독일 총리의 지난달 기독민주당(CDU) 전당대회 발언이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오늘날 우리가 아는 복지국가는 우리 경제가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치인이 말할 수 없는 걸 말했다”고 논평했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에서 금기나 다름없는 불편한 진실을 용기 있게 짚었다는 것이다.독일은 자타가 인정하는 재정 모범생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63%로 영국(101%), 프랑스(113%), 이탈리아(135%) 등 다른 유럽 경제대국은 물론 미국(120%), 일본(236%)보다도 한참 낮다. 복지 확대 여력이 가장 큰 선진국이 바로 독일이다. 게다가 독일은 1949년부터 헌법에 복지국가 이념을 반영해왔다.그런 독일에서 총리가 복지 개혁을 화두로 꺼낸 건 대내외 여건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첫째, 안보 환경의 변화다. 다른 서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독일도 2차대전 이후 안보를 미국에 의존했다. 그 덕분에 경제에 올인하면서 ‘라인강의 기적’을 일궜고, 복지도 늘릴 수 있었다.독일의 지난해 사회복지 지출은 1조3500억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GDP 대비 비중은 27.9%로 코로나19 때를 제외하면 역대 최고 수준이다. 재정중독에 빠졌다는 프랑스(30.6%)보다는 낮지만 ‘유럽의 병자’라는 이탈리아(27.6%)보다 높다. OECD 평균(21.2%)도 뛰어넘는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상황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일을 비롯한 유럽 동맹국에 국방비를 GDP의 5%까지 늘리라고 압박했고 이 비중이 1.9%이던

    2025.09.29 17:20
  • [다산칼럼] '유럽경화증' 증상 보이는 한국

    유럽 경제가 비틀거린 지는 제법 오래됐지만 요즘엔 경고음이 부쩍 자주 들리고, 데시벨도 높아졌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유럽이 생존 위기에 직면했다”고 했고, ‘월가 황제’ 제이미 다이먼은 “당신들은 지고 있다”고 유럽을 직격했다.선진 경제의 두 축인 미국과 유럽을 비교하면 그 이유가 한눈에 들어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유로존 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0.9%였다. 올해도 0%대 탈출을 장담하기 어렵다. 유럽 최대 경제대국 독일은 3년째 역성장 위기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올해 잘해야 경제 규모가 0.5~0.6% 커질 전망이다.반면 미국은 지난해 2.8% 성장했고 올해는 2% 가까운 성장이 예상된다. ‘트럼프발 관세 충격’에도 그렇다. 미국은 독일보다 경제 규모가 6배 이상, 프랑스보다 9배 이상 크다. 그런 미국의 고속 성장은 항공모함이 구축함이나 순양함보다 빨리 달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미국과 유럽의 경제력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유럽이 유럽연합(EU)으로 뭉쳤을 때가 1993년이다. 당시 EU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과 비슷했는데 지금은 미국의 3분의 2 수준에 그친다. 세계 경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도 이 기간 26%에서 17% 정도로 낮아졌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이 부상했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싶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세계 경제에서 미국의 비중은 그때나 지금이나 26~27%로 별반 다르지 않다. 유럽이 상대적으로 쇠퇴한 것이다. 미국인은 평균적으로 유럽인보다 잘산다.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작년 기준 미국이 7만5500달러, 유로존이 5만6300달러 정도다. 첨단 산업을 주름잡는 기업도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

    2025.08.25 17:28
  • [다산칼럼] 美 시장 입장권이 아무리 비싸도

    미국 백악관 무역고문 피터 나바로는 “리카도는 죽었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자유무역이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경제학 이론은 틀렸다는 것이다. 나바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의 피터”라며 총애하는 책사다.트럼프 1기 미국무역대표부(USTR) 수장이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공짜 무역은 없다”며 자유무역을 비판하는 책을 썼다. 트럼프는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수십 년 동안 미국 노동자들을 수탈해왔다”며 이 책을 “걸작”이라고 극찬했다.미국은 더 이상 과거에 우리가 알던 자유무역의 아성이 아니다. 거대한 자국 시장을 거의 무관세로 활짝 열었던 미국은 이제 없다. 자유무역을 해봤더니 미국 제조업이 무너지고 일자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불만이 트럼프 행정부에 팽배해 있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같은 동맹국도 중국 못지않게 미국을 갈취했다는 생각이 트럼프의 머릿속에 박혀 있다. 미국인 상당수도 이런 시각에 동조한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먹혀든 배경이다.트럼프는 미국에서 물건을 만들거나 고율 관세를 물라고 위협한다. 아예 “관세를 내리려면 돈을 더 내라”고까지 한다.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미국 시장 입장권을 사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트럼프의 압박에 직면한 각국의 처지는 게임이론에 나오는 ‘죄수의 딜레마’를 떠올리게 한다. 모든 나라가 버티기에 나서면 트럼프도 물러설 수밖에 없다. ‘시간에 쫓기지 않겠다’는 한국의 기존 협상 전략은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게 돌아갔다. 영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에 이어 일본, EU가 차례로 손을 들

    2025.07.28 17:39
  • [다산칼럼] 돌변한 트럼프, 더 중요해진 안보 자산

    솔직히 예상 못했다. 미국이 이렇게 빨리 이란을 때릴 줄은. 사실 이란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이다. 돈 쓰는 걸 진짜 아까워한다. 외국 정상과의 회담 때 “항공모함 한 척 움직이는 데 얼마나 드는지 아느냐”고 투덜댄 적도 많았다. 집권 1기 때 김정은과 북핵 협상을 하는 대가로 한·미 군사훈련을 중단하기도 했다.집권 2기에는 ‘남의 나라 전쟁에 왜 개입하느냐’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가 더 강해졌다. 트럼프 지지층은 물론 미 국민 전체에서도 이란 공격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했다. 트럼프는 러시아 침공에 맞서 자유 진영을 지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조차 발을 빼고 있었다. 당연히 이란 공격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트럼프도 처음에는 이란과의 전쟁보다 협상에 무게를 뒀다. 그런데 돌변했다.트럼프는 왜 이란을 때렸을까. 이란의 핵무기 개발이 임박했다고 봤을 수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란이 핵을 가지면 이스라엘은 생존 기로에 서게 된다. 미국도 이스라엘을 잃으면 중동에서 힘이 빠진다. 미국이 세력권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섰을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이란 핵 프로그램을 끝장낼 절호의 기회라고 봤을 수도 있다. 하마스, 헤즈볼라, 후티 등 친이란 무장세력은 궤멸하다시피 했고 이란은 알고 보니 ‘이빨 빠진 사자’였다. 이스라엘의 강공론에 트럼프의 귀가 얇아졌을지도 모른다.트럼프의 승부가 먹힐지는 미지수다. 성공한다면 미국은 중동 질서를 단번에 재편할 수 있다. 이란이 무력화되는 걸 넘어 친미 정권으로 바뀐다면 미국엔 더할 나위 없다. 이란과

    2025.06.23 17:28
  • [이슈프리즘] 트럼프 관세 뒤엔 美 제조업 쇠락

    미국 중부 오하이오주 모레인의 제너럴모터스(GM) 공장이 2008년 겨울 문을 닫았다. 하루아침에 2만4000명이 실업자가 됐다. 공장이 다시 가동된 것은 그로부터 7년 뒤. 중국 유리 제조업체 푸야오글라스가 공장을 인수하면서다. 그렇지만 채용된 인력은 2000명뿐이었고, 임금은 GM 시절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의 배경이 된 모레인은 전통적으로 유리산업이 강했다. 2차대전 이후에는 가전산업, 1980~1990년대엔 자동차산업에 올라타며 호황을 누렸다. 모레인의 운명을 바꾼 것은 세계화였다.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무역장벽이 낮아지자 저렴한 수입품이 미국에 밀려왔다. 미국 기업도 값싼 인건비를 찾아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겼다.모레인뿐 아니다.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다른 제조업 밀집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기성 정치권과 미국 주류 사회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미국이 제조업보다 한 단계 높은 서비스 경제로 가고 있다거나, 고급 제조업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실직자 문제도 재교육을 통해 다른 고임금 직종으로 옮기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봤다. 현실은 달랐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주민 상당수가 번듯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삶은 피폐해졌고 일부는 마약에 빠졌다.이들의 민심을 파고든 사람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의 핵심은 제조업 부활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다. 과거 미국에선 고학력이 아니어도 괜찮은 일자리를 잡아 중산층에 진입할 수 있었다. 미국을 다시

    2025.04.28 17:39
  • [이슈프리즘] 못 미더운 '마을의 새 보안관'

    1938년 9월 30일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독일 뮌헨에서 히틀러를 만났다. 오스트리아를 강탈한 히틀러는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텐란트 할양을 요구했다. 화해 무드를 깨고 싶지 않았던 영국과 프랑스는 굴욕적인 요구를 수용했다. 당시 영국 총리 네빌 체임벌린은 “이것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평화”라고 자신했지만 역사는 정반대로 흘렀다. 히틀러는 이듬해 3월 체코를 통째로 병합했고 9월엔 폴란드를 침공해 2차대전을 일으켰다.윈스턴 처칠은 한때 ‘전쟁광’으로 불렸다. 뮌헨협정을 비난하고 히틀러와의 타협을 거부해서다. 결국엔 그가 맞았다. 체임벌린이 실각한 뒤 처칠이 전시내각 수반에 올랐다. 처칠은 유럽에서 히틀러에게 맞서 홀로 분투하며 미국과 함께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전후 처칠의 인기는 미국에서도 하늘을 찔렀다. 미국은 1963년 처칠에게 처음으로 명예시민권을 부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런 처칠을 존경한다고 한다. 2017년 집권 1기 첫날 백악관에 처칠의 흉상을 들여놨고, 올해 1월 백악관에 재입성하면서도 다시 흉상을 집무실에 가져다 놨다. 2019년 영국 국빈 방문 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트럼프에게 처칠의 <2차 세계대전> 초판 축약본을 선물했다. 트럼프가 책을 숙독한 것 같지는 않다. 처칠은 “유화정책은 독재자들의 침략 행위를 조장하고 그들의 자국민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고 썼는데,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는 걸 보면 말이다. 트럼프는 오히려 침략당한 우크라이나를 몰아붙이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빼앗긴 영토를 포기하고 당장 싸움을 멈추라고 다그쳤다. 젤렌스키가 고분고분

    2025.03.13 17:39
  • [이슈 프리즘] 동맹 없으면 MAGA도 어렵다

    미국은 대체 언제 위대했을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수도 없이 외치지만 똑 부러지게 언제라고 말한 적이 별로 없다. 어쩌면 서부 개척과 영토 확장 시대인 1800년대를 ‘위대한 미국의 시대’로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백악관 재입성 첫날부터 집무실에 엘리트 정치인과 반목한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1829~1837년 재임) 초상화를 걸고, 취임사에서 윌리엄 매킨리 전 대통령(1897~1901년 재임)을 거명하며 “관세와 재능을 통해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었다”고 칭송한 걸 보면 말이다. 매킨리는 하와이를 병합하고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해 괌, 푸에르토리코, 필리핀을 식민지로 만든 대통령이다. 취임사에서 주목받은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도 미국의 팽창주의를 정당화하며 19세기에 유행한 단어다. 그때 미국은 노골적으로 팽창을 시도했지만 유럽 열강에 뒤진 2류 국가였다.미국이 진짜 위대해진 건 누구나 아는 것처럼 2차대전 이후다. 미국은 대서양과 태평양 양쪽에서 파시즘을 물리치고 자유세계를 지켰다. 전후 세계 질서 틀을 짜기 위해 세계 각국 대표단이 뉴햄프셔주 산골짜기 브레턴우즈의 호텔에 모였을 때 미국은 얼마든지 영토를 늘리고 식민지를 만들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거대한 미국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 선박뿐 아니라 다른 나라 선박도 무제한으로 보호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하는 것이 3차 대전을 막고 미국에도 이익이란 대전략에 따른 것이었지만, 미국은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통해 냉전에서 승리해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며 동맹의 번영을 뒷받침했다. 동맹과 윈윈했

    2025.01.23 17:44
  • [시사이슈 찬반토론] 대학등록금 통제, 계속해야 하나

    한국에선 대학이 등록금을 마음대로 못 올린다. 고등교육법에 따라 연간 등록금 인상 한도가 묶여 있다. 직전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 이내가 법정 상한이다. 그나마 이만큼 올리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다. 정부가 매년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이 정부 말을 따르지 않고 법정 상한까지 등록금을 올릴 순 있지만 이 경우 각종 정부 지원금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 그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등록금을 동결하는 대학이 많다. 이런 일이 올해로 벌써 17년째 계속되고 있다. 대학등록금을 이렇게 통제하는 게 맞는 걸까. [찬성] "마구잡이 인상 땐 학부모 부담"…"교육 불평등도 함께 커질 것"대학이 등록금을 마구잡이로 올리면 학부모와 학생이 감당하기 어렵다. 1989년 대학등록금 자율화 조치로 등록금 결정권이 대학에 넘어간 적이 있다. 당시 상당수 사립대가 등록금을 대폭 올리면서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됐다. 대학가에선 ‘반값 등록금’ 구호가 쏟아졌다. 정부가 대학등록금 자율화를 포기하고 등록금 인상 폭을 법에 못 박은 배경이다. 대학등록금 통제가 사라지고 등록금 자율화로 복귀하면 과거와 같은 등록금 폭등이 재연될 수 있다. 등록금 억제 고삐가 사라지면 교육 불평등이 커질 수도 있다. 과거에 비해 낮아지긴 했지만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여전히 70%대에 달한다. 높은 교육열은 그동안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다.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는 핵심 통로도 교육이었다. 등록금이 대폭 인상되면 저소득층에선 값비싼 등록금 때문에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꾸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교육 기회가

    2025.01.20 10:00
  • [천자칼럼] 재미 한인

    한국인의 미국 이주는 1903년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 이민이 시작이었다. 그해 1월 13일 이민 1진이 캘릭호를 타고 호놀룰루 항에 도착한 뒤 2년간 7291명이 하와이에 내렸다. 이들 다수는 농장에서 하루 16시간 이상 고된 노동에 시달렸다.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 이후 간간이 이어지던 미국 이민이 급물살을 탄 것은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으로 가족 초청과 유학생·전문직 영주권 취득이 허용되면서다. 1980년대 중반 많을 땐 한 해 3만5000명 이상이 미국으로 건너갔다.재미 한인은 미국에서 오랜 기간 ‘언더독’(약자)이었다. 유대인처럼 소수지만 사회 지도층에 포진하지도 못했고 흑인처럼 인종차별에 맞서 똘똘 뭉쳐 있지도 않았다. 1992년 4월 29일 터진 LA 흑인 폭동은 한인들이 ‘한국계’로서 정치적 목소리를 가져야 한다는 걸 자각하게 한 기폭제였다. 원래 흑·백 갈등에서 시작된 폭동이 한·흑 갈등으로 번졌는데 미국 경찰이 한인 보호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다.지금은 한인사회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재미동포만 260만 명에 달해 정치권이 무시하기 어려워졌다. 현재 한국계 연방의회 의원만 5명이다. 지난해 11월 연방의회 선거에서 앤디 김이 사상 처음 상원의원이 됐고 4명은 하원에 입성했다. 이 중 미셸 스틸 박 의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한 미국대사 후보로 거론된다.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주한 미국대사 성 김, 형제지간으로 각각 보건부 차관보와 국무부 법률자문을 지낸 하워드 고(고경주)와 해럴드 고(고홍주)도 한국계다. 경제계에선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뉴욕증시 상장사 쿠팡의 김범석 의장, 피스컬노트 창업자 팀 황이 유명하다. 연예계에

    2025.01.10 17:40
  • [천자칼럼] 션의 '선한 영향력'

    ‘기부 천사, 바른 생활 사나이, 미라클 션….’ 가수 션의 별명이다. 션은 ‘착한 러닝’으로 유명하다. 독립 유공자 후손에게 집을 지어주기 위해 광복절에 81.5㎞를 달리는 ‘815런’이 대표적이다. 2020년부터 시작했는데 작년엔 1만6300명이 참가해 13억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그동안 16채 이상이 완공됐고 100채 이상 짓는 게 목표라고 한다. 션은 이 행사에서 실제 81.5㎞를 뛴다. 몸을 만들기 위해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최소 20㎞를 달리고 점심엔 웨이트 트레이닝, 저녁엔 자전거 타기를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고 한다.국내 최초 루게릭 환자 전문 요양병원을 짓기 위해 2015년부터 시작한 ‘미라클 365런’도 션이 심혈을 기울이는 캠페인 중 하나다. 2011년 루게릭병을 앓던 전 프로농구 선수로 지난해 9월 작고한 박승일 씨를 알게 되면서다. 션은 달리기,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 각종 모금 활동을 통해 2023년 말 경기 용인에 병원을 짓기 시작했는데 얼마 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몰래 숨겨왔던 239억짜리 건물’이라며 병원 완공 사실을 알렸다. 병원 건립비는 션과 아내 정혜영 씨가 6억원을 내고 나머지는 35만 명 이상이 낸 후원금으로 조달했다.연예인 중에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지탄받는 이도 적지 않다. TV에선 화목해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은 ‘쇼윈도 부부’도 많다. 션·정혜영 부부는 한 번도 그런 구설에 오르지 않았다. 션 부부가 지금까지 강연, 홍보대사 활동 등을 통해 낸 기부금만 6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션이 기부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04년 10월 아내와 결혼하면서다. 처음엔 ‘사랑하는 여자와 가정을 이뤄 감사하다’는 생각에 매일 1

    2025.01.08 17:11
  • [주용석 칼럼] '국장 탈출은 지능 순' 조롱 싫다면

    2024년 한국 증시는 우울했다. MSCI 신흥국지수에서 한국 비중은 중국, 대만, 인도에 이어 4위로 밀렸다. 2019년 대만에 2위를 내주고 3위로 내려선 지 5년 만에 한 계단 더 강등됐다. 선진국지수 편입은커녕 신흥시장 내 존재감마저 약해진 것이다.증시 성적표는 바닥이다. 코스피지수는 9.6%, 코스닥지수는 21.7% 하락해 세계 93개 주요 지수 중 수익률 순위가 각각 88위와 92위였다. 주가 급락으로 허공에 날아간 돈만 두 시장 합쳐 255조원에 달한다. ‘국장(국내 증시) 탈출은 지능 순’이란 자조가 증시 유행어가 됐을 정도다.국내 증시가 ‘김빠진 콜라’처럼 맥을 못 춘 것은 엔비디아, 테슬라 등 미국 빅테크처럼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보여주는 기업이 드문 게 1차적 원인이다. 삼성전자의 초격차 경쟁력이 흔들리고 자동차, 가전, 철강, 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은 중국에 쫓기거나 추월당했는데 인공지능(AI) 같은 미래 산업에선 눈에 띄는 기업이 안 보인다. 주가가 장기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그래도 주가가 기업이 가진 내재가치 수준을 유지할 순 있는데 그렇지 못한 기업이 부지기수다. 심지어 주가가 청산가치를 밑도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성장 동력 정체 또는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같은 주주환원책 부족이 주요 원인이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투자자 불신을 부추기는 일부 상장사 행태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툭하면 벌어지는 ‘쪼개기 상장’을 비롯해 두산그룹 사업재편 과정에서 불거진 계열사 간 합병 비율의 적정성 공방,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의 비상식적인 유상증자 시도 등 일반 주주 이익과 상충 논란을 빚는 사례가 속출해 이런 불신이 증폭됐다.

    2024.12.31 17:24
  • [천자칼럼]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

    마피아 가문 이야기를 통해 미국적 성공 신화의 어두운 면을 그린 ‘대부2’는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영화계 통설을 깬 걸작이다. 1974년 개봉 당시 흥행과 비평,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속편의 새로운 기준” “현대 영화의 교과서”란 극찬을 받았다. 속편으론 처음 아카데미상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작품·감독·각색·남우조연·음악·미술상을 휩쓸며 작품·남우주연·각색상에 그친 전편을 뛰어넘었다.‘터미네이터2’도 역사상 최고의 속편 중 하나로 꼽힌다. 액체금속 로봇 T-1000을 표현한 CG(컴퓨터그래픽)는 영화계에 CG 붐을 일으켰고 터미네이터가 스스로를 파괴하기 위해 용광로에 들어가는 마지막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는 명장면이다.하지만 속편이 망작이 되는 사례가 여전히 더 많다. 2019년 ‘조커’의 예상 밖 히트에 힘입어 올해 개봉한 ‘조커: 폴리 아 되’가 대표적. 제작비 3억달러를 투입했지만 본전도 못 건졌다. 관객과 평단의 점수도 100점 만점에 32점(로튼토마토)에 그쳤다. 전작은 소시민 아서가 개인적 고통과 사회적 요인으로 악당 조커가 돼가는 모습을 그려 “빌런 영화의 새 기준”이란 호평에 큰 흥행을 거뒀지만 속편은 처참한 실패작으로 끝났다.올해 개봉한 ‘글래디에이터2’도 24년 전 개봉한 전편보다 주연배우의 카리스마와 극적 긴장감이 훨씬 처진다는 평가가 많았다.속편은 1편의 성공을 기반으로 제작된다. 그만큼 관객의 눈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뻔한 줄거리와 연출로는 눈높이를 맞출 수 없다.넷플릭스 최고 히트작 ‘오징어 게임’의 속편 ‘오징어

    2024.12.27 17:42
  • [천자칼럼] 넷플릭스 천하

    SBS 주가가 이틀 연속 상한가를 쳤다. 내년부터 6년간 넷플릭스에 드라마와 예능·교양 프로그램을 통째로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게 호재가 됐다. 아티스트스튜디오 주가는 최근 10거래일간 2배 넘게 뛰었다. 넷플릭스 화제작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주연배우 이정재가 주요 주주라는 사실이 부각됐다. 네이버는 지난달부터 자사 쇼핑 플랫폼 ‘네이버플러스’에 가입하면 월 5500원짜리 넷플릭스 멤버십을 공짜로 주고 있다.넷플릭스는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다. 구독자가 2억8000만 명으로 2, 3위인 아마존프라임과 디즈니플러스를 압도한다. 국내에서도 월간활성이용자(MAU)가 1100만 명 이상으로 각각 700만 명대에 그친 쿠팡플레이와 티빙보다 월등히 많다.사회적 영향력도 크다. 지난해 JMS 교주 정명석의 성폭력 범죄 등을 고발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가 넷플릭스에서 방송되자 당시 검찰총장이 정씨 공판 상황을 직접 챙기며 ‘엄정 대응’을 지시했을 정도다. ‘우물안 개구리’인 K콘텐츠가 세계화한 것도 넷플릭스의 공이 컸다. ‘오징어 게임 시즌 1’은 94개국에서 넷플릭스 시청 1위를 기록했고 학폭 희생자의 복수극 ‘더 글로리’도 세계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다.‘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넷플릭스가 번다’는 비판도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 1’ 제작비는 250억원에 불과했지만 넷플릭스가 번 돈은 1조원에 달했다. 넷플릭스 때문에 스타급 주연배우 출연료는 과거 회당 1억원에서 요즘은 3억~4억원은 기본이고 8억원까지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토종 OTT는 드라마 제작에 엄두를 내기도 어려

    2024.12.23 17:44
  • [시사이슈 찬반토론] 청소년 SNS 사용, 금지해야 하나

    호주 의회가 지난달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세계 최초이자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SNS 금지법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X 등이 금지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며 시행 시기는 내년 11월 말이다. 법 위반 플랫폼엔 최대 4950만호주달러(약 450억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의 몇몇 주와 프랑스, 영국에서도 아동·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했거나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게 바람직할까. [찬성] "SNS 중독, 술·담배처럼 위험"…온라인 왕따·괴롭힘 피해 속출청소년의 SNS 중독이 심각하다. 한창 공부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려야 할 시기에 SNS에 빠져 몇 시간씩 헤어나지 못하는 청소년이 많다. 스스로 절제해서 사용 시간을 조절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나이에 SNS 중독은 독이 될 수 있다. 미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SNS를 매일 3시간 이상 사용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우울증과 불안을 경험할 확률이 2배나 높다고 한다. 청소년은 SNS에서 끊임없이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거나 사이버 괴롭힘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선 술이나 담배에 경고문을 붙이듯 SNS에도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문을 붙여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호주 의회가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호주에선 SNS에서 집단 괴롭힘을 당한 아동과 청소년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면서 청소년의 SNS 사용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졌다.부모는 자녀가 SNS에서 왕따를

    2024.12.23 10:00
  • [천자칼럼] 애물단지 빌라

    빌라(villa)는 고대 로마 상류층의 교외 주택을 뜻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티볼리에 지은 하드리안 빌라가 유명하다. 한국에서 빌라는 다세대·다가구주택을 일컫는다. 도심 주택난이 심각하던 1984년 건축법 개정으로 다세대주택이 허용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었다. 하지만 도로나 녹지, 주차장 확충 없이 가구 수만 늘리다 보니 주거 환경이 열악했다. 그래서인지 빌라는 아파트보다 서민주택 이미지가 강하다.요즘 빌라는 찬밥 신세다. 올 들어 10월까지 빌라 등 비아파트 거래량은 12만6000건, 착공 물량은 2만9000가구로 최근 10년 평균 대비 각각 50%와 25%에 그친다. 2022년 수백 채 넘는 깡통 전세를 굴리다가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 보증금을 펑크낸 ‘빌라 왕’ 사건이 결정타였다. 때마침 닥친 역전세난은 세입자의 빌라 기피증을 부추겼다. 그 결과 전세든, 매매든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18일부터 청약 때 무주택자로 간주하는 빌라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전용면적이 85㎡ 이하이면서 공시가격이 수도권 5억원 이하(시세 약 7억~8억원 이하), 지방 3억원 이하인 빌라 등 비아파트 한 채 보유자도 청약 때 무주택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기존엔 전용면적이 60㎡ 이하이면서 공시가격은 수도권 1억6000만원 이하, 지방 1억원 이하 주택이 대상이었다. 청약 때 빌라 소유자의 불이익을 줄여 침체한 빌라 시장을 살리기 위한 조치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전세 사기를 근절하고 아파트에 비해 낙후한 기반 시설을 확충하지 않으면 빌라에서 멀어진 주택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긴 어렵다.‘빌라 구하기’에만 매달릴 일도 아니다. 올해 아

    2024.12.18 17:35
  • [천자칼럼] '생체 간 이식' 수술은 한국이 최고

    살아 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생체 간 이식은 1988년 브라질에서 세계 최초로 시행됐지만 결과는 조기 사망이었다. 이 수술은 나중에 일본에서 꽃을 피웠다. 미국과 유럽에선 뇌사자 장기 기증이 활성화돼 있었지만 일본에선 그렇지 않아 생체 간 이식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생체 간 이식 권위자인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교수(울산의대 간이식·간담도외과)도 일본에서 수술법을 배웠다. 이를 토대로 1994년 12월 8일 국내 최초의 생체 간 이식 수술을 집도했다. 선천성 담도 폐쇄증으로 간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9개월 여아에게 아버지의 간 4분의 1을 이식했다. 당시 생사의 기로에 섰던 아이는 30년이 지난 지금도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한국은 생체 간 이식 최강국이다. 서울아산병원이 그동안 성공한 생체 간 이식 수술은 7392건으로 세계 최다다. 이 교수가 개발한 간 이식 수술법이 세계 표준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다.생체 간 이식은 뇌사자의 간 기증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뇌사 과정에서 생길지 모를 간 손상 위험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건강한 사람은 간의 50~70%를 떼어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거의 100% 재생된다. 간 이식을 받은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이식받은 간이 자란다. 간 이식은 혈액형이 다른 사람끼리도 가능하다. 한국 의사들의 수술 성공률은 무척 높다. 서울아산병원은 수술 후 1년 생존율이 98%, 3년 생존율은 90%, 10년 생존율은 89%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간 이식 역사가 깊은 미국 피츠버그 메디컬센터와 UC샌프란시스코 메디컬센터의 1년 생존율은 92%다. 한국엔 간염·간암 환자가 많아 의사들의 지식이 많이 축적돼 있다. 의사들의 손기

    2024.12.16 17:42
  • [천자칼럼] 개념 연예인?

    가수 임영웅이 졸지에 ‘탄핵 정국’의 불똥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표결에 부쳐진 지난 7일 SNS에 반려견 사진을 올린 게 발단이었다. “이 시국에 뭐하냐”는 네티즌 지적에 “제가 정치인인가요. 목소리를 왜 내요”라고 한 게 논란을 일으켰다. 한 문화평론가가 ‘진보 성향’ 유튜브 방송에 나와 “시민적 기초 소양 부족”이라며 “한국인 자격이 없다”고 비난하자 방송 진행자는 “임영웅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고 싫다”고 맞장구까지 쳤다.가수 겸 배우 차은우는 SNS에 화보 사진을 올렸다가 집중포화를 맞았다. 배우 한소희, 뉴진스 해린, 전 피겨 선수 김연아 등은 명품 브랜드 포토 행사에 참석했다가 악플에 시달렸다. 인기 그룹 방탄소년단(BTS), 축구 선수 손흥민, ‘미스터 션샤인’의 이병헌, ‘택시운전사’의 송강호, ‘서울의 봄’의 황정민과 정우성 등도 ‘왜 가만히 있느냐’는 지적을 받았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스타도 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문소리, 김고은 등 영화인 2518명은 “내란죄 현행범 윤석열을 파면, 구속하라”는 성명을 냈다.셀럽(유명인)의 정치 발언은 미국에서도 흔하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 1차 TV토론에서 참패한 뒤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바이든이 이길 수 없는 전투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는 민주당 후보직을 넘겨받은 카멀라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고 영화 ‘록키’의 주연 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을 “제2의 조지 워

    2024.12.10 17:51
  • [천자칼럼] 일론 머스크의 앙숙들

    “적들로 가득찬 큰 묘지가 있다. (누군가를) 더하고 싶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X에 올린 글이 재소환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머스크와 일해 본 사람들 말을 빌려 “그는 적이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에너지를 끌어낸다”고 전했다.머스크의 최대 앙숙은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머스크는 과거 올트먼을 “사기꾼 샘”, 오픈AI를 “시장을 마비시키는 괴물”이라고 공격했다. 머스크는 오픈AI 초기 투자자였지만 오픈AI가 비영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며 이사진에서 물러났고 오픈AI의 영리법인 전환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냈다. 오픈AI에 맞서 xAI를 설립하기도 했다.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머스크와 악연이 있다. 게이츠가 2022년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해 5억달러를 공매도한 게 화근이었다. 머스크는 X에 배 나온 게이츠 사진과 ‘임신한 남자’ 이모지를 나란히 올리며 게이츠를 조롱했다.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머스크와 온라인 설전을 벌이며 격투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저커버그가 X를 꺾기 위해 ‘스레드’를 출시한 게 계기였다. 제프 베이조스는 우주 사업을 놓고 머스크와 다퉜다.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이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따낸 초대형 계약에 소송을 걸고, 환경 문제로 스페이스X의 로켓 발사를 제한해달라고 정부에 청원을 넣자 머스크는 ‘소송(Sue) 오리진’이라고 비아냥댔다.요즘 머스크의 라이벌들이 트럼프 측에 선을 대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2024.12.08 17:39
  • [책마을] "트럼프 2기, 관세보다 무서운 건 제재"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했다. 트럼프는 벌써부터 관세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제재 컨설팅 업체인 생크션랩의 조의준 대표(CEO)는 겉으로 드러난 관세보다 기업에 더 무서운 건 미국 정부의 제재와 수출통제라고 지적한다. 조 대표는 2016년 12월~2021년 2월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트럼프 집권 1기 4년간을 온전히 지켜봤다. 그때부터 7년간 모은 제재 관련 자료를 정리해 최근 <제재 전쟁-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 온다>를 펴냈다.조 대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의 본질적 변화를 상징한다. 미국은 세계 대전 후 계속되는 전쟁에 지쳤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부르짖으면서도 “세계의 경찰이 되지 않겠다”는 트럼프에게 미국민이 열광하는 배경이다. 미국이 피 흘리지 않으면서 패권을 강화하기 위해 택한 전략이 바로 제재 전쟁이다.제재 전쟁은 트럼프 1기 때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저자는 “트럼프 2기 정부에서 글로벌 제재 전쟁의 전선은 더 다양해지고 양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한다. 자동차, 인공지능(AI), 바이오, 암호화폐, 핀테크, 패션, 수산물 등 거의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규제가 밀려오고 있다는 것이다.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2024년 초에도 한국의 중소기업이 미 상무부의 제재 대상에 올랐다. 한국에 200만원짜리 헬기 부품을 허가 없이 보낸 미국 기업이 제재받기도 했다.주용석 논설위원

    2024.12.06 18:35
  • [주용석 칼럼] 고교 무상교육 소동, 여태 뭐했나

    고교 무상교육이 시행된 것은 2020년부터다. 취지는 좋지만 처음부터 말이 많았다. 우선 시행 시점. 고교 무상교육이 결정된 것은 전년도 9월 국회에서 지방교육교부금법이 개정되면서다. 21대 총선을 앞둔 때였다.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통과를 주도했다. ‘헌법에 규정된 교육받을 권리 보장’ 등 여러 이유를 내세웠지만 학부모 표심을 잡으려는 계산도 없진 않았다.더 큰 문제는 돈이었다. 고교 무상교육엔 한 해 2조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상됐다. 임기 내내 공격적으로 재정을 늘린 문재인 정부도 이 돈을 전부 내는 것은 부담스러웠는지 정부가 47.5%, 교육청이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분담하는 방안을 짰다. 민주당 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특이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기간을 2020년 1월 1일부터 2024년 12월 31일까지 5년간으로 정했다는 점이다. 그럼 2025년 이후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논란이 됐다. 문 정부는 일단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한 뒤 대안을 찾겠다고 했다. 학생 감소와 세수 변화, 교육청 재원으로 쓰이는 내국세 교부율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검토해 2021년까지 안정적인 재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안 했다. 직무 유기였다. 문 정부 이후 들어선 윤석열 정부도 손을 놨다.2024년이 저물어가는 요즘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내년분 고교 무상교육 지원액을 한 푼도 반영하지 않으면서다. 정부는 국비 지원을 규정한 법 조항이 올해 말 종료되는 만큼 내년부터는 ‘법대로’ 교육청이 고교 무상교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생은 줄어드는데 교육청 예산인 교

    2024.12.03 18:00
  • [시사이슈 찬반토론] 월급 800만원 가구도 국가장학금, 바람직할까

    내년부터 대학생 대상 국가장학금이 확대된다. 올해는 대학생이 있는 가구의 월 소득인정액(소득+아파트, 차량 등 재산의 소득 환산액)을 1~10구간으로 나눴을 때 8구간 이하 학생에게 연 350만~570만원을 지원했는데, 내년엔 9구간 학생까지 지원한다. 9구간 지원액은 연 100만~200만원이다. 정부는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이를 반영했다. 내년도 9구간의 월 소득인정액은 4인 가구 기준 약 1220만~1829만원이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이를 통계청 소득 10분위(2023년 3분기 기준)로 환산해보니 6~8분위(월 606만~806만원)에 속했다. 아파트나 차량의 소득 환산액이 월 1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월급이 800만원인 가구도 국가장학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는 장학금의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찬성] 지금은 중산층 체감도 낮아…정부 교육비 부담, 선진국 못 미쳐정부가 국가장학금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건 중산층 가정의 학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고물가, 고금리로 내수 경기가 좋지 않다. 대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부담도 적지 않다. 국가장학금을 확대하면 이런 고충을 완화할 수 있다. 현재 국가장학금 지원제도는 중산층의 체감도가 낮다. 전체 대학생 203만 명 중 올해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은 약 100만 명으로, 대학생의 절반 정도다. 뒤집어 말하면 절반은 국가장학금을 지원받지 못한다. 대학생 자녀를 둔 집에선 “평범한 중산층 가정인데 아무 지원도 못 받는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소득층까지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긴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내년에 국가장학금이 확대되면 장학금 수혜 대

    2024.12.02 10:00
  • "트럼프 2기, 관세보다 무서운 건 제재” [서평]

    “관세요? 아니요. 핵심은 제재와 수출통제예요. 벌써부터 워싱턴 로펌에서 가장 큰 일거리는 수출통제인걸요.”(워싱턴DC 소재 로펌의 한 변호사)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했다. 트럼프는 벌써부터 관세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멕시코와 캐나다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엔 10%의 추가 관세를 매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제재 컨설팅 업체인 생크션랩의 조의준 대표(CEO)는 겉으로 드러난 관세보다 기업들에게 더 무서운건 미국 정부의 제재와 수출통제라고 지적한다. 트럼프가 대외적으론 관세를 부르짖고 있지만 실제 중국, 러시아 등 미국에 도전하는 국가의 발을 묶는 핵심 수단은 제재와 수출 통제이며 우방국이라도 이들과 잘못 거래하면 제재를 피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2016년 12월~2021년 2월 조선일보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트럼프 집권 1기 4년간을 온전히 지켜봤다. 그 때부터 7년간 모은 제재 관련 자료를 정리해 최근 <제재 전쟁:피 흘리지 않는 전쟁이 온다>를 펴냈다. 조 대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은 미국의 본질적 변화를 상징한다. 미국은 세계 대전 후 

    2024.11.29 15:04
  • [천자칼럼] 불황 속 해외 카드 사용 '펑펑'

    올해 1~10월 문을 닫은 음식점이 서울에서만 1만9573곳에 달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약 1만3000곳)보다 많다. 지난해 국내에서 폐업 신고를 한 개인사업자는 91만 명으로 전년보다 11만 명 늘었다. 내수 부진이 길어져 자영업자들은 울상이다. 고금리, 고물가 여파로 소비자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유독 해외만 나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 우리 국민의 해외 카드 사용액은 57억600만달러(약 8조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20% 가까이 늘며 작년 4분기에 기록한 종전 최고치 51억8500만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해외여행 증가가 주요인이다. 올 3분기 해외로 나간 국민은 717만 명으로 1년 전보다 15%가량 늘었다. 이 기간 국내 항공편 이용객이 793만 명에서 789만 명으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엔저 여파로 일본 여행이 특히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올 10월에만 331만2000명의 외국인이 일본을 다녀갔는데 이 중 한국인이 73만2100명으로 가장 많았다. 2위인 중국인 관광객(58만2800명)보다 훨씬 많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임시공휴일을 지정해도 국내 관광은 늘지 않고 해외여행만 늘어나는 게 요즘 상황이다. 무료 환전 등을 내세워 해외여행객을 공략한 ‘트래블 카드’가 최근 카드업계 최고 히트 상품으로 떠올랐을 정도다.소비자들이 국내에선 지갑을 닫고 해외에서만 돈을 펑펑 쓰면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자영업 경기 회복도 어려워진다. 사회적 위화감과 양극화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다.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릴 필요가 있다.물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국내에 볼

    2024.11.26 17:20
/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