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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용석 기자
    주용석 기자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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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부장입니다.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정책과 경제 흐름을 알기 쉽게 전합니다.

  • [천자칼럼] 온누리상품권 vs 지역상품권

    추석 연휴를 앞두고 온누리상품권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일부 판매점에서 ‘오픈런’이 벌어지는가 하면 온라인 판매처에선 접속량 폭주로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한다. 정부가 평소 5~10%인 할인율을 이달 들어 한시적으로 10~15%로 높이자 소비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 2일부터 나온 1차 할인 판매 물량은 당초 정부가 예상한 3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4061억원어치가 팔리며 3일 만에 소진됐다. 정부는 9일부터 2차 할인 판매에 들어갔다. 이번에 준비한 물량은 1조원어치로 알려졌다.온누리상품권이 인기를 끄는 건 할인폭이 커진 데다 사용처도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전통시장과 상점에서 쓸 수 있는데 그동안 업종 제한이 많았다. 하지만 이달 10일 법이 개정돼 전통시장과 상점가에 있는 음악·미술·태권도학원, 병·의원, 치과, 동물병원, 법무·세무사무소 등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졌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에선 사용할 수 없다. 개인별 구매 한도는 월 200만원이다.온누리상품권과 종종 비교되는 게 지역상품권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1인당 25만원씩 주자고 할 때 거론되는 ‘지역화폐’가 바로 지역상품권이다. 시·군·구가 발행하며 해당 지역에서만 쓸 수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등에서 쓸 수 없는 건 온누리상품권과 마찬가지다. 원래 지역 내 대형마트에선 쓸 수 있었는데 소상공인 지원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제외됐다. 할인율은 10%이며 1인당 구매 한도는 월 70만원이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보고서에서 지역상품권보다 온누리상품권의 효과가 낫다고 평가했다. 지역상품권은 특정 지역에서만 쓸

    2024.09.12 17:47
  • [천자칼럼] 서울 한복판의 '싱크홀'

    지난 6월 26일 미국 일리노이주 올턴의 한 공원 축구장 한가운데가 푹 꺼지며 순식간에 의자와 조명탑을 삼켰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싱크홀은 폭 30m, 깊이 9m로 마치 거대한 운석이 떨어져 파인 듯했다. 중국 쓰촨성 다저우시에선 2018년 10월 갑자기 인도가 꺼져 길 가던 남녀 4명이 빨려 들어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로마에선 2021년 주택가 도로가 쩍 갈라져 깊이 6m, 길이 12m나 되는 흉터 같은 싱크홀이 생겼다. 수백 개의 고대 지하 터널이 땅속에 깔린 로마는 언제 땅이 꺼질지 모르는 ‘유럽 최대 싱크홀 도시’로 악명이 높다. 매년 100여 건의 크고 작은 땅꺼짐 사고가 난다고 한다.한국도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29일 서울 연희동에서 멀쩡하게 도로를 달리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갑자기 ‘뒤뚱’ 하는 듯하더니 왼쪽으로 90도 가까이 기울며 땅속에 처박혔다. 80대 운전자는 갈비뼈를 다쳤고 동승한 부인은 10분간 심장이 멈춰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병원에 옮겨졌다. 작년 10월엔 여의도 한복판에서 땅이 2m 넘게 꺼지는 바람에 지나가던 30대 남성이 다쳤다. 서울에서만 최근 10년간 218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한국에서 싱크홀은 낡은 하수도관이 원인일 때가 많다고 한다. 빗물이 하수도관을 타고 흘러가는데 하수도관에 결함이 있으면 빗물뿐 아니라 주변 흙까지 쓸려가 약해진 지반이 어느 순간 꺼질 수 있다. 낡은 상수도관이 주저앉는 게 원인일 때도 있다. 소방당국은 연희동 싱크홀 원인으로 이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서울시는 매년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등을 통해 땅속에 빈 구멍이 있는지 조사한다. 올해도 8월까지 도로 5787

    2024.08.30 17:45
  • [주용석 칼럼] '연소득 2억'도 국가장학금 줘야 하나

    명문대 총장을 지낸 분이 사석에서 “대학 등록금이 영어 유치원비보다 싸다. 대학 교육이 제대로 되겠느냐”고 탄식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서울에서 웬만한 영어 유치원에 다니려면 월 150만원 이상, 1년에 2000만원 안팎이 드는데 대학 등록금은 비싸야 1년에 1000만원 남짓인 게 과연 정상이냐는 것이다. 그는 “미국 대학 교수가 ‘뉴욕 1년 주차요금보다 등록금이 싼데 어떻게 학생을 가르치느냐’고 해 말문이 막혔다”고도 했다.정부가 내년에 국가장학금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떠오른 얘기다. 국가장학금은 소득 수준을 1~10구간으로 나눠 8구간 이하 가구 학생들에게 연 350만~570만원을 지급한다. 현재 전체 대학생 203만 명 중 100만 명가량이 대상이다. 내년엔 소득 9구간, 전체 대학생의 75% 수준까지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9구간 지원금은 연 100만~200만원이다.이를 위해 정부는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가구 기준을 중위소득의 200%에서 30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소득과 재산을 합쳐 환산한 월소득 인정액으로 보면 4인 가구 기준 1146만원에서 1719만원으로 높아진다. 연간으로 따지면 소득인정액 2억원이 넘어도 국가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부동산, 차량 등 재산을 제외하고 소득만 보면 이보다 적겠지만 그래도 고소득층까지 국가장학금 대상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총선 직전 대통령 주재 민생 토론회에서 교육부가 꺼낸 방안인데, 기획재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이를 그대로 반영했다.정부는 “더 많은 학생이 학자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지만 따져볼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우선 공정성 논란. 대학에 안 가는

    2024.08.28 17:40
  • "집값 잡기, 공급외엔 아무 대안 없어…그린벨트 과감히 풀어야"

    “높은 정도가 아니라 살인적이죠.”‘지금 집값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돌아온 답이었다.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공급 외에는 아무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상속세에 대해선 “없애는 게 맞지만 국민 정서상 어렵다면, 적어도 (상속세율을) 소득세율 이상으로 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통령실이 “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 고유 권한”이라고 한 데 대해선 “금리는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회고록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을 펴낸 강 전 장관을 지난 2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는 1997년 외환위기 때 재정경제원(기재부 전신) 차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재부 장관으로 위기에 맞섰다.▷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했습니다.“딱히 잘했다, 잘못했다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에요. 경기가 위축돼 금리를 내리자니 물가 얘기가 나오고, 집값도 불안한 거죠. 한은이 굉장히 딜레마에 빠진 겁니다.”▷대통령실에선 “아쉽다”고 했습니다.“동결이 맞냐, 틀리냐와 별개로 대통령실이 ‘금리는 금통위 고유 권한’이라고 한 건 망발입니다. 금리는 정부의 고유 권한입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과 협의해 한은법을 개정할 때 금리 운용의 효율성을 위해 금통위에 권한을 위임했지만 한은법 92조2항에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규정했어요.”▷지금은 어떻게 하는 게 최선일까요.“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 한은이 (미국만큼) 금리를 못 올렸어요. 그때 가계부채가 1000조원가량이었는데 지금은 거

    2024.08.25 17:37
  • [천자칼럼] 슈밋의 '워라밸 비판'

    2002년 5월 어느 금요일 오후.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퇴근하면서 회사 게시판에 “이런 광고는 너절해!”라는 메모를 붙였다. 일본제 가와사키H1B 오토바이를 검색했더니 미국 H-1B 비자(취업비자) 얻는 방법을 조언해준다는 변호사 광고 등 원치 않는 광고가 줄줄이 뜬다는 불만이었다. 몇몇 검색 엔지니어가 메모를 본 뒤 주말 동안 낮밤으로 일해 해결책을 담은 이메일을 월요일 새벽 5시5분에 보냈다.구글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에릭 슈밋이 2017년에 쓴 <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서 소개한 일화다. 슈밋은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엔지니어들이 스스로 일하는 ‘구글 문화’를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그런 슈밋이 최근 공개된 스탠퍼드대 학생들과의 대담에서 좀 다른 말을 했다. ‘구글이 왜 인공지능(AI) 선두 자리를 오픈AI 같은 스타트업에 뺏겼는가’라는 질문에 “이기는 것보다 워라밸과 조기 퇴근, 재택근무가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한 것. 그러면서 “스타트업이 잘 되는 이유는 사람들이 지옥처럼 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구글 노조는 즉각 반발했다. “유연한 근무 방식이 아니라 인력 부족과 지속적인 해고, 임금 정체, 프로젝트에 대한 경영진의 마무리 부족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논란이 되자 슈밋은 “실수”라고 발언을 철회했다.하지만 그가 정말 실언했다고 여기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메타(페이스북)와 구글에서 모두 일해 본 한 메타 직원이 지난 5월 블로그에 올린 글이 실리콘밸리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감수하고 빠른 성장을 원하는 이들에겐 메타가 좋은 직장이지만 일과 삶의 균

    2024.08.15 17:16
  • "감세 정책을 부자 감세로 매도…질투의 경제학일 뿐" [서평]

    강만수 전 장관(사진)만큼 욕 많이 먹은 관료도 드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한 그는 고환율 정책을 펴다가 민생과 물가를 외면한다는 이유로 야당과 언론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십자포화를 맞았다.그의 감세 정책은 ‘부자 감세’로 몰렸다. 낡은 정책을 펴는 ‘올드 보이’라는 비난과 함께 경질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쫓겨나다시피 물러나야 했다. 앞서 1997년 외환위기 땐 재정경제원(기재부 전신) 차관으로 있다가 ‘국가 부도’ 책임을 지고 사표를 썼다. 두 번의 ‘불명예’ 퇴진은 그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그가 재평가받은 것은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오면서다.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충격에서 허우적대고 있던 2009년부터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전환과 V자 회복에 성공하며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났다.한국이 세계 7대 수출 대국에 오르고 국가신용등급에서 일본을 제치고 주요 20개국(G20) 일원으로 국제무대에서 ‘룰 메이커(규칙 제정국)’로 도약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빠르고 단호한 재정금융정책을 거론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교과서적 사례”라고 극찬했다.그럼에도 그에 대한 비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가 경상수지 방어와 성장에만 매달리다가 민생과 물가를 소홀히 했다는 시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그런 점에서 그가 최근 펴낸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은 맥 빠지는 회고록이 아니라 논쟁적 측면이 다분한 책이다. 금융위기 대응에 대한 그의 회고만 봐도 그렇다. “위기와 싸우는 것보다 한국은행, 미국 경

    2024.08.11 23:38
  • [천자칼럼] 세기의 임대인·임차인

    1998년 9월, 캘리포니아 먼로파크에 신혼집을 차린 수전 워치츠키 부부가 두 명의 스탠퍼드 대학원생에게 방 두 개와 차고를 월 1700달러에 임대했다. 집 사느라 빌린 은행 빚을 갚는 데 도움이 될까 하는 소박한 생각에서였는데 결과적으로 ‘세기의 임대차 계약’이 됐다.차고를 빌린 대학원생은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 창업자다. 이들은 수전의 차고에서 빠르게 회사를 키웠고 6개월도 안 돼 더 넓은 사무실로 옮겼다. 그러면서 수전에게 도와달라고 했다. 당시 세계 1위 반도체 기업 인텔의 마케팅 담당자였던 수전은 “미쳤냐”는 지인들의 만류에도 벤처기업 구글의 16번째 직원이 됐다. 구글의 잠재력에 베팅한 것이다.수전은 2006년 구글의 유튜브 인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당시 수전은 구글의 무료 동영상 사이트 ‘구글 비디오’ 책임자였는데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유튜브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구글 비디오를 키우는 것보다 유튜브를 인수하는 게 더 낫다고 보고 창업자들을 설득, 구글은 16억5000만달러에 유튜브 인수를 결정했다. 시장에선 “오직 바보만이 유튜브를 인수할 것”이란 비아냥도 있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유튜브는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 사이트로 성장했고 기업 가치가 4000억달러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수전은 2014년부터 9년간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수전은 구글에서 일하면서 다섯 명의 아이를 키운 ‘슈퍼 우먼’이었다. 장난감 회사 마텔이 지난해 성공한 여성들을 바비 인형으로 제작할 때 수전은 여동생 두 명과 함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수전의 바로 아래 여동생 재닛은 캘리포니아 의

    2024.08.11 17:48
  • [책마을] "감세 정책을 부자 감세로 매도…질투의 경제학일 뿐"

    강만수 전 장관(사진)만큼 욕 많이 먹은 관료도 드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한 그는 고환율 정책을 펴다가 민생과 물가를 외면한다는 이유로 야당과 언론은 물론 여당으로부터도 십자포화를 맞았다. 그의 감세 정책은 ‘부자 감세’로 몰렸다. 낡은 정책을 펴는 ‘올드 보이’라는 비난과 함께 경질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임기를 1년도 못 채우고 쫓겨나다시피 물러나야 했다. 앞서 1997년 외환위기 땐 재정경제원(기재부 전신) 차관으로 있다가 ‘국가 부도’ 책임을 지고 사표를 썼다. 두 번의 ‘불명예’ 퇴진은 그에게 깊은 상처로 남았다.그가 재평가받은 것은 한국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헤쳐나오면서다. 선진국들이 금융위기 충격에서 허우적대고 있던 2009년부터 한국은 경상수지 흑자 전환과 V자 회복에 성공하며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한국이 세계 7대 수출 대국에 오르고 국가신용등급에서 일본을 제치고 주요 20개국(G20) 일원으로 국제무대에서 ‘룰 메이커(규칙 제정국)’로 도약한 것도 이즈음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빠르고 단호한 재정금융정책을 거론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교과서적 사례”라고 극찬했다. 그럼에도 그에 대한 비판이 사라진 건 아니었다. 그가 경상수지 방어와 성장에만 매달리다가 민생과 물가를 소홀히 했다는 시각은 여전히 남아 있다.그런 점에서 그가 최근 펴낸 <현장에서 본 한국경제 도전실록>은 맥 빠지는 회고록이 아니라 논쟁적 측면이 다분한 책이다. 금융위기 대응에 대한 그의 회고만 봐도 그렇다. “위기와 싸우는 것보다 한국은행, 미국

    2024.08.09 18:11
  • [천자칼럼] 비트코인도 준비자산?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전략적 국가 비축물”로 규정했다. “당선되면 정부가 보유하고 있거나 미래에 획득할 비트코인을 100% 유지할 것”이라며 “절대 비트코인을 팔지 말라”고도 했다. 27일(현지시간) 테네시주에서 열린 비트코인 콘퍼런스에서 한 발언이다.미국 정부는 범죄자들에게서 압수한 비트코인 약 21만 개를 보유 중이다. 채굴 가능한 비트코인 최대 2100만 개의 약 1%에 해당한다. 트럼프는 콘퍼런스에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기대한 ‘비트코인을 준비자산으로 만들겠다’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에 이어 연단에 오른 공화당 소속 신시아 루미스 와이오밍주 상원의원이 연방정부가 5년 내 비트코인 100만 개를 비축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준비자산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준비자산은 중앙은행이 국제수지 불균형을 바로잡거나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비축하는 대외자산이다. 기축통화, 유가증권, 금, 특별인출권(SDR), 국제통화기금(IMF) 포지션(IMF 회원국의 출자금 일부) 등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비트코인이 포함되면 비트코인의 위상은 투기 자산이 아니라 금이나 기축통화 수준으로 격상된다. 이런 기대 덕분에 이날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7만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급등세를 탔다.비트코인이 준비자산이 될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당장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은 비판적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암호화폐 규제를 추진해왔다. 비트코인 채굴자가 쓰는 전기에 30%의 소비세를 물리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2024.07.28 18:00
  • [천자칼럼] 미국판 흙수저, 힐빌리의 노래

    2016년 미국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자들을 “개탄스러운 집단”이라고 폄하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외국인 혐오, 이슬람 혐오, 동성애 혐오 성향을 띤다는 이유에서였는데, 정치 평론가들은 힐러리가 백인 저소득층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트럼프가 예상 밖 승리를 거둔 뒤 미국에선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란 책이 화제가 됐다. 미시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역) 미국인들의 절망과 상실감을 솔직하게 그려낸 JD 밴스의 회고록이다. ‘힐빌리’는 애팔래치아산맥 외딴곳에 사는 가난한 백인 노동자를 낮춰 부르는 말이다. 밴스 자신도 오하이오주 촌동네에서 태어난 힐빌리였다. 부모는 이혼했고 모친은 마약중독자였다. 할머니 손에서 자라며 어렵게 공부한 그는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등학교 졸업 후 해병대에 자원입대했고 이라크전에도 참전했다. 이후 오하이오 주립대를 거쳐 명문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면서 그의 삶은 전환점을 맞았다. 그의 회고록은 론 하워드 감독의 동명 영화로 제작돼 인기를 끌었다.그런 그가 어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됐다. 현재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인 밴스는 39세로, 1952년 이후 최연소 부통령 후보라고 한다. 트럼프가 그를 부통령 후보로 낙점한 건 러스트벨트 공략을 위해서다. 러스트벨트는 미국 대선의 최대 승부처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지만 미국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경합처로 바뀌었다.이들 지역 백인 노동자 계층은 워싱턴 기성 정치인에

    2024.07.16 17:36
  • [천자칼럼] TV토론 바이든 'KO패'

    1960년 미국 최초의 대선 TV토론 때 정치 신인 존 F 케네디와 현직 부통령 리처드 닉슨이 맞붙었다. 경륜으로 보면 닉슨의 우세가 분명했지만 닉슨은 늙고 초조한 인상을 준 반면 케네디는 젊고 잘생긴 외모와 자신감 있는 말투로 유권자를 사로잡았다. TV토론으로 판세를 바꾼 케네디는 그해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미국에서 TV토론은 대선 승패를 가를 최고의 승부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여론을 움직인다. 1984년 대선 TV토론 때 73세 나이로 재선에 나선 로널드 레이건은 열일곱 살 어린 월터 먼데일이 고령을 문제 삼자 “당신의 젊고 경험 없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받아쳐 점수를 땄다.어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TV토론은 바이든에겐 ‘악몽’이 될 듯하다. 바이든은 국가부채 질문을 받고 부유층 증세를 주장하는 과정에서 억만장자를 조만장자로, 5000억달러를 5억달러로 잘못 말했다가 정정하는가 하면 메디케어(노인 의료보험) 얘기를 하다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거나 횡설수설했다. 미국 언론들은 “바이든이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었는지 까먹은 듯했다”고 전했다.민주당 지지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트럼프 측이 공격하고 민주당도 우려해온 바이든의 ‘노쇠’ 문제가 그대로 노출돼서다. 토론 직후 ‘누가 이겼다고 보느냐’는 CNN 여론조사에선 트럼프 67%, 바이든 33%로 나왔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 조사에선 트럼프의 대선 승리 확률이 토론 전 51.7%에서 54.8%로 뛰었지만 바이든 승리 확률은 35.7%에서 22.2%로 곤두박질쳤다.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타월 던져라”며 후보 교체 요구까지 나온다.바이든

    2024.06.28 17:29
  • [주용석 칼럼] 연금개혁, 정부안부터 내라

    연금개혁 논의가 이상하게 흘러가고 있다. 제1 야당 대표는 연금개혁을 하자고 하는데 정부·여당은 수세에 몰린 채 똑 부러진 대안을 못 내고 있다. 야당안은 개혁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인데 여권은 받을지 말지를 두고 적전분열 양상을 보였다. 그나마 21대 국회 막바지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처리하는 건 피했지만 정부·여당이 연금개혁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오리무중이다. 연금개혁은 한시가 급한데 이러다 미궁에 빠질까 걱정이다.현 국민연금은 적게 내고 많이 받는 구조다. 소득의 9%만 보험료로 내고 40%(40년 가입 기준)를 받아 가도록 돼 있다. 이대로면 2055년 고갈되기 때문에 젊은 층은 ‘폰지 사기’라며 불신한다. 파국을 피하고 미래세대에 빚을 넘기지 않으려면 기성세대가 더 내고 적게 받거나, 적어도 더 내고 그대로 받는 고통 분담을 감수해야 한다. 스웨덴처럼 아예 낸 만큼 받도록 연금 구조를 고치고 기초연금을 저소득층에 두텁게 몰아주도록 바꾸는 것도 대안이다.야당의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4%안(13%-44%안)은 그런 점에서 제대로 된 개혁이라고 보기 어렵다. 야당안대로면 연금 고갈 시점은 9년 미뤄지는 데 그치고 현재도 1825조원(GDP의 80.1%)에 달하는 미적립 부채는 2050년 6366조원(123.2%), 2093년 4경250조원(313.3%)으로 불어난다(전영준 한양대 교수). 연금 지급을 위해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빚이 급증하는 것이다. 13%-44%안은 기성세대의 고통 분담과도 거리가 멀다. 직장인은 보험료의 절반을 사업주가 부담한다. 보험료 인상분의 절반인 2%만 더 내면 받는 돈은 4% 늘어난다. 그래서 야당이 13%-44%안을 미는 건 표 계산이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도

    2024.06.17 18:26
  • [천자칼럼] '전문가 집단의 죽음'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끝내 무기한 집단 휴진에 들어갔다. 설마설마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교수들이 응급·중증환자 진료는 이어가겠다고 했지만 환자단체는 벌써부터 “환자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불안해하고 의료산업노조연맹은 “환자들에게 ‘사망 선언’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환자를 살리는 인술로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야 할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환자에게도, 간호사 등 병원 동료들에게도 원성을 사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이들은 어제 ‘전문가 집단의 죽음’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고 하는데, 환자를 버리고 집단 휴진하는 행태야말로 ‘전문가 집단의 죽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되지 않을까.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집단 휴진을 철회하는 조건으로 전공의 행정처분 완전 취소와 내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등을 내걸었지만 과연 국민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들릴지 모르겠다. 정부는 이미 수련병원을 이탈한 전공의 사직을 허용하고 복귀 시 행정처분 철회 방침을 밝히며 한발 물러섰다. 그런데도 미복귀 전공의까지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건 국민들 눈에 ‘법 위에 서겠다’는 발상으로 비치지 않을까. 아무리 제자를 위하는 마음에서라고 하지만 4개월 넘게 진료 현장을 이탈한 제자들의 복귀를 설득하기는커녕 환자들을 외면한 채 집단행동에 나선 건 ‘삐뚤어진 제자 사랑’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내년도 의대 증원은 이미 대입 모집요강까지 발표된 터라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다. 그보다는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증원 규모와 전공의 처우 개선, 필수·

    2024.06.17 18:25
  • [천자칼럼] 30년 만에 수출 꿈 이룬 K고속철

    “한국의 고속열차 개발은 불가능할 것이다.” 현대로템이 고속철 국산화에 나선 2000년대 초, 프랑스 기술진은 실패를 점쳤다. 고속철은 시속 300㎞ 이상에서 끄떡없이 버텨야하는데 한국 기술력으론 무리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고속철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한 나라는 독일, 프랑스, 일본뿐이었다.한국은 경부고속철 건설 착수 직후인 1994년 프랑스 알스톰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지만 핵심 기술은 빠졌다. 고속철 핵심 기술은 ‘국가기밀급’으로 분류된다. 국산화 과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맨땅에 헤딩’이었다. 자료도, 부품도 구하기 어려웠다. 막상 부품을 구해도 고속철에 적용할 때 문제가 없는지 일일이 시험을 거쳐야 했다. 개발진의 고생도 컸다. 좁은 객차 공간에서 일하느라 허리 디스크를 앓거나 고압 전기에 감전된 직원도 나왔다. 이렇게 탄생한 첫 국산 고속철이 2008년 나온 KTX-산천이다.하지만 KTX-산천은 수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세계 고속철 시장이 맨 앞뒤 차에만 동력이 있는 ‘동력집중식’에서 모든 차량에 동력이 있는 ‘동력분산식’으로 넘어가는데, KTX-산천은 동력집중식이었다. 현대로템은 다시 동력분산식 차량 국산화에 나섰고 2019년에야 개발을 마쳤다. 바로 KTX-이음이다.현대로템이 어제 우즈베키스탄에 고속철 차량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KTX-이음 같은 동력분산식 열차 42량을 공급하고 유지보수까지 하기로 했다. 총 2700억원 규모다. KTX 운행 20년 만이자, 프랑스 기술을 이전받은 지 30년 만에 이뤄낸 첫 수출이다. 현대로템은 그동안 브라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고속철 수출을 노렸지만 가시적 성과를 못 내다 이번에 우즈베키스탄

    2024.06.14 17:50
  • [천자칼럼] 트럼프 재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행 입막음 돈’ 의혹 사건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트럼프 측은 “조작된 재판”이라며 항소 방침을 밝혔지만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미국 사법 시스템의 엄정함을 보여준 판결이란 평가가 더 많다.재판 속도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사건으로 기소된 건 지난해 3월 30일. 2016년 대선 직전 포르노 영화 배우에게 과거 성관계 의혹에 침묵하는 대가로 회삿돈 13만달러를 주고 이 돈을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회계장부를 조작한 혐의였다. 그로부터 1년2개월 만에 유죄 판결이 나왔다. 트럼프 측은 ‘정치 보복’ 프레임을 내세우며 오는 11월 대선 이후로 재판을 지연하는 전략을 구사했지만 먹히지 않았다.트럼프 캠프엔 빨간불이 켜졌다. 내란죄나 헌법 위협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대선 출마에는 문제가 없지만 트럼프 측은 초방빅 판세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처하게 됐다.과거 한국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후 21일 만에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그로부터 1년 만에 1심 선고가 나왔다. 그런데 요즘은 유력 정치인 재판이 신속하게 처리됐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간단해 보이는 사건조차 법원이 차일피일 재판을 미루며 시간만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핵심 실무자를 몰랐다고 해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받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담당 판사가 16개월간 재판을 미루다가 올초 느닷없이 사표를 던지더니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정치인이 재판에 불참해도 법원이 강제 구인

    2024.05.31 18:05
  • [천자칼럼] 영부인 '단독 외교'

    영부인 외교는 전선에서 시작됐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부인 엘리너 여사가 1942년 히틀러에 맞서 고군분투하던 영국을 단독 방문하면서다. 엘리너는 미군 지프를 타고 곳곳을 살피며 영국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조 바이든 대통령 부인 질 여사도 2022년 5월 동유럽을 돌던 중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 서부 국경지역을 찾았다. 그곳에서 우크라이나 영부인을 만나 “잔인한 전쟁은 중단돼야 한다”며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논란이 된 영부인 외교도 있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은 30대 초반이던 1962년 인도 친선 방문 9일간 22벌의 옷을 갈아입어 “외교 방문이 아니라 패션쇼”란 혹평을 들었다. 타지마할을 배경으로 홀로 찍은 사진을 남기기도 했다.요즘 전직 대통령 부인의 6년 전 행보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재등장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을 통해 김정숙 여사의 2018년 3박4일 인도 방문을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평가하면서다. 곧바로 여권에선 “단독 외교가 아니라 단독 외유”라는 비판이 나왔다. 인도 정부가 김 여사를 먼저 초청했는지, 아니면 문 정부가 김 여사 초청을 인도에 요청했는지를 두고도 공방이 오간다. 논란의 와중에 윤석열 대통령 부인도 소환된다.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을 막기 위한 물타기”라고 반격하고 여당은 “특검한다면 김정숙 여사부터 하자”고 날을 세운다.영부인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으로 불린다. 국민은 대통령을 뽑았지 영부인을 뽑은 건 아니다. 하지만 영부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국민의 이목을 끈다. 잘하면 관심과 찬사를 받지만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비

    2024.05.20 17:48
  • [주용석 칼럼] 오만하면 진다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 잊지 말아야 할 사실 하나가 있다. 의석수에선 절반을 훌쩍 넘는 171석을 휩쓸었지만 정당 지지율(위성정당 기준)에선 26.7%에 그쳐 국민의힘의 36.7%에 뒤졌다는 점이다. 물론 조국혁신당의 24.3%를 더하면 야권의 우세가 분명하다. 하지만 총선 결과는 정권 심판론 못지않게 ‘이재명의 민주당’에 거부감을 가진 국민도 적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총선 후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해봐야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0% 안팎으로 국민의힘과 비슷하다.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에 뒤지는 여론조사도 적지 않다. 요즘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20%대 중반~30%대 초반으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국민의힘도 총선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지리멸렬하다. 그런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정체돼 있다. 민주당이 잘해서 총선을 이긴 게 아니라는 증거다.민주당 앞에는 두 가지 길이 놓여 있다. 하나는 협치와 정치 복원을 통해 책임 있는 수권정당이 될 수 있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강성 지지층의 입맛에만 맞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길이다. 중도층 민심을 잡고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복원하기 위해선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자명하다.불행히도 지금 민주당은 두 번째 길로 들어섰다. ‘운동권 셀프 특혜법’, ‘남는 쌀 의무수매법’, ‘자영업자인 가맹점주를 노동자로 보는 법’, 채상병 특검법 등 위헌 소지가 있거나 포퓰리즘 성격이 강한 법안들을 힘자랑하듯 밀어붙이고 있다. 그러면서 고준위방폐장특별법이나 대형마트 의무휴일 규제를 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등 국가 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법안은

    2024.05.06 17:45
  • [천자칼럼] 한은 총재도 모르겠다는 'GDP 서프라이즈'

    ‘경제학자는 자신이 어제 예측한 일이 오늘 왜 일어나지 않았는지를 내일 알게 되는 전문가다.’ 경제 전망이 빗나갈 때마다 회자되는 말인데, 요즘 한국은행이 딱 이런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1분기 깜짝 성장 이유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야말로 겸허한 마음으로 살펴야 할 것 같다”고 했다.한은은 지난 1분기에 전분기 대비 0.5% 성장할 것으로 봤는데 실제는 1.3%였다. 연율 기준으로 어림잡아 2% 성장을 예상했는데 5.2%로 나온 셈이니, 틀려도 보통 틀린 게 아니다. 한은 내에선 “멘붕 수준”이란 말이 나온다.미국에선 전망치가 틀릴 때가 많다. 게다가 실제 성장률 수치도 속보치(1차), 잠정치(2차), 확정치(3차)가 모두 다를 때도 비일비재하다. 속보치, 잠정치가 마이너스(-)였다가 확정치는 플러스(+)로 바뀌는 등 방향 자체가 180도 달라질 때도 있다. 국내총생산(GDP)은 민간소비, 투자, 정부지출, 순수출을 더해 산출하는데, 나라가 크고 지역별 편차가 크다 보니 통계 집계가 쉽지 않아 생기는 일이다.반면 한국의 GDP 통계는 빠르고 정확한 것으로 유명했는데, 이번에 명성에 금이 갔다. 1분기 GDP 서프라이즈는 기대 이상의 내수 덕분이다. 한은은 수출은 좋지만 내수는 별로라고 봤는데, 실제로는 수출과 내수 모두 좋았다. 그런데 왜 내수가 예상보다 좋았는지 정확히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삼성의 갤럭시 S24 출시 효과’, ‘평년보다 온화한 겨울 날씨’ 등을 이유로 꼽았지만 충분히 납득할 만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정부도, 시장도 1분기 경기가 이렇게 좋을 줄 몰랐으니 한은만 탓할 건 아니지만 한은

    2024.05.03 18:09
  • [천자칼럼] 쿠팡의 구독료 배짱 인상

    쿠팡의 간판 사업은 로켓배송이다. 소비자가 밤 12시 전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날까지 받을 수 있다. 배송비는 비회원의 경우 건당 3000원이지만 월 4990원을 내는 유료회원(와우회원)은 무료다. 한 달에 두세 번만 로켓배송을 이용해도 남는 장사다. 여기에 유료 회원은 반품비 공짜, 쿠팡이츠 이용 시 음식 배달료 무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 무제한 시청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쿠팡이 국내 온라인 시장 최강자로 등극한 건 이런 서비스를 내세워 소비자를 묶어두는 록인(lock-in) 효과 덕분이었다.문제는 소비자가 언제까지나 저렴한 서비스를 누리긴 어렵다는 점이다. 처음에 낮은 가격을 미끼로 고객을 늘린 뒤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 이를 무기로 가격을 올리는 게 플랫폼 업체의 일반적인 전략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도 그랬다.쿠팡이 와우회원 구독료를 올린 건 그래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수순이었다. 그럼에도 쿠팡이 한 번에 구독료를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나 올린 건 논란이 되고 있다. 쿠팡은 여전히 고객이 누리는 이득이 크다는 입장이다. 와우 회원은 비회원에 비해 연평균 97만원 상당의 비용 절감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구독료를 감안하면 연간 87만원가량 이익이라는 것이다.하지만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워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쿠팡은 2021년에도 와우회원 구독료를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올렸지만 가입자 수는 900만 명에서 1400만 명으로 오히려 더 늘었다. 쿠팡이 이번에도 고객 이탈이 없을 것이라 믿고 가격을 대폭 올렸을 것이다.쿠팡의 가격 인상은 네이버쇼핑 등 다른 플랫폼 업체로까지 파급될 수

    2024.04.12 17:53
  • [천자칼럼] 소고기가 뭐길래

    소고기는 삼국시대부터 함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귀중한 생산수단이었다. 조선시대엔 관아의 허락 없이 소를 무단 도축·판매하는 게 불법이었다. 우금령(牛禁令)만 22차례 내려졌다. 조선 명종 때 박세번은 무인들과 소를 잡았다가 “반역의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처벌받았다. 조선 전기 무인 남이는 몸보신을 위해 소고기를 먹다가 국상 중이란 이유로 체포됐다. 우금령이 폐지된 건 1895년 갑오개혁 이후였다.하지만 조선 후기 박제가가 쓴 <북학의>에 따르면 조선팔도에서 날마다 소 500마리가 도살되고 성균관과 한양 5부 안의 24개 푸줏간, 300여 고을의 관아에서 소고기가 판매됐다고 한다. 성균관에선 공부에 지친 유생들의 보양을 위해 소 도축이 허용됐는데, 여기서 나온 소고기가 시중에 팔리기도 했다. 소고기가 성균관을 먹여 살리는 ‘돈줄’ 역할을 한 것이다.저절로 죽은 소는 허가를 얻어 매매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멀쩡한 소를 잡아놓고 ‘죽은 소’로 눈속임해 파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조선 후기 문인 유만공이 펴낸 <세시풍요>에는 ‘명절이 다가오니 도처에 다리 부러진 소가 많다’는 시구가 나온다. 조선시대 소고기 열풍은 요즘으로 치면 치맥파티 같았다는 말도 있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얼마 전 인천 계양에서 유세를 마친 뒤 SNS에 “계양 밤마실 후 삼겹살. 눈이 사르르 감기는 맛”이라는 글과 저녁 먹는 사진을 올려 구설에 올랐다. 딱 봐도 소고기를 먹은 듯한데 ‘삼겹살’을 먹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다. 당시 이 대표 공식 유튜브 채널을 보면 이 대표가 “소고기

    2024.04.08 18:08
  • [주용석 칼럼] 대만해협은 한국의 생명선

    대만해협은 대만과 중국 본토를 가르는 바다다. 길이 370㎞, 폭 130~410㎞의 좁은 바다지만 매년 전 세계 컨테이너선의 절반가량이 지나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해상로’다. 미·중 충돌로 이곳이 막히면 반도체를 비롯해 글로벌 공급망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당연히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전체 물동량의 40% 이상이 대만해협을 통과한다. 중동산 원유를 비롯해 각종 원자재와 수입품이 인도양과 믈라카 해협을 거친 뒤 대만해협을 지나 한국으로 온다. 이 코스가 최단 거리다. 한국엔 생명선이나 다름없다. 2022년 해군 추정 결과,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은 하루 4452억원의 피해를 본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만 전쟁이 터지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23%가 날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대만(40%) 다음으로 피해가 컸다. 일본(13.5%)은 물론 전쟁 당사국인 중국(16.7%)보다 한국이 더 타격을 받는다. 중국이 대만해협을 침공하지 않고 봉쇄하기만 해도 후폭풍이 엄청날 수밖에 없다.군사적 여파는 더 심각하다.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지난해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다음 전쟁의 첫 전투’라는 워게임 보고서에서 주한미군 4개 전투비행대대 중 2개 대대가 차출될 수 있다고 봤다. 오산·군산 공군기지와 제주 해군기지 활용 가능성도 거론했다. 대만 전쟁이 터지면 불똥이 한국으로 튈 수 있다는 것이다.중국이 주한미군 투입을 막기 위해 한국 내 미군기지를 공격하거나 북한을 움직여 도발을 꾀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터지자 러시아가 북한 무기를 수입하고 한국도 미국의 요구로 우크라이나를 우회 지원하는 게 현실이다. 대만해협은 우크라이나보다

    2024.03.26 17:51
  • [천자칼럼] AI 윙맨

    지난해 영화 ‘탑건 매버릭’이 흥행하자 유럽 방산업체 에어버스디펜스는 ‘모든 매버릭에게는 아이스맨이 필요하다’는 광고를 냈다. 자사가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가 무인기와 공동 작전을 펼 수 있다고 홍보한 것이다.아이스맨은 1987년 개봉한 오리지널 ‘탑건’에서 주인공 매버릭의 윙맨(wingman)이었다. 전투기는 보통 4대가 한 팀이 돼 작전을 편다. 윙맨은 편대장(탑건)을 호위하며 정찰, 유인, 교란 등 위험 임무를 맡는다. 탑건의 오른팔로 없어선 안 될 존재다.미래 전장에 유인기와 인공지능(AI) 기반 무인 전투기가 팀을 이뤄 임무를 수행하는 ‘멈티(Manned-UManned Teaming)’가 대세가 될 전망이다. ‘AI 윙맨’이 전장의 게임체인저가 된다는 것이다.미 공군은 AI 기반 무인 전투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올여름까지 관련 방산업체 2곳을 선정하고 향후 5년간 총 600억달러의 예산을 쏟아부을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엔 중국의 공군력 팽창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중국은 2022년 에어쇼에서 유인 전투기와 함께 작전하는 무인 전투기 ‘윙맨 드론’ 실물을 공개했다. 중국 측 개발자는 “윙맨 드론은 센서이자, 탄약고이며, 조종사를 위한 지능형 조수”라고 했다. 호주 공군은 2021년 미 보잉사와 함께 무인 전투기 ‘로열 윙맨’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한국은 2025년 첫 비행, 2027년 유인기와 합동작전을 목표로 무인 편대기를 개발하고 있다.AI 윙맨은 유인기보다 ‘경제적’이다. 미 공군 주력 전투기 F-35는 대당 가격이 1억달러(약 1300억원)에 달하는 반면 AI 무인 전투기는 대당 2000만~3000만달러면 생산할 수 있고 장기적으론 더 낮아질 전망이다.

    2024.03.04 17:56
  • [주용석 칼럼] 국민연금이 '등골 브레이커' 안 되려면

    국책 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민연금을 신·구연금으로 분리하는 구조개혁을 제안했다. 개혁 이후 낸 보험료는 신연금으로 적립해 나중에 보험료와 운용수익을 돌려주고 개혁 전 구연금은 기존에 약속한 연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현 국민연금은 낸 보험료보다 더 받는 구조다. 보험료율 9%에 소득대체율 40%를 약속한다. 문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 재정계산에 따르면 현 국민연금은 2041년 적자전환하고 2055년 고갈된다. 젊은 세대가 ‘내기만 하고 못 받는 것 아니냐’며 국민연금을 불신하는 이유다. 고갈 이후에도 약속한 연금을 내주려면 미래 세대의 보험료율을 33.4%까지 올려야 한다. 국민연금이 감당하기 어려운 ‘등골 브레이커’가 되는 것이다.이는 현 국민연금이 뒷세대가 앞세대를 부양하는 방식으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인구가 늘어날 땐 이 방식이 통할 수 있다. 하지만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젊은 층은 줄고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선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다.물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을 하면 연금 고갈 시기를 일시적으로 늦출 순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법이 되긴 어렵다. 지금 당장 보험료율을 18%로 올려도 2082년이면 기금이 소진된다는 게 재정계산 결과다.그런 점에서 KDI의 구조개혁 방안은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신연금은 기금 고갈 우려가 없다. 낸 보험료에 운용수익만큼만 돌려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독일 스웨덴 덴마크 싱가포르 등 상당수 국가가 큰 틀에서 이런 방식을 쓰고 있다. KDI는 신연금 아래에서 40% 소득대체율을 달성하려면 보험료율이 15.5%는 돼야 한다고 분석했지만 가입자들

    2024.02.28 17:59
  • [천자칼럼] 우주 PPL

    기원전 1000년께 고대 이집트의 한 직물사는 파피루스를 통해 ‘도망친 노비를 찾아주면 금화를 주겠다’고 알렸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전단 광고’인 셈이다. 1591년 독일에선 세계 첫 신문 광고가 등장했다. 세계 첫 TV 광고는 1941년 7월 미국에서 부로바 시계가 했다. 한국에선 1886년 독일 무역회사 세창양행이 한성주보에 낸 ‘덕상 세창양행 고백(德商世昌洋行告白)’이 근대 광고의 시초다. 당시엔 광고란 말이 쓰이기 전이었고 ‘고백(告白)’이 광고를 뜻했다.시장에서 팔리지 않는 상품은 사장된다. 마케팅 그루 세스 고딘은 “지루한 것은 곧 죽음”이라고 했다.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선 차별화한 무엇, 즉 ‘흔한 소떼’가 아니라 ‘보랏빛 소(purple cow)’가 필요하다고 했다.지난 22일 미국 민간기업 인튜이티브머신스의 무인 우주선 오디세우스가 달에 착륙하자 영국 더타임스는 “세계 최초의 달 광고 사례가 만들어졌다”고 보도했다. 오디세우스 표면에 붙은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 로고가 이목을 끌면서다.달은 대기가 없어 태양 빛이 닿을 때와 닿지 않을 때의 온도 차가 200도를 훨씬 넘는다고 한다. 이런 극심한 온도 차를 견디기 위해 오디세우스에는 컬럼비아의 의류용 단열소재 ‘옴니히트 인피니티(Omni-Heat Infinity)’가 코팅돼 있다. 이 소재는 1964년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달 탐사 프로그램을 위해 개발됐는데, 컬럼비아에서 겨울철 아웃도어에 적용하면서 대중화했다.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우주 광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달 착륙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일본

    2024.02.26 17:47
  • [천자칼럼] 전공의의 자가당착

    가천대 길병원에서 근무하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신모씨가 2019년 2월 당직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사망 전 한 달간 1주일에 평균 100시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복지공단은 과로로 인한 심장병으로 판정했다. ‘전공의 과로사’를 인정한 첫 사례다.전공의는 의대 6년 졸업 후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면허(일반의)를 딴 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수련병원에서 일하는 인턴(1년)과 레지던트(3~4년)를 말한다. 총 1만3000여 명으로 약 11만 명인 국내 의사 인력의 10%가 조금 넘는다. 연봉은 평균 7000만원 안팎으로 의사 평균에 훨씬 못 미친다.전공의 생활은 빡빡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매일 새벽같이 출근해 밤늦게까지 환자를 돌본다. 평일·주말 당직을 서야 해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잔다. ‘전문의 특별법’은 주당 최대 88시간까지만 근무를 허용하고 36시간 이상 연속 근무(응급상황은 40시간)를 금지하지만 실제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그렇다 보니 대형 병원은 전공의 없이 돌아가지 않는다. 상급종합병원 의사 인력의 30~40%가 전공의다. 의사 파업에서 전공의의 움직임이 결정적 영향력을 갖는 이유다.서울 ‘빅5 병원’을 중심으로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정부가 그제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현장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55%인 6415명이 사직서를 냈고 일부는 근무지를 이탈했다. 병원에서 차지하는 자신들의 막대한 비중과 역할을 앞세워 위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젊은 의사들이 환자들의 절박한 상황을 외면하고 번번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모습은 ‘히포크라테스 선서’로 대표되는 직업윤리

    2024.02.20 17:58
  • [천자칼럼] 동남아시아의 '세습 민주주의'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민주화의 상징이었다. 군부 엘리트가 주무르던 인도네시아 정계에서 서민 출신으로 2014·2019년 대선에서 연거푸 승리했다. 당시 그의 상대는 ‘철권 통치자’ 수하르토의 사위이자 군 출신인 프라보워 수비안토였다.그런 조코위가 엊그제 대선에선 프라보워를 밀었다. 대신 프라보워는 조코위의 장남, 37세의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 수카르타 시장을 부통령 후보로 발탁했다. 이 과정도 시끄러웠다. 기존 선거법에 따르면 만 40세 이상만 대통령·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선출직 경력이 있는 자는 나이와 관계없이 출마할 수 있다’며 길을 터줬다. 당시 헌재 소장은 조코위의 매제였다. 조코위는 과거 “한국의 경제 성장과 민주화 동시 달성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며 “인도네시아를 한국처럼 만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지에선 조코위가 권력 세습을 위해 군부와 결탁해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선 세습 정치가 여전하다. 캄보디아에선 38년간 권력을 휘두른 훈센 전 총리의 장남 훈마넷이 지난해 8월 총리에 취임했다. 선거를 치르긴 했지만 결과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필리핀에선 독재자로 악명을 떨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과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 딸이 2022년 6월 나란히 대통령과 부통령이 됐다. 태국에선 부패 혐의를 받는 탁신 친나왓 전 총리 가문에서 여동생과 매제까지 3명의 총리가 나왔다. 지난해 총선 때 미국 하버드대 출신 40대가 이끄는 야당 전진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제1당이 됐지만 군부

    2024.02.15 17:38
  • [천자칼럼] 씁쓸한 러시아 경제 호황

    러시아 경제의 예상 밖 선전이 이목을 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러시아 경제가 지난해 3% 성장한 데 이어 올해도 2.6%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방 제재로 경제가 고꾸라질 것이란 예상과는 정반대 결과다.엘리나 리바코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은 러시아 경제를 “탱크를 만들기 시작한 주유소”에 빗댔다. 전통적 성장 엔진인 석유·가스산업이 버티는 가운데 군수산업이 가세하면서 경제가 질주하고 있다는 것이다.러시아의 올해 국방비는 10조4000억루블로 연방정부 예산(36조6600억루블)의 30%에 달한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021년만 해도 4조루블이 안 됐는데 두 배 넘게 불어났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2021년 4% 남짓에서 올해 6%로 뛰었다. 경제 성장을 위해 군비 지출을 늘리는 걸 ‘군사 케인스주의(Military Keynesianism)’라고 하는데, 지금 러시아 경제가 그렇다는 분석이 나온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일 군수산업 중심지 툴라를 찾아 “(러시아) 경제가 다른 곳과 달리 성장하고 있으며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유럽 1위, 세계 5위가 됐다”고 의기양양해했다. 푸틴의 자신감이 커지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길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과 유럽에는 ‘나쁜 뉴스’다. 러시아가 전쟁을 치르면서 북한과 밀착하고 한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점도 달갑지 않다.하지만 군비 지출로 경제를 영원히 성장시킬 순 없다. GDP는 특정 기간 소비지출, 투자지출, 정부지출, 순수출의 합이다. 정부가 군비 지출을 늘리면 GDP도 늘어난다. 하지만 한정된 자원이 무기를 만드는 데 투입되면 소비재와 서비스 생산에 쓰일 자원은 줄어든다.

    2024.02.04 17:55
  • [주용석 칼럼] '불황의 청산효과' 누리는 美 경제

    미국의 경제 규모는 한국의 15배가 넘는다. 그런 미국이 지난해 한국(1.4%)보다 높은 2.5% 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5.5%까지 올렸는데도 경기 침체는커녕 전년(1.9%)보다 더 성장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성장률은 일본(1.9%), 독일(-0.3%), 영국(0.5%), 프랑스(0.8%), 이탈리아(0.7%) 등 다른 선진국을 압도한다. 항공모함이 구축함보다 빨리 달리는 격이다.인플레이션과의 전쟁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22년 9%를 넘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 3.4%로 내려왔다. 실업률은 3.7%로 완전고용 수준이다.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은 이상적인 경제 상황을 골디락스라고 하는데 지금 미국 경제는 골디락스보다 더 좋다는 말이 나온다.뉴욕증시도 연초부터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엔비디아, 메타 등 ‘매그니피센트 7’으로 불리는 빅테크들이 강세장을 이끌고 있다.미국 경제가 강한 이유는 뭘까. 혁신적인 경제, 방대한 시장, 세계적인 대학 경쟁력, 우수한 인적자본, 풍부한 천연자원, 꾸준한 이민을 통한 노동력 증가 등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한국에선 거의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요인이 있다. 바로 고용 유연성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지난해 뉴욕타임스 칼럼 ‘미국 경제 성공의 비밀’에서 이 대목을 짚었다. 미국은 해고가 쉬운 나라다. 코로나19 때도 유럽 등과 달리 해고를 막지 않았다. 대신 실업급여를 늘렸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 실업률이 치솟았지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는 기업 등으로 인력이 쉽게 이동할 수 있었고 이

    2024.01.31 17:54
  • [천자칼럼]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말레이반도 끝자락에 걸친 작은 도시 국가다. 영국, 일본의 식민 지배를 거쳐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했다. 그때만 해도 ‘곧 없어질 나라’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서울 크기 정도의 국토 면적에 당시 인구는 530만 명에 불과하고 변변한 산업 기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라가 지금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부자 나라가 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정한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8만4500달러로 세계 5위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평가한 국가경쟁력은 세계 4위다.싱가포르의 성공은 생존을 위한 끝없는 혁신과 노력의 산물이다.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요충지란 지리적 이점을 살려 물류 허브 전략을 펴고, 카지노를 허용해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산업을 키우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외국 기업을 유치한 게 그런 사례다.통치 체제가 ‘독재적’이란 점은 싱가포르 비판 때 나오는 단골 메뉴다. 싱가포르는 초대 리콴유 총리와 후계자인 고촉통 총리를 거쳐 지금은 리콴유의 아들 리셴룽 총리가 20년째 집권 중이다. 21세기에도 태형(곤장)이 버젓이 있는 나라다.하지만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 중 하나다. 영어가 공용어고 가정부나 베이비시터를 구하기 쉬운 데다 싱가포르국립대(NUS) 등 세계 수준의 대학을 보유해 전 세계 최고급 인재가 몰린다. 세금 부담도 낮다. 상속세, 증여세, 양도소득세가 없고 법인세 최고세율은 17%(한국은 24%), 소득세 최고세율은 22%(한국은 45%)에 불과하다. 한국의 기업가, 자산가들이 낮은 세 부담과 편리한 거주 여건 때문에 싱가포르로 달려간 지 꽤 오래됐다고 한다. 하지만 절세

    2024.01.29 17:50
  • [천자칼럼] 하버드 교재 된 K푸드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MBA) 수업은 케이스 스터디(사례 연구)가 중심이다. 학생들은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놓고 교수와 토론을 벌이면서 다양한 경영 기법을 익힌다. 하버드 경영대가 1912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뒤 전 세계 주요 MBA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습법이다.하버드 경영대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보통 500~600개의 사례 연구를 접한다. 하버드가 발간하는 경영학 전문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전 세계 3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리고 있다. 이런 명성 때문에 하버드 경영대의 사례 연구 대상이 되면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와 평판이 높아진다.한국 기업도 심심치 않게 연구 대상에 오른다. 2004년과 2005년 글로벌 마케팅 전략으로 주목받은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2009년 HBR에서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최고경영자(CEO)’ 2위로 평가받기도 했다. 아날로그 시대 ‘2류 기업’이 디지털 시대 승자가 된 배경에 하버드가 주목한 것이다. 신한은행의 조흥은행 합병(2005년), 아모레퍼시픽의 글로벌 전략(2005년), 옛 대우조선해양의 중국 조선사의 도전에 맞선 생존전략(2008년)도 하버드 경영대 교재에 실렸다.2008년엔 SNS 시장을 개척한 싸이월드 보고서가 발간됐고 이듬해엔 SK텔레콤의 사회공헌 활동이 평가받았다. 2010년엔 박현주 미래에셋회장과 미래에셋의 성장 스토리가 다뤄졌고 2015년엔 CJ E&M이 ‘미국에서 한류 확산하기’로 주목받았다. 같은 해 한국 경제를 주제로 한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D램, LCD(액정표시장치), 휴대폰뿐 아니라 영화와 K팝에서도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췄지만 고령

    2024.01.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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