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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재석 칼럼] 인간은 만족을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영광군수 재선거. 일각에선 ‘쩐의 전쟁’으로 불리기도 했다. 쌍팔년도처럼 봉투가 오갔다는 얘기는 아니다. 공약이 논란거리였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선거기간 동안 연간 100만원과 120만원의 기본소득을 각각 약속했다. 영광군 인구는 약 5만 명. 매년 500억원가량의 예산을 조건 없이 골고루 나눠주겠다는 뜻이었다. 올해 영광군 예산은 7300억원을 조금 웃도는 수준. 기본소득은 이 중 7% 정도에 해당한다. 얼핏 가능할 듯 보이지만 속살은 허약하다. 영광군의 재정자립도는 11.7%로 전국 243곳 자치단체 중 179위다. 매년 500억원 이상을 깔고 가기엔 부담이 큰 살림살이라는 의미. 같은 날 치러진 곡성군수 재선거에도 기본소득은 ‘기본공약’으로 등장했다. 당선된 조상래 후보가 약속한 기본소득은 연간 50만원. 영광에 비해선 소박한 규모지만, 정책의 타당성에는 적지 않은 물음표가 달렸다.소득 불평등 해소는 모든 국가의 당면 과제다. 나라별로 시스템은 다양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책은 기초생활보장제도. 꼭 필요한 제도지만 문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허점은 복지 수급의 ‘선별 조건’에서 나온다. 부양 의무자 유무나 재산 보유 정도를 기계적으로 따지다 보면 예상치 못한 구멍들이 생긴다.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된 자녀의 수입 때문에 생계가 막막한 부모가 혜택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할 유인이 별로 없다는 것도 해결 과제다. 어정쩡한 직업을 구했다간 교통비랑 밥값만 날리고, 생계급여는 깎이는 손해를 볼 수 있다.기본소득은 이런 빈틈을 메우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모든 사람에게 일괄

    2024.10.28 17:38
  • [안재석 칼럼] 상상력에 매기는 세금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최근 두툼한 보고서 하나를 공개했다. 제목은 ‘소셜미디어 및 스트리밍 서비스 데이터 관행의 점검’. 유튜브, 메타, 틱톡 등 13개 글로벌 플랫폼의 자료를 4년간이나 들여다본 결과물이다. 결론은 선명했다. 거대 플랫폼들이 개인 정보를 말 그대로 탈탈 털었다는 것. 소비자가 어디서 어떤 콘텐츠를 봤는지를 시작으로 결혼 및 자녀 유무, 교육 수준, 소득 정도, 건강 상태, 종교까지 들여다보고 광고와 마케팅에 활용했다. 보고서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멘트까지 달렸다.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일차적으로 꺼림칙함이라는 불쾌한 감정이 바닥에 깔렸다. 누군가 내 삶을 투명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니. 물론 사람마다 체감온도는 다르다. 현재 상황에 딱히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내 정보에 뭐 대단한 게 있다고….”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다.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일단 우리 삶에서 거대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사람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를 하루 7시간 정도 사용한다고 한다. 이 중 절반은 휴대폰, 그리고 그 절반의 대부분은 앱 사용 시간이다. 하루 평균 3시간가량이 애플, 구글 등에 묶인 삶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게 유튜브. 최근 조사에 따르면 한국 사람들이 지난 8월 한 달 동안 유튜브를 본 시간은 총 1174억분. 매일 73분가량을 시청한 셈이다.과도한 지배력은 지나친 수익으로 이어지기 마련. 국내 스마트폰 앱 시장의 약 85%를 장악한 구글과 애플은 앱 사용자들이 결제한 금액의 최대 30%를 수수료로 떼가고 있다. 사업이나 장사를 해 본 사람은 안다. 이게 얼

    2024.09.30 18:23
  • [안재석 칼럼] 거짓말의 수명은 생각보다 길다

    1255년 영국의 작은 마을 링컨. 아홉 살 소년의 시신이 우물에서 발견됐다. 사고 원인은 불명. 순식간에 헛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동네 유대인들이 종교의식의 제물로 아이를 희생시켰다는 것. 이야기는 마을 하나를 건널 때마다 살이 붙었고, 참상이 구체화할수록 전파 속도도 빨라졌다. 결국 유대인 19명이 살인죄로 기소돼 처형됐다. 여진은 계속됐다. 곳곳에서 유대인 집단 학살이 벌어졌다. 1290년엔 영국에 있던 모든 유대인이 추방당했다. 학살이 자행되는 동안 링컨이라는 마을엔 그날의 사건을 기리는 대성당이 지어졌다. 희생된 소년은 성인으로 추대됐다. 거짓 뉴스의 광풍은 영국에서 멈추지 않았다. 2차대전 중 벌어진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 대학살)도 이 사건과 연원이 맞닿아 있다. 1955년 링컨 대성당이 “모든 이야기는 날조된 것”이라고 공식 부인할 때까지 거짓 뉴스는 무려 700년간 무고한 희생자를 양산했다.문명화된 현대 사회는 어떨까? 이젠 이런 가짜 뉴스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현명해졌을까? 지난달 29일 영국 리버풀 인근에서 어린이 댄스 교실에 괴한이 침입, 3명의 아이가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사건 피의자가 ‘웨일스 출신의 17세 남성’이라고만 밝혔다. 미성년 피의자의 상세한 신상은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이다. 대중은 궁금했다. 가짜 뉴스는 이 틈을 곧바로 파고들었다. ‘17세 피의자’가 ‘무슬림 망명자’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곧바로 영국 주요 도시에서 ‘반이슬람, 반이민’을 주장하는 극우 폭력 시위가 이어졌다. 무슬림 이민자의 소행이 아니라는 정부의 공식 발표가 이어졌지만, 광기는

    2024.08.21 17:40
  • [안재석 칼럼] '등산의 목적'과 반일의 목적

    일본 학자들은 한국을 ‘일본 역사의 방파제’라고 부른다. 중국과 만주의 팽창 압력에 한국의 정치적 세력이 강력히 저항한 덕에 일본 열도가 외세의 침략에 덜 시달렸다는 얘기다. 한반도가 외침을 받은 횟수는 대략 1000번. 반면 일본은 놀랍게도 딱 두 번에 불과하다. 한 번은 13세기 북규슈에 침입한 몽골군이고, 또 한 번은 태평양전쟁 때의 미국이다. 그나마 몽골군은 태풍으로 금세 물러났고, 미국은 일본 스스로 자초한 외침이다. 실질적으로 주변 세력에 시달린 경험은 전무한 셈이다.반면 거대한 자연재해는 주로 일본을 집어삼킨다. 태풍과 지진 등은 일본 열도가 막아준 덕에 한국이 피해를 덜 입는다. 한국을 ‘지질학적으론 천국, 지정학적으론 지옥’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일본은 정확히 그 반대다. 문화적으로도 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그 옛날 화려했던 중화 문명은 늘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파됐다. 이런 밀접함은 간혹 독이 된다. 가깝기에 상처도 크다. 박훈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는 일본의 제국주의에 피해를 본 여러 나라 가운데 유독 한국인의 반일 감정이 거센 이유로 “장기간에 걸쳐 역사를 공유해온, 같은 문화권의 이웃 나라에 식민지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저서 <위험한 일본책>에서)눈치 빠른 정치인들이 이런 속성을 놓칠 리 없다. 두서가 없어도 맥락이 없어도, 심지어 국익에 해가 되더라도 일단 반일 깃발을 들면 정치적으로 이득이다. 이달 초 국회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논평을 통해 ‘한·미·일 동맹’이라는 표현을 쓰자 야당 의원들의 득달같은 공세가 이어졌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

    2024.07.18 17:21
  • [안재석 칼럼] 신뢰를 돈으로 메우는 사회

    모든 구기 종목의 바탕엔 속임수가 깔려 있다. 슛하는 척 패스하거나, 토스하는 척 네트 위로 공을 넘긴다. 능수능란한 속임수엔 질책 대신 ‘천부적 재능’이라는 찬사가 붙는다. 야구도 마찬가지다. 변화구는 그런 속임수의 정점이다. 최대한 직구처럼 던질수록 높은 구종 가치를 인정받는다. 경기를 교란하는 속임수도 있다. 볼을 스트라이크처럼 보이게 만드는 포구 기술 ‘프레이밍’이 대표적. 포수의 몸값을 높이는 주요 잣대이자 심판의 판별 능력을 재는 척도다. 속이려는 자와 속지 않으려는 자의 대결, 스포츠의 긴장감이 잉태되는 순간이다.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야구를 하는 나라 중 처음이다. 심판의 오심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취지. 억울한 일은 줄었지만, 그만큼 경기는 밍밍해졌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씩씩거리는 선수가 없어졌고, 배를 내밀고 침을 튀기며 항의하는 감독도 사라졌다. 세계 최초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만큼 한국 야구의 심판 신뢰도가 세계 최저였던 걸까.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총선에서 수검표 제도를 부활시켰다. 30년 만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일일이 손으로 표를 세다니. 부활이라기보다 퇴행에 가깝다. 투표함에 설치한 방범 카메라도 시·도 선관위 청사의 대형 모니터를 통해 24시간 공개했다. 야구판이든 선거판이든 시스템 개선에 나선 배경은 동일하다. 심판의 판단을 못 믿겠다는 것. 신뢰의 부재는 이렇게 추가적인 비용을 요구한다.그래도 이 정도면 애교다. 나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안건일 경우엔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21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2024.06.10 18:27
  • [안재석 칼럼] 또 하나의 디지털 미스터리

    간장 신제품 보고회 자리. 김 팀장이 마이크를 잡는다. “소비자들이 기억하기 쉽도록 이름을 ‘청정원 양조간장’으로 심플하게 정했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던 박 상무가 한마디 거든다. “깔끔하네. 근데 ‘100% 자연숙성’이라는 것도 강조하면 좋지 않을까?” 결재 라인을 밟을 때마다 ‘사소한’ 의견이 하나씩 덧칠된다. 그렇게 정해진 최종 상품명은? 짜잔! ‘청정원 햇살담은 11년 이상 씨간장 숙성공법 양조간장 골드.’2년 전 식품기업 청정원이 유튜브에 띄운 홍보 영상이다. 제목은 ‘대한민국에서 이름이 가장 기~~인 간장 이야기’. 단박에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많은 회사원이 무릎을 치며 이렇게 혼잣말했다. “남 얘기 같지가 않네.”기업은 매일이 전쟁이다. 깜빡 졸면 문득 지옥이다. 화성까지 날아갈 것 같던 테슬라 주가도 순식간에 반토막이 난다. 신입사원부터 고위 임원까지 늘 긴장 속에 사는 이유다. 근데 이상하다. 열심히 일할수록, 모두가 바짝 신경을 쓸수록 배가 산으로 갈 때가 많다. 디지털 산업에선 이런 일이 더 흔하다.e커머스 시장에서 ‘은밀히’ 도는 우스갯소리 하나. 골프에서 그린에 공을 안착시키면 ‘나이스온!’이라고 외친다. 그린에 올리긴 했지만 아쉽게도 핀에서 멀찍이 떨어진 경우는 ‘제주도온’이라고 한다. ‘나이스!’라고 외치기엔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뜻이다. e커머스 업종 사람들은 종종 이를 달리 부른다. ‘롯데온!’이라며 키득댄다. 롯데라는 거함이 온라인 시장에서는 유독 힘을 못 쓰는 미스터리를 빗댄 말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SSG닷컴도 기대 이하다

    2024.04.29 18:30
  • [안재석 칼럼] 세상은 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매독(梅毒)은 ‘매화를 닮은 독’이라는 뜻이다. 이 병에 걸리면 피부에 매화꽃 모양의 반점이 생긴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증상은 끔찍하다. 가려운 부스럼으로 시작해 뼈가 드러날 정도로 피부가 썩어들어간다. 의술이 발전하기 전엔 가장 두려운 병 중 하나였다. 특이한 건 나라마다 다른 별칭으로 불렸다는 것. 러시아에서는 ‘폴란드병’, 폴란드에서는 ‘독일병’, 독일에서는 ‘프랑스병’, 프랑스에서는 ‘이탈리아병’이라고 했다. 어찌할 수 없는 고통이 닥쳤을 때 인간은 만만한 희생양을 찾아 비난을 쏟아낸다. 평소 마뜩잖았거나 사이가 좋지 않았던 나라 이름이 매독이라는 끔찍한 병에 달라붙은 이유다.비난은 거의 본능이다. 길거리 선술집만 들여다봐도 금방 확인 가능하다. 열에 아홉은 누구 씹느라 오징어는 뒷전이다. 회사 상사 헐뜯다가 숨이 차면 축구 선수 흉보고, 곧이어 정치인을 도마에 올린다.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뒷담화는 악의적인 능력이지만, 많은 숫자가 모여 협동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사람에 대한 정보가 생존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 누굴 믿을 수 있는지, 누가 누구를 미워하는지 불분명하면 조직을 유지하기 힘들다.인간의 비난 본능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기 중 하나가 선거철이다. 하나가 죽어야 하나가 사는 냉정한 승부. 뒷담화고 앞담화고 가릴 여유가 없다. 요즘이 딱 그렇다. 총선을 앞둔 한반도뿐만 아니다. 미국 인도 등 주요국이 선거로 몸살을 앓았거나 앓고 있다. 나라는 쩍하고 두 동강이 났다. 서로서로 편을 갈라 물어뜯고 할퀴느라 사방이 아수라장이다. 그동안 어떻게 같이 살았나

    2024.03.28 18:15
  • [안재석 칼럼] 행복하자, 부러워 말고

    몇 년 전 퓨리서치센터라는 미국 여론조사기관이 심오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17개국 성인 1만9000명에게. “당신의 삶을 가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두둥! 조사 결과는 의외로 심심했다. 미국 일본 등 대부분 나라가 ‘가족’을 1순위로 꼽았다. 딱 한 나라가 유독 튀었다. 바로 한국. ‘물질적 풍요’를 삶의 가장 큰 가치로 앞세웠다. 남들이 다 첫손에 꼽은 가족은 2위도 아니고 3위. ‘친구’도 홀대받았다. 미국 영국 등은 두 번째로 언급했지만, 5위까지 발표한 리스트에 친구는 아예 없었다.미국의 경제사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돈과 행복의 관계를 연구하다가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어 기본 욕구가 충족되면 소득이 증가해도 행복도는 더 이상 증가하지 않더라는 것.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경제학 용어에 빗대면 ‘행복 체감의 법칙’쯤 되겠다.특히 선진국에서 이런 현상은 두드러진다. 로버트 레인 미국 예일대 교수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미국의 평균 가계소득은 2배 정도 증가했지만, 미국인 중 ‘행복하다’고 답변한 사람은 1957년 53%에서 2000년에는 47%로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한국은 뭔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셈이다. 하루 세끼 챙겨 먹기 버거운 아프리카 빈국도 아닌데 여전히 돈에 목을 매고 있는 한국.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두 가지 요인(예를 들어 돈과 행복)이 영원히 ‘정비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스웨덴의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은 ‘직선 본능’이라고 정의했다. “토마토는 물을 주면 잘 자란다. 그렇다고 온종일 물을 틀어놓으면 다 썩는다.

    2024.02.08 16:32
  • [안재석 칼럼] "수학은 배워서 어디다 써먹나요?"

    누구나 들어는 봤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고전’이라고 했던가. 농담이라고 웃어넘기기엔 현실 반영률이 높다. 입시 과목에도 비슷한 아이러니가 있다. 누구나 죽어라 배우지만, 도대체 왜 배우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는 과목. 바로 수학이다. 지금 이 순간도 세상 어딘가의 어느 교실에서는 수학책을 앞에 두고 투덜대는 학생이 반드시 존재한다.해마다 이맘때쯤 대중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대학입시다. 정치 용어로 치환하면 ‘민생’의 핵심 영역이다. “H.O.T.가 누구예요?”라고 했다던 수십 년 전 수능 만점자도 이 시기엔 거의 아이돌급 대우를 받는다. 교육부가 열흘 전쯤 발표한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은 이런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여러 내용이 있었지만, 대중의 관심은 수학에 쏠렸다. 제도 개편의 핵심은 수학에서 미적분Π와 기하 관련 내용이 빠진다는 것. 사실상 수능 수학이 현행 ‘문과 수학’ 수준에서 모두 출제된다는 얘기다.모든 수학 선생님이 꺼리는 질문이 있다. “제가 이걸 배워서 도대체 어디다 써먹죠?” 별걸 다 묻는다는 표정을 숨기며 여러 답을 제시하지만, 선뜻 학생을 납득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위스콘신대 수학 교수인 조던 엘렌버그의 대답은 조금 신선하다. “수학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세상의 겉모습 아래에 숨은 구조를 보여주는 엑스선 안경이다.”(저서 <틀리지 않는 법>에서) 그는 이어 축구 선수의 트레이닝 과정에 빗대 수학의 존재 이유를 설명한다. “축구 선수들은 누구나 도로표지용 고깔 사이를 쉼 없이 오가는 훈련을 한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 고깔은 없다. 누가 빨리 왔다 갔다 했느

    2024.01.08 17:55
  • [안재석 칼럼] 끈적한 물가와 끈질긴 풍선

    정부는 지난 9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 가운데 7600여 개를 골라 약값을 최대 27% 인하했다. 가계 부담을 줄이고, 덤으로 물가 상승 압력도 낮추자는 취지였다. 일부 제약사의 매출이 10%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는 사뿐히 무시됐다. 두 달여 웅크리고 있던 제약사들은 지난달 조용히 반격에 나섰다. 동화약품은 간판 제품인 감기약 판콜과 상처치료제 후시딘의 도매 공급가격을 10%씩 올렸다. 두 가지 모두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일반의약품이다. 눈치를 보던 다른 회사들도 하나둘 인상 대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전문의약품을 눌렀더니 일반의약품 가격이 오르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의 손은 늘 근질거린다. 물가가 오르든, 사회 기강이 문란해지든 가만히 보고 있지 못한다. ‘자연 치유’가 최선책임에도 꼭 소매를 걷어붙여야 직성이 풀린다. 동서고금 공통된 속성이다. 18세기 현해탄 건너 일본 에도 막부도 마찬가지였다. 사치 풍조를 근절하고, 민생을 안정시키겠다는 명목으로 백성들의 옷 색깔까지 건드리고 나섰다. 염색용 작물이 늘어나면서 식량작물 재배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는 경제적 판단도 한몫했다. 규제는 화끈했다. 의복의 색깔을 쥐색, 차(茶)색, 남색 딱 세 가지로 제한했다. 잠깐 웅크렸던 시장은 곧 탈출구를 찾았다. 화려한 옷에 대한 욕구를 억누르지 못한 것이다. 차색 비스무리한 색깔옷이 수십 종, 쥐색류 옷감이 수백 종으로 불어났다. 권력의 눈길은 피하면서 패션에 대한 갈망은 충족시킨 것이다. 힘 가진 자들의 물정 모르는 판단은 ‘사십팔차백서(四十八茶百鼠)’라는 신조어까지 낳았다. 48가지 차색, 100가지 쥐색이라는 뜻이다. 일본판

    2023.12.04 17:59
  • [안재석 칼럼]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국민만이 아니다

    민주주의는 상상의 산물이다. 일종의 발명품이다. 지금은 공기처럼 당연해 보이는 국가와 자본주의 등의 제도 역시 마찬가지. 구성원의 절대다수가 미리 정한 규칙에 순응하지 않으면 금방 무너지고 마는 ‘카드로 쌓은 집’이다. 민주주의는 늘 도전받았다. 응전에 실패해 곧잘 무너지기도 했다. 내전이나 테러 같은 외부적 폭력이 주요 ‘항원’이었다. 최근 들어 유독 두드러지는 도전도 있다. 포퓰리스트의 등장이다. 이들은 표면상으론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움직인다. 쿠데타나 계엄령 선포 같은 ‘선을 넘는’ 극단적 순간이 없다.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회적 비상벨이 먹통이 되는 이유다. 포퓰리스트의 먹이는 사회적 불만이다. 경제가 침체하는 가운데 과격한 이념 투쟁으로 사회가 양극화하면 선동가들이 기지개를 켠다. 독일이 비슷한 경로를 따라가는 분위기다. 그 중심엔 최근 들어 세를 불리는 독일대안당(AfD)이 있다. 반이민, 반이슬람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이다. 등장한 지 10년 동안 큰 힘을 쓰지 못하다 올해 초부터 급부상했다. 독일 공영방송(ZDF)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AfD의 지지율은 21%로 집권 사회민주당의 15%, 녹색당의 14%를 훨씬 앞섰다. 이탈리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무솔리니 집권 이후 100년 만에 정국 주도권이 극우 정당 수중에 들어갔다. 과격 선동집단의 득세는 유럽만의 일이 아니다. 아직도 대선 불복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라 미국도 위태위태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하원의장이 해임됐고, 그 자리엔 친트럼프 인사로 분류되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원이 선출됐다. 당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긴 했지만 공화당 초강경파 의원 모임인

    2023.10.31 17:49
  • [안재석 칼럼] 원시적 본능과 과학의 비명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처리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운동권 출신인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과학이 만능입니까. 200년 뒤에 해양 생태계 피해가 나면 책임질 수 있습니까?” 과학자 출신인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어이없다는 듯 반문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과학적 검토 결과를 믿지 않으면 지금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믿어야 합니까?” 방사능의 영향을 재는 단위는 밀리시버트(mSv). 처리수 방류 시 후쿠시마 바다 인근 주민들이 1mSv 정도의 방사능에 피폭되려면 3만 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IAEA가 공개한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한 수치다. 인간은 방사능 청정 지역에 살지 않는다. 그냥 자연에서도 연간 2.4mSv의 방사능에 노출된다. 3만 년에 1mSv? 거의 무시해도 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그 바닷물이 흘러 흘러 한국 앞바다까지 도달하게 되면? 그 위험도는 더욱 희석돼 소수점 한참 아래로 내려가게 된다. 방사능에 대한 과학의 대답은 명확하지만, 정치적 영역에선 정답과 오답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막무가내 선동도 공포라는 외피를 걸치면 힘이 세진다. 과학은 인간의 본능적 비합리성에 종종 무기력하다. 전문가들은 이런 비합리성의 원인을 인간의 진화 과정에서 찾기도 한다. 생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설명. “밤길을 걷다가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 대다수 인간은 도망가는 쪽을 선택한다. 소리의 크기, 주변의 지형 등을 토대로 ‘토끼나 사슴일 확률이 높다’라고 합리적 판단을 하는 부류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생존 확률이 떨어진다. 우리는 일단 튀고 보는 사람들의 자손이다.” 중세의 종교도 인간의 이런 취약

    2023.08.02 18:04
  • [안재석 칼럼] '오늘' 대신 '내일'만 사는 대한민국

    많이 못살던 시절, 베짱이보다는 개미가 권장됐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자세. 한반도의 귀감이었다. 성과는 컸다. 산업화와 민주화 모두 순식간에 해치웠다. 지구촌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다. 허나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부작용이 스멀스멀 똬리를 틀었다. 치열한 경쟁, 커진 스트레스에다 미래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까지 겹쳤다. 철학자 한병철 교수의 책 제목처럼 ‘피로사회’로 급변했다. ‘헤라클레스’와 아무 상관 없는 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우주의 진리를 이렇게 한 줄로 요약했다. “변하지 않는 건 모든 게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사회를 이끄는 핵심 윤리도 예외는 아니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자세, 이젠 조금 고쳐 잡을 때가 됐다. 부작용의 수위가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도를 넘는 징후는 여럿이다. 우선 교육 현장. 지나치게 부풀려진 불안이 소중한 아이들의 시간과 정신을 갈아 넣고 있다. 의대에 가지 않으면, 공무원이 되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공포가 학교를 뒤덮었다. 이름도 섬찟한 ‘킬러 문항’ 논쟁은 그 파편이다. 걸음마를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은 아이마저 영어학원에 내몰리는 세태는 어떻게 봐도 정상이 아니다. 앞줄이 일어서는 바람에 모든 사람이 서서 영화 관람을 하는 나라, 어이없는 대한민국 교육 현실이다. 투자의 세계도 과잉 불안이 잠식했다. ‘영끌’ ‘빚투’의 근원 역시 미래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걱정이다. 강아지 모양의 암호화폐에 뭉칫돈이 쏠리는 현상이나, 아파트에서 오피스텔로, 다시 빌라로 옮겨붙은 묻지마 투자 열풍이나 모두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

    2023.07.02 17:19
  • [안재석 칼럼] 누구나 신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그러나…

    살이 올랐다. 포동포동. 그래서 가끔, 아주 가끔 사내 헬스장을 찾는다. 매번 별로 붐비진 않는다. 주위에 포동이들이 많은 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생각한다. 줄줄이 비어 있는 로커(물품 보관함) 앞에 설 때마다 망설인다. 몇 번을 골라야 하나…. 어디선가 주워들은 얘기가 떠오른다. ‘사주에 물이 부족한 사람은 1, 6번이 행운의 숫자다.’ 선택은 16번 로커. 매번 편해졌다. 우리 뇌의 평균 무게는 1400g 정도. 성인 남성 체중의 2% 안팎이다. 무게에 비해 에너지 소비는 많다. 섭취한 칼로리의 20%가량을 두뇌가 쓴다. 머리를 쥐어짜면 25%까지 늘어나기도 한다. 생존엔 칼로리 소비를 줄이는 것이, 즉 머리를 덜 쓰는 게 유리하다. 고민, 판단, 선택 등의 과정이 불편한 건 이 때문이다. “일은 인간 본성에 맞지 않는다. 피곤해지는 게 그 증거”라고 말한 프랑스 작가 미셸 트루니에는 뇌의 작동 시스템을 정확히 꿰뚫었다. 소중한 칼로리를 매번 고민하느라 쓸 수는 없다. 어떤 사회든 관례와 관습 등 ‘정해진 규칙’이 존재하는 이유다. 불필요한 칼로리 소비를 막는 장치다. 늘 해오던 일에 “왜요?”라고 토를 다는 MZ세대가 불편한가? 이 역시 생존 본능이 한 원인이다. 관례와 관습으로 부족한 자리는 ‘신(神)’이 채운다. ‘신의 말씀’은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된다. 신의 존립 근거가 ‘무오류’이기 때문이다. 눈치 없이 “왜요?”라고 되물으면 왕따 된다. 역사는 그렇게 흘렀고, 지금도 여전하다. 가끔 인간이 신의 반열에 오르기도 한다. ‘팬덤’이라고 불리는 현상이 동력이다. 요즘은 특히 정치권에서 두드러진다. 특정 정치인을 신격화하면 반대편은 그 즉시 ‘사탄’이 된다. 이런 구조에 몸을 맡

    2023.06.07 17:52
  • [안재석의 데스크 칼럼] 내로남불의 작동 메커니즘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의 실험 하나. 사람들을 모아놓고 수학 문제 20개를 풀도록 했다. “땡!” 시험 시간이 끝나고, 답안지를 배포했다. “스스로 채점해 보고 결과를 말해주세요.” 평균 6문제 정도 맞혔다고 답했다. 시험지를 수거한 뒤 다시 채점했다. 정답 개수는 대략 4개. 실험을 반복해도 결론은 비슷했다. 참가자들은 매번 거짓말을 했고, 그 차이는 늘 한두 문제 정도로 미미했다. 또 다...

    2020.11.25 17:43
  • [데스크 칼럼] 너무 쉬운 답은 오답이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한다. 시험지 속 복잡해 보이는 수학 문제. 막상 풀어 보니 간단하다. 시원하게 동그라미를 치고, 쉬는 시간에 ‘여론 검증’을 한다. “17번 문제 답 3번 맞지?” 고만고만한 친구들 사이에서 호응이 격하다. “당연하지!” 수학 선생님이 쳐놓은 덫. 언제나 그렇듯 피해가지 못한다. 그렇게 한동안 오답은 정답을 가린다. 올 한 해 금융권은 &...

    2020.10.04 18:21
  • [데스크 칼럼] 유예의 유혹

    언제부턴가 몸무게를 재지 않는다. ‘불편한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다. 몸이 불어나고 있는 건 몸이 제일 먼저 안다. 그래도 명징한 숫자를 보는 건 사양이다. 잠깐이나마 고개를 돌리는 게 마음이 편하다. 언젠간 빠지겠지…. 자기 위안은 마약처럼 효과가 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골격은 ‘유예’ 또는 ‘연장&rsq...

    2020.04.26 18:42
  • [안재석의 데스크 시각] 악마는 수학을 싫어한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의문. “수학은 도대체 왜 배우는 거야?” 머릿속엔 불만 섞인 물음표가 뱅뱅 돌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는다. 교실 한편에 놓인 회초리를 감당하기엔 엉덩이가 너무 나약하다. 《틀리지 않는 법》이라는 책의 저자는 수학을 축구 선수들의 기초 훈련에 비유한다. 낮은 허들을 반복적으로 뛰어넘고, 도로 표지용 고깔 사이를 지그재그로 누비는 훈련 등이 수학과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실전에선 어떤 선수도...

    2020.02.09 17:39
  • [CES 2020] 윤종규 KB 회장도 CES行…"핀테크 모르면 금융업 못하는 시대"

    핀테크(금융기술)가 금융의 판을 흔들고 있다.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20’의 주요 토픽 중 하나도 핀테크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샌즈엑스포홀 등에 전시부스를 차린 핀테크 업체만 124곳이었다. 금융에 기술을 입힌 핀테크는 금융업계 전반에 최대 위기이자 기회 요인이 됐다. 주도권 경쟁도 치열하다. 이젠 기술을 가진 정보기술(IT) 기업이 항로를 결정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

    2020.01.07 17:16
  • KT, 이달 중 中서 5G 로밍

    KT 가입자는 중국에서도 5세대(5G) 이동통신 로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KT는 이달 차이나모바일과 중국에서 5G 로밍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차이나모바일 주파수를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있으면 이용할 수 있다. 해당 단말기가 한국에서 출시되기 전까지는 KT 공항 로밍센터에서 무상으로 빌려준다. KT와 차이나모바일은 지난 5월 5G 로밍 서비스 시연에 성공하고, 지난달 상용화 준비를 마쳤다. KT는 지난 4일부터...

    2019.12.05 09:00
  • 통신3사, 5G 투자 확대

    국내 5G 가입자는 최근 4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내년에는 100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통신 3사의 5G 이동통신 서비스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통신 3사는 5G 전파 발사 1주년을 앞두고 5G 특화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더 실감나게’…VR·AR 서비스 강화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최근 5G 콘텐츠 ...

    2019.11.26 09:00
  • LGU+, AR 글라스 공개

    LG유플러스가 21일 증강현실(AR) 글라스 ‘엔리얼 라이트’를 공개하고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울 용산 본사를 시작으로 전국 35개 LG유플러스 매장과 영화관, 지하철 등 5개 팝업스토어 등에 고객 체험존을 연다. 시범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의견을 수렴한 뒤 상반기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이번에 내놓은 AR 글라스는 스마트폰과 USB 선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눈앞의 3차원(3D) AR 콘텐츠를 3...

    2019.11.22 09:00
  • [안재석의 데스크 시각] 과거는 블랙홀이다

    ‘거미줄에 걸린 소녀’라는 영화의 한 장면. 아버지를 여읜 소년에게 여주인공이 묻는다. “아빠가 그립지 않니?” 소년의 대답이 예상을 빗나간다. “아빠는 이제 없어요. 더 이상 생각하면 안 돼요.” 여주인공의 눈이 동그래진다. “왜 안 돼?” 소년은 아버지가 평소 자주 들려줬다는 얘기를 풀어놓는다. “과거는 블랙홀과 비슷하다고 아빠가 그랬어요. 너무...

    2019.11.03 17:36
  • [안재석의 데스크 시각] 헬조선 시즌2

    숫자는 부끄럼쟁이다. 적절한 질문과 꾸준한 호기심이 더해져야 겨우 말문을 연다. 요즘 몇 가지 숫자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나는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국내 거주자의 해외 부동산 취득용 송금액이다. 지난해 총 6억2550만달러를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7000억원을 조금 넘는 규모. 수조원짜리 통계가 흔한 한은에선 눈에 띄지 않는 수치다. 그나마 정기적으로 발표되지도 않는다. 이따금 국회에서 요구해야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과거와 비교해야 겨우...

    2019.07.14 17:37
  • 화면은 더 크게, 화소는 더 촘촘하게…삼성 QLED 8K, 초대형 초고화질 TV의 기준이 되다

    국내 가전제품 시장을 관통하는 트렌드 중 하나는 ‘거거익선(巨巨益善)’이다. 거거익선은 가전의 프리미엄·대형화 추세를 함축해 설명하는 말이다. TV가 이 말을 만든 원조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떤 사이즈의 TV를 사면 되냐는 질문이 자주 등장한다. 이 질문에 어김없이 달리는 댓글은 ‘TV는 크면 클수록 좋다’다. 대형 TV를 구매한 소비자의 유일한 후회는 ‘더 큰 TV를 사도 될 뻔했다’는 것이다.주력 TV, 10년 새 25인치가량 커져20~30평대 아파트에는 50~60인치 TV가 적당하다고 생각했던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70인치대를 선호하고 있다. 그 이상의 주택형에서는 80인치대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집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대형 TV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삼성 TV를 구매한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다. 20평대 거주자가 선택한 TV 크기는 2010년에 비해 10인치 이상 커졌다. 인터넷TV(IPTV), 넷플릭스, 고해상도 게임 등 고화질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이들 콘텐츠를 보다 생생하게 즐기고 싶은 소비자 욕구가 대형 TV를 선택하게 하는 이유로 분석된다.삼성 TV 매출 추이를 봐도 마찬가지다. 10년 전인 2009년에는 40~43인치대가 가장 많이 팔렸고, 2010년에서 2014년까지는 46~50인치대, 2015~2017년은 55~58인치대가 주류였다. 2018년부터는 65인치대가 매출 1위 사이즈로 등극하며 판매 비중이 꾸준히 커지고 있다. 10년 만에 25인치가량 커진 것이다.TV 대형화는 8K 시대 도래와 함께 시너지를 내고 있다. TV 시장의 초대형화는 무엇보다 해상도와 화질 기술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디스플레이의 화질은 인치당 화소 개수를 뜻하는 PPI(Pixel Per Inc

    2019.03.21 16:30
  • [편집국에서] 그땐 옳았고, 지금은 틀리다

    신나게 말을 달리던 한 인디언이 갑자기 멈춰섰다. 말이 지친 것도, 목적지를 지나친 것도 아니었다. 무슨 일이냐고 동행이 물었다. 인디언이 숨을 고르며 답했다. “내 영혼이 미처 따라오지 못할까봐….” 한국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압축성장 국가다. 일본의 식민지였던 것도, 전쟁으로 폐허가 된 것도 불과 100년 안쪽이다. 같은 스타트라인에 섰던, 아니 오히려 조금 앞서 달렸던 북한과 비교하면 그 속도의 놀라움...

    2019.03.06 18:08
  • [도전 2019 다시 뛰는 기업들] 믿을 건 변화·혁신…기업 '성장 엔진' 다시 뜨거워진다

    올해 기업을 둘러싼 환경은 온통 지뢰밭이다. 대외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중심으로 한 보호무역주의가 대표적인 악재다. 신흥국 경제도 흔들리는 조짐이 뚜렷하다. 유가와 금리, 원자재 가격 등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더욱 암울하다. 기업의 활동 반경을 좁히는 규제가 수두룩하다. 작년 국회에 쏟아진 기업 관련 법안 1500여 개 가운데 규제 법안만 833개에 달했다. 법인세 인상에 이은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 ...

    2019.01.01 15:23
  • LG전자 퓨리케어 슬림 정수기, 국내 첫 직수 방식 정수기…매년 직수관 교체

    LG전자는 정수기의 최우선 고객 가치를 위생으로 정하고 2014년 직수 방식의 정수기를 처음 선보였다. 직수 방식 정수기는 저수조 없이 냉수와 정수는 물론 온수까지 만든다. LG전자는 차별화된 인버터 컴프레서 기술을 적용한 위생적인 직수 방식이 LG 정수기의 인기 비결로 보고 있다. 직수 방식은 물탱크(저수조)가 있는 방식에 비해 위생적이다. 고효율 인버터 컴프레서는 필요에 따라 냉각 능력을 조절해 전기료 부담을 낮춰주고 제품 크기도 대폭 줄...

    2018.12.26 16:24
  • 삼성전자 갤럭시노트9, 새로워진 스마트 S펜…배터리 용량 '역대 최대'

    ‘갤럭시 노트9’은 모든 일상과 업무를 스마트폰과 함께 하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혁신 기술과 편의성을 두루 갖췄다. 갤럭시 노트9의 새로워진 ‘스마트 S펜’은 블루투스 기능을 적용했다. 스마트 S펜의 버튼을 누르는 동작만으로도 자주 쓰는 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카메라 동영상 갤러리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다. 셀피 촬영 시에는 화면의 촬영 버튼을 누를 필요 없이 S펜을 누르기만 하면 원하는 ...

    2018.12.26 16:22
  • 두꺼운 겨울 이불도 거뜬…삼성 건조기 '그랑데' 더 넉넉해졌다

    삼성전자가 건조기 ‘그랑데’ 제품군에 16㎏짜리 신모델을 추가했다. 대용량 건조기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삼성 건조기 그랑데 16㎏ 신모델은 출시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근 열린 소비자 대상 체험단 모집에서도 1만 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다. 소비자들의 대용량 선호도가 급속히 높아지면서 대용량 건조기 그랑데는 올해 4분기 들어 삼성전자 국내 건조기 매출의 70%까지 차지하며 전체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첨단기...

    2018.12.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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