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법원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통신기술을 둘러싼 애플과 삼성전자 간 특허소송에서 애플 손을 들어줬다. 도쿄지방법원은 28일 애플 일본법인이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제기한 소송에서 ‘애플이 삼성전자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이번 소송 대상은 애플의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태블릿PC ‘아이패드’ 등 네 기종이다. 도쿄지법은 작년 10월에도 삼성전자가 제기한 아이폰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당시 도쿄지법은 삼성이 제기한 특허 침해 내용 3건 중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방식과 비행모드 전환 시 아이콘이 비행기 모양으로 표시되는 방식 두 가지에 대해 기각 판결을 내렸다. 특히 비행기 모양 아이콘에 대해서는 간단히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인 만큼 특허 자체가 무효라고 판단했다. 작년 8월에는 반대로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낸 특허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처분 신청이 각각 원고 패소와 기각 결정으로 무산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번 판결로 삼성과 애플이 일본 법원에 신청한 가처분 신청은 모두 기각됐다”고 보도했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 국채 시장에 돈이 몰리고 있다. 해외 투자자로부터 매수 주문이 이어지면서 지표금리인 10년짜리 국채 수익률은 약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탈리아 총선 영향으로 유럽 위기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새로 바뀔 일본은행 총재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도 채권 금리를 떨어뜨린 요인이다. 27일 도쿄 채권시장에서 지표금리의 역할을 하는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연 0.670%까지 하락(국채가격은 상승)했다. 2003년 6월27일(연 0.660%) 이후 9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탈리아 총선 결과 정국이 불안해져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일본 국채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세키도 다카히로 도쿄미쓰비시UFJ은행 애널리스트는 “이탈리아 총선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켰다”고 설명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도 “이탈리아 총선이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 일본은행 총재가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펼 것이라는 기대도 채권 수요를 자극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근 적극적 금융완화론자로 알려진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신임 일본은행 총재로 내정했다. 구로다 총재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의 동의를 거친 뒤 다음달 19일 공식 취임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차기 일본은행 총재가 시중에 돈을 풀기 위해 일본 국채를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적극적인 금융완화론자로 알려진 구로다 하루히코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사진)가 일본은행 신임 총재로 내정됐다. 금융시장에는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닛케이평균주가는 4년5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고, 엔화가치는 추가 하락했다.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5일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 후임으로 구로다 ADB 총재를 선택했다. 시라카와 총재는 다음달 19일 퇴임한다. 두 명의 부총재 자리에는 이와타 기쿠오 가쿠슈인대 교수와 나카소 히로시 일본은행 국제담당 이사를 내정했다. 아베 총리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에 이번주 중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는 5년이며 상·하 양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구로다는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재무성에서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재무관(국제금융 담당)을 지내면서 엔고(高) 시정을 위한 시장 개입을 주도했다. 관료 최고위직인 사무차관(차관보)에는 오르지 못한 채 퇴임했고, 2005년부터 ADB 총재로 일하고 있다. 재무성 출신의 중앙은행 총재는 15년 만이다. 아베 총리가 구로다 ADB 총재를 최종 낙점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는 구로다 총재가 아베노믹스의 핵심인 ‘대담한 금융완화’에 동조하는 인물이라는 것. 구로다 총재는 재무성 관료로 재직하면서 일본은행에 물가 목표 도입을 요구하는 등 금융완화에 적극적이었다. ADB 총재에 취임한 뒤에도 일본은행이 장기국채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엔화를 방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금융계에 광범위한 인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줄곧 “엔저(低) 정책에 대한 외국의 비판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와 미쓰이물산이 러시아 전력회사 인테르RAO와 손잡고 러시아산 전력을 일본으로 수입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이번 사업이 성사되면 일본이 외국에서 전력을 들여오는 첫 사례가 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소프트뱅크 등이 러시아 극동지역의 수력발전소에서 사들인 전력을 사할린을 경유해 일본으로 보내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경제산업성과 외무성 등 관련 부처에는 이미 사업 계획을 보고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와 미쓰이물산은 일본과 러시아 사이의 송전망 구축을 위해 타당성 조사를 한 뒤 2016년 이후 러시아산 전력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신규 송전설비 설치 비용을 포함한 전체 투자 규모는 수조엔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업에 포함된 인테르RAO는 러시아 정부가 약 15%를 출자한 회사로 러시아의 전력 수출입을 독점하고 있다. 현재 핀란드 등 15개국에 전력을 공급 중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러시아가 일본의 주요 전력 공급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을 상대로 임금 인상을 위한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경제단체장과의 모임에서 임금 인상을 공식적으로 촉구한 데 이어 이번엔 노동조합까지 끌어들일 태세다. 경기부양을 위한 고육지책이다.‘아베노믹스(무제한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확대를 골자로 한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성패에 정권의 사활이 걸렸다는 판단에서다. ◆도 넘은 임금 인상 압박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 22일 내각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 기업들의 내부 유보금이 두터워진 만큼 노동분배율(총이익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높이는 것이 (일본 최대 노동자단체인) 렌고(連合)가 할 일 아니냐”고 말했다. 경제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최고위 관료가 노동조합에 임금 투쟁을 주문하는 극히 보기 힘든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지금까지 자민당은 주로 대기업의 지지를 받았고, 야당인 민주당은 노조를 기반으로 정치 세력을 넓혀 왔다. 노조를 부추겨 기업을 압박하는 태도는 자민당의 기존 색깔과는 180도 상반되는 것이다. 더구나 아소 부총리는 한때 시멘트 회사를 운영했던 경영자 출신이다.그의 이번 발언은 임금 인상에 미온적인 일본 기업들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 12일 요네쿠라 히로마사 게이단렌(經團聯·한국의 전경련에 해당) 회장 등 경제 관련 3개 단체장과의 모임에서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은 임금 인상을 적극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그러나 돌아온 기업들의 대답은 미지근했다. 요네쿠라 회장은 “우선 일시금이나 보너스를 올리고,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면 임금 인상과 고용 증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아직은 임금을 올릴 단계가
부유층을 중심으로 일본 내수경기가 살아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백화점 고가 명품매장이 북적이고, 중대형 차량의 판매량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무제한 금융완화를 골자로 한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 정책이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깨우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대형 백화점 체인인 다카시마야는 도쿄 본점의 명품 매장을 다음달부터 확대·개편하기로 했다. ‘랑방’ ‘질 샌더’ 등을 새로 도입, 취급 브랜드 수를 60개에서 70개로 10% 이상 늘릴 방침이다. 마쓰야백화점도 도쿄 긴자 본점의 고급 브랜드 매장을 9월부터 20%가량 확대하기로 했다. 최근 들어 고가 명품 매장을 찾는 부유층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백화점업계의 고가품 매출이 작년 9월 이후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며 “장기간 위축됐던 일본 내수시장에 ‘자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자산 효과는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이 오르면서 소비가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일본의 주가지표인 닛케이평균주가는 중의원(하원) 해산이 결정된 작년 11월 중순 이후 3개월 동안 30% 이상 급등했다. 여행업계도 호황이다. 부유층이 주로 찾는 해외 크루즈 여행 상품이 특히 인기다. 일본 한큐여행사의 크루즈 상품에 대한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한큐여행사 관계자는 “유럽 방면을 중심으로 1인당 30만엔(약 420만원) 이상인 고가 크루즈 상품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매장에도 부유층의 발걸음이 잦아졌다. 도요타가 작년 말에 내놓은 신형 고급세단 ‘크라운’은 판매 한 달 만에 2만5000대가 팔렸다. 크라운
22일 오후 1시30분 일본 시마네현 마쓰에시에 있는 현민회관에서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가 열렸다. 참석자는 500여명. 여기에 한·일 양국 보도진까지 더해져 크지 않은 회관이 빈틈없이 메워졌다. 2006년 시작된 이 행사는 올해로 여덟 번째. 시마네현은 1905년 독도를 일방적으로 편입한다고 일본 정부가 고시한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정해 매년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마지리 아이코 내각부 정무관(차관급)을 결국 이날 행사에 파견했다. 이 행사에 중앙정부 고위 관료를 파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장남인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청년국장을 포함, 현역 국회의원 21명도 행사에 참여했다. 작년(13명)에 비해 8명 늘어난 것으로 참석 의원 수로는 역대 최대다. 기념식이 끝난 뒤엔 일본의 대표적 극우 논객인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의 강연과 대담, ‘다케시마 기념품’ 판매행사 등이 진행됐다. 도쿄에서도 우익 정치인들의 지원사격이 이어졌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 국민 모두가 다케시마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통상부는 조태영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부당한 행사에 정부 인사를 파견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강력히 항의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을 비롯한 전국 여러 도시에서 다케시마의 날 행사 개최를 격렬하게 규탄하는 집회와 기자회견도 잇따랐다.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항의집회에서는 택시 운전사 전모씨(55)가 일본 정부에 항의하고자 커터 칼로 자신의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조업체와 경쟁하는 일본 제조업체의 희망 환율이 달러당 100엔대로 모아지고 있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일본 내 생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추가 엔화가치 하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하라 히사시 미쓰비시중공업 선박·해양사업본부장은 2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100엔 정도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엔저(低) 효과는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당초 50억엔 규모로 잡았던 작년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영업이익을 110억엔 수준으로 최근 상향 조정했다. 달러당 80엔 수준으로 잡았던 엔·달러환율이 최근 들어 90엔대로 높아진 덕분이다. 자동차업계에서도 ‘100엔대 환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사장은 지난달 “엔화환율은 달러당 100엔이 적당하다”고 말했고, 같은 회사의 시가 도시유키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달러화 대비 엔화환율이 100엔까지 오를 경우 일본 공장에서 제품 생산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거들었다.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도 최근 “수출을 늘리기 위해 엔화가치가 더 떨어져야 한다”며 “엔·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95~100엔대”라고 강조했다. 엔화 가치가 달러당 1엔 떨어지면 도요타는 연간 350억엔(약 4180억원), 닛산은 200억엔(약 2380억원)의 영업이익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 전자업체 NEC가 반도체 분야의 옛 라이벌인 한국 삼성그룹과 똑같이 오픽(OPIc)이라는 영어회화 시험을 오는 4월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NEC는 앞으로 3년간 자사와 다른 회사 직원 10만명에게 이 시험을 보게 할 계획이다.NEC는 이를 위해 최근 오픽의 아시아 판권을 갖고 있는 삼성그룹에서 일본 지역 판권을 사들였다. 미국외국어교육평가전문위원회(ACTFL)가 만든 오픽은 기존 영어시험인 토익이나 토플과 달리 영어회화에 특화했다. 컴퓨터를 통해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되며 시험시간은 40분, 문제는 12~15개가량 주어진다. 토익 스피킹 시험과 달리 문항별 답변시간에 제한이 없고, 수험자가 시험 도중 난이도를 조절할 수도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삼성을 비롯 LG 한화 두산 등 1500여개 기업이 신입사원 채용 시나 해외 파견자 등을 선발할 때 오픽 시험 점수를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NEC가 오픽을 도입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삼성의 해외 인재 육성 전략을 벤치마킹하기 위해서다. 삼성처럼 세계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해외 사업을 담당할 인재의 효과적인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이다.교도통신은 “삼성이 해외에 인재를 파견할 때 평가 기준으로 사용하는 오픽을 도입, 우수한 해외 파견 인력을 확보하자는 것이 NEC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오다케 히데오 교토대 교수는 ‘일본형 포퓰리즘’이라는 저서에서 “포퓰리즘은 적을 향해 싸우는 영웅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극장형 정치 방식’”이라고 정의했다. 정치를 드라마나 영화처럼 포장하는 기술이라는 지적이다. 꿈을 팔기에 중독성도 강하다. 포퓰리즘에 속지 않으려면 일단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의 대표적 포퓰리스트로 불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행적을 통해 포퓰리즘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한다.①‘적’과 ‘아군’의 이분법포퓰리즘은 정치를 선과 악의 대립구조로 몰고 간다. 이기완 창원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포퓰리즘에서 정치는 이해 대립을 조정하는 장(場)이 아니라 선과 악의 대립이라는 도덕주의적 관점에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고이즈미는 관료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정부 관료들이 일본의 정치·경제를 구렁텅이에 빠뜨리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반사적으로 고이즈미는 사악한 관료들에 둘러싸인 채 고군분투하는 ‘고립된 투사’의 이미지를 얻었다. 한국의 포퓰리즘도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국민을 ‘2% 대 98%’로 가른다거나, 산업정책을 시행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대립항을 만드는 것 등이 그렇다.②정치 쟁점의 단순화포퓰리즘은 복잡한 정치 쟁점을 지나치게 단순화해 본질을 왜곡한다. 일반 국민의 귀에 쏙 들어가는 구호를 통해 유권자의 투표 행태에 영향을 미친다. 고이즈미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타개책을 ‘우정(郵政) 민영화’라는 구호로 압축했다. 쟁점의 단순화는 ‘적’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효과도 얻는다. 우정개혁법안에 찬성하면 ‘개혁파’, 반대하면 ‘기득권층’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 그의 소설 ‘설국(雪國)’은 이렇게 시작한다. “접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된 지역은 일본 니가타현. 산 많고, 눈 많은 외진 곳이다.1970년대 석유 위기가 터진 뒤 일본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릴 무렵, 니가타 출신 정치인인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가 화끈한 슬로건을 하나 내걸었다. “이제 도쿄에서 니가타로 돈 벌러 가는 시대가 온다.”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깃발에 일본 전역이 흥분했다. 다나카는 여기에 ‘일본 열도 개조론’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붙이고, 대대적인 토건 사업에 나섰다. ‘사무라이 포퓰리즘’이라고 불리는 일본판 대중영합 정치의 시작이었다. 다나카의 전술은 그 이후에도 고이즈미 준이치로 등 자유민주당 후배 정치인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됐다. ‘자민당 타도’를 외치며 2009년 집권한 민주당도 ‘다나카의 유령’에는 굴복했다. 종말은 늘 파국이었다. 선거 때마다 나온 장밋빛 공약은 어김없이 ‘재정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일본은 그렇게 ‘잃어버린 20년’의 역사를 썼다. ‘민주주의의 급소’로 불리는 포퓰리즘은 이미 현해탄을 건너 한반도에 상륙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양 진영 모두 포퓰리즘의 유혹에 휘말렸다. 한국의 새로운 5년을 설계하느라 분주한 요즘. 사정은 20년 전 일본보다 열악하다. 쌓아 놓은 부(富)도 적고, 고령화의 속도는 일본보다 빠르다.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재정학)는 “포퓰리즘으로 인한 재정 건전성 악화는 한국 경제를 장기 불황으로 빠뜨릴 가장 큰 위협 요인”이라고 우려했다. ○포퓰리즘에
“각자도생(各自圖生·제각기 살아 나갈 방법을 꾀함).”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간)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한 신흥국 고위 관료는 ‘경쟁적인 통화가치 평가절하를 자제’하기로 약속한 이날 공동성명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경쟁력을 목적으로 환율 목표치를 설정하면 안 된다”고 명시하면서도 일본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건 “엔화 약세는 국내 경기부양책의 부산물일 뿐 목표가 아니다(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는 일본의 주장을 인정한 셈이라는 얘기다. 결국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하고, 신흥국들은 자본 통제 등을 통해 스스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분석했다. ○“환율, 시장에서 결정돼야”이번 회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건 아니다. 공동성명에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건 상당한 성과다. 위안화 가치를 엄격히 관리해온 중국이 성명에 참여했다는 건 의미가 크다. 일본으로서도 정치인들이 엔저(低)를 유도하는 발언을 통해 환율시장에 개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웨인 스원 호주 재무장관은 “G20 회의에 5년째 참석했고 그동안 환율 자유화에 대해 여러 번 토의했지만 이번처럼 공감대를 형성한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분데스방크) 총재는 “정치적 의도의 통화가치 절하는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할 뿐 아니라 (경쟁국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킨다는 데 G20 회원국들이 동의했다”고 전했다.하지만 통화가치 하락의 직접적 원인인 선진국들의 금융완화 정책은 허용했기 때문에 실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극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방 정부인 시마네현이 오는 22일 주최하는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에 중앙 정부 차관급 인사를 파견하고, ‘국가주의와 군국주의 교육의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도덕 과목을 정식 교과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을 빌미로 헌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은 17일 “아베 내각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차관급 시마지리 아이코 내각부 정무관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는 한국과의 외교 갈등을 우려해 ‘다케시마의 날’에 중앙 정부의 고위 관료를 파견하지 않았다. 직전 민주당 정권 때는 극우 성향의 여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하는 데 그쳤다. 일본 시마네현은 지역 어민들의 동해 어업권에 대한 불만 등을 이유로 2006년부터 매년 2월22일을 ‘다케시마의 날’로 지정해 기념 행사를 열고 있다. 아베 총리는 2007년 1차 내각 때 실패했던 도덕 과목의 정식 과목 채택도 재추진할 방침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총리 직속 교육재생실행회의가 최근 아동과 학생의 심성교육을 충실히 한다는 차원에서 도덕 과목을 정식 교과로 규정할 것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도덕 과목은 국어와 산수 등과 달리 별도 영역으로 편성돼 정식 교과서가 아닌 부교재로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일본 교육계는 그동안 교원노조를 중심으로 도덕 과목의 정식 교과목 채택에 반대해 왔다. ‘도덕 교육을 통해 국가의 가치관을 주입하려는 시도’ ‘2차대전 이전 천황에 대한 충성심 배양에 활용된 수신(修身) 과목의 부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2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한다고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15일 밝혔다.아베 총리는 21일 출국해 이튿날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한 뒤 24일 귀국한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도 동행해 존 케리 신임 국무장관과 별도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스가 관방장관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의제에 대해 “아베 총리는 양국 간 관계뿐만 아니라 북한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세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고 미·일 동맹 강화를 명확하게 안팎에 밝힐 생각”이라고 설명했다.이와 함께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미국 등의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일본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인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 데 대해 미국의 양해를 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비롯한 영토 문제와 북한의 3차 핵실험 제재 방안,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 주일 미군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 등도 광범위하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 정부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같은 기능을 하는 정보 조직을 내각 안에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정보를 분석해 정리하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없앴던 내각정보국을 다시 부활시키는 셈이다.산케이신문은 15일 “아베 내각이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립을 위한 전문가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권한과 조직, 구성원 등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며 “NSC에 각 부처의 정보를 취합해 분석하는 사무국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사무국이 만들어지면 경찰청과 외무성 방위성 등 각 부처는 의무적으로 정보와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세부적인 설립 방안을 전문가회의 등을 통해 논의한 뒤 관련 법안을 이르면 6월께 국회에 제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판 CIA 설립 문제는 그동안 자민당 내부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아베 신조 총리도 지난 7일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정보 수집 부서가 모아온 정보를 분석해 총리에게 보고하는 기관이 없다”며 “(각 부처의 정보를) 관통하는 분석 능력이 열악하다”고 사무국 설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NSC 설립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아베 총리는 정권 출범 후 이를 장기 과제로 넘겼지만 지난달 알제리에서 일본인 납치사건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들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이 깊어진 것도 일본판 NSC와 CIA 설립을 서두르게 만든 요인이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5~16일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공동성명 초안에 ‘각국의 인위적인 통화 약세 경쟁을 반대한다’는 문구가 담길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이 입수한 초안에는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수준과 계속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 ‘통화가치의 경쟁적인 평가절하를 피한다’ 등의 문구가 들어 있다. 러시아 브라질 등 일부 국가가 일본의 엔저(低) 정책을 놓고 제기한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우려 표명 내용도 초안에 포함돼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초안은 무제한 양적완화로 내수 확대와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가 엔화가치의 급속한 하락을 초래한 데 대한 회원국의 견제 조치로 해석된다. 엔화가치는 아베 총리 취임일인 지난해 12월26일 달러당 85.35엔에서 이날 현재 93.60엔대로 약 10% 떨어졌다. 유럽연합(EU)과 신흥국들은 급격한 엔저로 일본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자국 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2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도 “재정·통화정책은 국내의 수단으로 각국의 개별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맞춰야 한다”며 “특정 환율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는 점을 재확인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미국 하원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13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일레나 로스 레티넌 하원 외교위원회 중동·남아시아 소위원장(공화·플로리다)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고, 미국과 북한 간 외교관계 수립을 제한하는 내용의 ‘북한 제재 및 외교적 승인 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스티브 셰벗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공화·오하이오) 등 하원 외교위 소속 공화·민주당의 중진급 의원 상당수가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레티넌 위원장은 발의문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한 것은 실수”라며 “북한은 핵무기 야욕을 버리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반복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사건 이후 테러지원국 리스트에 올랐다가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인 2008년 10월 ‘북핵 6자회담’ 참여와 함께 핵 검증에 합의함에 따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됐다. 이후 지난해까지 4년째 명단에서 제외됐다. 미국 의회는 2009년 북한 2차 핵실험과 2010년 천안함·연평도 사태 때도 대북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일본 정부도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와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미국에 요청키로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열린 중의원(하원) 예산위원회에서 “금융 제재는 매우 효과적인 만큼 미국에 이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미국에 요청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또 북한 핵시설 선제 공격에 대해 “정세 변화에 따라 적 기지 공격용 장비 보유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
엔저(低)를 밀어붙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엔 자국 기업을 상대로 임금 인상 압박에 나섰다. 엔화가치 하락으로 수출 경쟁력 등에서 혜택을 본 만큼 임금 인상을 통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지속적인 물가 하락) 탈출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경제 정책에 협조해 달라는 메시지다.아베 총리는 12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재계와의 의견교환회’를 열고 요네쿠라 히로마사 게이단렌(經團連·한국 전경련에 해당) 회장 등 경제 3단체장에게 근로자 임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무제한 금융완화와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골자로 한 경제 정책인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국민들의 일상에 파급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베 총리는 재계와의 의견교환회에 앞서 열린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대다수의 국민들이 경기 변화를 실감할 수 있도록 재계가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장기간 경기침체로 임금 인상보다는 하락 저지에 중점을 뒀던 일본 노동계도 아베 총리의 정책을 등에 업고 기업을 몰아붙이고 있지만, 게이단렌 등 사용자 측은 여전히 신중한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적이 실제 개선되는 것은 올여름 이후인 만큼 조기 임금 인상은 무리라는 반응이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환율에 이어 주가까지.' 아베노믹스(무제한 금융완화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것을 골자로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가 질주하고 있다. 이젠 환율에 이어 주가 목표까지 제시하기 시작했다. 믿는 구석은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90엔대를 웃돌면서 재무제표가 나아지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 대한 지지율도 상승세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일본 기업들이 65세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고령자 고용안정 개정법’의 4월 시행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개정된 고용안정법에 따라 일본 기업들의 정년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60세에서 65세로 상향 조정된다.일본 기업들이 가장 크게 신경쓰고 있는 부분은 임금 체계. 60세 이후까지 일하려는 근로자를 어느 수준으로 대우할지가 핵심이다. 일본 중공업그룹인 IHI는 59세 사원들이 60~65세 사이의 정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 정년제’를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선택한 정년까지는 풀타임 근무를 보장한다. 기존의 ‘임금 피크제’를 대신할 새로운 임금 시스템도 도입한다. 현장의 직책과 업무평가에 따라 고령 근로자에게도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정년이 가까워질수록 임금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감소폭은 예전보다 완만하게 설계했다. 지금까지는 60세 정년 시 퇴직금을 지급하고 임금은 일괄적으로 50%가량 줄였다. 근무 조건도 파트타임이 대부분이었다. 새로운 제도의 적용 대상이 되는 IHI 직원은 약 300명이다. 미쓰비시중공업도 60세 정년 후 직원을 다시 고용할 때 정년 이전의 업무와 역할을 임금에 반영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재고용 시 정년 전보다 임금을 40% 줄이고, 1년마다 계약을 갱신했다. 철강회사인 JFE는 정년을 연장한 근로자 가운데 핵심 기술을 갖고 있는 숙련공에게는 월급을 기존보다 월 3만5000엔씩 올려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제조업체들이 60세 이상 근로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는 고령 퇴직자들의 불만을 줄여 사내 기술의 외부 유출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깔려 있다”고 전했다.도쿄=안재석 특파
미국이 셰일가스(진흙 퇴적암층에서 뽑아낸 천연가스) 수출과 관련한 규제를 올 상반기 중 대폭 완화할 전망이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 한정돼 있는 수출 대상을 일본 등 비체결국으로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 내 경기부양과 일본 등과의 동맹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복안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 중단에 따른 에너지 수입비용 증가로 고심하고 있는 일본에는 희소식이다. ○경기부양 효과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정부가 몇 달 안에 FTA 비체결국에도 천연가스를 수출하도록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며 “일본은 이르면 2017년께부터 미국산 천연가스를 수입하게 될 전망”이라고 7일 보도했다. 미국이 셰일가스를 포함한 천연가스의 수출 규제를 완화할 경우 일본의 화석연료 수입 단가가 떨어져 무역수지 개선과 전력요금 인상 억제 등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셰일가스는 미국을 중심으로 개발이 본격화하면서 최근 들어 값싼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국이 천연가스의 수출을 서두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경기부양 효과가 크다. 미국 에너지부는 작년 12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이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내용의 외부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미국의 대외정책에도 셰일가스는 매력적인 카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천연가스 수출은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미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운 기존 산유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동시에 일본 등 동맹국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셰일가스 수출이 본격화할 경우 관련 설비에 대한 투자도 늘어 미국
6일 오전 도쿄 외환시장에 짧은 뉴스 하나가 전해졌다. 데이비드 립튼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가 “연 2%로 잡은 일본 정부의 물가상승률 목표치가 타당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 전날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의 조기 사임 발표로 가뜩이나 달아올랐던 외환시장이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주문이 줄을 이었다. 덩달아 유로화 가치도 급등했다. 유로화 대비 엔화 가치는 2년10개월 만의 최저치인 유로당 127엔대로 떨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을 일컫는 ‘아베노믹스’의 지향점은 디플레이션 탈출과 엔저 유도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재정 확대와 금융완화, 미국의 용인 등 세 가지였다. 이 중 가장 손쉬운 재정 확대는 이미 20조엔에 달하는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해결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급락한 배경은 나머지 두 가지 숙제가 한꺼번에 해결됐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완화다. 일본은행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풀겠다는 아베 총리에게 시라카와 총재는 눈엣가시였다. 그가 줄곧 아베노믹스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던 탓이다. 지난해 말 아베노믹스의 골격이 발표된 이후부터 시라카와 총재는 무리한 인플레이션 목표(2%)로 일본 경제가 오히려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시라카와 총재가 자진 사퇴키로 했다는 소식은 엔화 가치 하락세에 가속을 붙이는 요인이 됐다. 외환시장은 그의 조기 사퇴를 아베 총리의 금융완화 정책에 브레이크가 사라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미국의 용인’이라는 마지막 퍼즐은 립튼 부총재가 채워 넣었다. IMF는 실질적으
“저거, 무척 신기한데. 우린 저런 거 없잖아, 그렇지?”5일 일본 도치기(木)현 우쓰노미야(宇都宮)시에 있는 ‘혼다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한국자동차부품 전시상담회’. 한국 부품업체인 LG이노텍의 부스 앞에 하얀 근무복을 입은 예닐곱 명의 혼다자동차 직원들이 몰려 들었다. 관심을 보인 제품은 자동차용 스마트폰 무선 충전시스템. 한국델파이 등 이번 행사에 참여한 다른 부품업체의 부스에도 혼다 직원 또는 혼다의 1·2차 벤더(부품공급업체) 구매 담당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생각보다 한국 제품의 품질이 뛰어난 것 같다.” 행사에 참여한 일본 측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반응이었다. 일본 자동차업체 중에서도 자국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특히 강하기로 소문난 혼다. 그들도 이제 한국에 문을 열기 시작했다. ○혼다, 한국을 만나다혼다가 한국 부품업체들을 자사로 불러들여 전시회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리를 놓은 곳은 KOTRA. 정혁 KOTRA 일본지역본부장은 “2009년 도요타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닛산 스즈키 등 일본 주요 8개 완성차 메이커 가운데 7곳에서 상담회를 열었다”며 “한국 자동차 부품에 대한 인식이 과거와 판이하게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이날 행사를 찾은 일본 관계자는 모두 1100여명. 혼다에 납품하고 있는 유력 벤더만 300여곳이 참여했다. 그동안 한국 부품업체들에 있어 일본 자동차 회사는 뚫을 수 없는 철옹성이었다. 아직까지 자동차 강판(포스코) 등 몇 곳을 제외하곤 일본 자동차 메이커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업체는 거의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건 재작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 업체들이 부품 공급선
일본 제조업의 상징적 존재인 도요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봄 노사교섭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도요타의 임금 동결은 2010년 이후 4년째다. 도요타 노조의 이번 방침은 다른 일본 대기업의 임금교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0일 “영업실적이 회복되고는 있지만 앞날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라고 판단한 도요타 노조가 올봄 임금교섭에서 인상 요구를 보류하기로 최근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어 “노조는 임금 인상 대신 정기승급을 그대로 유지하고, 일시 상여금을 200만엔 이상 회사 측에 요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도요타의 일시 상여금이 200만엔(약 2400만원)을 넘어서는 것은 2008년 이후 5년 만이다. 작년엔 178만엔이 지급됐다. 도요타 노조는 2003년 임금교섭 때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낸 회사 측이 먼저 임금 인상을 제안했지만 오히려 “국제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거부했던 일화로 유명하다. 이런 노조 덕택에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60년간 노사분규가 한 번도 없었다. 1950년 경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했다가 전체 근로자 중 25%가 감원되는 아픈 경험을 한 이후 도요타에선 ‘파업’이란 단어가 아예 사라진 것이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 판매량이 급증, 시장점유율이 80%에 육박했다. 한국 독일 등의 경쟁 회사보다 시장 진출이 빨랐던 데다 부품공장을 동남아 인근에 집중시킨 것이 주요인이다.동남아 시장 자체의 성장 속도도 다른 지역을 앞지른다. 일본 자동차의 동남아 판매 대수는 작년에 중국을 넘어섰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으로 판매가 부진한 중국 시장의 대안으로 동남아시아를 집중 공략,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동남아, 10대 중 8대는 일본차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등 동남아 주요 6개국의 지난해 신차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30% 가까이 증가한 총 348만대로 집계됐다. 이 중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자동차회사의 판매 대수는 273만대로 전년에 비해 40% 늘어났다. 시장점유율은 78.4%로 1년 전에 비해 5%포인트 높아졌다. 동남아시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10대 중 8대가량이 일본 제품인 셈이다. 한국의 현대·기아자동차 점유율은 5% 안팎에 불과하다. 도요타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 대수가 사상 최대인 974만8000대를 기록,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독일 폭스바겐을 제치고 2년 만에 세계 정상에 오른 데도 동남아 시장의 약진이 큰 역할을 했다. 2005년 30%를 밑돌았던 도요타의 신흥국(동남아 포함) 판매 비중은 지난해 50%에 육박할 정도로 높아졌다. 일본차가 동남아에서 선전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우선 조기 진출이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관심을 두지 않던 1960년대부터 동남아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 판매망을 구축했다. 1962년부터 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도요타는 1964년과 1970년엔 태국
일본 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미국산 소고기 수입 조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일본 외무성은 내달 1일부터 20개월령 미만으로 돼 있는 미국산 소고기 수입 요건을 30개월령까지 확대하기로 미국 정부와 합의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일본은 2003년 광우병 발병 이후 미국 및 캐나다산 소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가 2005년 12월 금지 조치를 해제하면서 20개월령 미만 제품만 수입을 재개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국제 기준을 들어 수입 조건을 바꾸...
엔화가치가 떨어지고 원화가치는 오르면서 경쟁관계에 있는 한·일 주요 기업 간 주가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해외 수출시장에서 경합하고 있는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업종이 대표적이다. 엔저(低)의 순풍을 등에 업은 일본 기업의 주가는 상승세다. 수출가격 경쟁력 제고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를 밀어올리는 요인이다. 반면 한국 기업의 주가는 힘을 잃었다. 원고(高)·엔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의 제품 수주, 판매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탓이다. ◆반대로 가는 한·일 기업 주가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주가는 작년 9월 말 3040엔에서 최근엔 4300엔대로 올라섰다. 3개월 새 40% 이상 급등한 것이다. 기폭제는 ‘엔고 저지’를 목표로 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무제한 금융완화정책’. 아베 총리가 자민당 대표로 선출된 작년 9월 말 이후 엔화가치가 달러당 77엔대에서 90엔대로 떨어지면서 도요타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도요타차는 엔화가치가 달러 대비 1엔 하락할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350억엔씩 올라가는 구조다. 엔저를 무기로 한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도요타가 일본에서 생산한 차량의 한국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며 “공격적인 가격인하 정책도 이어질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생산량의 60%가량을 수출에 의존하는 현대차는 역풍을 맞았다. 최근 3개월 새 주가는 20% 이상 떨어졌다. 환율의 영향은 주가뿐만 아니라 실적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작년 4분기(10~12월) 현대차의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 줄었다. 철강 조선 화학 등의 업종에서도
일본 해상보안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경비 강화를 위해 전담 부대를 신설한다.요미우리신문은 29일 “해상보안청이 오키나와(沖繩) 나하(那覇)시에 있는 제11관구 해상보안본부 산하 이시가키(石垣) 해상보안본부에 600명 규모의 센카쿠 전담 부대를 설치하고, 12척의 순시선(경비선)을 상시 배치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해상보안청의 센카쿠 경비 강화 계획은 2015년 말까지 3년간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센카쿠 해역에 해양감시선 등을 계속 진입시키고 있는 중국과의 ‘장기전’을 염두에 둔 것이다.해상보안청 산하 제11관구 해상보안본부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순시선은 모두 7척이다. 중국 해양감시선의 영해 침범 등 경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을 때마다 다른 지역 해상보안본부에서 순시선을 지원받고 있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르노·닛산자동차가 독일 다임러, 미국 포드자동차와 공동으로 ‘차세대 친환경차’로 불리는 연료전지차 개발에 나선다. 글로벌 제휴를 통해 친환경차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를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29일 “르노·닛산이 다임러, 포드와의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연료전지 시스템과 부품 규격을 동일화할 방침”이라며 “이번 제휴로 생산 비용이 줄어들어 연료전지차가 상용화하는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라고 보도했다.르노·닛산과 다임러는 이미 자본제휴 등을 통해 연료전지차에 대한 연구·개발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포드가 참여하는 형태로 ‘3각 편대’가 형성된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닛산이 자동차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다임러와 포드는 배터리와 모터 등을 최적으로 조합한 연료전지 시스템 연구에 주력할 방침이다. 공략 목표는 도요타다. 도요타는 2015년 시판을 목표로 독일 BMW와 연료전지차를 공동 개발 중이다. 대당 차량 가격은 500만엔 정도로 잡고 있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의 엔저(低) 유도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들에 이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까지 비난 대열에 합류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반발 수위를 낮추기 위해 자국의 경제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느라 부산하다.일본 내에서는 엔화 가치의 적정 수위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카를로스 곤 닛산자동차 사장은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0엔 수준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오카무라 다다(岡村正)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85~90엔 정도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중국 인민은행도 비난 합류스위스 다보스에서 26일(현지시간) 폐막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는 일본의 환율정책에 대한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이강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선진국의 양적완화가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본 미국 등의 금융완화 정책이 글로벌 환율전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 상승을 걱정하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엔화를 팔고 위안화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늘어나면 수출경쟁력 저하 등의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유민주당 총재로 취임한 이후 위안화 가치는 엔화에 대해 16% 절상됐다.앞서 옌스 바이트만 분데스방크(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중앙은행 개입에 대해 “심각한 반칙행위”라고 몰아붙였다. 머빈 킹 영국 중앙은행 총재도 “일부 국가가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경기를 자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반발 무마에 부심하는 일본일본 정부는 금융완화 정책을 내세운 ‘아베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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