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렷한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공부 잘하는 문과 고등학생에게 세상이 내미는 선택지는 단순했다. 남들 가는 대로 법대(성균관대)를 택했다. 가야 할 길은 분명했다. 공부를 하고, 고시를 보고, 법조인이 되고…. 그러나 그 생활에 스며들진 못했다. 어느날 눈에 띈 게시물. 교환학생 모집공고였다. 해당 학교는 일본 고베(神戶)대학교. 운명인 듯 원심력이 작용했다.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다닐 정도로 강한 개성도 역마살을 부추겼다. 어릴 때부터 일본 대중문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일본 만화책과 만화영화, 음악 등을 모두 좋아했다. 머릿속에 연수계획이 그려졌다. 군대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복무하면서 짬을 내 일본어 자격시험 1급도 땄다. 제대 후 다시 찾은 학교. 이미 도서관 붙박이가 된 친구들을 뒤로 하고 미련 없이 가방을 쌌다. “그래, 일단 나가보고 다시 생각하자.” 일본 10대 로펌 중 하나인 오사카 기타하마(北浜)법률사무소에서 이달부터 근무하기 시작한 김영민 변호사(32). 일본변호사연합회에 등록된 회원 중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일본변호사는 그가 1호다. 약속장소에 나타난 김 변호사는 양복에 꽂혀 있는 변호사 배지를 손으로 가리며 쑥스러워했다. “받은 지 얼마 안 된 탓에 너무 반짝거리네요.” 왜 하필 일본이었느냐고 먼저 물었다. “그냥 하다 보니….” 싱거운 대답이 돌아왔다. “3학년 때 고베대학 법학과에서 1년간 단기연수를 했습니다. 그곳에서 친구들을 사귀면서 자연스레 일본변호사 시험 제도를 알게 됐죠. 덤으로 아직 한국 대학 출신자 중에는 일본변호사가 없다는 사실도 얻어 들었고요.”한국에 돌아와서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일본 주요 대학의 로스
일본 정부가 향후 경기에 대해 낙관론을 펴기 시작했다. 월례경제보고서에 들어가는 경기 판단 문구를 8개월 만에 긍정적으로 수정했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대 중반으로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20조엔 규모의 긴급경제대책과 엔화 약세 등이 일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일본 정부는 24일 공개한 ‘1월 월례경제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민간 소비가 견고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엔화 약세와 주가 상승으로 기업 환경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가 여전히 취약하지만 일부 부문에서 반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달까지는 “다른 나라들의 경제 성장 속도 둔화로 일본 경제 전망 역시 악화되고 있다”고 부정적으로만 언급해왔다. 일본 정부 차원의 경기 판단 문구가 긍정적으로 바뀐 것은 작년 5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8월 제시했던 1.7%에서 2%대 중반으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인 전망치는 28일 발표될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최근 발표한 긴급경제대책과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방안 등이 경제 성장 속도에 탄력을 붙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 4월부터 시작되는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을 앞두고 생필품과 전자제품 자동차 등을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성장률을 높이게 된 배경이다. 최근 3개월 새 10엔 이상 떨어진 엔화 가치 덕에 수출기업의 업황도 개선될 전망이다. 반면 엔화 약세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수입액을 늘려 무역수지를 더욱 악화시킬
“탈모 걱정, 이제 끝?”일본 대학 연구팀이 유도만능줄기(iPS)세포로부터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낭 세포’의 일부를 재생해 내는 데 성공했다. 임상실험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이 확인될 경우 탈모증 치료와 발모제 개발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iPS세포는 완전히 자란 체세포에 바이러스나 화학물질 등을 주입해 배아줄기세포처럼 어떤 장기로도 변화할 수 있는 초기 상태로 되돌려진 세포를 말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오카노 에이시(岡野榮之) 게이오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 iPS세포 기술을 활용해 모낭 세포의 조직을 만들어내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iPS세포를 모낭을 형성하는 세포의 직전 단계로 키운 뒤 쥐의 세포와 혼합해 실험용 쥐 등에 주입했다. 2~3주가 지나자 모낭세포가 만들어졌고, 여기서 털이 나는 것도 확인했다. 지금까지는 탈모증 환자의 치료를 위해 본인의 모낭을 옮겨 심는 수술을 하기도 했지만 모낭의 수에 한계가 있어 완벽한 치료는 불가능했다.iPS세포는 난자나 배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종교·윤리 논쟁을 피해갈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가 작년에 iPS세포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이후 iPS세포 기술을 활용한 여러 가지 장기 생성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엔 일본 교토대 연구팀이 신장의 일부 세포를 생성하는 데도 성공했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 교토대 연구팀이 유도만능줄기(iPS) 세포로 신장의 조직 일부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신부전이나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공투석을 받는 환자들이 재생의료기술을 통해 회복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23일 “오사후네 겐지(長船健二) 교수가 이끄는 교토대 연구팀이 iPS세포 기술을 활용, 환자 본인의 체세포로 신장의 세뇨관 일부를 만들어내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실험 결과는 지난 22일 영국 과학잡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 인터넷판에 실렸다. 오사후네 교수는 “이번에 만든 세뇨관이 확실히 제 역할을 하는지 조사한 다음 신장 이외의 다른 조직도 생성해 환자에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iPS세포는 피부나 심장 등 특정세포로 완전히 다 자란 세포의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려 만든 줄기세포다. 예컨대 성숙한 일반세포를 각종 장기로 분화되기 이전의 단계로 되돌려 놓은 것이다. 세포를 ‘타임머신’에 태워 과거로 보내는 기술인 셈이다. 난자나 배아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줄기세포의 약점으로 꼽히던 종교·윤리 논쟁을 피해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존 거든 케임브리지대 교수와 야마나카 신야(山中伸彌) 교토대 교수는 이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동안 일본 등에서 iPS세포 기술을 통해 심근 세포와 망막 등을 만든 경우는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복잡한 기능을 가진 신장을 생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장은 체액에 포함된 노폐물을 걸러내 소변으로 만드는 장기다. 수많은 조직으로 이뤄져 있어 일단 손상되면 회복하기 어렵다. 일본에서 신장기능 손상으로 인공투석 치료
일본은행이 결국 ‘아베노믹스’를 수용했다. 전년 동기 대비 2%의 물가상승 목표치를 설정하고, 내년부터 장·단기 국채 등을 매월 13조엔씩 ‘무기한 매입’하는 화끈한 금융완화 정책을 펴기로 일본 정부와 최종 합의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대신 돈풀기를 통한 경기 부양과 엔저(低) 가속화를 선택한 것이다. 외국의 시선은 차갑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과격한 경제정책이 글로벌 통화전쟁을 촉발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아베노믹스 본격 시동일본은행은 22일 금융정책결정회의가 끝난 뒤 정부와의 공동 성명을 통해 “2%의 물가상승 목표를 ‘가능한 한 빨리’ 달성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일본은행이 물가와 관련해 명확한 수치 목표를 설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은행은 당초 2% 물가상승률 달성을 ‘중기 목표’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디플레이션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아베 총리의 압박에 밀렸다.이번 공동성명에는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에 부응해 정부가 성장 전략을 추진하고, 중장기 재정 건전화에 노력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일본은행 총재에게는 앞으로 정부 산하 경제재정자문회의에서 물가 목표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부여됐다. 금융완화 정책도 적극 추진키로 했다. 일본은행은 이날 “물가상승 목표를 조기 달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매월 13조엔씩 기한을 정하지 않고 자산을 매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장·단기 국채에 각각 2조엔과 10조엔을 배정하고 나머지는 부동산신탁펀드 등 기타 자산에 투입할 계획이다. 기준금리는 현재의 제로금리 수준(연 0~0.1%)을 유지키로 했다. 가노 마사아키 JP모건증권 애널
엔화가치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재료는 ‘무제한 금융완화’를 내건 ‘아베노믹스’. 18일엔 달러당 90엔대까지 떨어졌다. 작년 9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자유민주당 총재로 당선될 당시 엔화가치는 달러당 77엔대. 4개월 만에 10엔 이상 뛰어오른 것이다. 관심은 엔저(低)의 지속 여부.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95엔대까지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수출기업들은 환호성이다. 반면 수입품 가격 상승으로 내수업체들엔 비상이 걸렸다. 일본 경제에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높다. 미국 독일 등으로부터 ‘환율 전쟁’을 우려하는 지적도 나온다. ○수출기업에 순풍엔화 약세로 일본 수출기업들은 잔칫집 분위기다. 캐논은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당초 3200억엔에서 3900억엔으로 20%가량 상향 조정했다.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했다. 사업계획의 근간이 되는 환율 전망치도 속속 수정되고 있다. JX에너지는 올 평균 엔화가치 전망치를 달러당 80엔에서 85엔으로 하향 조정했다. JX에너지는 엔화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90억엔씩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구조다. 미쓰비시자동차 IHI중공업 등 다른 주요 기업들도 비슷한 폭으로 환율 전망치를 수정했다. 야마토 가오리(大和香織) 미즈호 종합연구소 애널리스트는 “엔화가치가 90엔 선을 유지하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작년보다 0.4%가량 밀어 올리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엔화가치가 더욱 떨어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타라이 후지오(御手洗富士夫) 캐논 회장은 “엔화가치는 달러당 95~105엔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나쁜 엔저’ 인식 확산지나친 엔저로
일본 엔화 가치가 2년7개월 만에 달러당 90엔 선으로 떨어졌다. 일본 중앙은행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금융완화 정책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18일 뉴욕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90.14엔까지 하락했다. 엔·달러 환율이 90엔대에 진입한 것은 2010년 6월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일본은행이 21~22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엔화 매도세를 부추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이 이번 회의를 통해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국채매입기금을 10조엔가량 증액하기로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 엔화 약세를 재료로 일본 주식시장은 급등했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주가는 전날에 비해 2% 이상 오르며 1만1000엔 선에 바짝 다가섰다. 사이토 유지 크레디아그리콜 도쿄 외환거래 부문 이사는 “참의원 선거를 치르는 오는 7월까지 엔화 가치가 달러당 95엔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미국 보잉사의 차세대 주력기로 출시 당시 ‘꿈의 여객기’로 불렸던 ‘보잉787 드림라이너’가 잇따른 사고로 조기 퇴장 위기에 몰렸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16일 “일본 민간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의 보잉787 여객기가 비행 도중 기체에서 연기가 나는 바람에 긴급 착륙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비행기는 이날 오전 8시10분께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宇部)공항을 떠나 도쿄 하네다(羽田)공항으로 향하던 중 조종실에서 연기가 나 오전 8시45분께 가가와(香川)현 다카마쓰(高松)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승객 137명은 기체 오른쪽 뒷부분 출입구의 긴급 탈출용 장치로 지상으로 빠져나왔다.ANA는 하네다공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보유 중인 보잉787기 17대의 운항을 모두 중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국토교통상은 “이번 사고는 자칫 중대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확실하게 조사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보잉787기의 사고는 이달 들어서만 네 번째다. 지난 8일에는 일본항공(JAL)의 보잉787 여객기가 미국 보스턴 로건공항 활주로에서 이륙을 기다리던 중 연료가 새는 사고가 생겼고, 11일과 13일에도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편 대한항공은 ANA가 운항 중단을 결정한 보잉787 여객기는 B787-8 모델로, 자사가 2016년부터 도입하는 10대의 B787-9 모델보다 구형이라고 밝혔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 미쓰비시그룹이 오는 3월부터 한국에서 자산운용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5일 보도했다. 한국 등 신흥국의 자금을 유치해 수익원을 다각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미쓰비시는 한국 자산운용사인 파인스트리트그룹과 절반씩 출자해 지난 2일 새로운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3월께 투자자문 영업 허가를 받아 운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주로 부동산과 선박 등 실물 자산을 대상으로 한 투자 상품을 만들어 기업연금펀드나 생명보험 등에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판매 목표액은 3년간 4억달러(약 4200억원)로 잡았다. 투자 자산에서 얻어진 수익은 배당 등의 형태로 투자자에게 돌려줄 예정이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 주가지수가 원화의 움직임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일본의 산업 구조가 비슷해 원화 가치 등락이 일본 기업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2007년 이후 원·엔 환율과 닛케이평균주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두 가지 데이터 간 상관계수가 0.98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상관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서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 달러화는 닛케이평균주가와의 상관계수가 0.7947로 원화에 비해 낮았다. 달러화보다는 원화가 일본 주가지수와 동일하게 움직였다는 얘기다. 니혼게이자이는 “엔화 가치가 100원당 1엔 떨어지면(원화 가치는 상승) 닛케이평균주가가 1.36엔 정도 오르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전했다.원화와 일본 주가가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국제시장에서 양국의 주력 산업 간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원화 가치 상승은 곧 엔화 가치 하락을 의미하고, 이는 일본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이어져 주가를 오르게 한다는 분석이다.일본 주가와 원화가 서로 ‘투자위험 회피 관계’에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나세 준야(棚瀨順哉) JP모건체이스 수석 외환애널리스트는 “일본 투자자들은 자국 시장의 주가가 떨어지는 등 경기가 안 좋을 것으로 예상되면 한국 등에 투자했던 자금을 재빨리 안전자산인 엔화로 바꾸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럴 경우 엔화 가치는 오르고 원화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경기가 좋아지면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한국 멕시코 등 성장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려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일본의 갈등이 해상 무력시위에서 공중 대치전으로까지 증폭되고 있다. 중국 전투기가 일본과 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의 초계기(잠수함 정찰기)를 상대로 긴급 출동한 데 이어 미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 인근에 전투기를 전진 배치하는 등 군사적 충돌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중·일 간 영토 공방이 새로운 긴장 국면으로 진입하는 양상이다. ○아슬아슬한 치킨 게임산케이신문은 14일 “중국 전투기가 지난 10일 동중국해에서 미군 비행기를 상대로 긴급 발진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동중국해 상공에 전투기를 출격시켜 미 해군 잠수함 초계기와 미 공군 수송기를 한동안 뒤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군의 초계기와 수송기는 일본이 설정한 중·일 영공 중간선 부근을 비행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전투기는 일본 측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JADIZ) 안으로까지 진입, 일본 전투기가 대응 차원에서 긴급 발진하는 일도 벌어졌다. 한편 중공군 기관지 해방군보는 이날 “군 총참모부가 전쟁에 대비한 군사훈련을 중점적으로 수행하라고 전군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역시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갈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미국과 일본의 대응수위도 높아졌다. 교도통신은 이날 “미군이 (센카쿠열도에 인접한) 오키나와(沖繩)현 가데나(嘉手納) 공군 기지에 F-22 스텔스 전투기 9대를 4개월간 잠정 배치하기로 결정했다”며 “앞으로 3대를 추가해 모두 12대를 운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일본 방위성도 오키나와현 나하(那覇) 기지에 배치된 F-15 전투기를 센카쿠열도에서 더 가까운 오키나와현 시모지시마(下地島) 공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정치철학을 담은 책 ‘아름다운 나라로’에 나오는 얘기 한 토막.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가 ‘A급 전범’이라는 비난을 들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느냐는 질문에 아베 총리는 이렇게 답했다. “반발심이 생겨 보수·우익이라는 말에 오히려 더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아베 총리가 극우적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국방 교육 역사문제 등 손을 대는 분야도 다양하다. 최종 목표는 ‘전쟁 포기’를 규정한 이른바 ‘평화헌법’의 개정이다. 분수령은 오는 7월 치러지는 일본 참의원 선거. 중의원에 이어 상원격인 참의원마저 장악하게 되면 아베의 극우정책은 날개를 달게 된다.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은 물론 미국 언론까지 비난 대열에 동참하는 분위기다. ◆오른쪽으로 기우는 일본아베는 타고난 극우다. 집안부터 확실한 오른쪽이다. 옛 만주국의 ‘그림자 총리’로 불렸던 외할아버지 기시 전 총리는 일본 극우의 원조다. 기시는 정계에서 물러난 뒤에도 평화헌법 개정과 ‘자학적’ 역사관 수정에 매달렸다. 아베는 그런 외할아버지를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으로 꼽는다. 작은 외조부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전 총리와 아버지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 전 외상의 정치색도 크게 다르지 않다.극우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베 총리는 정계에 입문한 뒤에도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망언을 일삼았고, 야스쿠니신사도 거침없이 참배했다. 그런 그가 두 번째 일본 총리직에 올랐다. 일본 정치판의 ‘우향우’는 당연한 수순이다.아베는 내각부터 극우로 꾸몄다. 일본의 주변국 침략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과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식민지 지배와 침략의 역사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대신할 새로운 담화를 2015년께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아베 총리는 11일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무라야마 담화는 전후 50년을 계기로 1995년 당시 사회당 총리가 발표한 것”이라며 “21세기를 맞았고 앞으로 2년 후면 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는 만큼 이에 부합하는 전후 일본의 족적과 향후 걸어야 할 길을 포함한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제2차 세계대전 패전 70주년인 2015년 8월쯤 새 담화를 발표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무라야마 담화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1995년 종전 50주년을 맞아 “일본이 전쟁으로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몰아넣었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여러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사과한 것을 말한다.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에 대해선 강경한 자세를 유지했다. 그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일본 고유의 영토로 결코 (영유권 문제를) 교섭하지 않겠다”며 “이 문제에서는 1㎜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긴급 경제대책을 발표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중국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일본계 기업과 일본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한·일 관계 개선 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박근혜 차기 대통령과 하루라도 빨리 신뢰 관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말했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아베 내각이 긴급 경제대책을 확정하고 일본은행에 대한 압박을 지속하면서 엔화 가치 하락세에 가속이 붙었다.1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전날보다 1엔 이상 떨어지며 장중 한때 달러당 89.30엔까지 하락했다. 엔화 가치가 89엔대로 내려간 것은 2010년 7월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엔화 가치는 유로당 118엔대로 떨어졌다. 2011년 5월 이후 1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아베 내각 출범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던 엔화 가치는 지난주부터 차익 실현을 위한 달러 매도세가 유입되며 한때 달러당 86엔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아베 내각이 20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원안대로 확정하고, 일본은행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외환시장은 특히 일본 정부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과 체결할 예정인 정책협정문에 ‘물가상승률 2% 목표’를 명기할 것이라는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사실상의 엔화 방출 협정이라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주문이 증가했다. 작년 11월 경상수지가 대규모 적자를 냈다는 소식도 엔화 매도세를 부추겼다. 기업들의 수출 부진으로 달러를 엔화로 환전하려는 수요는 줄고, 원료 수입을 위한 달러 매수세는 늘어날 것이라는 견해가 확산된 결과다.주식시장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정부의 금융완화 방안과 재정확대 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경우 일본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장중 한때 전날보다 177엔(1.67%) 오른 1만830엔까지 뛰었다. 닛케이평균주가가 1만800엔 선에 오른 것은 2011년 2월21일 이후 1년10개월 만이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
일본 정부가 11일 경기 부양을 위해 20조엔(약 240조원) 규모의 긴급 경제대책을 확정했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와 더불어 대규모 재정지출을 병행,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과 엔고(高)에서 탈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나친 엔화 약세가 무역수지 적자폭을 늘리고, 방만한 정부 지출로 재정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돈 풀어 경기 살린다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경제대책을 발표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불행히도 이전 민주당 정권은 분배만 중시하고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실패했다”며 “앞으로 아베 내각은 경제 회생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내각이 제시한 경제대책의 사업 규모는 총 20조2000억엔. 이 중 10조3000억엔(약 124조원)은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정부가 지출하고 나머지는 지방자치단체와 공기업이 담당한다. 분야별로는 동일본 대지진 피해 복구 등 부흥·방재 분야에 재정지출 3조8000억엔을 포함해 총 4조5000억엔을 투입한다. 이 밖에 성장 촉진과 생활안전 분야에는 각각 3조1000억엔의 국고를 쏟아부을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경제대책을 통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가량 늘어나고, 60만명의 신규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은행 압박 지속아베 총리는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을 내각의 경제정책에 동참시키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재정지출이 효과를 보려면 적극적인 금융완화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은행이 실물경제에도 책임을 지길 바란다”며 “고용 확대도 염두에 뒀으면 좋
일본과 필리핀이 중국의 해상 영유권 확대 시도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일본이 영토분쟁 문제에 대해 대(對)중국 연합군을 구성하는 분위기다. 10일 필리핀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마닐라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알베르트 델 로사리오 필리핀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공동 해양 안보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기시다 외상은 필리핀 해안 경비대의 훈련 지원과 다목적 대응함(MRRV) 제공을 약속했다. 일본은 조만간 필리핀 해안경비대의 남중국해 초계임무에 MRRV 10척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중국해는 중국과 필리핀의 영토 분쟁이 있는 지역이다. 양국의 이런 결정은 최근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영유권 확대 시도를 하고 있는 중국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로사리오 장관은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정을 위해 일본이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한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취임 후 첫 해외순방지를 중국과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정했다.이날 중국 전투기 10대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인근까지 진입해 일본 전투기가 긴급 출동하는 등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미국과 일본이 다음주부터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 작업을 시작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추진하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용인 여부가 핵심이다. 아사히신문은 10일 “미·일 양국 정부가 이르면 오는 16일 도쿄에서 외교·국방 담당자가 참석한 가운데 ‘방위협력지침’ 개정 협의에 나선다”고 보도했다.방위협력지침은 일본이 공격받는 경우 자위대와 미군이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 것인지를 명시한 문서다. 이 지침은 1978년 만들어진 뒤 1997년 한 차례 개정됐다. 최대 관심사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용인되느냐다. 아베 총리는 미국과의 동맹을 심화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자위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집단적 자위권은 동맹국인 미국이 공격받을 경우 일본이 공격받은 것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미국 역시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동북아 억지력 강화를 위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정권이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적 자위권을 도입하면 자위대의 역할과 활동 범위는 크게 확대된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다양한 감세 정책을 추진한다. 금융완화 정책과 세금 감면 제도를 병행,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탈출이라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겠다는 의도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9일 “민간 기업이 직원들의 월급을 올려줄 경우 임금 인상분의 일정 부분을 법인세에서 깎아주기로 일본 정부가 방침을 굳혔다”고 보도했다.고용 촉진을 위한 방안도 마련한다. 신규 고용을 할 경우 증가한 인건비의 약 10%를 법인세에서 일괄 차감해줄 계획이다. 현행 고용촉진세제를 좀 더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지금은 기업이 종업원 규모를 일정 수준 이상 늘리면 직원 한 명당 20만엔씩 법인세를 줄여주고 있다. 법인세 차감 한도는 10%(중소기업은 20%)다.니혼게이자이는 “현행 세제는 고용 효과가 크지 않아 경기 회복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세제 혜택을 강화해 고용 촉진과 임금 인상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게 아베 내각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또 조부모가 손자에게 교육비를 일괄 증여할 경우 한 명당 1000만~1500만엔(약 1억2000만~1억8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비과세할 방침이다. 일본은 현재 조부모가 손자의 대학 수업료를 학기마다 직접 낼 경우 원칙적으로 증여세를 면제해주지만, 입학 시 4년간의 수업료를 통째로 증여할 경우에는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고령자의 자금을 젊은 세대가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주고 가계의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한편 부유층에 대해서는 오히려 소득세율을 올리는 방안이 여당 내부에서 검토되고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40%에서 45%로 높이는 것이 골자다. 일본은 연간 과세소득에 따라 5~40%의 6단
일본의 대표적 ‘엔카’ 가수였던 센 마사오(千昌夫·사진). 1947년 가난한 농부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수업료가 벅차 고교는 중퇴했다. 곧바로 들어선 가수의 길. 재능이 꽃을 피웠다. 몇 년 만에 최고 가수 반열에 올랐다. 일본 가수들의 꿈인 ‘NHK 홍백가합전’이라는 연말 프로그램에 14번이나 출연했다. 한국으로 치면 나훈아나 조용필 정도의 인기를 누렸다. 스타가 된 뒤에도 항상 똑같은 양복을 입을 정도로 검소했던 그가 샛길로 빠지기 시작한 건 1980년대 중반부터였다. 오래 전에 사뒀던 센다이(仙台)시의 땅 인근에 신칸센역이 들어선 것이 계기가 됐다. 땅값이 순식간에 서너 배로 뛰었다. “이렇게 쉽게 돈을 버는 방법도 있구나.” 본업인 가수 생활을 접었다. 본격적으로 부동산업에 뛰어들었다. 센다이시의 땅을 판 돈과 은행 대출을 묶어 도쿄 도심의 땅을 매입하기 시작했다. 사두기만 하면 어김없이 올랐다. 은행 문턱도 낮았다. ‘일본 최고 가수’라는 유명세가 든든한 담보가 됐다. 그는 일본을 넘어 해외로 시선을 돌렸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의 빌딩과 맨션, 호텔 등을 닥치는 대로 사들였다. 언론은 ‘노래하는 부동산왕’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센의 이름이 숫자 천(千)을 뜻한다는 것에 빗대 ‘오쿠(億·억) 마사오’라고도 했다. 모래 위에 쌓은 신기루는 1991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한순간에 허물어졌다. 한때 3000억엔(약 3조6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했던 센은 순식간에 1000억엔(약 1조2000억원)의 빚을 진 희대의 채무자가 됐다. 요즘 그는 다시 마이크를 잡는다. 하지만 예전의 환호는 없다. 작은 시골 호텔의 ‘디너쇼’를 전전한다. 반주는 노래방 기계가 맡
일본 도쿄에서 서쪽으로 40㎞가량 떨어진 다마(多摩)신도시. 이곳에서 20년째 살고 있는 이나나가 이사오(稻永勇夫·60)는 자신을 ‘달팽이’라고 불렀다. 집을 짊어지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라는 자조(自嘲)였다. 다마신도시에 이사를 온 것은 1986년. 20평대 아파트를 4000만엔(약 4억8000만원) 정도 주고 샀다. 3년이 지나자 옆 동네 비슷한 평수의 아파트가 8000만엔 이상에 분양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행복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1991년이 되자 집값이 순식간에 고꾸라졌다. 손쓸 틈이 없었다. 지금은 2000만엔 밑으로 집을 내놔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 서울 도곡동에 살던 김선갑 씨(61)는 2006년 경기 용인시 수지로 이사했다. 134㎡(40평)짜리 아파트를 7억원에 샀다. 아이들도 다 커서 굳이 강남에 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몇 년 살다가 웃돈 얹어서 판 뒤 고향으로 내려가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꿈은 악몽이 됐다. 아파트값이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5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아파트를 살 때 은행에서 빌린 돈은 3억원. 연 5% 고정금리로 매달 130만원 가까이를 이자로 낸다. 신문에 ‘하우스 푸어’라는 말만 나오면 담배를 찾는다.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부동산이 출발점이다. 부동산으로 천국을 맛봤고, 그로 인해 나락으로 떨어졌다. 거품이 거품인 줄 당시엔 몰랐다. 무서운 건 20년 전 일본의 상황이 지금의 한국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부동산 대폭락’이라는 책을 쓴 일본의 경제평론가 다치키 마코토(立木信)의 말은 정곡을 찌른다. “지금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정확히 일본 그 자체다.”◆저금리와 ‘부동산 불패’ 신화무엇보다 저금리가 부동산 거품을
도쿄 외곽에 사는 사토 히로미(佐藤廣美ㆍ31) 씨는 ‘프리터 생활’ 10년차다. 프리터는 ‘프리(free)’와 ‘아르바이트(arbeit)’를 합친 일본식 조어로 일정한 직장 없이 파트타임으로 생활비를 버는 젊은이를 일컫는 말이다. 1980년대 말 거품 붕괴 이후 생겨난 신조어다. 사토씨의 1주일은 들쭉날쭉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엔 주로 백화점에서 여성복 점원으로 일한다. 하루 10시간씩 일해서 받는 일당은 1만엔(약 12만원) 정도.백화점 비수기엔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으로 일자리를 옮긴다. 평일 비는 시간엔 파트타임 소개소 등을 통해 그때그때 일거리를 찾는다. 한 달 총수입은 10만엔을 조금 넘는다. 여동생과 둘이서 사는 집의 월세를 내고, 각종 공과금을 처리하고 나면 얼마 남지 않는 빠듯한 생활이다. 사토씨는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여름철엔 전기료가 너무 부담스러워 주로 은행이나 도서관 등을 전전한다”며 웃었다. 사토씨처럼 프리터 생활을 하는 일본 젊은이(15~34세)는 작년 기준으로 176만여명에 달한다. 같은 연령대 인구의 10% 수준이다. 한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프리터족이 크게 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프리터는 작년 8월 말 기준 93만여명에 달했다. 15~34세 707만여명의 13.1%를 차지했다. 여기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 먹는 젊은이인 ‘니트(NEET·Not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족까지 급증하는 추세다. 노동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니트족수는 1995년 51만명에서 2010년 130만을 넘어섰다. 특히 고학력 니트족이 늘고 있다는 게 문제다.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1990년대 일본의 프리터와 니트족 증가세가 한국에도 나타나고 있다”며 “니트족의 확산
일본 정부가 2008년 중단했던 물가연동국채를 올해부터 재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오르더라도 실질적인 자산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물가상승률에 따라 원금이 불어나도록 설계된 채권을 말한다.니혼게이자이신문은 7일 “일본 재무성이 국내외 금융회사 25곳을 대상으로 물가연동국채 발행에 관한 사전 수요 조사를 이달 중 실시한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물가연동국채를 처음 선보인 것은 2004년 3월이다. 2007년엔 연간 발행액이 3조엔(약 36조원)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곧이어 리먼 사태가 터진 데다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이 장기화하면서 2008년 10월 발행을 중단했다.니혼게이자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해 강력한 경제정책을 동원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해외 투자자를 중심으로 물가연동국채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다. 구체적인 발행액은 연간 2조엔(약 24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의 물가연동국채 재발행에는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일본 경제가 고질적인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규모 국채 발행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도 강하다. 스에자와 히데노리(末澤豪謙) SMBC닛코증권 애널리스트는 “물가연동채권 등으로 국채 종류가 다양해지면 국채의 안정적인 소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이 수시로 중동, 북아프리카 등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자위대 역할 증대 요구에 따르기 위한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자위대의 해외 파병 범위는 △재해 예방이나 원조 △해적 방지와 해상교통 안전 확보 △우주·사이버 공간 보호 △중동·북아프리카의 민주화 지원 등으로 미국이 중시하는 대(對) 테러 분야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엔화 가치가 2년5개월 만에 달러당 87엔대로 떨어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적극적 금융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미국이 재정절벽 위기에서 벗어났다는 투자자들의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재정절벽은 각종 감세 혜택 종료 및 재정지출 삭감으로 경제에 급격한 충격이 오는 현상을 말한다. 2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87.32엔까지 하락했다. 최근 한 달 새 6엔 이상 내렸다. 엔·달러 환율이 87엔대에 진입한 것은 2010년 7월 이후 2년5개월 만이다. 엔화 가치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나타냈다. 유로화 대비 엔화 가치는 장중 한때 유로당 116엔대로 떨어졌다. 2011년 7월 이후 1년5개월 만의 최저치다. 미국 상·하원이 재정절벽을 막기 위해 마련한 법안을 승인했다는 소식이 달러 매수세에 불을 붙였다. 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아베 내각의 유동성 확대 정책이 시동을 걸기 시작한 것도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적극적 금융완화’를 재다짐했고, 일본 제조업의 노후설비를 사들이는 자금으로 1조엔을 풀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
일본은 지금 거대한 경제 실험실이다. 10여년 이상 지속된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과 저성장이라는 고질병을 단박에 고쳐내려는 실험이 한창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신임 총리가 특효약으로 들고 나온 것은 ‘무제한 금융완화 정책’.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기존 1%에서 2%로 높이고 여기에 도달할 때까지 한껏 돈을 풀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이다. 효과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높다. 정책을 시행도 하기 전에 벌써부터 주가는 뛰고 엔화 가치는 떨어졌다. 반면 부작용으로 가뜩이나 취약한 일본의 재정 상태가 허물어져 버릴 것이라는 우려도 많다.일본의 대표적 거시경제학자인 후카오 미쓰히로(深尾光洋) 게이오(慶應)대 교수는 “경기 부양책을 쓰더라도 아베 내각이 목표로 잡고 있는 3% 경제성장률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히려 지금 같은 상태에서 인플레이션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 일본 경제가 매우 위험한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게이오대 미타(三田)캠퍼스에서 후카오 교수를 만났다. ▷‘아베노믹스’가 성공할 것으로 보나.“일본 경제는 느리지만 조금씩 회복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베 내각이 자신하는 것처럼 3% 성장률을 달성할 체력은 없다. 올해도 1% 정도의 성장에 그칠 것이다. 가장 큰 원인은 디플레이션 갭이다. 총수요가 총공급을 따라잡지 못하는(물건을 만들어내도 구매하려는 수요가 모자라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수요 부족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2%에 달한다. 2008년 9월 미국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7.9%를 정점으로 줄어들고는 있지만 만성적인 증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금액으로는 대략
일본 인구가 작년 한 해 사상 최대 폭으로 줄어들었다.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를 기록한 반면 고령화로 인해 사망자 수가 증가세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도는 ‘자연 감소’는 2007년 이후 6년 연속 이어졌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1일 ‘인구동태통계’를 통해 “작년 한해 일본의 인구 감소폭이 사상 최대인 21만2000명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발표했다. 전년도인 2011년(20만2000명)에 비해서 1만 명 더 줄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103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남아 있는 1899년 이후 가장 적다. 사망자 수는 124만5000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를 기록했던 2011년(125만3000명)보다 1.7%(1만8000명) 줄었다. 하지만 재작년 동일본대지진으로 1만9000여명이 사망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론 작년에 가장 많았던 셈이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지면서 일본은 ‘자연 감소’ 추세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자연 감소’가 처음 시작된 것은 2005년. 2006년엔 잠깐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웃돌기도 했지만 2007년 곧바로 다시 역전했다. 점점 자연감소 폭도 커져 당분간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후생노동성은 “고령화에 따른 사망자 수 증가와 저출산으로 인한 가임여성 인구 감소로 출생아가 줄고 있는 것이 자연 감소의 근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사인별 사망자 수는 암이 36만1000명으로 가장 비중이 컸고, 심장질환(19만6000명) 폐렴(12만3000명) 뇌혈관질환(12만1000명) 등의 순이었다. 상위 4개의 사망 원인이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했다. 폐렴이 사망 원인 상위 3위 안에 포함된 것은 1951년 이후 61년 만이다. 고령화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감기가 폐렴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국 위협론’과 ‘강한 일본’을 내세워 국방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의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산케이신문은 1일 “일본 정부가 10~20년 후 중국의 공격 등을 상정해 육군과 공군, 해군의 전력을 일원화하는 ‘통합방위전략’ 수립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내각은 이 같은 통합방위전략을 올여름 개정 작업에 착수하는 ‘방위계획대강’에 반영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통합방위전략이 상정하고 있는 위험국가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3개국이다.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장래 아시아의 안보환경을 분석하고 미·일 동맹과 국방력 정비의 방향성을 제시한 뒤 그에 따른 장비 운용 계획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통합방위전략에 포함될 대(對)중국 시나리오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침공 △센카쿠와 주변섬 침공 △센카쿠를 비롯한 주변 섬과 대만 침공 등 단계별로 짜여질 전망이다. 일본은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해 오키나와 주둔 미군의 주력부대인 ‘제31해병 원정 부대(약 2200명)’ 수준의 해병대 기능을 육상 자위대가 갖추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중국군의 활동이 활발한 동중국해의 상시 감시를 위해 대형 비행선으로 성층권 비행단을 구축하고 무인정찰기 도입 방안도 추진한다. 이와 더불어 중국의 해군력과 공군력 증강을 예의주시하면서 신형 잠수함과 2030년 퇴역하는 항공자위대의 주력전투기 F15의 후계기 개발 및 도입도 서두르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강한 일본’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의 동맹을 심화하는 동시에
일본의 지난해 경제 성적표는 예상치를 밑돌았다. 연초만 해도 기대가 높았다.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한 대지진 부흥 예산이 경기를 살리는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곳곳에서 구멍이 생겼다. 우선 엔고(高)가 발목을 잡았다. 한때 달러당 75엔 선까지 엔화가치가 오르며 수출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전자산업부터 둑이 무너졌다.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 전자 대표선수들이 줄줄이 대규모 적자대열에 합류했다. 8월부터는 영유권 분쟁이라는 덫에 걸렸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중국과의 감정싸움으로 중국 내 반일시위가 촉발됐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대중국 수출이 얼어붙었다. 무역수지도 적자로 돌아섰다.시중엔 경기침체가 2013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었다. 일본은행은 결국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2%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총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이 압승한 것이 촉매가 됐다. 아베 총리는 총선 공약으로 화끈한 금융완화 방안을 내걸었다. 목표는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탈출과 엔고 저지 등 두 가지로 잡았다. 수단은 간단했다. 돈을 왕창 풀어 일본경제를 구렁텅이에서 건져내겠다는 것.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1%에서 2%로 올리고, 추가경정예산도 10조엔(약 120조원)가량 증액하기로 했다. 금융시장은 바빠졌다. 갑자기 엔화가치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총선의 영향권에 있었던 지난 12월 한 달 동안에만 엔화가치가 달러당 5엔가량 하락했다.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먹힌 것이다. 주식시장도 뜨거워졌다. 닛케이평균주가가 연중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한 새로운 담화를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극우적 입장을 담은 담화문을 통해 ‘고노(河野) 담화’와 ‘무라야마(村山) 담화’ 등 일본 정부 차원에서 과거사를 반성했던 기존 담화문을 무기력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다. 아베 총리는 31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 “전후 50년을 기념해 나온 담화이지만 그때부터 세월이 흘러 이미 21세기를 맞았다”며 “21세기에 바람직한 미래 지향의 아베 내각 담화를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담화 발표 시기와 내용에 대해서는 “전문가 회의를 설치해 검토하겠다”고만 밝혀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무라야마 담화 자체는 각의에서 결정한 사안이어서 계승하겠다는 의향을 표명했다. 산케이신문은 “아베 총리의 발언은 무라야마 담화 자체를 파기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담화를 발표해 역사문제에 대한 입장을 나타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존 담화문을 수정·파기하는 것은 한국 중국 등의 거세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아베 담화’라는 우회로를 통해 극우적 역사관을 재정립하려는 것이다. 무라야마 담화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1995년 “일본이 전쟁으로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몰아넣었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여러 국가와 국민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줬다”고 사죄한 것을 말한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 등을 듣고 관방장관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노 담화는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위안부 문제
일본 정부가 이례적으로 미국의 환율정책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미국의 ‘약(弱)달러’ 정책으로 엔고(高)가 촉발돼 일본 경제가 타격을 입었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제기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금융상(사진)은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환율 전쟁을 막으려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강한 달러를 유지해야 하고 유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금융완화 정책으로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바람에 그동안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돼왔다고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일본 경제각료가 미국 환율정책을 이처럼 강도 높게 비난한 것은 드문 일이다. 일본은 그동안 외환시장에 개입할 때도 대부분 사전에 미국 유럽 등과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쳤다. 아소 부총리의 비난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2009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환율 공조 약속을 일본처럼 잘 지킨 나라가 있느냐”며 “일본은 약속을 지킨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약속을 지키지 않은) 다른 나라가 일본에 이래라 저래라 할 자격은 없다”고 덧붙였다. ‘환율 전쟁’을 우려하는 주변국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최근의 엔화 약세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엔화 가치는 ‘무제한 금융완화’를 골자로 한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의 영향으로 약 한 달 만에 달러당 5엔 이상 급락했다. 앞으로의 환율 전망에 대해서도 아소 부총리는 “일방적인 엔화 가치 급등이 점진적으로 시정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아베 정권이 무리하게 엔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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