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저 자신을 위해 봉사해요. ‘안나의 집’에 하루 한 끼 도시락을 가지러 오는 노숙인들에게서 하느님을 봅니다.” 24년째 노숙인에게 도시락 봉사를 해 온 경기 성남시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64·사진)의 말이다. 지난해 말 안나의 집에 찾아갔을 때 그는 지하 1층 주방에서 채소를 썰고 있었다. 주황색 앞치마를 두른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말했다. “누군가에게 뭔가 ...
지난해 서점가의 가장 큰 화두이자 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 따라 바깥나들이를 거의 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은 책을 꺼내들었다. 이런 경향은 새해에도 이어져 독자들이 더욱 책과 가까워지고, 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주제가 지난해보다 훨씬 세분화될 전망이다. 새해 서점가의 핵심 키워드는 ‘나의 생존’이다. 갑작스럽게 출현한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그동안 당연하게 ...
코로나19로 기업 생존이 위태로워지고, 고정적인 수입이 줄거나 없어지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독자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김승호 스노우폭스그룹 회장의 《돈의 속성》(스노우폭스북스)과 이서윤·홍주연의 《더 해빙》(수오서재)은 지난해 서점가를 강타한 베스트셀러였다. 《돈의 속성》은 돈을 인격체로 보며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돈은 소중히 여기는 사람에게 붙어 있기를 좋아하고, 함부로 ...
전대미문의 코로나19는 지난 역사에서 어떤 전염병이 인류에 어떤 피해와 영향을 끼쳤는지와 건강 및 심리분석 등에 대한 관심을 크게 높였다.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미래의창)는 독일의 의사이자 역사학자인 로날트 D 게르슈테가 페스트와 콜레라, 천연두, 독감, 에이즈 등 인류를 위협한 전염병과 이 병들의 전개 과정, 여기에 걸린 역사적 인물 등을 다뤄 큰 관심을 끌었다. 2000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뇌과학자 에릭 캔들이 ‘고장...
코로나19로 인해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온 가족이 함께 있는 시간이 늘었다. 한 식구라 해도 세대 차이가 있고, 각자 생활 패턴이 달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 지난해 서점가에도 이런 현실이 반영돼 부모·자식 간 소통, 자녀교육 관련서의 인기가 많았다.‘국민 육아멘토’로 불리는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쓴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김영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부모가 아이와 말할 때 상황별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예를 들어 설명하고, 유아기부터 청소년까지 다양한 연령의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 지침과 요령을 안내한다.《푸름아빠 거울육아》(한국경제신문)는 아들을 영재로 키운 육아법으로 유명한 최희수 씨가 쓴 책이다. 그는 “육아란 아이를 기르는 일임과 동시에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아이는 끝없이 나를 시험하고 부모는 그 시험에 응전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변화한다”고 말한다.김영민 서울대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어크로스)는 학생들에게 ‘공부의 왕도’를 알려준다. 그는 공부란 지적 변화를 위한 것인 동시에 무용한 것에 대한 열정을 펼치는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지식을 어떻게 내 것으로 만들 것인지, 나의 공부를 어떻게 남에게 전달할 것인지도 알려준다.새해에 출간될 에스더 보이치키의 《테크 시대에 아이 잘 키우는 법》(민음사)은 유튜브 최고경영자(CEO) 수전 보이치키의 어머니이자 고등학교 교사인 에스더 보이치키가 변화하는 시대의 성공적인 자녀교육 원칙에 대해 알려준다. 지친 심신을 달래는 에세이의 인기도 이어질 전망
“머릿속에 늘 저만의 선곡표가 있어요. 마치 단편영화처럼 상황과 음악이 어우러져요. 그러면서 마음속 깊이 숨겨진 아픔이 정화되죠.” 포크 밴드 ‘동물원’ 멤버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창기 씨(사진)의 말이다. 낮에는 정신건강을 돌보는 의사로, 밤에는 가수로 살고 있는 김씨는 지난달 《노래가 필요한 날》(김영사)을 펴냈다. 출퇴근길, 사랑과 이별, 가족 간 갈등과 화해 등 일상 속 특정 상황에 맞...
서점가 인문·철학 분야에서 고대 그리스·로마시대 스토아학파의 물결이 일고 있다. ‘마음을 단련하면 외부의 불행에 굴하지 않고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철학이 코로나19에 분노하고 지친 독자들에게 다가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1개월 사이 출간된 스토아학파 관련서는 네 권이다. 마시모 피글리우치 미국 뉴욕시립대 철학과 교수의 《가장 단호한 행복》(다른),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의 《균형이라...
코로나19 사태로 국민들의 여가 시간은 늘었지만 활동 범위는 집 주변으로 제한됐고 혼자서 즐기는 비대면 여가 활동이 증가했다. 또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이 전년보다 20%포인트 이상 급감했고, 관람 횟수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관광연구원과 함께 국민 여가활동 및 문화예술활동을 조사해 29일 발표했다. 여가활동은 지난해 8월 1일부터 올 7월 31일까지, 문화예술활동은 지난 9월 1일부터 11월 21일까지 전국의 15세 이...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함께 예술지원사업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누리집 ‘아트누리’를 개설한다고 28일 밝혔다. 이 누리집에선 예술인과 예술단체가 문체부 산하 문화예술 공공기관과 지역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모아 안내한다. 지금까지 예술지원사업 정보는 사업을 운영하는 기관별로 제공했다. 이 때문에 예술인과 예술단체들이 필요할 때 정보를 얻지 못해 지원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
“침대는 왕궁에서 아주 중요한 가구였다. 침대는 필연적으로 왕의 상징, 군주의 드라마가 펼쳐질 무대가 되었다. 군주는 침대에 앉아서 판결을 내렸는데, 이것이 ‘군주의 침대(the state bed)’다.”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브라이언 페이건은 고고학자 나디아 더러니와 함께 쓴 《침대 위의 세계사》에서 프랑스 왕가의 전통이었던 ‘군주의 침대’를 이렇게 소개한다. 프랑스 ...
고려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핵심 문헌인 ‘고려사(高麗史·사진)가 보물이 된다. 고려 역사서에 대한 보물 지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23일 “삼국사기,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 등 고대와 조선 시대사 관련 중요 문헌이 모두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상황에서 고려사도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가치를 검토했다”며 보물 지정을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30일의 예고 기간에...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형식적인 칭찬만 하는 게 제대로 된 서평일까요. 안타깝지만 국내 서평 수준이 그렇습니다. 저자의 권위에 기대고 무릎 꿇는 ‘주례사 서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죠.” 24일 출간되는 서평 전문지 ‘서울리뷰오브북스(SRB)’의 편집장을 맡은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SRB는 미국의 ‘뉴욕리뷰...
올해 경영 분야 서적이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팔렸다. 코로나19로 기업 생존이 위태로워지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독자들의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22일 예스2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8일까지 경영 관련 도서 판매를 집계한 결과 경영전략·경영혁신 분야 도서 판매가 전년 대비 36.5% 증가했다. 해당 분야 신간은 총 310권으로 전년보다 74권 늘었다. 경영전략·경영...
“기업의 진정성은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와 같습니다. 방파제가 없다면 제품의 안전성이나 경영과 관련한 도덕성 시비 등 기업의 존폐가 달린 사건·사고의 파도가 일었을 때 대처할 수 없겠지요. PR은 기업의 진정성이라는 방파제의 설계 및 시공자 역할을 합니다.” 1984년 LG 홍보실에 입사한 뒤 35년간 PR 분야에서 한우물을 파온 조재형 피알원 대표의 말이다. 최근 《기업을 살리는 설득의 기술》(학지사)을 펴...
“이것은 영웅적 행위가 아니오. 치욕이오. 저들은 내일 우리를, 피를 다 쏟고 생각을 빼앗기고 인간으로서 견딜 수 없는 피로에 짓눌려 지쳐 빠진 이 피조물들을 어떤 종류의 국민으로 만들 것인가?” 제1차 세계대전의 베르됭 전투에 참전했던 프랑스 중사 마르크 보아송이 전쟁터에서 아내에게 보낸 편지다. 1916년 2월부터 12월까지 10개월 동안 독일군과 프랑스군 사이에 벌어진 이 전투에서 ‘총알받이’ ...
“웹소설 독자들은 스토리를 읽지 않아요. 무조건 캐릭터를 읽습니다. 1화에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와 닿지 않으면 넘겨버리죠.” 황현수 노블코믹스 대표(사진)의 말이다. 노블코믹스는 카카오의 콘텐츠 분야 자회사 카카오페이지의 사내독립기업(CIC)이다. 그는 노블코믹스에서 웹소설을 웹툰과 드라마 영상, 애니메이션 등 여러 분야의 콘텐츠로 가공하는 업무를 총괄한다.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웹툰 &...
내년 1월 1일부터 종이신문 구독료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1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1년 1월 1일부터 종이신문 구독료의 30%가 연말정산 때 소득에서 공제된다. 신문 구독료 공제 대상자는 연봉 7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다. 연간 총급여 중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사용 비율이 25%를 넘어야 한다. 공제한도는 도서·공연비,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등을 포함해 최대 100만원이다.신용카드로 낼 경우 문화비 소득공제가 자동 적용된다. 지로·계좌이체를 이용하는 독자는 신문사나 지국, 지사 등 신문사업자에 문화비 소득공제 전용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청해야 한다. 결제단말기가 없는 신문사업자는 현금영수증사업자인 금융결제원과 토스페이먼츠 홈페이지에서 문화비 전용 현금영수증을 구독자에게 발급해야 한다.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내년 1월 1일부터 종이신문 구독료도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1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신문 구독료 공제 대상자는 총 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소득자 중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등 사용금이 총급여의 25%를 넘는 사람이다. 공제율은 종이신문 구독료의 30%다. 공제한도는 도서·공연비, 박물관·미술관 입장료 등을 포함해서 최대 100만원이다. 현재 신용카드의 소득 공제한도는 300만원, 공제율은 15%지만 도서·공연·박물관·미술관·신문 사용분은 추가로 100만원의 공제한도가 인정되고, 공제율 30%가 적용된다. 신용카드로 낼 경우 문화비 소득공제가 자동 적용된다. 지로·계좌이체를 이용하는 독자는 신문사나 지국, 지사 등 신문사업자에 문화비 소득공제 전용 현금영수증 발급을 요청해야 한다. 결제단말기가 없는 신문사업자는 현금영수증사업자인 금융결제원과 토스페이먼츠의 누리집에서 문화비 전용 현금영수증을 구독자에게 발급해야 한다.이번 조치는 2019년 12월에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 제126조의2(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의 개정에 따른 것이다. 문체부는 지난 10월 28일부터 ‘신문구독료 소득공제 제공 사업자’를 접수하고 있다. 종이신문을 판매하는 사업자는 한국문화정보원의 ‘문화포털’을 통해 신청하면 된다.문체부 관계자는 “이번 신문 구독료 소득공제 제도 시행을 계기로 종이신문 구독이 활성화되고 신문 구독자들의 혜택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유럽의 근대는 종교개혁을 매개로 유럽 중세로부터 ‘신’을 계승했지만, 일본 근대는 전근대로부터 ‘신’을 계승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이 유럽적 근대국가를 만들려면 유럽적 근대국가가 계승한 전제를 다른 것에서 구해와야만 합니다. 그것이 바로 신격화된 천황이었습니다. 천황제는 유럽의 기독교에 대한 ‘기능적 등가물’로 간주되었습니다.” 일본 원로 정치학자이자 역사학...
“임신하지 않고 아기를 가질 수 있다면, 동물을 죽이지 않고 고기를 먹을 수 있다면, 이상적인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완벽하게 죽을 수 있다면 인간의 본성은 어떻게 변할까?” 영국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기자인 제니 클리먼은 《AI 시대, 본능의 미래》에서 지금까지 생각한 적 없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 죽은 동물의 살을 먹고, 다른 인간과 성관계를 맺고, 죽음을 맞이하는 ...
“마음이 복잡할 때는 세상모르고 살게 해주는 노래가 필요합니다. 노래를 들으며 쉬어보세요. 지치지 않을 수 있고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에 근거한 언행으로 내 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포크 밴드 ‘동물원’ 출신 싱어송라이터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창기 씨는 신간 《노래가 필요한 날》에서 이같이 권한다. 1987년 데뷔 이후 33년간 노래를 부르고 있다. 동물원에서 ...
나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수학 교과서나 문제집을 들고 와서 “엄마, 이거 모르겠어”라고 물어볼 때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이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엄마한텐 수학은 물어보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때 어딘가로 순간이동할 마법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 인수분해, 방정식, 함수 그래프 등…. 분명 언젠가...
“아이들이 책 읽는 모습을 남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하면 절대 안 됩니다. 아이와 책을 읽을 땐 오직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소통해야 합니다.”《결과가 증명하는 20년 책육아의 기적》(한국경제신문)의 저자 서안정 작가(사진)가 말하는 ‘책읽기와 부모의 역할’은 많은 부모의 통념을 뒤흔든다. “부모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면 아이의 자존감은 무너진다”며 “책의 1차적 역할은 부모와 아이가 소통하도록 이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서씨는 사교육 없이 ‘책읽기’만으로 세 딸을 모두 대학에 보냈다. 딸들은 특별한 준비 없이 영재원의 테스트를 통과했다. 국제고, 과학고 등에서 공부한 뒤 각자 자신만의 꿈을 찾으며 대학에 다니고 있다. “아이의 성장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최고의 도구는 책”이라는 게 그의 좌우명이다.서씨가 “나이별 권장도서에 아이를 끼워맞추려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자녀마다 독서 능력이 다른데 일률적인 기준으로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권장도서는 일종의 나침반입니다. 권장도서를 잘 못 읽는다면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맞춰주면 되고, 높다면 아이에게 맞는 책을 따로 고르면 됩니다.”무작정 많이 읽게 하는 것 역시 좋은 독서교육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씨는 “유아의 경우 어느 정도 넉넉하게 읽어야 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초등학생 이상의 아이들은 다르다”며 “초등학생들은 이미 자기만의 사고방식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책 한 권을 여러 번 읽으며 깊이있는 질문을 하는 방법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심청전
“내 휴대폰 전화번호가 몇 번이었지?” 휴대폰을 어디에 뒀는지 잊어버려서 옆에 있던 친구의 전화를 잠깐 빌려 내 휴대폰의 번호를 누르려 했다. 수신음이 들리는 곳에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내 번호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뇌세포가 몇 살이냐?” 내게 전화기를 빌려준 친구는 박장대소하며 자신의 연락처 목록에서 내 폰 번호를 찾아 입력했다. 수신음은 내 핸드백에서 울려퍼졌다. 그 자리에서 도망치...
“천하의 재화를 유통시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의 마음과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기에, 천하에 계절이 돌고 돌아 만물이 생육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해도 좋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부(富)를 산(山)과 같이 이뤘다 하여도 그 행위를 탐욕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 18세기 일본 에도시대의 사상가 이시다 바이간(초상화)의 《도비문답(都鄙問答)》에 나오는 대목이다. 사농공상 체계에서 가장 아래로 여겨지던 상인이 세상에서 얼마나 크고 ...
아무튼, 문구 김규림 지음스스로 문구인(文具人)이라고 부르는 저자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문구를 그림으로 그려 글과 함께 실었다. 잊을 수 없는 자신의 소중하고 따뜻한 기억들은 모두 문구와 얽혀 있으며 그 추억들이 차곡차곡 쌓여 문방구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문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이라며 볼펜과 형광펜, 만년필, 종이 등 여러 가지 문구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위고, 156쪽, 9000원)나의 문구 여행기 문경연 지음문구 브랜드 ‘아날로그키퍼’를 운영하는 저자가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불쑥 떠난 ‘문구 여행’의 기록을 담았다. 유럽,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7개 도시의 27개 문방구를 소개한다. 저자는 문구를 이렇게 표현한다. “제 몸보다 큰 무엇인가를 붙이기 위해 힘을 모으는 스티커, 몸을 깎아 나의 실수를 지워줄 지우개, 나와 다른 이의 약속이 되어줄 영수증 책과 모두에게 공평한 자….” (뜨인돌출판사, 272쪽, 1만8800원)문구의 모험 제임스 워드 지음영국의 오프라인 문구류 품평회 ‘런던 문구 클럽’의 창설자인 저자가 “문구의 역사는 곧 인간 문명의 역사”라고 단언하며 연필과 볼펜, 공책, 스테이플러 등 다양한 문구의 역사를 소개한다. 헤밍웨이와 피카소가 사랑했던 몰스킨 노트, 작가 생활 내내 완벽한 연필을 찾아다닌 존 스타인벡 등 명사들의 이야기도 나온다. “이메일보다 인간적인, 그리고 친밀한 것의 상징”으로서 문구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어크로스, 376쪽, 1만6000원)문구의 자초지종 요시오카 마리·도요오카 아키히코 지음여행지에서 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부와 여당이 부동산에 대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자기 파악이 전혀 안 됐어요.” 미학자이자 정치평론가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57·사진)는 특유의 칼칼한 목소리로 정부 정책에 날을 세웠다. 지난 20일 서울 연남동 독립서점 아침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다. 그는 SNS와 방송 출연 등을 통해 이른바 ‘진보 진영’을 향한...
“역대 어느 대통령도 문재인 대통령처럼 신격화, 우상화되지 않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는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땐 ‘2MB(2메가바이트)’, 박근혜 전 대통령 땐 ‘닭그네’란 부정적 별칭이 공공연하게 있었지만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잖아요. 지금 문 대통령에게 그랬다가는 청와대와 지지자들이 가만히 두지 않죠.” 미학자이자 정치평론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57·사진)는 지난 20일 서울 연남동의 독립서점 아침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현 정부와 이른바 ‘진보 진영’에 줄기차게 쓴소리를 하고 있다. 최근 신간《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에서 문재인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진보가 아닌 전체주의’라고 비판했다. “무슨 일이 생기든 무조건 ‘나와 의견이 다르면 모두 적’이란 프레임을 씌워버린다”며 “자신들과 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입을 막는데 이것이 전체주의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진 전 교수와 한 1문 1답이다. ▷좌우 진영 논리가 아주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그런데 그건 아주 한국적인 현상입니다. 요즘같은 때 좌우가 딱 갈린다는 건 있을 수 없어요. 진보든 보수든 서로 의제가 중첩되는 부분들이 많잖아요. 그건 시대의 과제로서, 삶의 질
“우리는 인종주의 체제와 우리를 연관짓는 모든 시도를 마음을 어지럽히는 부당한 도덕적 모욕으로 여긴다. 이 사회에서 백인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암시하기만 해도 대개 일군의 방어적 반응을 보인다. 분노, 두려움, 죄책감 같은 감정과 논쟁하기, 침묵하기,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에서 벗어나기 같은 행동이 포함된다. 우리 백인은 이런 반응으로 도전을 물리쳐 균형을 회복하고, 인종적 편안함을 되찾고, 인종 위계에서의 우위를 유지한다. 나...
“제 취미는 음악 감상입니다.” ‘무엇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지겹도록 많이 하는 말이다. 독서, 영화보기와 함께 ‘취미 생활 3종 세트’라 할 정도다. 그런데 정작 클래식 음악은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왠지 공연장은 정장차림으로 ‘각 잡고’ 가야만 할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뭔가 아는 척을 해야 할 것 같다. 작곡가나 연주가...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이미아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