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클레스는 정치가에게 필요한 자질을 자기 방식으로 정리했다. 부적절한 방법으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연설하면서 아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견해를 반박하며 설득했다. 이런 것들은 새로 등장하는 연약한 민주 정치체제 지도자에게도 필요한 자질이다.” 민주주의를 창조하고, 정치체제로 채택한 첫 공동체 아테네를 이끈 페리클레스에 대한 고대 그리스 역사가인 투기디데스의 평가다. 페리클레스...
“아버지께서 쓴 육필 원고를 본 분들은 다 놀랍니다. 서체가 흐트러진 곳이 없어요. 조지훈 시인 하면 떠오르는 6척 장신의 호탕한 애주가란 이미지와 거리가 멀죠?”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조지훈 시인(본명 조동탁, 1920~1968년)의 막내인 조태열 전 주유엔대사(65·사진)는 지난 16일 고려대 박물관에서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선친의 육필 원고를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조 시인은 ‘승...
“우리나라에선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칠 때 토론이 없어요. 사건을 시간순으로 단순 나열하고, 학생들에게 외우기만 하라고 강요합니다. 역사 속 ‘실패한 선택’의 원인을 분석한 경험이 없으니 현재의 급박한 국제질서 재편 앞에서 답을 못 찾고 있습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사진)은 지난 11일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신간 《역사가 당신을 강하게...
지난 5월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이 자사 인기 제품들의 가격을 올렸다. 샤넬 클래식 맥시 사이즈 핸드백은 1000만원을 넘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황에도 샤넬을 향한 소비자들의 사랑은 더욱 타올랐다. 1913년 세워진 샤넬의 파워는 100년이 넘도록 무너지지 않고 있다. 샤넬 창업주이자 세계 패션의 전설적 아이콘으로 꼽히는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평전 《코코 샤넬》이 출간됐다. 저자인 론다 개어릭은 미국 패션 관련 명문대 파슨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장벽보다 더 문명 건설에 공헌한 발명품은 없었다.” 미국 고대사학자 데이비드 프라이 이스턴코네티컷 주립대 교수는 신간 《장벽의 문명사》에서 이같이 단언한다. “벽을 쌓아 올리고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이 문명을 만든 주인공”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 4000여 년 전 세워진 고대 시리아의 장벽에서 출발해 메소포타미아와 그리스, 중국, 로마, 몽골, 아프가니스탄, 미국 미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 관련 책이 서점가를 달구고 있다. 10일 현재 서점가에 나온 바이든을 테마로 한 책은 총 4권이다. 이 중 바이든이 직접 쓴 건 2권이다. 첫 자서전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나의 삶, 신념, 정치》(김영사)와 장남 보 바이든이 뇌종양으로 사망한 뒤 쓴 《조 바이든:약속해 주세요, 아버지》(미래지식)다. 《바이든과 오바마》(스티븐 리빙스턴 지음, 조영학 옮김, 메디치미디어), 《바이든 이펙트》(홍장원 지음...
콘텐츠 플랫폼 회사인 키다리스튜디오가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한다. 키다리스튜디오는 국내 웹툰시장에서 네이버, 카카오에 이은 3위 사업자로서 지위를 단단하게 굳힐 전망이다. 9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키다리스튜디오는 레진엔터테인먼트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한희성 전 대표가 보유한 지분 38.8%를 포함한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기로 하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매각 대상은 한 전 대표 ...
“최명길은 국가 존망이 걸린 위난(危難) 앞에서 척화라는 의리와 명분보다 화친이라는 실리를 택함으로써 스스로 굴욕을 받아들였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흠될 만한 짓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어느 누가 자손만대의 치욕이 될 항복 문서를 쓰려 하겠는가. 그러나 그는 정치가로서 적의 남하를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했다.” 공원국 역사학자와 출판기획사 컬처맵의 박찬철 대표가 함께 쓴 《굴욕을 대하는 태도》에 나오는 대목이다....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 등 K팝이 세계에 알려지기 전, 지구촌에 먼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게 김치와 불고기 같은 K푸드다. 이젠 어느 나라에 가도 한국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음식인문학자’로 잘 알려진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민속학 교수는 신간 《백년식사》에서 1876년부터 2020년까지 144년간 이어진 한식의 근현대사를 정리했다. 이를 통해 한식이 어떻게 다양한 세계문화를 만나 뒤섞이며 ...
혼자서 영화보는 걸 좋아한다. 온전히 영화에만 집중하고 싶을 때 홀로 영화관에 자주 갔다. 회사 업무와 집안일에 지칠 때마다 영화는 큰 위로를 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바깥 공기를 제대로 못 쐰 지 어느덧 열 달이 지났다. 넷플릭스나 왓챠 같은 동영상온라인서비스(OTT)에서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내려받은 영화, 드라마가 수십 편이다. 그래도 오프라인 영화관 특유의 분위기를 대신하진 못한다. 관객의 마음이 이런데 영화...
“당신은 순 구라쟁이다.” 《인간의 흑역사》로 유명한 작가 톰 필립스가 낸 새 책 《진실의 흑역사》의 첫 문장이다. 저자는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의 편집장을 지냈고, 현재는 비영리 팩트체킹 기관인 풀팩트(Full Fact)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당신은 거짓말과 개소리를 일삼고, 세상에 대해 크고 작은 수백 가지 착각을 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며 유머 넘치는 독설을 날린다. 그 뒤에 이렇게 덧붙인다....
출판사가 정한 가격대로 책을 파는 도서정가제가 할인율 변동 없이 현행대로 유지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일 도서정가제 3년 주기 재검토 시한(11월 20일)을 앞두고 도서정가제 개정 방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도서정가제는 출판사가 간행물에 정가를 표시하고, 서점을 비롯한 판매자는 표시된 정가대로 파는 제도다. 창작자 보호를 위해 2003년 2월 처음 시행됐다. 2014년 할인율을 15% 이내로 조정하고 적용 범위를 확대한 후 3년마다 연장 여부...
“한국의 근대 형성 과정은 상당히 독특합니다. 개항도 동아시아에서 가장 늦었고, 일제강점기 기간도 36년이나 됩니다. 그런데도 백성에서 국민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분명 존재해요. 사회학자로서 그 흐름을 찾아보고 싶었어요.”《국민의 탄생》(민음사)의 저자 송호근 포스텍 석좌교수(64·사진)은 지난 26일 서울 삼성동 포스코타워에서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은 《인민의 탄생》《시민의 탄생》에 이어 ‘탄생 3부작’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인민의 탄생’은 조선시대부터 동학운동이 일어난 1894년, ‘시민의 탄생’은 1894년부터 1910년 경술국치, ‘국민의 탄생’은 1905년 을사늑약 체결부터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까지 다뤘다. 송 교수는 “1919년은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정신적 국민’이 출현한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그 해 1월 고종이 서거했고, 3·1 운동이 일어났고, 4월에 중국 상하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됐다”고 말했다. “3·1 운동은 고종의 서거 후 ‘고아가 된 백성’이 ‘주체 의식을 가진 정신적 국민’이 된 대사건이었습니다. 군주와 국가가 분리됐죠.”‘탄생 3부작’에선 한국의 근대국가와 근대 국민의 탄생을 논하기 위해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틀로 삼았다. “암울한 식민지 시대에도 공론장은 있었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전체주의 국가에서도 숨을 다 못 쉬었을까요. 그 엄혹한 일제강점기에도 존재론적 자각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걸 종교와 문예, 사회 운동이라는 공론장을 통해
우주의 탄생과 진화, 생명의 신비를 흥미롭게 풀어낸 세계적 베스트셀러 《코스모스》로 잘 알려진 미국 천문과학자 칼 세이건(1934~1996년)의 에세이집 《브로카의 뇌》가 국내에서 첫 완역 출판됐다. 1979년 원서 출간 후 41년 만이다. 이 책은 1974~1979년 저자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피직스 투데이’ 같은 과학 잡지부터 플레이보이, 애틀랜틱 먼슬리 등 대중 잡지까지 여러 매체에 발표한...
‘빛의 화가’라고 불리는 프랑스 화가 클로드 모네가 그린 아내 카미유의 초상화에서 ‘히포크라테스의 얼굴(임종을 앞둔 환자의 모습)’을 본다. 아이의 머릿니를 잡는 어머니의 모습을 담은 그림에서 진화생물학을 꺼낸다. 돈키호테를 그린 작품에서 조현병과 망상 증상을 읽어낸다. 3년 전 《미술관에 간 의학자》를 출간한 이후 ‘그림 읽어주는 의사’란 타이틀을 얻은 내과 전문의 박광혁 대한...
“행복해” “행복하지 않아” “행복해지고 싶어” “행복은 어디에 있지”…. ‘행복’만큼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일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말이지만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그토록 원하지만 온전히 가지긴 어렵다. 신에게 기도해도, 책을 읽어도 답이 없다. 대체 무엇이 행복이고, 언제 행복할까. 행복은 돈으...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권위의 정부 포상인 ‘2020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이 28일 온라인으로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한 이 행사에서 대중문화예술상의 가장 큰 영예인 은관문화훈장은 영화 ‘괴물’ ‘옥자’ 등에서 열연한 배우 변희봉(왼쪽부터)과 드라마 ‘전원일기’를 비롯해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배우 고두심, &lsqu...
“일제강점기 조선어학회는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해 죽음까지 각오한 사람들이 모인 단체였습니다. ‘내 나라의 언어’를 잃지 않으려는 독립운동이었죠. 하지만 교과서엔 ‘조선어학회 사건’이란 단 한 줄로만 나와요. 일반 독자들에게 조선어학회의 활약상을 꼭 알리고 싶었습니다.”《나라말이 사라진 날》(생각정원)의 저자 정재환 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59·사진)는 지난 14일 경기 수원 행궁동의 북카페 봄뫼에서 인터뷰하며 이렇게 말했다. 봄뫼는 그가 자신의 호를 따 지난해 11월 차린 곳이다. 《나라말이 사라진 날》은 1942년 10월 조선어학회 사건의 전모, 한국어 어문규정과 사전 편찬 과정 등이 담긴 책이다. 최현배와 이극로, 이윤재, 정태진 등 조선어학회 주요 인사들의 해방 후 활동에 대해서도 상당 분량 할애됐다.“우린 지금 한글과 우리말을 공기처럼 당연히 여깁니다. 그렇지만 일제강점기 당시엔 그게 전혀 ‘당연한 존재’가 아니었어요. 조선어학회는 당연하지 않다 여겨졌던 우리말과 글 사용을 당연한 일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결국 그 목표를 이뤘어요. 세계 언어 역사에서도 이런 일은 찾아보기 어렵죠.”정 대표는 방송인이자 역사학자이자 언어학자다. 개그맨·방송사회자로 활약하다 30대 중반에 한글과 사랑에 빠졌다. 성균관대 사학과에서 한글운동사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 초빙교수며 경기대, 추계예술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다음은 정 대표와 1문 1답이다. ▷조선어학회를 이처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닙니다, 학술서로는 많
“듬직이 또래 아이들의 꿈은 대부분 대통령, 소방관, 변호사, 선생님, 과학자, 연예인 등이었다. 하지만 듬직이는 달랐다. 일곱 살부터 열 살인 지금까지, 듬직이의 꿈은 늘 하나였다. 걷는 것.”2010년 10월 뇌병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임듬직 어린이(사진)와 그를 돌본 ‘엄마들(사회복지사)’의 삶과 성장일기를 담은《10살 듬직이, 살아온 기적 살아갈 희망》(사회복지법인 동행)이 출간됐다. 아동양육시설 간호사인 오승희 씨와 전남 여수의 장애인 생활시설 동백원 설립자인 김홍용 사회복지법인 동행 대표이사가 함께 썼다. 미혼모였던 듬직이의 엄마는 친권포기각서와 입양동의서에 서명한 후 아이 곁을 떠났다. 하지만 장애가 있는 듬직이를 입양하려는 사람들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듬직이는 2011년 8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여수의 아동양육시설 삼혜원에서 자랐다. 그 후 지금까지 동백원에 있다. 이 책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황과 에피소드가 나온다. 듬직이의 곁을 지키며 묵묵히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헌신과 사랑도 담겨 있다. 듬직이의 사연은 2014년 MBC 휴먼다큐 사랑 ‘꽃보다 듬직이’에 소개됐다. 김홍용 대표는 “사회복지시설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사회복지사들은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장애인을 보듬는지를 주위에 알리고자 한다”고 말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미래는 최후의 암세포를 쫓는 게 아니라 첫 번째 암세포를 알리는 극초기 표지자를 밝혀내 암을 예방하는 길에 있다. 나는 1984년부터 이 이야기를 해왔고, 누군가 이 이야기에 귀 기울일 때까지 계속 말할 것이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과 급성백혈병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알려진 아즈라 라자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교수의 《퍼스트 셀》에 나오는 대목이다. 그는 1984년부터 ‘인간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
가을이 되면 다들 말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큰마음 먹고 서점에 들어섰다.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책장은 높게만 보인다. 도대체 무엇을 읽어야 할까. 지도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공간에서 사람들은 헤맨다. 그렇게 책 읽기를 다시 포기하기 직전, 독자를 다시 책 앞으로 불러낼 신간 3권이 나왔다. 《제가 한번 읽어보겠습니다》는 한승혜 작가가 국내 베스트셀러 28권을 읽고 쓴 서평이다. 도합 1400만 부, 평균 ...
“직장인들이 대부분 상사나 고객 등 ‘사람’을 위해 일합니다. 하지만 진정 업무에 충실하고 훌륭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선 업무 자체를 봐야 합니다.”글로벌 컨설팅기업 맥킨지 컨설턴트 출신이자《퍼펙트 프리젠테이션》《행동의 완결》등 일터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는 실용서를 써 온 김재성 작가(38·사진)가 신간《슈퍼업무력 ARTS》를 펴냈다. ARTS는 Attitude(태도)·Relationship(관계)·Tactics(전략·전술)·Skills(스킬)의 알파벳 첫 글자를 따 왔다. “일은 예술”이란 뜻이다. 지난 17일 서울 역삼동에서 김 작가를 만났다. 그는 “업무는 감성적 영역인 태도와 관계, 이성적 영역인 전략과 스킬이 한데 어우러지는 생명체”라며 “ARTS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얽히느냐에 따라 업무의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한다. 다음은 김 작가와 1문 1답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책을 내셨습니다. 한 가지 일만 하기에도 만만치 않은 세상인데, 회사 업무와 책 출간을 병행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전 더 이상 한 회사와 외길 파기만 지속되는 커리어 관리는 건강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책을 꾸준히 쓰는 이유는 뭔가 사명감 비슷한 것 때문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어느 날 내가 세상에서 사고나 병으로 사라져 버리게 되었을 때, 내 머릿속에만 있던 그 지식이 사장되면 너무 아까울것 같을 때 어떻게 해야 하나’란 생각으로 책을 써 왔습니다. 저에게 책은 일부의 계층과 소수에게만 통용되는 지식과 정보를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매체거든요. 이런 정보에 닿기 어려운 분들께 조
“아무리 좁고 짧은 오솔길이라도 왕래(往來), 즉 ‘가다’와 ‘오다’가 있기 마련입니다. 지구 전체를 아우르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길며, 가장 넓은 대통로인 실크로드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죠.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생겨난 문명 수준의 격차로 인해 실크로드를 통해 이뤄지던 물자의 교류가 이윤 추구의 교역으로 변했어요. 그러다 보니 길의 시작과 끝을 둘러 싼 여러 갈등과 분쟁이 생겼죠. 그런데 정작 실크로드엔 시작과 끝이란 개념이 없어요.”세계적 문명교류학자이자 실크로드 연구 전문가인 정수일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87·사진)은 지난 5일 서울 통인동 사무실에서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펴낸 신간 《우리 안의 실크로드》에서 실크로드의 ‘환지구성(環地球性)’, 즉 지구 위 땅과 바다를 가로지르며 순환 교류하는 실크로드의 개념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한반도가 실크로드의 중간 기착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역설했다. 다음은 정 소장과 1문 1답이다. ▷책 제목의 ‘우리’는 어떤 의미입니까. ▶“지리적으로는 한반도 전체를 가리킵니다. 인종학적으로는 한반도와 해외 교포를 포함한 전체 한민족을 뜻하고요.” ▷실크로드 위에서 한반도는 어떤 역할을 해 왔나요. ▶“실크로드의 중간 통로로서 한반도와 세계가 교류하는 핵심이었습니다. 삼국시대부터 몇 가지 대표적인 역사적 기록이 있습니다. 7세기 고구려 사절이 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에 다녀왔습니다. 8세기 통일신라의 승려 혜초가 인도에 다녀온 기록인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은 당나라 현장법사의 대당
“책을 편집하는 건 인연을 맺는 일입니다. 편집자는 작가의 첫 독자입니다. 책을 세상에 내놓는 순간까지 작가에 온전히 젖어듭니다. 그렇게 책을 세상에 내놓고, 독자라는 새로운 인연을 열죠.”이은혜 글항아리 편집장(44·사진)은 지난달 21일 파주출판도시에서 만나 자신의 첫 책《읽는 직업》(마음산책) 에 대해 이야기하다 이렇게 말했다. “책 1권이 나오기까지 약 3개월 정도 걸린다”며 “그 과정에서 저자와 저자의 세계에 완전히 들어가지 못하면 편집자 역시 그 저자의 책을 제대로 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작가와 책, 독자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인연을 만드는 사람’으로 15년째 살고 있는 베테랑 편집장은 이번엔 편집자로서의 삶과 철학을 내보이는 자신의 책을 들고 세상 밖으로 걸어나왔다. 이 편집장은 인문·사회과학 전문 출판사 글항아리에서 근무하며 굵직한 저서들의 편집을 맡았다.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며 4만 부 넘게 팔린《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의학과 교수),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21세기 자본》, 대만 작가 탕누어의《명예, 부, 권력에 관한 사색》, 중국 소설가 옌렌커의《침묵과 한숨》등이다. 그는 “편집자는 저자와 편집자, 독자라는 계(界) 속에서 살아간다”며 “저자는 쓰고 싶은 욕망을 실현하고 싶어하고, 편집자는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으면서 새로운 원고를 만나고 싶어하고, 독자는 책 주변을 맴돈다”고 말했다. “한 번이라도 책을 읽어 본 독자들은 나중에라도 책을 계속 읽게 될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게 보자면 책을 읽는 사람과 안
국내 최대 규모의 독서모임인 경영자독서모임(MBS)이 오는 19일 51기 디지털·대면 강의를 시작한다. MBS는 1995년 산업정책연구원에서 만들었다. 올해 25주년을 맞았으며,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저자가 직접 강의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누적 회원 7000여명, MBS에서 강의한 저자는 약 1000명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한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한다. 회원들은 온·오프라인 중 선택해 수강할 수 있고,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한 온라인 강의와 오프라인 강의를 병행한다. 회원들은 온·오프라인 강의를 선택해 수강할 수 있고,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할 수도 있다.이번 51기 강의는 19일부터 내년 3월 22일까지 이어진다. 인공지능(AI)가 핵심 주제다. 51기부터는 매 기수 2권씩 연간 4권, 5년 동안 총 20권의 AI 관련 도서를 학습할 계획이라고 MBS 측은 전했다. 첫 강연은 MBS 창립자인 조동성 주임교수(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전 인천대 총장, 서울대 명예교수)가 진행한다.《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의 저자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쓴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트렌드를 넘는 마케팅이 온다》를 낸 박기완 서울대 경영대 교수, 《경영을 넷플릭스하다》를 펴낸 이학연 서울과학기술대 산업공학과 교수 등이 직강에 나선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호모사피엔스는 35만 년 전에서 15만 년 전 사이에 진화를 거치면서 탐험 욕구와 길 찾기 기질이 발달하여 다른 인류와 차별화되었다. 소규모 가족 단위로 살며 먹을 것과 잘 곳을 찾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쏟았던 선사시대에, 자원이 있는 곳과 포식자의 동향에 관하여 다른 집단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면 진화적으로 유리했을 것이다.” ‘뉴사이언티스트’ 수석에디터, 영국왕립학회 수석연구원을 지낸 영국 ...
얼마 전 둘째 아이를 임신한 친구에게 줄 선물을 사러 영유아 의류매장에 갔다. 귀여운 아이를 안은 아름다운 어머니의 사진들로 가득한 그곳에서 점원과 나눈 이야기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일명 ‘도넛 방석’이라 불리는 회음부 방석을 보며 “자연분만할 줄 알았는데 제왕절개했어요.” 수유브라를 보며 “저거 없었으면 가슴이 늘 젖어있었을 거예요.” 경험자끼리 웃음 반 눈물 반으로 털어놓...
“책 읽자는 캠페인 정말 많죠?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 등등 말이죠. 그런데 과연 이런 말이 실제 통할까요? ‘누가 그걸 몰라서 책 안 읽으냐’는 반감만 살 겁니다.”서울 연신내의 작은 골목에서 3년째 인문사회 전문 동네책방 ‘니은서점’을 운영 중인 노명우 대표(사진)는 ‘사람들이 책을 왜 안 읽을까’란 물음에 이 같이 답했다. “책을 너무 ‘착한 존재’로만 떠받드니 독자들이 책에 가까이 가길 꺼린다”며 “바로 옆에 살면서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친구, 이웃같은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니은서점 만 2년을 맞아 신간《이러다 잘될지도 몰라, 니은서점》(클)을 냈다. 사회학자이자 대학교수로 지내다가 책방 주인이 되기로 결심한 사연, 서점을 내기 위해 동네 부동산을 찾아 다니며 터득한 현장 상권, 하루에 손님이 단 1명도 없는 ‘빵(0) 권 데이’, 망하지 않으려고 연마 중인 ‘책 파는 기술’, 대형 서점과 동네 책방의 차별적 공급률(출판사가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정가 대비 비율), 책을 잘 팔기 위해 내놓았던 사은품이 더 인기가 많아지는 ‘이 망할 놈의 굿즈’ 등 서점이라는 자영업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는 지난 9월 14일 인터뷰에서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가 아닌 철저히 니은서점 주인장으로서, 니은서점에서 책을 추천하고 안내하는 ‘마스터 북텐더’로서 대화를 나눴다. 책과 함께, 책방 손님들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노 대표와의 1문 1답이다. ▷니은서점이 3년차를 맞았습니다.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습
“학습, 참 즐겁지 않니?” “아뇨. 대체 왜 즐겁죠?” “혹시 컴퓨터 게임은 즐겁니?” “당연하죠. 얼마나 재미있는데요!”질문은 똑같다. 단어만 바꿨을 뿐이다. 학습이 즐겁냐고 물을 땐 마치 외계인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게임이 즐겁냐고 물으면 얼굴이 환해진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완전히 다른 답변을 만들까. 《학습이란 무엇인가》(W미디어)의 저자 김규민 씨는 “우리 시대의 많은 학습자, 특히 중고등 학생들은 힘들고 귀찮지만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도구이기 때문에 재미없는 공부를 하며 참고 버티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또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즐겁게 만드는 요인을 학습에서도 기대하고 있다”며 “학습의 본질은 자신의 세계가 변화하는 경험, 즉 앎과 삶이 하나가 되어 스스로의 삶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라고 덧붙인다. 저자는 중학생 시절 농구선수를 꿈꾸다 키가 작아서 포기하고 오랫동안 방황했다. 고등학생 1학년 때 TV에서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 현실을 보고 의사로 방향을 틀었다. 그 후 서울대 의대에 전액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자신이 처음부터 공부 잘하던 학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세밀하게 공부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갓난아기들이 눈에 보이는 것을 전부 입에 넣어보며 학습하는 모습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가 본디 타고나는 ‘순수한 학습의 욕구’”라고 강조한다. ‘자신이 아는 세계가 보다 더 넓어지고 깊어진다는 데에서 오는 즐거움’이 곧 학습의 가장 본질적인 동기라고 설명
올해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은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Louise Glück, 77·사진)이다. 역대 16번째 여성 수상자다. 미국 여성 문인의 노벨상 수상은 1993년 흑인 여성 소설가 토니 모리슨 이후 두 번째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 오후 8시(한국시간) “글릭은 개인의 존재론적 보편성을 절제된 미학을 지닌 시적 목소리로 확고히 전달했다”고 노벨문학상 수여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글릭의 작품 중 ‘아베르노(Averno, 2006년)’를 꼽으며 “이 작품은 하데스에 붙잡힌 페르세포네의 신화를 몽환적 분위기로 능수능란하게 해석했다”고 호평했다.1943년 미국 뉴욕의 헝가리계 유대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사라로렌스칼리지와 컬럼비아대에서 공부했지만, 고등학생 때부터 앓아 온 거식증 치료 때문에 대학을 중퇴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치료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시를 익혔다. 글릭은 1968년 시집 ‘맏이(Firstborn)’으로 등단했다. 1993년 ‘야생 아이리스(The Wild Iris)’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2001년 볼링겐상을 받았고, 2003년 미국 계관시인이 됐다. 2014년 미국에서 매년 뛰어난 문학작품을 쓴 작가에게 주는 문학상 ‘내셔널 북 어워드’를 수상했다. 2015년엔 미국에서 최고의 인문학자에게 수여하는 ‘내셔널 휴머니티스 메달(National Humanities Medal)’을 받았다. 국내엔 번역된 작품이 없지만, 미국 문학계에선 오래 전부터 상당히 영향력 있는 시인이다. 시집과 12권과 수필집, 시문학 이론서 등 총 18권의 저서를 냈다. 아베르노를 비롯해 시집 ‘아킬레스의 승리(the Triumph of Achilles)’(1985년),시집 ‘아라랏산(Ararat)&rs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이미아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