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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페일 블루 아이’는 추리물의 통상적인 작법을 거부했다. 역동적이고 빠른 전개로 긴장감을 높여 관객의 시선을 잡아두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적이고 무겁다. 음울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추리물의 품격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섬세한 문학적 서사, 놀랍고도 서글픈 반전을 선사하면서다. 지난달 공개와 동시에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1위에 오른 배경이다.영화의 원작은 미국 출신 작가 루이스 베이어드의 동명 소설이다. 1830년대 미국 육군사관학교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연출은 영화 ‘몬태나’ ‘블랙 매스’ 등을 만든 스콧 쿠퍼 감독이 맡았다. 크리스찬 베일은 형사 출신의 탐정 랜도르 역할로 출연해 육사 생도인 애드거 앨런 포(해리 멜린)와 사건을 파헤치는 연기를 펼친다.영화는 작품 전반에 걸쳐 깊은 어둠이 흐른다. 살인 사건이 일어난 초반부터 그렇다. 화면은 어두컴컴한 숲속과 묘지 근처 등을 주로 비춘다. 육사 생도들은 신사적으로 보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차갑고 음울하게 그려진다. 두 명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로 그늘을 갖고 있다. 랜도르는 딸을 잃어버린 슬픔에 잠겨 있다. 삶의 이유가 사라진 랜도르는 조용하고 차분하게 사건과 마주한다.앨런 포는 그나마 밝고 상당한 추리력을 갖춘 인물로 묘사되지만 육사 내에서 괴짜 취급을 받는다. 앨런 포는 실존 인물 에드거 앨런 포를 모델로 삼았다. 미국의 유명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실제 육사를 다녔다. <도둑맞은 편지> 등을 통해 추리물의 거장이 됐다.작품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흡인력을 강화한다. 육사 생도들의 잔혹한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에서 ‘팝의 여왕’으로 불리는 비욘세가 32번째 트로피를 거머쥐며 65년 그래미 역사상 최다 수상자로 등극했다. 영국 출신 가수이자 배우인 해리 스타일스가 ‘올해의 앨범’ 상을 차지하는 등 이변도 속출했다. 지구촌 대중음악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방탄소년단(BTS)은 올해도 무관의 제왕으로 만족해야 했다. 한국시간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5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서 비욘세는 ‘커프 잇’이란 곡으로 ‘베스트 R&B 송 위너’ ‘베스트 댄스 일렉트로닉 뮤직 앨범’ ‘베스트 트래디셔널 R&B 퍼포먼스’ ‘베스트 댄스 일렉트로닉 레코딩’ 등을 쓸어 담으며 4관왕을 차지했다. 비욘세의 누적 그래미 트로피는 32개로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갈아치웠다. 기존 기록은 트로피 31개를 받은 헝가리 출신 지휘자 게오르크 솔티(1912~1997)가 갖고 있었다. 비욘세는 “너무 감정적인 상태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지 오늘 밤 이 모든 것을 만끽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4대 본상에 속하는 ‘올해의 앨범’에선 이변이 일어났다. 원래 이 상은 비욘세의 앨범 ‘르네상스’가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스타일스의 앨범 ‘해리스 하우스’에게 돌아갔다. 스타일스는 ‘베스트 팝 보컬 앨범’도 받아 2관왕에 올랐다. 다른 4대 본상 가운데 ‘올해의 노래’는 보니 레이트의 ‘저스트 라이크 댓’, ‘올해의 레코드’는 리조의 ‘어바웃 댐 타임’이 받았다. ‘베스트 뉴 아티스트’는 사마라 조이가 수상했다. 그동안 인종·성차별 논란에 시달린 그래미는 올해 확연한 변화를 보여줬다. 그래미는 올해 힙
K컬처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다. 영화 '기생충' '헤어질 결심',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이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K팝 아티스트들도 글로벌 무대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뜨거운 K컬처 열풍에 해외에서도 그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K컬처 트렌드 2023>은 K컬처에 관한 국내 전문가들의 다양한 분석과 전망을 담은 책이다. 정민아·이현경·이용철 영화평론가, 김영대 음악평론가, 고윤화 음악사회학연구자, 정명섭 소설가, 조일동 문화인류학자, 고규대·김성훈 기자 등 9명의 전문가가 참여했다. K컬처가 왜 세계인의 언어가 되었는지, 글로벌 MZ 세대는 K컬처에서 무엇을 보고 있는지 분석하고 예측한다. 책은 흥행 비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코로나 확산 이후 콘텐츠 시장엔 다양한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엔 여름 대작들이 흥행에 잇달아 실패하며, 관객들은 더 많은 기대작과 화제작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의 인기는 높지만, 갈수록 잔인해져 우려를 낳고 있다. 저자들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개선할 방안을 모색한다. 이밖에 2023년 세계 경제가 한국 콘텐츠 산업에 미칠 영향, 메타버스와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인한 영향 등에 대해서도 다각도로 분석한다.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멕시코 출신의 영화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1964~)는 ‘판타지 영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 델 토로 감독의 대표작인 ‘셰이프 오브 워터’ ‘판의 미로’ 등엔 동화적 상상력과 낭만적 미장센이 어우러져 있다. 그런데 아름다운 환상을 펼쳐보이는 것이 아니다. 델 토로 감독은 현실에 두 발을 디딘 채 전쟁의 비극을 함께 담아낸다. 델 토로 감독이 전쟁에 관심을 둔 것은 어린 시절 스페인 내전으로 피란온 아이들과 함께 학교에 다니면서 시작됐다. 그는 이들을 통해 전쟁이 인간의 삶과 존엄성을 얼마나 참혹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목격했다. 성인이 된 뒤엔 특수촬영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29세가 되던 해 데뷔작 ‘크로노스’로 영화감독이 됐다. 2006년 나온 ‘판의 미로’가 큰 인기를 얻으며 유명해졌다. 2017년 선보인 ‘셰이프 오브 워터’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 체제가 극심했던 1960년대, 괴생명체와 청소부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그는 이 영화로 2018년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는 피노키오 이야기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각 장면과 소품을 수작업으로 제작한 뒤 사진을 찍어 이어 붙이는 애니)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무언가가 사회문제로 자리잡았다는 얘기는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피해는 언제나 약한 사람들의 몫이 된다.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다음 소희’(사진)는 사회의 병폐와 부조리가 쏟아내는 약자의 이야기다. 제목에서부터 서늘하고 아프게 사회에 경고장을 던진다. 주인공 소희의 이름을 통해 ‘다음 피해자는 누구인가’를 묻는다. 영화는 ‘도희야’를 만든 정주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배우 배두나 김시은 등이 출연한다. 한국 영화 처음으로 지난해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영화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춤을 좋아하는 밝고 씩씩한 고등학생 소희(김시은 분)가 콜센터에 현장실습을 나가며 시작된다. 2부는 형사 유진(배두나 분)이 소희의 죽음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담았다. 콜센터 이야기를 다룬 영화는 이전에도 있었다. 이번 작품은 한발 더 나아가 마치 콜센터 여직원의 일상을 통째로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미경을 들이댄 것처럼 부조리한 현실을 촘촘하고 정교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폭언은 물론 콜센터의 지나친 성과 중심 구조, 인센티브 미지급 문제 등을 함께 다룬다.영화는 우리의 문제를 콜센터라는 공간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콜센터에서 시작해 사회 전반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2017년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 사망 사건’을 모티브로 한 만큼 콜센터와 특성화고의 연결고리를 강조한다. 당시 전북 전주에서 특성화고의 한 여학생이 취업 연계형 현장실습을 나간 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영화는 그 죽음 뒤에 있었던 콜센터의 부당노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의 시즌 1은 지난달 21일 공개 직후 전 세계에서 호평받았다. 세계 최대 규모 콘텐츠 평점 사이트인 IMDb에선 역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한국 시리즈 중 최고점인 평점 8.5를 기록했다.이 작품은 영화 ‘범죄도시’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 등을 연출한 강윤성 감독(사진)의 첫 시리즈물이다. 30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 감독은 “필리핀 카지노에 몰려드는 불나방 같은 사람들을 담았다”며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욕망과 인간 군상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드라마는 돈도 ‘빽’도 없이 시작해 필리핀 카지노의 전설이 된 남자 차무식(최민식 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차무식은 살인 사건에 휘말리면서 목숨을 건 최후의 베팅을 한다. “내일이 없는 것처럼 매일 전력투구하는 남자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선과 악의 경계선상에 있는 인물이기도 하죠. 최민식 배우가 이 캐릭터를 더욱 창의적이고 독특하게 만들어주셨어요.”작품은 초반에 차무식의 어린 시절 이야기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강 감독은 “단순히 카지노에서 일어나는 사건만 다뤄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차무식이란 인물에 대한 서사를 쌓고 이해를 돕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그렸다”고 설명했다.차무식과 대립각을 세우는 형사 오승훈의 캐릭터를 잡는 데는 배우 손석구의 힘이 컸다. 그는 “차무식에 대항해야 하는 인물이니 센 형사로만 그리려고 했다”며 “하지만 손석구 배우가 오히려 평범한 형사의 성장 과정을 그리자는 의견을 줘서 반영했다”고 했다.
‘프리마 돈나(Prima Donna)’는 이탈리아어로 ‘제1의 여인’이라는 의미다. 주로 오페라에서 여주인공을 맡는 소프라노를 가리킨다. 오페라 역사상 가장 큰 사랑을 받은 프리마 돈나를 꼽자면 단연 ‘전설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1923~1977)다. 톰 볼프 감독의 다큐멘터리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2019)는 칼라스의 노래와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칼라스의 공연 및 인터뷰 영상, 미공개 회고록 등을 토대로 했다. 칼라스의 인생은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아리아 제목에 비유된다. 극 중 오페라 가수인 토스카가 부른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다. 이 노래처럼 칼라스의 삶은 노래와 사랑이 전부였다. 그리스계 미국인 칼라스는 어린 시절부터 뚱뚱한 외모로 종종 놀림의 대상이 됐다. 뛰어난 재능 때문에 괴로움도 겪었다. 어머니는 칼라스의 천부적인 소질을 알아보고 그에게 혹독한 음악 교육을 시켰다. 다행히 칼라스는 음악을 사랑했고, 노래를 부르며 스스로 상처를 치유했다. 성인이 된 후엔 오페라 무대 연기를 위해 30㎏을 감량했다. 19세에 ‘토스카’의 토스카 역으로 데뷔한 뒤 승승장구했다. 평생 출연한 오페라 작품은 ‘나비부인’ ‘노르마’ 등 46편에 달한다. 노래는 칼라스에게 ‘세기의 디바’라는 영예를 안겨줬지만, 사랑은 치명적이었다. 칼라스는 26세에 27년 연상의 사업가와 결혼했지만, 10년 만에 이혼했다. 34세에 만난 ‘그리스 선박왕’ 아리스토텔레스 오나시스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이다. 칼라스는 10년 동안 연인 관계를 이어온 오나시스와 결혼하길 원했다. 하지만 어느 날 오나시스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던 재클린 케네디와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렸
한 편의 영화에는 수많은 사람의 땀과 눈물이 담겨 있다. 지금 이 순간 스크린에 걸린 영화들은 따지고 보면 지난 130여 년간 영화인의 성공과 실패로 얻은 노하우가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이다. 다음달 1일 개봉하는 데이미언 셔젤 감독의 영화 ‘바빌론’은 위대한 130년 영화 역사에 바치는 헌사와 같은 작품이다. 셔젤 감독은 영화 ‘라라랜드’ ‘위플래쉬’ ‘퍼스트 맨’ 등을 만든 인물이다. 그는 화려한 할리우드 영화계를 아름답지만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했다. 이 작품엔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등 250여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바빌론의 배경은 1930년대 할리우드다. 최고의 배우 잭 콘래드(브래드 피트)와 스타가 되고 싶은 넬리 라로이(마고 로비), 영화계 입성을 꿈꾸는 웨이터 매니 토레스(디에고 칼바) 등이 할리우드 영화인이 모인 광란의 파티에 참석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탐욕과 쾌락만이 가득한 이 파티는 당장의 성공에 도취해 곧 불어닥칠 위기를 인지하지 못하는 할리우드 영화계를 의미한다. 앞 부분만 보면 할리우드를 비판하 는 영화로 읽힌다. 파티가 끝나면서 스토리는 예상과 다 르게 흐른다. 파티 다음날 콘래드와 라 로이, 토레스는 모두 한 촬영장에 모인다. 조금이라도 더 멋진 장면을 뽑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은 물론 보통의 영화 애호가에게도 코끝 찡한 감동을 선사한다. 기술 발전과 트렌드 변화가 영화에 미치는 영향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셔젤 감독은 무성 영화시대에서 유성 영화시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나온 혼란을 라로이의 촬영 장면에 녹였다. 목소리를 녹음
재밌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노래가 함께 흐르는 뮤지컬 영화. 이 장르의 대명사가 된 작품이 있다. 미국 출신의 감독 데이미언 셔젤(1985~)의 영화 ‘라라랜드’(2016)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 작품성과 음악성을 골고루 인정받았다. 셔젤은 이 작품으로 미국 최고 권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오스카) 감독상을 2017년 수상했다.셔젤은 음악을 잘 알고 사랑하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영화를 공부했지만, 고등학생 땐 재즈 드러머를 꿈꿨다. 하지만 엄격한 스승이 혹평을 쏟아내는 바람에 자신감을 잃고 그만뒀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 ‘위플래쉬’(2015)다. 위플래쉬 또한 강렬한 스토리와 멋진 재즈 음악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하지만 그는 음악 영화에만 갇혀 있지 않았다. 2018년엔 처음으로 달에 발자국을 남긴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의 이야기를 그린 ‘퍼스트맨’을 선보였다. 이 작품도 전작과 다른 매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다음달 1일엔 그의 신작 ‘바빌론’이 국내에 개봉한다. 꿈과 욕망이 들끓는 할리우드를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에 비유한 작품이다. 브래드 피트, 마고 로비, 디에고 칼바 등 250명에 달하는 배우가 총출동한다.김희경 기자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은 노예 해방을 외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위싱턴의 틀니에 담긴 노예제도의 비극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이가 좋지 않았는데, 당시엔 인공 틀니를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의 치아를 그대로 뽑아 쓰는 것이었다. 결국 워싱턴은 흑인 노예들의 이를 뽑아 자신의 틀니를 만들었다. 그가 거느린 흑인 노예는 300여 명에 달했다.사람들은 특별하고 거대한 역사적 사건만 기억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세계사엔 의외로 사소하고도 친숙한 몸과 연결된 일들이 숨어 있다. <몸으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 속 인물들의 신체를 통해 세계사의 주요 사건을 살펴본다. 미국 출신의 남매 작가 캐스린 페트라스, 로스 페트라스가 함께 썼다.저자들은 종교개혁과 변비의 연관성도 주장한다. 20세기 일부 학자의 연구에 근거, 마르틴 루터(1483~1546)가 심한 변비를 겪은 덕분에 종교개혁이 일어났다고 말한다. 루터가 변기에 앉아 긴 시간을 보내며, 교회의 부조리를 고민하고 개혁안을 생각했다는 것이다.책엔 이처럼 다소 느슨하지만 재밌는 주장이 많아 세계사를 새롭게 보는 즐거움이 쏠쏠하다.김희경 기자
'프리마 돈나(Prima Donna)'라는 용어의 정확한 뜻은 무엇일까요. 이탈리아어로 '제1의 여인'라는 의미로, 주로 오페라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인물을 가리킵니다. 오페라 여주인공은 대부분 여성 성악가 중 가장 높은 음역대를 가진 소프라노가 연기합니다. 고음을 잘 부르면서 연기까지 능숙하게 해야 하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큰 사랑을 받은 프리마 돈나를 꼽자면 단연 이 사람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설의 디바'로 불리는 마리아 칼라스(1923~1977)입니다. '여신'이라는 뜻의 디바라는 단어 자체도 소프라노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린 인물을 이릅니다.마리아 칼라스가 부른 오페라 '토스카'의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워너클래식 유튜브 채널 톰 볼프 감독의 다큐멘터리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2019)는 칼라스의 노래와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칼라스가 선보였던 오페라 공연 영상, 인터뷰 영상, 미공개 회고록 등으로 구성돼 있죠. 칼라스가 뿜어내는 아름답고 청아한 고음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그의 열정적인 태도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칼라스의 인생은 한 노래의 제목으로 비유되곤 합니다.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라는 곡입니다. 칼라스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으로 꼽히는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 나오는 아리아입니다. 이 노래 제목처럼 칼라스의 삶은 노래와 사랑이 전부였죠. 칼라스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리스 출신의 부모님이 이민 온 후 칼라스가 태어난 겁니다. 칼라스는 중산층 가정에 속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남모를 고통을 겪
1842년 영국 런던 트래펄가 광장에 들어선 내셔널 갤러리는 국가 주도로 탄생한 대영제국 최초의 국립 미술관이다. 2400여 점에 달하는 명화를 간직하고 있다. 내셔널 갤러리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산드로 보티첼리, 한스 홀바인, 얀 반 에이크까지 유명 화가들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다.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내셔널 갤러리’(2016)는 유럽 회화의 보고(寶庫)를 한눈에 담아준다. 노련한 도슨트(전시해설가)가 관람객에게 실제로 들려주는 설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노라면 내셔널 갤러리의 압도적인 아우라를 화면으로 접할 수 있다. 작품 복원 과정과 갤러리 운영 방식 등을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매력이다.다큐에선 다양한 명화 가운데 독일 출신 화가인 한스 홀바인(1497~1543)의 작품이 비중 있게 다뤄진다. 대표작 ‘대사들’을 포함해 홀바인의 작품은 평범한 초상화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형과 함께 종교화가인 아버지에게 그림을 배웠는데 어릴 때부터 뛰어난 실력을 보였다. 스물아홉 살에 영국으로 떠난 홀바인은 헨리 8세와 그의 여인들 초상화 등을 그리는 궁정화가가 됐다.홀바인이 서른여섯 살에 그린 초상화 ‘대사들’엔 그만의 독창적인 그림 세계가 담겨 있다. 그림 속 왼쪽 인물은 프랑스 대사 장드 당트빌이고, 오른쪽 인물은 프랑스 주교 조르주드 셀브다. 멋진 옷차림과 선반 위에 깔린 고급 융단만 봐도 이들의 높은 지위와 부유함을 느낄 수 있다. 선반 위 해시계, 천구의(별자리 위치를 지구면 위에 새긴 것) 등은 두 사람의 지식수준이 상당하다는 것을 암시한다.많은 사람이 작품에 강렬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사진)이 국내에서 1000만 관객을 끌어모았다. 24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아바타2는 이날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달 14일 개봉한 지 42일 만이다. 2020년 코로나19 상륙 이후 1000만 관객을 모은 첫 외화가 됐다. 국내 작품을 포함하면 지난해 ‘범죄도시2’에 이어 두 번째다. 개봉 후 23일까지 벌어들인 돈은 1263억원에 달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이날 “(한국 영화팬) 여러분의 성원과 사랑에 감동받았다”고 했다. 해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매출 20억달러(약 2조4700억원)를 넘겼다. 흥행의 일등공신은 압도적인 영상미다. 컴퓨터그래픽(CG)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물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덕분이다. 바다에 풍덩 빠진 듯한 느낌을 원하는 관객들 덕분에 CGV의 아이맥스, 메가박스의 돌비시네마 등 특수관에선 매진 행렬이 이어졌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영화 줄거리나 캐릭터보다 어느 특수관에서 봤는지 등 영화관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이 나왔다”며 “코로나19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극장에서 볼 영화’와 ‘TV로 볼 영화’의 기준이 명확해졌는데, 아바타2가 그 수혜를 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도 “서사 구조는 1편과 비슷하지만, 특수관을 통해 새로운 영화적인 체험을 하려는 관객이 많이 관람했다”고 설명했다. 흥행의 또 다른 비결은 ‘가족 단체 관람’이었다. CGV데이터전략팀에 따르면 아바타2 관객 중 가족으로 추정되는 3인 이상 비중은 30% 이상으로, 10~20%에 불과한 일반 작품보다 훨씬 높았다. 12세 관람가인 데다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내
세계 흥행 1위 기록을 가진 영화의 위엄은 여전히 막강했다. 13년이란 오랜 세월이 흘러 나온 '아바타' 신작 '아바타: 물의 길'(아바타2)이 국내에서 1000만 영화에 등극했다. 아바타2는 24일 오전 7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달 14일 개봉한 지 42일만이다. 2020년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모은 외화다. 국내 개봉작 가운데선 '범죄도시2'에 이은 두 번째 1000만 영화다. 전편(38일 만)에 비해선 나흘 늦은 기록이다. 국내 매출로는 23일 기준 1263억원에 달한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여러분들의 성원과 사랑에 감동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흥행세가 이어지고 있다. 아바타2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포함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손익분기점에 해당하는 20억 달러(약 2조47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흥행 비결은 단연 압도적인 영상미에 있다. 아바타2는 판도라 행성에서 나비족이 된 인간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분)가 사랑하는 네이리티(조이 살다나 분)와 가족을 이루며 시작된다. 이들은 인간의 무자비한 위협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정을 떠난다. 이 과정에서 작품의 배경은 열대우림에서 바다로 옮겨간다. 캐머런 감독은 13년간 쌓아올린 기술력을 바탕으로 바다에 풍덩 빠진 듯한 생생한 체험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영상미를 즐기려는 관객들로 인해 CGV의 아이맥스, 메가박스의 돌비시네마 등 특수관은 매진 행렬을 벌였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영화 줄거리나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보다 어느 특수관에서 봤는지, 어느 자리가 좋은지 영화관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많이 나왔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극장에서 볼 영화'라는 개념과 기준이 명확
최근 넷플릭스,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주요 작품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해의 주요작 내용과 일정을 살펴본 후 설렘을 안고 기다린다. 특히 각 OTT 플랫폼이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국내외에서 열풍을 일으키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시청자들의 마음과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이번 새해애도 OTT 플랫폼들이 주요작들을 미리 공개했다. 많은 인기를 얻은 '더 글로리' 'D.P.' '스위트홈' 등의 시즌 2가 나오는가 하면, '경성크리처' 등 새로운 K콘텐츠 열풍을 일으킬 신작들도 잇달아 방영된다. ◆34편 물량 공세 나서는 넷플릭스 국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OTT 넷플릭스는 올 한해 34편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를 방영한다. 역대 최대 규모다. 넷플릭스는 매년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수를 늘려가고 있다. 2021년 15편을 공개한 데 이어 2022년엔 25편을 선보였다. 올해엔 9편을 더 늘려 물량 공세를 이어간다. 지난 12월 공개돼 큰 사랑을 받은 송혜교 주연의 '더 글로리'의 파트2는 3월 10일 방영된다. 파트2는 학교 폭력의 주동자 연진을 비롯한 가해자들이 동은이 설계한 덫에 본격적으로 빠져들며 파멸하는 모습을 그린다. 정해인·구교환 등이 출연한 'D.P.'도 새로운 시즌으로 찾아온다. 시즌 2에서도 '탈영병 체포조'라는 신선한 소재와 매력적인 캐릭터, 부조리한 체제에 대한 통렬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지진희와 김지현이 새롭게 합류해 극에 무게를 더한다. 송강·이진욱 등이 출연한 '스위트홈'의 시즌 2에선 한층 확장된 스토리가 전개된다. 유오성·오정세 등이 합류해 욕망과 생존의 기로에 선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준다. 신작 라인업도 화려하다. 다음달
1960~1980년대 한국 영화계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은막의 여왕’으로 불린 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 씨가 1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별세했다. 향년 79세.윤씨는 이날 오후 지난 10여 년간 앓던 알츠하이머병으로 숨을 거뒀다. 1944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조선대 영문학과 재학 중 신인 오디션에서 1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967년 영화 ‘청춘극장’으로 데뷔했다. 그해 대종영화제 신인상, 청룡영화제 인기 여우상 등을 휩쓸며 이름을 확실히 알렸다.데뷔 이후 7년 동안에만 3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한 윤씨는 문희, 남정임과 함께 ‘충무로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다. ‘안개’ ‘장군의 수염’ ‘독 짓는 늙은이’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청룡영화제 등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1994년 ‘만무방’ 이후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던 그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로 복귀했다. 이 작품은 배우로서 마지막 영화가 됐다. 이 영화로 그는 2011년 LA비평가협회와 시네마닐라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배우자는 유명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77)다. 백씨와는 1976년 결혼했다. 윤씨에게 백씨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기 이전에 착하고 다정한 남편이고 또 친구였다. 윤씨는 남편을 말수 없고 수줍음 많은 청년으로 기억했다. 프랑스 파리 동포사회에서는 부부가 늘 손을 잡고 다니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자녀는 진희씨(46)가 있다.윤씨와 함께 많은 작품에 출연한 원로배우 신영균은 “불란서(프랑스)에 가기 전 저를 만나면 ‘선생님, 나하고 마지막 작품 꼭 해요’라고 했다. 그렇게 약속했는데, 나보다 먼저 갔다
유럽 미술사가 한눈에 펼쳐집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산드로 보티첼리, 한스 홀바인, 얀 반 에이크까지 유명 화가들의 명작이 연이어 나오죠. 도슨트의 친절한 설명과 함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압도적인 아우라에 감탄하게 됩니다. 영국 내셔널 갤러리의 주요 작품과 이야기를 담은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다큐 '내셔널 갤러리'(2016)입니다. 내셔널 갤러리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작품 복원 과정과 갤러리 운영 방식 등도 엿볼 수 있습니다. 1824년 런던 트라팔가르 광장에 설립된 내셔널 갤러리는 국가 주도로 탄생한 영국 최초의 국립 미술관입니다. 이곳에선 2400여 점에 달하는 명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런던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반드시 가야 할 명소로 꼽히죠. 다큐에선 다양한 명화 중 독일 출신의 화가 한스 홀바인(1497~1543)의 작품들이 비중 있게 다뤄집니다. 홀바인이란 이름이 생소한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그의 대표작 '대사들'을 보면 익숙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평범한 초상화 처럼 보이지만,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내포한 작품으로 유명하죠. 한스 홀바인이란 이름의 인물은 미술사에 두 명이 있습니다. 종교화로 명성을 떨친 아버지 한스 홀바인, 그리고 그의 차남이자 16세기 독일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초상화가로 꼽히는 한스 홀바인입니다. '대사들'을 그린 인물은 아들 한스 홀바인입니다. 그는 형과 함께 아버지로부터 그림을 배웠는데,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형을 능가하는 뛰어난 실력을 보였습니다. 유럽 전역을 여행하며 이탈리아의 다빈치 등 다른 나라 화가들의 미술 세계와 작품들도 꾸준히
설 연휴를 맞아 방송사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들은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시청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선보인다. 가족이 함께 미션을 수행하거나 생활이 바빠 미처 둘러보지 못했던 가족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린 내용이 많다. 유명 가수들의 흥겨운 콘서트도 접할 수 있다. ‘원조 월드스타’ 강수연의 유작 ‘정이’도 공개된다.○가족 여행기부터 콘서트 실황까지TV에서는 가족 예능이 잇달아 방영된다. KBS는 ‘걸어서 환장 속으로’를 22일과 23일 연이어 선보인다. 방송은 스타와 그 가족이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짐을 싸는 때부터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까지 펼쳐지는 예측 불허의 여행기를 담아낸다. 이들 가족은 티격태격하다가도 하나로 뭉치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배우 김승현의 가족, 배우 서정희와 방송인 서동주 모녀 등이 출연한다. 진행은 박나래, 이유리, 규현이 맡았다.MBC는 23일, 24일 ‘미쓰와이프’를 방영한다. 미쓰와이프는 결혼 후 누군가의 아내로 불려 왔지만, 본인 자체로도 빛나는 그녀들이 모여 서로 공감하고 위로받는 프로그램이다. 방송엔 12명의 아내가 출연한다. 김영권의 아내 박세진 등 운동선수 아내들, 주진모의 아내 민혜연 등 배우의 아내들, 장동민의 아내 주유진 등 개그맨의 아내들 등이 출연한다. 남편들은 아내의 매니저 역할을 자처하며 녹화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 훈훈함을 선사한다. 진행은 박나래와 붐이 맡았다.SBS는 23일, 24일 ‘골 때리는 그녀들-골림픽’을 선보인다. 기존 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의 선수와 감독이 팀을 나눠 다채로운 게임으로 경쟁을 펼치는 특집 프로그램이다. MC 이수근, 배성재
‘아바타: 물의 길’에 이어 설 연휴 극장가 흥행을 책임질 작품은 뭘까. 이번 설 연휴에 한국 영화 두 편이 나란히 걸린다. 18일 같은 날 개봉하는 ‘교섭’과 ‘유령’으로,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두 작품 모두 작품성과 상업성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팽팽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교섭’은 ‘리틀 포레스트’를 만든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다. 전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테러를 소재로 삼았다. 배우 황정민·현빈이 나온다. 영화는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23명의 한국인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외교부 실장 재호(황정민 분)와 중동에서 활동하는 국가정보원 요원 대식(현빈 분)은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 탈레반과의 교섭에 나선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먼 중동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임에도 이야기가 가깝게 다가온다. 긴장감과 몰입감도 극대화된다.이국적인 중동의 분위기도 한껏 풍긴다. 교섭은 요르단 현지에서 촬영했다. 내전 중이라 입국 자체가 어려웠던 아프가니스탄의 분위기도 담아냈다. 현지 녹음팀을 어렵게 섭외했다. 감독은 카페에서의 대화 소리, 기도 소리, 시장의 소리 등 다양한 일상의 소리를 아프가니스탄에서 녹음해 영화에 담았다.교섭의 세계도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상대방의 의도를 시시각각 파악하고 대응하는 과정이 스릴 넘친다. 아프가니스탄의 현지 원로회의인 ‘지르가’ 등 중동 문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교섭도 그려져 재미를 더한다. 마지막 교섭 장면은 반전을 거듭하며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재호와 대식의 갈등과 공조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들의 방법과 역할은 다르지
1980년대를 풍미한 록밴드 송골매(사진)가 지난해 9월 40여 년 만에 귀환했다. 송골매의 멤버 배철수와 구창모가 재결합, 전국 투어 콘서트를 시작해 서울 대구 부산 등에서 관객을 만났다. 그리고 이번 설 연휴엔 무대를 넘어 TV를 통해 많은 시청자를 찾는다.송골매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40년 만의 비행’이 KBS 2TV에서 21일 방영된다. 이 공연은 배철수가 뮤지션으로서 오르는 마지막 무대이기도 하다. 배철수는 1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시청자광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KBS 방송(에 나간 공연)이 끝”이라고 말했다. “공연을 하기 전 40년 전의 음악이 사랑받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놀랄 만큼 큰 호응을 해주셨어요. 무대에서 노래하는 동안 늘 행복했습니다.”1979년 결성된 송골매는 록음악 대중화에 기여한 국내 대표 밴드로 꼽힌다. ‘어쩌다 마주친 그대’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모두 다 사랑하리’ ‘빗물’ 등 명곡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1990년 9집을 끝으로 활동을 멈췄다. 다시 무대에 올랐던 구창모는 관객을 만난 감동을 전했다. “가슴 속 설렘이 첫사랑 여자를 만났을 때 감정의 10배는 되는 것 같았어요. 너무 흥분되고 긴장돼서 제가 어떻게 걸어 나가 공연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였죠.”이번에 방영되는 공연은 지난달 고양 킨텍스에서 진행한 녹화 공연이다. 송골매는 이 방송과 록음악의 의미를 ‘다양성’에서 찾았다. 배철수는 “젊은 세대들이 아버지, 어머니 세대는 트로트만 좋아한다고 오해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 세대가 록음악을 가장 많이 들은 세대”라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너’ 하면 많은 이가 이 사람을 떠올린다. 이탈리아 출신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다. 친근하고 소탈한 외모와 인상, 아름다운 음색과 웅장한 목소리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사람들에게 깊이 각인돼 있다. 파바로티의 생애를 다룬 론 하워드 감독의 다큐멘터리 ‘파바로티’(2020)엔 그의 생전 인터뷰와 노래하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는 “100년 후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오페라를 친근하게 느끼게 해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파바로티는 제빵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성가대 활동을 하며 노래를 익혔다. 하지만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지는 않았다. 그러다 학교 보조교사로 일하던 19세 때 성악가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음악학교에 다닌 적이 없는 파바로티는 악보를 제대로 볼 줄 몰랐고, 대본도 잘 외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끊임없이 연습하며 자신을 단련했다. 악보를 잘 읽지 못해도 자신만의 표시로 음악을 익히고 기록했다. 파바로티는 26세에 이탈리아에서 열린 ‘아칼레 페리 국제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엔 오페라 ‘라 보엠’을 시작으로 ‘투란도트’ ‘사랑의 묘약’ 등 수많은 오페라에 출연했다. 파바로티가 꿈꾼 대로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 등 오페라의 테너 아리아들이 그를 통해 더욱 사랑받았다. 그는 ‘하이C의 제왕’으로 불린다. 37세에 출연한 도니체티의 오페라 ‘연대의 딸’에서 테너의 최고 음역대인 3옥타브 도에 해당하는 하이C가 아홉 번이나 나오는 아리아 ‘친구여,
영화나 드라마 제작에서 기발한 착상은 다이아몬드의 원석에 불과하다. 아이디어 자체로는 빛이 나지 않는다. 독창적인 설정과 스토리 전개가 더해질 때 비로소 감동과 재미로 이어진다. 오는 2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정이’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가공과 발전 차원에선 아쉬움을 남긴다. 놀라운 상상력이 돋보이는 영화이기에 플롯과 결말이 더욱 평범하게 다가온다.‘정이’는 K콘텐츠 시대를 주도하는 연상호 감독과 ‘원조 월드스타’ 강수연의 유작으로 관심이 크다. 연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부산행’ ‘지옥’ 등으로 묘사했던 디스토피아 세계를 SF 장르로 펼쳐 보인다. 고(故) 강수연뿐만 아니라 김현주, 류경수도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이 흐른 2130년을 배경으로 한다. 인류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지구를 떠나 우주의 ‘쉘터’라는 공간에 자리 잡지만 오랜 시간 내전을 겪게 된다. 용병 윤정이(김현주 분)는 그중에서도 뛰어난 전투 능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는 아픈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쟁에 참여하다 결국 죽고 만다. 군수 인공지능(AI) 개발회사 크로노이드는 윤정이의 뇌를 복제해 전투용 AI 용병 ‘정이’를 개발한다. 윤정이가 그토록 살리고 싶었던 딸 서현(강수연 분)은 크로노이드 연구팀장이 되고, ‘AI 정이’를 개발·관리한다.처음엔 인간처럼 보였던 ‘AI 정이’가 사실은 로봇이라는 점 등이 영화의 인상적인 부분이다. 관객들이 게임 속에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AI 정이의 미션 수행 과정도 흥미롭다. AI 정이가 인간의 몸과 AI의 형체가 결합된 모습으로 나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의 드라마 ‘파친코’(사진)가 미국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에서 최우수 외국어 드라마상을 차지했다. 지난해 ‘오징어 게임’에 이어 2년 연속 같은 부문에서 한국 드라마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크리틱스초이스협회(CCA)는 15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제28회 크리틱스초이스’ 시상식을 열고 외국어 드라마상 수상작으로 파친코를 선정했다. 파친코는 함께 후보에 오른 박은빈 주연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비롯해 ‘1899’(넷플릭스), ‘가르시아!’(HBO 맥스) 등을 제치고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1996년부터 매년 열리는 크리틱스초이스는 미국과 캐나다의 방송·영화비평가 600여 명으로 구성된 CCA가 주관한다. 이번에 수상의 영광을 안은 파친코는 지난해 3월 공개됐으며 김민하, 윤여정, 이민호 등이 출연했다.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삶과 꿈을 그려내 호평받았다. 이날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수상하지 못했다. 이 상은 인도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RRR: 라이즈 로어 리볼트’가&
팽팽한 긴장감이냐, 통쾌한 액션이냐. 설 연휴를 앞두고 한국 영화 두 편이 오는 18일 나란히 개봉한다. 두 작품 모두 한국 최고 배우들을 주연으로 기용한 데다 제작비도 비슷하게 들었다는 점에서 설 연휴 한국 영화 ‘지존’ 자리를 놓고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교섭’은 ‘리틀 포레스트’를 만든 임순례 감독이 연출했다. 전작과 전혀 다른 장르인 테러를 소재로 삼았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배우 황정민·현빈이 나온다. 제작비는 14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23명의 한국인이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된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외교부 실장 재호(황정민 분)와 중동에서 활동하는 국가정보원 요원 대식(현빈 분)은 사건 해결을 위해 함께 탈레반과의 교섭에 나선다. 한국인의 기억에 또렷이 남아 있는 피랍 사건이어서 금세 몰입하게 된다. 요르단 현지에서 촬영한 덕분에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몇몇 장면은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도 좋은 성적을 낸 ‘모가디슈’(2021)를 연상케 한다. 상대방과 밀고 당기는 교섭의 세계를 흥미롭고 긴장감 있게 그렸다. 압권은 결말 부분에 나오는 마지막 교섭 장면이다. 반전을 거듭하며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투 톱’의 비중과 균형이 어긋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비슷한 장르의 작품과 캐릭터가 워낙 많다 보니 어디선가 본 장면, 들어본 대사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유령’은 ‘경성학교’ ‘독전’ 등을 만든 이해영 감독이 맡았다. 설경구·이하늬·박소담·박해수 등이 출연한다. 유령의 제작비 또한 140억원으
‘남들 눈치 너무 보면서 자신을 희생하지 말라’는 메시지의 <미움받을 용기>가 2014년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1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난 지금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갑자기 딴소리한다. ‘미움받을 용기’를 버리고 ‘미움받는 두려움’을 가지라는 얘기다. 대상은 각 조직의 리더들이다.그는 신작 <철학을 잊은 리더에게>에서 리더들을 위한 조언과 새로운 리더십을 제안하며 이같이 말한다. “미움받을 용기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사람은 약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 직장에선 직급이 낮은 직원들이다. 그 사람들에게 상사의 안색을 살피지 말고 말할 용기를 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왜 미움받을 용기부터 버려야 하는 걸까. 저자는 “직급이 낮은 직원에게 미움을 받더라도 말해야 할 것은 말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리더는 갑질을 일삼을 가능성이 높고, 팀원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카리스마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팀원들과의 협력이다.”저자는 자신만의 생각으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심리학의 거장’으로 꼽히는 오스트리아 출신인 알프레드 아들러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부족한 자신감’을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는다. ‘하찮은 기준’으로 팀원들의 가치를 깎아내리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오히려 팀원들의 판단을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그렇다면 리더는 성인군자가 돼야만 할까. 그는 “성인군자가 되지 않아도 괜찮다”며 “완벽하게 해내지 못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변하려는 상사의 모습을 봤을 때 팀원들도 닮고
파바로티가 부른 오페라 '투란도트' 중 '네순 도르마'./워너클래식 유튜브채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너' 하면 많은 분들이 이 사람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1935~2007)입니다. 친근하고 소탈한 외모와 인상, 아름다운 음색과 웅장한 목소리는 파바로티가 세상을 떠난 지 16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깊이 각인돼 있습니다. 파바로티의 생애를 다룬 론 하워드 감독의 다큐멘터리 '파바로티'(2020)엔 그의 생전 인터뷰, 노래하는 모습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데요. 그는 "100년 후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합니다. "오페라를 친근하게 느끼게 해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의 바람 덕분인지 파바로티가 부른 오페라 아리아와 그의 음성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오페라 '투란도트'의 '네순 도르마(Nessun Dorma·공주는 잠 못 이루고)'는 파바로티의 시그니처 곡으로 유명하죠. 오페라와 성악을 잘 즐기지 않는 분들도 많이 알고 있을 정도입니다. 파바로티는 제빵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성가대 활동을 하며 노래를 익혔습니다. 하지만 정식으로 음악을 배우진 않았습니다. 그러다 학교 보조교사로 일하던 19살 때 "너의 목소리는 나를 크게 감동시킨다"라는 어머니의 응원을 듣고, 성악가로서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처음엔 쉽지 않았습니다. 음악 학교를 다닌 적도 없던 파바로티가 무대에 오를 기회를 갖는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는 심지어 악보도 제대로 볼 줄 몰랐습니다. 대본을 잘 외우지도 못했고 연기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가 국내 콘텐츠업계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투자를 유치했다.카카오엔터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1조154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12일 공시했다. 카카오엔터는 동영상과 음원 사업 중심의 카카오M과 웹툰·웹소설 플랫폼을 운영하는 카카오페이지를 합병해 2021년 출범한 회사다. ‘수리남’ ‘헌트’ 등의 인기 드라마와 영화를 포함해 약 7만 곡의 음원, 1만여 개의 웹툰·웹소설 등의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하고 있다.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초대형 투자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츠업계는 빈 살만 왕세자가 카카오엔터의 IP에 큰 매력을 느껴왔던 것으로 분석한다. 지난해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수리남’은 사우디를 비롯해 중동 여러 나라에서 1위를 차지했다.카카오엔터가 보여준 성장 속도와 다양한 포트폴리오도 투자 유치의 배경이 됐다. 2021년 기준 매출 규모로 따지면 5년 만에 2.4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1~3분기 매출은 1조3751억원으로 전년도 매출(1조2469억원)을 이미 넘어섰다.이번 투자는 사우디의 대대적인 산업 체질 변화와 연결돼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우디는 석유산업에 집중된 산업구조 재편을 위해 문화·관광 등을 육성하는 ‘비전 2030’을 발표했으며, 주요 협력 국가로 한국을 꼽았다.카카오엔터는 막대한 ‘오일 머니’까지 접수하며 사업 확장의 전기를 맞게 됐다고 자평했다. K팝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SM엔터)를 인수할 것이란 예측이 힘이 실리는 이유다.김희경 기자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미국의 권위 있는 영화·TV 시상식인 골든글로브에서 고배를 들었다. 할리우드 첫 트로피 도전엔 실패했지만, 미국 최대 영화상인 아카데미(오스카) 수상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10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힐튼호텔에서 제80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열고 비영어 작품상(옛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아르헨티나, 1985’를 선정했다. 이 영화는 ‘폴리나’(2015), ‘7일간의 정상회담’(2017) 등을 연출한 산티아고 미트레 감독의 신작이다. 1985년 아르헨티나 독재 정권에 맞선 변호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에 밀려 ‘헤어질 결심’과 ‘클로즈’(네덜란드·프랑스·벨기에), ‘서부 전선 이상 없다’(독일), ‘RRR:라이즈 로어 리볼트’(인도) 등은 떨어졌다. 골든글로브는 오스카와 더불어 미국 영화계의 양대 시상식으로 꼽히는 대형 축제다. 3월 12일 개막하는 오스카보다 먼저 열려 ‘오스카 전초전’으로도 불린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지난해엔 ‘오징어 게임’에 출연한 배우 오영수가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올해도 ‘헤어질 결심’이 후보에 오르며 연속 수상 기대가 높았지만 대진표가 좋지 않았다. 독재(아르헨티나·1985)와 반전쟁(서부 전선 이상 없다) 등 사회·역사적 의미를 잘 풀어낸 작품들과 한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로맨스물인 ‘헤어질 결심’은 섬세한 심리묘사로 이들과 경쟁했다. 하지만 오스카 수상 불씨는 여
요즘 나오는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은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입체감을 불어넣는 3차원(3D) 방식을 쓴다. 디즈니 만화영화 ‘겨울왕국’에서 눈보라가 몰아치는 장면이나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는 장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2차원 화면에 실감 나는 영상을 구현해주는 3D 기술은 장점이 하나 더 있다. 제작 기간이 단축되는 것이다. 제작자들이 3D 애니메이션을 선호하는 배경이다.3D 애니메이션의 공고한 아성에 도전장을 내미는 작품이 나온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엄마의 땅: 그리샤와 숲의 주인’이다. 이 작품은 각 장면과 소품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제작한 뒤 사진을 찍어 이어 붙이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stop motion animation)’ 방식을 사용했다. 제작 기간만 2만8440시간, 3년 3개월에 달한다. 한국 시장에선 ‘흥부와 놀부’(1967) ‘콩쥐 팥쥐’(1977) 이후 46년 만에 나오는 장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작품을 연출한 제작사 스튜디오요나의 박재범 감독은 1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간담회를 열고 “지금은 3D 기술이 엄청 발전해 있지만 사람 자체는 아날로그”라며 “스톱모션도 아날로그이기 때문에 사람 자체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 제작에 나섰다”고 말했다.열악한 제작 환경에서 나온 스톱모션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인형 등 정지된 상태의 물체에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1프레임씩 사진을 찍는다. 이후 촬영한 것을 연속적으로 넘겨 물체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어릴 때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종이 만화 그리기’를 떠올리면 된다. 노트의 각 장에 그림을 그리고 조금씩 변화를 준 다음 빠르게 넘기면, 마치 그림이 살아 움직이
부유한 상인의 딸 이네스. 아름답고 우아한 분위기를 가진 그는 스페인 궁정화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의 모델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느 날 이네스는 이교도라는 의혹을 받고 종교재판소에 가게 된다. 이네스는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거짓 자백을 한다.고야는 그를 돕기 위해 로렌조 신부를 소개해 준다. 하지만 로렌조는 이네스에게 빠져 탐욕을 드러내고 만다. 급기야 이네스는 아이까지 갖게 되고, 로렌조는 이를 은폐하려 한다. 모든 것을 알게 된 고야는 분개한다.밀로스 포먼 감독의 영화 ‘고야의 유령’(2008) 내용이다. 영화는 궁정 화가 출신이었지만, 사회의 부조리를 들여다보고 이를 화폭에 담은 고야의 시선을 따라간다. 이네스와 로렌조는 상상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다. 포먼 감독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아마데우스’ 등을 만든 거장이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나탈리 포트만이 이네스를, 하비에르 바르뎀이 로렌조를, 스텔라 스카스가드가 고야를 연기했다.고야는 영화에서처럼 잘나가는 궁정 화가였다. 그런데도 대담하게 왕실의 타락과 교회의 광신주의를 비판한 그림들을 남겼다. 그가 54세에 그린 ‘카를로스 4세의 가족’은 통상적인 왕실 초상화와 달리 미화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작품에서 가슴에 훈장을 달고 있는 가운데 남성이 카를로스 4세다. 고야는 왕의 뚱뚱하고 붉은 얼굴을 그대로 그려 무능함과 게으름을 비췄다. 왼쪽에 있는 왕비도 우둔하게 그렸다. 왕실 사람들은 그의 의도를 눈치채지 못했다. 훗날 프랑스의 비평가 테오필 고티에가 “복권에 당첨된 걸 뽐내는 벼락부자처럼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눈에 띄게 그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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