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프랑스에는 프랑스가 없다? 단 하루의 방문으로 프랑스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경기도 가평의 쁘띠프랑스. 그곳에 가면 이름처럼 작더라도 진짜 프랑스를 만날 수 있는 걸까? 그저 드라마 배경으로 종종 사용되는, 무늬만 프랑스인 것은 아닐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을 품고 가평으로 향한다. “작고 아름답다.” 청평에서 가평으로 향하는 길 어귀의 야트막한 언덕에 위치한 쁘띠프랑스의 첫 인상이다. 작은 마을로 떠나는 프랑스 문화산책 입구...
1년 전 어느 날, 나는 고속버스 안에서 죽어 갔었다. 원인 모를 공황과 신체변화로 시작된 죽음의 시작은 급격한 경련 끝에 온 전신마비와 힘겨워진 호흡으로 이어졌고 나는 살기 위해 몸부림 쳤었다. 나는 스러져갔고 스러지고 말았다. 시신경은 이상을 일으켰고, 나를 암흑 속으로 밀어 넣었다. 코마(Coma)는 나를 잡아 먹었다. '그렇게 가는 거지' 커트 보네거트(Kurt Vonnegut)가 <제5 도살장> 주절대던 그 한마디는 내...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눈을 뗄 수 없던 풍경 덕에 유일하게 끝까지 본 영화가 있었다. ‘봄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김기덕 감독 특유의 잔혹한 감성이 영화를 감싸고 있었지만, 영화의 배경이 된 주산지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신록이 싱그러워진 오월, 주산지가 있는 그 곳, 바로 청송으로 갈 기회가 생겼다. 최근 나를 괴롭힌 일련의 일들에 대한 아픈 마음과 그 와중에 내 마음속에 들어와 버린 '그 ...
영화로 기억되는 나라들이 있다.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의 이탈리아,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1962)]의 프랑스, 바즈 루어만(Baz Luhrmann)판 [로미오와 줄리엣(1996)]의 브라질, 아핏차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 영화들의 태국, 오즈 야스지로(小津安二郎) 영화들의 일본, 왕가위(王家卫) 영화들의 홍콩, 그리고 허우샤오시엔(侯孝賢) 영화들의 배경이된 타이완(臺灣). 이렇듯 나는 영화...
#1 떠날 마음을 먹었을 때는 이미 늦었다. 이성이 떠나자고 속삭인다면, 그것은 본능이 떠나자고 할 때를 놓친 것이다. 이미 늦었지만, 떠나야만 했다. 이 세계에 질려버렸기 때문이다. 극작가이자 연극 이론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연극에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상은 온통 연극이다. 사람들은 페르소나를 쓰고 연극을 하고 있다. 결국 떠나고야 말았다. 거리 두기를 위해서. 비싼 비행기 삯을 치루고 간 곳은 광저우(廣州)였다. 아무도 여행...
내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심의가 시작됐다. 우려했던 대로 여야 의원들은 첫날부터 복지지출을 원안보다 최대 10조원이나 늘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재정 건전성은 금방 무너지고 만다. 정치인들은 하나같이 경제가 문제라고 말하지만 그 논리는 경제원칙을 비틀고 꺾는 것들뿐이다. 특히 성장은 희생양이 돼 버렸다. 성장이 복지와 고용의 원천이건만 실업과 분배악화의 주범처럼 간주되는 정도다. 현재의 문명과 지식의 발전이 성장의 결과라는 역사적 진실은 은폐돼 잊혀져간다. 고용없는 성장이 문제라며 이젠 고용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는 앞뒤가 바뀐 기괴한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는 결국 반시장,반기업 정서와 닿는다. 정부도 이런 장단에 맞추는 데 점점 능숙해져 간다. 임시투자 세액공제 폐지도 대기업 우대제도를 없애라는 정치권의 주문을 수용한 결과에 다름아니다. 그렇지만 대안으로 신설되는 고용창출 세액공제에 대해 중소기업들조차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고용을 늘리면 투자도,성장도 따라올 것이란 정치논리와 이를 추종하는 정부가 얼마나 허구적인지 그대로 드러난다. 하기야 새삼 놀라울 것은 없다. 정부가 공정이니 동반이니 하며 판을 벌이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실용주의의 허무한 종말일 뿐이다. 다음 정부로 넘어가도 사정은 별로 나아질 게 없을 것이다. 여야 대선주자들의 경제해법이란 게 성장을 버리고 복지와 고용으로 가자는 내용 일색인 까닭이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비전조차 다르다고 보기 어렵고 2040세대가 열광하는 안철수 교수도 아마 그럴 것이다. 그렇더라도 어떻게 성장의 뒷받침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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