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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생각과 다른 글을 끝까지 잘 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식자와 석학의 진중한 설명이나 강좌라도 본인 판단과 다른 주장에 차분히 귀 기울이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언필칭 열린 마음, 객관적 수용 자세, 상대에 대한 존중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사람에게는 누구나 편향성이 있다.한국처럼 이성적 토론,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담론 체계, 개방적 대화가 부족한 극단적 대립의 사회에서는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진영 논리에 따른 일방적 주장이 넘쳐나고 협상과 협의, 절충과 타협을 죄악시하고 백안시하는 대립 풍조에서는 더욱 그렇다.같은 맥락에서 한국 사회처럼 갈등 사안, 대립 어젠다가 많은 곳도 보기 어렵다. 매사 진영 논리가 크게 작용하다 보니 대개 기준은 우리 편과 네 편, 나에게 이롭냐 저쪽에 유리하냐에 따른 논쟁 같지도 않은 저급한 말싸움 천지다. 이런 퇴행은 쉽게 변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수준 낮은 논쟁장에서, 철 지난 이념이 난립하는 퇴행적 이념의 전쟁터에서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어떤 나침판을 들고 어느 등대를 보면서 삶의 거친 바다를 항해할 것인가. 이는 비단 학생들과 사회 진출을 도모하는 청년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넘치는 갈등과 대립 현안…가치와 관점 정립에 필요한 '4가지 요체'좋은 토론과 논쟁을 하거나, 빼어난 논술과 논문을 쓰는 데 왕도는 없다. 이상적인 주장의 말과 글로 자기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하고 상대를 설득하는 일은 더없이 중요하지만 노력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의 깊이를 더하며 글이든 말이든 좋은 토론을 하고, 지식을 쌓아가며 논리력을 키우는 것은 성인이 된 뒤에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금 13개 등 총 32개 메달로 세계 8위 성적을 거뒀다. 아마추어 스포츠 정신을 고양하는 올림픽에서 과도한 메달 경쟁과 국가 순위에 집착하는 일각의 과열이 썩 바람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성과는 좋다. 특정 메달리스트가 소속 스포츠 협회와 갈등을 표출하는 등 볼썽 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소수 엘리트 중심 체육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면에는 스포츠를 그 자체로 누리고 즐기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경제적 성취, 돈의 문제로 접근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금·은·동 메달을 따면 적지 않은 포상금이 지급되는 데다 연금까지 나라에서 주고, 남자 선수의 경우 현역 복무 면제 혜택까지 제공한다. 스포츠맨십이 강조되는 올림픽 입상자에게 연금과 포상 장려금, 병역 혜택은 타당한가.[찬성] 나라 위상 높이는 데 인센티브 필요…비인기 종목 육성에도 효과올림픽 경기는 인류의 평화 대제전이다. 선수들은 국가를 대표해 태극기를 달고 경기장에 선다. 특히 메달리스트들은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태극기가 게양되는 모습을 전 세계에 선보인다. 다른 어떤 행사에서도 보여주기 힘든 대한민국 국위를 선양하는 것이다. 메달리스트들이 극적인 경기력과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으로 승리를 거둬 세계 1·2·3위에 오를 때 지켜보는 국민은 자부심을 갖는다. 이런 선수에게 그에 맞는 포상을 해줘야 한다.한마디로 그간 수없이 흘려온 땀과 노력에 대한 대가다. 이런 보상은 스포츠가 아니어도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국제적으로도 많은 나라가 경제적 보상을 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가장 큰 상은 평생 연금이다
한국에서 14년 만에 다목적댐 건설을 시작한다. 근래 극한 홍수와 가뭄이 빈번해진 것에 대응해 강물 저장소를 대거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2018년 문재인 정부의 대규모 댐 건설 중단 선언을 윤석열 정부가 6년 만에 철회하고, 국가 주도의 치수 정책에 본격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주목되는 것은 발표자가 환경부 장관이라는 점이다. 통상 환경부는 댐 건설에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경우가 적지 않은데 건설의 전면에 나섰다. 홍수조절과 용수 공급 등 두 가지 이상의 기능과 목표를 지닌 다목적댐은 경제발전과 시민 생활에 필수지만 환경보호를 내세운 반대도 만만찮다. 환경보호를 내세우는 사회단체 등에서는 여전히 댐 대량 건설에 부정적 입장을 내세운다. 한동안 건설이 중단된 댐 건설과 이에 대해 ‘토건 산업 살리기’라고 비판하는 반대론, 어떻게 볼 것인가. [찬성] 잦은 홍수·가뭄…물관리 못하면 재앙, 14년째 댐 건설 중단…수자원 확보해야물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이고 가장 원초적 자원이다. 인간의 생존이 수량 확보에 달렸다. 인류 문명도 물길을 따라 형성되고 꽃피웠다. 수자원 확보는 최고의 기본 인프라 구축이다. 문명과 문화의 표상인 도시들이 유량이 풍부한 강과 여건이 좋은 해변을 따라 발전한 이유는 다시 설명할 필요도 없다. 동서고금 할 것 없이 필요한 용수의 관리, 치수(治水)는 국가와 행정의 주된 목표이기도 했다. 중동 지역에서는 지금도 수자원 확보를 위해 전쟁까지 불사한다. 강물 이용을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은 아프리카를 비롯해 아시아 유럽에서도 흔한 현상이다.홍수와 가뭄·한발이라는 자연재해는 불규칙하게 되풀이된다. 인간의 기상예보
함께 사는 남성이 건강보험에서 부부 관계처럼 대우받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의료보험 혜택은 법적인 부부든 사실혼 사이든 남녀 간 결합일 때 주어지는데, 동성 동반자에게 이런 권리가 주어진 것은 처음이다. 동성 동반자가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의 적용 대상이라는 법원 판단에 따른 파장이 적지 않다. 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줄인 진일보한 재판이라는 긍정 평가와 함께 민법상 배우자 범위에 대한 확대 해석을 위한 전 단계의 판결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일부 종교계를 포함해 전통적 가족관을 중시하는 사회단체들은 즉각 반대 성명을 내고 법원 판결을 규탄했다. 앞으로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의 분할 상속권 문제, 재산의 배분 갈등 등 민법에 정해진 가족관계가 무너지면 많은 혼란이 파생된다는 우려도 있다.[찬성] 동성 사실혼도 헌법 '차별 금지' 적용…'다양한 가족 제도'로의 이행에 진일보“건강보험 직장 가입자로, 같은 남성 배우자를 피부양자(보험 적용 혜택자)로 등록할 자격을 인정해달라”며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법원이 동성 부부의 사회보장 권리를 인정한 새 대법원 판결은 의미가 적지 않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런 원심(2심) 판결에 대해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 대법관 가운데 9명의 다수의견으로 확정한 것이다. 이는 동성 간 동반자 생활에 대한 해묵은 편견에서 벗어나자는 판결이다.이 재판은 동성 배우자에 대해 건강보험공단이 성별이 같다는 이유로 적용을 취소하면서 비롯됐다. 대법원은 동성 동반자가 경제적으로 생활공동체라는 점에서 사실혼 관계에 있는 동성 부부와 이성 부부는 동일하다고 봤다.
한국의 지폐에는 조선시대 인물뿐이다. 1000원권 이황, 5000원권 이이, 1만원권 세종, 5만원권 신사임당이다. 유학자 아니면 왕, 5만원권에 여성이 한 명 포함됐다. 근대 인물이나 대한민국을 세운 현대 인물은 없다. 최근 일본에서 경기 활성화 등을 이유로 새 지폐 3종을 발행했는데, 화폐 속 등장인물이 화제가 됐다. 1000엔권엔 의학자, 5000엔권엔 여성 교육자, 최고액 1만엔에는 기업인을 넣었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화폐의 인물을 다양화하고, 특히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기업인을 등장시키자는 주장이 나왔다. 여기에는 화폐야말로 경제의 상징이라는 점, 돈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 시각을 떨쳐 경제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자는 함의가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논란 많은 한국 사회에서 평지풍파만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찬성] 화폐는 국가·경제·발전·성장 상징…과거 조선시대 인물 일색은 곤란한 나라의 화폐는 국기와 국가 다음으로 중요한 국가의 상징이다. 독립국가의 경제주권을 보여주는 최상의 신뢰 시스템이기도 하다. 모든 나라가 고유의 지폐와 주화를 만들어 화폐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을 도모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화폐에는 현대 한국의 인물이나 대한민국 건국에 기여한 인물이 없다. 모두 조선시대 사람뿐이다. 전근대 왕조인 조선은 대한민국과 직접 연관 있는 국가가 아니다.모두 조선시대 인물만 등장시킨 화폐로는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 어떠한 경제를 지향하는지 알 수가 없다. 굳이 경제발전이 아니더라도 국가와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상징적으로 담을 필요가 있는데, 지금처럼 유학자나 그 가족 중심의 등장인물은 그런 가치를
일반 가정용 도시가스 도매 요금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는 연료비연동제가 적용돼 홀수 달마다 결정된다. 산업용·발전용은 매달 자동 조정된다. 전기요금은 3개월 치 국제 유가와 LNG 가격 동향을 반영해 분기(3개월)마다 산정된다. 인상폭도 일정 수준으로 제한돼 있다. 가스와 전기는 대표적 ‘공공요금’으로 사실상 정부가 책정한다. 문제는 연료비 변동을 반영하는 원가연동제를 하면서도 제때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아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가 천문학적 빚더미에 올라 있다는 점이다. 공공요금을 올리면 다른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도 올라 고물가를 더 자극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하지만 공기업이 누적 적자로 제 기능을 못하면 결국 국민 부담이다. 정부의 무리한 공공요금 인상 억제, 괜찮은가.[찬성] 인플레 고통, 공기업이 흡수해줘야…고물가 잡겠다고 장담한 정부의 책무경제 전반에 걸친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겹치면서 고물가는 국제적 현상이 됐다.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인플레이션 경제를 앞으로도 한동안 가속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자국 우선주의 등 보호주의 기류는 자유롭고 공정한 교역을 힘들게 해 우리만 노력한다고 고물가를 수월하게 극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 물가 상승 요인을 적극 흡수 해결해야 한다. 공기업에 대한 정부의 장악력이 더 높아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국제 원자재 가격이 오른다고 기다렸다는 듯 즉각 소비자 가격에 반영해버린다면 왜 공기업인가. 정책은 무엇이며, 정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국제 가스값이 오르거나 원유 가격이 뛸 때
탈북자 새터민 탈북민…. 북한을 빠져나온 동포에 대한 지칭들이다. 순 한글과 한자를 섞어 만든 새터민이 한때 많이 쓰였으나 북한 체제를 거부하고 자유를 찾아온 이에 대한 정체성이 배제된 데다 난민 이미지가 있다는 등의 부정적 이유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 국내의 일부 종북 인사는 목숨 걸고 탈출한 이들을 배신자라고 불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탈북 주민을 배신자라고 하는 이들의 소속감이나 정체성은 도대체 무엇일까.법률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이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에 그렇게 돼 있다. 이 법 제2조에는 “‘북한이탈주민’이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을 말한다”고 명시돼 있다.어제(7월 14일)가 마침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다. 1997년 7월 14일 이 법이 시행된 것에서 비롯됐다. 기념일은 지난 1월 제정됐다. 어제 첫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 인권문제 해결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 대한민국을 이뤄가는 중요한 토대”라며 “탈북민 포용은 그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년간 그대로인 정착지원금을 늘리고, 이들이 매달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그만큼을 정부가 지원하는 ‘미래행복통장’ 제도도 약속했다. 정착지원법 제1조에 ‘이 법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의 주민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생활 영역에서 신속히 적응·정착하는 데 필요한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2026년 완공을 목표로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의 태극기 게양대를 만든다는 구상을 밝혔다. 서울 강북 구도심 한가운데를 국가 상징 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 계획에 따르면 단순히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의 사업이 아니라 정부도 참여하는 국가사업이다. 주체로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모델로 삼은 것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의 ‘워싱턴 모뉴먼트’, 프랑스 파리 상젤리제 거리의 ‘에투알 개선문’ 같은 곳이다. 역사와 문화, 국가적 상징, 한 시대의 가치를 모두 갖춘 장소에서 그런 의미를 종합하는 시설을 만들자는 취지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너무 커서 고도 제한이 있는 주변과 어울릴 것인지부터 지나친 애국주의적 발상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다양하다. 국가 1번지 격의 공공장소에 세우려는 대형 국기 게양대, 세워볼 만한가 [찬성] 태극기 존중은 나라 사랑의 시작…10위 경제대국 상징물이자 관광상품태극기는 두말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의 상징이다. 식민통치 때 독립운동부터 현대의 국제 체육행사까지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상징이다. 연간 2000만 명이 방문하는 국가의 상징적 공간에 국기의 숭고함을 극대화하는 조형물을 설치함으로써 분열된 대한민국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지금 한국은 매사 진영 논리가 판치는 과도한 갈등 사회다. 정치적 분열을 넘어 사회는 극단적으로 분열돼 있다. 이런 분열을 극복하고 하나로 단결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일은 구호나 몇 마디 정치적 수사로 이뤄지지 않는다. 가슴 뭉클한 감동의 공간이 그래서 필요하다. 국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자각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일상 속에
한국 사회를 비하하는 말 가운데 ‘헬조선’이 있다. 선거철이 되면 이런 구호를 외치는 정치꾼이 많다.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민주화를 단기간에 함께 이룬 사실은 애써 외면하면서 격차 문제만 부각하는 자조적 주장이다. 헬조선, 양극화 논리 등으로 한국을 깎아내리는 선동은 학계에서도 적지 않다. 일부 언론도 이런 주장에 가세하면서 비슷한 논리를 펴고, 그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기획물을 쏟아낸다. 사회단체 중에서도 객관적 통계나 과학적 분석에 기반하지 않은 채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폄훼하고 비난을 서슴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하지만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 독립국 가운데서 드물게 선진국으로 도약한 성공한 국가다. 소득불평등도 사실은 개선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에 또 나왔다. 한국은 과연 양극화 심화 사회일까.[찬성] 소득·자산 외 심리적 격차도 심각…임금 올리고, 과세·복지 강화해야한국이 외형적으로 잘 성장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개방과 수출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합리적으로 펴 모범적인 교역 국가가 됐다. 수출의 눈부신 성과로 에너지·식량 등 생활필수품과 산업의 기본 소재·부품을 수월하게 수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삶의 수준이 급속도로 올라갔고, 산업도 고도화됐다. 반도체·전자·자동차·화학·철강·조선 등에서 한국 제품은 세계를 누빈다. 그렇게 오랫동안 고성장을 누렸고, GDP도 늘려왔다. 전체적으로 기업이 커졌고 자본도 축적된 것은 사실이다. 외형적 성과로만 보면 굳이 부인하기 어렵다.하지만 그 성과가 어떻게 분배되고 있는지,
서울시가 발동하는 행정권한 중에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권이 있다. 집값이 급등할 때 중앙정부와 교감하에 동 단위의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발동한다. 사실상 토지거래허가제인데 해외에서는 드물다. 시장경제 체제의 근간인 사유재산을 침해하면서 개인 간 계약자유의 원칙을 무시하는 위헌적 규제라는 비판이 잇달아 나왔으나 부동산 안정이라는 명분 아래 계속되고 있다. 비판론 중에는 이 제도가 개인 간 매매를 어렵고 복잡하게 할 뿐 주택시장에서 효과가 없는 ‘철권 행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가격상승을 억제한다는 취지를 못 살린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강남·송파구 4개 동에 대해서는 1년씩 4차례나 연장 지정하면서 주민 반발을 사고 있다. 투기 억제를 내세운 토지거래허가제, 유지해야 하나.[찬성] 급등 서울 집값 시장에만 맡겨선 안 돼, 지역 간 연쇄 파장…근로 의지도 꺾어서울시는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4개 동 14.4㎢ 지역에 대해 2025년 6월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또 지정했다. 2022년 6월 이후 1년 단위로 5번째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구청장 허가를 받게 한 것이다. 구입자 본인이 직접 들어가 사는 경우에만 허가를 해주고,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사는 거래는 금지다. 주택 구매자를 최대한 줄여 집값이 오르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치다.이런 극단 조치가 바람직하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불가피한 조치다. 소위 인기 지역에서 수요가 몰리면서 집값이 뛰기 시작하면 단기간에 억 단위로 오르는 경우를 종종 봐왔다. 해당 지역에서 오르는 집값도 문제지만 다른 지역까지 즉각 오르는
불국사·석굴암과 첨성대, 산 전체가 그대로 박물관인 남산, 산재한 천년 신라의 고분, 바다도 가까운 한국 역사·전통·문화의 1번지. 그러면서도 줄어드는 인구는 이제 24만6000명, 성장도 한계에 봉착한 중소도시. 경주 얘기다.수출 한국의 ‘고도성장 후폭풍’에 휘말린 곳으로 경주 같은 도시도 잘 없다.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던 시절 한국의 관광·여행지는 거의 경주였다. 학생들의 수학여행뿐만 아니라 선남선녀의 신혼여행 1순위였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오르고 개방이 가속화하면서 대표 관광도시의 위상은 조금씩 쇠락해갔다. 수학여행과 졸업여행은 점차 제주로 빠져나갔고 지금은 해외 출국이 일상화됐다. 경주를 찾는 일반 국민도 크게 줄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엔저가 몰아치면서 이웃 나라 일본에 대거 손님을 빼앗겼다. 유네스코에 ‘천년고도’로 나란히 올라 있는 ‘일본의 경주’ 교토로 관광 가는 한국인도 적지 않다. 그동안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민관 공조로 황리단길을 정비하고, 쾌적한 한옥 숙박시설도 늘렸다. 엑스포대공원엔 IT로 옛 신라를 되살려냈고, 보문단지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퇴조하는 흐름을 되살리기엔 역부족이었다.그런 경주에 기회가 찾아왔다. 내년 11월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로 선정된 것이다. 미국 중국 일본을 포함해 태평양을 둘러싼 21개국 정상과 관계 장관들, 경제사절단 등 고급 손님이 대거 몰려온다. 대형 국제행사로 세계적 홍보 효과가 대단할 것이다. 정부 재정 지원으로 곳곳의 관광명소와 거리가 새로 단장하고, 숙박업소·식당도 달라
최근에 나온 책자 한 권에 며칠째 눈길이 머무른다. 처음부터 끝까지 80쪽의 내용과 편집에 정성이 넘친다. 시종일관 각별히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부디 좀 읽어 달라며, 상대에 대한 존중이 넘친다. 제목은 ‘22대 국회에 드리는 입법 제안’.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간했다. 국회에 건의·요청하는 경영계 당면 숙원이 잘 정리돼 있다. 노동·일자리·경제정책·산업안전·사회보험 등 5개 분야 27개 입법 희망 과제다. 5대 분야별 소제목만 봐도 지향점이 무엇인지, 어떤 입법을 원하는지 바로 알게끔 해놨다. ‘미래세대를 위한 노동개혁’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자리·고용정책’ ‘기업의 氣를 살리는 경제정책’ ‘안전 일터를 위한 예방 중심 산업안전시스템 구축’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사회보험 개혁’이다.이렇게 정중한 책도 드물다. 내용과 격식 다 그렇다. 간결하게 핵심을 짚으면서도 최대한의 예의로 입법을 호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 번째 제안인 최저임금 개선안을 보자. 매년 이맘때 연례행사로 비슷비슷한 논쟁이 이어지는 우리 사회의 갈등 현안을 이렇게 정리했다.앞쪽 ‘이런 문제가 있습니다’는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빠르게 인상돼온 한국 최저임금의 연원 정리로 시작한다. 최근 6년(2018~2023)간 49.7%의 누적 인상률이 G7 국가와 개별로 비교해보면 많이 높다는 사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업종별 지불 능력 차이, OECD에서 19개국이 업종·지역·연령별 구분 적용(차등화)하고 있다는 점, 최저임금 결정 방식의 문제점도 요약돼 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세 의원
국민연금 개혁이 장기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개혁 과제로 내세웠으나 국회에서 정부, 다시 국회로 개혁 주체가 옮겨갔다. 많은 국민의 노후 생활이 걸린 이 연금의 기금이 고갈되지 않고 지속 가능하도록 미리 준비해두자는 게 정상화의 골자다. 대체적 의견은 지금까지보다 연금 요율(보험 납부료)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더 내고 더 받기’라며 더 내는 것과 함께 더 받는 것도 개선안에 포함하자는 목소리가 대두하면서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2050년대에는 기금이 고갈한다는 문제에서 개혁 논의를 시작했지만, 더 받기(소득대체율 올리기)도 은근히 당연시되면서 얼마나 더 낼지조차 결정을 못 하게 됐다. 그 바람에 법으로 국가 지급을 명문화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비판도 만만찮은 국가 지급 약속 법제화, 문제점은 무엇인가.[찬성] 2150만 가입자의 노후 달린 기금, 정부가 가입 의무화…'약속' 지켜야국민연금은 이름 그대로 다수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자금이다. 많은 국민이 법으로 가입을 강제화한 이 연금 수령을 바라며 노후를 대비한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대다수 직장인이 강제로 가입해왔다. 정부는 소규모 자영업자에게까지 문을 열어 이 사회적 공적부조 시스템에 가입시켰다. 가입자 개인이 연금보험료의 절반을 내면 기업 등 사용자가 나머지 절반을 내는 것도 법에 정해져 있다. 노후 빈곤율이 세계 1위인 한국에서 국민연금은 더없이 중요하다.실제로 역대 정부는 예외 없이 국민연금 가입을 독려하며 가입 확대 정책을 펴왔다. 국민연금공단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등 정부가 나서 가입하기만 하면 어떤 경우에도 나중에 연금을 받
서민층 상대의 전세사기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가 됐다. 임대자가 세입자를 상대로 작정하고 보증금 사기를 하는 경우도 없지 않지만, 집값이 급등락하는 와중에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 빚어지는 딱한 사정도 적지 않다. 비주거용 건물을 주택으로 편법 개조했거나 인기가 적은 값싼 주택 등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든 전세사기의 희생자는 경제적 취약층이 많다. 결국 전세사기 피해자에 대해 정부가 ‘선(先)구제, 후(後) 회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여론을 수용해 제21대 국회가 폐막 직전에 전세사기특별법까지 제정하려 했으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그럴 경우 다른 모든 사기 피해를 정부가 다 보상해줄 것이냐는 이유에서였다. 그런데도 주거 안정 등의 이유로선 구제 법제화 요구는 계속된다. 타당한 주장인가.[찬성] 정책 실패 책임, 주거 안정 차원…건설사 부실 PF 지원도 하는 판에주택은 인간 생존의 가장 기본이자 필수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동서양을 떠나 의식주를 인간 생존의 절대 조건으로 친다. 국민의 기본 생존권을 위해 국가는 가능한 방법으로 지원하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전세 피해자가 전국적으로 수만 명에 이르고,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최근 몇 년 사이에 8명에 달한다. 이를 오로지 개인의 잘못이라고 하고, 젊은 청년들이 전세 조건을 꼼꼼히 챙기지 않은 채 덜렁덜렁 계약한 탓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결국 전세사기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개인적 문제로만 국한해서 보기는 어렵다. 사회적 문제, 나아가 사회 병리적 증세라고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많은 청년이 전
오물풍선 대량 살포부터 GPS 교란까지 최근 북한의 대남 위협은 한층 교묘해지면서 무모해진다. 탄도미사일과 군사용 정찰위성 발사 같은 전통적 무력 도발은 그대로다. 해킹은 법원에까지 침투했다. 남쪽을 향한 언사도 여전히 거칠다. 내부에서는 ‘통일’이 들어간 김일성·김정일 교시 기념비와 시설까지 페인트로 지우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북쪽 구간 동해선·경의선 철거 역시 주목할 일이다.지난해 말 남북관계에 대한 김정은의 ‘적대적 교전국’ 발언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일련의 흐름을 보면 단단히 작정하고 큰 틀에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대응력을 강화해야 하지만 늘 수세적 입장이다 보니 수단이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결의’ 정도로 북한은 놀라지도 않을 것이다. 명백한 무력 도발에도 허공으로 쏘아대거나 최첨단 전투기 F-35 출격에서도 실탄 없이 ‘공갈탄’을 장착하고는 맞대응이라고 해왔으니 우습게 보인 측면이 있을 것이다. 더구나 야당은 북한 도발은 제대로 규탄하지 않고 정부 대응 조치를 ‘유치·졸렬’이란 말까지 써가며 깎아내리는 판이다. 경제 중심의 대북 국제 제재 또한 중국의 소극적 태도로 제한적이다.이런 상황에서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떴다. 항속거리 1만2000㎞에 폭탄 60t을 싣는 대형 전폭기지만 미끈한 외관으로 인해 ‘죽음의 백조’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 공군의 대표적 ‘핵무력 자산’이다. 스텔스 기능에 최고 속도는 마하 1.25다. 괌에서 한반도 상공으로 오는 데 2시간밖에 안 걸린다. 미국 전폭기 중 제일 빠르고 미사일과 폭탄도 가장 많이
1997년 말 외환위기 때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으로 살아났다. IMF의 지원 조건은 경제 신탁통치에 다름 아니었다. ‘IMF 외환위기’라고 해온 국가부도 상황을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 건전한 재정 덕분이었다. 정부가 구조조정용 공적자금을 적기에 조성하는 등 비상시 재정의 역할을 잘 해냈다. 물론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적극 응했고, 개인들도 돌 반지까지 꺼내며 금모으기 캠페인에 동참하면서 허리띠를 좼기에 재정 투입이 효과를 발휘했을 것이다.경제 안정과 발전에 재정 역할은 중요하다. ‘확장재정이냐 건전재정이냐’는 해묵은 논쟁이 되풀이되는 것도 그래서다. 현 정부 들어 ‘정부는 재정건전성의 확보를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국가재정법 제16조)’는 법규 준수가 강조되고 있지만 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직전 정부 때는 매년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예산 편성으로 ‘초(超)팽창 예산’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연금 개혁부터 민생지원금이라는 25만원 현금 살포를 둘러싼 무수한 논란의 일차 귀착점도 건전재정이다. 적자 재정이라는 무거운 짐을 다음 세대에 넘기지 말자는 것이다.재정은 경제성장률과 나란히 굴러가는 경제의 축이다. 성장률이 갑자기 떨어지거나 잠재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가 될 때 재정난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때 남유럽국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5개국 나라 살림이 파탄나면서 국제 공인 재정위기국이 됐던 게 반면교사다. 재정난과 저성장이 서로 원인이면서 결과로 악순환에 빠졌던 것이다. 현대 국가들이 경제성장률 1%포인트에 일희일비할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차등화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다. 전국 지역별 발전 규모(발전량)를 계산하고 송배전 비용을 따져 요금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전력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은 강원도와 경상남북도 등의 해변 지역인 반면, 전력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은 서울과 수도권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차등 요금제로 가면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발전지역 시·도에서는 가격이 내려가고, 이를 가져다 쓰는 서울 등지에서는 요금이 올라간다. 과다 사용처에 송전 비용을 전가하면서 가격을 인상함으로써 전력 사용량까지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라는 평가와 함께, 원가를 파악하기도 어려운 데다 중장기 전력 수급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에너지 정책인가.[찬성] 송전·'발전소 님비' 보상 재원 필요…전력 소비 억제, 데이터센터 분산 기대선진국에서는 전력산업을 ‘배달(delivery) 산업’이라고 많이 표현한다. 생산 못지않게 송전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는 발전소 건립 여부와 어떤 종류의 발전이냐에 과도하게 사회적 관심이 집중돼온 경향이 있다. 가령 원전이냐 화력발전이냐에 관심이 높다. 어느 지역에, 어떤 발전소를 설치하느냐로 늘 나라가 시끄럽지만 정작 생산한 전기를 어떻게 수요처로 보낼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부족하다. 실제로는 발전소의 전기를 배달하는 일, 즉 송전이 힘도 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 가려진 핵심은 ‘배달 산업’인 것이다.초고압 철탑 건설에 따른 주변 지역 주민의 건강 훼손, 환경파괴 논란이 적지 않다. 이런 데서 갈등
거창한 특별위원회까지 가동해온 21대 국회가 임기 종료 며칠 전에 내놓은 국민연금 개선안을 놓고 허둥댄 것은 공부하지 않는 학생의 벼락치기 학습 그대로였다. ‘모수개혁이냐, 구조개혁 병행이냐’ 논쟁이 뒤늦게 불거진 것도 어이없다. 3대 국정 과제라고 외쳐오더니 이제 와서 “국회의 일”이라는 정부도 반성해야 한다. 속 보이는 네 탓 공방 네댓새 만에 결국 22대 국회 일이 됐다. 이왕 이렇게 된 만큼 조기에 제대로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원점 재검토론’이 나오고 지루한 공방이 반복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새내기 의원들의 무서운 행보 때문만이 아니다. 어떻게 가든 핵심은 ‘더 내기’인데, ‘더 받기’까지 따라붙은 게 치명적 함정이다.그간의 과정만으로도 한국 정책사에서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이번 연금개혁에서 놓치고 있는 중요한 게 있다. 기업 부담이다. 부담률(보험료)이 13%가 되든 15%로 가든 절반은 기업이 부담한다. 최대 이해당사자를 지금처럼 대우해선 안 된다. 기업은 봉이 아니다. 법인도 입장이 있고 의사가 있다. 다만 신중하고 표현 방식이 다를 뿐이다. 국회도 정부도 이점을 착각해선 안 된다.기업 부담 실상을 보자. 국민연금의 절반만 부담하는 게 아니다. 건강·고용보험도 피고용인과 똑같이 나눠 낸다. 산재보험료는 전액 부담한다. 4대 공적보험료로 임금의 10.9%를 부담하고 있다. 수혜 당사자, 근로자의 9.4%보다 많다. 물론 세금은 별도다. 법인세는 기본이고 부가가치세, 법인분 양도소득세도 있다. 취득세도 법인은 개인보다 고율이다. 기업의 다중 세금은 원래 그렇다 쳐도, 공적보험의 기업 부담률은 이 상
2025년 상반기에 주식의 매매·중개 기능을 하는 대체거래소(Alternative Trading System, ATS)가 새로 출범한다. 한국거래소(KRX) 전신인 대한증권거래소가 1956년 처음 문을 연 이후 70년 가까이 계속된 증권거래 독점체제가 깨진다. 대체거래소는 미국에서는 70여 곳, 영국·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활성화돼 있다. 한국에서는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복수 거래소 설립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나 10년 이상 유보돼왔다. 거래의 독점체제가 끝나고 경쟁체제가 된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이용자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증권거래 시간이 현행보다 5시간 30분 더 늘어나 하루 12시간 주식 사고팔기가 가능해져 온 나라가 ‘코인판, 투기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매매시간이 늘어나는 거래소 경쟁체제, 바람직한가.[찬성] 거래소 경쟁, 편리 제고·수수료 인하…6시 퇴근 후에도 다양한 투자 가능대체거래소 허용에 따라 주요 증권사들이 모여 만든 사업체 ‘넥스트레이드’를 통해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높은 800여 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종목을 매매할 수 있다. 사고팔기가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하루 12시간 가능해진다. 정규거래소 개장 전은 물론 직장인의 퇴근 시간 이후에도 국내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상장지수펀드(ETF)·상장지수증권(ETN) 거래도 허용돼 투자자 선택 폭이 넓어진다. 매매 체결 수수료는 독점체제의 한국거래소(0.0027%)보다 20~40% 낮게 책정될 예정이다. 이처럼 거래시간이 연장되고, 거래비용이 줄어들며, 새로운 호가 방식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면 투자자 편익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투
기업은 중복적으로 세금을 낸다. 법인세와 종사자들 급여에 대한 근로소득세는 기본이다. 부가가치세도 내고 법인분 양도소득세도 낸다. 주택 취득세는 개인보다 월등한 중과세다. 세금만 봐도 좋은 기업을 많이 키워야 하는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우량 대기업이 많으면 나라 살림이 탄탄하고 안정적이다. 부존자원이 적은 경우 기업 육성은 최선의 재정 안정책이다.기업의 위상과 중요성은 웬만한 현대 국가에서는 충분히 알려져 있다. 다양하고 품질 좋은 재화와 서비스 제공, 일자리 창출, 안정적 세원 확보 등 ‘3대 기본 역할’에 대한 인식은 이미 국민 상식이다. 법인격 기업의 가장 보편적 형태가 주식회사다. 주식회사의 기원은 17세기 초 대항해시대가 시작되면서 유럽에서 잇달아 세워진 동인도회사다. 주식회사라는 탁월한 법인이 등장하자 서양의 경제력은 동양사회를 오래 압도하게 됐다. 주식회사 제도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진화하며 인력과 기술력, 자본력을 축적해가고 있다.길지 않은 경제성장 역사에 한국 기업도 장족의 발전을 해왔다. 주택 등 의식주는 기본이고 스마트폰을 위시한 대부분의 전자기기, 의약품과 의료서비스, 통신·교통·오락과 언론·정보까지 일상생활 대부분을 기업이 제공한다. 사회 진출 청년들이 압도적으로 원하는 일자리도 기업 쪽이다.그런데도 막상 기업에 대한 호감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올해 국내 기업 호감지수(기업호감도)는 53.7점이다. 기업에 대해 국민이 호의적으로 느끼는 정도를 지수화한 것인데, 100에 가까울수록 호감도가 높고 0에 가까우면 낮다. ‘긍정의 기준선’인 50점을 살짝 넘겼
근로자들이 실직하면 실업급여(구직급여)를 받는다. 월급 기준으로 직원과 회사(사용자)가 법에 정해진 일정 비율의 고용보험료를 낸 결과다. 의무가입의 사회보험이다. 정년퇴직을 포함해 근로자가 실직하면 일한 기간에 따라 4~9개월의 이 실업급여를 받는데, 반복해서 받을 수 있다. 결국 고용보험 운영을 위한 기금이 부족해져 정부 예산으로 메꾸고 있다. 실업급여를 반복적으로 받을 수 있게 하면서 기금도 모자라고, 일부러 재취업을 기피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가 ‘5년간 3번’ 실업급여를 받을 경우 세 번 째에는 받는 돈을 절반만 주는 쪽으로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개선이 안 된다는 여론도 비등하다. 과도한 실업급여 때문에 재취업을 회피한다는 도덕적 해이 지적까지 생기는 반복 실업급여 수급, 이대로 내버려둘 일인가. [찬성] 핵가족·1인 가구 시대 실업 '최악 상황'…사회안전망 강화는 현대 국가 트렌드현대사회 도시 생활 근로자들에게 일자리가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근본적 질문부터 던져야 한다. 씨족 기반의 전통적 농경사회나 공동체 생활이 보편적이던 전근대의 삶과는 너무도 달라졌다. 현대 산업사회는 전문화·분업화를 기반으로 개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가 발달하고 사회가 고도화되고, 도시화가 심화될수록 1인 가구의 비중도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농어업 기반의 공동체가 아닌 이런 사회에서 실업은 곧 생존의 직접적 위협을 의미한다. 의식주를 나누며 함께 살펴줄 이웃은 물론 가족조차 없는 상황에서 실업은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린다.한국의 경제가 발전했다지만 많은 핵가족과 1인 가구에는 저축
‘공정 경쟁과 차별 없는 자유무역’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최대 수혜국은 어디일까. 중국? 미국? 한국은 어떨까? 세계의 공장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고성장을 구가해온 중국이야말로 낮아진 국경의 큰 수혜국이었다. 1990년대 장기 호황을 설명할 길이 없어 ‘신경제’라고도 했던 미국 역시 그렇다. 상품·서비스 교역을 넘어 우수 인재들을 자국으로 끌어들인 데는 WTO 체제의 개방정신이 한몫했다. ‘수출로 사는 나라’ 한국도 큰 틀에선 마찬가지다.‘지구촌 단일경제’를 구축해온 WTO 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산 BBC(배터리 바이오 반도체칩) 등을 겨냥한 엊그제 미국의 관세폭탄은 무역전쟁이 한층 거칠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최근 중국의 야심적 수출품인 전기차는 25%에서 100%로, 반도체·태양광 셀은 25%에서 50%로 관세가 오른다. 무관세였던 의료기기에도 50%가 부과된다. 미국 무역법 301조가 ‘슈퍼 301조’라는 별명 값을 한다.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고관세 정책에 다소 부정적이던 조 바이든 정부가 한 수 더 둔 격이다. 트럼프 때 최대 25%였던 중국 제품 관세를 최대 4배로까지 올리니 ‘관세 폭격’을 퍼붓는 꼴이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즉각 “WTO 규칙 위반”이라는 비난과 함께 “모든 필요한 조치로 정당한 권익을 지키겠다”는 외교부 성명이 나왔다. 반도체 장비 수출제한 등 미국의 대형 무역 규제가 나올 때면 중국이 언급하는 핵심 반박 논리가 ‘WTO 위반’이다. 물론 중국 역시 툭하면 WTO 정신을 위반했다. ‘사드 보복’ 때 롯데 등 자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때리기가 그렇고, 지금도 계속되는
국민권익위원회는 ‘부패 방지 국민권익위법’에 따라 설치된 중앙행정기관이다. 주요 업무는 설치 근거 법에 명시된 대로 공무원의 부패 방지와 공공부문의 청렴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런 기관이 1억 원이라는 큰 지원금을 내세우며 출산 관련 국민 여론조사를 벌였다. 열흘간 1만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였다. 기관의 특성상 생뚱맞다는 평가가 나왔다. 저출산·인구 감소는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가 주요 업무로 다루고 있고, 별도로 대통령 직속의 특별위원회까지 구성돼 있다. “부패 방지 기관이 자기 일이나 잘하지, 왜 이런 일에 나서나”라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오죽하면 권익위까지 나섰겠나”라며 저출산은 국가적 문제라는 옹호론도 있다. 23조 원이 소요되는 권익위의 ‘1억 원 출산 여론조사’는 타당한 행정 행위인가.[찬성] '인구 절벽' 재앙, 범정부 차원의 과제…파격 예산 투입해서라도 풀어야거꾸로 세계 1위인 한국의 초저출산은 최악의 상황이다. 많은 현대 국가에서, 특히 중진국·선진국일수록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지만 한국은 그 정도가 심하다. 합계출산율(15~49세 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0.78명에 불과할 지경이 됐다. 학생 부족으로 학교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서울에서도 폐교하는 학교가 나오고 있다. 경제활동인구가 급감하게 되고 국가 소멸론까지 제기된 지 이미 오래다. 몇 년째 국가적으로 큰 논쟁거리가 된 사회적 과제인 국민연금 개혁도 미래 인구 부족에서 비롯됐다. 나아가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 공적 연금도 같은 문제에 봉착해 있다. 인구 감소로 ‘지방 소멸’ 지적
국가는 다양한 신뢰 체계를 구축한다. 좋든 싫든 우리는 그 시스템 안에서 살아간다. 세제 교육 보건 사법 국방 등 많은 신뢰 시스템이 있다. 그중 최상이 화폐다. 이는 대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평가다. 종이 한 장이 모든 사적·공적 거래에 따른 채권·채무를 담보하고 해소하는 것은 나라가 보증하기 때문이다. 금본위제가 아닌데도 화폐가 통용되는 것은 국가의 신뢰 시스템 덕분이다.국가는 화폐제도를 구축하고 돈의 가치를 유지하지만 그 반대 경우도 있다. 때로는 돈의 가치 하락도 불사한다. 인플레이션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금’이 그렇다. ‘정식 세금’이 잘 걷히지 않거나 세금보다 더 쓰면서 정부가 무리하게 빚을 내면 그렇게 된다. ‘큰 정부와 작은 정부’ ‘팽창예산과 건전·긴축예산’의 논쟁 기저에도 깔리는 근본적 문제점이다.화폐가 신뢰를 잃으면 그 폐해는 길고 무섭게 나타난다. 가령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가 억지 발권력으로 통화량을 5% 늘려 쓴다고 가정해보자. 돈이 5% 증가하면 가치는 5% 하락할까. 그렇지 않다. 그 화폐 가치는 그 이상으로 폭락한다. 경제 성장에 따라 유통 가능한 재화나 서비스가 교환될 때 자연스럽게 생겨 축적되는 게 돈인데, 인위적으로 물을 타니 당연한 결과다. 신뢰 상실은 도미노식으로 이어진다. 한국 주식 30%를 가진 외국인 투자자들이 코스피에 완전히 실망해 보유 주식의 10%(상장 주식 3%)를 일거에 판다고 상정해 봐도 마찬가지다. 이 경우에도 ‘주가 3% 하락’이 아니라 시장 붕괴 정도의 아수라장이 펼쳐질 것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증시도 붕괴하지만 화폐는 더 큰 타격을 받는다.한국은행법 제1
금리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현대인은 별로 없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가계와 기업, 정부까지 모두 민감해지는 데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은 전 세계의 큰 관심사다. 블록화가 심화되고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된다지만 지구촌 경제는 이미 하나로 묶였다.경제가 고도화하고 저성장이 고착되면서 고금리 기준도 달라졌다. 연 5.5%인 미국은 물론 연 3.5%인 한국의 기준금리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고금리라는 평가가 따른다. 금리는 성장률과 물가의 함수지만, 대출자의 부담 능력이 보다 현실적 잣대가 된다. 장기 저성장의 ‘부채 경제’에서 체감도로 보면 이자율이 더 낮은 한국도 고금리인 셈이다. 국내에선 나이나 소득과 상관없이 ‘영끌족’ ‘빚투족’이 적지 않지만 금리는 쉽게 내려갈 조짐이 안 보인다.그간 상대적으로 낮았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까지 연 4%를 넘어서면서 저금리는 더 멀어지고 있다. 케이뱅크가 연 4.04%로 올랐고 카카오뱅크도 소폭 올랐다. 시중 은행 주담대 금리도 슬금슬금 상승세다. 가뜩이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해외 출장 도중에 기자들과 만나 “이달 금융통화위원회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미리 분위기를 잡고 있어 오는 23일 기준금리 향배가 주목된다. 이 총재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 1분기 한국의 깜짝 성장, 유가·환율 변동성’을 지금 금리 결정의 3대 준거 틀이라고 했다. 그간의 언급까지 보태서 보면 금리 변화에 대비하라는 말로 들린다. 다만 미국 Fed는 한은과 달리 법적으로 고용 상황을 금리 결정의 주요 지표로 보기 때문에 미국 금리 전망은 상당
편의점 주인 같은 가맹사업 점주들 단체에도 노동조합의 고유 권한인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법안이 나왔다. 개인 사업자에게 노동자(노동조합)의 고유 권한인 단체교섭권을 부여하자는 것이어서 헌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가맹사업 본사의 갑질을 막으려다 오히려 갈등을 키운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소상공인 등 자영 사업자들의 형편이 어려운 데다, 프랜차이즈 본사 기업과의 관계에서 약자 처지인 개별 가맹점주의 사정을 법이 보호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가맹점주들은 즉각 환영하고 나선 반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등은 협상 요구가 동시다발로 진행되면 본사에서 대처할 수가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까지 받는 이 법은 과연 타당한가.[찬성] 프랜차이즈 본사 '갑질' 대처…시위·소송 등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어편의점, 치킨집, 각종 체인 음식점 등 프랜차이즈 산업은 종류도 다양하고 가맹점 수도 많다. OO치킨, OO보쌈, OO25시 등 여러 종류의 가맹점주들은 개인의 자유의사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프랜차이즈 기업의 본사는 거대한 조직과 힘을 가진 대기업이 적지 않다. 깨알 같은 복잡한 계약서 곳곳에 어떤 불합리한 조항이 포함돼 있는지, 개인 사업자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설령 충분히 알아도 다급한 처지의 사업자는 문제 제기도 못한 채 사업 계약을 시작할 수 있다. 일단 계약에 서명해 사업이 시작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조항에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한다.말이 사업자지 자본력이나 프랜차이즈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고용된 일반 근로자와 별반 차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 임원들이 ‘주 6일 근무제’에 돌입했다. 그간 반도체 개발 등 실적이 부진했던 부문의 일부 임원이 토요일 근무를 해왔으나 담당 분야와 관계없이 전 계열사가 하루 더 일하기에 나선 것이다. 재계 2위인 SK그룹도 최고 경영진과 주요 계열사 CEO들이 참석하는 토요일 사장단 회의를 20년 만에 재가동했다. 국내외 기업 환경이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한편으로 기업은 업무 효율을 높이고 내실을 기해 성과로 말하는 곳인데, ‘보여주기’에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관료조직 등 공공 부문처럼 모양새 내기라는 비판이다.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 오히려 주 4일제로 나아가는 기업도 있다. 비상 경영을 내세운 대기업 임원들의 주말 근무,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삼성전자·하이닉스, 적자로 법인세 0원…장기 저성장에 대기업 솔선수범미국과 중국의 경제·산업 대립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GSC)도 재구축되고 있다. 내수 기반은 부족하고 수출에 기대어 살아가는 한국으로서는 돌파구가 마땅치 않다. 국내 경제 여건도 자연히 나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산업과 실물 경제를 견인하는 대표기업들이 앞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이다. 좀 더 긴장감을 갖고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자는 차원이다.삼성과 SK 등 대기업 임원들이 비상 경영에 돌입한 것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기업마다 핵심 전략 사업의 성과가 부진해졌다. 고금리·고환율·고물가 등 전통적 3고(高)에 고임금·고유가까지 ‘5고’ 현상이 계속되는 데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무력 충돌을 벌이는 등 중
최근 들어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바람 값, 햇빛 값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풍력과 태양 에너지는 공공자원이라는 관점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의 이익을 강제로 공유하자는 것이다.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소는 정부와 지자체의 인허가를 거친 사업인데 ‘공공발전 기금’을 추가로 내놓으라는 것이다. 강원도·전라북도·제주도처럼 특별자치도법을 만든 곳에서 주로 그런다. 중앙정부인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제주도와 전라남도는 도 경계 지역인 추자도의 풍력 사업을 놓고 서로 이익 갈등도 벌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 이익공유제’는 공공개발 차원에서 할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봉이 김선달식 이익 강탈로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반대론이 맞서고 있다. 지자체의 바람 값, 햇볕값 요구는 타당한가. [찬성] 바람·햇빛은 공공재산, 지역개발에 활용…조례·법적 근거 통한 재정난 타개책최근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 개정안을 준비 중인 강원도는 재생에너지 사업에 이익공유제 근거를 포함한 안을 정부(산업부)에 보내 협의를 시작했다. 강원도 관내 육상과 해상의 풍력자원 잠재력을 사업화하고 공공기금화하겠다는 취지다. 산업부는 반대하지만, 강원도 입장을 살펴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도 2024년 말부터 시행하는 전북특별법에 “신재생에너지 자원을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조항을 삽입하는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와 협의 중이다.전북도와 강원도의 이런 움직임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전남 신안군을 뒤따라 하는 것이다.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의 ‘풍력자원의 공공적 관리’라는 조항에서 &ldqu
로스쿨 도입은 김영삼 정부가 시작했지만 실제 발족은 노무현 정부 때였다. 특정 정권의 모험적 구상을 10년 뒤 다른 정파가 제도로 실행했다. 법 전문가, 특히 변호사를 많이 길러 서민도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받게 하자는 취지가 진영논리를 넘어섰다. 로스쿨이 세계화 과제에 담겼을 당시만 해도 ‘사시는 3대까지, 행시 합격하면 당대는 먹고 산다’고 했다. 판사든 검사든 전관예우는 지금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만연했다. 변호사는 구름 위에서 그들만의 세상에 있었다. 논란도 있었지만 어떻든 변호사의 대중화는 어느 정도 이뤄졌다.적어도 문제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인 것은 법조인도 마찬가지다. 굶주린 변호사는 배고픈 사자보다 더 무섭다는 말 그대로다. 변호사 천국인 미국에서는 교통사고라도 나면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게 구급차도, 경찰도 아닌 변호사라는 냉소적인 말이 있지 않나.로스쿨 정착으로 한국도 벌써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들어섰다. 법 전문가는 확 늘었는데 법률서비스의 보편화, 서민에 다가서는 변호사는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법치주의 성숙, 준법의식 고양, 법률자문시장 선진화는 또 얼마나 이뤄졌는지 실감이 안 난다. 확실한 것은 ‘생계형 변호사’가 급증했다는 사실이다. 치솟는 로펌 빌딩, 커지는 송무 시장, 기업자문 시장 같은 외형 성장보다 대폭 늘어난 율사들이 법 문화와 준법의식 고취에 얼마나 제대로 기여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늘어난 법률 전문가들이 국회까지 장악했다. 22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 61명, 역대 최고다. 단일 직업군으로는 단연 1위다. 사법부를 넘어 입법부 권력까지 쥔 것이다. 직능별 안배·균형이 무너졌다. 미국 의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육아와 간병에 어려움을 겪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다락같이 오른 최저임금이 가사도우미 쪽으로도 파장이 미치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KDI 공동 세미나에서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하루 10시간 이상의 전일제 가사·육아 도우미를 쓸 경우 월평균 264만 원이 들어간다. 30대 가구 중위소득 509만 원의 절반을 웃돈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한국은행이 나서 외국인 인력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필리핀 근로자 등을 돌봄 인력으로 도입하는 홍콩·대만·싱가포르보다 한국의 비용이 4~6배에 달하는 현실에 “오죽하면 중앙은행까지 나섰겠나”라는 평가가 나왔다. 외국인 활용을 유인할 수 있는 돌봄 도우미 차등 임금, 불가피해졌나.[찬성] 획일적 최저임금, 홍콩 4배·싱가포르 7배…가사도우미 비용 너무 커 출산 기피한국 가사도우미 인건비가 높다. 시간당 임금이 1만1433원(2022년, 한국은행 집계)에 달한다. 싱가포르 외국인 가사도우미(1721원)의 6.6배, 홍콩(2797원)·대만(2472원)보다도 4배나 높다. 싱가포르 등은 모두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해 쓰면서 적은 부담으로 가사와 육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필리핀 근로자들은 이 임금으로도 이들 3국에서 육아 업무를 잘 해낸다. 이들 나라는 업종별 최저임금을 차등화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노동시장의 다원화다.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국가적 재앙으로 인식된다. 지난 20여 년 간 수백조 원의 천문학적 돈을 투입해도 개선되기는커녕 초저출산율은 불명예스러운 세계 1위가 계속된다. 지방에서는 인구절벽으로 인한 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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