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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전자식 수정시계는 혁신 그 자체였다. 1년에 오차가 불과 몇 초였다. 태엽시계와 비교가 무의미했다. 지금 원자시계는 300만년에 오차가 1초다. 지난 2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세계 세 번째로 개발한 광격자시계는 1억년에 1초 오차다. 1초에 518조1958억3659만865번을 진동한다는 이터븀 원자를 이용한 표준시계다. 0.001초 찰나까지 찍는 마당에 왜 이런 시계를 만들까.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의 위치정보 파악에 필요한 기술이라고 한다. 극마이크로 기술로 무한 우주공간을 측정한다니, 극과 극은 그렇게도 통한다.시계가 기계공업에서 디자인산업, 다시 초정밀산업으로 변한 것처럼 자동차산업도 변신 중이다. 빠른 교통수단에서 한동안 안전 경쟁이 이슈가 되더니 이젠 연비전쟁이다. 리터카 선두다툼은 이미 시작됐다. 1L로 100㎞를 가는 꿈의 차도 머지않았다. 가솔린·디젤형의 터보 엔진도 나오고 10단 변속기까지 개발된다고 한다. 푸조 등이 2L로 100㎞ 가는 콘셉트카까지는 내놓았다. 아직은 차값이 문제다.소음과 진동 때문에 고급 승용차에는 부적격이라던 디젤 엔진도 진화를 거듭한 끝에 다시 각광받는다. BMW·벤츠가 국내에서 약진한 것도 디젤차의 높은 연비 때문이다. 당장 찻값보다 유지비가 관건인 시대다. 최근 유가가 내림세라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비싼 하이브리드 모델이 꾸준히 인기인 것도 월등한 연비 때문이다. 엔진, 소재, 제동장치 등으로 연비 높이기에 자동차업계의 사활이 걸렸다.사실 차메이커들이 제시하는 공인연비는 실감연비와는 거리가 있었다. 기상청 공식기온만큼이나 체감 수치와 차이가 난다. 현대·기아차가 2012년의 연비 논란 끝에 미국에서 1억달
지금은 국민간편식이지만 그 시절 김밥은 별식이요 특식이었다. 사이다 한 병과는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맨밥에 김치 된장찌개가 일상이었던 여린 속은 모처럼의 탄산음료에 금세 코끝까지 짜르르해졌다. 그럴수록 김밥은 더욱 감칠맛이었지만 아무 때나 즐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봄소풍, 가을운동회… 중장년층에게 김밥은 유년기의 행복처럼 남아있다.햄도, 참기름에 비빈 밥도 오래되지 않았다. 소금 간한 밥에 시금치 단무지 달걀 어묵 정도였다. 소고기김밥, 참치김밥, 치즈김밥…, 이렇게 다양하지도 않았지만 별미였다. 우리 입맛에 인플레가 생기기 전이었다. 그때는 음식 투정은커녕, ‘맛있다!’는 말조차 함부로 못 하게 했던 가풍도 많았다. 귀하고 신성한 것이 음식이었다. 끼니를 건너뛰는 이웃도 적잖았다. 그런데 맛이 있다없다는 타령이 다 뭐냐! 늘 인자한 할아버지였지만 그때만큼은 불호령이 떨어졌던 시절, 그래도 김밥은 맛있었다.김밥의 유래는 명확지 않다. 한국고유설에 일본전래설도 있다. 경상도지리지와 동국여지승람에 광양 토산물로 김 기록이 있는 걸 보면 조선시대에도 김은 먹었다. 다만 지금 같은 김밥은 근대 이후에야 자리잡았다는 게 중론이다.산업화·도시화와 함께 한국형 패스트푸드 김밥은 국민의 사철 메뉴로 성장했다. 질적으로도 진화 중이다. 한때 명동 충무김밥에 이어 광장시장 마약김밥이 맛집 리스트에 당당히 끼더니 이젠 고급 김밥집도 흔해졌다. 한 줄에 1500~2000원짜리 레귤러가 많지만 3000~4000원대 프리미엄 김밥집도 급증세다. 체인점 증가도 주목된다. 바르다김선생, 고봉민김밥人 같은 고급 김밥체인은 창립 수년 만에 가맹점이 수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는 그짝이다. 시·도 의원들에게 유급보좌관을 붙인다는 방안이 그렇다. 지자체들은 복지디폴트 선언이요, 교육청들도 금고가 바닥난 와중의 소식이다. 1991년 풀뿌리 민주주의라고 시작한 명예직의 광역의원들은 2006년부터 의정비라며 급여도 받아 왔다. 이제 보좌관까지 갖추면 작은 국회의원이다. 당장은 3~4명당 1명의 보좌관이라지만 곧 1인 1보좌관으로 갈 것이다. 지난해에도 전담보좌관제가 추진됐으나 여론에 밀렸다가 최근 다시 불거진 과정이 말해준다. 제도가 일단 시행되면 의원마다 보좌관을 여럿 두겠다는 것도 시간 문제다. 무보수 명예직이 고보수 권력직으로 바뀌려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사자들 외에 찬성은 거의 안 들린다.기초의회 폐지나 광역 줄여야지난 6월 선거로 17개 시·도에는 705명의 광역의원들이 선출됐다. 인구 15만명인 세종시도 13명이나 된다. 세종시 의원은 겨우 1만명을 대표한다. 주민 32만명에 한 명꼴인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와 비교하면 부풀려진 대의권이다. 명예직 내지는 봉사직으로 시작했지만 어느새 이들의 연급여는 평균 5460만원. 여기에 일단 3~4명에 한 명이라 해도 6급직의 보좌관이면 매년 160억원이 더 든다. 직접 인건비만 그렇고 부대비용은 계산도 안된다. 김포 같은 데는 기초 지자체지만 151억원짜리 새 의회청사 건설을 추진 중이다. 결과가 좋다면, 즉 생산성이 높다면야 비용은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중앙무대 뺨치는 구태정치에 툭하면 스캔들이다. 비용(input) 대비 결과(output)의 불균형을 부실이라고 정의한다면 지방의회야말로 부실 시스템이다.소수이겠지만 당사자 중에도 일부는 반대여론도 듣는
작가 이병주의 생전 회고에 이런 대목이 있었다. “당시 학병의 뺨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세계대전을 감행한 일본군대에서 식민지 출신 인텔리의 고난이었다. 눈에 잡힌다. 하루의 생존 자체가 전쟁이었을 것이다. 대지주의 아들로 와세다대 유학생이었지만 부대에서는 제일 졸병이었다. 오장(伍長) 군조(軍曹)라는 하사관들의 두터운 손바닥에 먹물 학병들의 뺨은 수시로 불똥이 튀었다.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었듯 식민시대의 흔적도 많이 사라졌다. 그런데도 병영문화는 군국주의 일본식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은 폭력적 병영문화의 극단적인 사례였다. 일본제국의 군대문화가 미군의 제도와 결합했다는 분석도 있다. 초창기에는 일본군 경험자들이 많았다. 억압적 병영문화가 일본식이라면 계급과 편제, 작전은 대개 미국식이다. 훈련소에서 맨 처음 배우는 제식훈련부터 미군을 그대로 본떴다.이병, 일병 하는 계급도 미군의 체제 그대로다. 미군의 갓 입대자가 private(이병), 다음 계급이 private first class(PFC·일병)다. 우리도 이병이 졸병이고, 일병이 더 상급이다. 많은 이들이 일병이 이병보다 더 높은 이런 명칭에 여전히 낯설어한다. ‘사적인’ ‘개인 소유의’라는 뜻인 private이 제일 졸병, 이병이 된 유래가 흥미롭다. 처음 군에 입대한 개개인이 군과 복무계약을 하면서 ‘민간계약서(private contract)’에 서명한 것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한국 군댓말로 치면 ‘사제(私製)물이 아직 덜 빠져서…’쯤 되는 기간병들의 놀림이 느껴진다. 일정 기간이 지나 민간 냄새가 가시고 군인 비슷하게 자세가 갖춰지면 일병으로
평등과 불평등 문제는 익숙한 논쟁거리다. 많은 담론가가 특히 불평등에 주목한다. 그 기원은? 보완책은? 무수한 주장이 반복된다는 것은 문제 제기는 쉽지만 해법이 어렵다는 얘기도 될 것이다. 선동가들이 넘치는 배경이기도 하다. 피케티 신드롬이란 현상도 실은 그런 것일 수 있다. 《21세기 자본》이 출간되자마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일곱 가지 방식의 통계 조작과 비약이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저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몽 펠르랭 소사이어티는 피케티의 이론을 한마디로 엉터리라고 규정했다.경제가 성장하면서 세상은 계속 불평등해진다는 피케티의 주장과 달리 세상은 놀랄 정도로 평평해진다는 실증적 연구도 많다.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의《위대한 탈출》도 그런 책이다. 불평등이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켰고, 그 결과 세상은 얼마나 평등해지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게 논리적으로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디턴의 위대한 탈출은 빈곤과 궁핍, 비위생 상태의 열악한 삶에서 탈출을 의미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 탈출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이뤄졌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부(富)와 건강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그 결과 수명도 비약적으로 연장됐다.디턴은 부와 건강 문제를 깊이 파고들며 경제성장과 부의 증진에 따라 인류의 삶이 획기적으로 윤택해진 사실을 입증했다. 이스털린의 역설(‘행복 경제학’의 창시자인 미국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의 1974년 논문 ‘소득이 높아져도 꼭 행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을 염두에 둔 논증이다. 국가별 소득 수준과 삶에 대한 만족도가 일정 수준까지만 비례적 상관관계가 나타날
골프를 잘 못 친다고 흉보는 일은 없다. 실력 그 자체는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다. 하지만 예절이나 에티켓 문제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어떤 스포츠나 레저보다 예의와 매너를 따지는 게 골프다. ‘18홀이면 한 사람의 됨됨이를 충분히 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이런 말처럼 골프 한번이면 성격, 스타일에 인생역정까지 온전히 드러난다. 그래서 매너가 더욱 중시된다. 운동보다 사교, 교제, 비즈니스의 방편으로 골프인 경우에는 예절이 더 중요해진다.산전수전 겪은 노 정객이 골프장에서 젊은 여성 캐디에게 점잖지 못한 행동을 했다가 망신살을 사고 있다. 국회의장을 지낸 박희태 씨(76) 얘기다. 이런 구설은 늘상 양쪽 말이 조금씩 달라 속단하기는 어렵다. 구력 40년이라는 그가 적어도 에티켓에서는 문제있는 골퍼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6선 의원의 스타일이 일단 구겨진 셈이다.경우는 다르지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지난주말 씨름단체의 행사에 참석했다가 봉변아닌 봉변을 당했다. 씨름협회장에게서 “입씨름을 많이 하는 것보다 실제로 (의원들이) 씨름대회를 해 어려운 문제를 풀어보면 어떤가”라는 농담을 들은 것이었다. 듣기에 따라서는 쓴소리 같기도 했지만 가벼운 농담 같은 말이었다. 하지만 집권여당의 대표는 “면전에서 조롱당했다”며 준비한 축사도 다 읽지 않은 채 서둘러 떠나버렸다고 한다. 거북하기야 했겠지만 정작 농을 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열받아 버리면서 ‘리더 급’의 이미지가 크게 상해버렸다고나 해야 할지….소위 명망가들이 망가지는 일이 흔해졌다. 근엄한 지검장 검사는 밤골목에서 여고생들 앞에서 이상한 행위를 했다
평등과 불평등 문제는 익숙한 논쟁거리다. 많은 담론가들은 특히 불평등에 주목한다. 그 기원은? 진행 양상은? 교정 혹은 보완책은? 무수한 주장이 반복된다는 사실은, 문제 제기는 쉽지만 해법은 어렵다는 얘기도 될 것이다. 선동가들이 넘치는 배경이기도 하다. 피케티 신드롬이란 현상도 실은 그런 것일 수 있다. 《21세기 자본》이 출간되자마자 파이낸셜타임스는 일곱 가지 방식의 통계 조작과 비약이 있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미국의 기업연구소는 통계처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저명한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의 모임인 몽펠르랭소사이어티는 최근 연차총회에서 피케티의 이론을 한마디로 엉터리라고 규정했다.경제가 성장하면서 세상은 계속 불평등해진다는 피케티의 주장과 달리 세상은 놀랄 정도로 평평해진다는 실증적 연구도 많다.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의《위대한 탈출》도 그런 책이다. 불평등이 어떻게 성장을 촉발시켰고, 그 결과 세상은 얼마나 평등해지는지에 대해 설득력 있게 논리적으로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피케티의 책보다 앞서 2013년에 출간됐다.디턴의 위대한 탈출은 빈곤과 궁핍, 비위생 상태의 열악한 삶에서 탈출을 의미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 탈출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적 단기간에 이뤄졌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부(wealth)와 건강(health)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그 결과 수명도 비약적으로 연장됐다. 그래서 영화 제목처럼 ‘위대한 탈출’이다.디턴은 부와 건강 문제를 깊이 파고들며 경제성장과 부의 증진에 따라 인류의 삶이 획기적으로 윤택해진 사실을 입증했다. 이스털린의 역설(Easterlin’s paradox·‘행복 경제학’
고양시가 8월로 인구 100만을 돌파했다. 밀리언시티는 국제적으로도 대도시라는 의미다. 성남을 제쳤고 용인도 따돌렸다. 서울의 위성도시 간 성장경쟁에서 앞선 것이다. 태백은 그 반대다. 시 산하 태백개발공사가 결국 좌초했다. 공기업으로 첫 법정관리라는 불명예 차원만이 아니다. 시가 보증선 1761억원을 다 물어주면 태백도 부도지경이 된다. 국내엔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도가 아직 없는 게 차라리 다행이다. 미국의 디트로이트 처지는 겨우 면했지만 강원도까지 엮였다. 태백 때문에 지자체 파산법도 속도를 내게 됐다.1761억원 부실, 14조원의 위기인천공항은 허브공항의 위상이 흔들리는 게 문제다. 최근 들어 이슈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공항공사 내부는 이미 비상이라고 들린다. 단군 이래의 대역사가 그렇고 그런 로컬공항에 머무른다면 심각한 문제다. 고양 태백과 같은 선상에서 보는 것은 공항도 갈수록 심해지는 지역경쟁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일단 고양은 한 발 앞섰고, 태백은 휘청거리며 뒤처졌고, 인천공항은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 차이일 뿐이다. 인구 유치 경쟁에 나섰던 고양처럼 인천공항도 간사이 베이징 상하이 공항과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진짜 큰 승부판은 인천공항이 직면한 게임이다. 태백시가 부실 지방재정의 상징으로 전락했지만 1700억원에 그친다. 하지만 인천공항에는 13조5000억원이 투입된다. 천문학적 비용으로 동아시아 지역 항공 전진기지로 키워온 것이다. 개항 12년째인 지난해 국제선 여객은 4079만명, 허브공항의 기준인 4000만명은 일단 찍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공항 부가가치의 기준이라는 환승객이 감소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9월 이후 두 달 빼
‘남쪽 하늘에 검은 구름처럼 지평선 위에 걸쳤더니 이윽고 부채꼴로 퍼지면서 하늘을 뒤덮었다. 세상이 밤처럼 캄캄해지고 메뚜기들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 내려앉은 곳은 잎사귀 하나 없는 황무지가 됐다.’ 펄 벅의 대지에 나오는 메뚜기떼 모습이다. 섬뜩한 광경이다.기록으로 전해지는 메뚜기떼의 습격은 늘 재앙이었다. 대개 기근, 전염병과 동시에 찾아왔다. 민초들의 피폐해진 삶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상징적 장면이기도 했다. 황건적, 홍건적 하는 반란세력들이 불길처럼 일어날 즈음엔 으레 등장했다. 메뚜기의 습격은 동양만도 아니었다. 아프리카에선 특히 빈번했고, 한 무리가 1000억마리에 달했다고도 한다. 지난해 마다가스카르에서 하루에 곡식 1만t을 먹어치우며 경작지의 60%를 황폐화한 일이나 2004년 서아프리카에서의 대공급이 그렇다. 3년 전 호주에서 도시를 대습격한 귀뚜라미도 같은 메뚜기목(目)이다.메뚜기떼의 출현 경로는 아직 명확지 않다. 학자들 설명을 종합해보면 메커니즘은 이런 식이다. 건조한 사막 등지에 비가 내린다. 풀이 자라며 유충의 먹잇감이 생긴다. 수면상태의 땅속 메뚜기알이 부화해 순식간에 개체수를 늘린다. 종류별로 한 번에 알을 100개씩도 낳는데다 먹성이 좋아 곡물과 나무를 갉아먹고 하루에 두 배로 몸집을 키우며 떼를 이룬다. 이렇게 자연의 특이현상 중에는 특정 종의 개체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급격이 늘었다가 확 줄어드는 일이 더러 있다. 멸종위기의 종들이 5년을 단위로 이런 일을 반복하다 사라진다는 설명인데, 학계의 정설은 아니다. 특정 주식의 거래 급증과 급감, 인터넷에서 트래픽의 급증 급감 현상도 유사하다.떼로
밴쿠버에서 시애틀,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로스앤젤레스까지 서부 아메리카의 멋진 대도시에는 한결같이 차이나타운이 있다. 화교·화상들이 몰려 있는 타운이 태평양 연안에만 있으랴만 이 벨트에서의 설명이 그럴듯하다. 바다만 건너면 중국과 바로 이어져 향수를 달래기에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이주 초기 중국인의 삶은 비참했다. ‘개와 중국인 출입금지’라는 푯말이 예사였다.화교의 연혁은 9세기로 거슬러간다. 당(唐) 말에서 송(宋)대에 걸쳐 빈발한 북방민족의 침입을 피해 화남으로의 피란이 효시라고 한다. 이주자들은 한족으로, 정변피란 행렬이었다는 기록이 흥미롭다. 이후 아편전쟁까지가 2기,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전까지는 3기, 그후를 4기로 나누기도 한다. 동남아는 이제 화교를 빼고는 경제와 정치를 말하기 어려울 지경이 됐다. 140개국 3000만명의 화교는 글로벌 파워로 커지고 있다.하지만 화교들이 중국 본토로 돌아갔다는 사례는 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아직은 반대다. 어젯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획기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해외이주붐을 소개했다. 잘살수록, 고급두뇌집단일수록 더하다는 분석이었다. 못살아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나는 행렬이 결코 아니다. WSJ는 엑소더스(Exodus)라는 제목을 달았다.잘나가는 중국인들의 탈출 이유도 갖가지다. 공기가 나빠서, 식품을 못 믿어서, 학교시스템 불만으로, 나은 사업 기회를 위해…. 온갖 이유지만 결국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중국인들은 급증하는데 국가시스템이 그런 요구를 뒷받침해주지 못 한다는 얘기가 될 것 같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자산 1억위안(약 165억원) 이상의 사업가 중 27%가 이민을 떠
도시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 간다. 아테네 스파르타 같은 도시국가, 폴리스는 연원이 BC 1000년으로 거슬러간다. 아고라와 아크로폴리스, 자유시민들…. 도시형 사회, 도시기반 국가였기에 그리스는 찬란한 문명을 앞서 이룰 수 있었다. 도시는 분업과 시스템화, 문명과 진화의 상징이었다. 또 문명의 연결거점이었고 통상의 출발점이었다.인류의 발전은 도시의 성장사이기도 했다. 특히 산업혁명과 근대 국가의 형성은 도시화와 떼놓고 보기 어렵다. 런던이 1810년 인구 100만명을 달성했다는 기록을 봐도 그렇다. 뒤이어 파리 1850년, 베를린 1870년, 맨해튼은 1877년 100만명의 밀리언시티가 됐다. 로마가 BC 133년에, 알렉산드리아는 BC 30년에 100만명이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사실로 믿기는 어렵다. 동양에서는 항저우가 1200년께에, 베이징은 1855년에 100만명 클럽에 들었다는 분석도 있기는 하다. 근대학문으로 인구학(demography)이 프랑스에서 등장한 게 1855년이니, 서유럽 바깥의 20세기 전 인구통계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봐야겠다.20세기 들어 세계인구는 급증했다. 도시화의 결과일 수도, 혹은 인구가 늘면서 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됐을 수도 있다. 1900년 런던 인구는 658만명이었다. 90년 만에 6.5배로 팽창했다. 348만명의 뉴욕, 271만명의 파리, 189만명의 베를린이 뒤를 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도쿄는 144만명, 168만명의 빈보다 작았다. 당시 13곳이었던 밀리언시티는 1950년 83개, 2008년엔 400개로 급증한다. 지금 충칭은 3200만명이다. 양적 팽창은 질적 변화를 수반한다고 했던가. 대도시는 메트로폴리스를 넘어 광역도시권 개념의 메갈로폴리스 시대로 또 한번 진화했다. 도쿄권은 3940만명(2014년 7월)으로 세계 최대
상왕십리역 추돌사고를 기억하시는지? 3개월도 안됐지만 까마득해졌다. 대도시의 발, 지하철 안전문제는 한 번 떠들어본 걸로 그만이었다. 전력대란 대소동도 어느새 옛 얘기다. 원전 3기가 정상화돼 일단 올해는 블랙아웃 걱정이 없다. 3년, 5년, 10년 뒤 수요가 급증해도 그럴까. 지하철 안전도, 전력수급도 미봉책으로 간다. 비용과 가격, 부채와 최종 부담자에 대해 정면대응하지 않는 한 우리 사회 어디에도 안전과 여유는 없다. 세월호도 궁극적으로는 경제계산의 문제였다.비정상 요금, 이용자 실부담 원칙현행 지하철 요금도 포퓰리즘 정책의 한 사례다. 서민교통이라는, ‘민생 성역지대’의 한 부문이다. 그 결과가 비정상 요금체계다. 서울 1~4호선의 서울메트로 부채만 3조3319억원, 적자는 매년 2000억원을 오르내렸다. 조금 줄었다지만 지난해도 1295억원. 민자까지 유치하고도 서울지하철 부채는 4조원을 넘어섰다. 공사의 모든 경영합리화 노력을 무위로 만드는 블랙홀이다. 이런 재무구조에서 공사가 경영개선에 전력투구를 않는 건 차라리 자연스럽다. 저 빚더미에 복지축소, 업무개선 등 연간 몇십억원짜리 노력이 생색이나 날까. 공기업 특유의 도덕적 해이가 있지만, 비판하기엔 재무구조가 원죄다. 시·도 산하인 탓에 전국의 지하철은 공공개혁에서도 안전지대다.개혁의 정공법은 적정수준으로 요금 올리기다. 지하철은 공공교통일 뿐,꼭 서민교통도 아니다. 억대 연봉자도 기본 1050원으로 일터에 닿는다. 공짜 같은 가격에 심야에도 운행된다. 지하철과 준공영버스의 유비쿼터스 편리는 엄연히 비용의 대가다. 석유라도 펑펑 쏟아져 모든 게 계산되면 모를까, 마냥 외면할 수 없다. 가
‘회의적 세대’와 그 자녀들 ‘68세대’의 갈등이 한때 독일의 사회 문제였다. 히틀러 유겐트를 지낸 아버지와 풍요롭게 자란 분방한 아들의 충돌이었다. 68세대는 아버지들의 경제적 성취를 폄하했다. 독일은 20대에게 더 많은 사회진출의 기회, 더 많은 발언권을 주면서 갈등을 해소했다.세대 갈등이 독일만의 현상이랴. 베이비부머들은 전후 여러 나라의 경제를 키웠다. 하지만 그 자녀들에겐 거대한 그림자도 드리웠다. 일본의 버블세대, 유럽의 천유로 세대, 미국의 빈털터리 세대들이다. 한국에선 88만원세대라 했다. 그 갈등 사이에 낀 세대도 있다. 90년대 사회로 진출한 X세대가 그렇다. 이제는 586, 486으로 분화됐을 테지만 386세대의 일부도 낀 세대다.‘요즘 젊은이들 버릇이 없어 큰 걱정.’ 고대 메소포타미아 유적에서 이런 기록이 발굴됐다는 것도 영 우스개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자(父子)는 함께 농사 못 짓는다’는 말도 있으니 세대 간 대립은 어디서나 비슷하다. 문제는 수명이 갑자기 늘어나고, 가족제도까지 급변한 데 있다. ‘젊은 노인’들은 세를 이루며 경제주체로 완강히 버티고 고학력 자녀들은 갈 곳도 없다. 갈등의 양상은 구조적이고 사회적이다. 더구나 기성세대는 자기 밥그릇을 오히려 키운다. 60세 정년연장법이 그렇다. 신세대 일자리는 어디로 가나.세계 최저인 한국의 저출산율도 떼어서 볼 수는 없다. 자식은 과연 자산 내지는 평생 보험일까? 아니면 무한대의 부채일까? 물론 어떤 자식이냐에 달렸을 것이다.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1.2로 떨어진 걸 보면 지금 2030세대는 자녀를 일단 부채로 인식하는 것 같다.엊그제 한국은행 보고서
사극 같은 데서 사약을 받은 유배자는 궁궐을 향해 공손히 절을 한 뒤에야 결연히 들이켠다. 약사발을 걷어차도 시원찮을 심정일 텐데, 왜 그럴까. 두 가지로 추론된다. 무엇보다 남은 피붙이들의 안위다. 최후의 순간에도 절대권력자를 향해 예를 갖췄다는 보고가 올라가지 않을 리 없다. 죄목엮기에 따라 3족 혹은 9족까지 멸할 대역죄가 당사자로 끝날 수 있다. 다른 추론은 사약 처분에 대한 감사다. 고통 적고 단정하게 생을 마감하게 해준 것에 대한 감읍이랄까. 옛 책에 “능지처참해 마땅하되, 특별한 자비로 자결을 윤허하노라”라는 황제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끔찍한 얘기들이지만 사형의 종류도 다양했다. 교수, 참수에 사지를 황소 네 마리에 매단다는 능지처참도 있었다. 가문의 영광에 죽고살았던 시대, 부관참시형은 후손에 대한 고문이었다. 부디 단숨에 날려달라고 유족들은 칼춤을 추는 망나니에게 몇 푼 엽전도 몰래 쥐여줬다고도 한다. 형집행자 망나니 또한 ‘공직’이었다면 형장에서조차도 고통을 없애달라는 ‘민원’은 있었다. 중세 유럽엔 숱한 화형이, 일본소설엔 목만 나오게 묻은 채 대나무톱을 들이대는 처형도 나온다. 인간의 잔혹성엔 끝이 없었다. 천사의 시작이요, 짐승의 끝이 인간이라고도 했으니….사형이 아니더라도 죽음의 종류는 다양하다. 대문호 톨스토이는 차가운 시골역이 마지막 길이었다. “이제 남은 건 저무는 한역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 것”이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는 설도 있다. 노량바다 충무공의 전사는 그 자체로 역사였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의 무명용사들은 그들의 피가 자유수호와 번영의 밑거름이 될 줄 알았을까.
정삼각형 두 개가 맞물린 다윗의 별, 이스라엘 장교 임관식이 열리는 맹세의 유적지 마사다, 최첨단 IT 방어체계를 기반으로 한 막강한 화력…. 이런 이미지로 연결되는 이스라엘의 국방력은 강고하다. 다윗의 별을 내흔드는 탱크부대는 무력 그 자체다. 그 대척점, 팔레스타인엔 4색 깃발이 저항의 상징으로 휘날린다. PLO와 아라파트, 인티파다와 하마스, 황폐하고 거친 삶…. 빈곤의 땅에서 울부짖는 어린 생명들은 철이 들기도 전에 성전(聖戰)부터 배운다. 고통받는 외곽의 이슬람이다.평화의 노력이 없지 않았다. 네 차례 중동전쟁 이후 국제사회의 조력도 다양했다. 특히 1993년 노르웨이 협정은 중동평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오슬로 외곽 노르웨이 외무장관의 농가 별장에서 극비리에 진행된 이스라엘과 PLO의 협상은 당시로선 놀라운 성과를 냈다. 이른바 ‘땅과 평화의 교환’이었다. 미국의 배서 아래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한 로드맵도 그때 수립됐다. 라빈 총리와 페레스 외무장관, 아라파트 의장은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이스라엘에 적대적 행위를 포기하는 대가로 팔레스타인 측이 받은 땅이 요르단강 서안과 가자지구다. 가자지구는 구약성서의 삼손 고사가 나오는 4000년 고도 가자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변 50㎞의 좁은 띠 같은 지역이다. 372㎢의 작은 땅이다. 남쪽으로는 이집트 시나이반도와 이어진다.하지만 어디서나 비둘기도 많지만 매도 있다. 소수일지라도 매파의 목소리가 더 클 수 있다. 명분론, 당위론, 강경론은 언제나 크게 들린다. 1999년 5월까지로 예정됐던 팔레스타인의 독립선포는 여태 이뤄지지 않았다. 양쪽의 매파들 때문이었다. 대신 무
‘신은 진정 위대한 일을 했다. 하지만 실수도 했다. 위대함은 이 풍요롭고 넓은 아르헨티나 땅의 창조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사람들까지 만들어낸 것은 오류였다’. 몇 년 전 부에노스아이레스 방문 때 현지 안내자에게서 들은 자조 섞인 우스개다. 맑은(Buenos) 공기(Aires)라는 이 도시는 유럽 도시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장중했다. 적어도 외견은 그랬다. 1930~40년대만 해도 세계 4~5위 경제대국이었던 부(富)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최근까지도 이 도시 헌책방 더미에는 유럽 서지학자들도 깜짝깜짝 놀라는 희귀 서적, 고급 고서들이 곧잘 발견되곤 했다.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반경 약 700km 이내에는 대평원이다. 팜파스라는 이 평야의 농업과 목축만으로도 부가 넘쳤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1차산업의 퇴락보다 더 큰 장애물은 정치적 포퓰리즘이었다. 1946년 집권한 후안과 국민가수였던 그의 부인 에바. 페론 부부는 인기영합정책이란 게 뭔지를 확실히 보여줬다.외국자본 배제, 산업의 국유화, 복지확대, 임금인상 등 친노조 정책…. 경제사회 정책의 이런 개념어로는 묘사도 어렵다. 차라리 마돈나가 열연한 뮤지컬 영화 에비타가 실감차원에선 낫다. Don't cry for me Argentina로 친숙한 그 뮤지컬이다. “국민들이 대학졸업장을 원한다고? 얼마든지!” 최고대학 졸업장을 호외신문 뿌리듯 나눠주는 장면도 풍자만은 아니었다. 성녀와 악녀라는 평가를 함께 받았던 밑바닥 출신 퍼스트레이디의 손짓 하나하나에 서민들은 환호했고 열광했다. 글로벌 아이돌이었던 영화속 고혹적이고 뇌쇄적인 마돈나의 이미지와 꼭 겹쳐진다. 고달픈 내 삶을 저토록 다정하게 쓰다듬어주는
빅토리아 왕조 때도 정책조율이 잘 안되는 게 여왕의 큰 걱정이었다고 한다. 19세기 세계 최강국,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 행정의 한 단면이다. 대공황이 강타한 1930년대 미국서도 그랬다는 평가가 있다. 국가적 위기에서도 부처 간 손발은 엇나갔다. 고대 로마 때부터 관리들 간 대립으로 황제가 고민했다는 기록까지 있다. 조선 당쟁사 역시 행정에선 관료들의 파벌 다툼이었다. 지난주 세미나에서 만난 노르웨이의 인재양성 전문가도 그런 고민을 전했다. 소득 9만5000달러의 선진 이성국가조차 그렇다.관료들 습성이 원래 그렇다. 행정과 공권력의 속성일지 모른다. 사실 모든 정부기관에는 정책적 목표가 뚜렷이 있다. 움켜쥔 법과 규정집에는 나름의 논리와 철학도 있게 마련이다. 그걸 오로지 본인 업무, 자기 기관의 입장에서만 보면 법리를 가장한 고집이 된다. 때론 조직논리를 위장한 집행관료들의 이익이다. 많은 규제도 그렇게 생긴다. 대개 내부 논리에 충실하는 게 조직에 충성으로 착각됐다. 부처 이기주의란 비판이 거세질수록 내부 결속력은 강해지곤 했다. 관피아 문화 역시 그렇게 축적됐다.로마황제도 빅토리아여왕도 고민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이 워밍업 중이다. 팀워크로 일하라! 내부의 소통을 더 하라!는 주문이 나온다. 실체가 모호한 책임총리 논란은 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힌 그날부터 시작됐다. 그래서 사회부총리도 기안된 것 같다.문제는 정부 내 팀워크가 쉽지 않은 덕목이라는 점이다. 동서양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현 정부에서도 행정협업은 거듭 강조됐으나 잘 안됐다. 기관 내부에서도 어려운 판에 타부처와 손발을 척척 맞추라니! 그렇다고 포기해야할 가치인가. 그 반대다. 어
“내 장례식에서 네게 다가와 적과 화해를 권하는 자가 바로 배신자다!” “정치와 범죄의 본질은 같지….” 영화 대부의 대사들이다. 마피아는 그렇게 영화 속에서 매력남들로 거듭났다. 개성 있는 배우들, 일상과는 거리가 먼 장면들, 겉멋이 잔뜩 들어간 핏빛 선명한 대사들…. 그러나 조폭 얘기일 뿐이다.영화는 암흑가의 이탈리아계 범죄집단을 요즘 말로 ‘간지나게’ 만들어 냈다. 그러나 알고 보면 나약한 악당들이다. 과도한 패밀리 의식, 결탁과 유대, 서열, 비열한 복종, 그러나 필연적인 배신…. 마피아의 그런 속성에 빗댄 것일까. 금융관료들이 금융계를 장악하고 영토를 넓혀가며 후임자에 세습하는 과정이 그랬다는 의미였을까. 모피아는 슬그머니 고유명사처럼 돼버렸다.모피아만이 아니었다. 세월호 참사로 해수부 OB(old boy·퇴직 관료)와 YB(young boy·현직)의 저급한 연결고리들이 도마에 올랐다. 바다를 매개로 한 해(海)피아의 천하 철밥통도 모피아 못지않았다. 교육관료들의 교(敎)피아까지 언급되더니 전체 관(官)피아 차원의 문제로 커졌다. 또 하나의 쏠림인가. 봇물 같은 관피아 고발에는 끝이 없다.이번엔 법(法)피아라고 한다. 총리 후보자 안대희 씨의 5개월간 고액 수임료 얘기다. 행정 관료들뿐 아니라 사법부도 마찬가지라는 냉소가 깔려있다. ‘우리끼리!’, 전관예우 문화는 법조계가 더한 것 아니냐는 질책이다. 정말로 법앞에 모두가 평등한가라고 묻는 쓴소리기도 하다. 드러내놓고 말은 못 하지만 공무원들의 반발도 있다. 관(官)은커녕, 이젠 관(棺)피아라는 자조다. 좋은 시절은 가고 완전히 다 죽게 됐다고 지레 앓는 소리다.반(半)
국감장이나 청문회에서 흔한 장면이 세무자료를 내놓으라는 호통이다. 하지만 국세청은 꼼짝도 않는다. ‘아, 의원님 그게…’ 겉으로는 쩔쩔매는 듯하지만 대개 쇼다. 국회의원 나리들 면이 서게끔 죄송한 척하지만 과세자료는 공개하지 않는다. 국회의 추궁이나 검찰 수사가 창(槍)이라면 국세청엔 정말 든든한 방패가 있다.국세기본법 81조13항에는 ‘세무공무원은 국세의 부과·징수자료를 타인에게 제공·누설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 있다. 세무자료 공개청구 소송에선 법원도 비공개 쪽이다. 국가와 납세자의 신뢰관계는 그렇게 중요하다. 비밀유지 전통이 미국에서는 훨씬 오래됐다.엊그제 ‘130억달러의 기부천사’라는 외신이 들어왔다. 20년간 베일에 가려진 3명의 기부자는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직장동료였다. 분야별로 다양한 포트폴리오 기부, 그들의 자선 펀드인 가브리엘 트러스트엔 자산이 97억달러(약 10조원)…. 극적인 얘기들이다. 미국 국세청(IRS) 자료로 이들의 신원이 드러났다는 사실이 더 흥미롭다.기부자 발굴은 IRS에 기록된 가브리엘 트러스트와 인듀어런스 펀딩 트러스트의 추적으로 시작됐다. 2002년 설립됐으나 자금출처나 운영주체는 쉽게 드러나질 않았다. 거듭된 추적 끝에 관리자가 네바다와 와이오밍 기업이고, 이 기업은 델라웨어의 다른 기업이 관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2중, 3중의 차단선은 그렇게 뚫렸다. IRS는 이 취재에 얼마나 협조했을까.게이츠·포드·게티 재단에 이어 자산규모로 미국서 네 번째지만 이들은 철저히 스스로를 감춰왔다. 다른 기부자들과 다른 점이다. 뒤에서 희귀근육병인 헌팅턴병 치료연구에만
러다이트 운동은 기계문명에 대한 노동자 계층의 첫 조직적 저항이었다. 꼭 200년 전, 직물공업이 발달했던 영국 북부의 어둠 속 비밀결사체는 노동자들의 경제난을 기계 탓으로 돌렸다. 러드라는 인물이 주도한 기계파괴 활동은 정부의 탄압에도 이어졌으나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경제사정이 호전되면서 불길이 잡혔다.기계화, 자동화의 발달은 인류가 개척해온 과학기술의 역사다. 다양한 기계와 자동화시스템은 인류를 육체 노동의 극한적 고통에서 벗어나게 했다. 생산 효율도 극적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직접 수혜계층인 노동자들의 저항이 거셌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지금도 자동화된 생산라인의 신설이나 이전 문제에 노조들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러드는 아직도 살아있는 셈이다.그러나 무인화, 인공지능화로 내달리는 과학·기술의 트렌드는 누구도 막지 못한다. 100년 전 포드시스템처럼 대중에게 ‘더 싸고, 더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한다는 역사의 행진을 막을 수는 없다. 그게 문명이다. 반도체 생산라인, 첨단 온실…. 그 결과 아이들 손에까지 스마트폰이 쥐어졌고 한겨울 식탁에도 야채가 풍성해졌다.무인조종의 첨단 기술은 이미 공장자동화를 넘어서고 있다. 무인항공기 드론만 해도 물류경쟁을 공중전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농업지대의 비료작업, 산악지대의 멋진 영상, 군대의 정찰·공격 등 분야도 다양하다. 서해의 낚싯배에 무인헬기가 피자를 배달하는 날도 머지않았다.무인비행선보다 무인 차량이 기술적으로는 더 어렵다. 도로상 판단 조합이 더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무인자동차의 질주는 머지 않았다. 2010년부터 자동
수도꼭지마다 콸콸 깨끗한 물이다. 온수도 전기도 365일, 24시간 대기다. 이젠 와이파이도 사방천지다. 주택은 마천루 경쟁이고 중국 오가는 비행기만 매일 100편이 넘는다. KTX는 10분마다 천리길을 질주한다. 새벽까지 쌩쌩인 대중버스는 부담도 없다. 세월호도 쌌다. 로맨틱한 제주도의 마이카 드라이브가 쉽기만 했다. 급팽창해온 일상의 편리들이다. 무엇보다 저비용이었다.하이테크(high tech) 세상은 부지불식간에 신천지처럼 펼쳐졌다. 주거·교통의 첨단화는 옛일이다. 놀이동산과 온갖 레포츠, 극한 스포츠까지 하이테크의 신세계에는 재미도 넘친다. 불과 반세기 전, 최상류층이나 즐겼던 게 여가였다. 민속 축제 때나 겨우 맛봤던 놀이였다. 이젠 재미도 놀이도 주말의 일상이다. 우회적 혜택도 대단했다. 화목에서 석탄, 가스와 원전으로 진화하면서 이 땅의 산은 단군 이래 최고로 우거졌다. 강물도 다시 맑아진다. 그래서 축복만의 하이테크 세상일까.로테크에 주목하라는 大경고일상화된 하이테크는 고속 성장의 거울이다. 80㎏ 쌀가마니가 지난해 17만원. 1억원 이상 월급쟁이는 재작년에 41만5000명이었다. 연수입 1억7000만원, 즉 천석꾼이 이 땅에 기십만 명이란 얘기다. 자영업자까지면 더 많다. 한 고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했다는 그 천석꾼이다. 연수입 18억원이면 백미 1만가마다. 팔도에 몇 명이라는 만석꾼도 이젠 수천 명이다. 새파란 20대가 웬만한 직장만 잡으면 당장 200~300석꾼 부농급이 되는 기가막힌 현대다. 그만큼 속도내온 하이테크의 물결이었다. 깊은 그늘도 적지않지만 소비로는 중상류층까지 천석꾼 이상으로 살게 됐다. 유학을 보냈고 해외여행에 나섰다. 다 좋다. 천석꾼은 더 늘
중국의 노동절 연휴는 공식적으로도 사흘(5월1~3일)이다. 여기에 앞뒤로 하루이틀 정도 더 쉬는 게 중국식이다. 소득증가로 해외 여행객들이 늘어나지만 미국이나 유럽으로 나가기엔 일정이 어중간하다. 그래서 이번 연휴에도 가까운 한국으로 중국 관광객 유커(遊客)들이 몰려올 것이라고 한다. 4월30일부터 닷새동안 6만8000명이 방한할 것이라는 게 관광공사의 추산이다. 한국 드라마에 매료된 젊은층을 중심으로 작년보다 34%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도 이 시즌은 ‘좀 쉬자’ 분위기다. 일왕의 생일 쇼와의 날(4월29일)부터 노동절, 헌법기념일(5월3일), 어린이 날이 이어진다. 일본의 전통적인 ‘골든 위크’다. 여행사 예약률 등으로 관광공사가 추산한 이 기간 중의 일본관광객은 10만명. 예년 수준이다. 숫자는 일본이 많지만 국내 관광업계의 큰손은 유커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했던 ‘왕서방’들은 한 사람 평균 236만원을 썼다. 해외 관광객 중 씀씀이로 단연 1위다. 일본관광객은 100만원 선. 독일에 이어 밑에서 2위니 우리 잣대로는 짠 손님들이다. 올해 5월 초는 한국에서도 드문 황금연휴다. 노동절은 목요일, 어린이 날·석가탄신일은 월·화요일로 조합이 좋다. 월급쟁이들에겐 착하기 그지없는 달력이다. 사이에 낀 2일과 7일만 휴가낸다면…. 요령 좋은 직장인들은 벌써 휴가를 선점했을지 모른다. 이 화월(花月)계절에 며칠의 연휴는 과연 얼마짜리 자유일까. 국내서도 황금연휴인 것이 오히려 관광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한다. 중국 유커도, 일본관광객도 중요하지만 내국인들의 해외행이 걱정이라는 것이다. 얼씨구나! 집토끼들이 해외로 뛸까 조바심인 건
유교냐 유학이냐 논쟁으로 시작했다. 유서 깊은 전국 향교의 전교와 서원의 어른들은 현하지변을 토했다. 관광전문가 좌장이 없었다면 종일 이어질 담론이었다. 바뀐 주제는 정부 지원. 비슷한 요구들이 잇따랐다. 지난주 ‘유교 신문화 창조와 유교문화 활성화’ 토론회에서였다. 현대화 논의는 위기감의 발로였다. 국고지원을 바라는 노유들에게선 어버이 국가론이 엿보였다. 하지만 현대 국가는 자애의 어머니가 아니다. 국가의 보살핌은 독재와 양면도 이룬다. 유교의 활성화로 다양한 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신(新)자 하나 붙인다고 바뀔 근본이 아니다. 해법은 유교의 산업화다. 산업화라면 아직 알레르기 반응도 있다. 한국의 뿌리 정신에 돈치장하겠다고? 불학들의 무례에 끝이 없도다! 이런 식이면 앞길은 깜깜하다. 규장각 서고에서 박제로 남지 않으려면, 다음 세대에까지 유교를 전수하려면, 향교와 서원을 현대적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려면, 그 길이다. 정부지원에 의존? 규제간섭만 산업화를 도모하자는 취지는 명료하다. 자본이 자유롭게 투입되게 하고 인재도 몰리게 해 경제적 성과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돈을 투자해 새 문화를 창조하는 시스템이래도 좋다. 길을 트면 인문학 일자리도 나온다. 산업화에 매진하면 정부에 목맬 필요도 없다. 유림은 거듭 호소했지만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에 문체부는 힘이 없다. 더 중요한 건 정부예산이란 하나가 나가면 간섭은 열이고, 백을 지원하는 순간 감시감독은 천이 된다는 점이다. 정부지원은 늘 규제행정의 출발이었다. 사회의 스승 성균관장이 횡령 혐의로 검찰에 불려간 민망한 사건도 나랏돈을 공돈인 양 여긴 오해에서 빚어졌다. 유림이
DJ정부 때였다. 정부 업무를 해외에도 잘 알려야 한다는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됐다. IMF 위기였던 만큼 경제부처 홍보가 특히 시급했다. 한국을 알리고, 외국인 투자도 유치해야 했다. 외신을 담당할 민간 전문가부터 기용하자고 결론났다.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작업은 의외로 새 직책의 작명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일선 부처의 공보관이나 홍보담당관이 있으니 외신이라고 붙이면 간단할 일이었다. 하지만 관(官)자가 문제였다. ‘관’이라니? 어떻게 해서 딴 관인데! 힘든 고시 공부 거쳐 겨우 다는 게 사무관(官)인데! 그리고 한 단계씩 서기관, 부이사관, 이사관, 마침내 일반직의 최고봉인 1급 관리관에 가는 법인데! 그렇게 해서 겨우 정무직 차관과 장관을 바라보는 것인데! 행시와 과거시험을 동일시한 왕조시대의 의식구조라면 한갓 민간인에 선뜻 ‘관’자를 달아준다는 것은 지동설만큼이나 낯설었을 지 모른다. 반대론은 상소문을 내민 채 내 목을 쳐라 하던 궁궐 앞의 농성자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결국 정해진 명칭이 외신대변인(人)이었다. 아직도 관은 영원한 관이요, 관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판이다. 그래도 몇 년 전부터 변화도 있다. 6급이 주무관으로 바뀌었다. 고시도 안 거친 주사에게 주어진 관이다. 공식적으로는 1급과 2급이 고위공무원단으로 통합됐다. 고공단 가, 나급으로 대체됐지만 그래도 1급, 2급이 익숙하다. 수십만 공시족들이 노리는 9급, 7급에선 기적이 아니고는 가기 힘든 자리가 1급이다. 행시를 거친 5급 중 30~40% 정도만이 도달한다. 그들도 25년 이상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넘볼 자리다. 연봉제가 되면서 근무평정에 따라 연급여는 6526만~9790만원으로 편차가 있지
로맨틱하게, 사색적이게, 때로는 몽환적 분위기로 따지면 겨울철 눈만한 게 없다. 무거운 잿빛 하늘이 내려오면서 너무도 가벼운 눈송이가 사방으로 내려앉는다. 바람은 눈발의 연출가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나라였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이렇게 시작하는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이 애상적, 이국적이라면 발랄라이카의 음색이 애잔한 영화 ‘닥터 지바고’의 거대한 설원은 운명적, 서사적 눈 이야기다. 눈 내리는 밤을 ‘먼-곳에 여인의 옷벗는 소리’(설야)라 했던 김광균은 역시 앞서간 모더니스트였다. 눈이 빚어내는 분위기 만큼이나 눈의 종류도 다양하다. 싸락눈 함박눈은 기본, 진눈깨비와 눈보라, 소나기눈도 있다. 도둑눈은 일찍 잠든 아이들에게 늘 작은 경이였고 첫눈은 뭇 연인들에게 거사의 그날을 선사한다. 히말라야의 만년설은 대자연 앞에 선 인간을 작게 만들었고 설화(눈꽃)는 겨울등반을 즐기는 등산객들에겐 늘상 유혹이다. 잔설이 힘든 계절의 상흔 같은 것이라면 봄눈은 만물생동의 새 계절에 대한 시샘이다. 한 길만큼 쌓였대서 길눈이고 전인미답의 깨끗한 눈은 숫눈이라 한다. 만년설, 가랑눈, 복(福)눈, 자국눈, 가루눈, 찬눈…. 에스키모 언어에 눈에 관한 단어들이 발달했다는 말도 있지만 우리도 못지 않다. 지금 영동지방에선 습설(濕雪)이 문제다. 9일간 110㎝, 최근 폭설 피해는 젖은 함박눈 때문이다. 영하 10도 이하에서 주로 12~1월에 가루로 날리는 건설(乾雪)과 달리 습설은 영하1~영상1도인 2~3월에 잦다. 이번엔 강설량도 많았지만 물기의 무게로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한다. 사방이 눈천지인데 식수가 끊겼으니 물난리 때 식수난 같은 상황이다.
‘반만년 단일민족, 배달겨레’ 늘 들어오던 일상의 구호다. 감성적, 고답적, 상투적 외침이다. 폐쇄적 관념이거나 은둔적 자기만족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민족의 용광로 미국 중국을 보면서도 그랬다. 요즘은 덜 들리는 걸 보면 우리사회도 꽤 변한 것이 사실이다. 세계의 한국이 된 건가, 개방형 강중국으로 변한 건가, 코스모폴리탄 세대들이 급성장한 것일까. 작년에 해외나들이를 간 한국인은 1480만명에 달했다. 해외 유학생도 어느새 30만명 시대다. 국내로 들어온 외국 유학생도 10만에 육박한다. 비즈니스맨들의 이동은 더 많다. 그래도 순수단일민족론을 확실하게 깨부순 것은 결혼이민자들의 이주 물결이었다. 어느새 15만명이다. 2010년 1만9527건을 정점으로 상승세는 꺾였지만 지난해에도 1만4137건의 결혼이민 비자(F-6)가 발급됐다. 국가별로도 다양하다. 베트남 새댁이 약 4만, 중국이 3만5000여명이다. 한국계 중국인, 즉 조선족 2만8000명은 별도다. 몽골·미국·태국·우즈베키스탄댁도 2000명씩 이상이다. 일본댁도 1만1700여명이라니 대단한 다문화 추세다. 모두가 단란한 가정을 이루지는 못했다. 환경이 열악하고 경제적으로 궁하면 싸우지 않을 부부도 없다. 단지 다문화가구여서 가슴이 더 시리다. 극단적인 상황들도 사회면을 장식한다. 국제사기결혼이라며 외교문제로도 비화된다. 부부가 ‘말이 통하지 않는’ 게 큰 문제였다. 소통 문제도 이쯤 되면 원초적이다. 다문화 가정의 잦은 불행이 언어장벽과 경제문제라고 정부도 봤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에서 초급점수는 얻어야 하고 받아들이는 쪽은 최저생계비의 120%만큼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결혼비자 발급기준 강화책도 그래서 나왔다. 나라
1990~1995년생들이 정말로 불쌍해졌다. 90년생이 26세가 되는 2016년 정년 60세연장법이 시행된다. 91년생이 사회로 나갈 즈음인 2017년에는 300인 미만까지 무조건 적용된다. 일본에서 정년 65세연장법이 통과된 지난해 게이단렌 조사에 따르면 당장 40%의 기업이 신규채용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더 많은 기업이 당분간 채용 중단에 돌입할 것이다. 말이 당분간이지 기약도 없다. 유력한 근거는 한국의 임금구조 통계다. 경총 조사를 보면 국내 제조업의 20~30년 근속자는 신입사원의 3.1배를 받는다. 일본 2.4배보다 더 많다. 1.1~1.9배인 유럽국가의 2배다. 이런 인력을 55세 이후에도 5년을 더 의무고용해야 한다. 자랑스런 우리들의 고용복지법이다. 34세 미만보다 55세 이상이 급여는 3.02배나 받지만 생산성은 60%에 그친다는 노동연구원의 연공임금 연구는 아무도 안 본다. 임금생산성 5분의 1, 그래도 60세! 55세 이상이 직장에 남게 되는 2016년이 되면 90년생들의 앞에는 거대한 취업빙벽이 등장한다. 55세들이 회사에서 60세를 채울 5년간 엄청난 취업난이 예고돼 있다. 누적된 취업재수생의 핏발선 눈빛은 도시를 어둡게 할 것이다. 2030과 5060세대 간 갈등은 단순히 ‘안녕~ 대자보’ 차원을 넘어서게 된다. 그렇게 빙하기를 거친 뒤 60세정년 세대들이 나갈 2022년께부터 신규채용시장은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그렇다고 95~96년생들의 취업기상도가 갑자기 밝아질까. 97~98년생 너머까지 이 영향권에 있다. 게임만 잘해도 대학에 가게 하겠다며 그저 학습량이나 줄여주자던 소박한 이상주의자들이 있었다. 학습능력이 유난히 떨어진 1983년생 이해찬세대는 그렇게 생겨났다. 힘든 학과공부 경감에 해피!도 잠시, ‘뭘 아
실학파의 방법론적 특징 중 하나는 그 시대에 소설도 곧잘 썼다는 점 같다. 특유의 문학적 경지를 이룬 박연암만이 아니다. 대실학자 정다산도 소설을 썼다. 풍자와 골계, 계몽과 교육에 소설만한 방편도 없었다고 여겼을 것 같다. 그러면서도 이들 실용주의 학자들 간에는 소설 무용론과 유효론 논쟁도 있었다고 한다. 플라톤 때부터 시인추방론이 나왔으니 소설 혹은 문학 무용론은 동서양을 초월했다. 당대의 지식인들이 왜 소설무용론까지 제기했을까. 역설적이게도 그 의문은 TV의 저질막장 드라마들을 보면 풀릴 것 같다. 얽히고설킨 불륜은 기본, 상피(相避)에 엽기적 구성으로 아이들이 볼까 무서워진다. 무슨 사연인지 젊은 여성들이 또래 남성들 뺨도 예사로 갈긴다. 안방극장도, 바보상자도 이미 넘어섰다. 비윤리·폭력센터다. 드라마를 가장한 억지 스토리들이고 건전한 사회인식을 방해할 정도다. 중년 남성쯤 되면 이런 TV공해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휴일엔 가족 눈치 각오하고 야외로 내달린다 치자. 평일저녁엔 어쩔 수 없이 텔레비전 앞에 앉게 될 때가 잦다. 채널권은 오래전에 넘어가버렸는데 TV소음에서 벗어날 공간도 없는 게 현대 대중주택이다. 도시의 좁은 아파트는 더하다. 기괴하고 몰상식한 드라마의 볼모가 되는 것이다. 더욱 딱한 것은 이런 윤리 공해물까지 강제로 제작비를 대주어야 한다는 현실이다. TV 수신료다. 언필칭 공영방송이라며 저질화 경쟁에 가세한다. 광고도 상업방송 못지 않다. 매달 무조건 2500원을 전기요금에 얹어 징수해가니 안 낼 재간이 없다. IT강국의 케이블망에서 특정 채널 한두 개 배제 정도는 간단할 텐데 개인은 그럴 권한도 없다. 제도
나일강 중상류의 수단이 영국과 이집트의 공동통치령에서 독립한 것은 1956년. 하지만 아랍계 북부와 비아랍계 남부는 쉽게 융합하지 못했다. 수단 내전이 50년간 지속된 배경이다. 이슬람 정책에 반대한 서쪽 다르푸르 지역의 2003년 봉기는 특히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았다. 정부군의 무자비한 진압으로 20만명 이상 숨진 ‘다르푸르 사태’는 이후에도 수년간 이어졌다. 유엔의 노력 덕분이었을까. 남부 수단은 2011년 2월 분리독립 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99% 찬성으로 그해 7월9일 남수단은 독립국가로 탄생했다. 닷새 뒤 193번째 유엔 가입국이 되면서 홀로서기를 시도해 왔다. 공병과 의무부대인 국군 한빛부대도 전쟁에 찌든 남수단의 재건 지원에 동참했다. 280여명의 파견 장병은 현지 보르공항 확장, 쓰레기매립장 건설 공사를 수행했다. 의료, 방역에도 나섰다.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지휘 하의 미션이었다. 7500여명의 유엔지원단 활동에 보람도 없이 최신생국 남수단의 독립이 위기를 맞고 있다. 독립과정에서 동지였던 대통령과 부통령의 반목 때문이다. 지난 7월 키르 대통령은 옛 동지 마차르 부통령을 전격 해임했다. 하지만 그건 분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정·부통령의 뒤에는 이 나라의 양대 부족이 버티고 있다. 결국 지난 15일 마차르가 이끄는 반군은 수도 주바에서 정부군과 유혈 충돌했다. 삽시간에 내전 양상으로 비화했다. 반군의 화력이 만만찮다고 한다. 수십년 독립투쟁 과정에서 정부군 못지 않은 전투력도 갖췄다. 이 나라 재정수입의 99%를 대는 유전이 열흘 새 속속 반군에 넘어갔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하루 생산 25만배럴에 그치지만 국제유가까지 들썩이게 한 것은 매장
9년전 이맘때 자이툰부대를 방문했다. 이 부대의 사막길 3000리 진군기록영상에 특히 가슴이 컥컥 막혔던 기억이 새롭다. 국군 1175명은 2004년 9월 초 쿠웨이트를 출발, 18일 만에 아르빌에 진출했다. 18일간 한 명의 희생자도 없이 전쟁국을 돌파했던 부대이동작전이었다. 이후 자이툰부대는 활발한 평화재건활동을 수행했다. 전쟁이 할퀸 이라크인들 치료로 시작했다. 치안에 나섰고 태권도도 가르쳤다. 나눠준 축구공은 희망 심기였다. 2008년말 자이툰부대는 의료장비, 차량까지 3만6472점을 기증한 뒤 51개월만에 귀환했다. 사상최대 수출, 전투기 경쟁력 +α 이라크로 경공격기 T-50 24대를 수출한다는 소식에 자이툰부대가 오버랩된다. 국군이 평화재건에 기여한 중동 빈국이 자주국방에 나섰다는 것부터가 대견하다. T-50IQ기가 한국 방위산업 역사상, 국산 항공수출로도 최대로 수출되는 건 물론 자체의 국제경쟁력 때문일 것이다. 기술력과 가격 등에서 그만큼 강점이 확보됐다. KAI의 집념과 관계기관 지원의 합작품이다. 이라크 정부가 예산의 4%를 넘는 막대한 국방프로젝트를 작은 옛 인연 때문에 정했을 리도 없다. 더구나 경쟁국인 영국 러시아 체코는 한가닥씩하는 항공 강국이다. 우리도 8조원 KFX사업에서 혈맹이라고 해서 유로파이터 대신 미국산을 먼저 찍진 않았다. 그렇긴 해도 자이툰부대의 성공적인 민사작전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다만 그런 요인은 설사 있어도 서로가 굳이 말하지 않을 뿐이다. 누구나 한번쯤 신세지면 가슴에 남겨 놓는 법이다. 베푸는 쪽이야 나 좋아서 한턱 쏜 것이라고 해도 받은 쪽은 다르다. 개인이든 국가든 세상 이치다. 슈퍼태풍 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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