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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원순 수석논설위원
    허원순 수석논설위원(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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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자칼럼] 재정·통화정책 vs 수급대책

    물가안정과 연계한 통화신용정책은 한국은행법 제1조에 명시돼 있다. ‘정책’이지만 재정 운용과 법의 집행을 담당하는 정부의 정책과는 결이 다르다. 양쪽 모두 국가기관이지만 한은과 행정부는 한 몸이어서도 안 된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그만큼 중요하다. 국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지만 정부와 사법부가 별개의 헌법기관인 것과 비슷하다. 정책의 최종 소비자인 국민 입장에선 다를 수 있다. 기획재정부든 한은이든 국가기관들이 제 입장만 고수하지 말고 잘 협력해 경제를 발전시키길 바랄 뿐이다. 통화신용정책·재정정책·금융감독정책이 큰 틀에서 협력·공조해야 하는 이유다.지난주 이창용 한은 총재가 정부에 훈수처럼 한마디 했다. “통화·재정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 문제를 고민해봐야 한다.” 사과 값 등 농수산물 가격 안정에 대해 그는 ‘수입’을 근본적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생산량이 줄어들 때는 유통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고물가 문제는 그대로 돈의 가치에 관한 문제이니 사과 가격에 대한 한은의 걱정은 괜한 게 아니다.장기 저성장에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확장적 재정정책과 저금리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진다. 경제전문가라는 이들까지 쉽게 그런 주장을 내놓는다. 하지만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나라 곳간이 그럴 형편도 못 된다. 지난해 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찔끔 올린 뒤 15개월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을 보면 통화정책 역시 한계에 봉착했다.이런 상황에서 이 총재가 ‘구조적 문제의 근본대책’으로 수입을 거론했다. 달리 해

    2024.04.14 17:51
  • [천자칼럼] 개기일식 열풍, 미국의 또 다른 힘

    해와 달, 별들의 우주는 인간 감성과 지성의 시원이다. 천체와 우주에 대한 경이와 찬탄, 상상력이 문학·예술부터 종교까지 인류 문화를 배태했다. 거대한 질서와 신비에 대한 지적 탐구와 규명은 천체물리학 같은 과학도 발전시켰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의 지동설 이후 더 이상 미지의 우주가 아니다. 근대 이전의 무수한 의문이 하나씩 풀려왔다. 현대의 허블과 제임스웹 망원경은 상상 그 이상의 우주세계 신비를 과학으로 설명해준다.한쪽에선 다른 현상도 있다. 종교만 해도 우주와 대자연의 초(超)질서에 대한 의문이 풀려나가면서 그 위상이 과거만 못하다. 성직자 기피 현상에 여러 종교·종단이 애먹는 것도 그런 사례다. 영화 ‘스타워즈’ 같은 할리우드발 ‘미래 과학코드’에 해와 달 같은 ‘전통적 정서’도 점차 밀려나고 있다.초등학생도 일식과 월식의 기본 원리 정도는 안다. 그러니 공상(空想)이어도 과학적 상상이어야 한다. 제대로 공부하면 고등학생만 돼도 19세기 영국 옥스퍼드대 총장보다 정보의 양이 많은 시대다.엊그제 북미에서 전개된 일식에 열광한 미국인들은 21세기 우주시대에 또 다른 미국의 모습을 보여줬다. 4분30초짜리 개기일식을 관찰하려고 500만 명이 이동했다. 텍사스에서 메인주까지 일식 경로에 있는 에어비앤비 등의 숙소 예약률은 100% 가까이 치솟았다. 평소 30% 남짓에 머물던 예약률이 그랬다. 뉴욕 시내 야외전망대에 밀집한 인파는 ‘깍쟁이 뉴요커’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하늘에서 해를 삼킨 달을 보려고 띄운 델타항공 이벤트기는 1000달러에도 만석이었다.일식이나 월식은 비교적 익숙한 천문 현상이다. 그런데도

    2024.04.10 20:39
  • [시사이슈 찬반토론] 노인 운전사고 증가…'고령자 면허' 제한해야 하나

    2019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남편 필립공이 직접 차를 몰다가 충돌 사고를 냈다. 여왕의 남편이 이틀 새 두 차례나 교통사고를 내 상대 차 탑승자가 다치자 영국 사회는 발칵 뒤집어졌다. 당시 필립공의 나이는 98세. 상황은 필립공이 사과 성명을 내고 운전면허를 포기하며 수습됐다. 한국에서도 고령자 운전에 의한 사고가 늘고 있다. 택시업계에서는 40%가량이 노인의 기준인 65세 이상일 정도로 연령대가 올라갔다. 적지 않은 인명 피해를 포함한 고령자 운전사고가 늘어나면서 노인 운전을 규제하고 면허증을 반납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외에서도 노인 면허에 신중을 기하는 나라가 늘고 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면허증을 포기하는 고령자 비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고령사회의 노인 운전면허, 적극적으로 제한해야 하나.[찬성] 면허 노인 500만 명, 부주의 사고 늘어…자격 심사 강화 필요…해외도 규제 강화경찰청 추계에 따르면 2022년 438만 명이던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2025년에는 498만 명으로 늘어난다. 2030년에는 725만 명, 2040년에는 1316명으로 급증한다. 이 추세대로 노인 운전자 교통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3만1072건에서 2022년 3만4652건으로 증가한 통계 결과가 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가 20만9654건에서 19만9863건으로 소폭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 2023년 3월, 전북 순창군의 농협 조합장 투표소에서 줄을 선 투표 행렬에 트럭이 덮치면서 4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치는 사고가 일어난 적이 있다. 운전자는 74세였다. 브레이크를 밟는다는 것이 액셀(가속페달)을 잘못 밟아 생긴 어이없는 사고였다. 77세 운전자가 승합차로 지역아동센터 건물을 들이박은 사고도 있었다

    2024.04.08 10:00
  • [시사이슈 찬반토론] '내 집 재건축'에도 개발이익 환수, 어떻게 볼까

    재활용하는 용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인간 생활에 필수 재화인 주택도 그렇다. 예전과 달리 공동주택이 보편화되면서 도시 지역에서는 초고층 주거시설이 늘어난다. 좁은 터에 더 많은 주택 건설이 용이짐에 따라 도심 재개발도 흔한 광경이다. 1970~1980년대 경제성장기에 지은 한국의 저층·중층 아파트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속속 바뀌어가고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주거 단지의 대변신이다. 인기 주거지역에서는 많은 아파트가 재건축을 원한다. 자기 집에 본인 비용으로 재건축하는 것은 소유주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집주인의 선택권이다. 다만 재건축 과정에서 통상 새 집의 용적률(단위면적에 들어설 수 있는 건물의 연면적 비율)이 올라간다. 행정적 혜택이다. 이런 이유 등으로 재건축에서 개발이익을 공공이 최대 수억 원씩 환수하는 것은 타당한가.[찬성] 용적률 확대 등 '행정 혜택' 비용 내야 교통·수도 인프라 확충도 '수익자 부담'낡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뿐 아니라 단독주택 밀집 지역도 조합을 구성해 재개발 또는 재건축을 한다. 한국에서는 새 집에 대한 열망이 높은 데다 개발이익도 적지 않다. 도심 지역에서 제한된 땅의 효용가치를 극대화하고 경제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자기 땅에서 본인 집을 짓는 행위지만 이 과정에서 행정적 특혜가 주어진다.무엇보다 재건축 사업주가 늘어나는 용적률을 독차지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지(땅)면적에 대한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인 용적률은 도시계획에 따라 시·도가 정한다. 용적률이 150%인 부지에 300%로 새 집을 지으면 쉽게 계산해 땅 가치가 2배로 늘어난다. 이렇게 늘어나는 이익은 집주인과 국가가 나눠

    2024.04.01 10:00
  • [천자칼럼] GTX와 김문수

    지난 주말 정식 운행을 시작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고속열차 KTX 개통과 비견된다. 전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묶은 KTX가 정확히 20년 전 오늘 개통한 이후 태운 승객은 총 10억5000만 명에 달한다. 국민 교통수단이 된 KTX와 직접 비교는 성급하지만 수도권 주민에게 GTX 개통의 의미는 적지 않다. 이번에 뚫린 수서~동탄 38.5㎞ 구간 평균 속도는 시속 101㎞다. 33㎞에 그치는 서울지하철 1~8호선 표정(表定)속도보다 세 배 빠르다.GTX가 한국 대중교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그늘도 없지 않다. 비대한 수도권 집중이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표적이다. 더구나 정부는 춘천·아산까지 포함한 GTX망 구축계획을 발표하면서 134조원이 들어간다고 했다. 수도권에서도 서울과 경기도의 현격한 교통 격차를 감안하면 필요한 사업이지만 천문학적 비용이 앞으로도 큰 문제다.GTX에 관한 한 김문수 전 경기지사(현 경제사회노동위원장)를 빼고 말하기 어렵다. 2009년께 GTX 공론화를 주도했고, 그 이듬해 이를 공약에 담아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하지만 “교통 개선이 가장 보편적 복지”라는 GTX 주창론자 앞 현실의 벽은 높고 두터웠다. ‘토목공사 폄훼론’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반대 때부터 이어진 일종의 한국적 전통이었다. 묘한 비협조를 통한 서울시 제동도 있었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중교통 통합 정기권으로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기후동행카드’에 경기도가 뜨악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 비교된다. “경기도와 서울시가 비슷한 발표를 해도 서울시에서 내면 사회면 톱기사, 수원발로는 1~2단 써줄까 말까 한 게 현실”. 현직 때 김 전 지사의 푸념이 기억난다

    2024.03.31 18:06
  • [허원순 칼럼] '민간교육' 비대화, 학교 경쟁력 못 키운 정부 탓 크다

    공식 선거운동의 막이 올랐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교육은 뒷전이다. 이렇다 할 쟁점도, 미래형 아젠다도 안 보인다. 정부가 ‘3대 과제’라며 2년째 교육개혁을 내걸어 왔으나 여당부터 관심이 없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교육정책 변화 아젠다가 기껏 정부가 장악해 온 대학입시에서 수시·정시의 작은 비율 조정 정도이니 국회의 관심사가 아닌 게 이상하지도 않다. 그럼에도 더 늦춰선 안 될 과제가 교육개혁이다.여러 관점과 논쟁점이 있겠지만, 논의의 주요한 출발점은 비대해지는 ‘민간교육’이다. 매년 역대 최대로 팽창하는 이른바 사교육비다. 2022년 26조원에서 지난해 27조원을 넘었다는 통계가 며칠 전 나왔다. 이런 것을 발표하는 교육부는 부끄럽지도 않나. 교육예산은 올해만 96조원이다. 국민에게 민망하지도 않은가. 유아 영어학원 한 달 비용이 평균 121만원이라는 것도 국회에 낸 교육부 자료에서 흘러나왔다. 공무원이 밀집한 세종(149만원)이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는 사실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영어유치원이 비싸거나 학원비가 많이 드는 것은 그럴 수도 있다. 누가 강요한 게 아니다. 유아 영어학원이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젊고 똑똑한 학부모들이 거듭 따져봤을 것이다. 문제는 그 이면이다. 민간교육은 왜 비싼데도 몰려들고, 학교는 경시·외면받느냐다. 교육부도, 국회도, 사회단체들도 통상 ‘사교육’이라는 편견 가득한 말로 민간교육을 타박하고 개탄하기에 급급했다. 누가 그럴 자격이 있나. 시장이 활성화되고 고도화될수록 관(官)보다 민(民)이, 공공보다 민간 영역이 효율적이다. 적응력도 앞서고 책임성도 분명하다. 그런데도 ‘관 우위

    2024.03.28 18:05
  • [천자칼럼] 이마트의 수난

    신세계 이마트가 1993년 서울 창동점에 이어 1994년 고양시 일산점, 1995년 안산점·부평점을 개점하면서 한국에서도 대형할인점 시대가 열렸다. 가성비 좋은 생활용품을 가득 담은 카트가 널찍한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에 넘쳐났다. 쇼핑객들은 매장에 딸린 넓은 주차장으로 직행해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마이카로 귀가했다. 영화에서나 봐온 미국식 ‘쇼핑 문화’의 개막이었다.그때 카트에도 태우고 종종걸음도 걸리며 아이 한둘을 앞세워 ‘마트’를 누빈 20~40대들이 이제는 모두 퇴직 대열에 있다. 소비 주도 그룹에서 어느덧 얇아진 지갑과 긴 노후를 걱정하는 은퇴자들이 된 것이다. 신도시 초창기 서울 강남 못지않던 일산 집값이 천양지차로 벌어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 소비 주역 ‘86세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현업에서 물러나고 쓸 돈도 줄면서 달라진 게 무척 많다.국내 대형마트 1위인 이마트가 전사적 희망퇴직에 돌입한 것은 급변하는 유통업계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대형마트의 고전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마트까지 창립 31년 만에 첫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유통업계에 부는 칼바람이 으스스하다. e커머스업계의 무한 경쟁과 공세, 고물가로 위축된 소비심리, 중국 업체 ‘알테쉬’(알리, 테무, 쉬인) 돌진 등 3중고를 오프라인 매장이 이겨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넉 달 만에 2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11번가를 보면 e커머스업계 위기감도 다르지 않다. 로켓배송을 내세운 쿠팡의 약진과 초저가를 앞세운 중국 업체들로 유통업계는 요동친다. 유통업계를 넘어 중소 제조업계를 포함한 산업 구조의 틀이 바뀔 듯한 분위기다.이마트는 ‘근

    2024.03.26 17:50
  • [시사이슈 찬반토론] 공약 곳곳 '행복 보장'…국가가 줄 수 있는 것인가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오자 여야 정당이 나라에서 국민에게 뭐라도 다 해줄 것처럼 외쳐대고 있다. 범람하는 공약 가운데는 ‘국민 행복’도 자주 눈에 띈다. 마치 정부가 국민에게 행복을 주겠다는 식이다. 선거를 한 달 앞두고 제시된 여당 국민의힘의 10대 공약에도 그런 내용이 중복적으로 들어있다. 통상 보수·우파를 지향하는 정당의 기본 성격이나 정강을 볼 때 이 당은 ‘국민 행복’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외치는 게 정체성에 부합한다. 그런데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큰 공약에 ‘국민 행복’‘청년 행복’이 들어가 있다. 다른 진보·좌파 정당들은 볼 것도 없다. 정부가 개인에게 행복을 보장하겠다는 슬로건을 쉽게 내놓는다. 국가·정부는 자율의 자유 시민에게 행복을 줄 수 있나.[찬성] 복지국가 책무, 국민 행복은 '큰 정부' 지향점…의식주부터 적극적으로 약자 도와야많은 현대 국가가 복지국가를 지향한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중이던 1942년에 이미 베버리지 보고서를 통해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 즉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국민을 살피는 복지 국가를 지향했다.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그렇게 시스템화했고, 발전해왔다. 북유럽의 이른바 복지 국가들도 오랫동안 그런 정책을 지향해왔다. 서유럽의 좌파·진보 정당들이 내거는 정강이나 공약도 그 기반에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담은 게 다수다.많은 나라들이 복지제도를 줄이기보다 웬만하면 확대 쪽으로 방향 잡은 것도 현대국가의 일반적 특징이다. 의식주를 기반으로 한 일반 복지도 경제적 약자를 비롯한 취약

    2024.03.25 10:00
  • [시사이슈 찬반토론] 도심 에어비앤비 규제 더 풀어야 하나

    한국 도심에서 에어비앤비(공유숙박시설) 이용은 외국인만 가능하다. 국내에서 공유숙박시설 운영 조건은 세 가지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외국인 도시 민박업, 농어촌 민박업, 한옥 체험업으로 구체화된 조건에 따라야 사업 허가가 나온다. 물론 이 규정이 잘 지켜지지는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규제 개선 차원에서 외국인으로 제한하고 있는 이용자 자격을 내국인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차제에 공유숙박에 대한 규제를 모두 풀어야 ‘관광 한국’ 정책에 부합한다는 주장이 많다. 반면 도시 민박업을 다 풀면 호텔 등 기존 숙박업체는 손님을 빼앗겨 망할 판이라는 반대도 만만찮다. 다가구 주택에서 외부인이 수시로 드나드는 민박 사업을 하면 주거 환경이 나빠지고 안전문제가 생긴다는 우려도 있다. 관광 활성화 차원의 공유숙박 규제완화, 어떻게 볼까.[찬성] 영업일·내국인 제한 풀어야 관광 활성화…젊은 층이 주로 이용, 주택과는 다른 시장도시 민박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는 관광 한국, 관광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풀어야 할 대표적 킬러 규제다. 현실과 동떨어진 데다 국제 기류와도 완전히 따로 노는 제한이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이 깨끗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다양한 숙박 시설을 갖추는 것, 다음은 질 좋은 음식과 개성 있는 식당을 두루 구비하는 것이다. 그런데 도시 민박업을 허용하면서 외국인은 되고 한국인은 안 된다는 규제가 오랫동안 유지돼왔다. 뒤늦게 이 규제가 풀리게 됐지만 늦었다. 사실 이용자의 예약 이름만 외국인으로 기장하면 가능했다는 점에서 실익도 없는 껍데기 규제이기도 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었다.문제는 도시 내 공유숙

    2024.03.18 10:00
  • [천자칼럼] 'TSMC 50억 vs 삼전 60억+α'

    삼성전자가 반도체 투자로 받을 미국 보조금이 ‘60억+α’달러에 달하자 국내외 언론에서 놀랍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최대 경쟁자인 대만 TSMC의 50억달러보다 많기 때문이다. 삼성의 투자 규모가 얼마인지 관심사이지만 투자 내용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이번 보조금 배분은 최강국 미국 정부와 글로벌 반도체 공룡들 간의 치열한 협상이고 거래다. 2년 전 미국이 반도체지원법을 만들 때 제시한 당근이 천문학적 재정 지원이었다. 보조금 390억달러, 연구개발(R&D) 지원금 110억달러 등 527억달러(약 70조원)를 내걸고 ‘팀아메리카’에 동참을 압박했다. 자국 기업 인텔이 과감하고 발 빠른 투자계획을 확정해 100억달러를 선점했다. 중국을 포위하는 ‘칩(chip)4 연대’가 적어도 미국 안에서는 착착 진행되는 모양새다.미국이 보조금 문제를 화끈하게 풀어가는 요인의 하나로 오는 11월 대선이 꼽힌다. 재집권을 노리는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육성과 투자유치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는 것이다. 국가적 투자 프로젝트에서 선거가 긍정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도체 육성을 외치면서도 대형 보조금은커녕 R&D에 따른 제한적 감세조차도 쉽게 용단을 못 내리는 한국과 비교된다. 개별 기업에 조 단위 이상의 초대형 보조금이 나가도 고용창출과 공장건설 사업, 나중의 세금까지 계산하면 투자유치는 국가가 남는 비즈니스다.삼성전자가 보조금만 보고 미국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긴장도 될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미국 정부와의 거래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보조금에 붙는 조건에 따라 회계장부 공개는 물론 기술 정보까지 내놔야 할지 모른다. 그렇다

    2024.03.17 17:55
  • [시사이슈 찬반토론] 규제완화로 소형 원전 적극 건설, 어떻게 봐야 할까

    정부가 소형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통상 ‘SMR(소형모듈원전)’이라고 하는 이 미니 원전은 꿈의 에너지원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건설이 간단해 전력 소비 지역에 바로 세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전력산업은 생산도 쉽지 않지만 대규모 송전 시설을 갖추기가 더 어렵다. SMR은 한국이 다시 추진 중인 원전 르네상스를 실현시켜줄 경제성 있는 전력원(源)이 될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사는 SMR의 입지규제다. 입지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미국식으로 가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규모가 작을 뿐 SMR도 엄연히 원전인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는 그대로 남아 있다. 한국형 님비현상도 예상된다. 질 좋고 비용도 싼 전력 생산은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지탱해주는 큰 요소다. 규제 혁파를 통한 SMR 적극 건설,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수요지 근처에서 신기술로 전력 공급, 美 상용화…'전력=배달 산업' 통념 바꿔삼성전자가 한 해 한국전력에 내는 전기요금만 2조5000억 원 이상(2022년 기준)으로 알려져 있다. SK하이닉스도 1조2000억 원에 달한다. 바꾸어 말하면 안정적이고 충분한 전력의 뒷받침 없이는 반도체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는 얘기다. 자동차·조선·화학 등 전통적 중후장대산업을 비롯해 IT 업종에 이르기까지 예외가 없다. 데이터 산업은 ‘전기 먹는 하마’라고 할 정도로 전력 비용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한국이 주력 핵심 산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ITC 산업에서도 약진하기 위해서는 비용 단가가 적게 드는 전력을 더 많이 생산해 기하급수로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야 한다.탄소 발생을 줄이며 기후변화 아젠다에 부응하는 방식의

    2024.03.11 10:00
  • [허원순 칼럼] '안심소득 vs 기본소득' 이런 걸로 끝장토론 못 하나

    정치는 이념의 세일즈다. 사회적 가치의 다툼이 정치의 핵심이다. 이념과 가치, 철학이라는 원자재는 정책으로 가공된다. 정책이라는 소비재를 고객에게 판매하는 공식 시장이 선거다. 더 나은 정치 상품을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이자 책무다. 이를 통해 정치가 발전한다. 소비자가 깨어 있어야 정치판이 깨끗해지고 야바위꾼 사기꾼 야심가 천지의 정책 시장이 선진화한다. 그렇게 보면 ‘국민은 착하고 훌륭한데, 정치는 3류 아수라판’이라는 개탄과 냉소는 틀렸다. 그 반대이거나 최소한 함께 가는 것이다.총선이 한 달 남았다. 하지만 어느 당이 어떤 주력 상품을 내놓고 있는지 뚜렷한 게 없다. 선거구도 며칠 전에야 겨우 획정됐다. 여태 이전투구로 사천, 공천 시비만 요란하다. 시대가 변해도 한국 정당들은 선거를 감성·감정의 이벤트로 몰고 가겠다는 뜨내기 장사꾼 집단 같다. 특정 바람몰이로 쉽게 먹겠다는 오만이 여전하다.지금쯤이면 여야 각 당의 정책 상품이 잘 전시돼 있어야 한다. 미래개척형 새 상품, 저성장 돌파의 기획 상품, 젊은 세대 유인형 신상품을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내놓고 표와 바꾸자고 해야 한다. 공약과 정책 세일즈는 그렇게 거래된다. 유권자로선 정책이라는 선거철 상품은 선명하게 비교되는 게 많을수록 좋다. 제원이 분명하고 각기 장단점, 특징이 뚜렷할 때 소비자 선택권이 넓어진다. 가령 우리 시대의 큰 과제인 격차 해소 문제라면 앞서 골격이 다듬어진 시험적 대안 정책이 있다. 안심소득과 기본소득이 그렇다. 둘 다 약자 지원책이지만 철학과 지향점은 다르다. 여권의 오세훈 서울시장과 제1 야당 이재명 대표가 주창한 것이니 비교 포인트와 대

    2024.03.07 17:56
  • [천자칼럼] 中 커넥티드카 때리는 美

    제너럴모터스(GM)가 모토로라와 협력해 1996년 선보인 ‘온스타 서비스’를 흔히 커넥티드카의 기원으로 본다. 자동차가 사고를 당했을 때 내부 장치가 자동으로 콜센터에 기본 정보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당시에는 신호 수준이었지만 곧 GPS를 통한 차량 위치정보·음성·데이터 송수신으로 관련 기술은 급속히 발전해왔다.인터넷에 상시 연결되면서 이제 커넥티드카는 무선 네트워크로 온갖 정보를 주고받는다. 안전 운행 기반의 내비게이션과 자율주행은 기본이다. 스마트폰을 통한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에 차량 진단, 신용카드를 건너뛰는 결제도 가능해졌다. 이런 ‘스마트카’ 기능은 스마트폰과 하나로 묶여간다.‘바퀴 달린 컴퓨터’로 차량이 진화하면서 자동차산업의 외연도 계속 확대 중이다. 하지만 놀랄 정도의 편리함 뒤에는 응달도 있다. 해킹과 데이터 유출 문제다. 최악의 경우에는 원격 접속으로 차량 기능을 조작하거나 차량을 통해 쌓이는 특정 국가의 방대한 생활 및 인프라 시설 정보가 몰래 넘어갈 위험이 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커넥티드카에 제재의 칼을 빼든 것도 이런 취약 고리를 문제 삼은 것이다. “중국 커넥티드카가 우리 시민과 인프라의 민감 데이터를 수집하고 중국으로 전송할 수 있다.” 그는 상무부에 “조사와 함께 위험 대응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만들어진 행정명령권을 후임 바이든 정부가 쓰는 것이다. 미국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세계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시작한 것에 대한 대응책이다. 중국 BYD의 전기차 돌핀은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모델3 가

    2024.03.03 17:55
  • [시사이슈 찬반토론] 비수도권까지 그린벨트 대거 해제, 문제는 없나

    대도시의 마구잡이 팽창을 막고자 설정한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의 해제 문제는 한국에서 늘 뜨거운 관심사다. 충분한 용지 공급으로 산업과 경제 발전을 꾀하자는 ‘개발론’과 난개발 방지를 내세우는 ‘환경보호론’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영역이다. 여기에는 해당 구역 내 땅 소유자들의 토지 이용권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윤석열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에 적극 나섰다. 해제 결정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하지만, 정부의 정책적 기준이 중요하다. 토지 이용 규제에도 일몰제를 적용하고, 규제 지역은 신설하지 않으며, 농업진흥지역(과거 절대농지) 안 자투리 농지 전용 등으로 농지 이용 규제도 전반적으로 합리화한다. 지방 경제 살리기 차원이다. 그럼에도 그린벨트를 풀면 난개발이 예상된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그린벨트 대거 해제, 문제는 없나. [찬성] 산업 부지 확보해 지방 경제 살려야…기업 투자·문화 시설 유치로 균형발전그린벨트는 무질서하게 도시가 커가는 것을 막기 위해 1971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경직된 운용으로 인해 도시의 정상적 발달과 성장에 큰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계속돼왔다. 처음 시행된 1970~1980년대와 비교해 교통 수도 산업 등에서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했다. 도시가 커진다고 환경오염 요인이 함께 늘어나는 시대가 아닌 것이다. 더구나 획일적 규제로 도시가 기형적으로 팽창하면서 도시 진화의 왜곡 요인이 돼왔다. 대도시 주변에 기업과 연구시설, 각급 학교를 위한 용지가 충분히 공급돼야 하는데, 일단 그린벨트로 지정되면 누구도 쉽게 손을 대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간 이어졌다. 그린벨트 때문에 한국의 도시는 체

    2024.03.03 17:28
  • [시사이슈 찬반토론] 주가 상승 도모하는 '주주 환원', 기업 발전에 도움 되나

    한국의 주식시장이 실제 가치에 비해 저평가받고 있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증시에서 해묵은 관심사다. 뒤늦게 정부가 나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정책을 마련했다. 국민의 자산 늘리기에 소비 진작까지 도모한다는 차원이다. 상장기업의 자기 회사 주식 매입을 유도하는 등 종합 정책을 짠 배경이다. 때마침 단기 투자 이익을 꾀하는 다국적 행동주의 펀드도 주식 배당 확대를 요구하며 일부 연합전선을 형성하고 나섰다. 기업이 낸 이익을 주주에게 최대한 배당하라는 압박이다. 이를 통상 ‘주주 환원’이라는 점잖은 말로 표현한다. 미국 등지에서는 주식 배당성향이 높다. 기업이 많이 벌면 최대한 배당을 많이 해 주주의 가치를 높인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기업이 어려울 때도 덩치 줄이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수익이 많아도 즉각 배당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기업의 이익을 ‘즉각·최대한 배당하기’는 기업 발전에 도움 될까.[찬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시급 고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가 상승 견인주식회사의 큰 장점은 소유주인 주주가 배당금으로 이익을 누린다는 점이다. 네덜란드·영국 등지에서 17세기 초 동인도회사가 주식회사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래 주식회사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경제 시스템이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세계경제가 기업 중심으로 발전해온 것도 지분만큼 유한한 책임에 그만큼의 이익 배당이라는 합리적 시스템이 갖는 장점 때문이었다. 오늘날 사회주의국가까지 주식회사 제도를 받아들였고, 전 세계 기업의 절대다수가 주식회사 제도로 재화를 생산하고 고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그

    2024.02.26 10:00
  • [시사이슈 찬반토론] AI 딥페이크 가짜뉴스 파문…규제법 필요할까

    가짜 뉴스는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도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대응 수준이다. 웃으며 넘기기도 하고 법률로 엄한 대응도 한다. 사회 구성원들이 이성과 합리, 인식의 수준을 높여 잘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처벌법만 잔뜩 만든다고 가짜 뉴스가 없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궁극적으로 인간의 사회에서 거짓말이나 선동이 없어질 것이냐의 문제다. 인공지능(AI)를 활용한 ‘딥페이크(deepfake)’ 콘텐츠가 나오면서 또 규제법 논란이 일고 있다. 딥페이크는 탁월한 AI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 편집물을 일컫는다. AI의 심층 학습을 뜻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과 가짜 ‘페이크(fake)’의 합성어다. 딥페이크는 당연히 배제 대상이다. 그렇다고 몇 건의 사례에 화들짝 놀라면서 규제법부터 만들어야 할까.[찬성] 팝스타 스위프트 합성물 SNS 확산, 제작 2분·검증엔 며칠…美도 대응 기류최근 세계적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AI 딥페이크로 지구촌이 떠들썩했다. 스위프트의 얼굴과 목소리에 음란물을 합성한 조작 이미지로 들통났지만 각종 SNS로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한 X(옛 트위터) 이용자가 올린 스위프트 딥페이크 이미지는 19시간 만에 4700만 회 이상 조회됐다. 이 이미지는 더 퍼져나갔고, ‘좋아요’ 반응도 수십만 건에 달했다. X는 뒤늦게 문제의 계정을 삭제했다. 스위프트 검색도 막았지만 페이스북 등 다른 SNS로 퍼져버린 뒤였다. 이런 일이 한두 차례가 아니다. 미국 대통령에 재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경찰관에게 둘러싸여 체포되는 가짜 사진이 나돌면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현직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막말을 하는

    2024.02.19 10:00
  • [허원순 칼럼] 시계 거꾸로 돌리는 국회 연금개혁 특위

    국회가 이제 와서 국민 1만 명을 대상으로 연금개혁에 대한 입장을 묻겠다고 나섰다. 그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발표 자료를 보면 500명의 시민대표단까지 새로 모집하겠다고 한다. 지난달 말 특위 아래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키더니 이런다. 자문단도 만들었고, 추가로 의제숙의단이라는 것도 구성 중이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의무가입연령 등을 뒤늦게 ‘숙의’한다는 것이다. 특위 아래 조직을 보면 사공도 너무 많다.특위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시작된 게 언제인데, 지금에야 2주간에 걸친 대형 국민 설문조사를 하겠다는 건가. 전임 정권의 직무 유기로 지난 대통령선거 때도 연금개혁은 큰 쟁점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에 맞춰 3대 개혁 과제의 하나라며 근 2년간 시급성과 중요성을 역설해왔다. 개혁안 마련 주체가 정부에서 국회로, 다시 정부로 핑퐁 치기 해 온 것도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가 일 처리를 잘했다고 할 수는 없다. 지난해 8월, 뻔한 사안을 9개월 동안이나 주물럭거리다 내놓은 시안이 10개를 넘기도 했다. 이후 모수개혁에서 다시 뒷걸음치는 등 우왕좌왕해온 복지부 행보에는 비판받을 게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찬성률이 86%에 달할 정도로 국민연금 개혁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이미 형성된 판에 ‘1만 명 기초조사’를 하겠다니 황당하다. 개혁을 유보하자는 반응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어쩔 셈인가. 조사비용과 헛수고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아예 불필요한 조사다. “연금개혁 합의안을 도출하려면 공론화가 필요하므로 국민적 공감대 형성·확산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고 최선을 다하

    2024.02.15 17:46
  • [시사이슈 찬반토론] 춘천·아산까지 GTX, 134조원 투입할 가치 있나

    정부가 광역급행철도(GTX)를 대대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수도권 교통 대책을 발표했다. 수도권에서 30분대 출퇴근 시대를 열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내세운 스케줄에 맞춰 완공된다면 서울·수도권 교통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논쟁점이 있다. 무엇보다 134조 원의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가 문제다. 강원도 도청 소재지인 춘천과 원주, 충남 아산까지를 대심도 고속 철도망으로 엮으면 가뜩이나 거대한 수도권은 더욱 비대해지면서 비수도권과 격차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시점이어서 정치적 선심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서울의 분산, 수도권 메가시티의 교통 개선, 원거리 출퇴근자 고충 경감 효과도 예상된다. GTX 통한 강원·충청 지역의 서울 연계 강화는 바람직한가.[찬성] 출퇴근 고충 줄고 수도권 경쟁력 높아져 집값 안정…건설·전철 기술력도 향상상주인구로 1400만 명에 달하는 경기도 주민 상당수가 서울로 출퇴근한다. 김포 지역의 과밀 전철을 비롯해 경부 축의 서울 위성도시를 지나는 광역버스는 ‘콩나물시루’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출근 교통대란이 빚어지고 있다. 버스는 승객 수송에 한계가 있고, 기존 전철도 역이 많은 데다 구식 열차의 구조적 한계 때문에 속도를 내지 못한다. 지하 깊은 곳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신형 GTX를 건설해야 출근 지옥이라는 불만과 하소연을 해소할 수 있다.GTX는 지하 50m 깊이의 터널에서 최고 시속 180km로 달리는 미래형 이동 수단이다. 출퇴근을 포함한 시민들 이동시간을 줄여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 도시철도의 기술개발 효과

    2024.02.05 10:00
  • [시사이슈 찬반토론] 국회의원 300명→250명으로 감축, 타당한가

    국회의원 정원을 줄이자는 주장이 또 나왔다. 집권 여당의 임시 대표 격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치개혁 방안으로 내걸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실린다. 의원감축론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정치 과잉으로 빚어지는 ‘갈등 대한민국’의 진앙지가 국회라는 비판과 무관치 않다. 한국 국회는 대표적 고비용·저효율 집단으로, 사회갈등을 원내로 수렴해 풀기는커녕 진영 논리와 정파 이익에 따라 갈등과 대립을 증폭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감축에 대한 반대도 있다. 입법부라는 국회의 본질적 기능을 보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행정부를 감시하고 국내외 여러 현안에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중요하다는 논리다. 공직선거법에는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으로 정해져 있다. 정치개혁 차원에서 이를 250명으로 줄이자는 주장은 타당한가.[찬성]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숫자 많고 경쟁력 낮아…특권 속 엉터리 법 양산하며 '저질 경쟁'국회의원 정원 줄이기는 ‘정치 과잉’으로 빚어지는 대한민국 국회의 구태와 책임 방기를 감안할 때 꼭 필요한 개혁안이다. 우리 국회는 한국 사회의 여러 분야 중 가장 대표적인 고비용·저효용 기관이라는 지적은 오래전부터 나왔다. 국제 비교로도 경쟁력이 최하위권이다. 마구잡이 입법 탓에 법안 가결 비율이 10% 안팎에 불과하다. 의원 각자가 무책임하게 법안을 쉽게 발의할 뿐 마무리를 제대로 못 한다는 의미다. 생산성은 이처럼 낮은데, 특권은 부자 국가들 모임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최상위다. 무엇보다 국민 1인당 국민소득(GNI) 대비 의원 연봉은 미국·일본·영국 등 주요 나라의 약 1.5배에 이른다. 회의에

    2024.01.29 10:00
  • [허원순 칼럼] 저출산 문제 닮아가는 '지역 소멸' 걱정

    모두가 지역 격차를 걱정하지만 어떻게 보면 영광의 상처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급히 달려온 산업화의 부산물이다. 산업화와 도시화는 20세기 중후반 이후 글로벌 메가트렌드다. 산업화는 세계 모든 국가의 지상목표였다. 이 바퀴의 속도가 곧 국가 경쟁력이었다. 그 옆 작은 바퀴가 대도시 기반의 전문화·분업화·집중화다. 선진적 대도시에서 산업과 문화가 발달해왔다. 한국은 이 흐름을 잘 탔다. 성과도 냈다. 그렇게 경쟁에서 살아남으면서 지역 격차라는 부작용을 배태했다. 소농이 다수였던 가난한 농경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산업과 경제의 고도화를 못 이뤘다면 없었을 문제다.제대로 된 원인 진단은 어디서든 중요하다. 그런데도 요인과 성과는 간과한 채 자칭 전문가들까지 파생적 결과만 놓고 한탄하고 냉소하고 걱정을 부추긴다. 최근의 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또 한 번 그런 한계를 절감했다. 걱정만 하고 문제점만 늘어놓는다고 풀릴 일이 아니다. 서울·수도권이 광역 도쿄, 간사이 오사카, 베이징·상하이 경제권과 치열한 지역 경쟁을 벌이는 시대라는 것까지 함께 봐야 한다.유감스럽게도 균형발전 과제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닮아간다. 백가쟁명으로 우려가 넘치고 중구난방 당위론적 대안은 많지만, 뚜렷한 해법도 사회적 합의점도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연금개혁 문제를 포함한 고령화 우려도 분명 걱정거리지만 이 또한 영광의 상처다. 의료·위생·영양·노동·일반복지에서 단기간에 과도한 성과를 내면서 한국인 수명이 급격히 늘었다. 평균수명이 60세라면 없었을 문제다. 두 난제 모두 결과에 매몰돼 있는 것도 닮았다.이전

    2024.01.25 17:49
  • [시사이슈 찬반토론] 선거 전 290만 명 신용 사면, 금융 발전에 도움 되나

    정부가 또 ‘신용 사면’에 나섰다. 2000만 원 이하 대출자 가운데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해 금융거래가 원활하지 못한 취약계층을 상대로 일정 기간 안에 빚을 다 갚으면 연체 기록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통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석 달 이상 연체하면 금융회사와 신용평가회사에 해당 내용이 공유된다. 이렇게 신용불량자가 되면 이후 대출받을 때 금리 부담이 늘어난다. 나중에 돈을 갚아도 최장 5년간 금융거래에서 각종 불이익(금전적 손해)을 당한다. 금융 부실을 예방하고 신용 사회로 가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이런 규정·관행을 무시하고 연체 기록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서민 지원이라지만 선거를 앞두고 나온 조치라는 점 때문에 선심 정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되풀이되는 신용 사면, 금융 선진화에 도움 되나.[찬성] 장기 불황에 서민 어려움 가중…신용 회복으로 자립하면 '지원 비용' 줄어경제성장률이 1~2%대로 뚝 떨어진 장기 저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소비 활성화 등 내수 진작을 펴고 투자 확대 유인책도 마련하지만, 성과가 잘 안 나타난다.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서 우회적으로 서민 취약계층 금융 지원에 나섰다. 그래도 경제 취약층의 어려움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적 고물가로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이런 사정에서 저소득층의 어려움은 날로 커진다.정부가 저소득 서민을 위한 여러 지원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다. 좀 더 현실적인 대책은 금융 활동에 애로가 있는 금융 취약층의 정상 대출을 가능하게 해주고 가능하면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다. 또한 신용카드 이용에 지장이 없도록 해주

    2024.01.22 10:00
  • [시사이슈 찬반토론] 첨단기업의 해외 합작투자, 사전 승인 필요할까

    국가 핵심기술 보유 기업의 해외 합병과 합작투자 때 정부 사전 승인을 받게 하도록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등 해외 사업이 많은 대형 수출기업 다수에 해당하는 중요한 법안이다 보니 산업계의 관심이 크다. 이 법이 던지는 쟁점은 분명하다. 치열해지는 기술경쟁 시대에 무리를 해서라도 한국의 전략적 핵심기술을 보호할 것인가, 규제 혁파로 외국인투자를 확대하고 국내 글로벌 대기업들이 수출에도 적극 나서게 지원할 때인가, 서로 다른 두 가치가 충돌하는 지점에 이 법이 있다. 핵심기술을 지키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라고 반대한다. 반면 정부는 보조금까지 들어간 첨단기술을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승인제는 필요한가.[찬성] 정부 보조금 들어간 핵심기술 지켜야…미국 IRA법 등 기술보호는 글로벌 추세해외 기업이 자본투자나 기술투자 형식으로 한국 기업이 가진 첨단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갈수록 늘어난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많다. 문제는 법적·행정적으로 관리 대상인 국가 핵심기술의 국외 유출 가능성이다. 명백한 범법 행위인 기술의 불법 유출도 관련 법에 따라 막아야겠지만 합법적 투자 형식으로 유출되는 기술도 통제할 필요가 있다. 국가 핵심기술은 공기업이나 국책 연구원도 확보하고 있지만, 자율로 움직이는 민간 기업에도 많다. 정부 예산에서 나가는 국가 보조금까지 투입한 기술의 유출은 막아야 한다. 그래서 사전 승인을 받으라는 것이다.기술 보호 및 관련 규제의 강화는 근래 여러 나라에서 나타나는 국제적 추세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인

    2024.01.15 10:00
  • [시사이슈 찬반토론] 정부가 사립대 입시까지 감놔라 배놔라, 바뀔 때 됐나

    2028학년도 대학입시 방식이 2023년 말에 발표됐다. 늘 그렇듯이 발표 주체는 교육부다. 선택과목이 폐지되고, 내신성적은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되 9등급에서 5등급으로 바뀐다. 수학은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 가운데 선택하는 현행 방식에서 문과생 수준의 쉬운 수학으로 단일화된다. ‘심화수학’이라는 난도가 높은 학습 과정이 빠지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과대 등 이공계통 대학에서 기본적인 미적분을 다시 가르치게 되면서 기초학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 제기는 학생 선발 자율권을 왜 대학에 주지 않고 정부가 계속 간섭하느냐다. 국립대학은 몰라도 사립대학은 건학 이념에 따라 스스로의 기준에 맞춰 학생을 선발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다. 사립대학 입시 과목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정부,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인가.[찬성] 학생 선발은 대학 독립·발전의 대전제…건학 이념·지향 교육 가치 따라 자율로대한민국에서 민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억압하는 규제·간섭·감독 행정으로 ‘관치금융’을 언급하지만 더 심한 관치는 교육이다. 정부가 대학입시의 과목 선정과 난이도까지 시시콜콜 간섭하고, 그나마도 매년 조삼모사 조변석개로 바꾸는 나라가 어디 있나. 현대 국가의 합리적 행정권을 넘어서는 전근대적 국가만능주의에 다름 아니다. 과도한 간섭에 대학은 자율성·창의성·독립성을 잃은 채 경쟁력만 저하되고 있다. 대학의 질적 저하는 관치교육에 큰 원인이 있다. 왜 대학을 법에서 ‘고등교육기관’이라고 하는가. 스스로 책임지면서 홀로 서야 한다는 철학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다.여러

    2024.01.08 10:00
  • [허원순 칼럼] 2024년 '부처 칸막이' 철폐 원년으로

    노무현 정권 출범 때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담당하면서 각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다. 관료집단에 대한 유별난 불신이다. 이제 ‘586’으로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당시의 실세 ‘386’ 그룹은 대놓고 이렇게 말했다. “부처의 기존 공무원은 아예 안 쓴다”. 비서실 구성의 원칙이기도 했다. 점령군 같던 첫 비서실의 비서관급 이상 가운데 ‘늘공’(늘 공무원, 직업 관료)은 거의 없었다. 치안비서관에 현직 경찰관이 기용된 정도였다.하지만 ‘386 어공’(어쩌다 된 공무원)들의 큰소리는 오래 못 갔다. 둑은 대통령 직속 여러 위원회에서 먼저 무너졌다. 위원회 전성시대 정부답게 온갖 위원회가 생겼는데, 어디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 늘공을 하나둘 ‘파견’받기 시작했다. “도무지 예산 없이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서…”라며 겸연쩍어하던 모 실세 위원장의 대답이 인상적이었다. 기세등등했던 비서실까지 늘공을 불러들이는 데는 반년도 안 걸렸다. ‘독점·전문성·칸막이’가 뒤섞인 예산실의 벽은 예나 지금이나 높다. 드센 어공 386들도 일찌감치 손을 든 곳이다. 그쪽을 움직이지 못하면 복지도, 대북사업도 다 공허해진다. ‘재정 칸막이’ 기획예산처 다음은 ‘인사 칸막이’ 행정안전부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정원을 담당하는 행안부를 거쳐 결국 정부 내 힘센 순서대로 늘공들이 속속 청와대로 불려왔다. 김대중 정권 때 ‘중경회’ 교수들이 행시 경제 관료에게 자리를 다 넘겨주고 조기 퇴진한 것과 비교할 만했다.새해 벽두부터 공직 얘기를 꺼낸 것은 ‘만만한 게 공무원’이어서가 아니

    2024.01.01 18:02
  • [천자칼럼] 걷기 예찬

    <나는 걷는다>는 실크로드 1만2000㎞를 3년에 걸쳐 걸은 대기록으로 현대의 걷기 고전이다. 프랑스 언론인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정년퇴직 후의 이 책으로 첫 도보 실크로드 완주자로 공인받았다. ‘이스탄불에서 시안까지 느림, 비움, 침묵의 1099일’이라는 부제로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돼 호평받았다. 올리비에 정도면 걷기에서 구도자를 넘어 입신 경지에 달했다고 할 만하다. 삶의 성찰과 예지가 곳곳에 번뜩이는 이 기행문을 읽다 보면 마력 같은 걷기의 매력에 흠뻑 젖어 든다.걷기 예찬론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마이카 시대에 대중교통 시스템도 갈수록 다양·편리해지고 있다. 그럴수록 걷기족은 더 늘고, 산 따라 강 따라 산책로도 늘어가는 게 역설적이다. 제주 올레길 이후 전국 각지에 편하고 개성 넘치는 둘레길이 무척 다양해졌다. 요즘은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찾는 ‘원정 고행족’도 적지 않다. 가히 걷기 전성시대다.걷기는 심신에 두루 좋다. 바른 자세로 걷기만 규칙적으로 해도 인간 질병·질환 90%가 예방·치료된다는 전문가 주장도 있다. 시선은 상방 15도에 두고, 가슴과 허리는 곧추 펴고 걷는 게 좋다. 유산소 운동이 되려면 10% 정도 속도를 더 내거나 보폭을 5㎝쯤 넓게 잡으면 효과적이다. 미음완보(微吟緩步: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걷기)라는 말도 있으니, 조용한 산책은 그 자체로 명상이다. 심적 평안, 힐링으로 최고다. ‘속보이어신(速步利於身: 빠르게 걸으면 몸에 좋고) 안행이어심(安行利於心: 천천히 걸으면 마음에 좋다)’이라면 좀 거창한가. 요컨대 바르게, 부지런하게, 즐겁고 편안하게 걸을 일이다.보건복

    2023.12.27 17:58
  • [천자칼럼] 하이퍼루프원 좌절과 스피드의 꿈

    철마가 처음 보급된 1830~1840년대 영국에서 철도는 신기술의 표상이었다. 산업혁명의 단맛을 본 근대인들은 철도의 운송 능력과 속도에 광분했다. 철도 광풍은 투기 붐까지 자아냈다. 한쪽에서는 ‘스피드’에 대한 놀라움과 경계도 대단했다. 의사·심리학자 등 당대 지식인들이 잇달아 과속 걱정 세미나를 열고 위험을 경고하는 논문도 내놨다. 초보적 증기기관차였지만 ‘마차보다 월등히 빠른 차량’이 두뇌에 미칠 영향, 태아에 미칠 파장을 논의한 것이다.오늘날 한국의 고속철은 시속 300㎞를 자랑하지만 아무도 과속이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빨리 달리라고 성화다. 정차하는 역이 많다 보니 말이 300㎞이지 정작 평균속도는 170㎞를 밑돈다. 이웃 일본(500㎞)과 중국(350㎞)이 개척해가는 미래형 고속철사업을 보면 놀랍다. 이대로 가다가 한국은 무늬만 고속철일 뿐 구닥다리 저속철 국가로 뒤처질까 겁난다.현대 고도산업사회에서 속도는 곧 돈이다. 속도야말로 시공간을 극복하는 주요한 방편이다. 물론 스피드가 주는 쾌감도 크다. F1 대회를 보면 스피드는 그 자체로 오락과 문화이고, 나름의 경제와 비즈니스 영역을 다지고 있다.초음속 자기부상 열차 개발 회사인 버진하이퍼루프원이 올 연말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그런 점에서 안타깝다. 영국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운영해 더 유명한 이 스타트업은 초음속을 목표로 달려왔다. 지하 진공 튜브에서 자기부상으로 질주하는 열차다. 2014년 창립됐는데 2016년 브랜슨이 인수했다. 미국 네바다주에서 테스트 시설을 만들고 승객을 나르는 등 성과도 냈지만 최고속도 160㎞에 도달한 뒤 더 이상 실적을 못 냈다.초음속

    2023.12.25 17:22
  • [시사이슈 찬반토론] 고위험 성범죄자 거주제한 '한국형 제시카법' 타당한가

    고위험 성폭력 범죄자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법 제정이 추진 중이다. 이른바 ‘한국형 제시카법’이다. 미국의 제시카법은 2005년 플로리다주에서 성범죄자에게 강간 살해된 피해자 제시카 런스퍼드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이 법은 12세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최저 징역 25년에 처하고, 출소 후에도 평생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도록 해 학교나 공원에서 일정 거리 안에 거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최악의 범죄자에 대한 사회적 격리형이다. 하지만 수형 생활로 징벌을 받은 자에 대한 이중 처벌인 데다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뺏기 때문에 위헌이라는 지적이 있다. 지정 지역 주민들의 반발 문제도 있다. 그런데도 흉포해지는 성범죄자를 그냥 둘 수 없다는 여론이 높다. 한국형 제시카법을 제정해야 하나.[찬성] 잔혹 성범죄자 격리·관리 필요, 7명 중 1명 재범…불안 해소해야아동을 상대로 잔혹한 성폭력을 휘두른 범죄자들은 따로 격리할 필요가 있다. 성범죄자들이 범행을 되풀이한다는 통계도 있다. 모든 성 관련 전과범이 아니라 고위험 성폭력자를 대상으로 격리하는 것이다.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로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았거나 세 차례 이상 성범죄를 저지른 자 등이 대상이다. 이 법안을 준비한 법무부에 따르면 거주제한 검토가 필요한 성폭력 범죄자는 2022년 말 기준 325명 정도다. 법무부에서 고위험자를 가리고 법원 판정을 받아 제한 대상자를 정하면 인권침해 논란도 줄어들 수 있다. 미리 법을 제정해야 2025년 말까지 출소하는 187명에 대한 격리 준비를 할 수 있다.법무부가 이 법안을 마련해 국회로 보낸 이유는 아동 및 청소년 성범죄

    2023.12.25 10:00
  • [시사이슈 찬반토론] 외국인 근로자 채용, 업종별 심사 허가제 필요한가

    한국은 중증 인구 감소국이다. 특히 경제 활동 인구 감소는 경계할 일이다. 이 외에도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라는 난제가 있다. 즉 일부 산업현장에는 일손이 모자라지만, 청년 실업자가 걱정스러운 정도로 많은 현상(구직난)이 동시에 빚어진다. 생산성의 한계 때문에 높은 임금을 주기 어려운 일자리가 여전히 많지만, 전반적 경제 수준 향상으로 실업자 가운데서도 기대 임금이 높아 비롯되는 불일치다. 이런 사정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국내로 온다. 산업현장의 인력이 부족하면 경제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입국 비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다만 국내 일자리를 넘겨주는 측면이 있어 고용허가제로 간다. 이 바람에 산업현장에선 희비가 엇갈린다. 외국인 근로자의 전면 허용이 아닌 업종별 심사 허가제는 필요한가.[찬성] 무분별한 인력 수입이 청년 일자리 잠식…3D·저임금 산업부터 단계적으로 허용해야한국의 고용시장은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 청년 고용이 좋지 않다. 대학 졸업 후에도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20대 불완전 취업자가 74만 명에 달한다(2023년 11월 기준). 전체 시간제 근로자 5명 중 1명이 20대 청년이다.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주휴수당이나 퇴직금도 없다. 이렇게 초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들을 내버려둘 수는 없다. 취업 활동도 않고 그냥 노는 청년은 실업자로 분류되지도 않는다. 그냥 쉬는 청년이 2023년 내내 40만~50만 명이었다. 특정 달에는 50만 명을 훌쩍 넘기도 했다. 15~29세 청년들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50% 안팎으로 상당히 부진하다.이들을 생각

    2023.12.18 10:00
  • [허원순 칼럼] 돈키호테, '보이지 않는 손'과 싸워 못 이긴다

    저성장에 빠져들면 모든 경제 주체가 힘들다. 디지털경제와 인공지능(AI) 혁명 전환기에는 더 그렇다. 산업 간, 기업 간, 가계들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경제성장률이 나라 경제 상황의 평균치이니 산업 격변기 곳곳의 양극화는 비켜가기 어려운 난제다. 역설적으로 양극화라도 있기에 마이너스 성장은 면한다. 연중 내내 계속된 고물가는 이런 큰 흐름 속에서 빚어지는 어려운 과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국제적 변수에다 수년간 과도하게 올린 최저임금과 양대 노총에 끌려다니며 만들어진 고임금 구조 같은 근본 요인은 이전부터 누적돼 왔다.올해를 돌아보면 정부의 최대 고민과 애로는 고물가 대처였을 것이다. 노동·연금·교육을 개혁 대상이라고 1년 반째 외쳐왔지만 정작 그 방면에서는 그다지 많은 노력이 안 보였다. 연초의 물가 대책에서는 ‘추경호 경제팀장’ 행보가 역시 주목을 끌었다. “세금 좀 올랐다고 주류 가격 올리나”는 그의 압박은 경제정책사에 오래 남을 것이다. 소주회사 맥주회사가 즉각 몸을 사리면서 정부 눈치를 살폈던 게 지난 2, 3월이다. 물론 잠시였다. 총체적 인플레이션 우려가 넘치던 판에 그렇게 쉽게 잡힐 물가가 아니었다. 그때는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장섰고, 은행 금리를 문제 삼은 금융감독원까지 3총사가 ‘맹활약’했다. 하지만 ‘자유 정부의 거친 가격 개입’ ‘해묵은 관치’라는 평가나 남겼을 뿐 고물가는 제대로 잡지도 못했다.연말이 되면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전면에 나섰다. 물가체감도가 높은 품목이라며 9개를 정해 ‘빵사무관’ ‘우유사무관’ ‘커피사무관’ 등을

    2023.12.14 18:03
  • [시사이슈 찬반토론] 적자 공항 10개인데 10개 더? 묻지마 건설 타당한가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신공항 건설 사업이 대거 부상하고 있다. 한국에서 공항 붐이라도 일어난 것 같다. 새로 짓겠다는 공항만 전국적으로 10개에 달한다. 국내 15개 공항 가운데 10개가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가운데 이런저런 이유로, 여기저기에서 공항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10개에는 부산의 신관문이라는 가덕도신공항부터 울릉·백령공항까지 포함된다. 비수도권 개발 등 균형정책 차원에서 각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무리하다고 싶을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지방에 과감하게 투자해야 국토 균형발전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문제는 막대한 자금이다. 공항 특성상 전액 국비에서 지원해야 하기에 지방자치단체에선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공항이 대표적 SOC(사회간접자본)라지만 10개씩이나 더 짓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찬성] 대표적 SOC인 공항, 국가가 세워야…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필요성 있어공항은 한 나라의 대표적 SOC다. 이런 초대형 SOC 시설을 세우는 데는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민간자본이 쉽게 투입되기도 어렵다. 도로·교량·철도처럼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일도 쉽지 않은 시설이다. 손익계산도 용이하지 않거니와 단기적 관점에서의 투입 비용 대비 수익 효과를 생각하면 세울 수 없는 게 공항이다. 국가 재정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돈이 나갈 때 예비타당성조사라는 경제성분석 제도를 적용하고 있지만, 공항은 이것으로도 신설 목표와 효용 가치를 측정하기 어렵다. 오직 국가만이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공항은 한번 건설하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시설이다. 섬이나 외딴 지역에서는 공간을 바로 뛰어넘는 게 항공교통이다.

    2023.12.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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