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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결혼 자금’에 대해 증여세 공제(비과세) 확대를 검토 중이다. 심각하게 악화된 저출산 대응책이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된 내용이다. 자녀에게 세금 없이 줄 수 있는 자금은 10년에 걸쳐 1인당 5000만원이다. 3000만원이던 것이 2013년 법이 바뀌어 2014년부터 10년째 그대로다. 기재부가 이 한도를 올리려는 것은 비혼·저출산 타개책인 데다 소비 진작 효과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간 경제 규모가 커졌고, 물가도 많이 올랐다. 주택 마련 비용까지 감안하면 결혼비용도 전국 평균 3억원을 웃돈다. 하지만 부(富)의 대물림이라는 비판 여론이 부담이다. 증여나 상속 재산이 없는 청년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증여세 면제 기준을 1억~2억원으로 올리도록 법을 바꾸는 게 좋을까. [찬성] 재정 동원 결혼장려 한계, 세대 간 富이전…경제 커졌고, 인플레 대응·소비 진작 효과한국의 저출산은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됐다. 국가소멸론까지 나올 지경이다. 지난 16년간 저출산 타개 예산으로 나랏돈 280조원을 썼으나 합계출산율(여성 생애 동안 기대되는 출생아 수)이 0.78명(2022년)으로 떨어졌다. 한때 한 해 100만 명을 넘었던 신생아가 24만9031명으로 떨어졌다. 신생아 수가 줄어드는 속도도 너무 급해 국가의 총력대응이 필요하다. 어떻게든 결혼을 장려하고 출산도 유도해야 한다. 재정지출로는 한계에 달했다. 건전재정을 지향하는 판에 더 풀 나랏돈도 없다. 결국 민간의 축적된 자금이 세대 간에 이전되도록 정책적 물꼬를 터야 한다. 재정에서 결혼과 출산에 대해 1인당 5000만원, 1억원을 줄 수는 없다. 하지만 각 가정의 부모와 자식 간에는 가
한국에만 있는 유별난 대기업 규제가 있다. 매출, 자산, 이익, 직원 수 등 기업을 평가하는 여러 요소 중 자산을 기준으로 5조원, 10조원부터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여러 가지를 제한하는 제도, 이른바 재벌 규제다. 중소·중견기업이 성장해 자산총액 5조원이 되면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돼 67개 규제를 새로 적용받는다. 기존 규제까지 합치면 규제 수는 217개로 늘어난다. 자산 10조원을 넘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계열사끼리 투자(출자)나 빚보증이 금지되는 등 58개 규제가 추가된다. 기업집단을 지정하면서 정부가 총수(동일인)도 특정한다. 윤석열 정부가 ‘그룹 회장’이 없는 개별 기업에 총수 지정 기준을 분명히 정하면서 기존 규제를 계속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섯 가지 기준을 새로 만든 공정거래위원회의 총수 지정 및 규제는 현대에 맞는 기업 정책인가.[찬성] 실질적 기업 지배자에 경영책임 물어야…총수 기준 명문화, 진일보 공정 정책요즘은 흔한 명칭이 아니지만, 한국의 기업집단에는 총수(그룹 회장)가 있었다. 기업 지분이 가장 많고 실질적으로 주된 경영권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회장직은 가족에게 주로 승계된다. 기업 경영 결과에 책임도 지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권한만 행사하고 그에 따른 책임은 제대로 지지 않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룹 회장이라며 공개적으로 총수 역할을 하면 책임을 묻기가 쉬웠다. 직책이 모호한데도 권한만 행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글로벌 대기업에서 사내 직책은 없으면서 인사와 투자 등 경영 전반에 걸쳐 전권을 행사하는 사례도 있다. 이번에 공정위가 확정 발표한 것은 대기업집단의 대표자로 ‘동일인(총수)’의 기준을 분
정부 내 경제팀장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라면값 인하를 압박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뒤이어 농림축산식품부가 나서 밀가루 가격 인하를 압박했다. 국제 밀 가격(2023년 6월 기준)이 1년 전보다 50% 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앞서 “세금 좀 올렸다고 주류 가격 올리냐”며 주류업계를 압박한 지 넉 달 만이다. 라면값에는 밀가루뿐 아니라 급등한 인건비·물류비·에너지 비용 등 여러 가지가 반영되는데, 정부가 시장의 개별 상품 가격에 간섭·개입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 뒤따랐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는 ‘시장’과 ‘자유’를 외쳐왔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미치는 부담이 상당히 큰 것은 사실이다. 총선(2024년 4월)이 다가오면서 정부가 다급해진 것일까. 경제부총리의 라면값 인하 압박, 어떻게 볼 것인가. [천성] 국제 밀값 떨어지는데 라면은 왜 오르나…서민에 더 충격 고물가, 정부 '관리' 나서야코로나 쇼크에 글로벌 공급망 이상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이 세계 각국에서 심각한 문제가 됐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심화하면서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식량과 에너지 가격까지 급등시켰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큰 악재였다. 인플레이션 대응책으로 미국은 충격을 무릅쓰고 급격하게 금리를 올렸다. 인플레이션은 정부가 걷는 ‘제2의 세금’이라고 할 정도로 국민 전체에 무차별적으로 충격을 준다. 경제 취약계층엔 더욱 가혹하다. 그래서 통상 각국 정부는 고물가에 동원할 수 있는 정책을 총동원한다. 라면이든 무엇이든 경제부총리가 급등 요인을 살피고 대응책을 내놓는 게 당연하다. 특히 라면은 서민 청년 노인층 등에는 주
‘인사관리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장 공관 직원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을 때 받은 거부 이유다. 행정정보 공개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 정보공개법(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조에 법 취지와 지향점이 잘 명시돼 있다. ‘이 법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공개 청구 및 공공기관의 공개 의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國政)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법과 현실은 자주 거리가 있다. 언필칭 ‘헌법수호’를 외쳐온 헌재도 나랏돈 한 푼 받은 적 없는 NGO(비정부기구)의 합법적 청구에 못 하겠다고 답했다. 사택이라면 될 것을 공관이란 말로 폼 잡고 권위화했으면서도 이름값에 부응하지 않았다. 헌재소장 공관 직원 수, 직급, 인건비 지출 금액을 밝히는 게 왜 공정한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나. 헌재의 공개거부 석 달 만에 납세자연맹은 다른 절차인 행정심판청구까지 제기했다. 다시 석 달 넘게 끌어오다 뒤늦게 한껏 어려운 말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청구 인용 결정’을 내렸다. 청구에 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고도 또 보름째, 헌재는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 아마 어느 수준에서 ‘공개’라는 형식에 맞출지 장고 중일 것이다. 마지못해 헌재 간판값은 해야겠고, 그렇다고 당랑거철의 NGO 요청대로 다 내놓긴 싫고, 고민될 것이다. 그새 슬며시 직원 수라도 어떻게 해놓고 싶을지 모른다. 언제 어느 정도를 공개할지, 이런저런 구실로 계속 깔아뭉갤지 관심거리다. 헌재는 국가정보원 국세청 검찰·경
서울 강북 구도심 주요 문화재 주변의 ‘개발 규제’는 연원이 오래됐다. 대표적인 게 고도제한이다. 경복궁 창덕궁을 비롯한 고궁과 종묘 남대문 동대문 등에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서울 종로와 청계천에 걸쳐 있는 ‘세운지구’ 등이 다채로운 건물, 멋진 스카이라인의 현대 도시로 변모하지 못하는 큰 이유다. 서울시가 문화재 주변에 획일적으로 엄격하게 적용되는 고도제한 완화에 나서 주목된다. 열쇠는 문화재청이 쥐고 있다. 주요 문화재가 지닌 역사성과 ‘권위’ 보호, 문화재 안에서의 조망과 경관, 문화재 방문객이 느낄 정서적 요소 등이 고도제한을 법제화한 주된 이유다. 반면 서울시가 조례를 개정해 고도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은 낙후된 구도심 개발과 균형발전의 필요성 때문이다. 문화재 주변에 대한 일괄 고도제한은 계속해서 엄격하게 유지돼야 하나.[찬성] 빌딩에 포위된 사적, 보호와 거리 멀어…높이 제한은 선진국에도 흔한 규제문화재 주변에 대한 규제는 한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주변 건물의 높이 제한은 유럽 선진국에도 흔하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만 가도 바로 느낄 수 있다. 고도제한 이유는 명확하다. 무엇보다 역사문화 경관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역사적 상징물인 국가 지정 사적과 문화재를 지키려는 것이다. 고궁이나 서울의 성문 같은 문화재는 그 자체로 보존되고, 역사적 권위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경복궁 경희궁 창덕궁이 초고층 건물로 에워싸이면 어떻게 되겠나. 기업 등의 사무실로 빼곡히 들어서 도심의 작은 섬 같은 공간에서 문화재가 문화재로 계속 살아남을까. 단순히 정서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햇볕도 바람도
“1원 1표의 시장 논리 함정에 빠지지 않고 1인 1표의 진정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한국 전직 대통령 말이 화제가 됐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교수가 쓴 책을 추천하며 쓴 글이었다. 반(反)시장, 반기업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정치, 즉 선거에서는 누구나 1인 1표다. 보통·평등·직접·비밀선거의 큰 원칙이다. 반면 경제에서는 예컨대 지분에 따르는 게 기업 유지의 전제조건이면서 경영의 원칙이다. 부실기업 처리 등 채권의 행사와 귀책사유 문제에서도 대출 금액에 따라 차등적으로 의사 반영이 달라진다. 말하자면 1원 1표다. 지분·자본금, 대출금·채권액 크기에 따라 권리와 의무 모두 차등화된다. 이를 부정하는 경제에서의 1인 1표 주장, 근거 있나.[찬성] 격차해소 취지, '결과의 평등' 가치 봐야…쏠림 키우는 신자유주의 제동 의지수요와 공급을 중시하고 자유경쟁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이 효율적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 결과를 볼 필요도 있다. ‘시장체제의 경제학’은 완전경쟁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완전경쟁시장은 이론적 모델일 뿐 현실에서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수요와 공급 원리도 가격 결정 구조를 설명하고, 재원의 효율적 배분에 유효한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그로 인해, 그 결과로 생기는 경제적 격차와 불균형의 심화다. ‘시장의 실패’ 현상도 자주 빚어진다. 자산과 소득에서의 격차가 커지면서 양극화로 치닫는 것은 현대사회의 큰 문제다. 효율을 중시하는 자유시장의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흔히 결과의 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평등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기회의 평등이 모든 것을 합리화할 수는 없다. 나아가 현실적으
국제포럼으로 자리 잡아온 제주포럼이 올해 18번째 행사를 마쳤다. 제주특별자치도, 외교부, 동아시아재단 등의 공동 개최로 5월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사흘간 ICC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의 여러 세션 가운데 하나로 사흘째인 지난 2일의 동아시아재단 주관 행사 참관기를 소개한다. '탄소중립과 한국의 전략'이란 주제로 메가트렌드처럼 된 이 아젠다의 국제규범 준수 문제와 기업 대응에 대한 방법론이 다양하게 논의됐다. 세션 좌장은 류상영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토론자 가운데 사만다 그로스 브루킹스연구소 에너지 안보 및 기후이니셔티브 책임자는 미국 현지에서 줌 연결로 참석했고, 루 페이리 중국 타이허 연구소 연구원, 김태년 미래모빌리티연구소 소장과 필자는 현장에서 토론을 했다. ◆좌장 류상영 교수(사진 맨 왼쪽) "우크라이나戰 같은 전쟁의 악영향까지 볼 때" 이 세션에서는 탄소 배출량 비중이 높은 미국 중국 한국이 과연 '탄소중립' 문제에서 최근 국제적 노력을 했고, 정책과 규제는 어떤 식으로 이행하고 있는지 현황부터 살펴봤다. 이어 각국이 이런 정책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산업적 부담과 내부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어졌다. 이와 함께 토론을 진행한 류 교수는 흥미로운 아젠다를 추가했다. 류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면서 탄소중립과 기후가스 감축 과제에서 전쟁이 미치는 치명적인 악영향도 봐야 한다고 했다. 전쟁은 그 자체로 막아야 할 대상이지만, 탄소중립 측면에서도 모두 진지하게 걱정하고 조기 종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자리에서 의미 있는 결론이 바로 날 수 있는 화두
정부가 기업이 보유한 자기 회사 주식(자사주)을 강제로 소각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어서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연초 ‘2023년 업무보고’를 통해 ‘자사주 취득·처분 공시 강화 등 제도 개선’에 포함한 것이 발단이었다. 취지는 소액주주 이익 지키기, 주주 이익 환원, 기업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대주주나 경영진의 악용 방지 등이다. 반면 법으로 기업의 자사주 매각을 강제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일뿐더러, 소액주주 배려 차원의 주가 상승론은 현실과 떨어진 탁상공론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더구나 기업사냥꾼과 행동주의를 표방한 기업공격 펀드가 갈수록 급증하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사실상 유일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어진다는 차원에서 반대도 있다. 과잉 입법 논란이 커지는 자사주 강제 소각 법제화,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주주가치·주가 올려 소액주주 이익…경영진·대주주 '꼼수 지배력 강화' 방지자사주의 매입·소각은 대표적인 주주 친화적 방안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자기 회사 주식을 기업이 직접 사들이면 주가 상승 요인이 된다. 주식시장이 발달하는 가운데 증시 활성화가 자본시장 발전과 기업의 자본 조달에 도움 된다는 측면에서 좋은 선택이다. 증시의 주식 분석 잣대인 주당순이익(EPS)이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개선될 수 있다. 한국 증시가 국제적으로 저평가받고 있다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계기가 된다. 주가 부양 효과가 있어 일반 소액주주 ‘개미’에게 도움이 된다. 회사 경영진이나 대주주(지배 주주)가 의도적으로 자기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려는 ‘꼼수’도 방지할 수 있다. 경영진과 대주주가 개인 돈으로
다시 ‘노무현 어록’을 들춰봐도 그는 다변이었다. 표현도 풍성했다. 청와대 담당 3년7개월 내내 그의 말을 쫓느라 바빴다. 그의 어록 중 의미 있게 기억나는 게 있다. “정부와 언론이 제대로 아젠다 경쟁을 하자”는 말이다. 춘추관 기자들과 어떤 간담회에서 “가슴에 밤송이 가시만 가득 담아두지만 말고”라며 그랬다. 비판은 웬만큼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는 ‘우리 정부’라는 말도 자주 썼다. 언론뿐 아니라 학계·산업계 등 민간과 정부의 아젠다 선점·주도 경쟁은 중요하다. 건실한 아젠다 경쟁은 경제성장과 나라 발전을 이끄는 힘이 된다. 물론 사회는 다원화돼 가고, 미래·혁신의 아젠다 역시 다분야에 걸쳐 복합적이다. 언론과 정부로 보면 각각 독자와 국민을 상대로 혁신·지속성장·균형발전 등의 아젠다 세일즈를 벌이는 셈이다. 경계의 대상은 늘 선동과 왜곡된 프로파간다(선전)다. 언론이든 정권이든 그릇된 아젠다 설정은 사회를 퇴행으로 내몬다. 아젠다 경쟁의 중대성 측면에서 최근 보건복지부의 1급 문책 인사를 다시 보게 된다. 전격 날아간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관료사회의 꽃’이라는 1급 요직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전격 경질된 터여서 더 관심사가 됐다. 그의 직위해제는 간호법 파동에서 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산업부 차관은 탈원전 정책 폐기에 소극적이었던 게 요인이었다고 한다. 아젠다전에서 선수교체는 자연스럽다. 그 경쟁에서 빛나야 정권이 안정되고 연장도 된다. 문제는 직접 국민 선택을 받은 대통령이 나서도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헛일이라는 점이다. 아젠다 선점만으로 정부가 특정 아젠다에서 이긴 게 아니라는 사실도 중요하
변호사는 의사와 더불어 국가가 공인하는 대표적인 전문 자격사다. 특허 문제를 전담하는 변리사도 전문성이 있는 정부 인정 자격증 소유자다. 그런데 법원에서의 소송 대리는 변호사가 전담하고 변리사는 행정소송에 한해 제한적으로만 할 수 있다.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고 민사소송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변리사들이 이에 반대하며 소송대리권 확대를 요구해왔다. 이 문제로 두 전문가 집단 간에는 십수 년간 공방과 논란이 계속돼 왔다. 21대 국회에도 그런 내용으로 변리사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으나 변호사회와 변호사 출신 의원들의 반대로 이번 국회에서도 무산될 공산이 크다. 특허 침해 관련 민사소송에서 변호사와 소송을 공동 대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변리사회 주장을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난해한 특허분야, 변리사가 최고 전문가…자금·인력 달리는 중기·벤처에도 도움변리사들이 모든 소송대리인으로 나서겠다는 것이 아니다. 변리사가 최고의 전문가로 인정받는 분야인 특허 관련 분쟁에서 변호사와 공동으로 대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 주장은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1996년 대법원장의 동의를 받아 사법연수원 교수들이 변리사에게 민사소송 실무연수 교육을 한 뒤부터 변리사들이 이 교육을 맡아왔다. 변리사법 개정 논의도 17대 국회인 2006년부터 계속돼왔다. 그 결과 2006년, 2008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통과하기도 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을 거는 바람에 더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법사위에 포진한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변리사가 침해한다고 판단해 반대한 꼴이다. 변호사들이 이렇게 반대하는 것은 특허 관련 소송시
가정의 달 5월에 이어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6일 현충일부터 올해도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먼저 주목되는 것은 오늘 출범하는 국가보훈부(部)의 승격이다. 1961년 군사원호청(廳)으로 시작해 1985년 국가보훈처(處)로 격상됐다가 부가 됐다. 38년간 차관급과 장관급을 오가다 이제 부 현판을 내건다. 보훈처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차관급,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는 장관급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 차원에서 격하했고, 문재인 정부는 국민 통합을 내세워 격상했다. 부가 되면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권을 갖고, 부령(部令) 발령권도 가진다. 초대 수장 박민식 장관의 어깨가 그만큼 무거워졌다. 6·25 때 나라를 지키다 희생된 국군 가운데 아직도 유해를 수습하지 못한 호국장병만 해도 12만1879명에 달한다. 유해찾기를 해왔지만 최근 3년간 수습한 유해는 730구에 그친다. 올해 정전 70년, 보훈부가 속도를 내야 할 주요 업무다. 선진 민주정부로 가면서 보훈 업무에도 ‘서비스’가 자연스럽게 붙는다. 항일 건국의 공헌자 평가·발굴은 예우나 보상보다 더 어려울 수 있다. 직전 정부 때 ‘김원봉 서훈 논란’이 좋은 교훈이다. 이념 전쟁 같은 국내 좌우·보혁 갈등도 현대사 평가나 대한민국 수립 과정에 대한 인식차에서 비롯하는 수가 많다. 건국 대통령 이승만 기념관 건립 필요성에 대한 소견을 밝힌 박 장관에게 야당이 격한 정치적 공세를 퍼부은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다. 지난해 보훈처는 보훈 의료서비스 개혁 등 나름 내실 행정을 도모했다. 하지만 좀체 타협도 안 되는 ‘한국형 역사전쟁’의 드높은 파도를 넘어서야 한다. ‘호국보훈에 진보·보수가 어디 있나’라고 흔히
과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동시에 방문했을 때 인상적인 광경이 M16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는 10대 여군들이었다. 자연스럽게 거꾸로 멘 소총에 커피잔 들고 재잘재잘…. “딱 여고생 모습이죠? 하지만 쟤들 무섭습니다.” 현지 안내자는 이스라엘 여군의 전투훈련과 활약상을 실감 나게 전해줬다. 이스라엘과 한국은 종종 비교된다. 나라 크기, 문화·역사 다 다르지만, 정보기술(IT) 기반 산업과 안보 현실에 공통점이 많다. ‘싸우면서 건설해온’ 성장사도 그렇다. 우리가 배울 점도 적지 않다. 가령 이스라엘은 하마스·헤즈볼라 미사일 공격에 대비해 최첨단 방어망인 ‘아이언돔’을 잘 갖췄지만 공습경보가 울리면 시민들은 바로 대피소로 뛰어든다. 양국 모두 현존 최고 전투기인 F-35를 인도받을 정도로 미국과 밀접하다. 이스라엘은 이 스텔스기로 이란·이라크의 핵무기 시설을 때리며 당당하게 실전에 응용한다. 수조원을 들인 최고 성능 무기를 갖추면서 행여 북한이 보기라도 할까 쉬쉬하며 심야에 들여온 전 정부 행태와 비교된다. 어제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때 서울시의 ‘위급 재난문자’로 뒷말이 많다. ‘오발령’ ‘서울시·행안부 엇박자’ ‘고장 난 국가경보망’ 등의 평가에서 역설적으로 우리의 늘어진 안보의식을 보게 된다. 제대로 된 대응훈련이 오래 없었던 탓이 크다. 잠시였지만 과잉의 소란에 대상이 모호한 불평도 넘쳤다. 개중에는 ‘괜한 소동’으로 아침잠을 설쳤다는 푸념까지 보였다. 5분 내 미사일 도달 거리에서 9분이나 늦은 경위라도 따지면 또 모를까, 우리 모두 심각한 안보 불감증에 빠진 것은 아닐까. 북한 핵무기는 이미 실전배치에 근접한 상황이다. 일본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은 2022년 대통령선거 때 후보자 간 토론으로 화제가 된 에너지 전략이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캠페인이다. 2014년 영국에서 시작해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글로벌 캠페인이지만 많은 나라에서 정책에 반영해왔다. 한국도 여기에 가세했다. 하지만 한국처럼 재생에너지의 성장력과 잠재력이 떨어지는 나라에서는 비현실적이고 기업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도 만만찮았다. 그 대안으로 나온 게 CFE(Carbon-free Energy)100 혹은 CF100 캠페인이다.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 운동의 일환으로, 2021년 유엔 고위급 에너지 회담의 결과다. 2023년 들어 한국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도 이쪽으로 방향을 돌리고 있다. RE100 대신 CFE100, 타당한 전략인가.[찬성] RE100 너무 이상에 치우쳐 비현실적 유엔 주도…원전·수소 포함 CFE 이성적RE100 전략은 애당초 무리한 전략이었다. 2014년 영국의 비영리 단체인 더클라이밋그룹이 제창한 이 캠페인은 너무 이상적이고 비현실적 구호였다.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로 늘어나는데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 이를 충당하자는 것은 꿈 같은 주장일 뿐이다. 더구나 한국처럼 풍력을 이용한 전력 생산이 계절과 날씨에 따라 불규칙적이고, 태양광도 산지 파괴나 농지 훼손 같은 부작용이 큰 곳에서는 현실로 수용해 이행하기 어렵다. 기업에 혜택과 제재 조건을 내걸며 정책으로 반영한다 해도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다. 많은 나라가 이런 주장을 지켜봐오면서도 실제 정책으로 선뜻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바람은 부족하고 일조량도 계절별로 불규칙한 상황에서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중요
오늘도 도시는 진화한다. 대도시는 한 사회의 문화 문명 기술의 총체적 표상이다. 도시의 발전 원리에 주목해야 국경 없는 경제 전쟁에서 이긴다. 도시에서는 파괴적 행위도 나타나고 종종 퇴행도 있다. 그럼에도 인류는 이런 오류를 극복하며 도시를 통해 미래를 개척한다. 도시의 성장이 경제발전에 필수이기 때문이다. 집적화·전문화·분업화·산업화는 도시화의 결실이자 이면이다. 서로 원인이면서 결과다. 지식·기술·경험이 쌓여 시너지를 내는 축적 효과, 지속성 기반의 편리함, 대규모 투자와 새로운 일자리도 도시에서 촉진된다. 도시 경쟁은 결국 국가 간 경쟁이 됐다. 고도화된 도시는 문화·문물을 풍성하게 하고 자유도 고양한다. 서울의 발전도 그렇게 보면 개발 방향에 이견이 적어진다. 하지만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K문화의 국제화를 이끄는 ‘기관차 서울’에도 은근히 장애물이 많다. 집적의 이면, 고밀도에서 파생되는 주거·교통·고물가 난제들은 걸림돌 내지는 부작용이다. 그럼에도 기술 발달에 힘입어 수직도시·지하도시로 발전하고, 광역교통도 보완돼 개선되고 있다. 그다지 주목받지는 않지만 ‘문화재 규제’도 큰 장벽이다. 특히 노후 도심의 변신을 가로막는 최대 요인이다. 대도시일수록 역사가 길기 마련이다. 사람 산 흔적도 많을 수밖에 없다. 서울 강북 구도심이 그렇다. 좀체 변하지 않는 광화문 일대, 퇴락하는 종로의 부활을 막는 게 일차적으로 문화재 주변 고도 규제다. 4대문 안에 땅을 파면 사람 산 흔적이 나오지 않는 데가 없다. 문제는 질그릇 조각이라도 나오는 순간 공사장이 문화재조사단에 넘어간다는 점이다. 건설이야말로 ‘시간이 돈’인데 부지하세월이
장기화되는 불경기로 세금이 눈에 띄게 적게 걷히면서 정부 재정에 비상이 걸렸다. 윤석열 정부가 건전재정·긴축재정을 내걸었지만, 지출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것일 뿐 예산 규모가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복지예산 등은 한 번 도입하면 줄이기가 사실상 어렵고,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경상경비)도 손대기 어렵다. 세금이 덜 걷히면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수밖에 없는데, 늘어나는 국가채무는 적색 지대로 들어서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지방자치단체는 추가경정예산을 짜면서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추경에는 불요불급 선심성 예산도 적지 않다. 지방교부금 배정 방식 변경, 지방재정 준칙 제정 같은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자체 살림을 중앙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한가.[찬성] 난맥상의 지방행정, 재정이 핵심…위기 극복하려면 지방 재정도 고삐 좨야지방행정의 난맥상이 심하다. 그 핵심이 방만한 지방재정 관리다. 재정자주도와 재정자립도는 여전히 낮은데도 돈 쓰려는 곳은 늘어간다. 모두 중앙정부에 의존하려고만 할 뿐 자체적인 재원 확보, 재정건전성 제고 노력은 드물다. 선거 한 번 치를 때마다 반복 심화되는 선심성 지출정책은 자체 브레이크도 없다. 자치제도가 다르기는 하지만, 미국이나 일본 등의 지자체가 파산 나는 사례를 볼 필요가 있다. 부실 지자체가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은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일일 뿐이다. 이제 한국 지자체도 달라져야 한다. 스스로 자립·독립하고 자율성을 확보해야만 살아남는다. 그렇지 못하면 지방 소멸, 구체적으로는 부실한 지자체가 없어지는 극단적 상황이 앞당겨질 것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5월 초 현재 17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노조’가 기존 양대 노총의 대안 노동운동 그룹을 자임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정 정치 구호가 난무하는 양대 노총의 ‘정치투쟁’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올바른 노사관계 구축과 고용·임금·근로 조건 등 ‘순수 노동’ 이슈에서 근로자 권익을 추구한다는 전략을 세워 시선을 끈다. 일부 대기업과 공기업의 사무직 노조를 중심으로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라는 연대 조직이 그렇게 생겨났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적어도 단체 차원에서는 정부 보조금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혀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기존 거대 노조가 수십억원 이상 받은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이 단체의 개별 노조나 MZ 계열의 다른 대기업 사무연구직 노조는 별도로 지원금을 신청해 수천만 원씩 받게 됐다. MZ 노조의 국고 보조금 받기는 적절한가. [찬성] 대정부 투쟁하며 거액 받아온 거대 노조…이미 책정된 예산, 받고 잘 쓰는 게 중요정부 보조금은 저마다 관련법에 의해 배분되는 합법적 예산 지원금이다. 윤석열 정부만이 아니라 역대 다른 정권에서도 보조금을 운용해 왔다. 정책을 효과적으로 펼치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고, 2023년의 경우 639조원에 달하는 정부 지출예산의 집행 통로이기도 하다. 보조금을 받는 대상도 노조만이 아니다. 문화예술인·장애인·체육인 등 영역별로도, 지역적으로도 다양하게 배분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하는 지원금은 출산과 양육, 취업과 근로 장려 등 총 1000종류가 넘는다. 노조를 특별 대우해 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직능단체로 보고 건전한 노사관계 형성을 명분으로 지원한다. 고용노동부가 2023년에 집행하는 노조 지원금만 해도 총 4
서울 남산 1·3호 터널을 개인 승용차로 지나치려면 통행료를 내야 한다. 매번 2000원이다. 서울시의 통행료 징수는 27년째다. 외국에서도 도심이나 특정 혼잡 지역에서 통행료를 받는 일은 흔하다. 고속도로 등의 통행료와는 성격이 달라 혼잡 부담금 내지는 편의 수익자에 대한 공사비 부과 성격이 강하다. 서울시가 1996년 11월부터 받아온 ‘혼잡’ 통행료를 없앨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지난 3월부터 두 달 정도 통행료 징수 면제 실험을 했는데, 이 자료를 근거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통행료를 없애면 이용자 부담이 없어져 통행자에겐 도움이 되겠지만 도심 차량 속도가 떨어진다. 저탄소 노력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그다지 실속도 실리도 없는 부과인 만큼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도심의 터널 통행료, 철폐하는 게 맞을까. [찬성] 도심 도로·터널, 모두 쓰는 공공재…면제 많고 우회도로 있어 효과 미미도심의 일반도로 통행에는 요금 부담이 없다. 도로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도로 이용이 특정 그룹이나 계층에 차별적일 수도 없고, 실제 차별적이지도 않다. 일반 공공재가 대개 그렇다. 물론 특별한 경우의 유료 도로도 있다. 그런 경우는 처음부터 민간자본을 유치해 그에 대한 이익 보장, 즉 이자 지급을 위한 것이다. 고속도로는 사전 계획에 따른 ‘수익자부담원칙’이다. 서울 도로에는 통행료를 부과하는 곳이 없다. 남산 터널도 그런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통행료 징수 효과도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과연 차량 통행량이 줄어들었고, 도심 혼잡이 개선됐느냐를 측정해보자는 것이다. 통행료 도입 직후에는 터널 이용 차량이 줄어들기는 했다. 하지만
미국 독립 때 일군의 식민지인이 이에 맞서 캐나다로 가버린 것은 비교적 덜 알려진 사실이다. 그들에겐 새 국가에 국왕이 없다는 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국가라 함은, 훌륭한 군주와 자애로운 왕비에 충직한 신민이 있어야….’ 절대군주가 버틴 18세기인들에겐 그럴 만한 국가관이다. 입헌군주제, 절대왕권국가, 공화정 같은 다양한 국체(國體)에 대한 이해와 수용은 역사적으로 오래되지 않았다. 75년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도 아직 국민·시민·백성·신민의 개념조차 구별하지 못한 채 예사로 백성이라고 하는 식자가 적지 않다. 오늘 70년 만의 영국왕 대관식은 현대 국가의 국체를 되돌아보게 한다. 영국(United Kingdom)은 국호에 왕국임을 밝힌 대표적 입헌군주국가다. 왕국을 내세우지만 절대군주 체제인 사우디아라비아 등과는 완전히 다르다. ‘내세운 국체 따로, 실상 따로’로 치면 공화국(Republic)도 못지않다. 한국은 영문과 헌법 제1조로 이를 분명히 했다. 공산당 1당 국가인 중국도 공화국을 내세운다. 다만 인민공화국(People’s Republic)이라니 결이 다르다. 역시 인민공화국을 표방하지만 북한은 세습 절대왕정에 가깝다. 체코처럼 냉전 시절의 사회주의공화국에서 사회주의를 버리고 그냥 공화국으로 변신한 나라도 있다. 많은 나라가 표방하는 것을 보면 공화정·공화국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고전 중의 고전인 플라톤의 에는 모든 정치사상의 기본과 원형 이론이 다 들어 있다. 후세에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 책도 드물다. 대관식에 대한 영국 여론을 보면 군주제 찬성(58%)이 반대(26%)보다 많다. 하지만 찰스 3세에게 무릎 꿇는 의식에 왕족·성직자 외 일반인도 포함하려 한 것에 역풍이 분다
‘전세사기’로 2030세대 세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이 이어졌다. ‘인천 주택왕’ ‘광주(광역시) 빌라왕’ 같은 사기 사례가 전국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주택왕’ 별명이 붙은 인천의 한 건설업자는 2800여 채 주택으로 2700억원의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했고, 몇십 채 이상의 공동주택이 건물째 경매로 넘어갔다가 대통령 제지로 일단 중단되기도 했다. ‘인천 주택왕’과 ‘광주 빌라왕’의 경우 소개 브로커·중개사까지 결탁한, 처음부터 사기일 개연성이 높다. 반면 고금리에 집값 급락으로 결과적으로 사기가 돼버린 경우도 매우 많다. 이런 ‘깡통전세’ ‘역전세’까지 겹치면서 전세시장에 대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름 열심이지만 특단 대책은 쉽지 않다. 핵심 대책으로 야당들이 주장하는 공공매입과 우선매수권 등은 실현 가능한가. [찬성] 임대차보호법 사각지대 청년 피해자…우선매수권 부여·저리 대출도 강구대통령이 전세사기 피해자 주택의 경매 일정을 중단하는 긴급조치를 국토교통부에 지시하면서 정부 대책이 본격 조명됐다. 정부가 은행 등 선순위 채권 금융회사에 일시적으로 경매 연기를 요청했고, 국회에서도 여야 공히 여러 대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현실과 거리가 있는 대책만 내놓다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세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자 뒤늦게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선 것부터 문제다. 제대로 된 재발방지책을 내놔야 마땅하다. 피해 청년들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 임차인 보호를 명분으로 ‘임대차 3법’을 급히 만들었지만, 지금 같은 집값 하락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 하야일(4월 26일)에 의미 있는 학술행사가 열렸다. ‘이승만과 자유민주주의’라는 우호문화재단(이사장 신철식) 주최 세미나였다. 해방 전부터 시작된 그의 자유민주주의 구상, 헌법상 자유민주주의 관점에서 본 이승만 집권기(1948~1960) 성격, 이 가치로 기틀을 잡은 산업화에 대한 전문가 평가가 이어졌다. 우남(雩南)의 업적을 하나의 키워드로 꼽는다면 바로 자유민주주의일 것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에는 이승만기념관은커녕 상징성 분명한 동상도 없다. 수많은 국가 중 건국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관이 없는 나라가 또 어디 있나.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자 최빈국에서 유일하게 선진국이 된 초고속 성장 국가의 현실이다. 온갖 기념·박물·미술관이 서울과 경기에만 350여 개 있지만 그의 것은 없다. ‘이승만 논쟁’은 한국 현대사에 대한 인식과 평가에서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른바 역사전쟁과 역사바로세우기 논란부터 아직도 치열한 좌우 보혁 진영 다툼의 중핵이다. 그런 사정까지 감안한다 해도 우남에 대한 평가는 너무 짜다. 이성·객관·합리적으로 재평가할 때가 됐다. 이제라도 ‘우남의 강’을 제대로 건너지 못하면 한국은 G7(주요 7개국)이나 그 연장의 G8, G10 ‘자유 선진국’ 대열에 끼기 어렵다. 그에 대한 악의적 프레임은 크게 봐서 세 가지다. 첫째, 분단 책임론이다. 전문 연구가의 반론이 거듭 나와 있지만 좌파 이념에 매몰된 이들에겐 여전히 유효한 프레임이다. 해방정국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하려면 이것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정적들이 만든 독재 프레임도 그대로다. 하지만 비교정치 연구가들은 시민·국민이 물러나라고 해서 제 발로 물러난 독재
대학생들에게 1000원짜리 아침밥 제공 문제로 여의도까지 시끌벅적하다. 여야 정치권은 서로 먼저 제안했다며 원조 논쟁까지 벌였다. 3000~5000원인 대학 내 아침 식사값을 학생은 1000원만 내고, 정부 지원 1000원에 나머지 비용은 대학이 부담한다는 게 1000원 밥값의 가격 구조다. 고물가 와중에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식당 음식값도 따라서 올랐다. 1000원 밥값은 대학생 주머니 사정을 덜어줄 정도가 됐고, 사회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반면 정부 예산까지 투입해 1000원 아침 식사를 맞춰내면 점심과 저녁은? 그런 지원도 못하는 대학은? 대학생이 아닌 청년은? 하는 문제 제기가 이어진다. ‘작은 선의’가 정치권 개입으로 포퓰리즘 경쟁으로 비화했다. 대학가 1000원 아침값 확산, 마냥 좋은 일인가.[찬성] 소득 3만불 OECD 회원국에 50% 결식…수십억원으로 가성비 좋은 정책아침 식사는 모든 이의 건강에 중요하다. 공부하는 학생은 특히 식사를 거르면 사고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인지능력도 저하된다. 아침부터 건너뛰어 공복 사태가 길어지면 간식을 먹게 되거나 점심 식사 때 과식할 가능성도 커진다. 총체적으로 건강에 좋지 않다. 한창 공부하고 활동량도 많은 대학생이 주머니 사정 때문에 아침 식사를 못 하면 국민 건강 저하로 이어진다.아침을 먹고 싶어도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생에게 매일 매일의 3000~5000원도 부담이다. 지방에서 서울로 또는 그 반대로 타지에서 유학 중인 학생은 원룸 등 주거비도 만만찮아 먹고 싶어도 아침 식사를 건너뛰기 십상이다. 풍요의 시대, 1인당 소득(GDP) 3만 달러를 넘은 대한민국에
학교폭력 가해를 대학입시에 반영하고, 기록은 졸업 후 4년간 남게 된다. 취업 때도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까지 검토됐으나 이번에는 빠졌다. 사회진출(취업)에 중대한 불이익을 주자는 주장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학교폭력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폭력 논란’이 정 변호사 공직 기용 과정에 불거지면서 다시 화제가 됐다. 결국 ‘처벌 강화’ 대책이 나왔지만 반대론도 만만찮다. 빗나간 학생을 바로잡는 것이 교육의 본질인데, 강한 처벌로 ‘주홍글씨’를 찍어 평생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학교 측 예방·처벌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감안하면 엄격한 처벌 외에 대안이 없다는 차원의 불가피론은 설득력을 얻는다. 입시 반영을 넘어 사회 진출(취업)에도 불이익을 주자는 방안은 이성적인가. [찬성] 트라우마 심각한 피해자 입장 중요…용서·화해? 그럴듯한 말일뿐무엇보다 학교에서 폭력에 휘둘린 피해자를 생각해야 한다. 교실에서, 학교 주변에서 10대들의 폭력은 장소도 시간도 없다. 한국 사회에서 누가 피해 학생을 돌보나. 학교인가, 교사인가, 동료 학생들인가, 경찰인가. 피해 학생들은 극심한 공포와 트라우마를 겪는다. 후유증은 청소년기를 넘어 성인이 된 뒤에도 계속되는 경우가 많다. 멀쩡한 학생에게 한때의 고통을 넘어 심각한 정신 장애까지 남기는 게 학폭이다.모두가 걱정만 하고 개탄만 해서는 학폭이 없어지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학생 폭력은 완력에 흉기까지 동원된다. 언어폭력도 있고 금품 탈취도 있다. 스토킹과 사이버폭력, 강요도 있다. 집단 따돌
돌아서서 걸어온 길을 보면 누구나 신이 된다고 했던가. ‘코로나 19’라는 새로운 팬데믹이 빠른 속도로 지구촌을 휩쓸어갈 때의 공포감은 실로 대단했다. 비관론을 넘어 인류의 미래를 컴컴하게만 보는 절망론까지 넘쳤다. 현 세대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세기적, 전 세계적 위기는 충격 자체였다. 주식시장과 금융시스템을 비롯한 경제에 미친 영향부터 대단했다. 조금씩 다져온 다원화 사회와 민주 정치 체제에 불신과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팬데믹은 어떤 충격으로 인류 사회를 변하게 할까, 현실적으로는 대한민국 사회에 메가트렌드의 충격파를 던질 것인가,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그런 팬데믹도 3년 만에 거의 극복해 가고 있다. 이젠 인류사회에 자신감도 생겼고, 반성점도 확인해가는 단계에 이르렀다.<팬데믹과 한국 경제 위기>(임성일 저, 도서출판 해남) 저자는 이런 화두를 안고 문제제기를 먼저 하면서 집필을 시작했다. 서문을 통해 광속의 팬데믹 팽창과 더불어 이런 문제의식으로 집필을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영향과 변화는 현상적으로 어떠할까’‘인류 사회는 예기치 못한 이 변화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할 것인가’에 대한 탐구의 시작이었다. 실제로 초기 팬데믹은 지구촌의 손발, 행태를 묶은 전면적이고 다방면에 걸친 무서운 위기였다. 건강과 생존, 사회와 경제, 복지 등 인류 사회는 황폐화되었고 무력했다. 그간 인류가 이룬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 의학적 진보가‘블랙 스완’ 같은 새로운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 지를 잘 보여줬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국가와 사회, 경제시스템의 아킬레스건도 여실히 노정됐다. 한 사회와
생각할수록 인사이트 넘치고 깊은 여운을 남기는 말이 있다. 반면 듣는 이 기분만 상하게 하는 퇴행적 언사도 적지 않다. 언론 접촉이 잦은 선출직 공무원은 특히 이런 측면을 잘 감안하면 좋겠다. 공식 자리에서 감정이 담긴 언어는 더 그렇다. 네이버를 향해 “간이 부어도 단단히 부었다”는 최근 ‘이철규 발언’은 돌아볼수록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집권 여당 사무총장인 그는 쇼핑몰 가짜 후기와 전자문서 이용 광고 등을 비판하며 “대국민 사기극을 벌인다”고 국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공기업도 아닌데, 소비자라면 몰라도 ‘대국민’은 뭔가. 이런 표현부터가 사뭇 호령조다. 큰 활자로 관심 뉴스가 된 것은 그의 의도였을까.네이버뿐 아니라 어떤 기업도 현행법을 위반했으면 응당 처벌받아야 한다. 관계당사자 간 이견이 있으면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면 된다. 법치국가의 기본이다. 단 ‘법대로’ ‘법만큼’이어야 법치다. 그의 지적대로 독점적 지위로 시장을 좌지우지했다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한국 공정위는 이 점에서 무소불위라고 할 정도로 세다. 과잉 대처가 자주 논란이 될 정도다. 공정거래법 소비자보호법 외에도 촘촘한 법망에 따라 감독하는 기관이 한둘이 아니다. 고용노동·환경·국토교통·행정안전부도 무섭고, 시·도와 시·군·구까지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한다. 금융당국은 공시 하나라도 빼먹을까 지켜본다. 때로는 징세 기관인 국세청까지 기업 때리기에 나선다. 정치권 하명, ‘특명’이 횡행하던 예전과는 달라졌지만 국세청이 정색하고 나서면 웬만한 기업은 초비상이
전기자동차의 판매량을 좌우하는 큰 요인은 정부 보조금이다. 보조금을 동원한 전기차 확대 전략은 주요 선진국에서 보편적이다. 한국에서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시·도)의 보조금이 만만찮다. 테슬라의 약진에도 보조금은 작지 않은 변수였다. 2018년 1493대였던 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2022년 5만8028대로 급증한 것 역시 현지 보조금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엄격한 배터리 원산지 규정에 따라 이 보조금이 끊길 사정이 되면서 현대차는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과 각종 지원 혜택이 적지 않다. 그에 따른 질시와 불만도 있다. 생산·공급이 초기 단계를 지난 만큼 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기차의 보조금과 혜택을 적극 줄일 상황이 된 건가.[찬성] 세금·주차·통행료 등 혜택 과도…'보급 확대' 정책 목표에도 접근 중전기차 보조금과 지원 혜택이 너무 많다. 가뜩이나 어려운 재정에서 혈세가 나가는 것이다. 법에 정해진 친환경차량 기준 적합 자동차에 대해 환경부와 환경공단의 국비 보조금이 있고, 각 시·도의 별도 보조금이 있다. 지자체 보조금은 적게는 200만원(서울시, 2022년)에서 경상북도의 경우 600만~1100만원까지 다양하다. 시장 초기 전기차를 둘러싼 불안감 해소, 대기 개선 등을 위한 유인 조치였지만, 이제 전기차를 특별한 자동차로 보기 어렵다.세금 면제도 적지 않다. 2020년 7월 이후 출고 차량에 대해 개별소비세와 취득세를 각각 300만원, 140만원 깎아준다. 전기차의 환경친화적 특성 때문이라면 왜 신차만 깎아주고 중고차엔 이 혜택이 없나. 중고 전기
한동안 잠잠했던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문제가 또 관심사가 됐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계기다. 금융권은 물론 국회에서도 재빠른 논의가 뒤따라 주목된다. 여야 국회가 5000만원인 예금보호한도를 올려야 한다는 문제에선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는 게 이례적이다. 그만큼 절실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예금자보호 제도를 바꾸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경영 상태나 자산운용 사정이 나쁜 금융회사가 건전성 관리보다 ‘고위험 돈장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고, 자산과 돈의 흐름에 급격한 쏠림이 나타날 수도 있다. 예금자들의 도덕적 해이도 가능하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졌고, 예금 자산도 늘어난 데다,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최소 1억원으로 올리자는 예금보호한도 확대 주장, 타당한가. [찬성] GDP 3배 늘어도 22년째 '제자리'…신종 '디지털 뱅크런' 대비해야금융위기 여부를 떠나 경제 규모가 커진 점을 감안해야 한다. 예금보호한도는 2001년 2000만원에서 ‘일괄 5000만원’으로 올라간 뒤 22년째 그대로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2001년 1493만원에서 2022년 4267만원(추정치)으로 세 배가 됐다. 금융권의 부실자산 증가와 급증한 가계부채가 문제로 보이지만 금융 자산도 네 배나 늘어났다. 그런데 예금보호한도는 그대로다. 큰 덩치에 맞지 않는, 작고 낡은 옷을 입은 격이다.해외의 주요국과 비교해도 너무 적다. 미국의 예금보호한도는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 일본 1000만엔(약 1억원), 유럽연합(EU)도 10만 유로(약 1억4000만원) 정도다. 1인당 GDP와 비교해도 한국은 1.3배에 그친다. 미국(3.33배) 일본(2.27배) 영국(2.26배) 독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KBS 수신료 강제징수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TV 수신료는 방송법에 따라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한 사람’에 대해 매달 2500원을 의무적으로 내게 하는 것인데, 1994년부터 한국전력이 KBS로부터 징수 업무를 위탁받아 대행해주고 있다. KBS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끼워 징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은 문재인 정부 때 특히 많았다. 적지 않은 국민(시청자)이 KBS의 보도 행태, 프로그램의 수준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조직적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까지 벌어졌다. KBS는 늘 ‘공영방송’이라고 내세웠지만 과연 무엇이 공영방송이며, 그런 주장에 맞는 보도를 했느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런 여론을 수렴하면서 대통령실이 ‘개선책’ 찾기 공론화에 나섰다. KBS 수신료 개선 논의는 적절한가.[찬성] '자칭 공영방송'의 편파·저질 심각…英 BBC 등 해외선 수신료 폐지 기류자칭 공영방송이라는 KBS에 대한 다수 국민의 불만이 심각한 상황에 달했다. 해묵은 논란거리인 수신료 강제 징수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도 편파적 뉴스와 오락·연예라는 이름하의 저질 프로그램이 너무 과도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이 시청률 경쟁을 일삼는 일반 상업방송이 아니라 스스로 공영이라고 주장하는 방송사에서 넘쳐나는데, 시청자들은 수신료를 강제로 내야 한다. 그것도 국민 모두 내는 전기요금에 가려진 채 억지로 내는 상황이다. 선택권은 없다.무엇보다 근래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시사 이슈에서 명백한 편향 보도가 문제다. 대우조선해양 파업 때는 노동조합 편을 들며 경제 6단체가 한목소리로 우려·반대하고 있는 ‘노란봉투법’을 반론조차
최근 보름 새 벌어진 국제 금융계의 혼란에는 전에 없던 몇몇 특이점이 보였다. 무엇보다 ‘휴대폰(디지털) 뱅크런’으로 예금 인출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을 보면 이런 ‘소리 없는 뱅크런’은 밤도 없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연방예금보험공사가 곧바로 대책회의를 열고 ‘계좌 폐쇄, 예금 전액 보장’ 결정을 내린 것도 일요일이었다. 대책도 즉각, 휴일 여부를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디지털 시대답다. 크레디트스위스(CS) 좌초도 말 그대로 ‘블랙스완’이었다. 세상 돈이 다 몰린다는, 그것도 167년 역사의 스위스 은행이 몰락하리라고 누가 예상했나.‘그렇다면 내 돈은 안전한가?’ 예금자보호 제도가 있지만 국내에선 ‘일괄 5000만원’이다. 예금자 불안이 커질 만하다. 2001년 2000만원에서 이렇게 올린 뒤 22년째 그대로다. 지난해 3월 금융위원회가 한도 증액을 추진했는데, 정권 교체기에 유야무야돼 버렸다. 이번 위기 같은 혼란에 확대 필요성이 다시 급부상했다.예금보호 한도를 늘리면 예금자는 금융회사 형편이야 어떻든 금리만 좇고, 저축은행·상호금융 같은 소규모 금융사도 건전성보다 ‘고위험 돈장사’에 몰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전부터 있었다. 예금보험료도 올라가니 그 부담이 당장은 금융사, 곧바로 금융소비자에 전가된다는 문제점도 있다. 하지만 22년 새 경제 규모가 많이 커졌다. 국내총생산(GDP)은 3배, 금융자산은 4배나 불었다. 손볼 때가 된 것이다. 더구나 불안심리가 팽배해졌다.미국 25만달러(약 3억3000만원), 유럽연합 10만유로(약 1억4000만원), 일본 1000만엔(약 1억원)과 비교해도 적다. 최소 1억원 정도로는
점심시간에 문을 닫는 관공서가 늘어나고 있다. 점심시간 휴무제는 지자체장의 재량에 따라 시행할 수 있는데, 2023년 4월 1일부터 지방의회 조례로 정하게 된다. ‘민원처리법 시행령’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3월 중 점심시간 휴무제를 서둘러 시행하려는 자자체가 늘었다. 공무원도 ‘정상적 점심시간’을 갖겠다는 요구, 일종의 휴식권 확보 차원에서 비롯됐다. 반면 민원인들의 불편이 커졌다. 점심시간은 시민 입장에서는 각종 행정 민원업무를 보기가 편하고 자연스러운데 이 시간에 문이 닫히면 업무시간에 짬을 내거나 휴가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무인발급기로 해결 가능한 행정서류가 많이 늘었지만 인감증명서나 여권처럼 기계로 안 되는 일도 많고, 고령자가 많은 지역도 있다. 공무원에게도 똑같은 점심시간 보장, 해줘야 하나. [찬성] 공무원도 '휴식권'은 보장해야…자동발급 기기도 많이 보급공무원도 통상 오전 9시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는 직장인이고 생활인이다. 낮 12시~오후 1시의 점심시간 보장은 직장생활의 기본이다. 시·도, 시·군·구 같은 곳에서 일하는 지방공무원의 복무규정에도 점심시간이 명시적으로 보장돼 있다. 점심시간은 근로에 따른 휴식권의 하나로 어떤 경우에서든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민원인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를 명분으로 법에서 보장된 휴식권을 빼앗는 관행에선 이제 벗어날 때가 됐다. 민원인 편의 도모 차원에서 그동안 점심시간에도 대개 사무실 기능을 유지해왔고, 이 바람에 일선 창구 공무원은 편하게 점심식사를 하기 어려웠다. 정보기술(IT) 발달과 행정 시스템의 발전으로 점심시
일단락된 제주 신공항과 설악산 케이블카 신설 건의 주된 논란은 환경 문제였다. 정부 결론은 힘겹게 났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실제로 엊그제 제주에선 예정지역 주민 500여 명, 현지 정당인들의 ‘조기건설촉구 주민궐기대회’와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라는 곳의 반대 성명 발표가 동시에 있었다. 41년 만에 허가가 난 케이블카도 완공까지는 기술적 어려움 이상의 난관이 있을 것이다.세계 항공 노선 중 단연 가장 많이 붐비는 구간이 서울~제주다. 103초마다 여객기가 뜨고 내린다. 하늘길 혼잡을 해소하고, 비상시에도 대비하자면 신공항이 필요하다. 하지만 ‘환경보존’ 플래카드가 내걸리고 ‘자연훼손반대’ 구호가 나오면 논리·합리·이성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내막을 보면 제주시 권역과 남제주의 지역적 이해관계가 찬반을 가르는 큰 요인인데도 환경 아젠다가 되는 순간 토론도 논의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한국인은 돈 문제와 경제적 이해를 중시하면서도 이상하리만큼 내놓고 말하기는 꺼린다. 반대를 해도 다른 명분이나 가장된 가치를 내세우는데, 환경·자연 보호 그런 것일 때가 많다. 만연화한 제3자 개입 통로이기도 하다. 등산 애호가로 자부해온 필자도 설악산 오색~대청 구간과 서북능선 훼손 가능성이 겁나기는 한다. 계절마다 설악 등반을 누려왔는데, 도떼기시장이 돼 버리면 어디로 가나 싶어 걱정이다. 산청·구례 등이 경쟁적으로 추진해온 비슷한 케이블카 사업으로 지리산 장래까지 우려된다.그래도 종합적으로 볼 때 케이블카를 계속 막기는 어렵다. 경제 관광 지역민원을 두루 감안하면 어쩔 수가 없다. 과학적 판단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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