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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문명에 대한 연구, 수량 풍부한 강이나 좋은 해안을 낀 도시의 성장·발전에 관한 이론은 다양하다. 문화와 문명의 표상으로서 대도시의 진화 과정은 강과 물을 빼고 논하기 어렵다. 서울도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최대 자산은 도시를 관통하는 한강일 것이다. 33개의 교량과 둔치 등 다채로운 수변공간을 포함한 한강은 이제 ‘산과 강’의 자연 지형이 아니라, 장대한 인공의 편익시설 내지는 생활공간이라고 새롭게 정의할 만하다. 사회간접자본으로 변모하기까지 그간 투입된 돈도 막대하다.서울만이 아니다. 뉴욕 런던 파리 도쿄 암스테르담 싱가포르 상하이처럼 서울보다 앞서 있거나 경쟁하는 글로벌 대도시는 모두 수변에 있다. 이런 글로벌 대도시에서 강과 물은 이제 극복 대상이나 생활용수 차원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멋있고, 편리·편안하고, 창의적인 매력 공간이다.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의 잠재력을 한껏 자극하는 관광·오락산업의 핵심 무대다.머지않아 한강에서 ‘리버 버스’를 보게 될 전망이다. 제대로 운행하면 서울에 주목받는 교통수단이 하나 늘면서 한강의 자산가치도 높일 수 있다. 기왕이면 일본 오사카의 도톤보리운하 유람선이나 후쿠오카 나카강 수상버스, 방콕·사이공 등지의 유람선보다 세련되고 첨단 미래형이면 좋겠다. 기존 한강유람선이나 유야무야된 수상택시의 한계를 잘 살펴보면 시민과 관광객의 접근성 문제에도 해법이 나올 것이다.영국 런던 출장 중인 오세훈 시장이 템스강 리버 버스에 요즘 말로 ‘필’이 꽂힌 모양이다. 연간 이용객이 1000만 명이 넘는 런던형은 통근·관광용에 무료 셔틀까지 다양한 데
정부가 야간에 운항하는 항공기에 소음부담금을 대폭 올리겠다고 나섰다. 국토교통부의 ‘공항 소음대책 개편방안’에 따르면 항공사의 부담금은 최대 세 배로 치솟는다. 대상은 인천공항을 비롯해 전국 6개 공항이다. 항공업계의 걱정과 반발이 적지 않다. 코로나 충격이 특별히 컸던 항공사로서는 이제 겨우 영업 정상화를 도모하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부담이 커졌다. 우선은 노선을 운영 중인 각 항공사 부담이 되겠지만, 결국은 항공 승객과 화물주에 돌아갈 것이다. 반면 항공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 피해가 적지 않았다며,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온 공항 인근 주민에겐 득이 된다. 지금까지 받아온 지원은 냉방시설 설치, 전기료와 TV 수신료 지원 정도여서 부족했다는 것이다. 소음부담금 추가 올리기, 적절한가.[찬성] 심각한 소음 공해, 야간엔 더 문제…원인 유발 항공사가 주민 지원 확대해야공항 주변에서 일상생활을 해보지 않으면 소음 공해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 거대한 제트 항공기가 이착륙할 때 나는 엔진음은 굉음에 가깝다. 더구나 야간에는 더 심해 정상적인 수면이 어려울 정도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됐고, 경제도 발전하면서 정기 여객편은 물론 화물기의 왕래도 많이 늘었다. 주간만으로 이동 승객과 늘어나는 항공 물동량을 소화하기 어렵다 보니 이제는 야간 비행편도 적지 않다.소음이 문제라고 모든 항공편을 주간에만 운행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인천·김포 같은 곳은 낮 시간대에도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불가피하게 야간에도 항공기가 내리고 떠야 한다면 보상이라도 확대해줘야 한다. 공항 인근의 직접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연결되지 않을 권리(연결차단권)’는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기본 권리에 해당할까. 고용노동부가 근로자 보호를 명목으로 이런 내용을 법에 담는 방안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2022년 후반 더불어민주당의 한 국회의원이 퇴근 후 카카오톡 등 휴대폰을 이용한 반복적인 업무 지시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 그 연장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진보좌파 표방 정당에서 내놓은 법안과 거의 비슷한 내용을 보수우파를 지향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검토 중이라는 점이다. 개인이 업무시간 외 직장(상사)으로부터 업무든 아니든 이런저런 간섭·감독을 받지 않도록 법으로 보호해줘야 한다는 주장과 이런 것까지 어떻게 법제화가 가능하냐는 쟁점이 부딪치고 있다. 연결차단권을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업무시간 외 카톡지시 스트레스·과로 유발…근로자 개인 생활 침해 소지도현대 도시인은 시간적으로 업무와 비업무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이 많다. 정신노동, 지식기반의 근로가 많아진 게 큰 요인이다. 더구나 한국인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일을 많이 한다. 연평균 근로시간 통계를 보면 OECD에서 네 번째(연간 1915시간, 2021년 기준)로 많이 일한다. 그런데도 휴대폰과 카카오톡 등 SNS 보편화로 퇴근 후에도 업무 지시를 받거나 직장 상사로부터 시시콜콜한 연락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업무와 관련되지 않은 일도 허다하다. 이런 것도 모두 직장 근로의 연장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근로 연장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다. 야간이나 이른 아침에도 알림이 울려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사생활 침해는 물론 심각한 인권 침해
“기름값이 묘하다”는 ‘이명박 발언록’의 앞쪽에 실릴 만한 말이다. 국제 유가가 내렸는데 국내 기름값은 왜 그만큼 내리지 않느냐는 당시 대통령 언급에 공정거래위원장과 회계사 자격증을 가진 산업부 장관 등이 일제히 정유소와 주유소 때리기에 나섰다. 성과는 어떠했나. 석 달가량 기름값이 100원 정도 내린 게 다였다. 비싼 유가는 50% 넘는 세금 탓이 큰데, 정유사 마진 타령을 했으니 당연한 귀결이었다. 구겨진 것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부’라는 평판이었다.12년 만에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세금 좀 올랐다고 주류 가격 올리나”라는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발언 파장이 만만찮다. 하이트진로가 먼저 “당분간 소주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했고, 오비맥주 등도 뒤따랐다. ‘당분간’이 과연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다른 기업들도 따를 것이다. 속으로 꿍꿍 앓을지언정 ‘동향파악, 실태조사’ 운운하는 국세청에 주류업계가 맞서기는 예나 지금이나 어려워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식품산업협회의 접촉에서도 바로 정부가 원하는 답, 가격 동결이 나오고 있다.당국자들은 “그래도 말이야, 아직은 우리가 나서면…”이라며 우쭐해할까. 고물가 불황에 오르는 가격이 부담되고 겁나는 게 술값과 식품뿐이겠나. 오르는 수입 원자재든 세금이든 조금 멀리 보며 인상 요인을 자체 흡수하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바라마지 않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다. 가격을 올리는 공급자에 섭섭함과 야속함 이상의 감정까지 생기는 상황에 정부가 잽싸게 올라탄 것이다. 이 정부 일은 아니지만, 산업구조조정 등의 정책 결과인 과점체제에서
완연한 경기침체 속에 이례적인 규모로 많은 이익을 낸 은행들이 성과급·퇴직금 잔치를 벌이면서 은행의 과점 체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변수에서 비롯된 복합 불황 와중이어서 은행계의 ‘그들만의 잔치’를 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 않다. 과점은 말 그대로 소수의 대기업이 해당 시장을 장악해 쥐락펴락하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자유로운 경쟁 체제를 가로막는 부정적 뉘앙스가 강하다. 한국의 5대 시중은행이 그런 구조에서 불황 없이 최근 15년간 무려 100조원을 벌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더구나 은행은 정부 보증의 면허증에 힘입어 ‘돈 장사’를 하기 때문에 정부의 적정 간섭이 다른 분야보다 더 용인된다는 주장이 적지 않다. 반면에 5대 은행 체제는 통폐합 정책, 즉 정부 관치금융의 소산물이라는 반론도 있다. 은행의 과점 체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한국 은행 과점비율 OECD 중하위권…5대 은행 체제, 정부 통폐합 정책 결과한국의 시중은행이 과점인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 선진국과 비교해 특별히 과도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산업경쟁도평가위원회가 2022년 12월 내놓은 보고서가 좋은 기준이다. ‘은행업 경쟁도 평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은행산업 집중도는 선진국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전체적으로는 23위, 시중은행만 보면 18위로 중하위권이다. 총자산 상위 3개 은행의 점유율을 합산해 국가별로 비교한 것이다.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시장에 신규 진입한 이후 집중도는 완화하는 추세다. 가계대출 시장 집중도(상위 3개 은행) 비율은 2018년 63.8%에서 2021년 61.9%로
2009년 이래 동결돼온 대학 등록금이 한계점에 달했다. 그런데도 교육부가 또 동결을 공개적으로 가로막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재정난이 심각해지는 대학들은 더는 견디기 어렵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화장실조차 고칠 형편이 안 된다는 부산 어느 대학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면서 등록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불만이 봇물처럼 터졌다.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을 막는 큰 이유는 치솟는 물가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이미 각종 생활물가가 고공행진이고 공공요금도 함께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등록금까지 오르면 ‘민심’이 나빠지면서 2024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판단이 있어 보인다. 온갖 명목의 지원금과 함께 국가장학금 배분권이 교육부에 있어 대학은 따르지 않기 어렵다. 재정위기 대학에 대한 등록금 간섭, 용인할 수 있나.[찬성] 고물가 와중에 서민영향 감안해야…한국 대학들 학비 올릴 수준은 되나대학 진학률이 70%가 넘는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이 서민에게 미칠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정부는 치솟는 물가에 맞서 전쟁 치르듯 하고 있다. 국제 에너지값은 장기간 고공 행진하는 데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억지로 가격 인상을 억눌러 한계 상황에 달한 전기료와 대중교통 요금을 비롯해 공공요금도 줄줄이 오르게 돼 있다. 이런 판에 대학 등록금도 오르면 중산층 이하의 가계에는 큰 부담이 된다.대학을 졸업한다고 취업이 수월한 것도 아니다. 4년 만에 졸업하는 경우도 많지 않은데, 등록금이 올라가면 학비를 스스로 벌어야 하는 학생과 그런 가정은 사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 졸업도 여의치 않고 졸업해도 취업도 쉽지 않은 데다 대학 교육의 질이 좋다
선거의 묘미는 역시 변화다. 중앙권력의 변동과는 사뭇 다르지만 유권자 선택에 따른 자치행정의 변화에도 관전거리, 체감거리가 적지 않다. 오세훈-박원순-오세훈으로 왔다 갔다 한 서울시장 다툼에선 더 그렇다. 도시 성장 전략과 발전 프로세스가 선명하게 비교된다.최근 나온 서울시의 ‘도시·건축 디자인혁신 방안’은 지난해 5월 ‘한강변을 국제적 수변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공간구상 추진’이라는 긴 제목의 발표 자료와 그대로 맥락이 닿는다. 이 두 건만으로도 ‘오세훈 브랜드’의 밑그림은 그려진다. 10여 년 전에 내걸었던 ‘한강 르네상스’의 연장으로 일관성이 분명하다. 글로벌 거대도시에서 마을공동체를 추구하고, 35층 아파트 규제를 고수하며, 관변단체 난립을 북돋운 ‘박원순 이미지’와 대조적이다.디자인혁신 발표 때 오 시장은 몰려든 기자들을 상대로 직접 마이크를 잡았다. 브리핑에 나선 데서 그의 열정이 엿보였다. “건물 하나가 도시 운명을 바꾼다”는 말로 현대도시의 발전 전략에 대한 시장 철학을 제시했고, “서울을 찾은 관광객이 ‘볼 게 없네’ 하고 돌아서지 않게 하겠다”는 대목에선 결기도 보여줬다. 현실감이 있고, 의지도 좋다.그의 말이 아니어도 미(美)와 쾌(快)는 인간 본연의 추구 대상이다. 근대 관념 철학의 창시자인 칸트는 일찍이 이론과 관념으로 미·쾌의 본질을 길게 설명하고 다른 인간의 보편 가치(이성·도덕)와 함께 그 의미를 설파했다. 인간사회 문명·문화의 총체적 성과물인 대도시도 결국 미와 쾌, 편리 수준으로 우열을 평가받는다. 오 시장이 디자인혁신과 한강 수변공
지배적 대주주가 없는 기업에 대해 흔히 ‘주인 없는 회사’라고 한다. 민간은행의 지주회사를 비롯해 포스코, KT처럼 과거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대기업을 통상 그렇게 지칭한다. 물론 엄밀하게 말해 경영권을 확실하게 장악한 지배 주주가 없을 뿐 주인이 없는 회사는 아니다. 책임경영 주체가 모호하다는 것으로, 정부 소유에서 민영화한 데 따른 역설적 부작용 같은 현상이다. 이런 기업일수록 주식 한 주 없는 정부나 여당 중심의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사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내부 인사가 대표에 오른 뒤 경영권을 쉽게 내놓지 않는 이른바 ‘CEO(최고경영자) 셀프 연임’ 현상도 나타난다. 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통상 낙하산·관치 논란이 그렇게 생기고, CEO 셀프 연임은 도덕적 해이 문제를 야기한다. 그러면 정부 개입은 타당한가. [찬성] 스스로 잘 운영되면 간섭 필요 없어…'스튜어드십 코드'로 관리 책임 다 해야경영에 전적으로 책임지는 대주주가 없는 기업이 스스로 잘 굴러간다면 정부가 개입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은행의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해 KT 등에서 회장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너무 컸다. 은행의 경우 내부 임원이 노동조합 등과 연대해 회장 자리를 쉽게 장악하려 하고 있다. 내부 종사자들이 외부의 ‘개혁 세력’을 배제하고 거대한 상업은행을 전횡하려 든다. 임원 선임 절차가 투명해지지 않은 채 도덕적 해이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KT에서는 CEO가 스스로 연임을 추진하면서 뒷말을 남겼다. 주주가 통상 경영진을 구성하지만, 소액 주주가 워낙 광범위한 데다 지배 주주가 없자 대리인이 주인 행세를 하겠다는 것이다.은행
‘3만원권 화폐가 등장하면 열렬히 환영하지 않을까.’ 설 명절 한 연예인이 SNS에 올린 제안이 제법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세뱃돈으로 1만원 주기는 조금 적고, 5만원짜리를 주자니 부담이고, 두 장 세 장 세어서 주자니 좀스럽게 보일까봐 신경 쓰인 경우가 적지 않아 공감을 산 것이다. 고공 물가, 화폐 가치 추락이라는 현실이 반영됐다. 바로 정치권에서 3만원권을 찍기 위한 준비(발행 촉구 국회 결의안)를 하겠다고 움직이면서 언론도 반응했다. 미국 달러와 유럽 유로화가 각각 10·20·50 단위라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1차 주체인 한국은행은 신중한 입장이다. 현금 사용이 현저히 줄어드는 데다 화폐 유통 인프라가 바뀌어야 하고, 여론도 성숙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국민 편의와 국가적 비용이 엇갈리는 3만원권 발행, 공론화해볼 만한가.[찬성] 여전히 사용처 많은 현금 '편의' 높여야…OECD 중 한국만 '1·2·5 화폐 체제' 안 써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 송금도 다양한 방식으로 편리하게 이뤄지는 시대가 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현금은 유용하게 사용된다. 가령 전통시장에 가보면 아직도 현금 거래가 적지 않다. 각종 종교 단체·시설 같은 곳에서도 현금 기부가 많다. 명절에 어린이·학생에게 세뱃돈이나 용돈을 줄 때, 괜찮은 식당을 비롯해 온갖 종류의 다양한 서비스나 물품 거래에 따른 봉사료(팁)를 주고받을 때도 아직은 현금이다. 갈수록 부담이 커지는 축의금 등 부조 문화에서도 지폐 종류가 더 세분화되면 지출이 편리해진다.이런 경우에 대응하자면 현금 종류가 다양해지는 게 좋다. 금융 소비자인 국민이 편리하
개성 있는 현대 도시에는 색과 빛이 넘친다. 멋과 맛, 볼거리도 많은 글로벌 대도시는 밤이 화려하다. 어둠이 내리면 더 빛나는 타임스스퀘어, 샹젤리제 거리가 없는 뉴욕과 파리가 가능하겠나. 상하이 푸둥·와이탄의 형형색색 야경도 여행객을 설레게 한다. 한국은 어떤가. 세계 6~8위의 거대 도시 서울의 밤은 빛나고 있나. 호불황, 에너지 절감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30개나 되는 한강 다리부터 그게 그것이고 도심은 여전히 칙칙하다. 시민 정서를 북돋우고 외국인을 끌어들일 서울의 참 매력은 무엇인가. 전국의 다른 도시들은 또 어떤 개성으로 관광객을 유인하며 발전 트랙을 강구하고 있나.부처별 2023년 업무보고에서 행정안전부의 올해 추진 목록을 살펴보니 눈길이 확 가는 대목이 있다.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 한 곳을 추가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덩치 커진 국내 도시에 ‘광고 문화’의 옷을 입혀나가겠다는 취지다. 수십 가지 계획 리스트에 묻혀 언론의 주목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뒤늦은 만큼 좋은 성과를 내야 한다.사실 ‘옥외광고물 관리법’과 그 시행령을 보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난립하는 외부 광고물을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관점에서 생긴 법이지만 시시콜콜 규제투성이다.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는 아예 나올 수 없게 돼 있다. 광고물의 마구잡이 설치나 안전 문제도 있지만, ‘과도한 규제 천지’라는 지적에 따라 2016년 법 개정으로 도입한 게 옥외광고 자유표시구역 제도다. 그렇게 서울 코엑스 일대가 5 대 1의 치열한 경쟁 끝에 선정돼 한국의 야경 명소로 변해가고 있다. 런던 피카딜리서커스, 상하이 황푸강변 같은 세계적 관광명소의
일부 대기업에서 ‘비혼(非婚)지원금’을 지급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저출산 시대에 부응한 ‘결혼지원금’은 익숙하지만, 결혼을 안 하는 데 대한 지원·보상은 아직 생소하다. 서유럽과 북유럽처럼 한국에서도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양상이다.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붙잡고, 더 확보하기 위한 자구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오는 와중에 ‘초저출산의 인구절벽이 한국 사회의 중대한 극복 과제인데, 결혼·출산을 가로막는 처사’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비혼주의자들은 “상대적으로 많이 내는 세금이 출산 가정에 더 쓰이고 정작 우리를 위한 정부 지원책은 없는 게 현실”이라며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기업 행보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반대론에 동조하는 사회 여론이 좀 더 높은 것도 사실이다. 기업의 비혼지원금,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독신주의 직원 붙잡기 위한 회사 고육책…결혼 여부로 사원 복지 차별은 안 돼먼저 전제할 것은, 아직은 기업이 무조건 비혼지원금을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기사화된 LG유플러스의 경우 ‘만 43세 이상, 근속기간 10년 이상’이 대상이다. 아무나 주는 게 아니라 회사에 기여해왔고, 독신이 사실상 확인되는 경우로 제한한다. 대상자에겐 월 기본급의 100%, 경조사 유급 휴가 5일을 준다. ‘미혼자 경조’라는 제도를 도입한 롯데백화점의 경우 만 40세 이상 미혼 직원이 회사에 신청할 경우 결혼하는 직원과 똑같은 경조금과 휴가를 받을 수 있다. 결혼식에 보내는 화환 대신 ‘반려식물’도 보내 결혼과 같은 대우를 해준다. 건강 검진권을 주는 등으로 이런 제도를 도입
“새롭게 좀 바꾸려는데, 부처 공무원들이 ‘시장, 수요·공급’ 얘기만 하니 답답해 미칠 지경입니다.” 문재인 정부 때 비서실 고위 인사에게서 들은 속내 토로다. ‘공공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공식화되기 직전 무렵이었다. 네댓 명의 비보도 자리였고 정책 뒷얘기나 듣기로 작정한 터라 입을 다물었지만, 속으로는 ‘저런! 시장과 수급이 기본인데…’라며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적인양 시장과 싸우며 5년을 보낸 것이다. 그는 거대 야당 일원으로 지금도 국회에서 시장 억누르기에 열심이다.KO패 당한 것은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엉터리 설계만이 아니었다. 정부의 실패를 시장 실패로 몰아가며 시장을 한껏 때렸던 부동산 대책의 결과는 어땠나. 증세, 과속 복지, 재정중독증의 공공지출, 편향된 고용·노동정책까지 경제 분야가 다 그랬다. 정권 잡아 공직 꿰찬 ‘어공’들은 직업공무원인 ‘늘공’을 다잡으며 큰 정부 행보, 규제 입법, 간섭 행정에 거침이 없었다. 권부의 간택권에 늘공은 고개 숙이게 돼 있다. 시장에 대한 간섭·통제는 낡은 좌파의 보편 기질이지만, 심했다. 제압 상대로 여기는 시각 이면에는 종종 적개심도 보였다.이제 근본적 질문을 던져보자. 정부와 시장은 적인가, 친구인가. 이를 정치와 기업으로 치환하면 또 어떻게 되나. 대통령이 바뀌니 구호나 말부터 확 바뀌었다. 물론 좌우 정파 어디도 시장을 적이라고 한 곳은 전에도 없었다. 속내는 몰라도 좌파도 ‘시장친화’ ‘기업 프렌들리’를 종종 외쳤다. 이런 대목에서도 위장전술인가. 아울러 주목되는 것은 ‘시장 우선’을 내세운 자칭 우파
공동주택 이름에 대해 서울시가 개입 의지를 보이면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온갖 외국어가 뒤섞인, 긴 이름의 아파트를 두고 눈살을 찌푸리는 이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아파트 명칭에 지역·동, 시공·건설사와 자사 브랜드, 사업 현장의 고유 이름까지 다 넣다 보니 10글자가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전남·광주지역의 한 아파트 단지 정식 명칭은 25자에 달한다고 해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영어는 기본이고 프랑스어, 독일어에 이탈리아어까지 들어가면서 외국어가 많은 데 반발하는 이들도 있다. 반면 명백한 사유재산인 개인 집에 어떤 문패를 달든, 할 일도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데까지 왜 간섭하느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집도 브랜드화되면서 빚어지는 새로운 논쟁거리다. 지자체의 아파트 명칭 간섭은 용인될 수 있나.[찬성] 길고 어려운 공공주택, 명칭 난립 막아야…모두가 활용하는 주소, 쉽고 편해야최근의 아파트 명칭을 보면 외국어투성이에 제한 없이 길어지면서 ‘상식’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OO역△△펜트리움센트럴◇◇’ ‘래미안□□ ☆☆하임’ 같은 이름을 보면 어느 나라 주택 이름인지 의아해진다. 한글과 다양한 외국어가 뒤섞이면서 주민 외에는 그 의미도 알 수 없는 아파트 명칭이 유행처럼 확대되고 있다. 이런 이름을 좀 더 쉽고 간결하게, 모두가 부르기 좋은 이름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주민 스스로 그런 노력이 없으니 시의 개입이 불가피해진 것이다.아파트 이름은 단순히 거주 및 소유자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시민 모두가 주소 등으로 이용한다. 주소는 모든 이가 공동으로 편하게 활용하기 위한 공공 시스템
정부가 대형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에 대한 규제를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그런 압력이 불거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독과점 피해,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내세웠다.‘먹통 사고’로 이용자들을 놀라게 한 카카오 불통 사건도 영향을 미쳤다. 공정거래법을 관장하는 공정거래위원회 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까지 나서 ‘디지털 플랫폼 발전 방안’이라는 사실상 규제책을 내놨고, 규제 목소리를 키우며 가세하는 국회의원들도 있다. 반면 온 나라가 ‘기술 혁신’을 외치면서 막상 그런 성과를 낸 기업을, 그것도 국내에서나 겨우 대기업 대열에 들어설 뿐 국제무대에서는 큰 기업 축에 끼지 못하는 기업을 규제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양쪽 모두 ‘소비자 중심’을 내세우는 것도 흥미롭다. 국경 없는 경쟁 시대, 규제강화는 타당한가.[찬성] 독과점은 소비자에게 피해 초래…미국·EU도 '공룡 GAFA' 규제 나서독과점은 반드시 피해를 초래하기 마련이다. 카카오의 ‘불통 사고’가 대표적 사례다. 한국은 IT(정보기술) 강국답게 온라인 서비스가 급속도로 퍼졌고, 이 기반에서 플랫폼 기업도 급성장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초고속 성장 그래프가 이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커진 덩치에 걸맞은 안정된 서비스를 하고 있는지, 소비자 사이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을 장악하면서 사실상 독점적으로 하는 사업이 적지 않다. 여기서 독과점 기업의 폐단이 나타난다.미국의 경제 발전 역사를 보더라도 독과점 기업에 대해서는 늘 과도하다고 할 정도로 정부 규제가 가해졌다. 물론 그런 취지에서 한국
20세기 기계문명의 총아로 자동차가 먼저 꼽힌다. 인류의 획기적 발명품인 바퀴, ‘바퀴의 혁명’인 자동차는 진화를 거듭해 자율주행차로 발전 중이다. 그래도 일부 미래학자는 단순한 바퀴 시스템인 자전거가 스스로 구르는 자동차보다 더 오래 살아남을 것이라는 전망을 한다. 인간 근력이라는 극히 원초적 힘으로 작동하는 자전거의 생명력에 주목하며 ‘걷기’의 미래를 추론해본다. 걷기는 자전거보다 더 시원적이다.어떤 스포츠, 어떤 놀이가 나오고, 어떤 여가·여유 찾기가 유행해도 일부러 시간 내 걷는 행위는 인간 고유의 활동·가치로 평가받을 것이다. 직립보행 호모 에렉투스의 최고 건강 유지법도 올바른 자세로 충분히 걷는 것이라고 한다. 걷기만 잘해도 현대인 질병·질환 중 90%를 치유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빠르면 몸에 좋고, 느릿느릿 여유 있는 소요·산책은 정신에 좋다. 산지를 찾으면 등산, 강·계곡 위주로 다니면 트레킹으로 차별화도 된다. 일상 속 걷기는 바쁜 현대인이 추구하는 여유의 표상이다. 대중교통 기반의 걷기 출퇴근은 현대의 생활테제인 친환경의 모범이다. 선(禪)을 중시하는 불교 개념을 빌려보면 앉아서 수행하는 좌선, 누운 자세의 와선, 선 채의 입선에 이어 행선이라고 할 만도 하다. 별다른 준비나 비용도 덜 들어 주변에 권하기도 좋다. 의학 전문가 평가에다 오래 생활화해온 개인 체험을 덧붙여 걷기 예찬을 하자면 끝이 없다.걷기와 관련해 새해맞이로 두 가지 관점을 생각해본다. 말하자면 ‘2023년 생활정책’ 제안이다. 첫째, 걷기 좋은 사회 인프라를 더 적극 구축해나가면 좋겠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한국의 걷기
공동주택 명칭이 한국처럼 다채롭고 거창한 곳도 잘 없다. 영어·불어에 이탈리아말까지 조합한 긴 아파트 이름을 둘러싼 썰렁한 우스개도 그래서 나왔다. 가령 열 글자가 넘는 국적불명 이름은 시골 노부모의 서울 아들 집 방문을 막는 데 도움 된다고 지었다는 것이다. 도시 며느리의 ‘쾌재’도 잠시, 택시기사조차 집 찾기가 어렵자 촌로 시어머니가 길잡이로 시누이까지 달고 오더라는, 진화한 버전도 있다. 미국 대학의 장학금 지급에서 ‘OO팰리스’ ‘OO캐슬’ ‘브라운스톤’이 주소지인 한국 학생은 다 떨어지고, ‘파크’가 들어간 곳은 공원 옆 서민주택 취급을 받아 수혜를 봤다는 믿거나 말거나 얘기는 고전이다.길어지는 아파트 이름을 두고 “과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보다 나은 주거지를 갈망하는 현대 한국인의 꿈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 고가의 의류·패션·보석 명품을 두고 ‘허영의 시장’에서 최고봉이라는 평가와 명장의 혼이 깃든 예술품이라는 찬사가 교차하는 것과 비슷하다.주택도 ‘브랜드 경제학’에서 보면 고유의 개성 상표로 발전해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브랜드 진화 차원에서 보면 대형 건설업체의 아파트 작명법에는 고급화 전략이 뚜렷하다. 동네나 지역, 진달래·개나리 같은 명칭에서 소득 수준에 맞춰 아파트 브랜드도 참으로 다양해졌다. 아크로·디에이치·시그니엘 같은 특급 프리미엄 상표까지 나왔다. 고유의 브랜드를 개발하고 고급 이미지를 위한 홍보비도 아끼지 않는다.서울시가 복잡한(?) 아파트 작명에 개입·간섭할 모양이다. 권고냐, 가이드라인 마련이냐로 공청회
한국 국회의원에겐 유별난 권한이 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행정부에서는 아무리 직위가 높아도, 종교계 지도자도 가질 수 없는 특권이다. 헌법에 있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제45조)는 면책특권이다. 이와 함께 헌법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제44조 1항)는 불체포특권도 있다. 가짜 뉴스를 만들거나 확대 재생산하고, 대형 수뢰 혐의가 있어도 동료들이 슬쩍 막아주면 체포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 김의겸·노웅래 의원이 대통령 관련 ‘가짜뉴스’ 의혹을 내놓고,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짙어도 일반인과 다른 대우를 받는 게 이 특권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면책·불체포 특권, 계속 둘 것인가.[찬성] 행정부 권력 감시 위한 민주주의 전통…입법부 위축되면 국민권한 못 지켜국회의원은 개개인이 국민을 대변하고 대표하는 헌법상 조직이자 기구다. 국민의 대표가 돼 권력, 주로 행정부와 사법부를 당당하게 감시하고 입법부를 지키기 위해 도입된 게 이들 제도다. 국민의 대변자로서 외부 압력에 위축되지 말고 소신껏 국정에 대한 질의를 하고, 의문을 적극 표시하는 등으로 문제 제기를 하라고 국민이 준 권한이다. 면책특권이 있기 때문에 정부 고위관계자를 향해서도 인신 모욕, 명예 훼손, 허위사실 공포 같은 사법적 위험을 무릅쓰지 않은 채 질의나 자료 요청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국정감사 기간 외에도 국회가 열리는 동안은 국회에서 활발한 대정부 견제 활동이 가능하다.불체포특권도 같은 맥락이
통계청이 의미있는 자료 한 건을 발표했다. ‘2022년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33.4%, 세 집 중 한 곳이 나홀로 산다.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북유럽처럼 선진화된 나라일수록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특성이다. 결국 한국에서도 1인 가구가 717만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700만을 넘어섰다. 1인 가구는 29세 이하와 70세 이상에 많다. 비혼·만혼과 사별·이혼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1인 가구의 3분의 2인 68%가 연소득 3000만원 이하라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이 때문에 1인 가구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스스로 선택한 1인 가구에 대한 세제·복지 등의 지원은 사회와 경제 활력을 저해하고, 비생산적 복지비용만 키운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1인 가구에 대한 지원 강화론은 타당한가. [찬성] 현대사회 응달, 사회적 약자 다수…복지 차원에서 지원 확대해야1인 가구가 왜 급증하는지 원인과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성인 남녀 중 홀로 사는 독립 가구가 많아진 게 큰 원인인데, 결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고 있다. 29세 이하가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아 19.8%에 달한다. 부부로 살다가 사별 등으로 홀로 된 경우가 많은 70대 이상(18.1%)보다 많다. 30대(17.1%)보다 20대가 많다는 것은 결혼을 못 하는 젊은 층이 많다는 의미다. 주된 이유는 경제 문제다. 나홀로 가구의 42%가 월세로 산다는 통계와 맥이 닿는다. 실제로 경제적 문제로 결혼을 안 하고 1인 가구가 됐다는 경우가 30.8%에 달한다.2년 새 100만 명 늘어난 1인 가구는 사회적 폭탄과 비교될 수 있다. 그러니 1인 가구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 확대를 본격적으로 공론화하
저출산과 함께 묶이는 고령화 걱정이 크다. 하지만 긴 인류 역사로 보면 이제 시작이다. 예측도 경험도 못 한 미답의 길이다. 제도·문화·인식·관행을 새로 만들며 개인과 사회 모두 적응해가는 중이다. 은퇴 후 30년 넘게 살며 호사 누릴 줄 누가 알았으며, 반대로 늙어서도 생활비·의료비 책임져야 하고 성인 자식까지 도와야 하는 고난을 누가 예상했나.1인 가구에 대한 다양한 측면도 그렇다. 고령 사회에서 생겨난 부차적 현상 같지만 북·서유럽 같은 데서는 벌써부터 급증해왔다. 특히 도시에서 뚜렷한 증가 기류를 보면 이것도 선진국 징후다. 인류의 이지적 진화일까, 풍요 속에 살기는 버거워지는 현대사회 신인류의 계산 빠른 생존 방식일까.세 집 중 하나가 1인 가구라는 통계청 발표는 한국 사회가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또 하나의 역설적 지표다. 진행 속도가 문제일 뿐, 되돌리기도 어렵다. 기존 통계를 바탕으로 훤히 예측되는 급증 그래프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정책은 어떻게 짜며, 당사자들에겐 어떤 주문을 할 것인가에 따라 한국의 미래가 많이 달라질 것이다. 1인 가구 스스로 독립·자유·자율의 삶을 영위하며 징징대지 않느냐가 일차 관건이다. 이유와 배경이 여러 갈래인 이들의 예상되는 하소연을 정부가 잘 감안해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하느냐도 중요하다.먼저 주목할 것은 29세 이하 나홀로족이 20%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다는 사실이다. 부모에 얹혀사는 ‘캥거루족’도 잠재 1인 가구로 본다면 실제는 더 많을 것이다. 비혼·만혼의 흐름 그대로다. 1인 가구 42%가 월세, 18%는 전세라는 수치는 연소득 1000만원 이하가 21%, 3000만원 이하는 68%라는
금융권에 신(新)관치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에 예금 금리를 내리도록 ‘압박’ 혹은 ‘압력’을 가하면서 비롯됐다. 두 기관은 예금 금리를 올리면 저축예금으로 시중의 자금이 몰리게 되면서 돈이 절실한 곳으로 흐르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 현상 같은 부작용이 빚어진다고 판단해 이에 대한 대책을 편 셈이다. 하지만 예금자들은 한국은행이 힘겹게 금리를 올리는 판에 예금금리 인상을 인위적으로 가로막는 것은 구태의연한 관치금융이라고 보고 있다. 더구나 금융감독당국은 각 금융그룹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둔 시점에 지주회사 이사회 의장들을 불러모으고 사고가 터지면 회장까지 징계하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금융감독기관의 은행 이자 개입은 용인될 수 있는 것인가.[찬성] 급등 예금 금리, 가계부담 늘리는 악순환 '돈맥경화' 막기 위한 고육책코로나 충격이 조금 가시면서 시작된 세계적 인플레이션은 여러 가지 복합 원인에서 비롯됐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이상, 에너지·식량 가격의 급등 같은 요인은 한국으로서는 속수무책이고 어떻게 대처하기도 어려운 해외 요인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인플레이션 대처로 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면서 한국은행은 울며 기준금리를 따라 올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과 문제점이 심각하지만 환율 유지, 자본이탈 방지, 고물가 대처 같은 큰 문제를 막기 위해 사실상 선택의 여지도 없이 금리를 올리는 것이다.금리를 올리자 바로 파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장 큰 게 대출 금리가 오르는 것이다. 한은의 기
정부가 ‘우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우주항공청을 신설하겠다고 나섰다. 우주 시대를 적극 열어나가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것은 나무랄 일이 아니다. 문제는 법무부가 이민청을 만들겠다고 했고, 외교부 산하에는 재외동포청도 신설된다는 점이다. 이민청은 심화되는 저출산 시대에 인구 유지가 목표고, 재외동포청은 해외 동포의 권익 향상이라는 명분이 내세워졌다. 여성가족부가 간판을 내린다고는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되고, 본부장은 장관과 차관 사이 직급이 된다. 기관이 없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우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는 좋다. 하지만 규제 혁파로 민간활동을 고양시키기에 앞서 정부기관부터 만들겠다는 접근 방식에 반론도 만만찮다. 잇단 외청 신설 계획, 바람직한가.[찬성] 우주항공청 등 모두 필요한 기관…정부 커지고 비용 들어도 성과가 중요우주항공청 신설은 윤석열 정부가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을 국무총리에서 대통령으로 승격하는 것과 병행하는 조치다. 대통령이 ‘미래 우주 경제 로드맵 선포식’에 참석해 “우주에 대한 비전이 있는 나라가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있다”며 우주개발에 대한 의지를 밝힌 터여서 이를 실행할 정부기관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달·화성 탐사, 우주산업 육성 등 6대 정책 방향까지 제시한 마당에 전담·전문 기관이 있어야 속도를 낸다.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민간에서는 국가 간 우주여행 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우주 시대는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왔다. 미국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영국 버진갤럭틱 등은 재사용 로켓 개발
우주산업 육성에 정부가 적극 나서는 것은 고무적이다. 10년 뒤 달착륙, 광복 100주년엔 화성에 태극기 꽂기 목표도 좋다. 이를 위해 대통령이 우주개발 컨트롤타워로 국가우주위원장을 맡겠다는 것도 현실적이다. 하지만 미래 개척의 명분과 목적이 좋다고 방법론까지 다 좋은 건 아니다. 우주항공청을 만든다는 대목에서의 걱정도 그래서다. 대통령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같은 관련 부처를 모아 위원장으로 지휘하는 판에 또 하나의 청(廳) 신설이 과연 효율적일까. 과기정통부 산하가 될 우주청은 독자적 법령 제정권도 없다. 다른 외청이 다 그렇듯이, 부(部) 지휘를 받는 집행기관일 뿐이다. 덩치 큰 외청만 하나 더 생기는 건 아닐까.재외동포청도 그렇다. 732만 명의 해외 동포 권익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취지다. 민족의 의미가 퇴락해가는 코스모폴리탄의 지구촌 시대에 동포청 설립은 생산적일까. 개방과 교류 확대로 발전해온 나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여기서도 쟁점은 외청 신설이다. 동포 지원이 필요하다고 해도 외교부와 행정안전부가 협업하며 정부 외곽 단체들을 잘 활용하면 가능한 업무다. 요컨대 동포를 챙기지 말자는 게 아니다. 이민청(출입국이주관리청) 신설도 마찬가지다. 저출산 대응의 이민 문호 개방이나 다문화 사회 준비는 진작 필요했다. 소관 부처가 없어 일을 못 한 것도 아니었다. 법무부와 산하에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있고, 교육·복지·외교부도 있다. 간판은 바뀌지만 여성가족부도 기능은 남는다.세 개씩 생겨날 새 청은 ‘구성의 모순’ ‘구성의 오류’를 연상시킨다. 하나씩 따로
‘지방 정부인가, 지방자치단체인가’. 자치행정이나 지방재정 관련 학회와 토론회에선 아직도 되풀이되는 해묵은 논쟁거리다. 중앙 정부와 나란한 지방 정부인가, 정부의 감독·통제를 받는 지자체인가에 따라 분권·자치 수준, 국가권력 위임 정도, 지방세제와 지방재정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달라진다.지자체라고 묶어 부르지만 체급부터 법적 지위까지 천차만별로 다양하다. 17개 시·도 광역지자체만 해도 법적 성격이 다른 다섯 종류가 있다. 서울은 특별시, 부산 등 6개 시는 광역시다. 세종은 전국 유일의 특별자치시다. 8개 도에, 제주특별자치도도 있다. 제주도가 ‘특별자치’를 붙이면서 재정과 인사권 등에 재미를 보자 강원도도 올 들어 같은 지위를 쟁취했다. 1년 준비를 거쳐 내년 6월 강원특별자치도가 발족하면 1395년(조선 태조 4년) 생긴 ‘강원도’란 행정 명칭은 사라진다.광역보다 큰 지자체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만료 20일을 앞두고 대못 박듯 출범시킨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 아직은 유효하다. 정권이 바뀌자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지만 발표대로라면 부울경 의회까지 생길 판이다. 이제 탁상행정 사례로 남을 공산이 커졌다. 시·군·구 기초 지자체는 인구 9000명인 울릉군부터 119만 명인 수원까지 하나로 묶여 있었는데, 올해 특례시가 생겼다. 수원 고양 용인 창원처럼 100만 명이 넘으면 특례시가 돼 행정 권한과 재정에서 자율권이 조금 늘어난다. 구도 특별·광역시의 자치구와 자치권이 없는 일반 시의 행정구는 완전히 다르다.전라북도에 특별자치도 지위를 주는 법안이 그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
정부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에도 배분해주겠다고 나섰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초·중·고 교육을 담당하는 각 지방교육청 예산으로 중앙정부가 보내주는 것이다. 교육교부금법에 따르면, 내국세의 20.79%를 기계적으로 교육청에 배정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학생들이 해마다 크게 줄어드는 와중에 교육교부금은 절대 규모가 오히려 급증한다는 것이다. 세율 조정으로 과도한 교부금을 바로잡는 방식이 아니라, 여유분 자금을 대학에 주겠다는 정부 계획에 대한 문제 제기와 반대가 논란의 핵심이다. 재정난을 겪는 대학에도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이럴 경우 부실 대학의 퇴출을 가로막으며 교육개혁을 방해할 뿐이라는 주장이 맞서는 상황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남는 초·중등 교육용 교부금의 대학 배분은 타당한가.[찬성] 대학도 교육 담당, 하지만 심각한 위기 남는 예산 고등교육엔 못 쓸 이유 없어오늘날 대한민국 대학의 현실은 매우 어렵다. 10년 이상 정부 간섭에 의해 등록금이 사실상 동결되면서 재정난이 심각하다. 실험과 실습 기자재 등은 고등교육기관의 것이라고 하기 힘들 정도로 낡고 성능도 떨어진다. 외부의 명사 초청 강연은 물론 시간 강사조차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 모든 게 일차적으로 재정난에서 비롯되고 있다. 역대 정부 모두 인기영합 정책의 하나로 등록금을 동결하다 보니 돈이 모자라고, 돈이 없으니 고등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심각할 지경이다. 이제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교육교부금은 말 그대로 교육 진흥을 위해 쓰자는 돈이다. 초·중·고생이나 대학생이나 모두 대한민국 학생
최근 증권회사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당황해하고 있다. ‘세종시 방침’과 ‘여의도 방향’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소득세법에 대한 정부와 거대 야당 입장이 반대다. 세종시의 정부(기획재정부) 방침은 주식·펀드 등의 금융투자 상품에 대한 과세를 최소한 2년은 유예한다는 것이었다. 그런 내용을 공약으로 내건 대통령이 당선됐고, 새 정부 출범 후 세법을 담당하는 기재부의 경제부총리가 공식 발표도 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이 장악한 국회(여의도)는 증시에서 연간 5000만원 이상의 양도차익을 낼 경우 2023년부터 22.0~27.5% 과세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직접 투자자뿐 아니라 경제 살리기에 비중을 두는 입장에서는 대부분 이 과세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논란의 금투세, 시행해야 하나.[찬성] 현 정부 이전에 결정된 것…상위 1% 부자 과세, 바로 시행해야금융투자소득에 따른 소득세 부과는 2020년 당시 여야 합의로 방침이 정해진 것이다. 모든 양도차익에 무조건 과세가 아니라, 주식과 펀드 등에 대해 투자소득이 연간 기준으로 5000만원 이상인 경우에 한한다. 은행에 맡긴 이자소득에도 정해진 세율에 따라 과세하고 있는 마당에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리고 법안까지 다 마무리돼 있다. 지금 새삼 논란이 되는 것은 2023년 1월부터로 정해진 시행 시기를 이제 와 더 늦추자고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행 시기를 2년 늦춰 2025년부터 시행하자며 이런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는데, 대한민국 상위 1%를 위한 법일 뿐이다(더불어민주당 주장).과세 기준의 쟁점이 5000만원이라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금융투자에 따른 양도소득이 5000만원이면 국내에서는 소수 상
한강의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가 법원에서 무효 처분을 받은 것은 상식적이지만 의미심장하다. 무엇보다 사법부 신뢰가 흔들리는 와중에 제대로 된 판결로 법원이 존재 이유를 보여줬다. 민간자본으로 건설된 이 교량의 통행료를 없애겠다고 한 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대선 출마를 위해 경기지사를 그만두기 직전에 시도했던 무리수가 뒤늦게 제동 걸린 것이다. 포퓰리즘 행보가 잦은 이 대표는 그렇다 치고, 지난 6월 선거에서 본인 공약으로 물려받은 김동연 경기지사도 정신 다잡아야 할 처지다. 이재명·김동연의 무료화를 비판하다 스스로도 이를 도지사 공약에 넣은 김은혜는 이 판결을 어떻게 볼지도 궁금하다.일산대교 지분 100%를 가진 국민연금의 운영권을 ‘공익 처분’이라며 사업권을 빼앗으려 한 게 위법의 본질이다. 현상만 보면 그냥 제동 걸린 공권력 남용이다. 선거 때면 좀비 떼처럼 나도는 인기영합주의가 이런 경종에도 불구하고 과연 근절될지는 다음 걱정이다. 견제 장치조차 없는 포퓰리즘 경쟁에는 좌우도, 여야도 없다는 게 더 문제다. 모처럼 상식적 판결은 나왔지만, 대중 추수 기류나 유별난 한국적 언더도그마 현상이 법원에까지 퍼져 있다는 사실은 그것대로 계속 극복 과제다.아직은 1심이지만 ‘일산대교 정상화 판결’로 돌아봐야 할 근본 문제는 따로 있다. 책임감도 없이 내지르는 퇴행의 한국 정치는 논외로 치더라도, 제법 틀을 갖춰온 행정 영역에서 왜 위법·범법이 끊이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국민의 위법이 많은가, 정부·지자체 등 공공부문에서 범법이 많은가, 개인의 탈법이 위험한가, 정부 범법이 더 치명적인가도 차제에 다
상상도 못한 ‘이태원 참사’로 많은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이런 초대형 사고나 큰 재난이 발생할 때면 불거지곤 하는 것이 ‘국가 책임론’이다. 국가의 ‘무한책임론’까지 나온다. 참사나 재앙적 사고에 대한 피해 수습과 더불어 나라가 경제적 보상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가 배상론이다. 하지만 유무형의 배상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면 법적으로 어떤 부분이 잘못됐고, 무엇이 법 위반인지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 법원의 판단이 중요하다. 이와 별개로 특정 공무원에 대한 책임 추궁은 몰라도, 무형의 실체인 국가에 책임을 묻는 행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개별 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론은 일종의 집단적 행동이라는 지적도 있고, ‘무한책임론은 무한간섭론이 될 수 있다’는 차원에서 경계의 대상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찬성] 국가는 국민 안전에 총괄 책임져야 정부·지자체 사고 보상 선례 많아국가는 국민 안전에 총체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태원 참사에서도 경찰의 사전 준비나 사후 대응에 문제점이 드러났다. 시민 안전에 책임져야 할 경찰이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심지어 사고 후 출동한 소방조차 인명 구조 역할을 최대한 수행했는지에 관한 문제 제기도 있다. 이 모든 게 국가가 기본 안전 책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 결과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으니 국가 혹은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 아닌가.더구나 정부는 ‘안전한 국가’ ‘안전한 사회’를 이루겠다고 다짐해왔다. 설령 윤석열 정부가 직접 이런 공약을 내세우지
윤석열 정부가 공공주택 50만 호 건설 계획을 내놓으면서 청년층에 우선 분양할 물량을 34만 호로 배정했다. 임대와 저가 분양을 주축으로 하는 공공 분양 아파트 공급 계획은 역대 정부에서도 늘 있었다. 이번 정부가 5년간에 걸쳐 내놓겠다는 공공주택 정책에 눈길이 가는 것은 물량이 방대할 뿐만 아니라 ‘청년주택’을 34만 호 공급한다는 대목 때문이다. 2030세대에 주거 복지를 제공해 결혼을 유도하면서 저출산 문제도 해결해나간다는 의지가 깔려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갈수록 가중되는 주거난을 감안한 것이다. 문제는 공공 분양을 기다리며 무주택으로 ‘가점’을 쌓아온 4050세대의 반발이다. 무주택자 설움과 온갖 고충을 무릅쓰고 버텨왔는데, 왜 청년에게 공공 물량을 몰아주느냐는 것이다. 한정된 재원의 공공주택, 청년세대 우선 공급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5년간 50만호 중 34만호 청년에…주거안정, 비혼·저출산 해법한국 사회에서 2030 청년세대의 애로와 어려움은 한마디로 설명도 못할 지경이다. 고충의 갈래도 다양하고 복합적인 데다 조기에 해결될 기미도 안 보인다. 가장 심각한 것은 좋은 일자리의 절대적 부족이다. 성장잠재력이 매년 뚝뚝 떨어지고 투자가 감소하면서 고용 시장 전반이 위축되는 가운데 청년백수 문제점도 심각하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는 장기 저성장 시대의 부작용, 충격파를 사회에 진출하는 시기의 청년세대가 직격탄으로 맞고 있다.고공행진은 청년 취업난만이 아니다. 높은 비혼율에다 0.8까지 떨어진 합계출산율이 청년세대 어려움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현실이 어렵기 때문에 혼인과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고등 생명체&rs
세계기록유산인 팔만대장경은 5233만자에 오탈자 하나 없다. 무결점의 국보다. 고도로 정제된 경판의 극적인 균일성이 그 시대에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대 최고 장인·지식인들의 신심도 컸겠지만 1자 1배, 3배의 수행적 제작 방식 영향이 컸을 것이다. 최고 전문가도 한 자 새기고 절 한 번, 때로는 세 번으로 호흡을 고르며 나아갔다. 의욕이 넘치고 마음이 급해도 천천히 올라야 하는 것은 킬리만자로 등산법도 닮았다. 정상이 뻔히 보이고 체력이 넘쳐도 며칠에 걸쳐 고도별 기압에 맞춰가는 게 5895m 최고봉 등정의 안전수칙이다. 눈으로는 못 보는 고산병 방지법이다.하이테크(high tech) 시대에 ‘기본’을 다시 생각해본다. 하이테크가 현란하게 펼쳐질수록 ‘하이 콘셉트(high concept)’ 기반의 기본기, ‘로테크(low tech)’도 중요해진다. 필자가 ‘하이테크 시대의 로테크’라는 칼럼을 쓴 게 10년도 더 됐다. 9·11 테러 등을 돌아본 나름의 성찰이었다. 세계 최고 하이테크 도시의 최첨단 상징물을 단박에 무너뜨리며 미국을 슬픔과 공포, 분노로 몰아넣은 게 단검 한 자루를 쥔 테러범의 로테크였다. 구식 수법에 무너진 신기술 첨단 사회의 취약한 단면을 그런 구도로 비춰봤다. 공감과 동의가 좀 있어서 같은 제목으로 책도 냈고, 성원이 있어 여러 쇄 펴내기도 했다.이태원 참사가 이 화두를 다시 일깨워준다. 하이테크로 내달려온 정보기술(IT) 강국의 치명적 취약점 하나가 세계 톱10의 거대 도시 서울에서 드러난 것은 무서운 대가의 경고다. 사고 이후 넘쳐나는 숱한 지적질에 ‘또 공자님 말씀’ 하나 덧보탤까봐 조심된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보다 근본 문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고로 피해보상 문제가 논란 내지는 관심사가 되고 있다. 피해는 카카오T 카카오맵 서비스를 중심으로 대리운전노동자(대리기사) 등이 입었다는 손실이다. 카카오주차 등에서 생겼다는 피해 주장도 있지만, 수많은 이용자의 혼선 수준에 비하면 직접 피해 규모가 크게 집계되지는 않았다. 피해 문제에는 모든 이용자가 직간접의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거나 받아야 한다는 적극 보상론도 있고, 자발적으로 사용하는 무료 서비스라는 점에서 최소한의 소극적 보상 주장도 있다. 논란이 커진 데는 민간의 서비스에 대해 바로 ‘국가 안보’ 운운한 정부 당국자의 성급한 발언도 한몫했다. 이용자들이 편해서 가입하고 무료로 누린 카카오 서비스의 관리 잘못에 대한 피해보상은 어떻게 해야 하나. 최대한 적극적 보상론은 타당한가.[찬성] 막대한 수익 내며 데이터 안전 소홀…기업의 묵시적·사회적 책임 방기카카오에서 최대한 적극적으로 보상해야 한다. 카카오는 편리한 채팅 서비스를 내세워 수많은 소비자를 단기간에 극대치로 모집했다. 사실상 시장을 독점했으나 독과점 규제도 거의 받지 않고 성장해왔다. 카카오는 카톡 서비스를 무료로 해왔고, 그 과정에서 기술과 서비스 혁신의 성과를 누린 것도 사실이다. 이는 소비자 혹은 이용자들이 카카오를 믿고 성원해준 것이 큰 요인이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 (무한) 신뢰=회사 측의 최상 서비스 제공’이라는 묵시적 약속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최상의 서비스는 정보기술(IT) 기업 특성상 불통 방지, 데이터의 안전한 백업, 편리성 강화 같은 일반적인 것이었다. 데이터 백업과 서비스의 항상성·일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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