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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상의 플랫폼 기업이 활발하게 움직이자 이들의 영업에 반대하는 이익 단체들의 저항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변호사 중개 서비스 플랫폼인 ‘로톡’의 활동을 막으면서 법적 대응까지 나선 대한변호사회다. 의사협회 치과의사협회 건축사협회 등도 비슷한 이유로 협회 차원의 반대 운동에 나섰다. 4개 단체는 ‘올바른 플랫폼 정책연대’를 출범시켜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이들 단체는 플랫폼 서비스가 시장을 교란하며 국민의 생명, 건강과 재산 등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기 밥그릇을 유지하려는 ‘기득권 지키기’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택시업계 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타다금지법’ 제정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받는 반(反)플랫폼 연대 행위는 타당하며 정당한 것인가.[찬성] 국민 안전·건강·재산과 직결된 법률·의료·주택 거래는 전문가 영역민형사상의 법률문제를 대리하는 변호사나 국민 개인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사는 최고의 전문가들이다. 직업에 귀천은 없지만, 상대적으로 중요한 업무를 맡은 것은 사실이다. 건축사들도 현대 사회의 온갖 건물과 구조물을 설계하고 공사를 지휘하는, 안전을 직접 다루는 고도의 전문가 집단에 속한다. 전문가적 지식을 기반으로 제한된 자격증에 바탕한 자체적 시장 질서가 오랜 시간에 걸쳐 구축돼 있다. 영업과 수주전을 벌이기도 하지만 나름의 관행과 규칙을 따르는 게 보통이다.이런 영역에 플랫폼 기업이 끼어들면서 불법·부당한 영업 행위가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 현상을 그대로 방치하면 심각한
연금개혁의 당위성은 이제 언급 자체가 낭비다. 더 미뤄서도 안 된다. 하지만 꼭대기가 뻔히 보인다고 오르는 길도 쉬운 건 아니다. 강한 절박함에서 비롯되는 헛발질이나 엉뚱한 대못 박기도 두렵다. 다음주 발족 석 달 만에 ‘가동 논의’를 한다는 연금개혁특위가 국회에 있는 것도 걱정이다.이번 연금개혁에는 두 가지 근본 쟁점이 뇌관처럼 버티고 있다. 우선 ‘국가지급보장 법제화’ 논란이 필연적으로 불거질 것이다. 국민연금의 핵심 문제가 예고된 기금 고갈인 만큼 10년도 더 된 이 주장은 또 나오게 돼 있다. 여의도발로 기억하는 것만 해도, 2012년 19대 국회로 거슬러가는 초대형 폭탄이다. 기초연금 확대안과 함께 국가의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법안이 그때 나왔다. 지금이나 당시나 선심 남발 포퓰리즘에는 여야 구별이 없다.그래도 즉각 법제화되지 않았던 것을 보면 국회가 최소한의 상식은 있었다. 어느덧 가입자가 2229만 명에 달하지만 비가입자도 적지 않아 균형·공정 문제가 따른다. 나아가 부실 구조는 둔 채 지급보장만 하면 그 돈은 또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해법 없이는 무책임한 공론이다. 더구나 ‘사회적 부조 시스템’을 주저 없이 ‘연금’이라고 한 것부터 시작해 국민연금의 설계·시행·운용·관리 전반에 걸친 정책 오류에 대한 책임 규명과 정부 차원의 사과도 없이 혈세를 함부로 투입할 수는 없다. 국가 지급보장 논의에 따르는 이 ‘3대 전제조건’은 지금도 그대로다.지급보장 명문화는 2012년 말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복지 공약으로 커졌다. 국가의 지급보장이 쉽게 가능하다면 국민연금 개혁은 걱정할
한강공원은 서울의 명소다. 하지만 몰려든 시민으로 몸살을 앓기도 한다. 과도한 음주 문화도 논쟁점이 되고 있다. 간식 수준을 벗어난 음식까지 곁들인 한강변의 음주가 나들이 나온 다른 시민을 불편하게 한다는 지적이다. 한강공원을 음주 금지지역으로 정해 모두가 쾌적한 분위기를 즐기자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시가 규제할 법적 근거가 있기는 하다. 반면 가뜩이나 정부의 규제 법이 범람하는 판에 서울시의 지방자치단체 규제행정까지 계속 용인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성숙한 시민이 자율적으로 할 행태에 왜 행정이라는 이름 아래 공권력을 개입시키느냐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의 선량한 관리 의무와 자유 시민의 기본권이 맞부딪친다. 서울시의 행정 감독을 불러들이려는 한강공원의 금주 조례 제정 요구는 사리에 맞나.[찬성] 불꽃쇼 쓰레기더미에 음주 사고까지…쾌적·안전한 공원 유지는 행정기관 의무지난 8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세계불꽃축제는 서울의 야경을 한껏 빛나게 한 멋진 행사였다. 하지만 진면목은 그 다음날 나타났다. 무리 지어 앉았던 시민들의 자리는 온갖 쓰레기로 산을 이룰 지경이었다. 주최 기업과 서울시 미화원 2000명이 동원돼 수거한 쓰레기만 50t에 달했다고 한다. 행사 당일 밤 인근의 서울 간선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이 되기도 했다. 불꽃놀이를 자기 편한 데서 보겠다고 자동차 전용도로에 아예 세워버린 자동차 때문이었다.한강공원에서의 음주 문제도 같은 맥락이다. 과도한 음주로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문제다. 2021년 4월 반포지구 한강공원에서 실종된 대학생이 결국 숨진 채 발견돼 사회적 관심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주차공간이 부족한 도시지역에선 ‘주차 분쟁’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발생한 많은 강력 사건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분이 넘치는 차량에 비해 부족한 주차공간 때문에 빚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장애인·전기차 전용공간에 일반 자동차가 주차되면서 일어나는 갈등도 적지 않다. 평소 이용자가 적은 체육 시설이나 공동주택 주차장의 장애인 전용구역을 줄여 주차난을 해소하자는 국민청원 여론도 있다. 획일적인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을 융통성 있게 해서 자동차가 많은 지역의 주차난에 숨통이 트이게 하자는 주장이다. 장애인을 적극 배려하는 전용 주차 면을 더 배정해야한다는 반대론도 만만찮다. 장애인 주차장을 기계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재고하고 의무 비율도 유동적으로 하자는 주장은 타당한가.[찬성] 승용차 급증, 심각해지는 주차난 주차장 신축성 있게 운용해야승용차가 늘어나면서 대도시 지역에서는 주차장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이웃 간 주차 갈등이 흔해졌고, 폭행과 고소도 늘어나는 게 통계로 확인된다. 주차와 관련된 민원이 10년 새 10배로 늘었다는 집계도 있다. 국내 차량은 가구당 1대를 넘어 1.16대에 달한다. 도시에서는 1가구 2차량 시대에 접어드는데 주차장은 이에 부응하지 못한다. 2017년 이후 최근 5년간 전국 주차장에서 10만3795건, 하루평균 56건꼴로 강력 범죄가 발생한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대형 아파트 단지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빌라, 원룸, 단독주택 쪽으로 가면 주차장은 턱없이 부족하다.그런데도 법 규정 때문에 장애인 전용 주차공간은 빠짐없이 있다. 이용자가 별로 없는 체육 시설이나 아
국정감사 무용론에 빠지다가도 의미 있는 정부 통계를 이런 때에나 보니 생각이 달라지기도 한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 정책 자료가 그런 것이다. 최근 5년간 급등한 조세부담률이 올해 23.3%에 달했고, 사회보험까지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30.9%로 치솟았다는 내용이다. 재정·예산통인 송 의원이 기획재정부 자료를 종합한 것이다. 재정준칙이 없으면 2040년엔 국가채무가 GDP의 100%를 넘는다는 같은 당 김상훈 의원 경고도 국감의 순기능을 살리는 사례다. 김 의원은 국회예산처에 의뢰해 2060년 국민 1인이 부담할 나랏빚이 1억원 이상이라는 전망도 했다.국민부담률은 국가 경영의 중요한 잣대지만 정부로서는 불편한 지표다. 정권의 좌우보혁 성향 차원이 아니라 나라 살림을 세금에 기대는 정부의 염치 비슷한 문제다. 아직 본격화된 적은 없지만 조세저항이라도 일어나면 국가의 근본을 흔들 수 있는 기준이다. 건전재정, 연금개혁을 촉구하는 이면에는 납세 거부, 국적 이탈 같은 조세저항 지뢰를 제거하려는 노력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다.국민부담률 30% 돌파는 하나의 고비요, 전환점이다. 2010년 22.1%, 2016년 24.4%에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부지불식간에 이 선에 와버렸다. 최근 연도의 단기 급등은 용인할 만한 수준인지, 앞으로는 어느 정도까지 감내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복합 경제위기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판에 정책을 가장한 포퓰리즘 경쟁이 계속되니 저지선이나 위험선을 정해둘 필요가 있다. 국가채무를 GDP의 60%로 막겠다는 재정준칙과 함께 갈 기준이다. 4대 공적보험 기능과 성격을 볼 때 사실은 조세부담보다 국민부담률을 더 비중 있게 봐야 한다. 하지만 급등하는 국민부
정부 최대 싱크탱크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노인 기준연령을 높이자는 정책제안을 내놨다. 노인연령은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을 기준으로 보면 40년 넘게 만 65세 그대로다. 2010년께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 찬반 논란이 크게 빚어졌고, 2015년에는 대한노인회가 70세로 올리자는 전향적 제안을 한 적도 있다. 그사이에도 늘어난 수명과 고령인구로 인한 정부 부담 등을 감안해 크고 작은 사회적 공론과 논란이 반복됐다. 하지만 늘 논의뿐이었다. 생각과 관점도 제각기 다른 까닭이다. KDI는 경제·사회에 미치는 파장을 감안해 2025년부터 10년에 한 살씩 올리자는 점진적 상향조정론을 내놨다. 반면 이 나이가 고령인구의 복지 수혜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시기상조론도 있다. 노인들 사이에도 찬반논란이 분분한 노인연령, 올릴 때가 된 것인가.[찬성] 고령사회에 40년 넘은 65세 기준…재정·청년세대 부담 줄도록 높여야무엇보다 평균 수명이 급격히 늘어났다. 노인복지법 제정 당시 66.1세였던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83.5세(2020년 기준)로 무려 17세 이상 늘어났다. 한국 사회가 고령화사회(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7% 이상)를 넘어 2017년 이미 고령사회(14% 이상)에 접어든 상태다.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20% 이상)에 접어든다는 무서운 예측이 대한민국 정부(통계청) 명의로 나와 있다. 경제가 활력을 잃고 복지 부담이 국정의 블랙홀이 되는 초고령사회의 문제점은 수없이 제기돼 있다. 눈앞에 다가선 초고령사회의 치명적 부작용도 문제점이지만, 이행 속도가 과도하게 빠르다는 게 더 큰 문제다.이런 상황에 노인들의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좋아졌다. 60대는 스스로도 정신적으로나 신체
양곡관리법 개정안으로 2022년 정기국회가 요란스럽다. 신문 지면에는 ‘쌀 의무매입법’이라고도 나오고, ‘쌀 시장격리법’이라는 냉소 섞인 표현도 나온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이 법안은 정부가 예산을 써 쌀값 수준을 어느 선에서 의무적으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쌀 생산량이 국내에서의 예상 수요량보다 3% 이상 많거나 쌀 가격이 전년도보다 5%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초과 물량을 사들여 ‘시장격리’(매입 후 보관하면서 일부 재판매)를 하라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국제 가격보다 높은 쌀값을 유지할 예산 여력이 있느냐는 것, 다른 곡물과 육류 등 식량 자급률이 계속 떨어지는데 쌀에만 이런 지원을 하는 건 맞지 않다는 것이 반대의 주된 논리다. 연간 1조원 이상 드는 비용 때문에 포퓰리즘 논란까지 유발한 정부의 쌀 의무 매입, 타당한가. [찬성] 시장 상황 따라 생산량 조절 어려운 곡물, 쌀의 특수성 감안해야국내 쌀값 하락으로 생산 농가의 어려움이 커졌다. 심각해지는 인플레이션으로 모든 물가가 고공 행진하는 와중에 쌀값은 하락세를 보여 농민들의 허탈함은 더 크다. 지난해 수확기에 비해 30%가량 가격이 내렸다. 2021년산 재고 물량이 전국 곳곳에 쌓여 있어 쌀 수확기에 접어들면 가격 하락세는 더 심해질 수 있다. 생산에 들어간 비룟값과 인건비를 고려하면 농민들은 상당한 수준의 적자를 안게 됐다. 오죽하면 땀 흘려 생산한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는 농민까지 나타났겠나. 정부가 농민 대책을 세워야 한다.그동안도 정부의 시장격리 조치는 있었다. 다만 임의조항인 이 대책을 의무조항으로 바꿔 생산량이 초과되면 정부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에서 빠지겠다는 경상남도의 최근 발표는 아쉽지만 사실상 예고된 것이었다. “실익이 없다”는 이유 그대로일 것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앞서 울산시가 ‘해오름 동맹론’을 외칠 때 이미 금이 갔다. 새 시장 부임 두 달도 안 돼 울산은 포항·경주와 옛 신라문화권의 해오름 동맹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인구 111만 명 울산도 333만 부산, 327만 경남과 짝이 되느니 50만 포항, 25만 경주와 함께 가는 게 지역 발전에 ‘실익’이라고 판단했을 만하다.800만 명의 부울경 단일화 구상은 9개월 전 나왔을 때부터 막연했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다섯 달 남기고 던진 안이었다. 두 개 이상 시·도가 모이면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할 수 있다는 지방자치법 근거 규정을 본 것이었는데, 정권 교체에 지자체장까지 바뀌자 바로 이 모양이다. 대전·세종·충남북 등을 묶는 다른 특별지자체 구상도 덩달아 어두워졌다.논의의 핵심은 지역 살리기다. 저출산 자체보다 더 걱정인 지방인구 급감과 수도권 비대화 해소 차원에서 권역 통합안이 나왔지만 진척이 어렵다. 이 수준의 느슨한 통합조차 쉽지 않지만, 옥상옥의 행정조직 신설 정도로는 어려운 게 균형발전이란 해묵은 숙제다.현 정부 들어서도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지방분권법과 국가균형발전법 통합도 그런 노력이다. 그 바탕에 성장촉진지역 개발, 기업·대학·공기관 이전 같은 낯익은 과제가 또 제시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SKY대+특목고 연계 이전론’도 내놨다. 고향세 도입 같은 감성팔이 행정도 있다. 하지만 가죽신 위로 가려운 발 긁어대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통상과 산업, 기술과 기업 등 경제 이슈를 넘어 안보 쪽으로 대립의 전선이 넓어진 지도 오래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에는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고조로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흔들려버린 글로벌 공급망은 전 세계 산업 지형을 완전히 바꾸면서 인플레이션 폭풍을 세계 경제에 던졌다. 가스 석유 등 에너지에 이어 곡물 등 식량 자원까지 무기화된 지도 한참이다. 이 모든 변화의 기저에 미·중의 심각한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산업계에서는 반도체 동맹이 재편되고 있는 와중에 희토류 등이 필수인 배터리 등으로 미·중 대립은 복잡해지고 있다. 한국은 좌표설정이 어려워졌고, 운신의 폭에도 여유가 줄었다. 한국은 북한핵문제라는 한층 심각한 안보 문제까지 겹쳐 있다.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 급변동의 근본 요인이기도 하다. ◆자국 정부에 쓴 소리 美 전문가, 옹호 일변도 中 전문가이 문제를 놓고 한국 미국 중국의 입장 변화 여부를 재볼 수 있는 국제 토론회가 지난 주 열렸다. 대형 국제행사로 자리 잡아온 제주포럼의 여러 세션 가운데 하나였다. 국제적으로 저명한 전문가들도 다수 참석하는 제주포럼은 올해 17번째다. 중문단지 내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사흘 간 연속된 여러 국제 세미나 토론회 세션 가운데 하나인 ‘테크노폴리틱스의 시대, 미-중 기술 경쟁과 한국의 선택’ 세션에 필자도 3국 공동 토론자로 참석했다. 제주특별자치도·외교부와 더불어 제주포럼의 공동 주최기관인 동아시아재단이 마련한 세션으로, 사회는 류상영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평화 공존 번영’
정부가 상장기업의 임원 및 주요 주주의 주식 거래에 대해 최소 30일 전 매매계획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불법·불공정 소지가 있는 내부자 거래를 막아 소액 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내부거래 사전공시제’라는 이 제도는 개미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기업 쪽에서는 또 하나의 규제로 받아들이며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고 걱정한다. 매매 계획에 대한 사전공시 의무화를 강조하면 회사 지분의 덩어리 거래인 블록딜이 사실상 어려워지고, 악재성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공매도를 부추겨 결국 개미 피해를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불공정 거래 논란을 불러일으킨 BTS 소속사 하이브와 카카오페이 등에서의 주식 거래 행태가 근절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사후’가 아닌 ‘사전’ 주식거래 공시제, 도입할 만한가.[찬성] 개인투자자 보호 위해 필요…정보의 비대칭 해소해나가야회사 경영진의 갑작스러운 주식 지분 매각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피해를 본 개미투자자가 적지 않다. 이런 행위는 증권시장의 불안을 부추기기도 한다. 개인투자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투자의 판단 요소지만, 개미투자자들은 ‘사후’ 공시로나 알게 되는 정보다. 개인투자자들을 상대로 주식을 공모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시점에 카카오페이나 하이브 등의 내부자 연루 불공정거래 의혹 매매가 빚어지면서 개인의 투자 피해가 속출하기도 했다. 정보의 비대칭·불균형 상태에 대한 시정, 대책 마련 요구가 크게 일어나기도 했다.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사전공시제를 보면 모든 거래에 대해 무조건 신고하라는 게 아니다. 상
‘고향과 가족.’ 인공지능(AI)이 생활 속에 파고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쉽게 변치 않는 추석 명절의 양대 키워드다. 이번 한가위 연휴에도 이동 인구가 3000만 명을 넘고, 그중 90% 이상이 ‘마이카족’이라고 한다. 대도시가 고향인 세대가 늘어나지만, 그래도 고향의 표상은 지방이다. 하지만 곱게 차려입은 명절의 일시 ‘고향 방문객’은 ‘위기의 지방’을 더 쓸쓸하게 만들지 모른다. 인구절벽도 저출산율 자체보다 지방인구의 소멸이 더 현실적인 문제일 수 있다.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고향사랑기부제’ 세부 방안이 엊그제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제정된 고향사랑기부금법의 시행령이다. 달리 말해 ‘고향세’다. 거주지 이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에다 해당 지역 농축산물 등의 답례품이 지급된다. 지방을 지원하는 ‘관계 인구’를 넓혀 열악한 지방재정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다. 이를 통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조금이라도 줄이고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동원하면서 지방경제 활성화까지 도모한다는 것이다. 기부액의 10만원까지는 세액공제하니, 10만원을 고향 지자체에 내면 기부금액의 30%까지인 답례품은 ‘이득’이다.고향세를 먼저 시행 중인 일본에는 지역특산품 외에 체험형 답례품도 있고 크라우드 펀딩도 한다. 일본 사례를 보면서 기부금 유치 및 답례품을 둘러싼 지자체 간 과열 경쟁 걱정도 없지 않다. 세금 감면과 답례품이 기부금보다 많아지는 경우와 이런 데서도 지자체 간 격차가 생길지 모른다는 성급한 진단도 있다.출향(出鄕) 인사들의 선의에 기대는 고향사랑기부제는 작은 출발일 뿐이다. 지
‘자원회수시설’ 건설 문제로 서울시와 마포구가 대립하고 있다. 전문가들이 참여한 입지선정 위원회를 거친 서울시 결정에 마포구가 반대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 시설 내 생활폐기물 소각장이 들어서는 게 주된 쟁점이다. 마포구 쪽에선 펄쩍 뛰겠지만, ‘기피 시설’ 혹은 ‘혐오 시설’의 관내 수용 여부의 문제라는 차원에서 ‘님비 현상’과도 무관하지는 않는 사안이기도 하다. 폐기물 처리시설 지역 내 증설인가, 아예 신설인가 하는 등의 논쟁점도 있다. 서울시와 마포구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인접한 고양시까지 “사전 협의가 없었다”“(서울시의) 일방적 발표를 강력 규탄한다”고 나서 해법은 복차 방정식처럼 돼 간다.이 문제는 어떻게 진행될까. 어떻게 풀어야할 것인가. ‘상암동 소각장 갈등’ 문제에서는 세 가지 정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있다. 조금 과하게 말하면 한국 지방자치제도가 한 단계 성숙 발전할 것인지, 이쯤서 퇴보하고 말 것인지와 관련된 문제로 보인다. 못난 정치처럼 결국 법원으로 달려갈까첫째, 기초지방자치단체인 마포구와 광역자치단체인 서울시가 이번 대립 혹은 대치 혹은 갈등을 양자 간에 자체적으로 풀 수 있을지 여부다. 단적으로 말해 법원으로 가지 않고, 혹은 중앙 정부의 개입 없이 해결해낼 것인가다. 행정법원 등으로 가면 오히려 쉬울 수도 있지만, 서로가 극한 대립에서 물러서지 않고 대법원 등으로 계속 가면 불필요한 비용 지불 차원 이상의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시민생활에 꼭 필요한, 그것도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생활폐기물 처리 시설 미미로 인한 전체 시민생활의 불편과 안전 위협 문제
정부가 구직 청년에게 ‘도약준비금’으로 300만원을 주겠다고 한다. 구직 활동을 하다 도중에 포기한 청년에게 희망을 준다는 취지다. 2023년도 정부 예산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2023년도 예산은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인 데다 복합적 경제위기가 심화되는 와중의 재정운용 계획이 포함된 것이어서 더 주목받았다. 전체적으로 지출 증가를 억제하며 건전재정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은 엿보였다. 그런 와중에 선심성 현금 지급으로 이 예산이 포함된 것이다. 현금 지급 예산은 통상 인기영합 지출이라는 비판이 따르곤 한다. 문재인 정부 때도 자주 있었던 논란이다. 선거 때면 여야가 경쟁을 벌이며 되풀이하는 한국형 예산 퍼주기라는 비판도 받는다. 물론 취지에는 일리도 있다. 다른 현금 복지가 대개 그렇듯이 명분도 그럴듯하다. 구직 청년에 대한 정부의 현금 지원은 타당한가.[찬성] 청년 구직자 '희망의 끈' 놓지 않도록 정부 다양한 지원책 모색해야국내외에서 물가가 무섭게 치솟았다. 에너지와 식량의 국제 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인간 생존에 필수인 양대 축에서 인플레이션이 심화됐다는 우려가 계속 커졌다. 미국과 중국 간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국제 분업의 산업 공급망이 흔들린 탓이 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 심해졌다. 인플레이션은 그간 각국이 경쟁적으로 풀어온 통화량의 증대와도 무관치 않다. 장기 저금리에 ‘양적완화’라는 경쟁적 돈 풀기도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했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면서 미국을 필두로 여러 나라가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이번에는 경기가 갑자기 침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계 경제가 동조하면서 함께 움직이는 양상도
정부가 문제의 국민연금과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별도 직역 연금의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들어 있다. 국민연금은 2056년 전후로 기금이 고갈된다는 위기의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고, 공무원연금 등은 이미 거덜나 국민 세금인 정부 예산에서 매년 지원하는 상황이니 통합해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얼핏 그럴듯하지만, 아주 편의적인 발상이다. 문제는 이름만 같은 연금을 쓸 뿐, 이들의 법적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사회적 부조’ 시스템이어서 기금이 고갈돼도 현행법 테두리에서는 나랏돈에서 지원할 근거가 없다. 사학연금도 마찬가지다. 반면 공무원과 군인연금은 각각의 독립된 법에 따라 연금가입자에 대한 정부의 지급 의무가 명시돼 있다. 여러 법 개정이 불가피한 어려운 과제를 정부가 국회에 던졌다. 통합은 타당한가. [찬성] 미룰 수 없는 연금개혁, 한 테이블 올려야…성격 달라도 국민 공감하면 가능연금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중대한 과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입자 수가 2235만 명에 달하는 국민연금 개혁이다. 당분간은 가입자가 늘고 연금보험료도 쌓여가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연금 지급액이 더 커져 2056에는 기금이 고갈될 위기다. 기금 고갈 예상 시기는 계속 앞당겨져 2057년이 됐다가, 2022년도의 새 추계로 또 1년 앞당겨졌다. 문재인 정부 때 국민연금 개혁을 회피한 채 국회로 문제를 떠넘겼으나 유야무야된 결과다. 국민연금이 바닥나도 정부의 지급 의무는 없지만, 많은 국민의 노후가 달린 것이어서 정부가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정부는 일정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내심 안도한 가정이 적지 않을 것이다. 초여름부터 에어컨을 펑펑 돌린 것 치고는 늘어난 몇 만원이 크게 무섭지 않을 정도로 다른 물가가 많이 올랐다. 더구나 ‘에너지·식량 쌍끌이 인플레이션 대란’이란 무서운 기사가 우크라이나전쟁 시작 전부터 넘쳐났지만 아직은 감내할 만할 것이다.여름 냉방비용이 가벼운 가족 외식 한 끼만큼도 안 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석유·가스 생산국도 아니고, 전력 생산에 혁신적 기술을 확보한 나라도 아니다. 결국 동결돼온 요금과 부채가 166조원에 달한 한국전력의 경영 실상을 볼 수밖에 없다. 한전 빚은 1년 새 30조원가량 늘어 국내 기업 중 부채 1위의 빈사 공룡이 됐다. 한더위 8월이 포함된 3분기에는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다.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일 뿐 비용은 속일 수가 없다. 가격 뒤 진실을 볼 필요가 있다.10월부터 영국의 가정 에너지가격 부담 상한선이 80% 뛴다는 외신을 보면 한국은 아직 안전지대처럼 느껴진다. 지난주 유럽의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0배 이상 폭등했다. 러시아가 유럽에 공급해온 가스 물량을 무기화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원유 생산을 줄이겠다는 방침에 따른 결과다.이번 여름 이상 고온을 겪은 유럽의 에너지 위기감은 자못 심각해 보인다. 독일에서는 난방용 땔감 나무 판매가 늘어나고, 원전 비중이 70%에 달하는 프랑스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절전에 나서고 있다. 전기난로 판매 증대, 야간 가로등 소등 캠페인 같은 소식도 들린다. 영국의 가격 현실화도 수요 감축을 염두에 둔 국가 차원의 월동 준비일 것이다.이런 소극적 소비 절감보다 에너지 생산의 정상화
감사원이 사회단체와 시민단체 1716곳을 상대로 특별감사를 벌이겠다는 최근 발표는 사실 놀랄 일이다. 국고보조금 집행 실태를 본다는 것이지만, 공공기관을 상대하는 감사원이 NGO(non-government organization)를 털겠다는 게 상식적이지는 않다. 무엇보다 민간단체 장부까지 들여다보고 법적 조치를 할 정도로 대단한 감사원 권한이 새삼 무섭다. 이 막강한 힘으로 대한민국 공공부문을 얼마나 깨끗하게 만들었나 싶다.더 큰 놀라움은 한국 NGO들이 어떻기에 이런 수모를 당하느냐다. NGO의 위기다. 아직도 의문투성이인 정의기억연대의 윤미향 의혹을 비롯해 “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개 한탄을 돌아보면 싸잡아 맞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특정 정치 성향의 단체들 행태가 최근에 주로 부각됐지만, NGO의 대혁신 차원에선 좌우보혁의 문제만은 아니다.과잉·난립의 NGO들 위기와 관련해 지방 중견도시의 새 사업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인구 20만 명, 재정자립도 18%의 충주시가 220억원 예산으로 추진하는 ‘근로자 복합문화센터’ 신축 건이다. 19년 된 근로자 복지관을 2배 이상 크기로 새로 지어준다는 것이다. 이 건물에는 특정 노동단체 충주지부와 노동상담소, 개별 노조 사무실 두 곳, 사회단체연합회 등이 자리 잡고 있다.제기할 문제점은 노조와 노총지부 사무실을 재정도 빠듯한 지자체가 새로 지어줄 필요가 있으며, 타당성은 있느냐는 것이다. 주민 이용 시설도 있다지만 구색 맞추기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놀랍게도 시·군 단위 종합복지관에 사무실을 둔 한국노총 지부가 15곳에 달한다. 한·미동맹 파기를 주장하는 민주노총
정부가 장차관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의 2023년 임금 중 10%를 반납받는다고 발표했다. 내년 정부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조한 정부 지출 줄이기, 즉 긴축재정의 일환이다. 2022년 한 해에만 679조5000억원에 달한 전체 정부 지출 예산에 비하면 실질적으로 큰 의미는 없는 금액이다. 하지만 고위직 급여부터 줄여 일반 공무원들의 임금을 최대한 동결하겠다는 차원에서는 의미가 아주 없진 않다. 한마디로 허리띠를 죄고 군살을 빼겠다는 정부 각오다. 경제 위기 국면의 정부 자세라고 볼 수 있겠지만, 누가 강요라도 한 듯한 이런 일괄 움직임에 썰렁한 반응도 나온다. 정작 줄여야 할 대형 지출에 대한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라는 요구다. 임금 수준이 낮다고 주장하는 실무 공무원들의 뜨악한 반응도 있다. 어떻게 볼 것인가.[찬성] 경제 위기 맞아 공직 솔선수범 필요…지자체·국회·사법부·공기업도 동참해야지금 경제는 위기 상황이다. 식량과 에너지 양쪽에서 비롯된 국제적 인플레이션이 주는 충격이 금리 인상과 겹쳐 경제를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코로나 충격 와중에 누적된 한계 산업과 중소 영세기업의 어려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모든 문제점이 누적되면서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에 접어들고 있다.이럴 때 정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 긴축이나 재정 운용의 합리화 같은 추상적 구호로는 부족하다. 무언가 국민이 체감하고 실감할 수 있는 고통 분담이 당연히 나와야 한다.더구나 정부는 지난 5년간 지출을 엄청나게 확대해왔다. 물론 마구잡이식 정부 지출 증가는 문재인 정부 때의 일이니 윤석열 정부와는 직접 관계가
기업 활동에 피해를 준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과 가압류 소송을 제한하는 법안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등이 추진 중인 일명 ‘노란봉투법’이다. 이 법안대로라면 기업의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는 데다 불법 파업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노조 파업권에 대한 가장 현실적 견제 장치가 파업 시 불법 행위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 규명으로, 통상 명백한 파업 손해 발생 시 사측이 제기하는 소송이다. 이걸 법으로 막으면 불법 파업을 용인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사유재산에 대한 훼손 방지와 손실 보상은 보편적으로 인정되는데, 노조를 예외로 하면 보편성을 부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찮다. 입법 추진론자들은 노조의 파업권 존중 논리를 편다. 파업에 따른 배상책임을 덜어주는 법은 현실 타당한가.[찬성] 파업 손배 소송, 노동자 부담 너무 커…소송 쉽게 못 하도록 '방어법' 필요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추진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의 기본 내용은 노조 활동을 좀 더 포괄적으로 보호하자는 취지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린다. 2014년 쌍용자동차 파업 때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노조 조합원을 돕기 위해 사회단체들이 나섰는데, 당시 노란 봉투에 지원 성금을 담아 보낸 것에서 유래한다. 그런 사정 그대로 노조가 파업을 끝낸 뒤에도 점거 등에 대한 손해배상 규모가 너무 클 때가 있다. 이런 상태를 막기 위해 노조 파업에 따른 손실에는 배상 책임을 덜어주자는 것이다.법안의 주요 내용은 합법적 노조 활동 범위의 확대, 법원 결정 손해배상의 기준 제시와 노
도시는 문명과 문화의 표상이다. 그 중심지에 통상 광장이 있다. 오래된 유럽 도시들은 광장 위주로 성장해온 발전 궤도가 서로 닮았다. 서구에서는 시장의 성장, 시민계급의 경제력 향상, 문화·오락·자유의 상징으로 도심 광장의 변천사를 볼 수 있다. 반면 중국과 옛 소련을 비롯한 집단주의적 국가의 장대한 광장에는 격정의 정치와 절대 권력, 강요된 권위의 어두운 그림자가 보인다.어떤 광장이냐가 관건이겠지만, 광장에 대한 호불호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광장이라면 고대 그리스 아고라와 바로 연결시키며 대중민주주의의 절대 공간으로 떠받드는 이들도 있다. 반면 일탈의 방종 공간, 우중정치 거점, 심지어 소수파의 선동이 난무하는 치외법권 지대로 보는 시각도 엄존한다. 열린 공간에서 열린 사회의 적이 발호한다고 우려하는 관점이다. 로고스와 파토스의 인간 유형대로, 광장에 대한 시각도 다를 수 있다.문제는 광장이 ‘정치 공간’이 되면 이성이 스며들 여지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광장과 상대 개념으로 ‘닫힌 공간’이 명상과 성찰, 학습과 성숙의 장인 것과 비교된다. 작가 최인훈의 ‘광장론’은 이런 접근에 일찍이 탁견을 제시했다. 그는 기념비적 소설 <광장>에서 드넓은 평양의 광장을 내세우는 북한을 ‘광장의 사회’로 묘사했다. 개인 생활과 결부할 때 이 광장은 집단적 삶의 상징이 된다. 성찰적 삶, 자유의 삶, 개인적 삶을 담보하는 가려진 공간이 아예 없는 사회는 지옥일 것이다.신장개업한 광화문광장을 보며 21세기 도시 광장의 기능과 미래를 생각하게 된다. 21개월간 815억원을 들여 새로 단장한 서울의 심장 같은 이 공간이 성숙한 사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의 불법점거 파업이 또 한 번의 미봉책으로 마무리됐다. 꼬리 끝이 몸체를 뒤흔든 이번 사태로 노동조합 세력은 파업의 힘을 거듭 체감했을지 모른다. 파업의 가시적 효과로 치면 화물연대가 더 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는 집단 운송거부였지만, 그들은 총파업이라고 외쳤다. 정부와 정치권, 다수 언론도 이들의 노동자·파업 프레임에 갇혀 끌려갔다. 화물연대를 끌어들인 민주노총의 문어발식 세 확장도 성공이라면 성공이다. 불법을 마다하지 않는 한국형 만성 파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대가는 갈수록 커진다. 최근 10년간 2배 늘어난 파업이 GDP를 연평균 10조원씩 깎아먹었다. 이 기간 근로 손실 피해는 일본의 193배에 달한다.새 정부 출범을 겨냥한 듯한 대형 파업들을 보면 한국은 좀체 변하지 않은 사회다. 교조적 정치, 구태 행정보다 반기업적 노조세력들의 퇴행성이 특히 변하지 않는다. 많은 국민이 외면하는 데도 그렇다. 북유럽 ‘스마트 좌파’나 중국공산당의 변신을 못 보는지 의아스럽다. 최후의 자구적 단결권이라면서도 남발을 해대는 파업이 언제까지 유효할까. 수시로 내휘두르는 칼은 무섭지 않게 된다.파업이 영원히 노조의 전유물이라고 여긴다면 유아적 사고다. 자본가도 태업을 넘어 파업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노조에는 없어 보인다. 사실 노동자 파업은 단선적이다. 과장된 주먹질에 생채기나 내는 자해 성격도 강하다. 반면 자본가 파업은 소리 없이 진행된다. 노조처럼 ‘우리를 파업으로 내몬다’고 고함치기는커녕 파업이 아니라고 부인할 것이다. 조용하게, 슬그머니 달아날 것이다. 그 결과는 솜뭉치 속 철퇴처럼 우리
‘판사의 망치’와 ‘목수 망치’가 동등한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취지의 어느 코미디언 말이 한동안 회자됐었다. 이 말은 화자가 코미디언이었다는 차원에서 정합성을 갖는다. 코미디언은 익살스러운 말, 때로는 재치 있는 비약으로 사람들 웃기는 게 본업인 까닭이다. 코미디언이 아니면서 정색하고 이 말을 했다면 한 마디로 ‘미친 소리’한 것이다. 물론 화제의 그 코미디언이 앞뒤의 상황이나 전제조건을 세련되게 했더라면 좀 더 차원 높은, 아니 적어도 수준이 있는 개그가 됐을 것이다. 코미디언의 말이되, 코미디 장을 벗어나 정색을 하고 이런 선동을 했으니 다른 차원에서 씁쓸하게 웃겨버린 것이다.요즘도 논란이 되는 ‘원가’ 문제를 보면서 잊힌 그 코미디언의 ‘웃픈 소리’를 떠올리게 된다. ‘아파트 원가 공개’ 운운하며 버젓한 공기업 대표까지 나서는 데서 표퓰리즘과 선동의 짙은 그림자를 보게 된다. 표퓰리즘이 아니라면 순진한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마냥 순수한 것일까.도대체 원가라는 게 있나. 무엇을, 어디까지를 원가라고 할 것인가. 개념은 있지만 현실에서는 정의하고 선 긋기가 어려운 게 원가다. 더구나 이 세상에 똑같은 물건은 하나도 없는 게 주택일진대….1시간 1백만원 변호사 수임료 … 자발 지불 소비자라면 문제 안 돼한 번 생각해보자. 유능한 변호사의 수임료에서 원가를 산정할 수 있을까. 정말 빼어난 의사나 약제사, 건강관리사의 의료나 치료, 생명을 좌우하는 건강 컨설팅에 원가를 책정할 수 있을까.국내 굴지의 경험 있는 유능한 로펌 변호사들은 수임 사건에 대해 1시간당 80만원 이상의 비용을 청구한다
정부가 이른바 ‘취약계층’의 부채 경감 방안을 내놨다. 미국을 필두로 세계적인 금리 올리기 추세로 대출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자 서민 금융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차원이다. 대통령 주재의 비상경제민생회의(제2차)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면 소상공인과 자영사업자, 저신용 등급자, 청년층에 대한 금융지원이 포함돼 있다. 논란의 핵심은 빚 탕감이다. 대출의 상환유예 정도가 아니라, 아예 원금을 깎아주겠다고 하면서 “빚을 낸 코인 투자자까지 왜 보호하느냐” “성실히 빚 갚아온 사람은 뭐냐”는 반발도 생긴다. 전형적인 금융의 모럴해저드 논란이다. 반면 이례적인 인플레이션에 일자리 창출도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 취약층에 실질적 도움이 될 정도로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적지 않다.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는 와중의 영세사업자와 청년층 등을 향한 빚 탕감, 어떻게 볼 것인가. [찬성] 복합 경제위기에 더 어려워진 취약계층…정부 지원해야 '더 큰 비용' 예방지금은 이례적인 복합 경제 위기의 시작 국면이다. 글로벌 공급망 이상에 따른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금리는 잇달아 치솟고 환율 급등(한국 돈 가치 하락)으로 수입 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증시와 주택시장도 위태위태하다. 물가 급등은 특히 서민계층의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일자리 창출도 어렵거니와 임금도 오르는 물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판에 대출금리가 급등하면서 가계와 영세사업자의 이자 부담을 부쩍 키우고 있다. 그런데도 은행은 사상 유례없는 초대규모 이익을 내고 있다.매달 늘어나는 금융 부담에 속수무책인 취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는 와중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정유사들도 상당한 이익을 내게 됐다. 오르는 유가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내렸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효과는 크지 않은 것과 비교된다. 치솟는 물가 대응책의 하나인 유류세 인하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자 정치권에서 정유사에 대한 세금 부과 안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다. 유가 급등으로 정유사와 주유소가 큰 이익을 보고 있으니 세금을 더 내놓으라는 것이다. 정유사들은 유통 과정의 재고 관리에서 일시적으로 생기는, 일종의 장부상 이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년 전 국제 유가가 폭락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5조원의 적자를 냈을 때는 정부가 관심이라도 가졌느냐는 항변이다. 자칫 공급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는 이례적인 횡재세, 부과할 수 있는 것인가.[찬성] 정유사 이익 급증, 유류세 인하 효과 없어…해외서도 위기 때 고통분담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석유류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와중에 정유회사의 이익은 놀라울 정도로 늘었다. 2022년 1분기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실적을 보면 4조7668억원에 달했다. 2분기에도 1분기에 버금가는 실적을 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유가 급등기에 정유사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낸 것이다.일부 분석에 따르면 유가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유류세 인하가 기름값에 반영되지 않았던 사실도 있다. 정부가 유류세를 30% 낮췄던 2022년 5월 이후 휘발유의 세금 인하액 247원 중 가격에 반영된 것은 129.7원뿐이었고, 경유도 세금 부분 인하액 174원 가운데 67.7원만
무엇보다 ‘민족’은 빼고 시작해보자. 그 자리는 ‘자유 시민’으로 대신한다. 개방·교역으로 성장해온 나라이니 ‘자유 세계시민’이 더 좋겠다. 민족에 대해서는 논란도, 논변도 과도했다. 찬반, 지지·부정의 스펙트럼도 무척 넓다. 커가는 학생들부터 읽어야 하는데, ‘역사적 사명’도 무겁고 압박감까지 준다. 그래서 1968년에 제정된 국민교육헌장을 이렇게 ‘리모델링’해본다.“우리 개인 각자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자유 세계시민으로 태어났다. 자유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깨달으며, 나의 자유와 함께 모든 이의 자유를 존중한다. 민족이라는 전시대의 낡은 개념을 발전적으로 극복하고, 서로 존중하며 호혜 평등한 인권 기반의 자유 세계시민으로 나아간다. 우리 조상의 훌륭한 점과 그렇지 못한 것을 냉철하게 잘 살펴 이 시대에도 맞는 좋은 정신과 문화를 이어받는 동시에 나라 밖 동서양의 훌륭한 가치와 철학을 잘 받아들이는 게 교육의 요체다.안으로 자주독립의 자세를 확립해 실천하고, 밖으로 자유와 자립의 진정한 인류 진보와 공동번영을 주도할 때다. 자유주의의 선도를 위해 개인 각자가 더 노력하며 이를 교육의 지향점으로 삼는다.어떤 상황에도 자주·자립정신과 성실·근면의 마음을 스스로 다지는 게 소중하며, 그 바탕에서 강인한 정신과 튼튼한 몸을 갖는 게 교육의 출발점이다. 강건하고 독립적인 개인의 합이 곧 사회요 국가임을 자각하면서, 저마다의 소질을 어떠한 강요도 없이 계발하고, 개인과 한국 사회의 처지를 더 나은 자유 세계시민을 향한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창조의 힘과 타의 간섭을 배제하는 불굴 개척정
글로벌 공급망의 큰 틀이 흔들리고 재편되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공포가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 조달 원가가 올라가고 영업이익은 급감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 바람에 국내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정한 탄소 감축 목표치가 과도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2030년의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는 탄소중립기본법을 지키기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장 가동을 감축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목표라고 주장한다. 탄소중립을 지키기 위한 비용이 철강·화학·시멘트 업종에서만 400조원(2050년까지)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문재인 정부 때 설정해 발표한 탄소중립 목표, 힘들더라도 그대로 지켜야 할까. 아니면 복합경제 위기라는 특수 사정을 감안해 대폭 수정해야 할까. [찬성] '저탄소 경제' 힘들어도 가야 할 길 기술 개발로 생산 공정 개선해야저탄소 배출의 ‘탄소중립’은 힘들어도 우리 산업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과잉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 변화는 국내에서도 급속도로 진행돼 모두가 실감할 정도다. 수목의 남방·북방 한계선이 변하고 있고, 사과를 비롯한 과일의 주산지도 급격하게 북상하고 있다. 엘니뇨 현상을 비롯한 지구온난화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단순히 기온이 올라가는 정도가 아니라 급격한 기온 변화, 강수량의 급변동 등 일기 자체가 매우 불안정하고 불규칙해지고 있다. 이 모든 게 과잉 탄소 배출로 인한 것이다. 탄소제로로 나아가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이 커지는 이유다.한국은 이런 ‘탄소중립 경제’로 이행하는 국가 가운데 모범적 나라다
엉터리 정책은 왜 반복될까. 많은 시민이 ‘혈세(血稅)’라는 말도 자주 쓰는데, 터무니없는 정부 예산 지출은 왜 근절되지 않을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정책과 예산관리에 대한 평가·분석이 부족한 게 큰 요인일 것이다. 새롭거나 시험적인 정책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후 평가, 논쟁이 많은 논란거리 대형 예산 집행에 대한 효과 분석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책임 문제를 의식한 공무원 담당자와 정권차원의 회피도 물론 문제다. 그에 더해 철저한 사후관리를 하지 못하는 행정체계의 결점이 적지 않다.◆실험적 안심소득제 '3년 지급 후 2년 분석'두 가지 정책은 그런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먼저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이른바 안심소득 시범사업을 보자. 다분히 실험적 복지다.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제와 대비되는 것이다. 7월 11일 첫 지급을 시작해 5년 간 지급되는 오세훈 시장의 안심소득은 간단히 말해 기존의 현금성 복지를 통폐합하고 그 바탕에서 시작하는 선별적 복지 제도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소득보장의 실험’이기도 하다. 주목되는 것은 정책의 효과검증을 서울시가 하겠다는 대목이다. 소요 재원조달 문제를 비롯해 풀어야할 숙제가 적지 않지만, 적어도 이것만으로도 이 정책은 최소한의 신뢰를 받게 됐다.시범적으로 시행되는 서울시의 안심소득제는 소득이 없는 1인 가구에 최대 82만원 6550원을 지급한다. 시범 시행인 만큼 일단 500가구가 대상으로 선정됐다. 선정된 가구는 3년간 일정 금액을 조건 없이 지급받는데, 정책 효과 검증은 그 이후 2년 간 진행된다. 중위소득 85% 이하, 재산 3억2600만원 미만의 서울 시민을
한국 근로자의 한 주 근로시간은 최대 52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이른바 ‘주 52시간 근로제’로,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규정이다. 하루 8시간씩 기본 40시간에 초과근로가 12시간만 인정된다. 이 때문에 기업에 주문 물량이 밀려들어 일손이 모자라도 근로자당 매주 12시간 넘게 초과근로하면 불법이다.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일을 더 하고 초과임금을 받고 싶어도 안 된다. 반도체·바이오 등 신산업에서의 집중 연구 역시 이 시간을 준수하는 선에서만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가 초과근로 ‘주당 12시간’ 규정을 ‘월간 52시간’으로 바꾸겠다고 나선 이유다. 특별한 사정이 있어 한주 60시간(20시간 초과근무) 일하면 그다음 주는 40시간으로 월간 기준만 맞추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전체 근로시간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 주 52시간제 유연화, 어떻게 볼 것인가. [찬성] 주 52시간제 다른 나라엔 없는 규제…노사 자율로 정하면 소득 증대연장근로시간을 주간 단위에서 월간 단위로 총량 관리하는 것은 고용 관련 제도에서 최소한의 개혁이다. 근로기준법상 초과근로를 주당 12시간으로, 주간 단위로 규제함에 따라 급하게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 회사에서 제때 납품할 수가 없다. 기업으로서는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첨단산업 분야를 비롯해 연구직에서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돼왔다. 원청 기업 등 거래처에서 특정 사안에 대해 기한을 정해두고 급하게 연구프로젝트를 마무리 해달라고 요청해올 경우에도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작업량이 몰릴 때 일을 많이 하고 일거리가 적을 때 편하고 가볍게 가면 좋은데 법이 가로막는다.초과근로를 할 때도
민선 8기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오늘 업무를 시작한다. 한 달간 인수위원회로 다졌을 지역 발전의 각오와 비전이 기대된다. 수도 서울시장과 인구 1358만 명의 경기지사부터 주민 9000명의 울릉군수까지 체급은 천차만별이지만, 내 지역 발전은 내가 주도한다는 포부만큼은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지방정부’라는 말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한국의 자치행정은 나름 발전해왔다. 주민과 기업에 휘두르는 권력도 막강하다. 하지만 행정 품질은 아직 갈 갈이 멀다. 소멸 위기 지역도 여전히 많다.신임 시·도지사와 시·군·구청장에게 두 가지를 제안한다. 특히 비수도권에서 귀 기울이면 좋겠다. 발등의 불, 인구 지키기를 양방향에서 볼 필요가 있다. 끝없이 나가는 젊은 층 붙잡고, 쭈뼛쭈뼛하며 탈수도권을 망설이는 장년층 불러들이기다. 청년 잡기부터 보자.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은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부산에서도 10~20대 인구 유출은 수년째 이어지는 고민이다. 단적으로 고등학교 졸업생의 1등부터 10등까지, 아니 20, 30등까지 모두 서울로 가려는 게 현실이다. 다른 광역시는 물론 군 지역까지 다 그렇다.이 청년 인재들을 붙잡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성적 최우수 학생이 관내 대학으로 진학하면 월급처럼 매달 200만~300만원씩 지급하면 어떤가. 연간 3000만원으로 잡고 100명이면 30억원, 1000명이어도 300억원이다. 부산시 올해 예산 15조5296억원의 0.02%, 0.2% 수준이다.‘정착 장학금’에 굳이 조건을 달 필요도 없다. 졸업 후 3년 정도 지역에 머물게 하면 된다. 숱한 청년지원 프로그램보다 지역경제 살리기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성적만으로 인재를 가리는 시대는 아니지
윤석열 정부가 법인세를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 제거 방안의 하나다. 세 부담을 경감해 기업 투자 의지를 유도해내는 한편 이전 정부 때 과도하게 억눌렸던 기업인 사기도 높여주겠다는 취지다.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주요 정책으로 소개된 방안은 최고 25%인 법인세율을 22%로 내린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임 문재인 정부 초기(2018년) 25%로 올린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정부의 주된 논리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 기업의 한국 투자 확대에 도움 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대기업과 소수의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는 논리다. 법인세가 투자 증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연구도 필요해졌다. 법인세 인하, 투자 확대를 위해 필요한가. [찬성] 법인세와 기업투자, 밀접한 관계 글로벌 트렌드로 국제 경쟁력에 큰 영향법인세 인하는 세계적인 추세다. 기업 유치 등의 차원에서 국가 간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소다. 법인세가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문재인 정부 때의 상황을 돌아보면 결과를 알 수 있다. 2018~2021년 문재인 정부가 22%였던 법인세를 25%로 올린 결과 국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는 89억달러에서 182억달러로 늘어났다. 무려 두 배 이상의 자본이 빠져나간 것이다. 반면 이 기간 외국인의 국내 직접투자는 72억달러에서 50억달러로 줄었다.법인세를 인하하면 해외로 나간 기업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 일종의 ‘세금 귀환’이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구호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미국은 법인세
어제 별세한 조순 서울대 명예교수만큼 대학 밖에서 다양하게 활동한 학자도 드물다.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에 한국은행 총재를 지냈고, 서울시장도 역임했다. 정계 투신 이후 역정은 더 화려했다. DJ정부 시절 민주당 후보로 민선 1기 서울시장에 당선됐고,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를 지냈다. 중도 사퇴하긴 했지만 대선에도 나선 걸 보면 화려한 그 이력의 종착 목적지는 대통령이었을까.고인은 경제학계의 거목이었다. 그의 《경제학원론》은 대학가의 초장기 인기 교과서였다. ‘조순 사단’이라는 그의 제자 그룹을 빼고는 한국 경제학계를 말하기도 어렵다. 정운찬 전 총리를 비롯해 학계·관계·산업계 곳곳에 넓게 포진해 있다. ‘학현학파’라는 변형윤 교수 라인도 있고, 서강학파라는 말도 낯설지 않지만 적어도 수적으로는 조순학파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한학 공부를 한 1세대 미국 유학파 경제학자였으니 그의 공직 활동을 두고 관운이 좋았다고만 한다면 폄하가 될 것이다. 짙은 흰 눈썹으로 일찍부터 ‘산신령’ ‘포청천’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이미지도 좋았다. 예나 지금이나 선거와 정무직 인사에서는 인상과 외모, 무난한 성격이 반절은 먹고 들어간다. 더구나 20년간 길러온 ‘서울 상대’ 제자들은 경제성장기에 한국 사회 파워엘리트로 속속 자리 잡았다. 주중에는 좌우보혁으로 다투면서도 주말이면 “교수님께 인사 가자”며 견고한 동료 의식을 다지는 관변학자들이 최근까지도 더러 보였다.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 다 지냈지만 재임 때 속은 편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제기획원 그때나 지금의 기획재정부에서나 노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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